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05-04 00:26:46
그 우연의 마법들은 바로 감독의 상상이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우연과 상상> 시사회 리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21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현재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영화제, 오스카(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다수 부문에서 후보로 오르며 한국에도 더욱 많은 팬들을 만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다. <우연과 상상>은 40분 내외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프로젝트로 <드라이브 마이 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단편’과 ‘장편’의 차이가 있다면 인물과 플롯 모두 단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은 이 점을 잘 활용하여 심플하고 흥미로운 플롯 라인에, 그 과정을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런 연출 스타일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강점이라는 의견이다. 그냥 ‘만났어. 안 잤어. 또 만날 거 같아'가 아닌,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고, 그때의 감정은 어떠했고, 다음 만남을 위해 이렇게 얘기했어'라는 그 과정을 얘기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2부 중간쯤, 나오는 세가와가 지은 소설을 세가와 앞에서 읊으며 소설에 왜 이런 부분을 넣었냐고 질문한다. 나오의 질문에 세가와는 '이 부분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거죠'라는 식의 말을 건넨다. 도발적인 도입부를 시작으로 묘한 긴장감을 주며 끝까지 관객들의 관심을 쥐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작이다.
등장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부, <魔法: よりもっと不確か/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모델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스타일리스트이자 절친 츠구미(현리로부터 거래처에서 만난 새로운 남성과의 인연에 대해 듣는다. ‘달리는 택시 안’이라는 조명, 카메라 각도 등 연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텍스트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빠른 컷 전환이 아닌 원 쇼트를 보는 듯한 긴 호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상 이야기의 대부분이자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 모두 택시 안에서 대화로 이루어진다. 꽤나 긴 대사임에도 연기를 하는 듯한, 다음 이야기를 알고 대화를 주고받는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도 프레임으로 하여금 같은 공간에서 츠구미의 ‘썰’을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후 나오는 이야기들도 다른 주제이지만 비슷한 느낌의 연출 형식으로 진행한다.
2부, <扉は開けたままで/ 문은 열어둔 채로>
사사키(카이 쇼우마)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기혼 대학생 나오(모리 카츠키)는 사사키의 부탁에 담당 교수인 세가와(시부카와 키요히코)의 명성을 추락시키려 한다.
3부, <もう一度/ 다시 한 번>
동급생 이름조차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20년 만에 고향의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한다. 돌아오는 길, 유일하게 가장 친했던 아야(카와이 아오바)를 마주치게 된다.
세 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마법이 작용한다. 이러한 마법들은 우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지만 그로 인한 주인공들의 반응과 결과는 제각각이다. 또한, 마법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작용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마법은 중간, 두 번째는 말미, 세 번째는 초반에 작용한다. 영화의 구조를 보자면, 1부는 앞서 말했듯 ‘나의 친구’ 츠구미의 이야기를 메이코와 흥미진진한 연애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2부는 좀 더 높은 성적 긴장감을 가지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긴장감을 가지고 3부를 들었을 때, 묘한 위로를 받게 된다. 마치 2부에서 세가와의 작문법처럼 말이다.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인 ‘모델 츠구미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는 관객(카메라)'이라는 시선에 시선을 통해 순식간에 몰입도 높이며 시작한다. 그리고 1,2부의 감정구축 덕분에 긴장도가 좀 풀리는 듯한 3부는 오히려 힘을 받을 받게 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관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감독의 상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때로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고, 묘한 긴장감 속에 긴 대화에도 관객의 관심을 놓지 않는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좀 더 확실해지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중간중간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인물들의 솔직함이 나온 순간들이었다. 우연과 상상 속에서, 우리의 솔직함이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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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연일 장마가 계속되며 밖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래서 이번에 씨네랩에서는 비가 오는 날 집에서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집에서 온전히 영화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 IMDB
synopsis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변신을 주된 내용으로 젊고 발랄한 뮤지컬 스타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cine pick!
시대를 경쾌하게 풍자한 뮤지컬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았으며,
미국영화협회가 뽑은 아메리칸 베스트 필름이자 미국자본가협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수많은 영화에서 패러디 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이다.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 네이버 영화
synopsis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어머니의 우산가게 일을 돕는 ‘쥬느비에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는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cine pick!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이자,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대단한 작품이다.
자끄 드미만의 동화같은 색감과 미셸 르그랑의 대중적인 음악이 더해져 매력을 증가시켰다.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1994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cine pick!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중경삼림>은 한국에서도 벌써 3번 재개봉을 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중경삼림>은 개봉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인생 작품으로 꼽힌다.
이프 온리
If Only, 2004
ⓒ 네이버 영화
synopsis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자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연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기쁨도 잠시,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단 것을 깨달은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데…cine pick!
극장 비수기 시즌에 입소문으로 6주 이상 장기 상영을 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또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다 알고 있는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이라는 곡이 영화의 OST로 나옵니다.
<이프 온리>는 수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기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지상의 세계를 동경하여 지하왕국을 탈출한 공주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동화적 세계와 스페인 내전이라는 정치적인 배경이 혼합된 판타지영화
cine pick!
포스터만 보고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인 줄 알고 갔다가, 아이들이 울면서 나온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죠.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어린이 보다는 어른이를 위한 공포 판타지 영화이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상부터 의상상, 분장상 등 여러 상을 받을 정도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괴물
The Host,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강에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며 사람들을 해치고 현서를 낚아채 한강 속으로 사라진다.
현서를 찾기 위해 현서 가족은 폐쇄된 한강에 침투하는데...
cine pick!
개봉과 동시에 한국 역사상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된 <괴물>.
강렬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 시각적 충격과 새로움을 안겨준 괴물의 모습이 더해져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끈 작품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예고로 전학 온 첫날, 교정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연 음악실. 거기 한 여학생이 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녀.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cine pick!
배우 주걸륜이 각본부터, 감독, 주연까지 맡았으면, 이 작품이 주걸륜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예술 고등학교가 배경인만큼 환상적인 연주로 귀를 즐겁게 한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200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부모님이 바빠 이사 후 혼자 집안을 돌아다니던 중 숨겨진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날 밤 우연히 문을 열어 본 코렐라인은 또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데...
cine pick!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세계 최초로 제작한 3D 입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 영화의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노래까지!
판의 미로와 같이 어른을 위한 공포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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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어른이 된다는게 이런건가봐 기쁨이 줄어드는거”
어른들이 뭉클한 마음을 안고 나온다는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1> 기록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200만 명을
돌파하며 픽사 애니메이션 최고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북미 개봉 후 사흘간 2150억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영화 중 두 번째로 높은 개봉 첫 주 수입을 기록했으며
픽사의 29년 역사상 2위에 올랐습니다.
쏟아지는 극찬 후기로 지난해 700만 관객을 넘게 모은
<엘리멘탈>까지 뛰어넘을것으로 보입니다.
�<인사이드 아웃1> 이후 9년만의 후속작
�주인공 라일리가 13살이 도고 사춘기에 접어들자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를 겼는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We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PIXAR-
<인사이드 아웃 2 > 줄거리
디즈니·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 새로운 감정과 함께 돌아오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본
부에 등장하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제멋대로인 ‘불안’이와 기존 감정들은 계속 충돌한다.
결국 새로운 감정들에 의해 본부에서 쫓겨나게 된 기존 감정들은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2024년, 전 세계를 공감으로 물들인 유쾌한 상상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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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은 약사에게, 멀티버스는 '스파이디'에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파이더 우먼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살면서 가족도, 친구도 잃은 '그웬 스테이시'(헤일리 스타인펠드). 그녀는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이자 유일한 친구인 ‘마일스 모랄레스’(셔메이크 무어)를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과 싸우던 그웬. 그녀는 또 다른 스파이더맨 '미겔'(오스카 아이작)과 '제시카(이사 레이)'를 만나고, 그들에게 합류해 우주를 넘나드는 빌런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마찬가지로 그웬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내던 마일스. 그의 앞에는 자기도 의도치 않게 만들어 낸 빌런 '스팟'(제이슨 슈워츠먼)이 등장한다. 스팟 덕분에 마일스는 그웬과도 재회한다. 그웬 역시 스팟을 감시하러 왔기 때문.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그들은 스팟을 쫓아 다른 우주로 이동하고, 수많은 스파이더맨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우주의 균열을 마주한다.
스파이더맨의 멀티버스는 다르다
또 한 번 멀티버스다. DCEU의 마지막 작품인 <플래시>가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멀티버스 히어로가 또 등장했다. 2018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속편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이하 <스파이더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래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멀티버스는 이미 관심을 끌기 어려운 소재가 됐다. 평행 우주든, 다중 우주든, 평행 다중 우주든 상관없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과거나 현재를 바꾸려다가 다른 우주의 '나'를 만난다. 그 만남을 통해 현실의 '나'는 현재의 중요성을 배우고, 한층 성장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파이더맨'이니까. 수많은 우주의 스파이더맨이 한 데 만나는 사건인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는 멀티버스의 상징과도 같으니까. 전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실사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멀티버스를 능숙하게 다룬 전력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스파이더맨>은 기대에 완벽히 부응한다. 북미에서 개봉 9일 만에 2억 달러를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은 최근 히어로 영화 중 가장 뻔뻔하고, 감각적이며, 통쾌한 데다가 감동적이다. 마치 멀티버스를 다룰 줄 아는 셰프는 '스파이디'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멀티버스라는 공식을 깨부수다
멀티버스 영화는 대체로 비슷한 공식을 따른다. MCU의 피터 파커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완다 막시모프도, 가장 최근에 공개된 플래시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주인공은 과거나 현재의 특정 사건을 바꾸려는 욕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멀티버스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가르침을 깨닫는다. 인생에는 필연적인 지점이 있으며, 그 사건이 현재의 나와 우주를 만들었다는 것. 운명에 순응하고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는 것.
얼핏 보면 <스파이더맨>도 다르지 않다.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인 미겔 오하라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그는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라는 팀을 결성해 차원을 넘나드는 빌런을 체포한다. 그들이 우주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전에. 특히 그는 '공식설정 사건(Canon event)'을 수호하려 애쓴다. 모든 스파이더맨은 삼촌처럼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가족, 그리고 가장 가까운 경찰서장을 잃어야만 한다.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미겔 본인이 공식설정 사건을 바꾸려다가 가족을 모두 잃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으므로.
그래서 그는 마일스를 질책하고, 통제하려 든다. 전편에서 마일스가 차원 이동기를 파괴했고, 그 과정에서 차원을 넘나들며 우주의 균형을 위협하는 빌런 스팟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마일스가 '스파이더 인디아'(카린 소니)의 우주에서 싱 경감을 구한 것도 문제다. 스파이더맨과 가장 친한 경찰서장이 죽어야 하는 공식설정이 깨졌으므로.
공식대로라면 마일스는 이쯤에서 변해야 한다. 자기 행동이 미성숙하다고 반성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살릴 수 없더라도 우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정해진 운명을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공식을 거부하고,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마일스는 미겔에게 말한다.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고, 무슨 일이든 처음은 있다고.
무슨 일이든 처음 있다
<스파이더맨>은 마일스의 선택에 힘을 싣는 반전도 선사한다. 미겔은 고집불통인 마일스에게 숨기고 있던 진실을 알려준다. 전편에서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알고 보니 그 거미는 지구-42라는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것으로 밝혀진다. 즉, 본래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는 존재부터가 우주를 파괴할 수도 있는 원인인 셈이다.
이에 마일스는 미겔과는 반대로 행동한다.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었던 자기가 스파이더맨이 됐다면, 공식설정을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면서. 그래서 그는 이틀 뒤면 경찰서장으로 진급해 죽을 운명인 아버지를 구하러 간다.
"내 이야기는 내가 쓸 거야!"라는 마일스의 결심은 <스파이더맨>을 독보적인 영화로 거듭나게 하는 1등 공신이다. 앞서 봤듯이 멀티버스 영화에는 어느 정도 고정된 틀과 스토리가 있다. 그런데 이를 전면에서 부정한 결과 강렬하면서도 색다른 쾌감에 빠져들 수 있다. 모두가 운명 앞에서 겸손해지고 무거워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영화니까.
마일스의 결단은 멀티버스를 통해 더욱 확장된다. 그웬은 공식설정을 따르지 않을 이유를 찾아낸다. 경찰서장인 아버지가 경찰을 그만뒀는데도 공식설정이 어긋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웬. 그녀는 전편에서 한 팀이었던 스파이더맨들을 모아 마일즈를 돕기로 결심한다. 새롭게 등장한 스파이더펑크, '호비'(대니얼 칼루야)도 인상적이다. 그는 마일스와 그웬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며 펑크록에 심취한 아나키스트 스파이더맨다운 활약상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마일스의 정체를 한 번 더 비틀어서 충격을 선사하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스파이더맨>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연상시키는 클리프 행어로 마무리된다. 그 덕분에 3편인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커진다. 결말만 놓고 보면 2023년 영화 중 최고나 다름없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스파이더 그웬
숙명을 거부한 마일스의 선택은 그웬의 이야기를 만나 더 풍부해진다. 그들은 고집 센 부모님과 부딪힌다. 스파이더맨이 청소년 히어로의 대표주자라는 걸 고려하면 일종의 세대 갈등처럼 보인다. 마일스의 부모님은 그가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경찰서장인 조지 스테이시는 스파이더 우먼이 딸의 절친을 죽였다고 믿는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딸의 말은 무시한다. 그웬의 정체를 알게 되자 딸을 체포하려 들 정도다.
하지만 마일스와 그웬은 요즘 애들답다. 자신감과 쿨함으로 무장해 자기 꿈을 실현한다.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 역동적인 삶을 그려 나간다. 차원 이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마일스. 자기 밴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드러머 그웬. 그들은 스파이더맨답게 꿈을 이룬다. 마일스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스파이더 인디아를 돕는다. 그웬도 마일스를 비롯한 다른 차원의 옛 동료들과 재회해 자기만의 밴드를 꾸린다.
두 거미 인간의 패기는 감동도 안겨준다. 그들이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때, 결국 자식을 이기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끝까지 자기 정체를 숨기던 마일스.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아들 편이라고 말해준다. 더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한다. 조지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집에 온 그웬과 화해한다. 아빠는 경찰을 그만뒀고, 딸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이처럼 다른 듯 보이지만 맥락과 함의는 같은 그웬의 이야기 덕분에 마일스의 이야기는 더욱 진해진다. 그들의 유대감이 로맨스 코드로 자연히 이어지는 재미도 있다. 또 투톱 주인공 수준으로 늘어난 그웬의 분량이나 비중도 자연히 납득된다.
주제에 충실한 볼거리와 스타일
전편보다 발전한 볼거리와 스타일도 <스파이더맨>만의 개성을 한 층 끌어올려 준다. 전편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기법이었다. 픽사와 디즈니 스타일의 3D 애니메이션 트렌드를 거부하고, CG와 2D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기법을 선보였다. 그라피티 스타일의 그림을 조합하고 프레임도 낮게 잡으면서 스크린으로 만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도 과감함은 이어진다. 스타일은 유지하되, 한 가지 변화를 꾀했다. 색채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그림체에 다양한 색감을 더해서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환기했다. 그웬과 아버지의 대화 장면이 대표적이다. 부녀 관계가 경색되어 있을 때는 화면이 전반적으로 푸른빛이다. 하지만 부녀가 포옹을 하거나, 둘의 관계가 회복되는 순간 영화는 분홍이나 노란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크린 전체를 환하게 만든다.
이에 더해 스파이더버스의 스케일을 키웠다. 덕분에 영화 곳곳에 팬서비스가 빼곡하다. 게임 시리즈 속 스파이더맨, 레고 스파이더맨 등 온갖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시리즈도 스파이더버스에 포함됐다. 일례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몇몇 장면이 영화에 직접 등장한다. MCU와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도 합류한다. 미겔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속 사건을 언급하고, <베놈> 속 조연인 첸 부인도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음악도 계승했다. 'Sunflower'나 'What's up danger' 같은 블랙 뮤직을 이번에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메트로 부민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OST 간의 통일성이 높아졌다. 대니얼 펨버턴이 1편에 이어 참여한 스코어도 인상적이다. 드럼이 인상적인 그웬의 테마를 적극 활용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한계
다만 애니메이션이라서 남는 아쉬움도 있다. 길다. 러닝타임이 140분이다. 전편에 비해 23분가량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특히 그웬과 마일스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 초중반부가 상대적으로 지루하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액션과 허를 찌르는 전개로 만회하려 하나, 길다는 인상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러닝타임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화려한 그림체도 종종 어지럽게 보인다. 특히 액션씬은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여지가 있다. 프레임이 자주 끊기고 스파이더맨들의 그림체가 제각기 다르다 보니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에 더해 1편의 임팩트를 넘어서는 OST가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스파이더맨이 소모된다. 잠시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가다 보니 스파이더맨 하나하나의 임팩트는 크지 않다. 미겔과 제시카 드루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모든 스파이더맨이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 전편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호불호와 취향의 영역이라서 영화의 완성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독보적인 성취는 모든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과감한 스토리텔링, 신선한 스타일, 팬 서비스와 세계관 연계까지. 이보다 완벽한 중간 다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1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놀라운 기록을 써 내려갔다. 2019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석권했다. 평가에 비해 흥행이 조금 아쉬웠다. 국내에서는 관객 70만 명을 겨우 넘겼다. 그래도 북미 약 1억 9,000만 달러, 월드와이드 약 3억 8,4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흥행 성적은 이미 전편을 뛰어넘었다. 벌써 북미 2억 달러, 월드와이드 4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니 궁금하다. 과연 국내에서는 어디까지 질주할 수 있을지, 시상식 시즌에는 또 어떤 뉴스를 들려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Outstanding 출중함
정점에 다다른 스파이더버스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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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어느새 71세가 된 조반니 “난니” 모레티 감독의 최신작 <찬란한 내일로>는 그의 대단한 필모그래피를 고려하면 일견 수수해보인다. 난니 모레티는 본명과 직업이 같은 주인공을 직접 연기하며, 나이든 감독이 평생 잘 굴려왔다고 믿은 영화와 가족 양측에서 내쳐지고 비로소 얻은 깨달음과 후회를 코믹하게 펼쳐둔다.
<아들의 방>과 <악어> 시절부터 모레티와 오랫동안 합을 맞춘 마르게리타 부이, 실비오 올랜도 등 반가운 배우들이 극중 조반니의 오래된 동료나 부인으로 분하더니, 크레딧 롤을 대신하는 듯한 마지막 행진 장면에서는 아예 지금껏 협업한 배우들을 카메오로 불러내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알바 로르바케르(일층 이층 삼층), 자스민 트린카(아들의 방), 다리오 칸타렐리(미사는 끝났다/아들의 방/악어/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등), 줄리아 라짜리니(나의 어머니), 안나 보나이토(악어)와 리나 사스트리(에체 봄보)까지. 송경원 평론가의 말마따나,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대행진‘이다.
거장이 된 창작자가 자기 ‘사단’을 불러다놓고 (그동안 지겹도록 말해진) ‘영화 만드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우회적으로 논하는 자전적 작품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거장들은 자꾸만 일생의 마지막 정리를 하는 듯한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그런 영화들은 종종 긴 세월의 노고를 함께 해준 ‘이너 서클’에 대한 우애나 자기 자신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한 치하를 필연적으로 담지하고 있어 관객인 내게 애수와 함께 아주 미약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반드시 사변적이라거나 습작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확률상’ 그런 루프에 빠지기 쉬운 것도 사실인데, 노장의 자전적 필모그래피란 그런 습작성을 가릴 만큼의 노련함까지 갖추고 있어 소위 ‘흐름’을 타지 못하면 영화 내내 홀로 축제에 합류하지 못한 찝찝한 기분으로 뒤에 남겨지기 일쑤였다. 서사성의 결여, 자기애적 회고에 대한 반발감 때문에 만듦새를 돌아볼 새가 없어지고 그 무엇보다도 ‘감독의 리듬과 나의 리듬이 잘 맞는가’가 가장 중요해지고 마는 아쉬움. 굳이 꼽자면 내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나 빅토르 에리셰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적인 영화, 우회하지도 않고 그 어떤 서사적 덧붙임도 없이 본연의 ‘일 이야기‘로 직행하는 난니 모레티의 <찬란한 내일로>는 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만점짜리 영화로 마음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 왜 이 화려하고 친밀한 출연진과 훌륭한 이탈리안 코미디로서의 연출과 노련한 ‘리듬감’을 보고도 이 영화가 편안하고 충만한, ‘자신과 너무 먼 나를 받아들이는’ 영화라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영화적 야심의 충족 대신 환대와 허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장들(보다도 그들의 맹목적 추종자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실수와 달리 난니 모레티는 ‘영화를 마음대로 해석해주는’ 관객에 대한 불만을 전연 느끼지 않고 오히려 모두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따스한 경청의 태도를 취한다. 영화도 그렇거니와 영화 바깥의 태도 역시 그러하다. 한국 관객들과의 씨네토크에서 그는 특정 장면의 ‘의도’가 헤집어질 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연출했다고 말하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물을 때 “영화는 크로스워드 퍼즐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은 없고, 여러분도 몇 년 후 다시 보면 감상이 또 달라질 것”이라며 웃는다. 영화 속 조반니가 그의 영화를 맡게 된 낯선 한국 제작자들의 “사랑과 정치, 예술과 공산주의의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해석에 그저 “네, 맞아요”라고 수긍한 것처럼 그는 타인의 의견에 (그것이 폭력과 비윤리를 미화하지 않는 한) 절대적으로 열려있(게 된)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는 저 먼 한국에서 와서 소주로 건배를 권하는 제작자를 생경하게 생각지 않은 조반니처럼 ‘나를 따돌리지 않는’ 영화다.
극중 조반니가 처음부터 모든 종류의 충돌에 관대한 인물이었냐 하면 물론 아니다. 난니는 페르소나인 조반니를 상당히 짜증스럽고 고압적이기도 한 연출자로 그려내는데, 편집증에 가까운 그의 강박은 애꿎은 젊은 스탭들을 괴롭게 하고 ’우리(부부) 얘기만 빼고 다‘ 하는 그의 일방적 수다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부인 파올라가 이혼을 결심케 만든다. 조반니는 혼자만의 의식에 집착하고 “단어 하나만 달라져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영화라면서 제작진과 배우들을 몰아세운다. “20테이크 정도만 더 찍자”는 조반니의 예사로운 말에 스탭들이 몰래 한숨을 쉬고, 스포트라이트나 즉흥 연기를 바라는 배우들은 “그 친구 클로즈업 안 해요”라든가 “카사베츠는 카사베츠고 이건 내 영화”라는 조반니의 단언에 허물어진다.
이런 조반니가 5년만에 찍고 있는 영화의 정체는 1956년 헝가리 혁명을 배경으로,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따른 이탈리아의 평범한 공산주의자들의 혼란을 담은 작품이다. 마을에 방문한 헝가리 서커스 단원들과의 심정적 연대, 정치적 노선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한 지부 사람들은 고뇌하며 갈등한다. 조반니와 함께 전동 킥보드를 타던 프랑스 제작자 피에르는 고전적인 영화를 두고 이렇게 상찬한다:
서커스는 현대 영화의 은유잖아요. 줄 하나에 매달릴 뿐 앞일을 전혀 모르니까요.
감독님 영화는 체제 전복적이에요.
조반니는 손사래 치면서도 내심 뿌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집 나간 부인의 행방을 찾다 외동딸에게 동음이의의 잔인한 선고를 듣기도 한다:
아빠랑 있으면 늘 외줄 타는 기분이긴 해요.
40년간 13편의 영화를 공동 제작한 동업자이자 부인 파올라가 새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에서 유망한 신진 감독 주세페를 밤새도록 가르치는 조반니를 보고 있노라면 이 ’외줄 타는 기분‘을 곧장 추체험할 수 있다. 스콜세지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고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그 영화의 폭력성이 왜 정당하지 않은지 연출적으로 어떻게 부족한지를 설파하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완고한 침입자.
자기 영화 현장에서도 조반니는 마찬가지로 자기 ’원칙‘에 따라 소품, 의상, 촬영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들을 차례로 당황시킨다. 1950년대 물 상표부터 낡은 옷깃 표현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는 그의 원칙이란 ’실제가 어떠했는지‘에 사활을 거는 척하면서도 결국 실제가 아닌 자신만의 고집에 복무하기에 허구적이다. “스탈린 포스터를 실제로 걸었더라도 내 영화에선 아냐”라든가, ”당시 실제 기사예요“라는 미술감독의 항변에 ”그건 상관없어요“라며 기사 캡션을 줄여 (자기 마음에 들게) 다시 제작해오라는 지시에서 이 원칙의 자의성과 이중성이 낱낱이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는 미학도 있지만 윤리도 중요”하다는 조반니-난니 모레티의 철학은, 넷플릭스-액션-(자칭)네오리얼리즘으로 요약되는 차세대 감독 주세페와 충돌하는 바로 그 장면에서 명료해진다. 키에슬로프스키를 거론하며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폭력 외의 다른 묘사는 전부 폭력에 대한 미화고 옹호라는 조반니의 지론은 넷플릭스식 액션에 익숙해지고 폭력에 매료된 현대 사회 관객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물론 젊은 영화 연출가는 ‘최면에 걸렸다 깨어나서 우는 날’이 올 거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밤새워 강의하며 제작진 수십 명을 대기시킨 조반니는 파올라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난다.
“사악함밖에 없는 영화잖아. 당신까지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러더니 변했다”는 말로 파올라의 분노를 산 것만큼 심각한 문제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노감독의 뒤로 그 매혹적인 폭력의 묘사가 배우들에 의해 간단히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조반니는 그를 무시하고 흘러가는 - 점점 더 빠르게,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 세상의 속도로부터 완전히 유리되고 있다.
몇십 년간의 영화/결혼 생활 동안 상대를 돌아보지 않는 그의 완고함은 주변에 생채기를 내어왔다. “새 영화를 들어가서 상담을 줄일” 정도의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고, “촬영장을 못 떠나겠어요”라며 기실 조반니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까지 자신도 모르게 설명한 파올라의 영화에 대한 (조반니 못지않은) 열정을 조반니만 우습게 알고 있다. 제작자 피에르가 사기 혐의로 붙잡혀 가면서 투자받기 어려워졌고, 못내 경멸하던 넷플릭스 투자를 꿈꿔봤지만 ‘왓더퍽’하는 모먼트가 없단 이유로 수정 요청을 받으면서 촬영은 점점 더 난항이 되어간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데려온 코끼리들은 싸움이 나고, 스페인 곰은 탈주해 숲으로 숨어들어가는 난장판이 프로덕션을 어지럽힌다. 오래 협업한 주연 배우 엔니오가 우물쭈물 의견을 밝히지 못하는 사이, 또다른 주연 배우 베라는 조반니가 싫어하는 뮬을 신고 “제게 연기란 재즈처럼 배우가 대본을 변주하는 일”이라거나 “누가 요즘 정치물 봐요? 이건 사랑 얘기예요. 모르시겠지만 그래요”라고 주장하며 대들지만 조반니에겐 그를 다른 ‘고분고분한’ 배우로 교체할 권위도 잃었고 사실 명분도 없다.
조반니는 자신만의 룰로 세상을 주물러왔지만 더이상 세상은 그의 틀에 만만히 잡혀줄 정도로 ‘고분고분하지 않다’. 아빠보다도 나이가 많은 폴란드 대사 예르치와 사랑에 빠진 딸처럼, 영화 속 의도되지 않았던 로맨스 서사를 쟁취하더니 현실에서도 결국 커플이 된 배우 베라와 엔니오처럼, 조반니와 같이 과거에 매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생히 역동하고 반응하며 조반니는 외로이 그 생기를 억누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이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타협하든가 잊혀지든가 둘 중 하나뿐이다.
만일 조반니가 묵묵함이라고 일컬어지던 불통, 장인정신이라고 오해되던 고집을 계속 발휘한다면 그의 영화도 삶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엔니오와 조반니의 다이얼로그가 암시하듯이.
“(주인공의 자살이) 영웅적이지 않나요?”
“과한 면이 없지 않죠. … 사실 영화 마지막 장면부터 떠올라서 나머지 대본을 썼어요.”
“언젠가는 하실 줄 알았어요. 주인공의 자살로 끝나는 작품을요. 감독님다워요.”
‘감독님답다’는 말에 멍해진 조반니는 “당신이 묻어있는 인물이 자살하는 결말인게 왠지 불길해”라던 파올라의 염려가 어떤 예지였는지 갑자기 깨닫는다. 혼자 사는 삶은 삶이라 부를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도 그를 찾아든다. 그래서 그는 세트장을 횡단이동해 옆방으로 건너가 (즉 그가 ‘원칙’에 충실하느라 앞만 보고 달렸을 때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옆’으로 나아간다) 침묵 속에 잠긴다.
결국 한국 제작자들까지 모두 모인 폴란드 대사관의 다국적 식탁에서 “결말을 완전히 바꿔야겠어요”라고 조반니가 운을 떼는 순간 모두의 대사들이 생생히 터져나온다. 연출적 감동을 자아내는 이 극적인 소란 속 조반니는 독백한다. “삶에는 ‘만약에’가 없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만약에’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가 바란 ‘만약에’란 소련의 압제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헝가리와 연대하며 폭력에 순응하는 대신 용기 내어 윤리를 선택한 1956년의 이탈리아이며(‘이탈리아 공산당은 이후 소비에트 연방과 결별하고 맑스, 엥겔스의 정신을 독자적으로 실현했다.’), 타인의 영향력이 자신을 침범하도록 놔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이다(‘우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찬란한 내일로 난니 모레티 감독 GV
with 씨네큐브 X 에무시네마 (에무필름) X 송경원 평론가
Q. 전쟁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가 작년 칸에 둘 있었다. 감독님의 <찬란한 내일로>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Fallen Leaves. 56년 헝가리 혁명이 배경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두 가지 이유인데 첫째로는 근현대 이탈리아에서 공산주의가 갖던 의미를 다루고 싶었다. 또 그때 이탈리아인들이 소련의 영향에서 해방될 기회를 놓친 때이기 때문이다.
Q. 중간부터 극 중 극과 별개로 젊은 연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싸움이나 대사들은 마치 단막극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연출한 이유는?
A. 원래 겹겹의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다.
Q. 최근의 이탈리아 영화 제작 환경은 어떤 편인가? 극중 촬영과 실제 촬영 현장은 얼마나 다른가?
A. 다른 감독의 촬영을 멈추는 취미는 없고(ㅎㅎ) 춤도 안 춘다ㅎㅎㅎㅎ 예전의 나는 실제로 즉흥 연기를 반대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다. 조반니의 나머지 면과 나는 상당히 비슷하다.
Q. 감독님이 제일 애정하는 씬은 무엇인지? (송평은 이탈리아에 공산당이 있었냐고 배우가 맹하게 묻는 대본 리딩 장면부터 ‘아 내가 좋아할 영화다, 너무 재미있는 코미디겠구나’ 하고 확 끌렸다고)
A. 글쎄… 영화는 크로스워드 퍼즐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나 해답이 없다. 여러분들도 2년 후 다시 보면 또 감상이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 노래가 나오는 모든 씬, 그리고 그 젊은 커플이 나오는 장면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50년간 함께 하는 커플을 (다큐멘터리처럼) 50년간 찍는 작업으로서 다루려고 시도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숙원을 풀게 되었다. 또 커플 중 여자 쪽의 대사는 나의 개인적인 노트에서 가져와서 대본에 없는 대사다. 내 일기, 노트의 글들을 대사로 넣기 위해 연출한 것이기도 하다. 즉흥적인 결정이기도 했기 때문에 여배우는 당연히 대사를 다 외우지 못했고, 내가 카메라 옆에서 직접 말해준 장면도 있다.
Q. 극중 조반니의 촬영 현장을 구하는 한국인 제작자들이 나온다. 통역 격인 유선희 배우를 작년 칸에서 운좋게 만나뵀는데, 감독님에 대해 “20번 넘는 테이크를 찍는 완벽주의자”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수십 번 리허설한 대사를 현장에서 바꾸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A. 감독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기, 음악, 변칙 등 상세한 요소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71세가 된 대감독인 저라도 (현장에 따라 즉흥성을 발휘하는) 이 정도의 반항심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동시에 그런 (일관된) 연출을 위해, 배우들이 좀 지름길로 가고 싶어할 때가 있으면 내가 단호하게 멈추기도 했다.
Q. 아까 언급한 주세페의 영화에 끼어들던 장면. 거기서 “영화의 윤리”라는 게 언급되는데, 오늘날의 영화의 윤리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오늘날의 영화 제작진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폭력을 우대하고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Q. 이 영화가 그런 현상에 대한 해독제라든가 반작용이 될 것을 의도했는지?
A. 그런 것을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관객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에 나 역시 만족스럽다.
Q. 프랑스와 한국 제작자, 폴란드 대사 등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유는?
A. 먼저 프랑스 출신의 제작자들과는 친분이 두텁다. 내게 프랑스는 거의 제2의 고향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폴란드 대사 예르치는 오로지 그 배우를 위한 역으로 만들어넣었다(배우분 본명도 예르치). 오래된 친구이자 동료였고, 그를 위한 역할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제작자들에 대해서라면, 이탈리아 사람이 재깍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에서 온 사람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살리고 영화를 마음대로/좋게 상상하고 해석해주는 부분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화 산업이 얼마나 활발하고 독특한지는 잘 알고 있어 원래도 관심이 컸다.
(송평: 그 ‘마음대로 해석해준다’는 부분과 관련해서, 이 영화가 그런 접근을 너그러이 허용해주는 영화라고 느껴져서 아주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런 지점이 가장 좋았다)
Q. 마지막 장면의 행진이랄까 축제 같은 장면에서 처음에는 작게 사람들을 잡다가 점점 행렬 규모가 커지고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알바 로르와케르 등 감독님의 다른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이었는데, 이런 연출의 이유는 무엇인지.
A. 주조연 배우들과 1회차 촬영을 했는데, 갑자기 공산당 리더로 엔딩에 잠깐 나온 엑스트라 배우라든가, 작가들, 조감독들, 그리고 한국 제작진들까지 이 영화와 연관된 모든 인물들이 포함되면 좋을 것 같아서 2회차 촬영을 했다. 그런데 편집을 끝낼 때쯤 10~30년 전의 내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까지도 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서 다시 3회차 촬영으로 마무리했다.
(송평: 정말 대단원의 대행진이라 할 만하다…)
Q. (플로어 질문) 차 속에서 노래를 틀고, 다같이 따라 부르는 씬이나, 조반니가 혼자 축구공을 위로 뻥뻥 차올리는 씬 등 전 영화들의 오마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의도된 것인지?
A. 사실 그런 장면들은 하나도 의도되지 않았다. 45년 간의 커리어를 이어오다 보니 우연히 겹쳤을 것이다ㅎㅎ 촬영 들어가기 전 다같이 노래하는 장면은… “그냥” 그러고 싶었다! 아무 뜻도 없다.
Q. (플로어 질문)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나, <롤라>, <라 돌체 비타> 등등… 서커스라는 모티브도 그렇고 이탈리아 영화들에 대한 존경의 오마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난니 모레티 감독에게 페데리코 펠리니란?
A. 씨네마 그 자체. 덧붙여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 초기작에서 언급된 영화들은 사실 비판적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인용한 영화들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때 언급한 영화들을 비판받을 수 있는 자리에 놨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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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개봉일 : 2021.12.08 (극장 선공개 / 넷플릭스 2021.12.24.공개)
감독 : 아담 맥케이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쿠키 영상 : 2개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이 한마디가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작중에 혜성 충돌 상황을 부정하며 “이거 현실이지? 평행 우주 그런 거 아니고?”라고 묻는 대사가 나오는데, 나도 그렇게 묻고 싶다.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미리 만나본 <돈 룩 업>, 화려한 라인업으로 시선을 빼앗다.
넷플릭스 공개 전, 넷플릭스 영화 6편을 미리 극장에서 만나보는 릴레이 개봉의 마지막 타자 <돈 룩 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의 촬영 사진 한 장으로 이미 내 마음을 깨부셨던 이 영화. 최근 글을 쓰는 영화마다 ‘소식을 듣고 언제부터 기대했던 영화’라고 언급하다 보니.. 대체 나는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영화가 몇 편이나 되는 거지..? 살짝 웃기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 영화도 정말 기대했다. 거기에 이런 기획전을 통해 집이 아닌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다니. 횡재가 따로 없다 생각했다.
위에 언급한 세 배우를 제외하고도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등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인물들로 가득 찬 라인업에 넷플릭스 자본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고, 각 인물들의 매력을 잘 살려 어떠한 캐릭터도 1회 성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적절히 배려한 연출자의 균형감에 박수가 나왔다. 거기에 재미까지 챙기다니,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캐릭터와 연기가 정말 좋았다. 내가 알던 그녀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영화를 봤을 만큼 말이다. (캐릭터 자체는 호감형이 아니었지만..)
비디오 게임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 또는 우스울 만큼 현실과 너무 닮은 이야기
<돈 룩 업>은 지구로 다가오고 있는 커다란 혜성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중심 소재를 이용한 사회 비판 블랙코미디다.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과 교수 랜달 민디와 그의 제자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여느 날처럼 천체를 관찰하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혜성의 존재는 처음엔 놀라운 발견, 축배를 들어야 할 소식이자 축복이었으나, 혜성의 좌표와 속도, 포물선의 모양 등.. 모든 정보를 모아 계산해 보니 혜성은 축복이 아닌 대재앙 그 자체였다.
랜달과 케이트는 이 소식을 알리고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아이러니와 코미디적 요소들이 발생한다. 지구 멸망.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라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로 멸망이라니. 인류 최대의 위기다.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어디,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당장 옆에 앉아있는 가족도, 친구도 나와 생각이 다른데.. 이 지구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한곳으로 모일 리가 없다. ‘지구 멸망’의 위기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온갖 우습고도 열이 뻗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어디선가 본듯한 상황들
“아무리 그래도 멸망이라는데.. 진짜 이럴까?”싶다가도 너무 사실적이라, 번뜩 “아 이거 현실 아닌가?”싶은 생각도 든다. 지구 멸망은 아니더라도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각자 분열하고 휩쓸리고 또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에 <돈 룩 업>을 보며 답답하기도, 너무 우스워 웃음이 픽픽 나기도 했다.
멸망 앞에서 손발을 벌벌 떨며 세상에 소리치는 과학자 랜달 민디와 케이트 디비아스키, 오글 소프 박사. 그리고 이들의 말을 듣지 않고 되레 이용하려는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 사업가들까지. 커다란 언론들의 싸움에 사람들은 각자의 믿음에 따라 길을 정하고, 그 위에서 힘껏 휩쓸린다.
다가오는 위험을 바라보자는 사람들과 그것 또한 거짓이니 바라보지 말자는 사람들의 대립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물들이 휙 돌아버리는 순간들에 이 영화 진짜 골 때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 접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작품, 나의 입문작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보는 건 <돈 룩 업>이 처음이었다. <앤트맨>의 각본을 제작했다는 것과 <바이스>, <빅 쇼트>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담 맥케이가 연출한 온전한 ‘그의 작품’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줄줄~ 읊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블랙코미디의 대가라는 타이틀이 찰떡같이 어울린다. 에이 오버다 싶다가도 이 비슷한 장면을, 이런 사람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에 웃음이 절로 난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현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요소들을 잡아 적절하게 버무린 센스가 엄청나다. 또 언젠가는 “이거 이렇게까지 까도 되나?”싶은데 그게 또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였다. 주변의 반응을 보니 꽤 호불호가 나뉘거나 전작들(특히 빅 쇼트)에 비해 실망했다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돈 룩 업>을 성공적인 아담 맥케이 감독 입문작으로 정의 내렸다. 땅땅- <빅 쇼트>에 비해 이게 실망스러운 작품이라면.. <빅 쇼트>는 얼마나 재밌다는 걸까. 기대된다. 빠른 시일내에 격파하도록 해야겠다.
돈 룩 업 시놉시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인류의 종말을 막아라 vs 설마 진짜 종말이 오겠냐?
공룡들의 멸종 이후 얼마 만인가, 대략 2억 년이 더 지나 지구에 또다시 충돌의 위기가 찾아온다.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혜성을 발견한 케이트와 민디는 지구방위 합동본부 오글 소프 박사를 통해 대통령 올린을 만나게 된다. 좋은 말로 하면 여유가 넘치고 나쁜 말로 하면 퍽 가벼워 보이는 대통령은 케이트와 민디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반드시 일어나요.” 비장한 표정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하는 과학자들 앞에서 올린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알맹이 없는 웃음을 흘린다.
지구와 충돌한다면 핵의 몇십 배 아니 그냥 지구 멸망을 일으킬 혜성이 다가오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이리 관심이 없는 걸까? 궁금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현실에서도 별별 종말설이 다 돌지 않았던가? 우주적인 요소, 인류들이 만들어낸 요소, 신화적인 요소 등등.. 무슨 달력이 언제까지만 있어서 그 날짜에 맞춰 종말 할 거라느니.. 하는 것들까지 말이다. 나도 그 종말설들을 믿지 않았으니.. <돈 룩 업>의 시민들이 민디의 말을 믿지 않는 상황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알아들을만한 자료도 없고, 지나가는 비디오 게임 이야기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 종말론을, 모두가 후다닥 믿어버리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 거기에 유명하지만 아주 가벼운 토크쇼에서 나오는 이 종말론을 말이다. 사람들은 혜성의 존재보다 케이트가 분노하는 순간, 잘생긴 민디 교수의 얼굴, 그리고 연예인들의 약혼 소식에 더 집중하고 낄낄 웃을 뿐이다. 이거.. 왠지 익숙한 상황이라 어이없이 웃기다.
혜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혜성은 위협인가 이득인가?
혜성의 존재가 알려지고 사람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뉜다. 혜성은 오고있다, 궤도를 바꿔 종말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룩 업)과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 보이는 것 또한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돈 룩 업)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고, 직접 궤도를 계산해 볼 수 없으니 어딘가 못 미덥게 느껴지는 종말론 앞에서 잠시 힘을 모았던 사람들은 1차 발사 취소 후 더 크게 분열하기 시작한다.
일부 인물들은 혜성의 존재는 믿지 않음에도 정치적 이유, 자신의 이득을 위해 1차 발사에 힘을 모으는데, 혜성이 지구에 안착(?) 하게 됐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이득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마음을 바꾼다. 조금 전까진 함께 ‘인류의 위협이다!’라고 외치더니, 이젠 이게 축복이란다.
140조 달러의 가치? 세상이 멸망하면 무슨 의미겠냐마는 대통령과 사업가들(BASH)은 돈에 눈이 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미 우리의 계획은 성공! 그 외의 결과는 상상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주인공들은 서서히 정상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선동과 격리
케이트는 혜성의 위험성을 외쳤다는 이유로 권력에 의해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민디 박사는 권력과 여성에 현혹되어 잠시 궤도를 벗어난다.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하고, BASH의 광고에 출연하고, 혜성 분리에 성공할 시 발생하는 장점들을 줄줄 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언론에 휩쓸리고, 불안해하면서도 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케이트가 숨겨진 진실을 말하는 순간, 불안은 폭동으로 표출된다.
가연성 물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라이터를 탁탁 켜대는 대통령을 앞에 두고 마침내 정신을 차린 민디는 다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시 묻혀버리고 만다. 가장 섹시한 과학자로 칭송받던 사람이었지만.. 언론과 권력이 만든 그 타이틀 하나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강한 힘의 일을 방해하면 바로 격리인 거다.
Look Up vs Dont' Look Up
하늘을 바라보라고, 진실을 바라보라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말 지지리도 안 본다. 라일리비나가 콘서트에서 부른 노래 가사처럼 ‘제발 과학자들 말을 쳐들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눈으로도 보이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양 갈래로 찢어져있다. 힘을 모아도 모자란 판에, 마지막 희망이었던 핵이 발사장에서 터져버리고, 차악이었던 분리 계획도 실패하며 인류는 종말을 맞이한다.
현실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 웃기고 불편한 블랙 코미디 그 자체였던 이야기.
혜성 충돌이라는 큰 위협 앞에서 각자의 이득과 주장만을 내세우던 인류는 결국 지구를 지키지 못한다. 애초에 모두가 힘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 단합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참 많았다. 혜성을 믿지도 않으며, 격추 or 분리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인 아들, 회사에서 쓸만한 광물을 구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며 선동한 피터, 하늘을 보면서도 현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섹시함과 위트는 갖고 있지만 지성은 없는 토크쇼의 진행자들. 그리고 이득을 따라 움직이는 언론 등등.. 조금씩 느껴지는 기시감에 씁쓸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들을 시원하게 가격하는 연출에 유쾌,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 <돈 룩 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제발, 이 사람들아. 과학자들의 말을 듣자. 위대한 이과의 말을 듣자.”였다.
그리고 그 위에, 민디 같은 교수님이 있다면.. 머리가 타도 좋으니 더 늦기 전에 천문 학도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진한 사심 한 바가지를 끼얹어본다. (물론 나는 본 투 비 문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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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당초 2025년 개봉이였으나, 연기되어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의 새로운 개봉일이 확정되었습니다. 2027년 6월 4일 북미 개봉으로 발표됨과 동시에 영화의 첫 번째 공식 이미지도 공개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게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목소리는 샤메익 무어가, ‘그웬 스테이시’의 목소리는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연기할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이어지며 “이전 두 작품보다 더 크고 대담한 스토리”이자 “거대한 피날레”라고 소니는 소개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대규모 제작진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켄드릭 라마&’사우스 파크’ 제작진 미공개 ’노예 코미디’ 영화, 2026년으로 개봉 연기
지난해 켄드릭 라마와 ‘사우스 파크’ 공동 제작자가 함께 촬영해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제목 미정의 영화가 2026년 3월로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배경인 ’노예 코미디’이며, 당초 ‘역사 체험 박물관에서 노예 재연 배우로 인턴을 하던 흑인 청년이 자신의 백인 여자 친구의 조상이 과거 자신과 같은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최근 각본 수정으로 인해 초기 내용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유전> 밀리 샤피로, <캐리> 리메이크 드라마 주인공 발탁되나
<닥터 슬립>을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이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를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캐리>는 앞선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으며, 그 중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은 현재에도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캐리 역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에 출연하여 많은 관객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배우 밀리 샤피로가 현재 논의 중입니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제작은 올여름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마이클 만 감독 <히트 2>, 시나리오 완성됐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고,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범죄영화 <히트>(1995)의 속편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작년 말, <히트 2>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던 마이클 만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워너브라더스에 초안을 공식 제출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속편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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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정재헌 성우님의 타키 연기 드디어 공개!! 너의 이름은 명장면 황혼의 시간을 재연해봤습니다(feat. 황보, 라이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ine_massage/
EP.28
정재헌 성우님의 비공식(?) 타키 연기를 감상해봐요!!
*열악한 녹음 환경에서도 열연을 해주신 정재헌 성우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빙 음성과 영상이 원본 감성 그대로 깔끔하게 살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빙 영상에 깔린 배경음악으로 Firefly Piano님께서 커버 음악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감사합니다^^
Firefly Piano 유튜브 채널 : ? http://bit.ly/SubscribeFireflyPiano
해당 커버곡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75Lxu...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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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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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시오페아> 메인 예고편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샘 폭발! 안성기 X 서현진 애틋한 부녀 열연 모두의 마음을 울릴 아주 특별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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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폭군> 티저 예고편
차지할 것인가, 제거할 것인가 마지막 샘플을 향한 쫓고 쫓기는 추격전💥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 작품 [폭군] 8월 14일 디즈니+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