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09 14:02:31
내일을 향한 희망을 전하는 영화
조용한 희망
❣️[Cinelab Curation]❣️
힘든 어제의 끝에는 언제나 희망찬 내일이 있기 마련이죠!😆
어떤 이유로든 지쳐 있을 여러분들께 영화를 통해 힘내자는 말을 전해봅니다.
행복은 빈도라고 하던가요?
여러분들의 하루에 기분 좋은 일들이 더 자주 찾아오길,
행복한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되길 바랍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
Relative contents
-
- [BIFF 데일리 ]'아다지오'의 매력으로 가득 채운 '로마 3부작'의 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스테파노 솔리마 stefano SOLLIMA
출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Pierfrancesco Favino, 토니 세르빌로 Toni Servillo, 아드리아노 지안니니 Adriano Giannini, 발레리오 마스딴드리아 Valerio Mastandrea, 지안마르코 프란치니 Gianmarco Franchini
ITALY|2022|127 min|DCP|Color|International Premiere
시놉시스
열여섯 살 소년 마누엘은 부패한 경찰로부터 나이트클럽에서 한 정치가를 몰래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마지막 순간에 비디오를 찍지 않고 도망친다. 그 후로 협박에 시달리게 된 소년은 아버지의 지인인 늙고 병든 과거의 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소년을 구함으로써 늙은 갱들은 속죄의 길을 찾게 될까?
드니 빌뇌브의 뒤를 이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메가폰을 잡은 순간, 이탈리아 영화감독 스테파노 솔리마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데뷔한 순간부터 주목 받은 영화감독이었다. 데뷔작인 <A.C.A.B.>로 2012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 러시아영화비평가상, 국제영화클럽연합상을 모두 수상했을 정도.
이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아다지오>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다. <아다지오>는 데뷔작 <A.C.A.B.>, 2015년 작품 <수부라 게이트>으로부터 주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 동시에 <아다지오>는 솔리마의 '로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솔리마'라는 작가의 한 장이 끝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솔리마가 그의 트릴로지를 끝내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보통 할리우드 작품의 경우 삼부작의 끝을 굉장히 장엄하고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MCU의 많은 삼부작이 그랬고, <반지의 제왕>이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다지오>는 다르다. '아다지오'라는 제목의 이중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데 주력한다.
'아다지오'로 쌓아 올린 분위기
아다지오는 음악 용어다.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을 지녔다. 이는 <아다지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액션 범죄 영화이지만 솔리마는 섣불리 총을 꺼내지 않는다. 경찰과 마피아의 대립인지, 마피아와 또 다른 마피아의 싸움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첫 45분 동안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은퇴한 마피아 '다이노타'(세르빌로). '마누엘'(프란치니)을 협박하는 무자비한 악역 '바스코'(지안니니), 전직 마피아이자 다이노타의 동료였던 맹인 '폴니우만'(마스텐드리아)과 '로미오'(파비노)까지. 영화는 이들의 관계, 목적, 과거사를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마누엘이 그들과 엮이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덕분에 영화는 천천히 끓어오른다. 정보가 풀릴 때마다 긴장감이 찬찬히 쌓인다. 일례로 바스코가 잔인한 악역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드러난다. 그러나 그가 부패한 경찰이라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그 덕분에 그의 신분과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대립 구도와 추격전은 한층 더 분명해지고 절박해진다. 과거와 현재에 걸친 로미오와 다이노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비극은 중반부에야 모습을 드러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불꽃의 미학
캐릭터 활용법도 제목에 충실하다. "아다지오"는 이탈리아 말로 "안녕"이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인사말이다. 달리 말해 <아다지오>는 인생의 끝이 임박한 늙은 마피아들의 작별 인사다. 실제로 세 명의 마피아는 모두 늙고 병들었다. 폴니우만은 눈이 멀었고, 다이토나는 정신이 뒤죽박죽이다. 로미오는 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이다.
솔리마는 그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늦추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담담히 수용하고 끝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마누엘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어려움을 역이용하기에 더 흥미롭다. 시력을 잃은 폴니우만은 바스코의 부하를 맞닥뜨린다. 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찾아온 정전 덕분에 폴니우만은 동등한 처지에서 마지막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다이토나도 마찬가지다. 마누엘을 추적하는 바스코에게 고문당하는 노인. 마지막으로 바스코가 질문하는 순간, 다이토나는 정신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항상 되뇌던 곱셈을 다시 읊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로미오도 다르지 않다. 시한부 인생인 그의 첫 등장은 무기력하다. 침대 아래 바닥에 늘어져 있다. 하지만 마누엘을 만나고, 다이토나와의 악연을 청산한 후에 그는 예정된 죽음을 앞당기는 용기를 보여준다. 한때 원수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바스코와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늘고 병든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촛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준다.
로마는 이렇게 쓰는 거야
로마 활용법 덕분에 이들의 작별인사는 더욱 빛나고, 처연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첫 장면부터 영화는 거대한 화재로 인해 위기에 빠진 로마를 보여준다. 산불 때문에 도시는 점점 자주 정전에 빠진다. 여름과 화재가 겹쳐 도시의 온도는 점점 더 상승한다. 재 구름 덕분에 하늘도 서서히 어두워진다. 불을 피하기 위한 차들의 행렬 때문에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러한 로마는 묵시록의 한 장면 같다.
이에 더해 솔리마는 자기 특기를 살려 로마의 어두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미션 임파서블 7>이나 <분노의 질주 10>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게 한 수 알려주는 듯하다. 값싼 아파트의 철조망과 문은 사람들을 가둔 듯 보인다. 높고 더러운 창문 때문에 햇빛도 잘 안 든다. 이는 마치 벗어날 길이 없는 로마에서의 우울한 삶을 상징한다. 자기 전작처럼 부패한 공권력과 정치인 때문에 범죄에 찌든 도시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로마의 두 이미지가 만나면 <아다지오>의 목적지는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실패한 운명임을 선언한다. 로마의 부실한 인프라는 이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운다. 거대한 산불은 범죄와 폭력으로 찌든 로마를 불태워야 한다는 듯이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는 은퇴한 마피아도,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도 모두 자기 죗값을 치르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은퇴한 마피아가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젊은이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 주려하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스크린으로 끄집어낸 덕분에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더 처연하고, 인상적이다. '로마 3부작'의 끝으로서 여운이 깊은 마무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아다지오'의 일장일단
다만 '아다지오'에 충실한 영화 구조와 흐름은 양날의 검이다. 긴장감을 천천히 쌓아 올려 한 번에 터뜨리는 스토리텔링은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를 조금 접했다면 마누엘을 이용하는 바스코 일당의 목적과 정체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각 캐릭터의 과거사도 쉽게 짐작 가능하다.
물론 중간에 몇몇 장면은 관객을 쥐고 흔들기도 한다. 미친 노인처럼 보이는 다이토나가 한순간 바스코의 경찰차에 올라타 칼을 들고 경고하는 장면, 로미오가 자기 집에 설치된 녹음기를 찾아내는 장면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이다 보니 장르적인 쾌감은 크지 않다. 액션 자체의 절대적인 분량도 부족하다.
종합하면 <아다지오>는 솔리마를 사랑하는 팬에게, 특히 그의 로마 영화를 사랑하는 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반면에 이 작품이 솔리마와의 첫 만남이라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어려운 영화일 수밖에 없다.
Acceptable 무난함
마지막 힘을 짜내 타오르는 로마의 찬란함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10/4~13) 중 상영일정
10월 7일 13:0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상영코 158)
10월 8일 19: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216)
10월 12일 12:0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492)
-
- 무너져 버린 사랑 뒤의 또 다른 사랑.
흔적도 없이, 실체도 없이 사라진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평생 '우리'라는 글자에 그 사랑은 더욱 큰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잃은 상실도 잠시 그 후에 맞이하는 사실이 그동안 믿어왔던 사랑과 헌신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한다.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알면 알수록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메리의 표정과 사랑이 잔뜩 담긴 음성 메시지가 대비된다. 차오르는 감정과는 다르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평온한 얼굴에서 절망이 더 짙게 나타나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간다.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메리는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쥬느와 마주치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그의 집에서 일하게 된 메리는 쥬느의 주변을 관찰하고 어질러진 집 곳곳에서 자신이 알던 남편의 흔적을 찾는다. 끊임없이 파고드는 순간을 반복하며 왠지 모를 긴장감을 자아낸다. 메리에겐 그런 긴장감이 통하지 않는지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또 자신의 몸을 어루만진다. 그 외에 쥬느의 침대에 누워 이들이 나누었던 추억을 바라본 후에도 그의 사랑을 놓지 않으며 마음이 내려앉을 때마다 메시지를 곱씹는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끼는 것일까. 같은 사람을 사랑했지만, 누군가는 외면했고 누군가는 직면한 진실로 인해 그들의 엉킨 마음이 풀린다. 갈라진 벽은 점점 더 틈새를 벌어지게 하고 흩뿌려진 먼지는 시야를 가린다. 자각하지 못한 것들 것 한 번에 덮쳐오며 만료된 메시지와 급속도로 올라오는 감정들이 흘러가는 상황의 범위 위에 있는 선택을 결정한다. 온통 금이 가고 균열이 간 벼랑이 아닌 견고한 벼랑 위에서 사랑 후에 남겨진 그 감정이 나눠지지 않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새로운 시작 끝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움을 맞이한다. 그는 하지 못했던 견고함을 해내는 순간이 이 영화의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영화는 사랑을 ‘하는 중’의 이야기가 아닌 ‘한 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상실 이후에 배신이라는 사실까지 맞이한 여자와 사랑이라는 불확실성에 자신을 던지며 속여온 여자가 손을 맞잡으며 또 다른 감정의 시작을 알린다. 사랑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드라는 존재가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두 여자의 감정들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지만 평이한 이야기 구성으로 갈 수 있는 소재를 감정 중심의 이야기 진행으로 몰입을 높인다. 감정이 아쉽지만, 감정이 좋은 그런 영화라 오래토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윌리 웡카는 초콜릿 속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과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cine pick!
1천 3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1억 5천만 불의 제작비로 완성하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홀리데이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싱글이라 서러운 게 아니다. 또 혼자냐는 잔소리가 지겨울 뿐. 우연히 만난 동병상련 남녀, 명절용 파트너로 계약 체결! 사귀는 척만 하기로 했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cine pick!
매 공휴일마다 싱글이냐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사귀는 척을 하기로 하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초콜릿
ⓒ 네이버 영화
synopsis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신비한 여인 비엔이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비엔의 초콜릿으로 상처를 치유한 마을 사람들은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지만, 마을 시장은 그런 변화를 아니꼬워한다.
cine pick!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강한 울림을 주며,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네이버 영화
synopsis
짝사랑의 마음을 몰래 편지로만 남겨두었던 라라진. 어느 날 그들에게 썼던 비밀
러브레터가 발송 되면서 아슬아슬한 연애 소동이 시작된다.
cine pick!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영화를 를 공개했던 그해(2018)에 가장 많은
다시보기를 기록한 영화 2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과자점 코안도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도쿄의 인기 양과자점 ‘파티쉐리 코안도르’를 무대로 한 조각의 케이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꿈과 인생이 담긴 달콤 쌉싸름한 감동 드라마
cine pick!
영화는 올해 제26회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파리로 가는 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영화 제작자 남편 마이클과 함께 칸에 온 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건너뛰고 파리로 가기로 한다.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 자크가 앤의 여정에 동행하고, 파리
까지의 낭만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cine pick!
코폴라 감독의 영화 감독 데뷔작이자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를 직접 여행하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여행의 낭만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샘 레이미, 마블에서 B급 감성을 뽐내다
-
샘 레이미 감독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히어로 영화 장르에서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그는 데뷔작인 공포영화 <이블 데드>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보여줬다. 그가 처음 적용했던 악령 시점으로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는 이후에 샘 레이미의 연출작에 거의 매번 다시 재활용되었다. 또한 시체의 팔이 땅을 뚫고 손을 뻗으며 등장하는 장면도 종종 사용된다. 무엇보다 샘 레이미는 그가 좋아하는 B급 영화의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고 그가 시도하는 새로운 영화에 잘 녹여 사용하면서 그의 색깔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다양하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 영화, <이블데드>, <드래그 미 투 헬> 같은 호러, <심플플랜> 같은 스릴러 그리고 <사랑을 위하여> 같은 드라마 장르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완성해냈다.
그가 이번에 택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영화다. 마블이 계속 연달아 제작하고 있는 영화들은 각 히어로 별로 고유의 특성을 살린 개별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반적 관점에서 영화들을 조망해보면 개별 히어로들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어 아주 크고 넓게 구축되고 있는 세계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히어로 영화들에 새로운 캐릭터나 확장된 세계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그 범위를 더욱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게 구축된 A급 세계관 중 하나를 B급 감성을 뽐내는 샘 레이미가 연출하게 된 것은 꽤 의외다.
B급 감성의 샘 레이미 감독이 다시 선택한 히어로 영화
샘 레이미는 2013년에 연출한 <오즈 더 그레이트 앤 파워풀> 이후 다른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다른 영화 제작에만 간간히 참여를 하다가 <스파이더맨>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택한 것이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사실 연출 자유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이미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와 그의 동료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관 속이고 미래의 방향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시리즈에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샘 레이미가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이미 캐릭터의 특성이나 성향이 대부분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재창조하거나 감독의 색깔을 덧붙이는 작업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이 강력하게 박혀있는 영화다. 이미 구축된 세계관, 캐릭터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드러내면서 이 영화만의 개성이 생겼다.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는 장면, 드림 워킹으로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는 장면에선 샘 레이미가 잘하는 시점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고, 그가 <이블데드>에서 활용했던 시체가 땅 속에서 손을 뻗는 장면도 이 영화에 그대로 오마주 된다. 또한 감독 특유의 B급 감성과 유머가 영화 전반에 녹아들어 있어 그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지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실수로 열어버린 멀티버스 때문에 스트레인지가 만나는 위험이 담겨있는데, 완다가 흑화 된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이 영화의 빌런을 맡고 있고 유니버스 간 차원 이동 포털을 열 수 있는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등장해 마블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킨다. 차원 이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찾으려는 스칼렛 위치와 그것을 막으려는 스트레인지의 대결은 두 마법사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하고 치열하게 펼쳐진다.
영화의 대결구도는 분명하다. 스칼렛 위치는 다른 차원에 있는 자신의 두 아들을 뺏으려는 인물이고, 스트레인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차원 이동 능력이 있는 차베즈를 지키려고 한다. 두 캐릭터의 싸움은 자신의 아이를 차지하고 보호하려는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진짜 자식은 아닐지라도 이들이 공격하고 보호하는 각각의 목적 자체는 일종의 유사 자녀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스칼렛 위치가 뿜어내는 사악한 기운은 샘 레이미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며 더욱 공포스럽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분명 닥터 스트레인지지만, 영화를 보고 기억에 더 남는 건 스칼렛 위치의 모습이다.
화려한 영상에 담긴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1편에서는 시공간을 뒤트는 마법을 보여주는 시각효과가 인상적이었고, 꽤 많은 분량이 영화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편에서는 시공간이 뒤틀리는 장면은 줄어들고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할 때 순식간에 화면의 질감이나 특성이 변화되는 장면이 등장하고 마법 능력을 이용한 타격 액션이 영화에 주로 담겼다. 특히나 영화 중반 다른 버전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음표를 이용한 독특한 액션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유머까지 더해져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을 붙이며 이것이 그의 영화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멀티버스라는 다중우주를 이용하는 영화인만큼 영화는 다른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예고편에서부터 추측 가능했던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고 스칼렛 위치와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다른 유니버스의 캐릭터를 조금은 보여주기 식으로 활용하고 퇴장시켜버린다. 그런 측면에서는 멀티버스의 다양한 캐릭터에 기대를 했던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조금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그들의 퇴장 이후 다시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에 집중하면서 넓혔던 이야기를 다시 압축하여 제시한다.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를 이용하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샘 레이미 감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야기나 캐릭터 이외의 부분에서 자신의 색깔과 하고 싶은 것들을 풀어낸다. 이야기가 그렇게 촘촘하지 않았던 <닥터 스트레인지>의 1편이 뛰어난 시각효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역시 시각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감독 특유의 색깔이 화려한 영상 효과와 결합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맡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스칼렛 위치를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은 기존 마블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화려한 볼거리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게 배우들의 시너지를 화면상에 적절하게 표현하게 만든 것도 감독의 좋은 역량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영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편과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을 봐야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와 그가 겪는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고, 스칼렛 위치의 탄생을 보여주는 시리즈 [완다비전]을 봐야 이번 영화에서 스칼렛 위치가 왜 빌런이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 확장되고 있는 마블의 영화들이 이제는 시리즈와 영화를 넘나들기 때문에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에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샘 레이미 같은 색깔 있는 감독을 데려다 연출에 활용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계속 이어질 마블의 영화들이 과연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https://rabbitgumi.stibee.com/
-
- <낫 아웃> - ‘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도루’
낫 아웃 (NOT OUT)
개봉일 : 2021.06.03
감독 : 이정곤
출연 : 정재광, 정승길, 김희창, 이규성, 송이재
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도루
아웃과 세이프, 득점 또는 실수, 승리와 패배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야구 세계. 그리고 그 세계 구석 어딘가에서 “그냥 야구를 하고 싶어요.”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 소년이 있다.
코치, 감독의 갑질, 금품 요구, 비리, 성추행 등 스포츠계뿐만이 아니라 많은 직업군에서 선배, 상사들에 얽힌 파문이 끊이지 않는 요즘. 이 소년의 더럽혀지지 않은 꿈에 대한 외침이 한층 더 처절하게 느껴진다.
<낫 아웃>의 주인공 광호는 열아홉 살 야구 입시생이다. 기적적으로 안타를 날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자칭 타칭 이 팀의 에이스다. 친구들은 광호의 실력을 부러워하며 그 정도면 무조건 선발일 거라며 부러워하고, 광호도 친구들 앞에서 내색은 않지만 분명 선발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이제 진짜 야구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거라, 진짜 선수가 되어 야구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광호는 믿고 있었다.
하지만 노력과 실력으로 모든 걸 이뤄낼 순 없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세상이 그렇다. 돈과 바탕(또는 인맥). 아무리 투명해 보이는 집단이라 하더라도 경쟁을 하고 순위를 정하는 순간, 이 두 가지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안타깝게도 광호는 가진 게 없다. 선뜻 내밀 수 있는 두툼한 돈 봉투도, 감독님과 끈끈한 친분을 유지할 높은 직위를 가진 부모님도 없다. 있는 거라곤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과 악바리뿐이다.
광호는 어떻게든 이 꿈을 지키고 싶어 한다. 선발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에 오르고 싶고 승리하고 싶다. 아웃되는 선수가 아닌 항상 경기의 중심에 서있는 선수가 되고 싶고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 선발에 탈락한 시점, 꿈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대학에 가는 일뿐이다. 광호는 돈과 바탕으로 이미 다져놓은 아이들의 자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는 불법적인 일도, 아버지에게 상처가 될 말을 내뱉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어떻게든 아웃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친다. “나 야구 계속하고 싶다고..” 어떤 순간엔 체념을 한 듯, 어떤 순간엔 울분에 차 폭발하듯 내뱉는 이 한마디가 가슴을 쿵쿵 때린다. 이 엉망진창인 세계에 덩그러니 남겨진 소년의 어깨엔 남아있는 힘이 없다.
낫 아웃 시놉시스
기적이 일어났고, 끝까지 가고 싶었다.
특별할 것 없던 열아홉 고교 야구 입시생 ‘광호’는 봉황대기 결승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다, 잘 될 것 같았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광호’.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광호’는 친구에게 불법 휘발유를 파는 일을 소개받아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광호’는 친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끝내기 안타! 우승입니다!” 흥분한 해설 위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친구들이 광호를 둘러싼다. 광호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팀의 에이스가 된다. 광호도 친구들 앞에서 뽐내지 않을 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연습생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선발을 기다리던 광호는 결국 불리지 않는 자신의 이름에 절망한다. 분명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다른 기회도 모르는 척 외면해버렸는데.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한순간에 벤치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남은 건 손에 깊이 박힌 굳은살뿐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그냥 계속 야구만 할 수 있으면 돼요. 제 꿈이었단 말이에요. 드래프트.
광호는 열심히, 잘하기만 한다면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연습생 제안을 거절할 때도 “저 원래 후회 같은 거 안 하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여러 기회들은 순식간에 광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버린다. 광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배를 불려줄 능력이 있는 선수. 광호가 기대하거나 차버린 기회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향한다. 광호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죽어라 달리지만 간신히 그 자리를 유지할 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갑자기 선발이 된 친구와 부모님의 경제력으로 대학 자리를 봐둔 친구를 보며 광호는 돈을 써서라도 야구를 할 마지막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정이 어려운 아버지에게 상처가 될 말도 해보고, 불법 휘발유를 팔기도 한다. 광호의 친구 민철은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관두고, 베트남으로 떠나기 위해 불법 휘발유를 팔며 돈을 모으고 있다. 민철의 친구라는 수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 돈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떠밀려온 광호를 보며 “너무 자주 나오진 마.”, “이쪽으로 오지 마.”라고 선을 그으며 광호가 이런 불법적인 일에 더 이상 엮이지 않도록 선을 그으려 노력한다.
나, 야구 못한 거 아냐. 존나 잘했단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급해진 광호는 결국 민철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게 되고, 일이 잘못돼 다친 민철을 생각하며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더 야구를 포기할 수가 없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 먹던 햄버거를 혼자 먹게 된다 해도, 나보다 더 돈이 많은 친구가 내가 가고 싶은 대학에 미리 자리를 닦아놨다 하더라도, 화가 난 감독이 손찌검을 하더라도, 엄마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식당을 팔게 되더라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외친 이상 야구를 포기할 수가 없다. 광호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위해 식당을 비우고 광호는 매일 아침 “뛰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복해서 운동장을 돈다.
꿈과 열정, 실력이 있으면 당연히 선발이 되고 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실력이 아닌 돈으로 자신이 갈 길을 닦아놓았고 누군가는 나의 이익을 위해 파릇파릇한 꿈을 이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절한 이의 앞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꿈만 갖고 있던 광호는 이런 이들에 의해 밀려 갈 곳을 잃는다. “저는 어디로 가요?”라고 묻는 떨리는 광호의 목소리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결국 광호도 어머니의 식당을 판 돈으로 자리 하나를 챙기게 된다. 야구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던 아버지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순수했던 광호의 꿈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조금 찌그러들게 된 순간이다. 하지만 그저 ‘야구를 하고 싶었던’소년은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배트를 손에 든다. 어찌 됐든 광호의 꿈이 지켜지긴 했지만 이 세계에서 아웃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도 처절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
-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성범죄를 다루는 윤리적인 방식
6월 15일,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12층 씨네큐는 제법 소란했다. 어린이영화제인만큼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영화관에서 오랜만에 어린이들을 많이 봤다.
앞서 <키즈 크리에이티브2>를 관람하고 나와 라운지에 앉아 있었는데, 대략 스무 명쯤 되어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내렸다. 어린이영화제에 어린이가 참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임에도, 어른 사회에 절여진 탓인지 '이 어린이들이 무슨 영화를 보는 거지, 나랑 같은 영화는 아니겠지' 등의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그러고서 아, 이건 어린이영화제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어린이혐오를 했구나 싶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노 키즈 존'이 만연한 이 땅에서, '예스 어린이 존'을 표방한다. 우리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하다고 해서 얼마나 이들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내가 가는 카페, 영화관, 식당에 와서는 안 되지만, 뭔가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 '0린이'라고 부르는, 모순적이고 자기애적인 어른들도 이제는 좀 성장해야 할 때이다.
<오팔>은 카리브해 출신의 알랭 디바르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러닝타임이 85분으로, 길지도 짧지도 않다. 영화의 배경은 카리브해처럼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왕국이다. 왕국은 마법으로 유지되는데, 마법의 근원은 공주 '오팔'에게 있다. 오팔이 행복하면 마법의 기운도 세지고, 불행하면 마법의 기운이 약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꽃들이 시들시들 죽어간다. 세계를 관장하는 신, 이로코는 마법의 힘이 약해진 것은 공주에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주는 성에 갇혀 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나가는 것은 열쇠를 가진 자만 가능하다. 공주에게는 열쇠가 없다. 매일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공주가 탈출하고자 하는 까닭은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밤중에 공주의 방에 찾아와 마법을 훔쳐간다. 공주는 고통스러워하며, 빌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그래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괴물과 싸우려면 너의 마법이 필요하다, 네가 마법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을 것이다, 등의 이유로 공주의 마법을 훔친다.
영화 시작 전 감독 인터뷰가 짤막하게 나왔는데, 감독은 이 영화가 친족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과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영화에서의 마법, 그것을 빼앗아가는 아버지는 친족성범죄의 알레고리(우화)이다.
친부, 계부, 친오빠, 사촌오빠 등의 성폭행 사례는 당장 포탈사이트에 검색해보아도 오늘, 어제, 이틀 전, 일주일 전, 끊임없이 쏟아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를 버릴까 두려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가 가정이 깨질까봐, 자기 때문에 모든 걸 망칠까봐 어디다 털어놓지도 못한다. 범죄자 아버지여도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사랑한다.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 사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은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온전히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음을 상처로 품고 사는 어른들이 많다.
오팔은 엄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지만, 엄마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오팔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며, 오로코신 앞에 오팔이 불려갈 때도 입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 말을 들은 오팔은 아무일 없다고 하지만, 신이 오팔에게 선물한 인형에는 눈과 입이 있어 모든 것을 목격한다. 이 역시 낯선 현상이 아니다. 친부, 계부, 또는 오빠의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딸의 입을 틀어먹는 엄마들이 숱하게 많았다. 자아를 남편, 아들에 의탁한 여자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그 전에,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오팔이 무의식으로 들어갔을 때이다. '지하감옥'인 줄 알았던 그곳은 사실 오팔의 무의식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억압해왔던 슬픔, 분노, 죄책감, 수치심, 좌절감 등을 만난다. 그들은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들처럼 살아있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괴물'은 그들을 잡아먹는다. 그들이 잡아먹힐 때마다 오팔은 억압해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끝내 오팔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력해지도록, 더 이상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때, 오팔은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 <오팔>을 볼 수 있는 OTT는 없는 것 같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6/22(수)에 재상영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법'은 다양한 사건으로 치환될 수 있다. 감독이 의도한 친족성폭행 문제일 수도 있고, 친족이 아닌 성범죄일 수도 있고,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상처나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우리는 너무 아픈 기억은 무의식 속에 숨겨놓고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며,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프로이트식 방어기제이다.
영화는 지극히 프로이트적으로 접근하는데, 영화 도중 자아(EGO), 초자아(SUPEREGO)라는 글자가 수수께끼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모든 수수께끼는 마지막에 가서야 풀린다. 의식과 무의식을 통하여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에 가까운 과정을 볼 수 있고, 우리는 직접 정신분석을 받지 않았지만 영화를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날것'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자극적인 영화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성폭력을 다룬 영화도 부지기수이다. 지금까지 성폭력을 다룬 영화들은 대개가 성폭행 장면을 아예 대놓고 보여준다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강간 장면을 목도하였나. 그것은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고민 없는 연출인가.
<오팔>의 미덕은 성폭행의 장면을 묘사하지 않고도 충분히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봤으면 좋겠다. 특히 그루밍범죄에 노출된 아이들, 어른들로부터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보아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어린시절에 받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은 어른들 또한 <오팔>을 보고 치유받았으면 한다.
*
입장 전 떠들석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86분의 러닝타임 내내 아이들은 무척 정숙했고, 진지하게 영화를 보았다. 내 앞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앉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그들끼리 제법 진중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은 어쩌고 저쩌고 해도 대개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
-
- 탑건이 해군? 당신이 모를 수 있는 5가지 사실들ㅣ탑건:매버릭ㅣ탑건2ㅣ탑건 매버릭ㅣ톰 크루즈ㅣ
'탑건2'는 2019년 7월 12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톰 크루즈가 직접 전투기를 몰기 위해서
촬영까지 중단하고 2020년으로 개봉을 연기했다고 합니다영화 역사상 최초로
배우가 직접 전투기를 몰게 되는데...
진짜 이 정도면 이 형은 기네스북은 물론이고
인간문화재에도 등재되어야 할 수준지금의 톰 크루즈를 있게 한 그 영화가
34년 만에 속편 "탑건:매버릭"으로 돌아옵니다
톰 크루즈가 34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제작진 및 출연진
감독: 조셉 코신스키
제작: 제리 브룩하이머, 데이빗 앨리슨, 톰 크루즈, 데이나 골드버그, 돈 그레인저
각본: 크리스토퍼 맥쿼리, 피터 크레이그, 저스틴 마크스, 에릭 워렌 싱어
출연: 톰 크루즈, 마일스 텔러 외
장르: 군사, 액션, 드라마
제작사: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 스카이댄스 미디어, TC 프로덕션, 텐센트 픽처스
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개봉일: 2020년 6월
촬영 기간: 2018년 5월 30일 ~ 2019년 4월 15일
음악: 해롤드 팔터마이어, 한스 짐머#탑건2 #탑건매버릭 #탑건예고편
-
- 밝혀지는 라이온 킹의 대서사 / 무파사: 라이온 킹 / 라이온 킹의 프리퀄 / 형제에서 적으로 / 감춰진 스카의 이야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무파사: 라이온 킹"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따로 없네요~
-
- 영화 <미러 넘버 3> 메인 예고편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작품 원소 3부작 완성작 파울라 베어 주연 · 2025 칸영화제 초청작 '미러 넘버 3 (Miroirs No. 3) 25년 10월 1일 개봉
-
- 넷플릭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공식 예고편
옛 사랑 그녀의 얼굴을 페이스북에서 보았다. 이 작은 우연이 40대가 된 나를 과거로 데려간다, 내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반짝였던 90년대 그 시절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분노》의 모리야마 미라이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