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28 14:58:16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스타워즈 3>, 북미 박스오피스 2위 등극!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 지난주에 이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오프닝 4,800만 달러 대비 고작 6% 하락한 수치인 약 4,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안정적인 흥행세를 기대케 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극장가를 다시 찾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가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누적 수익 약 2,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스타워즈 팬덤의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3위에는 벤 애플렉 주연의 액션 영화 <어카운턴트2>가 안착하며,
1편의 오프닝 스코어를 소폭 넘어선 약 2,4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시 왕좌의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등 유수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 <야당>이 개봉 2주 차에도 1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 160만 명을 넘긴 <야당>이 마동석 주연의 오컬트 액션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영화 <썬더볼츠*> 등 대형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5월 1주 차에도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위는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의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차지했으나,
북미 관객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3위에는 누적 관객 수 200만 명 돌파에 성공한 <승부>가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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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 돌봄'이라는 새로운 부녀 관계
8/10
11살 딸 소피와 30대 초반의 아빠 패터슨이 소피의 방학을 맞아 함께 여행을 떠난다. 부부의 이혼 후 소피가 엄마와 함께 살기에 두 사람 모두에게 아주 소중한 여행이다. 행선지는 튀르키예. 매끄럽지만은 않다. 두 개의 침대를 확인하고 예약한 호텔 방에는 침대가 하나뿐이고, 호텔 바로 옆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부녀의 신경을 긁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여행의 기쁨이 더 크다. 패터슨은 다정한 얼굴과 몸짓으로 딸에게 선크림을 발라주고, 소피는 그런 아빠에게 의지하며 둘이 함께 만들 추억에 들뜬 상태다.
11살은 애매한 나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 사이 어딘가. 소피는 아빠와 함께 노는 것도 좋지만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며 그들처럼 놀고 싶기도 하다. ‘소피의 오빠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젊은 아빠인 패터슨 역시 그런 소피의 마음을 알고 보호자와 친구 역할을 오가며 소피를 배려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소피와 젊은 아빠라는 패터슨의 부녀 관계는 미묘하다. 소피가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젊은 청년인 패터슨 역시 소피 말고도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부녀 관계를 따뜻하게 담아내는 〈애프터썬〉이 흥미로워지는 건 이 지점이다. 성장 중인 딸과 여전히 방황하며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 아빠가 만들어내는 관계에서는 기존의 부녀 관계와는 다른 역동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피 앞에서는 늘 밝고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패터슨은 고통의 시간을 겪는 중이다. 최근 사업에 실패한 패터슨은 미래가 두렵다. 딸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돈은 넉넉하지 않고, 당장 자신의 미래조차 확신할 수 없다. 딸은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소피도 아빠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빠의 간섭과 참견을 귀찮아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활용해 아빠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녀가 더는 어린아이가 아님에도 말이다.
일상적 배려와 스치듯 지나가는 다정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응원하는 부녀. 그런 그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는 두 사람의 정체성이 엇갈릴 때마다 찾아온다. 어린이이자 청소년이고, 아빠이자 (위태로운) 청년인 부녀. ‘어린이’와 ‘아빠’, ‘청소년’과 ‘청년’이 만날 때는 좋은 시너지가 난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년’, ‘청소년’과 ‘아빠’가 만나면 불협화음이 난다. 지금 이 순간의 정체성이 무엇이냐에 따라 돌봄의 화살표가 바뀌기 때문이다. 두 정체성 사이를 오고 가는 둘은 매 순간 서로를 면밀히 탐색하며 미세하게 관계를 협상해야만 한다. 정체성을 오인하면 감정이 상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주고받는 상황이 생긴다. 함께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하자는 소피의 제안을 패터슨이 거부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린이’ 소피는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가족의 전통을 거부하는 아빠에게 서운하고, ‘청년’ 패터슨은 남들 앞에서 가무를 하는 게 부끄럽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때로는 상처주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부녀 관계의 깊이와 갈등 모두 고조된다. 더불어 패터슨의 아픔과 상처가 서서히 부각되며 소피와 패터슨의 부녀 관계는 점차 ‘청소년’과 ‘청년’의 관계, 즉 돌봄의 화살표가 딸에게서 아빠를 향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애프터썬〉의 성취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빠에서 딸로 향하는 일방적‧일반적 부녀 관계를 거스르며 상호 돌봄의 부녀 관계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아빠/아버지는 늘 강인한 존재일 것을 요구받는다. 이 요구가 내면화되어 남성이 스스로를 그렇게 재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부장적 젠더 이원론의 각본에서 태생적‧본질적으로 강한 존재는 없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각본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별자들이 있을 뿐이다. 〈애프터썬〉은 방황하는 청년이라는 보편적 인간에게 ‘아빠’ 정체성을 더함으로써 ‘아빠/아버지’ 역시 취약한 존재임을, 즉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보인다.
영화에는 패터슨과의 상호 돌봄 관계가 소피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성인이 된 소피가 동성 애인과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녀가 패터슨과 서로 기대며 버티고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성숙한 돌봄의 관계를 꾸렸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돌봄이 필요하다.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친밀한 사람에게 기대는 사람만이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돌본다. 이것이 상호 돌봄의 부녀 관계를 감동적으로 영상화한 영화 〈애프터썬〉의 메시지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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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팔씨름 금메달 리스트가 FML을 극복하는 법
동생이 팔씨름 선수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시다시피 팔씨름은 공인된 경기 스포츠는 아닙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죠. 돈을 내지 않으면 우승해도 메달을 주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당신의 동생은 어찌나 팔씨름에 진심인지, 코치까지 쓰면서 팔씨름 경기를 준비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생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응원해 줄 수도 있고, 쓸데없는 일에 왜 이렇게 열중이냐며 나무랄 수도 있겠죠. 어쩌면 그런 동생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팔씨름의 모든 것>은 바로 그렇게 탄생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동생이자 팔씨름 선수인 '파노스 구시스'를 관찰하는 요르고스 구시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형 또는 누나의 마음으로 '파노스'의 삶을 같이 들여다볼까요?
팔씨름의 모든 것
ARM WRESTLER
이 작품은 <팔씨름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처럼 '파노스'의 일상을 좇으며 낯선 팔씨름 선수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순간적인 팔심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 팔씨름 경기는 1초 만에 승부가 갈리기도 하는 폭발적인 힘겨루기 시합입니다. 그런 만큼 선수와 심판은 모두 규칙에 따라 자세 하나하나를 바로잡으며 대회에 임하죠. 그러면서도 메달은 도떼기시장보다 정신이 없는 곳에서 대충 수여해 버리는 어딘가 이상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내 동생이 팔씨름 선수라면?"이라는 앞선 질문에 혹시 '잔소리할 것 같다'와 같은 부정적인 답을 떠올리셨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한 번 시청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마도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거예요. 팔씨름을 향한 '파노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그에게 '팔씨름 선수'라는 정체성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게 하는 힘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의 눈은 언제나 반짝거리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저렇게 열정과 애정을 쏟는 것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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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스'는 팔씨름 선수이면서 동시에 카페 주인, 광대, 마술사, 심지어 배우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팔씨름 선수가 아닐 때 그의 삶은 왠지 자꾸 꼬이기만 합니다. 카페 운영은 지치고, 하고 싶은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죠. "FML(Fuck my luck)"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들이 반복됩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집중하고 몰두하여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일이 바로 팔씨름이죠.
'파노스'는 꽉 막힌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합니다. "내가 문제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죠. 그러나 형이 바라본 동생의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형의 카메라에 담긴 '파노스'는 분명히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팔씨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자신을 단련해 가듯이 말입니다. 이따금 허탈해하고 분노하고 짜증내면서도, '파노스'는 계속 해서 부딪히며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경기 스포츠는 고통과 한계를 넘어 우승을 쟁취해야 하는 싸움입니다. 다양한 고통과 한계가 산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은 경기 스포츠와 비슷한 면모가 있죠. '파노스'는 경기 스포츠를 치르는 것처럼 근성과 노력으로 그러한 일상의 문제들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팔씨름의 모든 것>은 '팔씨름 선수의 일상'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실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팔씨름 선수인 동생의 내면에 자리한 경기 스포츠인의 자질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형의 마음까지도 함께 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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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의 모든 것>를 보면서 때때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극영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촬영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극영화의 모양새를 갖춘 장면이 많았고, 현실을 향한 불만 가득한 한탄이나 카페 손님을 향한 짜증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들도 서슴없이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형제가 촬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삶의 권태를 느끼는 '파노스'의 모습에서 실패로 점철된 삶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던 <성난 사람들>의 '대니'가 겹쳐 보이기도 했는데요. <성난 사람들>에서 다룬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한 번 감상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단지 팔씨름 선수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작품을 고르셔도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니까요.
Summary
팔씨름꾼 '파노스'는 살던 마을을 떠나 아테네로 돌아온다. 이 여정에서 '파노스'는 진정한 자신을 억압하는 근육질 남성을 직면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요르고스 구시스
출연: 파노스 구시스
Schedule in JIFF
2023.04.29(토) CGV전주고사 2관 20:00
2023.05.02(화) CGV전주고사 3관 10:30
2023.05.05(금) CGV전주고사 8관 10:3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27일 -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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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인간의 온기
푸른 장벽 Green Border
Director
아그네츠카 홀란드 Agnieszka HOLLAND
Cast
Jalal ALTAWIL, Maja OSTASZEWSKA, Behi Djanati ATAI, Mohamad Al RASHI, Dalia NAOUS, Tomasz WŁOSOK
Program Note
2021년 하반기 벨라루스가 중동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을 인접한 폴란드로 보내면서, 푸른 숲으로 우거진 국경 지대에서 양국의 군인들과 중간에 낀 난민들이 충돌하게 된다.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최신작 <푸른 장벽> 은 철저한 조사에 기초해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때로는 현실이 픽션보다 참혹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 세상 모든 면이 정치적”이라 했던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우등 터지는 난민, 그들을 도우려는 인권 단체, 그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주민, 그들을 몰아내야 하는 국경 수비대의 다양한 시점을 통해 우리가 선택을 내리는 순간, 그 희미한 선악의 경계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짧은 에필로그에 이르러, 불과 일 년 후 폴란드의 또 다른 국경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박가언)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리뷰를 쓸 수 없어, 며칠 동안 새문서를 열어 놓고 커서가 깜박거리는 빈 종이를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 중 한 분이 하셨던 말처럼 언제쯤 글이 애정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게 될까.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써야지 누가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난민의 인권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정착이 필요한 난민은 140만 명 이상에 달하며, 특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의 내전으로 인한 난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난민에 대한 영화도 다수 제작되고 있어, 난민이라는 소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조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떠나는 과정에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황을, 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밀도 있게 만든 영화가 있었던가? 떠올려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았던 <하얀 천국> 역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탈출기를 다루고 있었다. 아내를 잃은 뒤, 일곱 살 난 딸을 홀로 키우는 사무엘이 이탈리아의 오두막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 체흐레의 여정을 돕게 된다.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했다. 난민을 잡으려는 자와 돕는 자. 악인은 광기 어릴 만큼 인간성이 없는 모습이었고, 추격전은 너무도 가슴 떨리는 스릴러에 가까웠다. 영화는 누군가를 도우며, 스스로 구원받는 사무엘과 스스로의 삶으로 굳건히 나가는 체흐레. 관객은 마침내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은 두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었었다.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 온 난민들이 유럽을 가기 위해 벨라루스 국경으로 향하고, 유럽의 첫 관문은 벨라루스에서 철조망 하나를 넘으면 되는 폴란드가 된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 다른 유럽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폴란드 정부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수비대를 배치하여 보수적인 정책을 멸치다. 폴란드로 넘어왔다. 드디어 유럽이다.라는 기쁨은 잠시 국경수비대에 의해 다시 벨라루스로 보내지고 그곳에선 폭력이 난무한다.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고, 때때로 사망자도 나온다. 영화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사이의 국경, Green Border에서 일어 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흑백영화지만, 그래서 참혹한 실상에 몰입이 되었다. 영상미가 아닌 상황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누리의 가족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들의 안녕을 바라며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때로 현실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괴로웠던 것은 영화 <하얀 천국>에서는 이탈리아에서 눈 덮인 산을 넘어가면 된다는 어떤 목표 지점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 국경에서는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폴란드에서 벨라루스로 공깃돌을 던지듯 난민을 주고받는 것이 무한 반복으로 되풀이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에 난민과 관객을 함께 던져 버린다. 영화가 한 시간쯤 진행되었을 때, 나는 이 참담한 현실을 한 시간 반이나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로워서 눈물이 났다. 고작 한 시간으로 이렇게 참담한 마음인데, 벨라루스 국경의 난민은 ,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저 가족은 어떨까.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탈출하던 난민의 말처럼 그저 자신의 죄는 ‘최악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인데.
영화는 절대적인 악인을 찾기 힘들다. 수비대도, 활동가도 모두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 모두의 상황이 안타까운 지점을 섬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이를 잃어 천 번 죽는 기분이어도, 결국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인간을 향한 애정임을 말하고 있다. 주어진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마음이 시키는 일 그 지점 사이에 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작은 온기가 모여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푸른 장벽의 깊은 숲의 냉혹한 현실에서 나아가도록 실낱 같은 희망이 되어준다. 오늘 국경에서 난민을 추방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수비대도 곧 아버지가 되고, 자신이 눈 한번 감으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검은 마스크와 군복을 천천히 옷을 벗고, 맨 몸으로 거울 앞에 선 자기의 얼굴을 마주하고 임신한 아내 옆에 웅크려 눕던 장면을 통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으면 우리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권이나, 옷으로 규정 되는게 아닌 온기를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 다는 것을.
Schedule
10월 7일 09: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10월 9일 12:30 CGV 센텀시티 6관
10월 12일 15: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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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파라다이스를 만드는 것은 누구일까?
파라다이스 Paradise
Director
프라사나 비타나게 Prasanna VITHANAGE
Cast
Roshan MATHEW, Darshana RAJENDRAN
Program Note
인도의 영화프로듀서 케사브와 블로거 암리사 부부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유적들을 여행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도착한다. 첫날 여행 중 넷플릭스의 투자 소식을 들은 케사브는 하루빨리 인도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그날 밤, 호텔에 괴한들이 습격하여 모바일폰, 노트북, 카메라 등을 모두 훔쳐 간다. 이튿날 경찰서로 간 부부는 마을의 실업 상태 젊은이들 중 누가 괴한이었는지를 지목하도록 요청받는다. 2022년 4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의 현재를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인도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 자신의 국가에서도 이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 시민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 권력에 대해 분노를 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탄탄한 서사로 그려낸다. (박선영)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한 부부가 스리랑카로 결혼 5주년 기념 여행을 온다. 파라다이스 같은 아름 다운 풍경과 다르게, 차창 밖은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한 지 2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름도 전기도 없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목소리를 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아슬아슬한 거리의 모습과는 대조되게, 부부가 탄 차는 안전하고 평온한 다른 세상이다.
넷플릭스가 작품 제작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접하고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 있다.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는 케사브는 스리랑카의 현실이나, 구걸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핸드폰 속의 자신의 세상만 중요하다. 몸은 스리랑카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인도에 돌아가 제작을 시작하고 화려한 미래로 향해간다. 그에 비해 아내 암리사는 이 여행에 충실하다. 앤드루의 가이드를 귀 기울여 듣고, 창 밖을 본다. 관광객일 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돈이 필요한 나라에 나는 외화를 쓰러 온 사람이니 대접받아야 한다는 케사브의 논리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스리랑카인 여행업 종사자를 서비스업종사자로 보기보다 하인을 대하는 듯 보이는 장면에서 돈으로 권력을 쥔 인간의 근성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내내 안타까웠던 사람은 이상하리 만치 평온한 이 세상과 저 현실에 중간에 서 있는 운전기사 앤드류였다. 이 세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기도 하며, 저 현실의 생활자이기도 한 그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동을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가 끝나고 장면을 하나씩 돌이켜 보면 막 숙소에 도착해 짐을 옮기며 ‘사슴 고기 있냐, 먹어보자’ 고 단순하게 말을 던진 케사브와 관광객을 모시기 위해 사슴사냥을 가는 지배인, 그리고 덤덤히 따라가는 앤드류, 사슴을 발견하고 쏘려고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만!” 하고 외침으로써 상황을 종료하는 암리사가 나오는 이 짧은 장면에서 모든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주제를 던져 주었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사냥을 당하는 사슴, 폭력을 휘두르는 케사브, 권력자 옆에서 따르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끝낼 수 있는 사람.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아슬아슬한 이 사냥처럼 조용히 흘러가던 여행은 부부의 전자기기 도난 사건이 벌어진 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여행에서 도난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곳이 어디든(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든 혹은 후진국이든) 그 물건은 이미 내 물건이 아니다.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진술서를 쓰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정도 일 것이다. 그런데 케사브는 경찰이 사건을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자, 고위층에 고발하겠다, 찾아오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며 협박을 하고, 경찰은 자기 살길을 위해 아무나 데리고 와 이 사람들이 맞냐며 묻는다. 케사브는 마치 분풀이를 할 대상을 찾는 것처럼, 그 수사에 동조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력이 시작된다. 이 과정은 사슴사냥과 다르지 않다.이 폭력은 사망자를 만들어 내고, 스리랑카인들의 폭동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스리랑카인의 폭동은 관광객인 케사브를 향해 있지 않다. 폭력적인 경찰을 향한 시위지만, 경찰은 이 시위에 너를 보호하겠다며 관광객인 케사브를 자신의 안전에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격한 상황이 되니 인도인 부부는 거기에 따른다. 이제까지 영화 내내 경찰이 아무런 돈도(기름도), 도둑을 잡을 능력도, 대단한 권한도 없는 것처럼 묘사 되었는데, 결국은 그들이 폭동을 제압할 수 있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의지하게 되는 장면이 아이러니했다.
암리사의 앤드류가 힌두교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전설의 해석이 수십 개라고 이야기를 나눴던 장면처럼 마지막 열린 결말은 관객들 마다 각자의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여행을 왔다 폭동에 남편을 잃은 슬픈 사랑이야기가 될지, 이 모든 폭력을 끝낸 여성의 이야기가 될지. 그저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인과응보의 이야기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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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영화에서 스리랑카가 겪고 있는 연료나 전기 문제뿐만 아니라 소수민족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경제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이런 현실을 영화에 담아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 또한 삶의 의미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자신을 이해하려고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영화를 보며, 나의 인도여행과, 스리랑카 여행을 떠올렸다. 암리사처럼 아이들을 쳐다보았던 순간을 기억했다. 관심처럼 보이지만 안쓰러움을 담고 있던 그 눈빛이 아이들에게 폭력은 아니었을까? 때때로 여행자의 시선에서 서비스업 종사자를 혹시 낮게 본 적은, 혹혹은 나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그 또한 ‘라마야나’ 전설처럼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될 테니,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 상처나 폭력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곳이,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곳이 바로 ‘파라다이스’가 되는 게 아닐까?
Schedule
10월 7일 20:00 영화의전당시네마테크
10월 8일 20: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월 10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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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의 좀비 영화 두 편 - 서울역, 부산행
서울역 - 좀비보단 사회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무난한 생존극
부모의 집을 나와 남자친구 기웅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혜선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발생한 '좀비'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을 집에 두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혜선을 자신의 딸이라 주장하며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석규는 우연히 기웅과 만나 혜선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좀비를 피해 살아남으려는 혜선과 기웅, 석규의 이야기를 그린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다.
일단 은근 재미있게 봤다. 완성도 자체는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긴장감과 이야기를 갖추고 있는 평작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영화 자체가 조명하는 사회 비판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단적인 예로 감염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는 경찰의 모습이 마치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킨 다거나, 노인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부 방관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이기주의, 거기다 '좀비 영화'라는 장르가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더해버리니 사회 비판물로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랬기 때문에 [부산행] 같은 화끈한 좀비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단 좀비가 정말 더럽게 안 나온다. 영화 시작 20분 만에 처음 등장하고, 작화 퀄리티도 프레임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연기인데, 이게 참 가관이다. 목소리 연기부터가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이고, 디렉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대사를 들을 때마다 정말 오글거린다. 그냥 단순히 발연기가 아니라 영화의 몰입도를 해칠 정도로 심각했고, 후반부에 벌어지는 깨알 반전도 갑작스럽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이 반전의 내용은 석규가 사실 혜선의 아버지여서 찾아다닌 게 아니라 빚을 갚지 않아서 쫓아다닌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복선이나 맥락 없이 튀어나온 탓에 영화의 완성도를 깎아먹는데 일조한다. 물론 메시지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서울역]을 '좋아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고 재미있게 본 건 사실이니 일단은 추천하는 작품이다.
평점: 6/10부산행 - 현시점으로 가장 잘 만든 한국형 좀비 영화
아내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 열차를 탄 석우와 수안은 우연히 들어온 감염자의 습격을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좀비' 사태에 휘말려 감염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석우는 수안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게 되고, 상화와 성경 부부는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야구부에 참여한 영국과 진희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이야기를 다룬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다.
일단 정말 재미있게 봤다. 해당 영화의 프리퀄 [서울역]보다 좋은 작품이었고, 현재까지 나온 한국 좀비 영화들 중 최고였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다. 무려 20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는 [서울역]의 좀비와는 다르게 [부산행]은 전개 속도에 부스트를 걸어 좀비의 습격과 좀비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버린 열차의 모습을 굉장히 빠르게 보여준다. 거기다 열차라는 한정된 장소를 이용해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켜서 딱히 지루할 틈이 없었고 여기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까지 더해지니 좀비 영화로서는 합격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메시지 또한 훌륭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서울역]의 집단 이기주의와 비슷한데 이를 더욱 길고 자세하게 표현한 동시에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하나 등장시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깊고 훌륭하게 전달한다.
이렇게 긴장감, 연기, 메시지, 드라마까지 좋으니 크게 비판할 구간은 없었으나 무시하기 힘든 심각한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신파가 너무 과하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 상 크게 이상하지 않은 정서였지만, 너무 밝고 길게 연출한 탓에 상당히 지겹다는 인상을 남기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거기다 '아빠!'라는 대사를 수도 없이 외치고 있는 수안의 모습은 흡사 [클레멘타인]의 '아빠 일어나!'가 떠올랐을 정도니 신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강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결말부에 훌쩍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수안의 모습은 아예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위적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신파라고 할 수 있고 연상호 감독마저 눈물 코인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외에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인데, 바로 중반부 이후부터 영화의 전개가 느려지면서 지루함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열차가 뒤집히고 캐릭터들도 거의 다 사망한 상태라 영화적인 재미가 상당히 부족한 타이밍인데, 아무런 사건 없이 그저 지루함만을 유지시켜버리니 이 부분만큼은 신파 다음으로 정말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나름 재미있게 봤고,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살아있다]와 [반도]가 그지 같은 완성도로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재평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상호 감독 역사상 [염력] 다음으로 밝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평점: 8/10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콩까기의 종이씹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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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대만 로맨스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나의 청춘은 너의 것’까지 연달아 대만 하이틴 로맨스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자국의 인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첫사랑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은 송운화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놈, 그녀를 만나다’로
승승장구하다 2014년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던 청춘스타 가진동이 함께 출연한
구파도 감독의 신작 대만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리뷰입니다.
재미있게도 두 배우 모두 감독과 데뷔작으로 인연이 있는데, 가진동과는 대표작이기도 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연출과 각본을,
송운화와는 데뷔작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각본(원작 소설)을 맡아 함께했었죠.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히트작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구파도 감독과 청춘 로맨스라면 빠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구 감독이 직접 쓴 ‘월노’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겼다기에 더욱 기다려졌던 작품입니다.
운 좋게 화요일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심경이라 이제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간단 줄거리
넌 1초면 충분해. 난 만년을 줄게
자기소개를 하는 전학생 소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소년, 별안간 자리에서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합니다.
황당한 고백에 거절한 소녀, 하지만 그 뒤로 소년의 정주행 직진 청혼은 이어지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 대학 시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성장합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샤오룬은 여전했고 하나뿐인 사랑 샤오미의 철벽 또한 그대로였지만,
긴 시간의 진심 때문인지 이제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하지만, 하늘의 장난일까요? 농구장에서 비를 피해 청혼을 하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떨어진 벼락을 맞고 샤오룬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채 저승으로 온 그, 환생 위해서 붉은 실로 커플 매칭에 성공해 업보를 씻어야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맡으며
억지로 파트너가 된 핑키와 찰떡 호흡으로 시험을 통과한 후 이승에서의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핑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동네로 가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月老, 영제 : Till We Meet Again│감독·각본 : 구파도│원작 : 2001년 구파도 소설 月老 │
출연진 : 송운화, 가진동, 왕정 외 多│장르 :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상영 시간 : 128분│개봉일 : 2022년 2월 9일│
국가 : 대만│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관람객 6.54, 네티즌 7.14, 기자·평론가 5.0, 왓챠피디아 2.9, IMDB 7.0│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 보고나서...
월노가 다음 생에 우릴 안이어주면 어쩌지?
걱정 마, 내가 널 찾을게
처음 15분에서 20분가량은 당황스러운 장르의 전개로 내가 다른 걸 보러 온 것인가 착각이 들었지만,
반려견 아루의 등장과 함께 과거로 플래시백이 이루어지며 기대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져 다시금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로맨스 관계에 이해되게끔 해주는 부분으로
감독 특유의 만화 같은 오버액션과 개그는 존재했지만, 장면에 맞춘 OST가 적절히 녹아들어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죠.
샤오룬의 쾌활하고 거침없는 성격과 더불어 순정적이며 순애보적 사랑은 관객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똑똑하고 털털한 샤오미의 존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왜 이들이 대만 로맨스를 대표하는 스타인지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케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클리셰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과 장면들은 장난스럽지만 슬프기도 한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죠.
하지만, 악역 귀두성의 등장에서 스토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갑자기 나오는 잔인한 부분들로 인해 장르의 혼합이 이루어지는데
후반부 갈수록 전작 ‘몬몬몬 몬스터’의 호러 향기가 강해지면서 주가 될 줄 알았던 로맨스와 동떨어지게 됩니다.
만년 중에 1초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우리는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을 보러 온 것인데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더해진 ‘신과 함께’와 호러가 펼쳐지니 감정선이 뚝 끊기고 흐름이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 과하게 많은 과거 회상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온갖 장르가 뒤섞이다 보니 이것도 몰입감을 떨어뜨리게 되죠.
그럼에도 여자 주인공 송운화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한없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확실히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게 개연성이 삼천포로 빠지든 말든
그녀의 미소와 애틋한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선 다시금 로맨스를 보러 왔음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거든요.
가진동 역시 개구쟁이이자, 순정남으로 분해 나름대로 선방해 주었는데,
혼합된 장르에서 본인들도 연기함에 있어서 분명 당황스러울 만도 했을텐데
둘의 애정신만큼은 기억에 남을만큼 작품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봅니다.
반면, ‘반교: 디텐션’, ‘폭포’로 얼굴을 알린 왕정의 핑키는 솔직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져서 메인이라기보다는 제3자 관찰자의 느낌이 강했네요.
물론, 흔히 생각하는 저승의 모습과는 달리 컴퓨터로 서류를 정리하고 바코드도 찍고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영상처럼 꾸며져 신선한 느낌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염주라는 개념도 재미있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했을수록 흰색 구슬이 많아 환생할 수 있는 동물들이 다르다는 점과 가장 많은 선인이 고양이로 환생한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럼에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감상했었기에 갈 피를 못 잡는 스토리는 혼선을 줄 수 있었고
그 부분이 다수 분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을 선호하신다면 관람을 추천드리지만,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네요.
PS. 신과 함께를 보고 작품을 결심해서 그런지 영상에서 좀 느껴지네요. 쿠키는 하나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 ★★◐☆☆
한 줄 평 : 호불호 강한 구파도식 판타지 호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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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마블이 나아가는 다양성, 그리고 차별? (페이즈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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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29 마블과 여성
02:19 흑인, 그리고 소수자
04:17 짤막한 마블쟁이 생각
2021. 01.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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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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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7] 정말 우리 엄마 맞아?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 런
Rabbitgumi 입니다.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런을 보고 왔습니다.
배우 사라폴슨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에요.
영화 서치를 연출했던 아니쉬 차칸티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영화입니다.
굉장히 스릴있고 재미있는 영화에요.
집이라는 공간과 장애인으로 가지는 제약을 잘 활용하고 있죠.
엄마와 독립직전 딸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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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프링 송> 메인 예고편
“우린 그냥 봄의 노래를 만드는 거야”
겨울이 끝나길 기다리던 어느 날,
‘준상’은 새로운 곡을 준비하던 밴드 멤버 ‘준화’에게
뮤직비디오 제작을 제안한다.
언젠가 우연히 본 영화를 떠올리며
촬영지부터 콘티, 대사까지 즉흥적으로 정하게 된 ‘준상’.
일본 배우 ‘아키노리’와 한국 배우 ‘소진’, 그리고 ‘순원’까지
준상의 갑작스러운 계획 하나로 한곳에 모이게 된다.
온전히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함께하게 된 네 남녀,
과연 우리는 이 노래의 끝에서 봄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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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열애> 메인 예고편
뛰어난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무용수 리마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만을 바라는 원차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조직에 얽혀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된 펑쯔.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기를 꿈꿨던 세 청춘의 사랑, 고난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