박지수2025-04-01 16:27:38
14살이 살인을 저지른 건 누구의 잘못?
소년의 시간(2025)
어느 날 새벽, 경찰이 에디의 집에 들이닥쳐 그의 14살 아들 제이미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제이미는 억울하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CCTV 증거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희생자는 동급생 케이티였다. 그녀가 제이미를 ‘인셀’이라 놀린 것이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제이미는 여성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지배하고 싶어 하는 모순된 심리를 지녔다. 그의 범죄는 이를 표출한 것이었다. 드라마는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그의 가치관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부각한다. 3화의 심리 상담 장면에서 이게 잘 드러난다.
에디와 경찰 루크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에디는 아들의 무죄를 믿고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죄에 대한 인정이 결여되어 있다. 반면 루크는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그리고 아들 애덤과의 대화를 통해 제이미가 당한 조롱의 의미를 파악한다. 사건 이후 루크는 아들과 식사를 하며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한편 에디는 아들의 잘못을 외면한 채 도망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가족 내에서도 의견을 갈라지게 했다. 누나 클로이는 제이미의 유죄를 증언하기로 결심한다.
드라마는 단순한 범죄 스토리가 아니다. 학교와 사회의 무관심이 제이미의 왜곡된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학교는 학생들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교정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교육 환경은 제이미의 결핍을 보완하기에는 부족했다. 만약 그가 "14세가 성관계를 못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는 조언을 들었더라면, 또는 케이티가 같은 말을 들었다면 비극이 막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소년의 시간’은 혐오가 형성되는 과정과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에디처럼 개인적인 일이라며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대신 부모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만약 내 자식이 SNS를 통해 왜곡된 가치관을 습득한다면 어떨까. 나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인가? 드라마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무관심이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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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멸당하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사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인데 주인공인 폴라는 안톤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전공인 성악마저 포기하며 안톤과 결혼한 이후 고향에 돌아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폴라가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갔는데 이후 이어지는 안톤의 가스라이팅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폴라를 간섭하며 외출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고 평등해야 하는 부부관계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이 온전히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안톤이 폴라를 가스라이팅 하는 과정에서 폴라를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 건망증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폴라가 직접 경험한 사실 조차 상상이라고 의심하게 만든다. 안톤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은 결국 폴라를 괴롭게 만들었고 특히 이런 과정이 세뇌라고 느껴질만큼 불쾌감이 들었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어진 관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거나 걱정한다는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던 것 같았다. 안톤은 사랑과 걱정이라는 명목 하에 폴라를 사람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의 많은 일상을 보면 쉽게 가스라이팅에 노출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폭력, 감금, 구타, 밥을 굶기는 행위 등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노출시키는 행위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영화를 통해 또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이것은 곧 폭언이며 가정폭력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유년시절은 주변의 환경에 물들기 쉽고 이는 곧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명분아래에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용납될 수 없으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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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리뷰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낸 골딘
시놉시스]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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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렇게나 솔직한 거장이라니
사실 낸 골딘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예 아는 바가 없었다. 전시회를 보러 가더라도 사진전 보다는 그림 전시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사진작가에 대해서는 그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양한 시각적 정보들이 쏟아지던 시사회장에서 낸 골딘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다. 그런 그녀의 첫인상은 정말 지독하게도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싶을만할텐데도 영화 속에서는 서스름없이 공개했다. 물론 인터뷰 장면이나 나레이션 장면에서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풀어냈고,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모두 공개했으니 말이다.
낸 골딘의 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는 그녀에 대한 인정이 없었던 가족 구성원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언니의 성정체성을 거부했고, 그녀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기보다는 외면을 하는 쪽을 택하면서 계속해서 시설로 언니를 보냈다. 언니는 끊임없이 자신과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었고, 이를 인정해준것은 자신을 상담하던 정신과 전문의 밖에 없었다. 그 전문의의 소견서에 나온 문장이 바로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테’다. 그렇게 언니의 죽음을 경험한 골딘은 그 길로 독립을 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가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기도 했지만 무명시절 동안 그녀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그녀의 작품활동은 상당히 급진적이었다. 유명한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닌 평범한 자신과 그 동료를 찍으며 현재의 브이로그와 같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는 사진과 같은 일상을 표면에 내새우면서 사진예술의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업계 사람들은 예술이 아니라며 비난을 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사진으로 사진, 영상예술계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이 기반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함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적나라한 성행위를 비롯한 나체 등 은밀한 개인의 일상 모습을 사진을 찍음으로서 공중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이 마약을 했을 때,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등 암담하고 우울한 상황에서의 자신마저도 사진을 통해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 역시 하나의 기록예술로 기능했다.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것
거장이 된 골딘은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미국은 현재 펜타닐과 같은 마약 중독 문제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는데 골딘은 그런 마약중독과 관련된 거대 제약회사와의 긴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면서 자신의 본업과 연결시키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결국 그 싸움에서 일정 부분 승리를 거둔다. 골딘이 마약중독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그녀가 그 중독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간간히 해왔던 대마를 넘어 그녀는 치료 목적으로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의사 처방에 따라 받은 마약성 진통제였지만 옥시콘틴은 한번 먹을 때마다 그 양을 점차 증가해야만 효능이 있었고 그녀는 결국 옥시콘틴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옥시콘틴의 부작용과 약물 과용에 대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제약회사 세클러가에 대한 분노를 느낌 골딘은 새클러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활용해서 말이다. 이미 거장이었던 그녀는 매년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콜을 받는다. 그녀는 이를 이용해 박물관과 미술관에 후원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맘들고 있는 새클러가를 공격하기로 한다. 자신의 작품을 걸고 싶으면 새클러가의 후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더불어 이와 함께 박물관 로비와 입구앞에서 비폭력 시위를 하면서 그들이 새클러가에서 받는 후원금이 약물 과용 부작용을 일으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옥시콘틴을 만드는 회사임을 지속적으로 알린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빛을 본다. 테이트 박물관, 현대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대학교는 새클러가에서 받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세클러관 이라는 이름 역시 명칭을 변경했다. 그렇게 골딘은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가며 새클러가의 만행을 밝혔고, 재판에서는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배상금을 받아냈다. 오랜 기간의 투쟁이었지만 그녀는 예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고, 또 힘이 있는 예술계 거장이 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너무나도 급진적인 인물이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여준 낸 골딘의 삶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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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 100% 초콜릿 선물처럼! <웡카>
달콤하고, 달달하다.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이 연출을,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웡카>는 초콜릿처럼 예쁘게 싼 포장지를 뜯어 한 입 먹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얄드 달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로서 원작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동시에 잘 빠진 가족 뮤지컬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북미 보다 늦게 국내 개봉을 한 탓에 시즈널한 느낌이 덜하지만, 그 달달한 매력은 유효하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웡카(티모시 샬라메)는 7년간 7대양 일주를 끝내고,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이 있는 런던에 도착한다. 이곳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꿈은 창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백화점에 도착해 환상의 초콜릿 시연을 보여준 것도 잠시, 경쟁사들의 방해 공작으로 그의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게다가 여관 겸 세탁소를 운영하는 스크러빗(올리비아 콜맨)과 블리처(톰 데이비스)의 계략에 빠져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르고, 이를 갚기 위해 지하 세탁소에서 일하는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웡카는 포기하지 않는다. 여관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 세탁소 동료들과 꿈을 이루기 위한 비밀 작전을 세운다.
<웡카>의 당도를 표시한다면 달콤 100%. 보기만 해도 달달한 맛이 일품인 <웡카>는 그 자체로 기분 좋은 맛이 입안에 맴돈다. 로얄드 달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프리퀄이라는 점에서 폴 킹 감독은 <패딩턴>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동화적 색채를 강조하며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는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느꼈던 다른 결의 판타지다.감독은 웡카의 직업이 초콜릿 메이커인 동시에 마법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늘을 나는 초콜릿은 물론, 동물원에 몰래 들어가 기린과 대화를 통해 젖을 얻거나, 달콤 백화점 내 팝업 형태로 자신만의 초콜릿 왕국을 보여주는 등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영화적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에 뮤지컬 요소가 삽입되어 마치 관객이 하늘을 나는 초콜릿을 먹은 것과 같은 (긍정적인) 붕 뜬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달콤함만을 주는 건 아니다. 원작 소설과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부자들이 독식하고, 노동자들에게는 행복을 누리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비판 어린 시선은 존재한다. 극 중 돈처럼 쓰이는 초콜릿으로 성직자와 경찰을 매수하는 기업, 꿈을 가진 이들을 말도 안 되는 계약서로 노동을 착취하는 일들, 상상만으로도 벌금을 부과하는 경찰의 모습은 현실적인 자본주의 폐해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특히 웡카와 함께 지하에서 일을 하는 이들을 보면 인종은 유대인, 흑인이거나 직업은 배관공, 전화 교환수, 심지어 생산력이 낮다고 판단하는 개그맨이다.
이런 현실적 부분이 첨가된 영화에서 웡카와 동료들의 연대는 그들의 꿈을 이루는 중요한 재료가 되는 동시에, 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는 힘이다. 후반부 웡카와 친구들의 활약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눌 수 있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 또한 달콤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나눔의 미덕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진부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크게 다가오는 것 중 하나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덕분이다. 특유의 소년미와 더불어 아무리 풍파를 겪어도 해맑게 웃으며 꿈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영화가 지닌 긍정성을 배가시킨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는 이 작품에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을 보고 싶은지 아는 듯한 느낌으로 연기하며 영화를 이끄는데, 달콤한 상상과 비루한 현실을 적절히 배합하는 초콜릿 메이커처럼 손수 자신이 완성한 연기를 관객에게 확실히 전한다. 노래와 춤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웡카의 안티이자 조력자인 움파 룸파 역의 휴 그랜트는 멋진 씬 스틸러의 위용을 자랑한다. <모리스> <노팅 힐> 등 왕년의 꽃미남 배우의 모습이 아닌 녹색 머리에 붉은 얼굴로 앙증맞은 춤사위를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패딩턴 2>의 악당 피닉스 때보다 더 귀여운 밉상 캐릭터를 완성한 느낌이랄까.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올리비아 콜맨은 전형적인 악역이지만, 그 역할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웡카>가 가진 동화 같은 분위기와 긍정성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 시기에 영화의 메시지인 ‘나눔’의 의미는 크게 다가온다. 아마 설 연휴에 개봉하는 우리나라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북미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이 의미가 더 크게 오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에겐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영화가 지닌 선한 달콤함은 유효하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입 안엔 기분 좋은 달콤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평점: 3.0 /5.0
한줄평: 콩도 초콜릿도 나눠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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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x책] 우진은 복수 후에 행복했을까? ;감정을 읽는 시간.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마!! 내애가 임마!! 간짜장이라도 갖고 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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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무서움은 동의어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구분해야 한다. 무서움은 구체적인 사건을 향하며 즉각적 도피, 회피, 방어 태도를 유발하는 기초 상태다. 따라서 무서움은 '실제 공포'라고도 칭한다. 반면 공포는 더 복잡한 부정적 감정으로 가상의 위험을 향한다.-56P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라고 붙인 이름을 가진 남자, 오대수는 이유도 모른 채 거나하게 취한 기억을 마지막으로 어딘 가에 감금된다. 대충이라도 수습해야 할 그 오늘이 언제 인지도, 몇 평 남짓한 이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늘 같은 시간에 주어지는 군만두 만이 어쩌면 자신이 세상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절박한 안식처였을 것이다.
(군만두만 줘서 고문인 게 아니라 짜장, 짬뽕, 탕수육이랑 같이 안 줘서 고문인 게 팩트)그런 대수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던 가장 큰 두려움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인 자살 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무능력 감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 들이 십오 년이라고 말해 줬다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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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심은 은밀히 자라나다가 결국 그 사람을 완전히 집어삼킨다.-210P
그 영겁의 시간과 감정과 체력을. 대수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살기등등하게 채우기로 결정한다. 문신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벽에 그린 사람을 향해 주먹을 꽂는 것으로 자신이 피우기로 작정한 불을 마음껏 피워 댄다. 그러다 마치 마법처럼. 혹은 너무도 허무하게. 대수는 그토록 그리던 바깥세상으로의 탈출 역시도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이, 엉겁결에 이루게 된다.
15년.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 같으면서 치열했을 중 장년의 허리를 베어간 그 놈을 위한 복수심 하나로 이뤄진 대수는 자신의 기억과 실낱 같은 단서들을 근거로 그 놈의 그림자 끝을 자박자박 밟아 나간다. 15년이나 먹은 사료 같았던 군만두의 기억을 시작으로, 대수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그 놈 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나간다. 그와 함께 그 녀석을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겠다 는 마음속의 분노와 복수심도. 더더욱 커져간다.
일 더하기 일은 귀요... 귓방맹이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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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명확한 결과는, 정의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복수심도 강하다는 사실이다. -219P
그것이 정의라 생각했다.
나를 아무 이유 없이 가둬 둔 녀석의 시체를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도록 하는 것. 그 놈의 시체를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리는 것. 존중받고 싶은 마음을 그 녀석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복수라고 생각했기에(213P), 대수는 그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험난한 기억의 끝에는, 자신이 스스로 지워버린, 혹은 외면해 버린 기억의 가련한 연인, 우진과 우진의 누나가 있었다. 고작 말 한마디로 자신을 15년 동안 가두었다니. 대수는 괘씸했다.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진이 내민 앨범의 끝에, 점점 성장해 온 자신의 딸이자 연인인 미도의 모습을 본 순간. 대수는 깨달았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그게 신호야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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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가장 달콤할 때는 언제일까? 복수를 당한 사람이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다. 그가 후회의 뜻을 비치고 복수 행위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 말이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복수란 상대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상대에게 가 닿았는지의 여부이다. -223P
대수 자신은 존중받고 싶은 마음으로 복수를 시작했지만.
또 다른 복수를 하려는 사람인 우진은 대수가 근거 없이 고통 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복수를 감행했다는 사실을 대수가 알아채는 그 순간이야 말로 우진의 복수가 완성되는 시점이었다.(213P)
우진과 대수의 복수가 부딪치는 그 순간에, 그렇게 대수의 하루는 영원히 수습되지 않을 것처럼 정점으로 치닫는다. 대수는 혀를 잃었고 우진은 복수를 얻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과 억울하게 죽음을 선택한 누이이자 연인이었을 것이다.
과연 너희는 그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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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극히 개인적인 삶과 연관 짓지 않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이 겁을 먹었는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이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어떤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자세한 뇌 영상도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12P
복수의 방점을 찍을 카타르시스는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혀를 잃은 아픔과, 딸을 만난 기쁨, 그리고 미도에 대한 사랑이 뒤섞인 지옥에서 울부짖는 짐승이 된 대수를 뒤로한 채 돌아선 우진은, 이내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스로의 머리를 권총으로 날려버린다. 이토록 성공적인 복수를 뒤로한 채로. 대수의 복수 과정 중에서 그의 연인을 떠올리고, 그리고 복수의 완성 지점에서 그녀의 최후 역시도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녀의 죽음을 방조했던 최후였기에 더더욱 쓰라렸을 것이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를 계획한 우진은. 단 한순간이라도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 그가 결국 복수하려던 대상은 어쩌면 자신이 아니었을까?
참고
1.감정을 읽는 시간(Chapter8 복수심;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2.올드보이
추신. 솔직히 개봉한 지 7년이나 지났는데 스포일러라고 하지 말자.
복수 후에 행복했을까? ;감정을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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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노 타임 투 다이> 결연하고 숭고한 헌정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MI6를 떠나 연인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자신의 과거와 죄책감을 떨쳐낸 후 매들린과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그는 자신 앞에 또다시 찾아온 위기로 인해 그녀와 이별한 후 잠적한다. 그러나 본드의 과거가 뒤섞인 적 '블로펠트(크리스토프 발츠)'와 그의 조직 스펙터는 물론, 매들린의 과거가 얽힌 새로운 적 '사핀(라미 말렉)'이 등장해 MI6가 숨기고 있던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헤라클레스를 탈취하자 'M(랄프 파인즈)'은 본드에게 복귀를 요청한다. 이에 본드는 오래된 동료 'Q(벤 위쇼)'와 '머니페니(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잠시 동안 007을 맡고 있던 '노미(라샤나 린치)'와 함께 세계는 물론 마들렌과 새로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지막 미션에 나선다.
<007 카지노 로얄>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수십 년의 전통을 지닌 캐릭터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 왔다. 냉전이 끝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스파이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가 상대할 시대에 맞는 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했다. 그래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적절한 답을 찾을 때면 호평을 받고, 그렇지 못할 때면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주식시장을 악용해 자본주의 질서를 망치려는 테러조직을 상대하거나(<카지노 로얄>),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 및 피해자의 역습에 맞서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게 거듭난 본드는(<스카이폴>) 극찬을 받았다. 반면에 거대 비밀 조직 퀀텀과 스펙터와의 구시대적 대결 구도라는 첩보물의 클리셰를 답습한 <퀀텀 오브 솔러스>와 <스펙터>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007 시리즈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둘 중 전자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편에서 애인인 마들렌과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기로 결정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파이가 다시 한번 영웅으로 복귀해야 하는 이유와 그의 퇴장까지 애정을 듬뿍 담아 성공적으로 제시하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때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포착한 시대의 변화는 '위기의 국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속 세상은 혼란스럽다. 본드의 코드네임 007을 물려받은 노미가 그에게 작금은 변화의 시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 변화가 혼란의 동의어로 보일 정도다. 테러리스트의 습격으로 빼앗긴 생화학 무기 '헤라클레스'를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MI6와 CIA가 강한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둘 중 누구도 해당 테러를 어둠 속에서 조종한 사핀의 정체와 목적을 파악하지 못한다. 감옥에 갇힌 전편의 빌런이자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트도 사핀이 어떻게 자신을 위협하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M은 끊임없이 부하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찾고 사라진 정보를 복구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그조차도 자신이 지닌 힘과 권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모습을 숨기고 있는 새로운 적과 싸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국가가 자신의 소관 밖에 있는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영화 속 세상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카를로 보르도니가 포착한 현대 사회의 알레고리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들은 공동 저서인 <위기의 국가>에서 국가가 권력의 상당 부분을 초국가적·전지구적 자본과 기술, 조직 등 국가 정치 기구의 소관 바깥에 있는 존재들에게 빼앗겼다고 말한다. 국가가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강력한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로서 행동할 능력을 상실했고,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혼란과 변화는 빌런인 사핀의 대사와 그가 탈취한 생화학 무기 '헤라클레스'의 묘사에서도 암시된다. 너나 나나 폭력을 쓰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일갈하는 본드에게 사핀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제거할 방법도 없이 DNA 정보를 이용해 정확히 개인이나 집단을 노릴 수 있는 자신의 방법이 더 깔끔하다고 답한다. 이 장면은 정체를 숨길뿐 아니라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악과 본드와 첩보원으로 상징되는 국가가 주도권을 잃은 현실을 간단히 압축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무기의 이름인 헤라클레스가 그 자체로 힘을 상징하는 영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MI6가 사핀에게 생화학 무기를 빼앗긴 것은, 국가 기관이 독점하던 권력과 힘이 사핀과 같은 개인 혹은 조직에게 넘어간 현실에 대한 비유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닌 장소에 위치한 그의 기지 역시 어떤 국가도 누가 중재자이고 적대자인지 알지 못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기는 제임스 본드가 내려놓았던 살인 번호를 다시 되찾고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이게 될 장을 마련한다. 두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와 정치 대신에 민간 보험회사들이 사회보장을 담당하게 되었을 정도로까지 국가가 무능해졌"다. 그 결과 "시민에 빌붙어서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에만 신경을 쓰는 ‘기생충’"이 되어버린 국가는 역으로 생존을 책임져 줄 시민, 곧 은퇴한 스파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CIA는 프리랜서가 된 본드를 MI6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작전에 투입시키려 하고, M 역시 전직 요원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며, 머니페니도 본드에게 위기 극복을 도와달라고 거듭 요청한다.
동시에 영화는 본드가 007로 복귀하게 되는 동기로써 국가의 보호막이 없는 시대에 개인이 마주해야 할 위험을 제시한다. 그 위험은 두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바로 블로펠드와 마들렌이다. 블로펠드를 만나 그와 그의 조직인 스펙터를 이용해 사핀을 찾는 데 활용하려던 본드는 역으로 자신을 이용해 스펙터를 무력화하려는 사핀의 음모를 뒤늦게 깨닫는다. 이는 한 개인의 각종 정보와 존재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조종당할 수 있는 위험을 암시한다.
한편 마들렌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위기를 간접적으로 비춘다. 호색한 스파이였던 본드는 마들렌과 함께 가족을 이루는데, 영화는 세계를 구해낸 스파이조차 가족을 지킬 도리가 없는 상황에 그를 던져 놓는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해진 개개인의 삶을 사랑과 부성애를 매개로 직관적으로 전달하다 보니 본드와 마들렌의 멜로드라마는 예상보다 큰 비중과 많은 분량을 가져가고, 그만큼 진하고 애틋하다. 또한 본드의 든든한 동료였던 펠릭스와 본드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제목처럼 아직 국가와 영웅에게 희망을 갖는다는 점이다. 당장 본드만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테러리스트에게 추격당하자 앞뒤 재지 않고 MI6의 도움을 요청하며, 추격전에서 좌절을 맛본 후에는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던 나미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힘이 없는 개개인이 혼자의 힘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면 결국 국가만이 비빌 언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깔끔한 방식이 많아진 세상에서 비록 힘과 통제력을 잃은 과거의 존재라고 해도 국가는 살아있는 동안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 보여야 하며, 이는 제임스 본드라는 한 영웅을 통해 이루어진다. 새로운 적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M의 모습처럼 본드 역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체감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미션에 나서며, 그의 007 복귀는 자연히 보호라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한 줄기 희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영화는 시작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와 본드를 연결시킨다. 본드를 숱하게 죽음과 삶의 경계상에 위치시키며 하강과 상승의 운동을 반복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본드를 배와 함께 바다 아래로 가라앉힌다. 베스퍼의 묘지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후 그는 장례식을 알리는 종소리 아래에서 애스턴 마틴 DB5를 타고 가장 007스러운 카체이싱 액션을 이어간다.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깔린 계단을 올라가며 그들과 처절하게 싸우고, 기어코 미션을 완수한다. 이렇게 본드를 하강시켜 위기에 처하게 하고 또 그가 위로 올라가며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존재 가치를 잃어가는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상황도 환기시킨다.
이처럼 반복되는 연출은 영화가 더할 나위 없는 헌정사를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본드는 마들렌의 과거가 사핀이라는 위험을 만들어낸 것처럼, 과거의 영웅인 자신의 존재가 위험이 될 수 있기에 마들렌이라는 현재와 딸의 미래가 꽃필 수 있도록 퇴장을 선택한다. 이는 오프닝에서 서로의 과거를 태워야만 현재가 있을 수 있다는 본드와 마들렌의 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본드가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 상술한 장면에 담긴 의미는 전복되고, 더 이상 삶을 의미하지 않는 본드의 상승은 그의 결연함과 비장함, 그리고 숭고함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본드의 의미와 상징, 진심이 완벽하게 전달된 결과 마지막까지 의연한 본드의 모습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시리즈의 마무리로 손색없다.
한 작품으로서 비교적 단단한 완성도 역시 영화에 담긴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제임스 본드라는 한 인물에게 몰입해 그와의 작별을 고할 길을 적절히 터준다. 특히 근래 많은 작품이 선택하는 빠른 템포와 짧은 숏으로 구성된 액션 대신 본드의 등 뒤 시점에서 원테이크로 찍는 액션이 효과적이다. 마치 다양한 로케이션 현장에서 함께 싸우고 다치는 것처럼 느끼게 하면서 단지 액션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본드의 감정선까지도 따라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신무기를 보여주면서 007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기도 하고, 감독의 전작인 공포영화 <그것>처럼 서스펜스를 영리하게 조절하며 카 체이싱, 총격전, 맨몸 격투 등의 다양한 액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또한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작품이라서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왕도적인 첩보 영화 구조를 토대로 주인공들이 단계별로 단서를 추리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큰 비중을 두고, 불필요하다 싶은 장면은 모두 쳐내면서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한 팔로마처럼 중간중간 새로운 캐릭터를 수혈해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일품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16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농축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늘어진다는 생각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빌런인 사핀은 가면을 벗고 영화 전면에 나서자 오히려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잃기 시작한다. 최초의 계획을 이루고도 더 크고 위험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만 반복하며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결과 뻔하고 익숙한 캐릭터는 단지 라미 말렉이라는 배우 개인의 존재감 외에는 큰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한다. 이에 더해 별다른 설명 없이 일본풍 소품이나 배경이 과하게 두드러지고 주인공들이 일본식으로 행동하는 장면도 순간적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추가적인 상황 설명이 덧붙여지기는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일본계인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선택이든 일본을 배경으로 했던 1967년작 <007 두번 산다>의 오마주든 간에 극의 흐름과 동떨어진 간격을 메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위의 단점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건네는 작별인사의 감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전 시리즈의 내용을 함축하고 영화 본편 내용을 암시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관객을 압도하는 가운데, 오프닝 시퀀스와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엔딩이 대구를 이루며 관객들을 영화 안에 가둬 버린 결과다. 오프닝은 사핀과 마들렌의 과거사와 베스퍼의 죽음부터 본드의 숱한 역경과 은퇴, 그리고 끊임없이 그를 노리는 숙적 스펙터의 존재, 마지막 사랑인 마들렌에 이르기까지 4편에 달하는 전작의 내용을 한 데 압축시키며 감정적으로 휘몰아친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쉬의 목소리가 더해진 007 특유의 오프닝 크레디트 이후 영화가 이미 나온 이야기들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에, 또 한 번 달라진 세상에서 본드가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펼치는 사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영화는 마지막에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James Bond will return)'는 자막을 스크린에 띄운다. 이미 007 시리즈가 시간 순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또 다른 제임스 본드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라는 암시일 수 있다. 또 할리우드이기에 그 외에 수많은 방법으로 제임스 본드를 다시 불러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제목과 달리 역설적으로 왜 본드가 멈춰 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여섯 번째 제임스 본드는 또 다른 시대의 아이콘인 로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처럼 장중하고 심금을 울리는 작별 인사를 건넬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보이지 않는 위기 속 국가와 영웅의 한계와 역할에 대한 희망과 슬픔이 뒤섞인 소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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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주 최신 개봉영화!
9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3주 개봉영화 5편!
기적
1988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1988년 역명부터 대합실, 승강장까지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입니다.
박정민,이성민,임윤아,이수경 신선한 조합이 "기적"에서 재미와 공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1988년 그 시절 그 감성을 담아낸 따스한 볼거리
첫번째 추천영화 "기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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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On the Line , 2021
대한민국 최초 보이스피싱 리얼범죄액션!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 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리얼범죄액션 영화입니다.
"보이스"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보이스피싱 세계의 최심부로 들어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흥미로운 영화인데요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의 범죄액션 장르에서 만나 신선한 조합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거대하고 치밀한 보이스피싱의 실체!
두번째 추천영화 "보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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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The Assistant , 2019
선댄스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극찬! 세계 유수 영화제 5개 부문 수상!
영화 "어시스턴트"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 제작자의 꿈을 좇아 영화사에 취직하게 된 ‘제인’의 일상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제인’은 동트기 전에 일어나 사무실에 첫 번째로 출근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합니다.
그녀는 명문대에서 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류 정리, 복사, 전화받기 같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일에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잡다한 업무에 조금씩 지쳐가던 ‘제인’은 회사의 부조리함을 마주하게 되고
이처럼 직장 내 부당함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을 담담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하는데요
날카롭고도 섬세한 표현으로 제46회 도빌 영화제 감독상 및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3개 부문 노미네이트,
5개 부문 수상을 기록하며 주목받았습니다.
100명이 넘는 여성들과의 인터뷰! 경험과 사실에 입각한 리얼리즘 드라마!
세번째 추천영화 "어시스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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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거리
6년 만의 반가운 스크린 복귀, 배우 이완, 가수에서 배우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선화
영화" 영화의 거리"는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와 도영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되면서
벌어지는 리얼 이불킥 시추에이션을 담고 있어 솔직하면서도 특별한 로맨스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2030 청춘들의 고민까지 녹아져 대한민국 청춘들 모두가 공감할 로맨스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배우의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한선화와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이완의
연인케미로 현실 로맨스를 더 극대화 합니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일’로 다시 만난 공감 로맨스!
네번째 추천영화 "영화의 거리"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劇場版ポケットモンスター ココ , Pokemon the Movie: Secrets of the Jungle , 2020
퀄리티 높은 작화와 연출, OST가 어우러져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는 포켓몬의 손에서 자라 자신이 포켓몬이라고 믿는 소년 ‘코코’가
처음 만나게 된 인간 소년 ‘지우’와 파트너 포켓몬 ‘피카츄’의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특별한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번 작품은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았던 자부 숲(오코야 숲) 속의 정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8세대 포켓몬 '자루도'에게 길러져 자신을 포켓몬이라고 생각하는 한 소년과 지우의 조우,
그리고 오코야 숲의 '회복 능력'을 탐사하러 온 제드 박사의 도래 등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극장판 23번째 작품!
다섯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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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샹치, 켈리 갱, 코다, 습도 다소 높음, 최선의 삶)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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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1편 삭제씬 총정리
#산돌구름 #어벤져스1 #삭제씬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4. 0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34 마리아 힐 & 오프닝
01:35 외로운 캡틴
03:35 캡틴과 웨이트리스
04:37 경찰 비하인드
05:23 앤트맨 힌트
06:09 너무 오랜만에 찾아왔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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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스테이션 일레븐> 메인 예고편
세계가 멸망하면, 생존만 하면 되나요? 세계 멸망 20년 후, 여전히 아름다움을 찾아 떠도는 이들의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맥켄지 데이비스, 히메쉬 파텔 주연의 ⟨스테이션 일레븐⟩ 2월 23일 수요일, 왓챠 독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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