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17 09:39:16
영화로 만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원작에 충실한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또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색한 작품까지!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꾸준히 영화화되고 있죠.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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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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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제 맛보기
호주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드라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감추고 온전히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가뭄이라는 뜻의 제목 <드라이>에 맞게 영화는 오랜 기간 가뭄이 이어진 마을 키와라를 배경으로 해들러 일가족 사망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가물어져 바닥이 갈라지고 땅의 맨바닥이 드러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지만 진실은 갈라진 바닥에 숨어 도통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 애런 포크(에릭 바나 분)는 그 진실을 찾아 마을을 샅샅이 뒤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20년 전에 벌어진 엘리 디컨의 죽음에 사사건건 부딪히고 해들러 가족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지만 갈라진 키와라의 땅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엘리 디컨은 죽었을 때 바지 주머니에 애런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넣은 채 발견되었는데 이로 인해 애런은 엘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져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물어질수록 작물은 말라가고 사람들도 함께 죽어가지만 애런은 도저히 진실을 찾을 수가 없다. 왜 <드라이>는 하필 가뭄이 든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일까?
엘리 디컨이 죽었을 때의 정황 중 특이점은 엘리가 강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건이 말라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는 정 반대다. 또한 애런의 회상 신은 대부분이 강가를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친구인 루크, 그레첸, 엘리와 강가에서 놀곤 했던 애런은 엘리에게 짖궂은 장난
이라기엔 엘리가 죽을 뻔했지만을 치던 루크 해들러를 떠올리며 루크가 정말로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고 자살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루크의 부모님은 그럴 리 없다며 애런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확실히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이상한 점이 많다. 막내딸인 갓난 아이만이 살아남았다는 점이나 사살에 사용된 탄약이 평소 루크가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는 것 등이다.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던 엘리와는 달리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가물어진 마을 한복판인 집에서 벌어진다. 물을 배경으로 죽음을 맞이한 엘리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그 진실을 알려주지만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가물어질수록 증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드라이>의 배경이 가물어진 마을을 배경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건조한 날씨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가는 긴장감을 상징하는 동시에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는 배경으로서도 가뭄이 유용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한편 가뭄 이외에 영화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어느것 하나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맛보는 데 머문다. 엘리가 죽었을 때 애런은 루크와 사건 정황에 대해 입을 맞추는데 같이 다른 곳에서 토끼 사냥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회상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성인이 된 그레첸(제네비브 오라일리 분)이 실제로 토끼 사냥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죄없는 토끼가 날조에 이용되거나 마당에 숨어든다는 이유로 사살당해도 되는지 관객에게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고많은 야생동물 가운데 토끼가 사살 대상이 된 이유는 작고 연약한 동물인 동시에 빠르지 않아 쉽게 사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20년 전 죽은 엘리 디컨에 대한 비유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의 죽음은 엘리에 대한 애도보다 애런과 루크에 대한 혐오 면에서 더 크게 작동한다. 평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녀임에도 엘리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고 비난할 누군가를 찾는다.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알리바이가 딱히 있지도 않았던 애런과 루크는 엘리의 죽음에 책임을 지게 되고 결국 애런은 아버지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이 부분 또한 서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진실 그 자체를 찾기보다는 그저 비난에 초점이 맞춰지는 사회현상을 가볍게 보여주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영화는 현상을 바라볼 뿐이다.
엘리의 죽음은 의문투성이인 동시에 관객은 애런이 20년 전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혼란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애런은 20년 전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을까? 애런이 사실대로 말했다면 애런은 엘리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책임을 져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거짓말은 용인되는 것인지, 혹은 애런이 무고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아버지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지 은연중에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도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수많은 질문 가운데 초점이 맞춰지는 질문은 없다. 이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20년 후 일가족의 몰살까지 이어지지만 사실 엘리 디컨의 죽음과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독립적인 사건임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드러난다. 영화가 무심코 던져주는 질문들은 영화 진행을 위한 맥거핀으로 기능하며, 애런은 이 맥거핀을 충실히 따라가며 관객의 혼란을 유도하는 동시에 본인도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애런이 이 혼란을 벗어나는 것은 결국 윤리적인 질문을 피해 객관적인 증거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순간이다. 사건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모두 걷어내고 객관적인 실체를 마주한 애런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가물어진 마을에서 얼마 안되는 숲에 불이 질러질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구해내고 숲 또한 보전된다.
숲이 보전되었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낸 애런은 다시 마을을 떠날 채비를 하며 엘리를 기리는 마음으로 숲을 향한다. 엘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반대로 애런의 감정이 촉발한 행동에서 드러난다. 엘리와 시간을 보내곤 했던 장소에서 엘리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던 애런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결국 엘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게 된다. 엘리의 죽음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 자가 밝혀질 때 또다시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가볍게 관객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역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맛보기만 함으로써 관객은 다시금 어리둥절해진다. 영화는 이런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문제들을 단순히 몰입감을 위한 장치로서 소비할 뿐인가. <드라이>는 밀도 높은 서사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영화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맥거핀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면 이제 관객은 현실로 돌아와 영화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영화가 묘사한 다양한 종류의 혐오들은 정당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거짓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몰입도 높은 수사 서사를 가진 <드라이>가 모든 진실을 알려준 후에도 극장을 떠나는 관객의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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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파더> 혼란의 한가운데에 내던져지다
런던의 한 집에서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던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그를 찾아온 딸 '앤(올리비아 콜맨)'은 돌연 자신이 파리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앤이 나이 든 아버지를 부양하는 게 힘들어서 자신을 떠나려고 한다면서 불평을 내뱉는 안소니는 본인이 애지중지하는 손목시계를 찾으며 방문을 닫고 앤과의 대화를 거부한다. 그러다 집에서 낯선 소리를 듣고 문 밖으로 나가 본 그는 큰 딸과 사위, 작은 딸과 간병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기억하던 것과 전혀 다른 이상한 상황에 처했음을 깨닫고, 본인의 현실, 기억, 더 나아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매년 2월 전후(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는 4월 전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작품들이 많이 공개된다. 거대한 스펙터클과 막대한 제작비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은 이 영화들은 주로 한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관찰하고 따라가며 관객들이 자연히 그에게 공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대게 두 가지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시간 순서에 맞춰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의 과거와 현재를 인과관계로 묶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사건을 궁금하게 만들고, 인과관계를 역순으로 보여주면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다.
<더 파더>의 첫 장면은 이러한 관습적인 전개를 자연히 기대케 한다. 안소니와 앤의 대화를 지켜보다 보면 남은 러닝타임 동안 어떤 에피소드가 등장할지 예상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잃어가는 안소니와 그를 부양하는 앤의 모습은 그들이 겪었고 앞으로도 겪어야 할 갈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또한 앤의 얼굴을 얼어붙게 만드는 여동생과 관련된 과거의 비극, 앤소니가 집착 수준으로 소중히 여기는 손목시계에 담긴 그만의 인생사까지 영화는 특정 대사나 제스처, 소품 등을 강조하며 부녀의 사연을 보여줄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더 파더>는 두 개의 길 중 어떤 것도 걷지 않으면서 모든 예상과 기대를 벗어난다. 영화는 분명 첫 장면 이후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제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사건들의 내용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소니가 만나는 앤과 사위, 새로운 간병인은 매번 서로 다른 배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 파리에서 살 것이라던 앤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언제 그런 소리를 했냐며 안소니를 타박한다. 또 안소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어떻게든 책임지기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던 앤은 갑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원망을 표출한다. 바로 앞선 장면이 다음 장면을 부정하고 또 바로 다음 장면이 앞선 장면을 부정하며 논리적으로, 인과적으로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 결과 도통 안소니의 현재 상태와 그의 과거 사연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고, 혼란에 빠져버린다.
혼란은 영화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손목시계와 문이라는 소품을 활용해 시공간을 뒤집어 놓는 연출 덕분에 금세 공포로 변한다. 우선 안소니는 딸을 비롯한 주변 인물의 배우가 변할 때마다 자신의 손목시계를 찾으며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를 가늠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언제나 손목에 존재하지 않는 시계는 그를 혼란에 빠뜨린다. 대표적인 장면이 안소니와 앤, 사위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다. 그는 딸 내외가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야 할지 의논하는 순간을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걸어 시간의 루프에 빠뜨린 것 마냥 반복해서 접하며 큰 충격을 받는다.
또한 영화는 안소니가 문을 열고 자신의 방과 같은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거듭 보여준다. 이때 문 너머의 공간은 시간이 꼬이고 반복되는 것만큼이나 안소니에게 혼란과 공포를 준다. 방에 있다가 문을 열었더니 집인 줄 알고 들어간 곳이 병원이라서 갑자기 진료를 받거나, 딸과 사위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하는 말이 정반대로 달라지거나, 자신을 위협하는 일이 똑같이 발생하는 등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손목시계와 문을 활용한 연출은 관객과 안소니가 처한 상황, 그들의 혼란스러움과 충격, 그로 인한 공포를 일치시키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칸트가 부정할 수 없는 선험적 감성형식으로 제시한 형식인 시공간은 현상을 경험하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에, 안소니는 자신의 시공간이 무너지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발버둥 친다. 이때 안소니의 시점에서 영화라는 세상을 따라가는 관객에게 그가 경험하는 시공간의 붕괴는 남의 일이 아니기에 그가 느끼는 여러 감정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야기가 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그를 러닝타임 내내 가득한 혼란을 헤쳐나갈 기준점, 북두칠성으로 삼은 채 그의 이야기에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움과 의아함, 더 나아가 두려움을 느끼는 관객에게 영화는 마지막 공간, 보육원 병실에서 지내는 안소니의 모습을 탈출구로 제시한다. 엉망진창이었던 영화의 모든 내용이 단지 자신의 담당 간호사와 방도 알아보지 못하고 딸이 자신에게 보낸 엽서도 못 알아볼 정도로 치매를 앓고 있는 한 노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임을 알려준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 상황, 이미 떠나보낸 사람과 지금 같이 지내는 사람이 모조리 뒤섞인 자신만의 기괴한 현실에 갇혀버렸던 그의 내면이 약 90분 간의 혼란과 공포의 원인이자 결과였던 것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혼란과 의아함을 품은 채 밀려들었던 공포의 파도가 빠져나간 관객의 해변가에는 홀로 남은 그의 고독함과 쓸쓸함만이 존재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아야만 하는 안타까움과 연민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영화는 이 모든 감정을 "내 잎들을 모두 잃고 있는 거 같아(I feel as if I'm losing all my leaves)"라는 안소니의 대사와 대비되는, 그의 병실 밖에 수북이 자란 파아란 나무들의 잎사귀들 하나하나에 담은 채 끝난다.
이처럼 마치 주인공 옆에 서서 그와 하나 되어 그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더 파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연상시킨다. 단지 <그래비티>가 촬영과 CG, 배우의 연기가 조합된 체험하는 영화라면, <더 파더>는 촬영과 CG를 관습과 예상, 기대를 전부 벗어난 각본의 힘으로 대신했을 뿐이라는 점만 다르다.
<더 파더>는 약 3주 뒤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각색, 남우주연, 여우조연, 편집, 미술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이는 간호사를 엄마 삼아 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리는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 엄청난 공포와 혼란스러움을 한 순간에 연민과 고독함으로 뒤바꾼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각본과 연출력을 볼 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하지만 설사 시상식의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어도 이 작품이 지닌 가치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닥칠 수 있고, 또 언젠가는 닥치게 될 일들을 짧은 순간이나마 내 일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더 파더>는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4dx가 아니어도 사실감, 몰입감, 현장감, 감정선을 모두 잡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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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매체 선정, 집콕족을 위한 집에서 보기 좋은 영화 10편
해외매체 더 랩(The Wrap) 선정, 집콕족을 위한 집에서 보기 좋은 영화 10편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실천하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정말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바깥 외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는데요. 당연히 극장을 방문한지도 오래되었고, 다른 여타 문화생활도 즐긴지도 정말 오래됐습니다. 그 공허함을 주로 넷플릭스로 달래다 보니 넷플릭스에서도 볼 것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고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번에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더 랩에서 10편의 영화를 선정해봤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런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은 이번 리스트에 뽑은 것 같습니다. 그럼 해외매체 더 랩에서 선정한 집콕족을 위한 집에서 보기 좋은 영화들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더 랩, IMDB
나 홀로 집에(Home Alone, 1990)
감독: 크리스 콜롬버스
출연: 맥컬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한국 개봉일: 1991년 7월 6일
선정 이유: 이 존 휴즈(나 홀로 집에의 제작자)의 고전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는 도중 가족들이 그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홀로 남겨진 '케빈'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맥컬리 컬킨은 케빈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나 홀로 집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전 세계적으로 4억 7천7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나 홀로 집에> 중에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닉 서시, 헬렌 헌트 < 나홀로 집에> 중에서
한국 개봉일: 2001년 2월 3일
선정 이유: 톰 행크스는 격렬한 폭풍으로 인한 비행기 추락 사고로 태평양의 한 외딴섬에 고립된 페덱스사의 간부 '척 놀랜드'를 연기한다. 그는 윌슨이라는 이름의 배구공만 있는 섬에서 4년을 혼자 보낸다. <캐스트 어웨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4억 2천9백만 딜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캐스트 어웨이>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윌 스미스, 앨리스 브라가, 찰리 타핸
한국 개봉일: 2007년 12월 12일
선정 이유: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윌 스미스의 스릴러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대부분을 죽이고 나머지를 괴물로 몇 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뉴욕의 유일한 생종자인 '로버트 네빌'은 용감하게 치료법을 찾아 나선다. <나는 전설이다>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 8천5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나는 전설이다> 중에서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2007)
감독: 숀 펜
출연: 에밀 허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빈스 본, 윌리엄 허트
한국 개봉일: 국내 미개봉
선정 이유: 숀 펜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갓 대학은 졸업해 히치하이킹을 하고 알래스카 황야에서 살기 위해 그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는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 투 더 와일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5천6백7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다.
<인 투더 와일드> 중에서
디스터비아(Disturbia, 2007)
감독: D.J. 카루소
출연: 샤이아 라보프, 사라 로머, 데이빗 모스
한국 개봉일: 2007년 8월 30일
선정 이유: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교사를 폭행한 죄로 90일간의 가택 연금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 '케일 브레히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케일은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관찰하고 엿보기 시작하는데, 그러던 중 그들 중 한 명이 연쇄살인범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디스터비아>는 전 세계적으로 1억 1천8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다.
<디스터비아> 중에서
더 문(Moon, 2009)
감독: 던칸 존스
출연: 샘 록웰, 케빈 스페이시, 도미니크 맥엘리곳, 카야 스코델라리오
한국 개봉일: 2009년 11월 26일
선정 이유: 만약 여러분이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샘 록웰의 <더 문>을 찾아보자. 우주에 혼자 표류하게 된 비행사에 관한 수많은 영화 중 하나인데, 이 영화는 우주에서 3년간 홀로 근무를 하던 '샘 벨'이 여정이 끝나갈 때쯤 개인적인 위기를 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더 문>은 98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다.
<더 문> 중에서
127 시간(127 Hours, 2010)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제임스 프랭코, 케이트 마라
한국 개봉일: 2011년 2월 17일
선정 이유: 제임스 프랭코가 출연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니언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은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그는 로프와 칼, 그리고 물 한 병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며 127시간을 버텨낸다. <127 시간>은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한 6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6억 7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127시간> 중에서
그래비티(Gravity, 2013)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한국 개봉일: 2013년 10월 17일
선정 이유: 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혀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린 작품이다. <그래비티>는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7개의 오스카를 수상했고, 전 세계적으로 7억 2천3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다.
<그래비티> 중에서
와일드(Wild, 2014)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한국 개봉일: 2015년 1월 22일
선정 이유: 셰릴 스트레이드의 회고록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개인적인 비극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100마일의 단독 하이킹을 완수하기로 결심하는 주인공 '셰릴'을 연기한다. <와일드>는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두 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며, 5천2백5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했다.
<와일드> 중에서
마션(The Martian, 2015)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제프 다니엘스
한국 개봉일: 2015년 10월 8일
선정 이유: 화성에서 홀로 고립된 후 나머지 승무원들은 전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지구가 아닌 곳에서 1년 동안 홀로 생존하기 위해 식물학자로서의 그의 지혜와 지식을 총동원한다. <마션>은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한 7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 세계적으로 6억 3천2백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마션> 중에서
* 본 콘텐츠는 리쓰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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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IFF 데일리] 깨어있든지, 다음이 되든지
데카메론(Decameron, 2021)
감독 : 쉬야수
상영시간 : 108분
시놉시스 : "역사는 단지 날짜의 문제가 아니다." 1997년 영국이 홍콩 행정부를 중국에 반환하기 직전, 크리스 패튼은 홍콩의 영국 총독으로서 마지막 연설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크리스 패튼의 연설을 포함한 역사적 자료들을 픽션과 결합한다.(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는 한 번도 홍콩에 가본 적 없지만 홍콩을 좋아한다. 홍콩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제니쿠키와 몇 편의 홍콩영화만을 좋아할 뿐이다. 어릴 때 엄마가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되는 <홍콩 아가씨>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내가 좋아했던 홍콩은 예술가들에 의해 잘 만져진 홍콩이고, 나는 홍콩을 모른다.
홍콩은 1841년 아편전쟁을 겪고, 1842년 난징조약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다. 근현대사에서 뭔가 구린내가 난다 싶으면 영국이 끼어 있다. 아무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도 영국은 홍콩을 계속 식민지로 둔다. 중국 본토에는 사회주의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졌지만 홍콩만큼은 세계사의 흐름대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취한다. 그리고 중국의 부호들과 돈 좀 벌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홍콩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첨밀밀>의 이요와 소군처럼.
왕가위 감독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그가 사랑하는 홍콩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1997년,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편입되었다.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로 홍콩의 민주자본주의를 50년간 유지하기로 했으나,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보고 들은 바와 같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최루탄에 맞섰다. '우산혁명'이라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이다. 5년 뒤인 2019년에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맞서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우산혁명 당시에는 평화적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평화시위는 힘이 없었다. 1996년생인 조슈아 웡은 대한민국에도 홍콩과 뜻을 같이할 것을 호소했다.
영화는 영국령 홍콩의 마지막 총리 크리스 패튼이 연설하는 장면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교차편집하여 보여준다. 총리는 말한다. "역사는 단지 날짜의 문제가 아니"라고.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데카메론>은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소설의 제목이다. 흑사병이 돌고있는 도시를 떠나 교외의 별장에 머무는 귀족들이 떠드는 이야기.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굳이 '데카메론'이라는 제목을 차용했다. 21세기의 흑사병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겠다.
영화에는 홍콩 역사의 이모저모가 담겨있다. 100년 전인 1922년 홍콩 선원 파업 사건과 코로나 이후 홍콩 예술인들의 노조 설립을 병치하고, 1966년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던 스타페리호의 가격인상이 도화선이 되어 발생했던 1967년 폭동과 2019년 혁명,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광복홍콩 시대혁명'까지 영화는 홍콩의 큼직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훑어간다.
그 가운데, 코로나로 봉쇄된 도시에서 주부들이 화상회의로 만난다. 주부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로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자 엄마들이 난감해졌다. 거시적으로도 난리가 났지만 미시적으로도 케파가 딸리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밖에서는 검은 옷만 입어도 전경에게 취조를 받아야 하고, 안에서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가족을 돌보거나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들 때문에 조마조마해야 하는 삶.
아무튼 <데카메론>은 홍콩의 과거와 현재다. 홍콩영화 특유의 찬란한 네온사인도, 화려한 액션도 없는, 홍콩 그 자체다.
'홍콩을 정말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제작했다는 엔딩 크레딧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공권력에 의해 살해되거나 실종된 수많은 홍콩사람들을 기억하는 일, 억울한 죽음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는 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마음 그 자체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기록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에서 교차편집하여 보여주었듯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홍콩 시위대가 남긴 "깨어있든지, 다음이 되든지(Be aware, or Be next)"라는 문구를 목격한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기록하는 사람들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곧 행안부 소속 경찰국이 신설될 예정이다. 어쩌면 다음은 우리일지도 모르겠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 스케줄
2022년 8월 27일 17:30~19:18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2022년 8월 31일 16:00~17:48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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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유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족
가족은 한 개인의 성장과 안착된 환경을 만들어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에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준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겨 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부쩍 성장해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지점으로 가기까지는 많은 인내심이 따르고 한 순간 한 순간 이겨내는 것이 어려운 시기도 있다. 그 어려움을 결국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버팀목이 되어 한 걸음씩 나아가면 그래도 그 고난함이 견딜만하다.
하지만 어려움이 심각해지면 앞으로 나아가는 그 발걸음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 어두운 시기를 끝까지 참아내지 못하고 무너진 가족의 일원이 있다면 그 일원은 가족의 분위기를 바꾼다. 술이나 도박에 중독되어 가정에 소홀하거나 자신의 희망을 다른 이성에게 찾아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책임을 자녀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여 뒤쳐진 그 가족의 일원에게 손을 뻗어 같이 가려는 노력은 꽤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암흑 같은 시기에 약간은 원망스러울 그 가족족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다 보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미국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의 이야기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특히 미국의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주인공 JD(가브리엘 바소)의 유년기 시절과 현재를 담는다. 현재 그는 예일대 법대생이고 중요한 인턴십 면접을 앞두고 있다. 그는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의 연락을 받게 되고,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가 헤로인을 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아가는 과정과 함께 JD의 청소년 시기의 이야기들이 플래쉬백으로 교차로 보인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년기 시절 엄마 베브의 모습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혼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로운 이성을 만나지만 금방 헤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게 감정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가끔 아이들에게도 심한 폭언이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의도치 않게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기도 한다. 엄마와 아주 잘 지내면서 따뜻한 모습을 보던 JD는 갑자기 급격히 감정이 변하는 엄마를 볼 때 많이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리는 엄마를 보는 JD의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영화에는 엄마와 누나 이외에도 할머니(글렌 클로즈)도 중요한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공장 노동자였던 할아버지(보 홉킨스) 옆에서 가족을 챙기며 살아왔던 그에게 자신의 딸인 베브가 그렇게 삶의 끈을 놓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려고 하는 손주 JD를 보면서 그것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약함을 잠시 감추고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대마초를 피워대는 JD를 다시 잡아 자신의 길로 돌아가게 만든다.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고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JD
주인공의 현재 모습을 보면 굉장한 우등생이며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JD가 성장했던 마을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공장 노동자들이 주로 지냈던 그 지역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은 JD가 면접 전 참여했던 변호사들 간의 만찬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부분은 그 마을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촌구석이나 부끄러운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JD는 그 인식에 굉장한 불만을 토로하며 반론을 제기한다. 그에게는 자신이 자라고 자신을 만들었던 그 마을을 하찮게 생각하는 그 발언들이 부당하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JD에게 가족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다 보면 굉장히 불편한 장면들이 있다. 특히 엄마 베브가 JD에게 무차별한 감정적 폭발을 쏟아내고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던 JD와 누나 린지가 다행히 문제없이 자라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 어쩌면 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자리를 할머니가 대신 채웠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길로 빠지려고 하는 순간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할머니는 자신의 딸 베브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했을 때, 손주들을 지키려 최선을 다한다.
적어도 할머니는 JD와 린지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두 손주가 거의 성장할 때까지 그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특히 JD를 할머니 본인 집으로 데려와 생활할 때, 나쁜 길로 나아가던 JD가 할머니의 노동과 고생하는 모습을 경험하고는 올바른 길로 변화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JD가 시험에서 1등을 했을 때, 할머니의 표정에서 보이는 기쁨은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일 것이다. 아마도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JD는 가족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을지 모른다.
JD는 과거부터 약에 중독된 엄마를 보아왔다. 보통의 경우라면 성장한 후 다시 보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엄마가 다시 헤로인에 손을 댔다는 말을 듣고는 고향으로 곧장 돌아온다. 그의 할머니가 그랬듯이 자신에게 남은 가족인 누나와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다. 영화 말미, 한 모텔의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가 JD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 때, JD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는다. 그리고 가만히 손을 잡으며 이야기한다. 면접 때문에 잠시 학교로 가야 하지만 다시 돌아올 거라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화는 비록 가정의 환경 자체가 불우하더라고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현실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가는 걸음을 포기해버리면 그건 엄마 베브가 선택한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아주 훌륭한 삶은 아닐지라도 계속 먹고 마시며 살아갈 힘 정도는 얻어지지 않을까. 그런 긍정적인 인식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JD가 실제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약에 중독되었던 엄마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할머니 역을 맡아 실제 외모까지 비슷하게 분장한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약해진 몸에도 불구하고 강인함을 보여주며 손주들을 끝까지 챙기는 할머니의 모습은 글렌 클로즈의 연기와 목소리를 만나 한층 돋보인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트럼프 지지층으로 대표되는 백인 노동자층 가정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정치적인 영화이고 아주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색깔을 걷어내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비록 아주 좋은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JD를 비롯한 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선택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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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같은
라일리는 촉망받는 미식축구 선수이다. 학교에서도 주목받는 인기남인 데다 운동선수로도 각광받고 있는 그의 삶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카웃해가겠다는 학교도 있으니 그의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못한 그의 핸드폰 속 세계에는 남자들의 몸자랑으로 가득한데....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말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불만이 없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해 깊이 탐구할 생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로서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연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암이라는 친구와 안면을 트게 되면서 그의 온전했던 삶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1. 잘 짜여진 운동선수의 삶 속 어울리지 않는 그의 정체성
흔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남자의 행동이 다분히 여성스러울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회가 규정한 기준보다 여성스럽다고 해서 전부 다 게이도 아니거니와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맞다고 해서 게이가 아닌 것도 아니다. 라일리는 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소위 주류 문화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남성미가 뿜뿜하는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더 의심하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게이는 여성스러운 남자들의 모습으로 많이 어필되어 왔는데, 그런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겉보기에 그는 착하고 인기많은 이성애자 남자 같아 보였다. 항상 아버지에 의해 운동 위주의 삶을 살아왔던 그였기 때문에 그는 커가면서 자신의 취향을 잘 알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알아서 잘 연기한 착한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환경적 이득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 가족들에게도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이 포지션을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결국 환경의 노예라서, 좋게 말하면 잘 짜여진 생활이고, 나쁘게 말하면 통제적인 환경에서 자신을 향한 기대를 놓아버리기엔 그는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똑바로 마주하기엔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를 두렵게 했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그의 정체성이 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져 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이 참 보면 볼수롤 안타까웠다.
2. 리암이라는 존재
라일리의 온전한 삶에 돌을 던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리암으로, 학교에서 게이라는 사실이 꽤나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직시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라일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한다. 라일리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자신의 정체성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혼란을 느꼈지만 리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이니 긍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제적인 삶을 살던 라일리에게 그의 존재는 꽤나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몸은 리암에게 끌리고 있으면서도 이성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라일리의 위선적인 태도는 리암을 질리게 했지만 라일리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한다. 아직 자신에게 솔직할 수 없는 그에게 한 번 정도는 해야할 일종의 몸부림이었다고나 할까. 그는 그를 둘러싼 환경을 뚫고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3. 남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메시지
이 영화는 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라일리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와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언제나 부모님을 위해서 자신을 숨기고 친구들과의 평가에 신경쓰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홀했던 사람이었다. 보다보니,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LGBTQ영화이지만 '자신을 가장 신경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뭐, LGBTQ라고 하면 대단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성소수자들도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주류 문화에 치여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내 정체성에 대해 깨달았지만 내 자신을 표현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슬픔을 나같은 이성애자들이 어떻게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 속에서만큼은 라일리의 여자친구가 그를 온전히 이해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소수자들이 라일리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고 있을 것이고, 온전히 나 자신이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가장 먼저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이기적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럴 땐 이기적이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을 때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내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 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 같고, 그들에게 공감한다는 말을 하는 것도 너무 재수없어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 주변에 라일리 같은 친구가 있다면 라일리의 여자친구와 같은 포지션에 있고 싶다. 그렇게 그들의 정체성을 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이번 '서울프라이드영화제'를 다녀오면서 내가 봐왔던 영화들의 범주가 더 넓어진 것 같아 좋았다. 물론 그전에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LGBTQ를 봐오긴 했지만 더 다양한 성수수자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어 내 상식 선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이번 영화제를 다녀오면서 나같은 이성애자들은 어떤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 소수자들에게 존중을 표시하는 길일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너무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 같고, 너무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도 과해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한 발치 떨어져서 그들의 삶에 민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결론이었다. 적당한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무관심을 표시하는 것, 그것이 곧 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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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 굿판을 깔아준 베테랑 선배들과 칼춤을 추는 젊은 천재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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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내에 이도현 배우가 맡은 배역(봉길)의 이름을 '봉림'이라고 잘못 표기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더 유의하여 영상 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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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팬들이 뽑아본 판타스틱4 캐스팅
#판타스틱4 #마블캐스팅 #페이즈4
2021. 05. 24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판타스틱4 가상 캐스팅
00:36 미스터 판타스틱 (리드 리처즈)
02:51 인비저블 우먼 (수 스톰)
05:07 휴먼 토치 (조니 스톰)
06:09 씽 (벤 그림)
07:12 여러분의 캐스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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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놉> 2차 예고편
자,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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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러드 발렌타인> 메인 예고편
최고의 킬러 '블러드 발렌타인'
그 정체는 수수께끼에 싸여있지만, '랠프'라는 인물을 통해
블러드 발렌타인에게 살인을 의뢰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소문이 돈다.
블러드 발렌타인의 정체는 '크리스트'. 남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임신한 크리스트를 버리고 떠난 후 홀로 딸 '린'을 낳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임무를 완수하던 중 고아가 된 여자아이 '코르자이'를 린이 같이 집에 데려가자고 해서 코르자이 역시 딸처럼 키운다.
어느덧 10여년이 흘러, 코르자이와 린은 십 대가 되었고 크리스트는 여전히 블러드 발렌타인으로 최고의 킬러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린이 학교에서 '선'이라는 남자아이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린과 크리스트의 평정심이 흔들리고, 급기야 임무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급기야 크리스트는 선이 임무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 선을 린 몰래 처리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