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주2025-04-12 22:52:07
사랑은 <곤돌라>를 타고
영화 <곤돌라>
<곤돌라>는 작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곤돌라를 타는 두 승무원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한정된 로케이션에서 한정된 배우들을 가지고, 곤돌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이든 하는 전에 없던 이상하고 과감하고 대범한 영화다.
•레즈비언 영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냐는 듯 당연하게 레즈비언 영화이고, 새로 온 승무원 ‘이바‘를 반대편 곤돌라의 승무원 ’니노‘가 처음으로 발견하는 장면부터가 섹슈얼하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이 깔끔하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곤돌라
낡고 오래되었고, 겉에서 보면 술을 담아 마시는 위스키 보틀처럼 생겼다. 곤돌라는 무려 영화의 제목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소재인데 한국 포스터 카피를 보면 더 느낌이 온다. ’우리의 찰나, 쌓이는 낭만‘. 두 승무원이 처음 사랑을 쌓아 갈 때는 서로 마주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곤돌라가 맞닿는 시간이 너무 찰나이다보니 더욱 애틋해지는 것이 있다.
•이상한 유머 코드
카피에 ’낭만‘이 들어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영화를 보고 너무 이상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나서야 탄식했다. 독일 영화였구나. 그래서 이렇게 이상했구나. 독일의 유머 코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아듣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곤돌라>에도 너무 요상해서 그냥 막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후반부의 밤의 밀회 같은 부분에서 말이다.
검은 옷을 입은 어머니라든지 휠체어를 탄 남자, 어린 소녀와 소년 등 심리학적 상징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상한 캐릭터들도 곳곳에 보인다.
•인물들
이토록 기이하게 수상한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당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미워하기 너무 쉽고 매력없기 때문에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오히려 약해진다. 사실 우리 두 주인공들도 그렇게 재미있고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는 심오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기보다 허허 웃고 마는 느낌이다. 러닝타임도 82분으로 유별나게 짧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늘린 느낌도 있었다.
•무성영화
등장인물들은 말이 없다. 그래서 곤돌라를 조작하는 소리,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 음악 소리들이 더욱 잘 들린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성영화라니 감독의 의도와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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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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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뽑은 올해 탑 10 영화
그렇게 한 해가 갔다. 올 한 해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을 낸 감독과 배우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근데 아쉬운 건 우리나라의 개봉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근거 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뭔가 체감상 그런 느낌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 된 작품들이 많이들 상영되길 바란다. 기준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며, 많은 이들이 이 작품들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10. <세 자매> / 이승원
문소리-김선영 배우가 청룡영화상 주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난 문소리 배우하면 생각나는 되게 전형적으로 연기하는 이미지가 있다. 똑순인데 씩씩하게 사는 허당 역할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느낌? <메기>와 <하하하> <여배우는 오늘도>같은 작품들이 되게 한 갈래같이 느껴졌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되게 문소리 식 연기를 한 것 같으면서도 속은 곪을대로 곪은 중년 여성의 내면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겉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트라우마를 종교로 귀결 낼 수 없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 분출하는 분노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괴리를 모두 살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이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는 김선영 배우였는데, 엄마 연기 달인 다운 면모가 있다. 딸래미한테도 핍박받고, 남편한테도 쿠사리먹고, 온 세상이 함부러 대하는 소심한 어머니상을 손짓 하나 표정 하나로 구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자매인 장윤주 배우의 연기나 현봉식 배우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둘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코미디로서, 또 드라마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후반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읭? 스러운 선택지를 고른다는 점이나 전체적인 설정이 좀 과하다는 점은 아쉽긴 한데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듯. 마음 속의 억눌린 무언가가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왓챠에 있음.
9. <랑종> / 반종 피산다나쿤
개인적으로 <티탄> 만큼이나 문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난 진짜 극장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반해 몇몇 분들은 재미 없었다고 하니 그 선명한 호불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페이크다큐라는 장르적인 허점이나 굳이..? 싶은 부분까지 만든건 몰입을 깨는 요소가 맞다고는 생각하나 님 역 배우의 중후반까지 끌고가는 카리스마나 촬영한 장소, 태국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나홍진식 염세주의의 글로벌화(?)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간략하게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흔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클리셰라고 한다. 그 클리셰라고 하는 게 ‘아 또 이 짓거리 하네 뻔하네 ㅋㅋ’ 싶으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그게 좋은 쪽으로 발휘가 되곤 하는데, 난 랑종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정말 여기까지 갈 것인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운명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잘 표현한 호러영화다. 아시아 공포영화 수작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넷플릭스에 있음.
8. <바쿠라우> / 클로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브라질 영화임. 한 정치인이 있다. 이 사람은 시장직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근데 또 이 인물은 반지성주의자라 책도 지식도 전부 부정한다. 이 인물이 한 마을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바쿠라우라는 이 가상의 도시에 보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플롯으로 담았다. 올 해 개봉했던 <레 미레자블>의 광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내 폭주하다 결국 파국으로 가는 영화였다. 나는 이 <레미레자블> 영화의 에너지가 ‘빨리 달린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바쿠라우>는 살짝 다르다. 광기에 씌인 채로 달린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게 있으면 그걸 다 부숴가며 달리는 느낌인 것이다. 이렇게 현재 브라질이 처해있는 원주민과 개발자들간의 갈등을 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비틀어 영화화 한 작품이다. 슬래셔 호러나 스릴러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네이버에 있다.
7. <루카> / 에린코 카라로사
난 항상 왕따였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도 내 공감을 오롯이 받지 못했기도 하고. 부족한 사회성 탓에 난 항상 모난 돌이었어서 세상에게 딱 미움 받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미움을 당연히 받아서는 안되는게 맞고, 왕따의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모든 축복을 비는 건 여전하지만 난 아픔에서 나아가기 보다 내가 세상을 먼저 따돌리던 쪽에 가깝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외로워서 그랬던 거지.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 누구에게 든든한 어깨가 될 수도 있고 푸근한 품이 될수도 있다. 이 <루카>는 든든한 품같은 이야기다.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 사이에서 세상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따뜻하게 품는 인생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보여주는 듯한 영화다. 디즈니플러스에 있음.
6.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존 왓츠
블랙 위도우 - 샹치 - 이터널스로 올해 좀 심심했던 마블이 힘 좀 준 작품이다. 12월 15일 개봉 이후 스포가 사골국같이 우려졌을 것 같아 굳이 더 이야기를 쓰진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톰과 파이기가 아카데미 의식을 하지 않아도 MCU가 극장에서 준 전율과 감동을 믿는다. 그건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훌륭한 3부작 마무리다. 현재 상영관에 걸려있다.
5.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 도이 노부히로
사람은 누구와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또 헤어질수도 있다. 그건 당연한 것. 근데 그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게
있는거 같다.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람이라면 겪을 성장통과도 같은 뭐 그런 것이다. 이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또 겪을 수 밖에 없는 감정과 과정을 그린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사랑에 빠져 아름답게 불태운 지나간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영화인 셈이다. 보내기 싫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품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게 누군가의 심각하게 상처를 준 일(데이트폭행, 바람 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별이었다면 가끔은 그들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향기롭게 시드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박평식 평론가의 평가가 생각나네. 올 해 나온 로맨스코미디 영화중 단연 최고다. 네이버에 있음.
4.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영화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라던가, 예전에 썸타던 여자가 1년만에 유학 돌아와서 사귄다는가 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별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지 않나. 몇몇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별과 재회는 항상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이 <노매드랜드>는 이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영화같지 않은 하루로 가득찼다. 근데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별, 참 어렵다. 보낸다는 건 그 사람과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근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진짜 이별의 가치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보내지 않았기에 사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안녕이란 없으니까. 네이버에 있다.
3. <당신얼굴 앞에서> / 홍상수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홍상수는 영화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같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비꼬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그 사건 이후 홍상수는 자기의 심리상태를 은연중에 투영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혼자’라는 제목을 통해 모든게 끝나고 나서의 자기와 김민희 배우의 모습을, <강변호텔>은 삶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인물의 욕망 발현을, <풀잎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세 작품 다 ‘한 사건이 있고 나서 느낄 수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순간’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이 <당신얼굴 앞에서>는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혐오가 아닌 순수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그런 시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홍상수는 더이상 무언가가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얼굴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찌질함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보이는 상황에게 신뢰를 주려고 하는게 아닐까. 묘한 위로감에 감사했던 영화다. 네이버에 있다.
2. 소울 / 피트 닥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사실 세상에게 할 말이 없다. 내 동기부여의 본질을 깨달았거든. '정공'이라 사람들을 욕하는 미친 세상에서 군 문제도 공익으로 빼고 1인분 하는 것도, 토익 900점도, 수많은 경험치와 내 능력도 다 사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것도 몰라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멀어지는게 두려운게 요즘의 나다. 그 덕에 나한테 일어난 일도 아닌데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무례한 어떤 이를 미워하다가 오바하는게 맞는거 같아 실제로 표현하기엔 소심해지고, 어려운 현실에서 잘 개척해냈다는 확신은 있지만 왠지 인스타 좋아요 개수부터 사람들에게 비호감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에 헤어나오질 못했던 것 같다. 소울은 이런 회의감에 대한 영화다. 과연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했을 때, 미래가 달라질까? 내가 친구가 많아진다고 또 돈이 많아진다고 행복해질까? 아닐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의 순간이다. 정말 삶에서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작은 순간들이 아닐 지. 삶의 동기부여를 잃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보다 색다른 접근법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디즈니 플러스에 있음.
1. <드라이브 마이 카> / 하마구치 류스케
이해. 난 그 사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까? 확신 할 수 없다. 나는 사실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지 깨달은 사람인 듯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공허함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는걸. 난 이제까지 헛걸음을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늘 외롭고. 뭘 원하든 그걸 가져다주지 않고. 또 이게 당연한 사실인데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또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고 본질적인 무언가를 꺼냄으로서 치유받는 것이 아닐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3시간동안의 운전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서 들었던 애매묘호한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올해의 영화.
번외
<해피 투게더> / 왕가위
코시국으로 인해 극장가 재개봉 메타가 불었고, 왕가위 특별전이 열리면서 다시 상영관에 걸린 작품.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중요한게 무엇일까? 새로운 걸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만 찾아 다른 길을 떠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 해에는 온 몸을 부딫히며 사랑해야지. 어떤 순간이든 행복한 채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올해 재개봉 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으며 내 인생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올해 4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이게 사람이냐 소냐? <파워 오브 도그>로 아마 아카데미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각본을 담당함. 대체 뭘 먹고 살아야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것일까? 단 3편만으로도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력하니 그 클래스가 어마어마하다. 시간 나는 분들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 해도 꽤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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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2주 개봉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 2022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 ‘블랙 팬서’가 돌아온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블록버스터입니다.
1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와칸다'의 모습과 깊은 바닷속 신비로운 세계인 '탈로칸'이 압도적인 비주얼로 펼쳐지는 동시에
이들이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전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강렬한 액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2022년 대미를 뜨겁게 장식할 최고의 마블 스튜디오 기대작 와칸다와 탈로칸의 확장된 세계관!
이번주 추천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입니다.
첫번째 아이 FIRST CHILD , 2021
2022년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영화 "첫번째 아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통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입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배우 박하선의 섬세한 연기와 신예 허정재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묵직한 촬영이 주목받은 작품이죠
드라마, 영화,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망라해 다양한 매체와 장르,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박하선의 스크린 주연작입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소셜 딜레마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이 돋보이는 신예 허정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작 단편영화들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감각을 입증받으며 차세대 감독으로 떠오른 허정재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우리 시대의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이번주 추천영화 "첫번재 아이" 입니다.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我吃了那男孩一整年的早餐 , My Best Friend's Breakfast , 2022
대만 박스오피스 1위!, SNS 신드롬 실화 로맨스 원작
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는 2015년 대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D card에 '난 1년 동안 그 소년의 아침을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한 여대생이 올린 실제 남친과의 귀여운 러브스토리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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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소설로 각색되어 여러 언어로 번역 및 출판되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실제 주인공은 2018년 결혼에 골인하며 대만 SNS를 강타한 실화 로맨스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로 탄생했습니다
1020 관객들의 취향 저격 영화! 첫사랑 먹방 로맨스!
이번주 추천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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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 프로답지 않다는 개성 혹은 실망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CIA에서 데이터 분석관 겸 해커로 근무하는 '찰리'(라미 말레). 어느 날, 그에게 정보원 '인퀴린'(카이트리오나 발페)가 보낸 첩보 하나가 도착한다. CIA의 '무어'(홀트 맬컬러니) 본부장이 잘못된 작전의 경우 투입된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인명피해도 축소하는 식으로 작전 보고서를 조작해 오고 있었다는 것. 이에 더해 일부 테러리스트들과 손잡고 있었다는 의심까지도. 찰리는 이 첩보를 상부에 보고할지 말 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다음 날 찰리는 마음을 굳힌다. 런던 출장 중이던 아내 '사라'(레이첼 브로스나한)가 4명의 테러범에 의해 살해당한 가운데, 정작 CIA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거나 사살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 이에 찰리는 기밀 정보를 무기 삼아 무어 본부장을 협박하고, 아내의 복수를 직접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설령 컴퓨터나 두들기고 사람 한 번 죽여 본 적 없는 ‘아마추어’라고 무시당하더라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누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 돈이다. 프로는 돈을 받고 일한다. 아마추어는 업이 아니라 좋아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의 어원만 봐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어휘 'amator'다. 그 연장선상에서 아마추어는 실력을 평가하는 어휘로도 활용된다. 프로 축구 선수에게 아마추어 선수보다 능력이 없다는 혹평은 돈값을 하지 못한다는 모욕이다.
그런데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는 어떤 일을 하는 태도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프로 같다는 표현은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붙는 경우가 많다. 냉철하게, 능률적으로 과업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 반면에 일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자주 동요하는 사람에게는 아마추어 같다는 표현이 활용된다. 돈이라는 대가와 목적보다 사랑과 열정이라는 동기에 충실한 사람이 아마추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세 번째 기준은 흥미롭게도 첩보 영화에서 클리셰로 자주 활용된다. 처음 임무에 나서거나, 임무를 받는 요원에게는 꼭 사람이나 동물 등 생명을 죽이는 과제가 주어진다. 살인이라는 행위가 유발하는 혼란, 두려움, 망설임 같은 온갖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 즉 프로인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인 셈이다. 이는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도, <킹스맨> 시리즈에서도 스파이가 되는 마지막 단계였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 어떤 첩보 영화보다도 아마추어 첩보원과 프로 스파이를 가르는 심리적 경계선에 주목한다. CIA 사무직인 찰리가 아내를 죽인 테러범에게 복수할 때 직접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지, 그의 심경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달리 말해 그가 아마추어로 남을지, 프로가 될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아마추어>를 차별화한다. 아마추어스러운 완성도가 그 묘미를 묻어 버리는 게 문제일 뿐이다.
복수에 성공한 아마추어 첩보원
<아마추어>는 본격적인 찰리의 복수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프로 스파이와 아마추어 첩보원의 차이를 명확히 짚는다. 무어 본부장을 협박해서 현장 요원 훈련을 받게 된 찰리. 그의 훈련이 끝날 때쯤 '헨더슨'(로렌스 피시번) 대령은 그에게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을 알려준다. 밤중에 찰리를 깨운 그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라고 윽박지르고, 끝내 방아쇠를 못 당긴 찰리에게 결코 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프로 첩보원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순간에 아무 고뇌 없이, 기계처럼, 그저 훈련받은 대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야 임무도 완수하고, 생존할 수 있으니까. 그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는 여전히 아마추어다. 테러범 4인 중 처음으로 찾아낸 여성 테러리스트가 무방비로 등 뒤를 내주었는데도 찰리는 그녀에게 총을 쏘지 못한다.
하지만 찰리는 아마추어라는 한계를 깨지 못하면서도 목적을 착실히 달성한다. 상대방에게 직접 총알을 박아 넣지는 못하더라도 아마추어스럽게 아내의 복수를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질식시키거나, 옥상 수영장을 붕괴시켜서 사고사로 가장하는 식이다. 테러범들을 하나씩 찾아 죽이면서 찰리는 아내를 직접 죽인 네 번째 테러범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도 직접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찰리의 복수는 아마추어스럽다. 그는 마지막 테러범을 직접 죽이지 않는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불가피한 살인이었다고 프로답게 자신을 변호하는 그를 해커다운 방식으로 인터폴과 경찰에게 넘겨 버린다. 이처럼 아마추어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찰리의 복수극은 특히 순정적으로 느껴진다. 아마추어 첩보원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내의 복수를 하겠다는 진심이 유달리 강조되기 때문이다.
찰리의 내면을 열어볼 두 열쇠
<아마추어>는 찰리의 진심과 순정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을 두 가지 열쇠로써 열어준다. 우선 찰리의 내적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한다. 일례로 초반부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찰리를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런던 출장 겸 여행을 같이 가자는 사라의 부탁을 거절하거나 일하느라 바쁘다면서 마지막 통화도 그냥 끊어버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찰리의 소극성은 그의 죄책감을 극대화한다. 사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아내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회한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강조하기 때문. 이는 아마추어 첩보원으로서 찰리의 정체성을 부각한다. 테러범 체포, 사살에 적극적이지 않은 조직에 환멸을 느낀 그의 첩보 활동은 누구보다도 아마추어적이다. 복수심도 열정의 일종이라면, 아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열정만이 그의 원동력이 되어주니까.
또 다른 열쇠는 찰리의 주변 인물이다. 이스탄불에서 찰리에게 기밀 첩보를 제공하던 정보원 인퀴린 그가 아마추어라서 돕기로 결심한다. 그녀 역시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파이였던 남편과 사별한 후에 그를 잊지 못한 나머지 그의 코드네임을 이어받아서 첩보원으로서 활동한 그녀는 찰리에게서 자신을 본다. 돈이나 업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첩보원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반대로 중요한 역할처럼 보이던 현장요원 '곰'(존 번설)은 끝내 맥거핀으로 활용된다. 일반적인 첩보물이라면 성공적인 작전 수행 후에 그가 찰리를 어떻게 비밀리에 지원했는지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찰리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으니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그 길을 가지 않는다. 찰리의 아마추어스러운 복수극에 끼어들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프로페셔널한 스파이이기 때문이다.
구시대적 배경에 의존하다
문제는 이처럼 '아마추어'의 미덕에 충실한 첩보물을 너무나도 아마추어스럽게 구성했다는 것. 주인공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남은 이유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는 프로다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세 가지 부재가 문제다. 바로 신선함, 역경, 짜임새의 부재다. 우선 <아마추어>는 구시대적인 소재를 답습한 나머지 찰리의 서사를 더 깊이 느끼거나 들여다볼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정보기관이 일반 시민 개개인을 모두 감시하고 있고, 그 정보를 독점한 뒤 국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위법적인 작전과 활동을 벌이면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소재는 이미 여러 첩보 영화가 활용한 바 있다. 또 엇나가는 첩보 요원을 잡기 위해서 서로 다른 첩보 기관이 제각기 그를 쫓아 나서는 것.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과 암투. 이 부분 역시 뭐 새로운 것은 없다.
특히 <제이슨 본> 시리즈의 흥행과 스노든의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 이후로는 위와 같은 소재를 반영하지 않은 첩보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애초에 로버트 리텔의 소설 <아마추어>가 원작인데, 원작부터가 1981년작이라는 점이 반영된 문제점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새롭거나 신선한 소재나 주제,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 극 중 활용되는 최첨단 감시 및 경비 장비들 덕분에 식상함이 더 두드러지기도 한다.
고난이 없는 아마추어
역경의 부재도 문제다. <아마추어>는 액션이 아닌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조성하려고 애쓴다. 천재적인 기술자라는 찰리의 두뇌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상술했듯이 다양한 작전으로 테러범들에게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찰리가 어떤 작전을 활용할지 지켜보는 재미만으로는 120분을 끌어가지 못한다. 그가 작전을 너무 잘 짜고 복수를 너무 잘해버리는 나머지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찰리는 두 적과 싸워야 한다. 그가 죽이려는 테러범은 물론 그를 쫓는 CIA와도 맞서야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현장에서 작전을 직접 입안하고 실행하는 찰리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테러리스트와 CIA 요원들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움직인다. 자연히 영화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전개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찰리의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영화의 허술함, 편의적인 전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이는 '아마추어'라는 제목에 담긴 함의가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극 중 찰리는 총을 잘 못 쏜다는 것만 빼면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할 일을 잘 해낸다. 그러다 보니 아마추어라는 어휘에 내포된 사랑과 열정이라는 의미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 이상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아마추어'인지는 물음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라미 말렉만 돋보인다
더 나아가 전체적인 구성과 서순도 적절하지는 않은 듯하다. 영화는 부패한 CIA를 먼저 제시하면서 찰리 대 CIA, 개인 대 조직의 대립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찰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조직을 농락하다 보니 조직에게 배신당하고 쫓기는 압박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테러범과 CIA의 접점을 마지막까지 숨기면서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서스펜스를 강화했다면 첩보 영화의 장르적 쾌감이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빌런 활용법도 아쉽다. 빌런과 찰리의 대립각이 날카로울수록 그의 복수가 남기는 쾌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빌런을 제외하면 게임 미션처럼 한 번 밟고 넘어가야 할 대상처럼 몰개성 하게 묘사되다 보니 복수의 끝은 다소 싱거운 감이 있다. 초반부에 찰리가 느낀 고통과 자책감에 비하면 빌런을 제거했을 때의 시원함이 부족한 것. 결과적으로 영화가 잘 짜여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결국 <아마추어>는 평범한 할리우드 첩보물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정 수준의 재미는 갖췄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을 뽐내지는 못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온전히 꽃을 피우지는 못한 채로 흐지부지 끝난다. 구시대적인 주제의식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볼거리와 상충한다. 그저 아내를 잃은 남편이자 살인의 무게감을 견뎌내는 요원으로 변신한 라미 말렉의 연기력이 인상적일 따름이다.
Poor 형편없음
아무리 그래도 완성도는 프로페셔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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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태어나길 잘했어'
주인공 '춘희'는 본래 손에 땀이 많은 다한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인물입니다.
심한 다한증으로 인하여 집에서 걷기만 해도 바닥에 땀이 다 묻어 닦어야 할 정도로 곤람함을 많이 겪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외숙모네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같이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눈치 보이고 다한증으로 인해서도 집 안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인물이라 딱한 마음이 들었죠.
춘희는 그렇게 외숙모네 집, 좁은 다락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 모습은 현재의 춘희 모습인데요.
여전히 외숙모네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그 집에서 거의 혼자 지내는 것처럼 살다시피 하지만요.
춘희는 현재 마늘을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한증을 수술하기 위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손에 땀이 많은 것이 스트레스이자 콤플렉스였던 춘희는
과거 학창 시절 때 불에 손을 댈 정도로 힘들어합니다.
결국엔 손에 화상으로 인해 상처를 입으며 살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양의 마늘을 손질하여 까고
외삼촌네 식당으로 가져가 일당을 받으며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번개에 의해 피하지 못하고 전류로 인해 쓰러집니다.
이때 !
영화 속 등장하는 터널이라는 공간은 상당수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터널이라는 공간 속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이곳에서 주인공들의 감정도 엿볼 수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거든요.
암튼, 춘희는 번개를 맞은 일로 인해 과거 학창시절 때의 나 자신을 종종 만나게 되는 굉장히 특이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아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간혹 놀라긴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둘밖에 없는 절친처럼 마음을 공유하게 됩니다.
위 장면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화상입은 손을 보여주며 얘기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현재의 '나'가
"어? 너는 손에 상처가 없네?"
하며 과거의 나에게 말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맨 처음엔 춘희가 터널을 지나가다가 갑작스럽게 번개를 맞는 연출을 보고 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장르가 바뀌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과거의 춘희와 현재의 춘희를 만나게 해주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찰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과정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아 왜 그렇게 연출했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을 하나의 명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더불어, 학창시절 때의 춘희와 현재 모습의 춘희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한 점에서 연출적인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이게 과거의 일인지 현재의 일인지 모를 정도로 처음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켜서 주인공 춘희가 여태 살아왔던 인생의 과정을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마음의 변화를 겪어 왔으며 지내왔는지 등의 속사정을 대중의 입장에서 원활하게, 진지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과거 나 자신과 마주치게 되고 진솔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다시 한번 진정으로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뜻 깊은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춘희도, 우리 모두에게도.
그래서인지 더욱 더 마음 속 깊은 울림이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속 등장하는 사촌오빠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 속 어딘가를 쿡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꽤 오랜 시간 사촌 오빠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어쩌면 그냥 흘러가는 말일 수도 있고, 영화를 보면 이 말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캐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말들이 너무 크게 와닿았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
극 중 사촌오빠는 춘희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데요.
제가 이 말에 꽃혔던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을 사촌 오빠가 해줘서 더 여운이 남습니다.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거든요.
알게 모르게 잘 지내는 듯 싶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저도.
'살아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준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영화 중반 쯤에 사촌 오빠는 춘희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너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뭐야?"
이 부분에서 살짝 뜨끔했습니다..ㅎㅎ
오히려 나에게 물어봤죠.
날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이 말은 참 쉬워보이면서도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정곡을 찌르시는지요...
여러분은 여러분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게 무엇인가요?
'태어나길 잘했어' 영화는 대중들에게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를 끊임없이 던져주고, 그 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함께 전달해주고 있어서 속이 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춘희는 우연히 '주황'이라는 한 남자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됩니다.
주황은 어렸을 적 부모님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말을 심하게 더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둘은 무언가의 끌림에 의해 서로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주황의 적극적인 구애로 춘희의 마음을 조금씩 열리게 하여 사로잡습니다.
주황의 등장으로 인하여 한층 무겁기만 했던 영화의 공기가 조금은 유쾌하게 풀어져서 더 매력적인 영화로 거듭난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주황이라는 캐릭터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이죠!
덕분에 같이 영화보고 있던 사람들도 주황만 나왔다 하면 환히 웃으며 그에 맞게 같이 즐기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동안 홀로 외롭게 지내왔던 춘희는 주황을 만나 함께 하는 기쁨을 알게 되고 하루하루 웃으면서 지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춘희는 주황에게 이런 질문을 건넵니다.
"주황씨는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나면 어떨 것 같아요?"
이에 주황은 "저는.. 어렸을 때의 저에게 부모님께 맞지만 말고.. 맞서 싸우라고 하고 싶어요..!"와 같은 뉘앙스로 답합니다.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저라면 어느 상황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게 자존감 좀 높이고 단단해지는 마음 훈련을 하라고 건넬 것 같네요.
그리고
그리고 춘희는
"제가 춘희씨 지켜드릴게요."
라는 말을 주황이 할 때마다
"주황씨, 사람 지켜준다고 하는 거 쉽게 말해선 안 되는 거예요."
라는 말을 하며 약간의 방어적인 태세를 취합니다.
상처가 많은 춘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음으로 이런 말을 주황에게 수십 번씩 건넵니다.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은 거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춘희는 주황에게 헤어짐을 뜻하는 인사말을 건넵니다.
"우리 그만 만나요. 저 자신에게 너무 지친 것 같아요."
와 같은 뉘앙스로 말입니다.
춘희는 이렇듯 주황에게 인사말을 할 때도 역시 배경은 터널이였는데요.
터널이 주는 공간적인 의미가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춘희가 학창시절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까 하는데요.
학창 시절엔 사촌 가족들과 함께 지냈지만 춘희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그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는데요.
이 집이 이제는 부동산에게로 넘어가고,
춘희는 예전에 자신에게 이 집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어서 한 마디를 건네죠.
"그 집 제가 지켰어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집 제가 지켰어요.'라는 말은 이중적인 의미로 자신을 향한 말로도 성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의 외롭고 지친 나를 온전히 지킨 건 나 자신밖에 없었다고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럴 것 같아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싶다가도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눈을 뗄 수 조차 없게 만드는 영화이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시고
'아, 태어나길 잘했구나.'하는 마음이 드시길 바랍니다.
<내가 가장 눈여겨 봤던 점!>
1. '터널'이라는 공간적 의미가 나타내는 게 무엇일지.
2. 과거의 춘희와 현재의 춘희를 대비시킴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고 있는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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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다. 바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다. 제목만큼이나 굉장히 긴 여정과 포스터만큼이나 화려한 소재를 잘 버무려 놓았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넘기지 않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의 집합체로 변환시켜 사소함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선택들이 이곳으로 이끌었음을 잘 표현해주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소개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블린에게는 남편과 딸이 원하는 다정함과 따뜻함보다는 우직함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처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던 에블린이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고 들이닥치는 세무당국의 조사에 임하게 된다. 그때부터 멀티버스에 연결되어 수많은 자신의 삶을 짧은 시간 내에 경험하게 되고 '조부투파키'의 지구 침공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과연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딛고 '조부투파키'를 막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수많은 다른 우주의 나와 나를 연결하며 현재의 나보다 더 좋은 세계의 에블린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세계는 서로가 없어야 행복한 세계였으며 현재의 에블린이 실패했기에 성공한 세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듭된 버스점프로 인해 무의미함과 부질없음을 느끼는 것도 잠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홀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함 뿐만 아니라 사랑을 표하며 후회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긍정'과 '다정함'을 불러와 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에블린에겐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현재가 있었다는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보여준다.
인생의 사소한 결정이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든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금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잊게 된다. 영화로서 표현되지 않았다면 이 삶이 아닌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으로 인해 정해진 길이 만들어진다 라는 소재의 '미스터 노바디'가 생각나기도 해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모든 곳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무엇이든 못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멋지다. 영화에서 그랬듯 '옳음'이라는 상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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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하이츠 영화 후기 /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 남미의 정열이 담긴 흥폭발 띵작 뮤지컬 / 올여름 이 영화는 꼭 봐야해!!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인더하이츠”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으니 꼭 보고 오세요~^^#뮤지컬, #브로드웨이, #존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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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자백> 스페셜 티저 예고편
소지섭, 모든 증거가 그를 향한다 ! 밀실 살인 사건 용의자 '소지섭’ 100% 승률 변호사 '김윤진' 무죄 입증을 위해 사건을 재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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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30초 예고편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그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최초 미션이 시작된다!
베일에 감춰졌던 킹스맨의 탄생을 목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