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블러2025-05-04 17:45:21
[JEONJU IFF 데일리] 클리셰를 락으로 비틀어 버릴 거야!
영화 <록 밴드 게스이도즈> 리뷰
시놉시스
사회 부적응자들로 구성된 호러 컨셉 록 밴드가 최고의 펑크 찬가를 작곡하기로 결심하고 일본 시골로 이주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우가나 겐이치 UGANA Kenichi
출연: Natsuko, Leo IMAMURA, Yutaka KYAN, Rocko ZEVENBERGEN
리뷰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아-재밌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내가 락을 미친 듯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재밌다. 단순히 코미디 영화여서가 아니라 그냥...재밌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음악 영화의 클리셰를 키치한 방식으로 비틀어버린다는 데 있다. 아직 무명 밴드인 게스이도즈의 매니저는 속된 말로 양아치다. 툭하면 빚이 늘었다며 말도 안 되는 정산 비율을 강요하고, 본인이 프로듀싱하는 밴드임에도 너네 곡은 다 쓰레기라며 폄하하기 일쑤다. 요절한 천재로 남기 위해 커트 코베인의 뒤를 이어 27살이면 죽을 거라고 믿는 프론트맨 하나코와 역시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져 있는 3인방을 대충 처리하기 위해 매니저는 게스이도즈를 젊은 사람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시골로 보내버린다.
첫 번째 클리셰
시골에 도착한 게스이도즈를 반기는 것은 사랑스럽고 밝은 할머니다. 할머니는 농사일을 하는 게스이도즈에게 새참으로 일본의 팥떡인 오하기(おはぎ)를 주는데, 멤버 중 한 명이 자기는 오하기를 처음 먹어 본다며 떨떠름하게 팥떡을 하나 입에 문다. 그날 이후로 장발의 기타리스트 멤버는 새벽에 몰래 일어나 숨겨 두었던 오하기를 하나 꺼내먹을 정도로 오하기에 푹 빠진다. 밴드가 도쿄로 돌아간 이후에 멤버는 뒷골목에서 험악한 인상의 남자에게 철가방을 건네 받는데, 가방 안에는 깨지지 말라고(?) 고이 포장된 오하기 6개가 들어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그를 소개할 때도 그는 오하기에 중독되어 눈이 풀려버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락밴드의 멤버라면 빼놓을 수 없는 마약 문제를 오하기로 치환한 감독의 재치는 극장 안의 모든 관객을 빵 터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클리셰
하나코는 시골에서 27살이 되기 전에(현재 하나코는 26살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Forever 27 club의 반열에 들기 전에 불후의 명곡을 남기려고 분투한다. 창작의 고통은 산고와도 같다 했던가. 벽을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휘갈겨 둔 종이 뭉치 사이에서 머리를 뜯으며 괴로워하던 하나코는 돌연 종이 하나를 삼키고 걸걸한 목소리의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토해낸다. 하나코의 이해하기 힘든 괴랄한 주문에 다른 멤버들이 깨달음을 얻고 비트부터 베이스, 기타 리프까지 하나씩 곡을 완성해나가는 장면도 압권이다(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두고두고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건 말할 것도 없다). 고통 끝에 완성한 곡으로 게스이도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게스이도즈가 한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 지 설명하는 어설픈 인터뷰 장면과 에미넴과의 작업도 제쳐두고 게스이도즈와 협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장면은 B급 영화가 본연의 'B급스러움'에 충실할 때 비로소 A급 영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클리셰
그러나 그 모든 상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하나코는 아직 27살에 죽고 말거라는 믿음에 갇혀 있는 어린 아이다. 모든 성장 영화가 음악 영화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음악 영화는 성장 영화다. 다음 곡을 만들기 위해 다시 시골로 돌아온 게스이도즈는 자신들의 음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순수하게 게스이도즈의 음악을 사랑했던 할머니-오하기를 준 바로 그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성공 이후의 방황,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여느 음악 영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코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성인식을 준비한다. 투어 전날이자 하나코의 27살 생일 전날, 할머니의 아들, 매니저, 베이시스트가 짝사랑하는 동네 주민 그리고 소들 앞에서 게스이도즈는 가시적인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라 음악을 위한 음악을, 무대를 위한 무대를 마친다.
리뷰를 통해 영화를 홍보하기는커녕 너무 많은 스포일러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오히려 반감시키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록 밴드 게스이도즈>는 재밌었다. 음악 영화의 모든 클리셰를 따라가면서도 이를 B급 영화다운 키치함으로 비튼 <록 밴드 게스이도즈>의 매력은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귓가를 맴돌 것이다.
상영스케줄
2025.05.03(토)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13:00 (상영코드:301)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23:59 (상영코드:1117)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3:59 (상영코드:1118)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3:59 (상영코드:1119)
2025.05.05(월) CGV 전주고사 3관 10:30 (상영코드:50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2025.04.30~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