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2021-04-16 04:09:10
인비저블 게스트 리뷰
서서히 조여온다
'이 영화가 진짜, 추리영화의 교과서다.' 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다.
우선 이 영화는 추리영화가 갖춰야할 모든 것은 다 있다.
1. 짜임새 있는 스토리
왜냐하면, 추리영화는 관객이 조금조금씩 보면서, 감독이 연출한 복선과 스토리
그리고 연출하면서 보이는 세세한 설정들과 배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중의 결말을 다 유추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래서 코난처럼 자기네들만 아는 듯하게가 아닌,
셜록의 느낌처럼 어느정도 떡밥을 주면,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2.적절한 러닝타임
(나는 아직 영화 아이리시맨을 한번에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두세번을 봤지만서도, 매번 긴 러닝타임에 못이겨 3~5번으로 나누어 봤다.)
사실 이건 모든 영화의 공통적으로 필요하지만, 추리영화나 스릴러물에는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갑자기 러닝타임 늘리려고 쓰잘떼기 없는 장면 집어넣어서 루즈해지고, 분위기 깨지는거 보단
러닝타임이 조금 줄더라도 분위기와 긴장감 유지가 나은데, 이 영화는 러닝타임도 적당하다.
3.연출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하고, 스토리가 좋고 그래도, 감독이 연출을 못하면 망한 영화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면, 영화 처음부터, 꼼꼼하고 세심한 복선과 떡밥들
행동 하나하나가 되게 일식집 가면 스시 내주는 거 처럼, 정갈하다.
너무 떡밥이 많지도, 적지도 않으며, 막 이랫다 저랫다 하지 않고 딱딱 맞아 떨어질려 하며
마지막에는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터지듯이, 영화 결말부에선 반전으로 터트린다.
4.설정
추리영화가 계속 보다보면, 개연성 때문에 억지설정이 종종 나온다.
이 영화는 억지 설정도 없고 깔끔하다.
단점은 딱 하나가 크게 드러난다.
처음부터 너무 떡밥을 잘 뿌리고 복선이 잘 드러나서,
자세히 보다보면, 처음부터 캐릭터들에 의심을 갖을 정도이다.
굉장히 유심있게 보면, 초중반에 결말 유추가 가능하다.
이게 조금 아쉬웠다.
요약하자면,
변호사와 피고의 대화로 영화가 전개되며, 그렇게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하나 나오는 형식이다.
역순행적 구성을 띈다.
현재-과거-더과거-과거-현재 이런 느낌이다.
좋다. 뭐든지간에, 하지만 중요한 떡밥을 던지거나 할 타이밍 미스가 있다.
아무튼간에
분명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추리영화가 땡긴다면, 한번 봐볼만하다. 의외로 재미있어서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되는 영화가 될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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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이단인가? 어떤 걸 믿겠는가!
색다른 공포다. 종교를 소재로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나는 건 흔하지 않다. 우리가 믿는 종교란 무엇인지 밑바닥까지 파묘하고, 마주한 진실에도 기존 믿음을 견고히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선택이 이어진다. 여기에 과연 모르몬교를 믿는 두 자매가 이단인지, 그들에게 종교의 실체를 까발리는 리드가 이단인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는 세지고, 하염없이 깊어진다. 어떤 걸 믿어야 할까? 종교가 없다고 해도 이 물음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모르몬교의 신실한 신도인 두 자매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은 오늘도 전도하러 다닌다. 어떻게든 신도를 모으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외딴 집주인 리드(휴 그랜트)의 집에 도착한다. 자신들을 이단으로 보는 사람들과 다르게 따뜻함으로 반겨주는 리드의 안내로 집 안에 들어가는 자매들. 곧이어 믿음과 종교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은 이 질의응답은 점차 반스와 팩스턴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반스는 리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문은 굳게 잠긴 걸 확인하고서는 자신들이 이 집에 갇힌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리드는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들어오는 문으로 나갈 수 없다며, 다른 두 문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 문에 ‘믿음’, ‘불신’이라 적는다.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은 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헤레틱>은 작정한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종교에 대해 묻고 싶은 것들을 질문하고, 그에 따른 답을 듣는다. 신앙을 전하기 위해 온 자매들은 오히려 리드에게 그들의 신념이 어디까지인지 시험대에 오른다. 마치 간증을 하는 자리인 것처럼, 리드는 모르몬교의 일부다처제 교리를 시작으로 물꼬를 트고, 자매를 압박한다. 주객이 전도된 자리에서 이들은 쉴 새 없는 질문을 받고 답하면서 자신들이 어떻게 이 믿음을 유지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리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신 보드게임의 대명사 ‘모노폴리’, 라디오헤드의 ‘Creep’과 관련된 표절 시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며, 종교와의 유관성을 주장한다.
안전한 곳에서 벌어지는 토론장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자매들은 이 집에 갇힌 상태다. 밀실 안에서 첨예한 종교적 논의는 점점 리드에게 무게가 실리고, 자매들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위험한 상황에 몰린다. 그리고 리드는 계속해서 이성적인 접근법으로 두 자매에게 종교에 숨겨진 정체를 소개한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여기서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이제 누가 이단처럼 보이냐고. 신기하게도 두 자매가 이단인데, 리드가 더 이단처럼 느껴진다. 자신만의 논리로 이 자매들에게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 자체가 무논리 궤변이다. 자신의 깨우침이 곧 진리라 생각하는 이 잘못된 신념은 자매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들의 믿음을 시험하는 공포의 요소로 작용한다.
흥미로운 건 이런 리드의 행동이 그동안 종교가 믿음이란 단어로 세상의 약자들에게 뻗친 가혹한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말이 곧 진리요 법이라 말하는 종교인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라야 하는 형국에 놓인 사람들. 극 중 생존의 기로에 선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이다. 약한 자를 구원하는 게 아닌 오히려 이들을 구워삶아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종교의 어두운 민낯은 안경을 쓰고 중저음 목소리를 내뱉으며 인텔리전트한 모습 뒤 보이는 리드의 실제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종교의 민낯은 영화 첫 장면 큰 바위산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콘돔 이야기를 하는 자매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경험해 보지도 않았지만, 콘돔 회사의 마케팅 문구나, 이를 사용해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이 제품을 믿는 자매들의 모습이 비친다. 영화는 마치 종교도 콘돔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종교로 시작해 젠더 이슈까지 건드는 <헤레틱>의 야심은 스릴러 장르의 재미로 이어진다. 추리 요소를 가미한 작품 특성상 영화는 끝까지 봐야 리드의 속내를 알 수 있는데, 이는 생존의 기로에 선 두 여성의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특히 집 안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이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이 부분에서 <아가씨> <그것> 등 폐쇄적 공간 안에서 확실한 밀도감을 부여해왔던 정정훈 촬영감독의 장기가 잘 발휘된다. 대신 슬래셔, 고어 장르의 호러 영화는 아니다 보니 시각적인 공포는 덜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듯 배우들의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휴 그랜트의 악역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인텔리전트한 외모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했다가 광기 어린 신념이 삐죽삐죽 튀어나오면서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가는 게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이렇게 좋은 목소리가 오히려 소녀들을 압박하니 그 자체로 낯설고 묘하면서 강압적이다. 극 중 휴 그랜트의 이중성은 안경 착용으로 빚어지는데, 언제 안경을 쓰고 벗는지 유심히 보기 바란다.
여기에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의 연기도 발군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믿음의 결이 다른 이들은 각자 처한 위기를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휴 그랜트와의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극을 이끈다. 특히 최근 개봉한 <컴패니언>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소피 대처의 연기는 왜 그녀가 차세대 호러퀸인지 알 수 있게 한다. 큰 눈망울을 통해 비치는 두려움과 불안, 그럼에도 강단있는 행동 등 좀 더 진취적인 호러퀸 캐릭터로서 그 맛을 살린다.
결말에 이르러서 영화는 과연 우리가 믿는 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또 한 번 안긴다. 감독은 이 악몽 같은 이야기 속 다양한 일들이 과연 실제 존재했는지, 누군가의 상상 속 이야기인지 혼돈에 빠뜨린다. 극 중 팩스턴은 자신이 죽으면 나비가 되어 사랑하는 이들의 손 끝에 앉겠다고 말하는데,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뜻하는 이 말을 끝까지 유념하며 보면 이 작품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스튜디오 오르카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점: 3.5 /5.0
한줄평: 믿음과 불신 속 세상을 사는 이들을 향한 날선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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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버레이터 : 500일의 오디세이
더 리버레이터 : 500일의 오디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1은 1-4화로 완료.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 제대로 만든 전쟁영화를 만났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군의 전투 영화는 이미 수백 편 나왔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 영화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전의 전쟁영화가 '자연주의', '낭만주의'적 요소가 주류였던 것은, 영화 제작 기법의 문제와 함께 '세계의 경찰'이자 '영웅'을 선호하는 미국인의 정서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특히 미국이 소련과 냉전을 펼치던 1950년대부터 2000년 이전까지 시기는 급격한 군비 경쟁과 동서 진영의 냉전 상황이 전쟁영화에도 영향을 끼쳤고, 미군 참전 영화는 필연적으로 독일군에 의한 유대인 학살 장면과 이어지게 된다.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퇴하면서, 세계경찰 또는 군사패권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후 중동에 개입해 이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예전의 '국제경찰'에서 '국제깡패'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결국 미국이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전쟁은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 뿐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연합국에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연합군이 무기와 군수물자로 독일군을 압도할 수 있는 뒷받침을 해주었다. 1940년대 미국의 생산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탱크나 군함이 전쟁터에서 부서지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되어서 전투로 손실되는 양보다 더 많은 물자를 공급해 연합군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이 쏘련을 침공했을 때, 미국은 쏘련에 군수물자를 제공했다. 쏘련군은 초기 독일군의 공격에 밀렸으나 겨울이 되면서 반격을 시작해 독일군을 궤멸시키게 되는데, 이 독-쏘 전쟁이 이후 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쏘련군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필릭스 스파크스가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해 프랑스, 독일 지역을 옮기며 전투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영화 내용을 언급하기 전에 영화의 형식에 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는 왜 그래픽노블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까.
첫째는 미학적 표현을 추구한 것이다. 전쟁, 전투 영화는 그 자체로 잔혹하고 참담한 상황이기에 전쟁을 아름답게 그릴 수는 없다. 전쟁영화를 가장 미학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테런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인데, 전쟁, 전투와 개인의 존재를 다룬 철학적인 내용이다. 전쟁 자체가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전투를 다룬 장면은 물론, 전투를 하지 않는 군인들의 일상에서 순수한 '개인'의 사유와 내면의 목소리를 철학적, 미학적으로 뛰어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씬 레드 라인'처럼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게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형식에 변화를 주어 관객이 신선한 느낌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반씩 섞은 효과를 낸다. 배우들은 실제 배우들이 움직이는 걸 찍은 다음, 그래픽 효과를 주어 만화적으로 표현했다. 오로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러면 사실성-리얼리티-이 떨어져 관객의 감정에 울림을 주는 효과가 줄어든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형태는 전쟁영화에서 드러나는 참혹함을 완화하고, 사실성을 완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실사보다는 감정적 거리를 만들어 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효과를 갖는다. 여기에 그래픽노블 효과를 내면서 영화와 만화의 장점을 결합 또는 융합한 형식을 만든다.
미국의 '히어로물'들이 그래픽노블에서 실사 영화로 옮겨오면서 사실성-리얼리티-을 강조한 것과는 반대 이유다. '히어로물'을 실사로 제작하는 이유는, 사실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고, 이는 관객이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최대로 좁히는 것에 목적이 있다. 사실성을 높이면 관객은 영화 속 '히어로'를 실제 인물처럼 생각하게 되고,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게 된다.
이는 만화 속 인물이 생명을 얻으면서 관객(대중)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이후의 비슷한 '히어로물' 영화의 제작과 기존의 만화(그래픽노블)의 판매에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둘째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전쟁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동원되는 물자도 많고, 2차 세계대전 상황을 고증하고, 그때 쓰던 물건은 물론 배경이 되는 건물을 구현하려면 일반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면, 제작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각종 화기, 포, 탱크에서 발사하는 탄환과 포탄의 폭발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실제 폭약을 설치해 터뜨리는 것보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실사 영화에서 폭약을 터뜨리는 것보다는 가시적 효과가 부족한 건 분명하지만, 이 영화가 그래픽노블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 화염 등의 효과는 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살레르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 선더버즈. 독일군과 전투 중에 스파크스 대위는 독일군 포격에 부상당해 후방으로 이송된다. 살레르노는 이탈리아 중남부 지역으로, 나폴리, 폼베이, 소렌토, 아말피로 이어지는 바닷가 지방이다.
장면이 바뀌어, 2년 전, 오클라호마 포트 실에 있는 부대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때 스파크스는 소위였으며, 하와이에서 3년을 복무하고 있었다. 부대장과의 짧은 면담에서 드러난 것만 보면, 그는 17살에 집을 나와 독립했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가 하루 세 끼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모병관의 말을 듣고 입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공부를 위해 학비를 벌 목적으로 입대한 것이다.
스파크스 소위가 오클라호마로 오게 된 이유는, 통제가 안 되는 중대를 지휘해 병사들을 훈련시켜 제대로 된 군인으로 만들라는 임무 때문이었다. 'J중대'는 'Jail' 즉 감옥을 뜻하며, 실제로 이 중대원들은 전부 군대에서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갇혀 있는 병사들이었다.
부대장은 스파크스 소위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준다. 스파크스는 '감옥 중대'를 찾아가 그들에게 사격 훈련을 통과하면 외출을 시켜주겠노라고 말한다. 이때 스파크스가 보여주는 태도는, 사고 친 병사들에게 동등한 군인으로 또는 남자 대 남자로, 친구처럼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그의 태도는 감옥에 갇혀 있던, 상급자를 폭행하고 들어온 사병들에게 믿음을 준다.
스파크스와 J중대 사병들이 가까워지는 첫번째 사건은, 사격장 교관과의 싸움 장면이다. 사격장 교관은 백인 상사로, 몸집도 크고, 입에 걸레를 문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인데, J중대는 주로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서 사병들을 자극한다. 이를 보던 스파크스가 나서서 사격장 교관에게 훈련을 제대로 가르치라고 말하자, 교관은 스파크스 소위에게 계급장을 떼고 화장실 뒤에서 붙자고 도발한다. 상사가 소위에게 덤비는 건 분명 항명이지만, 상사는 소위보다 경력이 더 많고, 군 생활도 오래했기 때문에, 소위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스파크스는 교관의 도발을 받아들이고, 화장실 뒤에서 한바탕 결투를 벌이는데, 체격이 좋은 교관이 묵사발이 된다. 교관과 싸운 사람은 스파크스 소위가 아니라 J중대원인 콜드풋이었고, 스파크스와 J중대원은 즐거운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부상으로 후송된 스파크스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알제의 야전병원에서 치료하다 전선에 있을 때의 지휘관을 만난다. 그도 스파크스가 부상당하고 일주일 뒤에 지뢰폭발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군생활을 끝내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지휘관은 스파크스에게 전쟁터에서의 기억은 다 잊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스파크스는 귀국하는 지휘관의 가방에 아내 메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고, 지휘관의 명령 없이 스스로 최전방 부대로 돌아간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스파크스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스파크스의 심경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으며, 그가 '전우', '동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다시 최전방으로 돌아가 전우들을 만나는 심정과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스파크스가 J중대를 만나는 것으로 간략하게 보여주지만, 157연대는 미국 중남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인종의 미국인이 등장한다. 아파치족, 세미놀족, 체로키족, 수족, 촉토족, 멕시코계의 미국인 등이 등장하고, 이들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독일군들은 이들 미국의 소수인종, 소수민족이 백인들에게 차별당하고 있는 현실을 조롱하면서, 미국에서 차별당하는 너희들이 미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건 웃기는 짓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옳은 지적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거대한 악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한다는 점에서, 이들 소수인종의 참전은 '연합군'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미 흑인으로만 구성한 부대가 있었으니, 미군의 구성은 그 자체로 '연합군'이다.
넋이 나간 듯한 스파크스 대위는 부대에서 안치오(Anzio) 전투에 관한 내용을 진술한다. 안치오는 로마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바닷가 지역으로, 선더버즈 부대는 살레르노 전투에서 독일군을 밀어내며 로마 가까운 곳으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944년 1월 22일 안치오 해변에 상륙한 미군은 독일군을 8km 밖으로 내몰지만, 이후 3주 동안 전진하지 못하고 대기만 하고 있었다. 스파크스 중대는 다가올 독일군의 공격에 대비해 참호를 파고 수비하는데, 예상대로 독일군이 먼저 쳐들어오고, 적은 병력으로 독일군을 상대하게 된 157연대 E중대는 아군의 포격으로 위기를 넘긴다.
안치오 상륙작전은 이탈리아 내륙에서는 험준한 산에 가로막혀 연합군의 진군이 이탈리아군의 방어를 뚫지 못하게 되자, 바다를 통해 로마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주력부대는 여전히 내륙으로 진군하고 있었고, 이탈리아, 독일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안치로 상륙작전을 펼쳤으며, 이 작전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 와중에 헌병 장교 칠더스 중위가 전선으로 찾아와 스파크스 대위에게 소환장을 내민다.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독일군의 공격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지만, 157연대는 병력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에서 포병의 지원을 받으며 사흘을 버티다 바닷가 근처 동굴로 후퇴한다.
독일군의 포위망을 뚫고 적진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E중대는 독일군에 들켜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중대원 대부분이 이 후퇴 상황에서 전사하고, 스파크스 대위를 데리러 왔던 헌병 장교 칠더스 중위도 이 전투에서 전사한다. 스파크스 대위에게는 무엇보다 오클라호마 포트 실에서 만나 생사의 전투를 함께 치른 동료 병사를 여럿 잃은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스파크스는 아내 메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전우들이 어떤 존재인지 말한다. 그는 생사를 함께한 부대원들을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라,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파크스가 속했던 157연대는 부대를 재편해 제6군에 소속되고, E중대는 새로운 병사들로 채워진다. 두달 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었고, 스파크스의 부대는 프랑스 남부 생뜨막씸므에 상륙해 '용기병 작전'을 펼치게 된다. 생뜨막씸므는 마르세유와 칸느 사이에 있는 바닷가 지역이다.
'용기병 작전'은 두달 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어 프랑스 남부를 장악해 보급로를 확보하려는 작전으로 미군이 주도했다. 이 작전에서 미군은 약 2천여 명이 전사하고, 자유프랑스군은 1만 명 이상이 전사한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한 스파크스가 이끄는 157연대는 바짝 긴장하고 상륙하지만, 독일군은 이미 퇴각한 뒤였다. 부대는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며 프로방스 지방을 지난다.
1945년 1월, 스파크스 연대는 독일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있는 보주 산맥을 넘는다. 독일 노이슈타트,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서 독일 쪽으로 조금 들어간 지역에 있던 독일군 산악부대는 미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보주 산맥에 진을 치고 미군을 기다린다.
스파크스가 이끄는 대대가 부대 표창을 받는다. 157연대 2대대 전체가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지만, 정작 생존자는 스파크스를 포함해 세 명에 불과했다. 안치오 전투에서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보주 산맥의 중턱에 참호를 파고 독일군의 공격에 대비하는데,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독일군은 길목을 차단하고 미군의 보급로를 끊는다. 독일군은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삼각 매복을 통해 화망을 집중할 수 있는 자리에 기관총과 저격수를 배치해 걸리기만 하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첫번째 보급팀이 거의 전멸당하고 몇 명만 살아남은 상태에서, 장갑차를 포함해 두번째 팀이 올라가지만 역시 독일군에게 전멸당한다. 눈이 많이 쌓였고, 몹시 추운 날씨에 병사들은 감각을 잃고 얼어죽기 직전에 이른다. 독일군이 공격하고, 아군의 포격 지원으로 겨우겨우 버티고는 있으나 지리와 지형을 잘 아는 독일군의 매복 공격을 당하지 못한다.
고립되어 있던 병사 가운데 한 명이 산 아래를 향해 뛰지만 독일군 저격수에게 당하고, 두 번째 병사가 겨우 스파크스 소령에게 상황을 보고한다. 결국 스파크스 소령이 직접 고립되어 있던 병사들을 구출하러 올라가고, 부상당한 채 눈덮인 땅에 쓰러진 병사들을 보고 몸을 사리지 않고 병사를 업어 나른다. 이 장면을 독일군들이 모두 보고 있었지만, 총을 쏘지 않는다. 비록 적이지만 자기 생명을 내놓고 병사를 구하는 장교의 모습을 보면서, 독일군도 감동한다.
산중턱에 참호를 파고 방어하던 157연대 약 500명은 결국 독일군에 항복하고, 항복에 동의하지 않는 병사는 개별적으로 산 아래로 내려가는데, 독일군 매복조에 걸리면 사살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스파크스와 함께 싸웠던 병사들은 모두 항복을 거부하고 살아서 부대로 귀환한다.
스파크스 소령은 사단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지만, 사단장도 어쩔 수 없는 명령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 거라고 말한다. 스파크스로서는 참패한 전투였고, 무엇보다 부하 병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다.
1945년 3월 31일, 독일 아샤펜부르크로 진입하는 미군. 프랑크프루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크지 않은 도시인 아샤펜부르크에서 저격수에 맞서 시가전을 치른다. 이 시가전에서 지금까지 무수한 전투에서 살아남았던 J중대 고메스 병장이 전사한다.
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일부 병사들의 감정이 흔들리고,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행동을 하는 병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군의 죽음을 너무 많이 봤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보니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샤펜부르크로 진입하기 전에, 독일군 지휘관이 총동원령을 내렸고, 병가를 낸 독일군 장교를 반역자라고 누명을 씌워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매다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아내가 보는 앞에서. 미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항복을 받으러 가는 길에 길거리에 매달린 독일군 시신과 그의 아내를 발견하고, 억울하게 죽은 독일군 장교의 시신을 내려 예를 갖춰 장례를 치르게 한다.
이런 장면을 비롯해 전편에서도 독일군이 스파크스 중령을 충분히 쏠 수 있었음에도 쏘지 않았던 것처럼, 작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장면이 보인다.
1945년 4월 29일, 미군은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로 진입한다. 뮌헨에 이르기 전, 다하우에서 포로수용소를 발견하고 수색하는데, 열차에서 무수한 유대인의 주검을 발견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엄청난 민간인(유대인)의 주검을 발견한 미군들은 증오의 마음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수용소를 수색하던 병사들은 항복하는 독일군을 사살하고, 살아 있는 유대인들을 발견한다. 수용소에는 부상당한 독일군들이 있었는데, 병사들은 지휘관인 스파크스의 명령 없이 이들 가운데 일부를 살해한다. 나중에 병사들의 행동을 알게 된 스파크스가 달려가 저지하지만, 이때는 이미 17명의 독일군이 사살당한 뒤였다. 스파크스는 총을 쏜 병사를 체포하고, 부상당한 독일병사를 치료하도록 조치한다.
스파크스는 사단장에게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에서 독일군을 임의로 처단한 사건에 대해 군 사법기관에서는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제6군은 유럽에서의 전투를 마무리하고 재정비한 다음 일본과의 전투를 위해 아시아로 갈 계획이었으나 스파크스 중령은 여기서 제외된다. 군 사법기관에서 전쟁범죄 혐의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사법원장을 만나라는 명령을 받은 스파크스는 지휘부 건물에 도착하고, 자신의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는 다음 날, 군사법원장이 지시한 건물에서 한 장군을 만나는데, 그는 패튼 장군이었다.
패튼 장군 - 이때 이미 별 네 개의 대장이었다 - 을 만나는 스파크스. 패튼은 스파크스의 혐의가 매우 무겁다고 입을 연다. 패튼 장군은 스파크스의 기록을 읽는다. 스파크스는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했으며, 시칠리아의 찰리 앵콘의 부대, 살레르노에서는 미들턴과 싸우다 부상당해 알제리의 알제에 있는 야전병원에 입원했다 다시 이탈리아 전선으로 자진 복귀한다. 비아 안치오 전투에서 독일의 케셀링 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고, 이 전투로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는다. 용기병 작전, 프랑스 전선으로 이동해 보주산맥에서의 전투, 아샤펜부르크 전투, 끝으로 독일 다하우에서 유대인 수용소를 발견한다. 1945년 4월 29일 09시 30분 경, 스파크스 중령의 지휘 아래 있는 157연대 I중대원들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비무장 독일군 17명에 대해서.
패튼은 자신도 37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살았지만, 실제 전투는 350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파크스의 전투는 500일이나 된다. 그것도 만만한 전투가 아니라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격렬한 전투에서. 패튼 장군은 스파크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패튼 장군이 스파크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스파크스는 아마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아시아로 갔을 것이다.
스파크스는 패튼의 명령에 따라 - 물론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중령으로 예편하고, 이후 콜로라도 볼더대 법대를 졸업, 변호사가 되어 후에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근무. 2007년 사망한다. 아내 메리와 65년을 함께 살았다.
이 작품을 쓴 원작자 알렉스 커쇼는 이 시리즈의 조연출로도 참여하고 있다. 알렉스 커쇼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나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작가다. 그가 쓴 책은 한국에 겨우 한 권이 번역되어 있을 뿐이다. 알렉스 커쇼는 '잭 런던', '로버트 파카'의 전기를 쓰기도 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작품을 작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미군 전쟁, 전투 작품(소설, 영화)에는 거의 대부분 유대인 수용소와 유대인 학살 장면이 나온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므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특히 영화(헐리우드) 제작에서 영화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자본의 '의도'가 개입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있었던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반복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유대인들이 역사적 피해자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그 피해자의 권리를 이익으로 치환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유대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이 살던 지역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했으며, 지금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이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학살자로 변했다. 그럼에도 헐리우드에서는 여전히 피해자 유대인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며, 미국을 등에 업고 중동의 깡패로 살아가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유대인 수용소 장면이 나오고, 그 참혹함은 실사 영화가 아닌, 그래픽노블 형태의 형식이어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지만, 유대인 학살, 유대인 피해자의 각인 효과는 엄청나다. 작가인 알렉스 커쇼가 유대인이어서 이런 장면을 의도해서 넣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이런 장면이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알렉스 커쇼의 홈페이지
http://www.alexkershaw.com/about/
알렉스 커쇼의 트위터
https://twitter.com/kershaw_alex
알렉스 커쇼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attlesofw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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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을 원하는 시대와 세대
경기도에 살았던 나. 어릴적 동대문 두산타워를 밤늦게 올라가 밤새서 돌아다녔던 수많은 나날들. 여자친구와 데이트 한다고 청계천에, 인사동에, 뮤지컬을 보러 올라가던 그때. 수원은 서울에서 가깝지만 멀었다. 그나마 화서역이란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차할수 있었기에 논 밭이 가득했던 그때 나는 발에 땀나도록 서울을 놀러다녔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놀러 서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야하는 일터라면 그것은 이해의 판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오가는 길의 멀고먼 거리속에서 사람들과 마주해야하는 상황. 능동적이고, 외향적이고, 밝고, 에너지틱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세상. 그곳에서 함께 해야하는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들. 그러면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하루를 그저 견디듯 하는 염미정. 그녀는 어느날 구씨를 향해 절규하듯 몰아붙이며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그 추앙함을 통해서 다음 봄에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에요.” 술에 중독되어,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술로 채우던 구씨. 그러나 그녀의 그 말은 해방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철옹성 같이 변하지 않던 구씨의 세미한 추앙의 모습들이 그녀에게도 해방 틈을 벌여준다. 누군가를 추앙했더니 삶이 견딜수 있게 되고, 작은 소망들이 솟아난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동네는 경기도. 서울이 노른자라면, 주위를 감싸는 흰자같은 동네. 그나며 경기도가 흰자라면 지방의 소도시들은 계란을 튀길수 있게 만드는 배경같은 카놀라유 정도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염미정의 하루가, 구씨의 하루가 버겁다. 아주 오래되고 버석거리고 딱딱해 입천장 까지게 만드는 바게뜨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거기에 해방이란 단어는 모두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무표정하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미소짓게 되어버린 굳은 가면들 속을 쓰고 조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해방은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이란 것을 드라마는 꾸준하고 치열하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살이가 버거운 이 상황에 결국이 모두들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것은 해방이 아닐까. 그리고 산포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동경하는 그들 역시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계속해서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는가?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우리도 계속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쳐갈 때 즈음 이 드라마는 그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부담 스럽고 버거운 부모님. 시끄럽고 귀찮은 언니 오빠, 심지어 술에 중독되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구씨.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겠는가? 그리고 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이 시대에 질문하고 싶다. "무엇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해방 할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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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학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여러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집에서 가족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은 그 학대의 흔적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래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렇게 흔적을 꼭꼭 숨기려 해도 조금씩은 그것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 사소한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그 대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그 학대의 모습들을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런 세심한 관심은 학대를 막거나 멈출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세심히 주변을 둘러보고 손을 건네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많은 복지단체, 복지사, 경찰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또는 개인의 관심으로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런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학대받는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학대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집에서 벌어지는 학대의 경우, 아이의 부모에게서 아이를 완전히 떨어뜨려 놓기는 힘들다. 제도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그것을 막으려 하지만 그 힘이 닿지 않을 때도 많다. 얼마 전에 있었던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나, 인천 의붓아들 학대 사망사건 등 최근까지도 이런 학대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복지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멈춰지지는 않았다. 그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정 내 학대를 다루는 영화 <고백>
영화 <고백>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학대에 대한 영화다.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불안하게 앉아있는 오순(박하선)을 발견한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지원은 뛰어가다 속도를 멈추고 오순의 옆에 앉게 되어 대화를 나눈다. 그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어색하게 헤어진다. 영화는 우순과 지원의 불안하고 찜찜한 얼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가정 학대를 받고 있는 보라(감소현)를 등장시켜 그 주변에서 어떤 반응과 일들이 있는지를 조금씩 보여준다. 뉴스에서는 누군가 아이를 납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납치범은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국민 일인당 천 원씩 1억 모금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같은 날 시작된 주인공들의 만남과 납치범의 인질극은 영화 중간중간 묘하게 겹치며 긴장을 만든다.
영화 속 오순은 사회복지사다. 여느 사회복지사가 그렇듯 어려운 일을 돕는데 특히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와 그의 동료 미연(서영화)이 학대받는 아이를 돕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연이 차분하게 제도 안에서 그들을 도우려 노력하는 인물이라면, 오순은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를 그곳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에는 합리적으로 차분히 아이를 돕는 미연에게 동감하게 되지만, 실제로 학대를 받고 맞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면 관객은 점점 오순의 행동에 동감하게 된다. 미연의 도움은 제도권 안의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벌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원인을 차단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아이 학대 신고로 아이의 멍든 모습을 보더라도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집으로 돌려보내는 모습은 앞선 도움의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보여준다.
오순은 보다 적극적으로 학대받는 아이 보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직접 보라 아빠와 각을 세우기도 하고, 소리치고, 몸싸움도 벌인다. 그렇게 영화는 보라가 아빠에게 학대당하는 모습과 그것이 아이의 일상생활을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를 오순의 눈과 귀를 통해 보여준다. 집에서 보라는 늘 겁에 질려있고, 학교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자신이 선생님의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느낄 때 다른 친구에게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많은 학대 아동들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겠지만, 그것은 의외의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영화 속 선생님의 말처럼 그런 아이의 모습은 섬뜩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배경을 이해하고 알게 된다면 그 모습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사회제도가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세심한 관심
영화 속에 신입 경찰 지원은 주변을 아주 세심히 관찰하는 인물이다. 가정 폭력을 받는 여자를 도우려 한다거나 그런 폭력적인 낌새를 눈치채고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 역시 경찰이라는 사회제도적 울타리에서 행동한다. 그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경찰에 대한 교육을 할 때 그는 경찰은 주변을 잘 관찰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의 말처럼 경찰은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이상한 것이 있는지를 발견해 내야 한다. 보통 가정 폭력 피해자들은 보복 때문에 그것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한다. 영화는 지원의 그런 세심한 관찰을 보여주며 실제로 가까운 사람의 폭력을 어떤 식으로 도와야 하는 것인지를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몇 번이고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라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주는 오순을 만나며 보이지 않던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보라는 오순과 보낸 짧은 시간을 행복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가 미소 짓는 순간은 영화의 분위기도 밝게 만든다. 그동안 공포에 질려 보낸 집,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학교에서 그는 시종일관 무표정하거나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아빠에게 별 이유 없이 맞고 잘못했다고 우는 모습은 계속 지켜보기 괴롭다.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서에 가도 아빠라는 이유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고, 멍이나 여러 가지 학대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빠가 때렸는지 증명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경찰의 이야기는 과연 지금의 제도가 가정 학대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질문하게 만든다.
영화에 또 다른 이야기로 등장하는 유괴사건은 그 실체를 명확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일종의 맥거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누가 그 모금을 위한 편지를 보냈는지 왜 모금 계좌를 복지재단으로 했는지 등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납치 사건과 오순, 보라 그리고 지원이라는 세 인물에게 벌어지는 일을 대비시킴으로써 가정 폭력의 가해자와 납치범 각각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교하면서 관객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주인공 오순역을 맡은 박하선 배우는 가정 학대를 한 부모에게는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으로, 다른 한 편으로 피해 아동에게는 차분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오순을 잘 표현해낸다. 그 자신도 학대를 받았던 오순이 아직도 그냥 끔찍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오열하는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원 역을 맡은 하윤경 배우도 따뜻한 시선의 좋은 연기로 영화의 사실감을 더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백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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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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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중기, 영화 <화란> 긍정 검토
ⓒ 하이스토리 디앤씨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 출연을 제안 받고 긍정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위태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영화이다.
CGV,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개최
ⓒ CGV
CGV에서 6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3주간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Cinema Adult Vacation'을 연다고 한다.
<레베카>, <펄프 픽션>, <레 드 로켓> 등 국내 미개봉작을 포함한 총 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제 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국내 최초 OTT 콘텐츠 시상식
ⓒ 청룡시리즈어워즈
국내 최초로 OTT 시리즈 콘텐츠 시상식인 청룡시리즈어워즈가 내달 19일 개최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시즌, 왓챠, 티빙 등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예능인상 등 총 13개 부문에서 시상이 열린다.
마녀2, 11일만에 손익분기점 넘기다
ⓒ 네이버 영화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가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7일 기준, <마녀2>의 누적 관객 수는 224만 1,5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디즈니 + 진심 하우스, 체험형 팝업 하우스 오픈
ⓒ 디즈니+ 진심 하우스
디즈니+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팝업 하우스를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고르면 아이패드와 헤드셋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해외
엘비스, 3050만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오스틴 버틀러 주연의 영화 <엘비스>가 북미 주말 매출액을 3050만 달러(한화 약 392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엘비스는> 7월 13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다.
기묘한 이야기,윌 생일 변경 검토 중
ⓒ 넷플릭스
시즌 2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윌의 생일로 시즌 4의 특정 장면이 다르게 해석되자,
더퍼 형제는 윌의 생일을 배우 입 모양에 맞춰 3월 22일에서 5월 22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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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해빠진 데자뷔
이 글은 넷플릭스 [광장]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할 말 많음 주의.
사진출처:다음 영화/윌스미스 씨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해요
원작 살리기 진흥회가 있다면 나 같은 인간은 상무 정도는 했을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매번 최악의 작품이라며 언급되는 작품은 안타깝게도 책과 동명의 영화인 [나는 전설이다]. 다행스러운 건, 원작이 책이건 웹툰이건 상관없이 2차 창작물인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고통받아야 했던 이 작품에게도 마침내 대관식(?)을 치를 때가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 것은 이 불명예스러운 행사에 참석해 버린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는 점에 있겠지. 어휴, 신이시여.
당당하다 못해 윌스미스가 왕관을 씌워 주기도 전에 그의 손에서 냅다 왕관을 낚아채 머리에 얹어버린 넷플릭스발 작품 [광장]은, [나는 전설이다]가 답습한 두 가지 분노 포인트를 정확하게 표방(?)하고 있다. 하나는 원작의 이름과 모티프를 빌려가 놓고 완벽하게 다른 작품으로 해석해 버렸다는 점과. 원작을 안 보았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그저 그런”수준에 머무르는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원작을 본 사람이건 안 본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화나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가격 비교 사이트에 빠져버린 인간처럼 몇 번이고 원작과의 차이점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데 특효약이 아닐 수 없다. 참내.
사진출처:넷플릭스 공식채널
그렇다면 [광장] 이 첫 번째 분노 버튼인 “어떻게 원작을 본 사람들을 괴롭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원작이 가진 많은 임팩트의 지분은 사실 거의 맨 마지막 장면에 있다. 이 점은 이제 어엿한 패배자가 되어 버린(?) 원작소설 [나는 전설이다]도 그러하다. 무려 이 장대한 이야기의 제목을 할애한(혹은 부여한) 마지막 대사(장면)를 위해서. 처음부터 죽자 사자 달리며 쌓아두었던 모든 것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기폭버튼을 누르자 연쇄 다발적으로 터지는 지뢰처럼 사정없이 폭발하고 몰려와서 소위 카타르시스라고 부르는 감정을 맛보게 한다.
이런 경험이, 바로 작품의 제목만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를 탁 치며 아 명작이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그것은 액션신만 훌륭해서도, 몸값이 엄청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뿐만 아니라 터뜨려야 하는 지점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미친(positive)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다. [광장]은 실패한 각색과 디렉팅의 결과 한가득한 작품이며 원작에서 기대했던 그 어떤 것도(남기석 미모 제외) 눈앞에 가져오지 못한다.
사진출처:넷플릭스/남기석 씨.. 아 아니 아니 이준혁 씨 고맙습니다.
인물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웹툰의 첫 회만 보더라도 기준(소지섭)의 분위기가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챌 것은 분명하며, 앞서 말한 기석을 제외하고서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을 만큼 닮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안타깝게도 기석은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페이지에도 특별출연이라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아주 잠깐만 등장하는 인물에게 극의 포커스마저 빼앗기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김 선생(차영도, 차승원)의 등장에 대해 짚어보자면. 원작에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아님), 최근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너무 겹치는 점이 많아서. 광장의 어느 한 장면에서라도 흐음... 서영락 대리.라고 말한다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배우의 입장에서는 제2의 가능성을 타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으나, 잘 묻어난다거나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연달아 이런 캐릭터로 출연하는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그다지 차별점이 느껴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진 출처:보그 코리아
그렇다면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과연 이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당연히 나의 대답은 아니오. 에 가깝다.. 가 아니라 그 대답 밖에 할 수가 없다.
우선 장르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은퇴한 실력자와 관련된 모든 것, 그러니까 가족이라던가 옆집 꼬마라던가 강아지나 차 기타 등등, 을 건드리는 바람에 줄초상이 나는 영화는 이미 여러 버전으로, 게다가 유니버스 구축까지 잘 되어 있는 상태이며, 그마저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총격전으로 가득하다.
그런 쪽으로 이길 수 없다면 스토리의 진행이라도 긴박해야 할 텐데 금쪽이 구준모(공명)가 시리즈중반부에서 생을 마감한 후에는. 긴장감의 급격한 감소는 물론, 김 선생과 금손(추영우)의 지분 싸움으로 파워게임의 시프트가 이뤄진다. 그로 인해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미간 사이에 주름만 잡은 채 겨우 걸어 다니는 듯한 기준(소지섭)의 존재감은 그의 빛났던 명성에 비해 너무도 하찮게 뒤켠으로 밀린다.
그 결과 기준이 한껏 폼을 잡으며 자기가 시작한 일이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자의식 과잉이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은 물론, 진부하지 않은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었던 마지막 회에서는 내가 이 시리즈에 줄 수 있는 마지막 관심은 끊이지 않는 헛웃음뿐이었다.
사진 출처:보그 코리아/허준호 배우 만세
영화가 원작과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버렸다면, 애초에 원작과 같은 제목(까지는 봐준다 치고)이나 모티프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원작에 대한 집착을 떼어놓고 작품을 만든다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지. 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 남는다.
제작자는 그 두 가지 계약에 대한 약속을 모두 지키지 못했고. 그 결과 나는 흔해빠진 데자뷔로 잔뜩 점철된 시리즈 한 편을 눈앞에 둔 채 감흥 없이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이 글의 TMI]
1. 게다가 소지섭은 그렇게 얻어맞고 찔리고 심지어 총알 세례(?)까지 받는데 죽지도 않음.
2. 그리고 그렇게 목을 찔리면... 말을 못..... 기도(air way)가 식도보다 앞에 있어....
3. 놀랍게도 나는 가톨릭 신자다. 안 믿기겠지만 어쩔 수 없지(나도 안 믿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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