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5-04-08 11:45:32
이렇게까지 해야 살아남는걸까
- <로비>(2025)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제도와 틀 안에서 목표를 추구하고, 노력과 도전으로 성취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서는 순간, ‘정정당당’이라는 가치가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도권 밖의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아도, 주변에선 불법·탈법까지 종용하는 유혹이 강력하게 다가온다. 영화 <로비>는 바로 그 ‘유혹’에 휘말린 한 인물이, 회사와 동료를 살리고자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끝까지 알 수 없지만, 관객은 그가 맞닥뜨리는 부조리와 부패의 현실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과연 어디까지 해야 할까?'
영화는 주인공 창욱(하정우)이라는 사업가의 절망적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위기가 닥치는데, 그는 정정당당하게 정부 지원을 받거나 공무원을 설득하려 한다. 그런데 잘나가는 업체나 경쟁자들은 ‘로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창욱은 자신이 너무 원칙에만 매달리고 있진 않은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배경음악이나 화려한 액션 없이도, 오직 사람들의 말과 행동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조여 오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취한다.
[첫번째 감정] 창욱의 절박함
창욱은 나름 괜찮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처절하게 깨닫는다. 정부 고위직에게 찾아가 장점을 설명해 봐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창욱의 모습은 '왜 이렇게까지 외면당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그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주목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던 창욱도, 회사가 무너질 상황이 되자 결국 로비에 손을 댄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는 너무도 어색해한다. 사람들을 술자리나 골프장으로 초대해 비위를 맞추는 모습이 전혀 몸에 붙지 않는다. 관객은 창욱이 습관적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그의 절박함과 윤리적 갈등을 동시에 본다. 그러나 사업이 살아나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계속 몰아붙인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창욱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절박해도, 결국 결정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라는 시스템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자신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생하며 로비를 벌이지만, 수많은 사람과 금전이 얽힌 현실은 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영화 내내 창욱의 절박함은 더욱 커지고, 그럴수록 그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이게 옳은 길이었나?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두번째 감정] 광우의 욕심
광우(박병은)는 창욱의 오랜 친구이자, 창욱이 만든 기술을 슬쩍 가져가 버려 다른 경쟁사를 만든다. 광우가 의도적으로 창욱을 배신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살이의 묘수라고 생각했는지는 애매하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는 비즈니스 사회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성공해 가는 전형을 보여준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로비와 인맥으로 모든 판을 뒤집어 버리는 인물이다.
광우의 방식은 지극히 능률적이고 노골적이다. 접대와 선물을 아끼지 않고, 고위직들을 하나씩 끌어들여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런 식으로 얻은 이익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광우에게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다. 영화의 전개상 광우가 보여주는 사악함은,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비와 청탁 문화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러한 승리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의미가 있는지다. 친구의 것을 빼앗으면서까지 배를 불리는 모습을 보면, 관객은 뒷맛이 꽤나 쓰다.
영화는 광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기업들이 정부 결정권자의 눈에 들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겉치레 뒤에는 늘 접대와 뒷거래가 있고, 그것이 부서지지 않는 기업 생태계의 축이 되는 상황. 광우의 욕심은 극도로 노골적이고, 가끔은 코미디에 가깝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관객은 이 장면들을 지켜보며, 어딘가에서 지금도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겠지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세번째 감정] 최실장과 조장관의 추악함
로비의 대상이 되는 최실장(김의성)과 조장관(강말금)은 처음에는 꽤나 그럴듯한 관료처럼 비친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기술을 고르고, 적합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제도권 내에서 올바른 절차를 지키는 척한다. 그러나 로비가 본격화되자, 그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는 감독이 블랙코미디적으로 풀어내면서, 처음부터 대놓고 악역인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누구든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깔아놓는다.
최실장은 유명 골프 선수나 연예인에게 집착하며, 은근슬쩍 성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처음엔 그저 점잖은 어른으로 비쳤던 그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아이처럼 떼를 쓰고 짜증 내는 모습은 당혹스럽다. 그가 점점 더 바닥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면, 이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가를 체감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최실장은 로비라는 것을 넘어,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전형적 부패한 관료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장관(강말금) 역시 처음엔 골프나 경제정책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곧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나 인물을 함부로 대하고, 물건처럼 부리려 하는 장면은 혐오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녀는 정부 정책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결정권을 남용한다. 이로써 최실장과 조장관이 단순 관료를 넘어, 권력을 쥐고 이익을 취하는 부조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정우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난 블랙코미디
<로비>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현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기업 운영이 힘든 이유와 청탁 문화가 왜 근절되지 않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살아가면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결말은 완전히 어둡지만은 않아, 마지막에는 일말의 통쾌함을 남긴다. 관객이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도록 하는 작은 장치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롤러코스터> 때 보여줬던 예측 불가의 병맛 코미디보다는 훨씬 절제돼 있지만, 군데군데 배치된 대사가 유쾌하고 날카롭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최실장 역의 김의성은 그가 잘하는 얄미운 악역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점점 망가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조장관을 연기한 강말금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고위직 관료가 가진 알 수 없는 권력욕과 사적 욕심을 한껏 표출한다. 이 밖에도 유명 배우들이 깜짝 출연해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왜 로비를 안 하면 불리해지는가다. 그리고 이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간은 왜 그 안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나라는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어두운 에피소드 속에서 엿보이는 인물들의 반전과 웃음 포인트가 중간중간 통쾌함을 선사한다. 결코 무겁지만은 않은 톤이 <로비>만의 매력이다.
하정우 표 연출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도 충분히 흥미롭게 감상할 만하다. 웃음을 주면서도 뼈아픈 현실을 꼬집는 솜씨가 여전하고,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동시에, 기업의 생존 문제와 정치권력의 이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 이 나라에선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만약 블랙코미디 장르를 즐기고, <롤러코스터>나 <허삼관>에서 하정우의 개성 넘치는 연출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면, <로비> 역시 한 번쯤 극장에서 관람해보길 권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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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장르, 뻔한 소재라고 함부로 쓰지 마세요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친구: 별로인 영화를 보면 어떻게 해?
나: 음... 솔직하게 쓰려고 해.
친구: 솔직하게?
나: 거짓말할 순 없으니까. 요즘은 영화 값이 15,000원인걸!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를 맞아 이상한 책임감이 솟구치는 요즘입니다. 사실은 걱정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입니다. "나의 리뷰를 읽고 영화를 봤다가 ‘돈 날렸다’고 느끼면 어쩌지?" 물론 제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영화 리뷰어는 아니지만, 지인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제 리뷰를 읽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더라도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모든 영화에는 좋은 점이 있다는 신념 아래에서 말이죠.
그래서였는지 얼마 전 영화관에서 <나는 여기에 있다>를 보는 와중에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딱 하나만 찾자. 좋은 점 딱 하나만!’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좋은 점이 “나 여기에 있어!” 하고 소리쳐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단 하나의 좋은 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고작 몇 문장 만에 신념을 저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영화 리뷰어로서의 책임감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영화관람료 15,000원을 지켜드리기 위한 리뷰를 시작합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4월 7일(금)에 진행된 <나는 여기에 있다>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2023년 4월 12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
I AM HERE
<나는 여기에 있다>는 살인자의 폐를 이식받은 형사 '선두'가 살인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연쇄 살인범 '규종'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한 마디로 장르물이죠. 그것도 추적 스릴러입니다. '추적 스릴러' 하면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가 절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에는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형사와 범인이 치열한 수 싸움을 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나는 여기에 있다>의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같이 멍청하기만 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장르가 추격 스릴러라고 선포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처참히 실패해버렸죠. 영화는 연쇄 살인범 '규종'의 살인 장면이 찍힌 술집의 CCTV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CCTV 화면에는 '규종'의 얼굴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있죠. 형사들은 그 CCTV 화면을 '규종'의 집에서 그의 아버지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면 꼭 신고하라는 말을 던지고 떠나죠. 그런데, 그 집안에는 '규종'이 있었습니다. 천장이나 비밀공간에 숨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방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만 열어 봤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죠. 살인범의 집을 찾아왔으면 수색부터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혹시 CCTV에 살인범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는데 영장도 없이 방문한 건 아니겠죠? 멍청한 형사들의 활약으로 '규종'은 도망치고, 이렇게 긴장감 하나 없이 영화는 막을 올립니다.
이후 '규종'은 마스크나 모자도 쓰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을 죽이고 다닙니다. 여자친구도 활짝 공개된 장소에서 두 번이나 만납니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인 여자친구는 건장한 남자 형사 두 명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죠. '규종'은 형사들이 도청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공중전화로 아버지와 통화도 합니다. 공중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건 그 공중전화의 위치를 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규종'과 아버지가 1분이 훌쩍 넘도록 눈물겨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형사들은 가만히 듣고만 있습니다. 중간에 덮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요? 게다가 형사들은 '규종'의 다음 타깃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규종'이 다음 타깃을 무조건 죽이러 오리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죠. 그리고 예상대로 '규종'은 그 타깃을 죽이러 옵니다. 타깃을 지키던 형사 2명과 '선두', 그리고 '선두'의 파트너까지, 총 4명의 형사가 달려들었지만 또 놓칩니다. 이쯤 되면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범인을 놓치도록 설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두'의 파트너 '영조'는 폐를 이식한 '선두'에게 현장에서 물러나길 거듭 권합니다. 그러나 '선두'가 현장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는 건강보다도 형사로서의 자질 부족이 더 커 보입니다. 허술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에 관해서는 지금부터도 한참을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제 다음 문제점을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 ⊙ ⊙
스토리텔링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구멍 가득한 이 영화의 설정입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의 소재는 '살인자의 폐와 심장을 나눠 가진 형사와 범인', 그리고 '사이코패스 장기 기증자의 성격과 특징이 전이되어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수혜자'입니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 전이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장기 기증 수혜자가 기증자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 세포에 축적된 기억이 되살아나서 성격이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설명입니다.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가 논문도, 학계 보고도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이 정보가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설정이죠.
물론, 장기 이식 수혜자가 기증자의 성격, 습관 등을 닮을 수 있다는 이론이 실제로 존재하긴 합니다. 또 이러한 소재를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기도 했죠. 그러나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고,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설정을 가져다 쓰려면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말이 되게끔 만들어놔야 하죠. 이런 걸 우리는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꼭 거창한 마블 영화에서만 세계관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 안에서만 허용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반드시 그 이야기를 뒷받침할 세계관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있다>는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몰입감도,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요.
아마도 감독은 스릴러의 틀 안에서 '장기 이식'과 '성격 전이'라는 소재를 통해 기증자 가족과 장기 이식 수혜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대를 그려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기 기증자도 살인범, 장기 이식 수혜자도 살인범인지라 그들의 유대가 공감으로 이어지긴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살인자의 장기를 이식한 형사('선두')와 나쁜 사람의 장기를 이식한 착한 사람('규종')의 내적 고뇌와 혼란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전체적인 만듦새가 조금 허술했더라도 볼만한 작품이라 평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심리 묘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나쁜 놈의 장기는 이식해선 안 된다. 그럼 나쁜 놈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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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단 한 순간도 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연기 교실에서 한꺼번에 섭외한 듯한 배우들, 현장음 하나 없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처럼 지나치게 깨끗하고 조용한 음향,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 하나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많았던 세심하지 못한 연출 등 그 밖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찌 됐든 영화 감상은 취향의 영역이기에 지금까지는 아무리 영화가 별로여도 웬만하면 영화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그러나 앞으로는 예외를 두어야겠습니다. 기준은 정성입니다. 지금은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니까요.
Summary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신근호
출연: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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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을 바꿔도 결혼은 결혼
박강아름 결혼하다 (Areum Married, 2019)
제작 : 한국, 셀프 다큐멘터리
감독 : 박강아름 │ 출연 : 박강아름, 정성만, 정보리강, 슈슈
등급 : 전체관람가 │ 러닝타임 : 86분여자를 따라 유학길에 오른 남자
우리가 흔히 아는 유학 커플의 사연이란. 남자가 박사과정을 취득하러 해외 유학길에 오를 때,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함께 가자고 하는 그런 사연일 것이다. 남자는 공부를 하고, 여자는 공부하는 남자를 위해 일명 내조라 불리는 가사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아름'과 '성만'은 이 젠더 역할을 완전히 뒤집었다. 프랑스에 가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던 아름은 성만에게 제안했다. "나는 프랑스에 가서 영화 공부하고, 당신은 요리 공부했으면 좋겠다"라고. 36살까지 서울을 떠나본 적 없던 서울 토박이 성만은 그렇게 애인 아름을 따라 프랑스로 갔다.
여기서부터 벌써 슬슬 웃겨서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성만이 주부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프랑스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성만에게 주어진 젠더 역할이 기존의 '아내'역할이었기에, 집에서 외부와의 소통 없이 살림과 요리를 담당하던 그는 점점 시들어간다. 반면 아름은? 그녀는 프랑스어에 능통했기에, 마치 기존 젠더 역할의 '남편'처럼 경제와 행정을 담당했으며, 학교를 다니는 터라 외부인과의 소통도 잦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름이 바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성만에게 재잘재잘 얘기하고 싶어 하면, 주부인 성만은 이미 가사노동에 지쳐 받아줄 여력이 없는 식이다. 아, 이렇게 남자 여자 역할이 바뀔 수도 있는 거구나.
보리가 태어나고, 결혼은 더욱이 현실이 되다
아름은 프랑스 유학 도중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다. 그녀의 몸을 빌어 나온 아기 '보리'를 돌보는 것은 당연히 이 가정에서는 성만의 몫이다. 아름은 출산 후 다시 학구열에 불타기 시작하고, 성만이 차려주는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간다. 젠더 역할이 바뀐 결혼생활이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여전히 살림을 하는 쪽은 우울증을 겪고, 경제를 담당하는 아름의 목소리는 어쩐지 커진다. 이번 달 식비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며 타박하던 남편의 역할을 아름이 하고 있고, 가사노동 파업을 선언하고 가출하는 쪽은 성만이다. 그러니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박강아름 감독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셈이었다.
영화 속의 코너, 외길식당
영화 속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외길식당'은, 원래 이 다큐멘터리의 본 소재였다고 한다. 자신을 따라 프랑스에 왔다가 주부우울증에 걸린 성만을 위해, 아름이 기획한 일이었다. 요리 일을 해왔던 성만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가난한 유학생인 아름-성만 부부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길식당 자체보다는 성만과 아름의 결혼에 대한 성찰이 많아지면서, 영화의 주제는 곧 '결혼'이 되었다. 때문에 외길식당은 영화 속의 작은 코너가 되어버렸지만, 외길식당의 지분은 꽤나 존재감 있고 또 의미 있었다. 특히나 2차로 진행된 '외길식당'에서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커플들이 손님으로 오면서, 영화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2차 외길식당을 진행할 당시, 아름과 성만 부부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보리)와 서로 간의 막중한 노동으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감독인 아름의 머릿속에는 "결혼이란 건 뭘까?"라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다른 이들을 통해 그 답을 얻고 싶었던 박강아름 감독은, 외길식당의 손님으로 현지 커플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비록 감독은 외길식당을 통해 명쾌하게 그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지만, 관객인 나는 여러 모습의 국제커플들을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프랑스에 존재하는 제도인 '팍스'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예식을 올린 뒤 서로의 가족과 끈끈하게 얽혀야 하는 것이 결혼제도라면, '팍스'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지만 배우자 권리는 인정받을 수 있는 대안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비바람이 부는 덩케르크 해변 같은 것
비혼 아니면 결혼. 이렇게 두 가지 밖에는 답안이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온 한국인이었기에, 나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택했다. 어쩌면 박강아름 감독도 성만을 사랑했고, 비혼주의는 아니었기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일반적 사고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그녀도 결혼이 주는 다소 힘든 책임의 무게를 결혼 전에는 가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침 흘리는 아가를 돌보고, 공과금을 내고,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일상의 무게에 대해. 결혼에 대한 이런 일반적인 회의는 기혼자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는 지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가 뻔하지 않고 색다른 의미를 갖는 건, 내가 남편 역할을 하든 아내 역할을 하든 결혼은 결혼이고 생활은 생활이라는 감독의 자전적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젠더에 상관없이 결혼생활이 비슷한 결을 띤다는 것은, 나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으니까.이 영화의 엔딩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덩케르크 해변으로 나가는 아름과 성만, 그리고 큰 유모차에 실린 보리, 그리고 강아지 슈슈 모습이다. 박강아름 감독은 나중에 이 영상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온몸이 비에 젖고, 아이와 강아지를 끌고 바람에 맞서는 것이 결혼생활처럼 느껴져서라고 했다. 기혼자인 나의 마음에도 그 장면은 감독의 의도대로, 지난한 '결혼생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음악도 없이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 그 장면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원래 결혼이란 그런 거니까, 로맨틱한 음악이 깔리면 그건 연애지. 음악 없고, 날씨도 좀 궂고, 양손 가득 챙겨야 할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그런 게 뭐 결혼생활 아니겠나, 하는 마음에 홀딱 빠져서 봤다. 그러나 그 모습이 억울하기보단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나 좀 해탈한 건가.
결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화나는 이 영화가 결혼을 장려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두 부부의 모습은 때때로 귀엽고 유쾌하지만, 너무나 날 것이어서 갈등과 회의도 적나라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혼을 부정하는 영화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비혼주의가 유행하는 시대에 기혼의 삶을 택한 여성 감독의 이 '젠더 체인지'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혹은 결혼에 대해 알고 싶은, 혹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 모두에게 성찰의 여지를 주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 하루하루 지지고 볶는 기혼자의 삶을 사는 나는 어찌나 울고 웃으며 보았는지. 마, 이게 결혼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우두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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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로드킬 동물에게서 자신을 본 여자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타국의 하늘(Foreign Sky)
US, Japan/2005/72min/금선희 감독 작품
당신이 길거리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잠시나마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타국의 하늘〉을 연출한 금선희 감독은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없이 동물의 사체를 바라봤다. 동물의 사체에게서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선희 감독은 재일조선인 3세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그의 증조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먹고 살기가 낫다는 소문을 듣고 192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간도 대지진이 일어났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의심받아 수없이 살해당했지만, 증조할머니는 다행히 이 비극을 비켜 갔다. 해방 후에는 200만 명의 재일조선인 중 70만 명이 일본에 남았다. 남은 자들은 쓰레기장에서 살며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이 판 고철은 무기가 되어 한국전쟁 중인 남한에 수출되었다 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일이 동족을 목숨을 겨냥한 지독한 아이러니로 이어진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조선 특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남한과 북한 중에서 국적을 선택하라고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의 국적은 사라진 나라 ‘조선’으로 표기되었다(심지어 일본과 대립했던 북한은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자녀도 ‘외국인’으로 남았다.
조선에서 왔고, 일본에서 정착했으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재일조선인에게 손을 내민 건 북한 정권이었다. 일본에서 학교 폐쇄 등의 탄압을 겪던 이들은 북한의 도움으로 학교를 건설하고 ‘민족’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 아이들이 ‘김일성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래를 기꺼이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항상 차별만 받다가 10일간의 북한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다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재일조선인이 기댈 유일한 구석이었다.
그러나 재일조선인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일본이 보도하는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과 공존할 수 없다. 금선희는 지독한 혼란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인 학교 규정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던 그는 이중의 분노를 느꼈다. 첫 번째 분노는 치마저고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는 일본인을 향하고, 두 번째 분노는 여학생에게만 민족의 옷을 입힌 학교를 향한다. 금선희는 두 번의 분노로 ‘재일조선인’인 동시에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한 고민은 그가 미국 유학을 택한 계기이기도 했다. 요컨대 금선희는 복수의 억압된 정체성에서 오는 지독한 소외를 자기 성장의 자원으로 삼았다.
이제 우리는 왜 금선희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에서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동시에 봤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금선희와 도로 위 동물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단단하게 자리 잡은 길 위에 던져진 연약한 존재다. 가해자는 그들의 존재를 기억조차 못 한다.
때문에 동물의 사체를 도로 옆 땅에 묻어주는 금선희의 행위는 동물을 애도하는 일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 모두를 애도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건 길을 만든 사람, 길 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몫이다.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의 슬픔을 모두를 위한 윤리로 확장하여 질문을 던졌다. 이미 부패가 시작된 동물의 사체는 길 위에 끈적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동물의 사체가 길 위에 남긴 흔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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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온라인 상영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 드디어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개막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좋은 의미를 가진 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를 가지 못하시는 분을 위해 영화제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모든 영화를 상영하는 건 아니고 157편 중 60편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또한 결제 및 관람은 6월 15일(수) 11시부터 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온라인 상영작 추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고백할거야 (2021)
ⓒ 온피프엔
SYNOPSIS공개고백을 받은 '성지원'은 대답을 하러 간다.CINE PICK!
'소통을 위해선 솔직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라는 연출을 의도를 가진 영화.
재기 넘치는 연출과 풋풋함이 매력인 영화.
갱생안경 (2021)
ⓒ 온피프엔
SYNOPSIS무능한 루저들을 이기적인 현대인으로 바꿔주는 갱생 안경점. 어느날 그곳에 삼수생이자 봉사왕인 '김영심'이 찾아온다.안경사들과 사장 '수봉'은 '영심'을 바꿔보려 하지만, 그녀는 보통내기 루저가 아니다.이제 안경사들과 '영심'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CINE PICK!
영화는 영심의 성장담을 담으며,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국 영화에서는 드문 장르인 '뮤지컬' 장르를 택해 더욱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교환일기 (2021)
ⓒ 온피프엔
SYNOPSIS베프인 '도원'과 '예림'은 교환일기를 쓰고 있다.CINE PICK!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잊어버린 수많은 이름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만들어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영화.
그날의 우린 (2021)
ⓒ 온피프엔
SYNOPSIS첫 생리가 터진 그날, '우리'의 단체춤 치마에 피가 묻었다.'우리'는 같은 반 친구 '가희'의 치마를 훔치는데 그 모습을 본 '건우'가 그 사실을 빌미로 '우리'에게 이상한 부탁을 한다.CINE PICK!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그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시작한 영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나타냈으며, 색감 또한 예쁜 영화.
메이킹 메모리 (2021)
ⓒ 온피프엔
SYNOPSIS기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아이들은 방학 숙제로 일기장 대신 즐거운 기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데 바쁜 몇몇 부모들에게는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이들을 대신하여 기억대행배우인 '은하'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기억 속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 '재성'애게는 충분한 사랑과 시간을 주지 못하게 된다.CINE PICK!
'기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계'라는 참신한 소재를 다루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아행성 (2021)
ⓒ 온피프엔
SYNOPSIS열여덟 살 '해원'은 엄마를 외롭게 하는 아빠가 밉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영'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빠에게 버림받고 혼자 남게 되는데.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해원'과 '하영'은 철없는 어른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CINE PICK!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후보로 오른 작품이자, 올해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후보에 오른 작품.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호평을 받아 기대가 되는 작품.
얼음 (2021)
ⓒ 온피프엔
SYNOPSIS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로 인해 엄마의 애정과 위로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데려가곤 하던 '도아'.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크림이 말을 걸어온다. 이제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도아', 너에게 힘을 주겠다고...CINE PICK!
참신한 소재, 독특한 색감이 어우러져 오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영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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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추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야 알찬 추석을 보낸 느낌인데요.
거기에 넷플릭스 가족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와 함께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
1. 원더 - 스티븐 크보스키
드라마 ㅣ11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가진 어기. 헬멧 속에 숨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런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팠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이 작은 소년의 위대한 한 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 관람 point
영화 <원더>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선정된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안면기형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설로 썼기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영화로,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될 거라고 보장합니다!
2. 아이 - 김현탁
드라마 ㅣ11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맡긴 싱글맘. 그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학생.
상처뿐인 세상에서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가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안정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 관람 point
영화 <아이>는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싱글맘
그리고 사회,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색감도 따뜻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 마틸다 - 대니 드비토
코미디,가족,판타지 ㅣ9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 관람 point
앞에 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다면,
영화 <마틸다>는 좀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캐스팅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틸다'역의 마라 윌슨은 찰떡 연기를 선보여주었습니다.
4. 펭귄 블룸 - 글렌딘 어빈
드라마 ㅣ 95분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가족도 힘이 되지 못한다. 사고로 장애가 생긴 여자.
그 삶에 상처 입은 까치 한 마리가 찾아든다.
작은 날개에 희망을 싣고. 실화에 기반한 영화.
★ 관람 point
제목이 펭귄 블룸이었기에, 저 역시 펭귄이 나오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 <펭귄 블룸>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5. 닥터 두리틀 - 스티븐 개건
코미디,가족,판타지 ㅣ10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닥터 두리틀.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자신뿐.
아직 세상에 나가긴 무섭지만, 바다 건너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든든한 동물 조수들과 함께.
★ 관람 point
디즈니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주인공이 우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이기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요.
로다주와 마이클 쉰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를 고르신다면 <닥터 두리틀> 추천드립니다.
6. 블라인드 사이드 - 존 리 행콕
드라마 ㅣ 12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부유한 가정에서 살게 된 집 없는 흑인 소년이
보살핌을 받게 되면서 훌륭한 풋볼선수로 거듭난다.
★ 관람 point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는데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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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부대 | 거짓과 진실 사이 공간에 빠질 시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종을 놓치지 않기로 유명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폭로하고 싶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제보자의 증언과 나름의 취재 내용을 더해 단독 기사를 출고한 상진. 그러나 다음 날 기사는 오보로 판명되고, 상진은 그를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과 문자에 시달린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잘리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날, 상진 앞에 의문의 제보자 '찻탓캇'(김동휘)이 나타난다. 자기를 온라인 여론 조작 댓글부대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찻탓캇. 그는 상진이 만전 댓글부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자기와 두 친구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의 여론 조작 수법을 고발하는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한다. 그의 제보를 토대로 상진은 댓글부대의 진실을 찾기 위한 취재를 맹렬히 이어간다. 만전에게 복수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콘셉트 그 자체가 되어버린 <댓글부대>
파울 요제프 괴벨스. 나치 독일의 중앙선전국장이자 국민계몽선전부 장관. 그는 뛰어난 대중 선동 능력을 갈고닦아 나치의 반유대주의를 최전선에서 선전했고,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나치의 악행에 앞장선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권력 장악과 정치적 동원에 탁월했던 선전 방식이 재조명받으면서 그의 이름은 프로파간다의 대명사로도 널리 알려졌다.
괴벨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어록도 여럿 전해진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100%의 거짓말보다는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괴벨스가 이러한 말을 했다는 근거나 출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위의 문구는 그의 능력을 역설적으로 더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는 위의 어록을 체화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극 중 캐릭터는 물론 관객마저도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헤매게 만드는 전개와 반전이 인상적이기 때문. 댓글부대의 역할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재와 콘셉트에 지극히 충실한 작품인 셈이다. 이는 <댓글부대>가 일반적인 사회 고발 영화와는 차별화된 존재감을 보여주는 원동력이다.
아는 맛이 맛있는 전반전
<댓글부대>는 영리하다. 관객의 기대를 정확히 파악한 뒤 가지고 놀 줄 안다. 실제로 <댓글부대>의 전반전은 일반적인 사회 고발물의 전개를 따라간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따라 댓글부대의 역사와 흐름을 추적한다. 주인공의 사연을 쌓아 올린 서사 덕분에 이 전반전은 쾌감이 상당하다. 댓글부대의 피해자인 기자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는, 뻔하지만 검증된 스토리텔링의 힘을 적극 차용했기 때문.
물론 제보자는 말하고, 기자는 듣는 구도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댓글부대>는 이를 물량공세로 만회한다. ‘팀알렙’ 삼인방이 활동한 에피소드만 4개를 선보인다. 그들은 특종 기사를 가짜뉴스로 호도하고, 담배 신상품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인스타그램 테러를 자행한다. 영화는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을 빠르게 넘기며 보여주는 몽타주까지 곁들여 이미 익숙한 여러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로를 이탈한 후반전
그러나 <댓글부대>는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 급격하게 방향을 꺾는다. 임상진은 끈질긴 취재 끝에 마침내 댓글부대의 진실을 손에 넣는다. 회사에도 복직하고, 1면을 장식하는 특종을 터뜨린다. 그렇게 댓글부대의 실체가 온 세상에 알려지고, 상진의 울분도 말끔하게 해소된다. 이처럼 장르적으로 쾌감이 극대화되고 카타르시사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 <댓글부대>는 반전을 선사한다.
영화는 명확한 답과 통쾌한 결말을 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알고 보니 상진이 만전의 댓글부대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는 의심을 퍼트린다. 더 나아가 그가 알아낸 진실이 과연 진실일지 헷갈리게 만든다. 모든 사건이 사실이지만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가명을 썼다는 영화 첫 장면의 자막 때문에 이 반전은 더 혼란스럽다. 완전한 거짓보다는 진실이 약간 섞인 거짓이 더 효과적이라는 찡뻤킹과 괴벨스의 말대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 댓글부대의 목적임을 고려하면 이는 콘셉트에 아주 충실한, 메타적인 전개라 할 수 있다. 감독의 전작을 고려하면 사실 놀랍지 않다. 또 코미디 요소가 거의 없는데도 <빅 쇼트>, <바이스>, <돈 룩 업> 같은 애덤 맥케이 감독 작품이 겹쳐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댓글부대>가 다른 사회 고발 영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만은 분명하다.
부실공사로 쌓은 반전
문제는 뒷심 부족이다. 반전은 그 자체로 분명 인상적이다. 반전을 주면서 의도한 효과도 충분히 느껴지며,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반전이 느닷없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후의 묘사가 반전의 충격을 연착륙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상진은 다시 한번 진실을 추적한다. 새로운 제보자와 취재원을 찾고, 자료를 보강해 첫 기사를 보강할 후속 기사를 완성한다. 두 번 당하지 않기 위해서 댓글부대의 방식을 차용해 기사를 세상에 퍼트린다. 그런데 상진이 2년 간 기울인 노력이 영화 상으로는 5분 여에 불과하다. 에피소드를 여럿 배치한 중반부와 비교하면 균형이 안 맞는다.
끝내 열린 결말인 점도 감점 요소다. 익숙한 장르적 쾌감도 거부하고, 반전 이후의 과정도 생략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반전 자체도 낯선데 낯섦이 배로, 혼란이 제곱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상업영화로서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 할 수 있다. 차라리 반전 이후의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하거나, 반전을 준 지점에서 과감하게 영화를 매조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많은 곁가지
이어 더해 <댓글부대>의 전반적인 만듦새도 세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초반부는 욕심이 과하다. 영화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역사도 역으로 추적해 댓글부대의 출발점을 찾는다. 이는 만전이 여론 조작에 유독 심혈을 기울이는 데에 당위성을 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불필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촛불집회까지 거론한 스케일에 비하면 정치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 또 일반 시민도 대기업의 여론 조작 시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눈치채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적 맥락을 굳이 초반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다. 후반부의 급전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댓글부대>는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주인공 임상진은 전형적이다. 대쪽처럼 곧았다가 꺾인, 그러나 재기를 노리는 기자라는 클리셰를 답습했다. 기자의 취재 과정과 습관을 세밀하게 살린 손석구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 남을 뿐이다. 김성철, 김동휘, 홍경처럼 이미 대세이거나 유망한 배우들을 캐스팅했지만, 그들을 사건 전달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한계라 할 수 있다.
결국 <댓글부대>는 매력적인 소재와 참신한 아이디어의 결합만 인상적일 뿐, 그 파괴력을 감당할 내실이 부족한 영화처럼 보인다. 나름의 열린 결말이 카타르시스의 부재로 읽히고, 완성도를 떨어뜨린다고 느껴지는 결정적인 이유인 셈이다.
Acceptable 무난함
콘셉트와 물아일체 되어 허우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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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녀> 메인 예고편
"네가 누구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 그녀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한다..? 2024년 가장 충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화녀]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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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인사이드 60초 예고편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