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5-08 21:23:49
[JEONJU IFF 데일리] 영속하는 사랑의 힘
영화 <사라진 공화국> 리뷰
DIRECTOR. 에밀리 므크르티치안
CAST. 시라누시 사르크샨, 스베틀라나 하루투냔, 가야네 함바르줌얀, 소세 발라사냔
SYNOPSIS. <사라진 공화국>은 전쟁의 여파와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미승인 국가 아르차흐의 네 여성을 따라간다. 그들이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던 중 다시 발발한 전쟁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이 영화는 그들의 생존과 회복력뿐 아니라 잃어버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영속적인 힘을 포착한다.

이 영화 제목을 처음 인지한 건 뉴스 기사를 통해서였다.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메일이 수백 통씩 전주국제영화제로 날아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대체 뭐길래? 프로그램 노트에 "아르메니아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던 영화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를 보기 전후로 많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으므로, 한정된 시간 안에 볼 영화를 고르다 보니 일단 지나쳤던 영화였다.
두 번째로 인지한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지인들이 A4용지 한 장씩을 쥐고 착잡한 표정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당연히) 상영을 중단하지 않았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의 말마따나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고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여러 분쟁 지역의 영화를 상영할 때도 상대국에서 이처럼 행동했던 적은 없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과 잘 조율하겠다는 말이 결국 입장문 한 장을 배부하는 선으로 결정된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보여준 A4용지에는 다소 묵직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이 영화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보존과 주권을 훼손하고 아르메니아의 영토적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르차흐’라는 명칭으로 언급되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국제법의 기본 규범과 원칙에 위배되며, 가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의 불가분의 영토로 인식해 온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맞지 않습니다. 이는 심지어 아르메니아에 의해 불법 점령되었던 시기에도 일관되었던 입장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영화는 반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선전내용을 담고 있으며,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 등을 조장합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민족주의, 분리주의, 극단주의, 군국주의, 복수주의'를 조장할 수 있나? 굉장한 영화다. 그래서 봤다. 알지도 못하는 국가의 이야기를 그렇게 보게 되었다. 1991년,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나보다 일찍 저물어 버린 나라. 그리고 거기 살아가는 놀라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 완성물과 꼭 같은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촬영 도중에 전쟁이 터졌고 나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극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이다.
영화는 여성 4명을 따라간다.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는 NGO에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는 스베타. 시장 출마에 처음 도전하는 정치인 시라누쉬, 여성 센터를 운영하는 가야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유도선수 소세. 네 사람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하고 또 아름답다.
스베타는 비록 업무 현장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지만 (불발탄 제거 작업은 기계로 할 수 없다. 하나하나 수작업이다.) 딸들과 함께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낸다. 시라누쉬는 카메론 디아즈 닮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선거 팸플릿을 나눠주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해당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0명이다. 가야네는 의자 뺏기 게임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있는 행사 현장에서도 심각한 내용의 여성 사례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이따금 협박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계속할 거냐는 물음에는 채 눈물도 못 닦은 얼굴로 '그럼요'라고 답한다. 줄줄이 달린 메달과 함께 슬플 때 꼭 함께한다는 인형을 보여주는 소세의 모습은 그의 굳건한 정신이 동시에 섬세하고 소소한 것들에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괴로움과 불안이 섞여들어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유영하는 강인함이 보인다. 강철 같은 강인함보다는 강물 같은 강인함이다. 하지만 이들의 그 강인한 일상은 전쟁으로 휘청인다.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정리해 보자. 아르차흐는 고대부터 아르메니아 왕국의 일부로 존재해 왔던 땅이다. 그러나 소련은 아르차흐를 아제르바이젠의 지방으로 편입해 버린다. 거대한 소련의 붕괴가 다가올 즈음, 그러니까 1988년부터 아르메니아계 주민들과 아제르바이젠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991년 아르차흐 공화국은 독립을 선언했고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1994년 이제 더이상 소련이 아닌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이 되었으며, 이후 아르차흐 지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기를 쥔 지역이 되었다.
이들은 아르차흐 공화국을 선포했고, 정부, 군대, 선거 제도를 별도로 운영했다. 여기에는 아르메니아의 실질적 지원도 있었다. 그러다 이 영화가 촬영되던 중인 2020년,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아제르바이잔의 공격과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아르메니아로 피난 길에 올랐다. 2022년 아제르바이잔은 수도를 봉쇄했고, 거의 1년에 가까운 봉쇄 끝에 2023년 9월 군사작전이 마무리되었다. 2024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모든 헌법과 기관들이 해체된다는 선언이 나왔고, 2023년 아르차흐는 더이상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많은 경우 분쟁의 씨앗은 당사자가 아닌 타의, 주로 거대한 힘에 의해 뿌려지는 듯하다. 이 경우에도 아르메니아 입장에서는 소련이 멋대로 그은 선에 당한 셈이고, 아제르바이잔도 한번 국경선에 들어온 지역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소련은 붕괴되었고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르차흐는 현실 주체로서 힘을 잃었다.

삶과 사람과 도시를 사랑했던 여자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죽음의 가능성을 가까이서 느꼈기에 소중한 이들을 잃을까봐 약해져 있던 스베타는 다시 딸들을 지키기 위해 직업을 찾고 있고, 시라누쉬는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며 마이크를 들다가 이제는 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회에서 외치는 첫 마디가 전쟁 규탄이 아닌, 우리의 존재를 인지recognize하라는 명령인 것은 마음이 아프다.) 가야네는 여전히 여성 센터를 운영하지만, 상담 상대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가정 내 차별과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내담자의 첫 문장이 "도시를 그렇게 잃어버리고 나서..."인 경우가 많아졌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소세의 삶이다. 인형과 메달을 가까이 하던 유도선수, 메달리스트를 꿈꾸던 여자는 이제 총을 가장 가까운 친구 삼은 군인이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얼굴에 눈물이 흐를 때, 감독은 소세를 깊이 끌어안는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역할처럼 보였다. 아름다웠던 과거를 되돌려 보여주고, 우리가 갈 미래가 그 과거와 닮아 있길 바라며 길을 보여줄. 그렇게 끌어안아 위로해줄. 현실 주체의 힘은 약해져도 이야기는 영속한다. 여자들의 삶도 이야기 안에서 사랑의 빛을 덧입을 것이다.

그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영화에 있었다. 노란 양초였다. 스베타가 착잡한 얼굴로 하나하나 불을 밝혀 컵에 넣던, 노랗고 길다란 양초. '더 이상 기도하고 싶지도 않고, 꿈도 없다'고 말하는 소세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던 장소에도 똑같은 양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촛농과, 그럴 때마다 하나씩 더해지는 빛. 거기서 느껴지는 곡진한 사랑. 세상 곳곳에서 분쟁 소식이 매일 더해지는, 이 야만의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어쩌면 더없이 촛불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는 나날이 기억해야 한다. 파워게임의 주체가 아닌, 사랑이 담긴 이야기만이 영속한다는 사실을.
2025.05.02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3 CGV전주고사 8관
2025.05.07 CGV전주고사 8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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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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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짐프 OST 마켓 런칭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음악가 데뷔 프로젝트 마켓 '짐프 OST 마켓'.
6월 5일까지 공개 모집을 하며, 산업 관계자들과 매칭 성공 시 총 지원금 2억 5천만원에서 최대 5천만원의 음악 제작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국제영화제, 6월 개막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올해 19회를 맞이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에코버스'라는 슬로건 하에 6월에 개막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총 73편의 환경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고, 개막작은 시릴 디옹 감독의 '애니멀'이다.
더불어, 영화제 상영작 전 작품을 온라인 상영하며, 메가박스 성수에서 오프라인 상영도 한다고 한다.
이준혁, <범죄도시3> 합류
ⓒ 배우 이준혁 인스타그램
배우 이준혁이 영화 <범죄도시3>에서 새로운 빌런을 맡게 되었다고 밝혔다.
<범죄도시3>는 6월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며, 인천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범죄도시2>에 이어 <범죄도시3>도 이상용 감독이 맡아 연출하게 되었다.
에무시네마, 2022 '별빛영화제' 개최
ⓒ 에무시네마 인스타그램
에무시네마 루프탑에서 진행하는 '별빛영화제'가 올해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5월 19일을 시작으로 <녹색광선>, <플립>, <해변의폴린느> 등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거리두기 해제하자, OTT 성장세 주춤
15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OTT 모바일 사용자 수가 올해 1월 대비 7~23% 떨어졌다고 밝혔다.
주요 OTT의 사용자의 경우, 넷플릭스는 7.7%, 디즈니+는 23.7%, 웨이브 11.9%, 왓챠는 12.6% 하락하였다고 한다.
해외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3월 예정
ⓒ 오스카 공식 홈페이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와 ABC에 따르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3년 3월 12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세계 200개 이상의 지역에서 ABC를 통해 생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닥터 스트레인지 2>, 5억 5천만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9일, 디즈니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억 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2022년 개봉작 중 11번째로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Neon, <브로커> 북미 판권 계약
ⓒ 네이버 영화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맡았던 Neon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의 북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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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지금 우리 학교는 (ALL OF US ARE DEAD, 2022)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개봉일 : 2022.01.28. (넷플릭스 공개)
감독 : 이재규, 김남수
출연 :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개인적인 평점 : 3/5
지금 우리 학교는 줄거리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동명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2022년 1월 28일 날짜로 공개됐다. 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진 만큼 ‘한국 드라마 콘텐츠’라는 타이틀을 달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공개된 <지옥>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로 큰 관심을 받으며 스트리밍 1위를 달성했고, <고요의 바다>는 1위를 찍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형 SF’의 새로운 장을 열며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공개된 시리즈들 모두 어떤 방향으로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꽤 괜찮은 성공이 거듭되면서 기대감이 더욱 쌓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어딘가 모자랐던 걸까. 나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는 장단점이 뚜렷한,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작품으로 남아버렸다.
긴 러닝타임, 길게 늘려진 답답한 이야기
<지금 우리 학교는>은 <킹덤>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2번째로 제작된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킹덤>은 시즌당 4-6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진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것에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러닝타임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킹덤>이 특히 짧았던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사용한 <스위트홈>과 최근 공개된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D.P>, <마이네임>, <고요의 바다>, <지옥> 등이 모두 10편 내외로 구성되었던걸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눈에 띄게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시리즈다.
한 회차당 60분 정도, 총 러닝타임은 709분에 달하는데, 처음엔 “원작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으니까.. 12화인 이유가 있겠지?”싶었는데,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왜 12화까지 만들었지?”싶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부분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았다는 부분은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으나, 깊게 표현됐다기보단 한번 쓰고 내팽개치고, 또 잠깐 보여주고. 하는 식으로 짧게 반복되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8-10화 내외로 과감하게 쳐냈다면 지금보다 만족도가 훨씬 올라갔을지도.
여러 인물들이 만나게 되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되고, 어느 정도 고구마를 먹은듯한 답답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이 그 고구마를 견디는 이유는 갈등이 해소될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즉 사이다를 꿀꺽꿀꺽 마시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사이다가 부족하다. 숨 막히게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과 고립. 갈등 요소가 해소되나? 싶은 순간, 갈등을 야기한 인물이 얼렁뚱땅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래... 상황상 어쩔 수 없지...”, “그래... 얘네 고등학생이잖아...”를 반복하며 마음을 달랬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구성과 납작한 인물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꽤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초반부엔 이름조차 제대로 외우기 힘들 만큼 말이다. 교내에는 청산과 온조가 주축이 된 무리와 하리와 미진이 주축이 된 무리, 은지와 철수로 구성된 폭력의 피해자 무리, 교내 최고 빌런 귀남까지 총 4개의 시점이 있다. 그리고 학교 밖엔 온조의 아빠 소주 무리와 도시로 들어온 스트리머와 형사 무리, 효산시 봉쇄 작전을 실행하는 사령관까지.
사실 등장인물들이 많은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한 무리 안에서도 인물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는 점과 각 무리가 갖고 있는 톤 자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곧 멸망해버릴듯한 세상이 주는 절망과 무거움을 작은 코믹 요소들로 중화시키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특정 인물들의 이야기만 너무 큰 변주를 준 느낌이라 아쉬웠다. 톤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다양함보다는 산만함이 크게 느껴졌다.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하자면, 산만한 이야기를 꽉 잡고 갈 중심인물이 많이 없었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 원작을 접한지 오래 지나서, 원작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보며 이런 생각을 정말 자주 한 것 같다. “얘 웹툰에서도 이랬었나?”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입체적일 순 없다. 그래도 이 산만함을 꽉 쥐고 끌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다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4-5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시청 중에 지쳐버린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영리한 좀비 액션
그럼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를 끝까지 완주한 이유.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좀비들과 펼치는 영리한 액션신들 덕분이었다. 학교라는 고립된 공간 속, 길쭉하고 좁은 복도의 특성을 활용한 아슬아슬한 액션, 교내 물품들과 건축 자재들을 이용해 구성한 영리한 액션들과 그 안을 유연하게 비집는 카메라의 시점. 그 모든 액션들을 받아쳐주는 좀비들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 그리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잘 만들어진 비주얼까지. 아쉬운 점은 다 미뤄두고, 이 액션신과 배경을 만들기 위해 담당자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정말 고생하셨다는 칭찬은 아끼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론 고지대를 선점한 상태로 이어진 액션신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특히 도서관 장면)
신선한 얼굴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출연한다. <벌새>로 소중한 날갯짓을 보여준 박지후 배우,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유미 배우, 여러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 이상희 배우처럼 은근 낯이 익은 배우들도 있고, 언젠가 한 번쯤 봤었던 <슬의생>의 장윤복 역을 연기했던 조이현 배우, 영화 <생일>에서 설경구 배우의 아들 수호를 연기했던 윤찬영 배우,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로몬, 유인수 배우까지. 이 신선한 얼굴들엔 기시감 같은 뻔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보여준 연기와 배우들 간의 합이 빈틈없이 완벽했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차기작이 궁금해지게 만든 시리즈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순간에 지옥이 된 세상에서 꼬집고자 하는 것. 호불호가 갈리는 표현 방법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효산 고등학교에서 살아남은 학생들과 학교 밖, 효산시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한순간에 지옥이 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뿌리치고, 달려오는 좀비들에 맞서며 구조의 순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갇힌 세상은 온통 공포와 괴성, 불신으로 가득하다. 학교 밖에서 이 사태를 알게 된 어른들은 아이들을 구하러 지옥으로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다수의 생존과 소수의 희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안에 그려지는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과 울분, 분노 등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꼬집고자 하는 방향은 확실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가 누군가에겐 지옥일 수 있다는 것.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방관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 폭력의 구렁텅이가 깊어질수록 그 안에선 더욱 지독한 폭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폭력이 지배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혐오 등등.. 방향성은 충분히 알겠으나 표현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꽤나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이 문제들을 꼬집기 위해 사용된 국회의원 캐릭터와 가해자와 피해자 캐릭터들이 다소 일회성으로 소비되었다는 점과 논란이 될만한 폭력 표현 방식 등이 있겠다.
지옥 같은 학교에서 손을 잡는 아이들
폭력이 만들어낸 작은 멸망과 그 상황에서도 파이 게임을 하는 어른들. 아이들은 어른들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끝내 버려졌음을 알게 된 순간 더욱 견고하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들의 작은 세계 속에선 믿음, 사랑, 우정, 희생이 교차하고, 이 모든 감정은 단 하나의 목표. 생존을 위해 사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생존이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천국, 누군가에겐 지옥이던 학교가 이젠 모두에게 공평한 지옥이 되어버린 상황. 희망 같은 건 가질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잠시나마 희망의 스파크를 튀겨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순간들이 정말 좋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기대는, 본능이자 깊은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 좋았다. 좀비가 창궐한 와중에도 수능과 고3이 될 내년을 걱정하는 팍팍한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풀어주는 것 같아서.
좀비물이라기보단 하이틴 로맨스로 본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설명하는 가장 큰 카테고리는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분야를 즐겨보는 팬들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부족함이 많은 시리즈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클리셰로 가득한 진행에 생존을 앞에 뒀다기엔 예상보다 더욱 답답하게 행동하는 인물들까지. 특히 좀비물의 스탠더드로 불리는 <워킹데드>나 앞선 한국형 좀비 <킹덤> 정도를 기대했다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이틴 로맨스 초점으로 바라본다면.. 어쩌면? 좀비에 집중했을 때보다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탈출과 고립, 희생과 이별이 반복되며 자연스레 쌓여간 감정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훅-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테니까. 슬픔으로든 아주 큰 분노로든, 그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제대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남은 건 맞잡은 손뿐인 아쉬움이 가득한 시리즈였지만... 이를 계기로 ‘K-좀비’의 장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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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두사와 싸우는 법
이 글은
영화 [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은 어딘가 불편하다.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과감하고 가감 없이 시선을 주는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저 고발의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이 불쾌감의 근원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끄집어 내 양지로 가져오는 역할도 자처한다.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묻은 음습함이 얼마나 짙고 추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 마음이 뙤약볕에 잘 말려진 후 다시 제모습을 찾은 것을 보는 데서 오는 기시감도. 다시 품 속으로 마음을 돌려 넣을 때 오는 안도감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겟 아웃]과 [어스]에서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영화 [놉]은 그 어떤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로 관객들을 마주하려 한다. 영화 개봉 직전까지 알려진 정보가 없어 이로 인해 관객들의 추측만 난무했다는 점도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이 흥행한 것이 너무 기뻐 조동필이라는 애칭을 sns에까지 박제해버린 감독의 이번 작품은.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데려간다는 셋째 딸 같은 영화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죠스의 재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감독이 천재성을 드러내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물이라는 말이 영화 [죠스]처럼 잘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기술적(혹은 금전적) 한계는. 달랑 지느러미를 보여주며 상어를 연상시키는 쪽으로 영화의 방향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아직 트이지 않은 길 때문에 목표 지점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했을 감독의 눈물이 바다처럼 차올랐으리라.
그러나 그 “달랑”지느러미 하나는 감독이 눈물로 쌓은 바다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영화 한 편의 서스펜스도 바닷물처럼 차오르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되었고. 제목만큼이나 강인한 턱뼈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라는 전리품 같은 타이틀을 확신에 찬 채 우적우적 씹어 삼킬 수 있었다.
그 기념비적인 영화 이후로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오히려 기술의 발달을 영화 전반에 내세워 뭐든 "보여주려"라는 시대가 당도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이제는 영화의 장애물이라고 판단했는지. 감독은 슬그머니 뒷걸음치는 것을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놉]은 영화 속 지느러미의 역할을 음향(음악)과 색채에 맡겼다. 그리고 그 미끼들의 효과는 영화계의 시초가 그랬던 것처럼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죠스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소리들 만으로도. 영화 속의 긴장감은 저 멀리서부터 흩어지지 않고 끌어 모인 채 쌓이고.[놉]의 죠스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도 생생하게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몇 번에 걸쳐 영화계의 시초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맞물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눈을 사로잡는다 해도. 결국 본질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공포라는 점을 감독은 진작에 간파한 셈이다.
바다만큼이나 끝과 속을 알 수 없는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는 UFO(라고 하자)를 바라보며, 죠스의 재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감독의 짠 내 나는 눈물바다가 아닌. 기술과 시초(초심)의 결합으로 한계 없이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는 점이 다행으로. 그리고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UFO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번 영화에서 공공의 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UFO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조금 SF 적이고 간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UFO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면. 이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영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걸맞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미확인 비행물체이며.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면 믿음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는 실체가 불확실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정확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은 물론 음모론까지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면에서 보았을 때. 작품 속의 UFO가 가짜 뉴스, 혹은 비정상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는 그 무언가(헛소문,찌라시 등등)로 해석한다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들 그것이 유명해서, 혹은 궁금해서 맹목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광기로 그것을 쫓지만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실체조차 알 수 없다는 면에서 보아도. 또한 (앞 주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주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포의 대상을 그린 것마저도 헛소문의 실체나 퍼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UFO가 반응하는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정체불명의 괴물은 말 그대로 별 영양가 없어 보이는 관심에만 반응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관음의 마음이 있어 눈길을 주는 자들만을 삼킨다.
목마와 깃발만을 성심성의껏 골라 내뱉는 것에서도 관심에 있어서의 가짜, 혹은 자신에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충실히 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기본 정서인 "알 수 없는" 감정과 실체 없이 공포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이런 것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키(스티븐 연)로 대변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짜 뉴스의 존재 자체에 사로잡혀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UFO를 기회로 생각하며 어떻게든 실체 없이 달리는 말위에 올라타려는 태도를 보인다. 마치 그 뉴스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처럼.
결국 카더라 뉴스가 가진 비정형성에 관심이라는 독을 품은 사람들은, 모두 외눈박이 괴물에게 삼켜지는 형벌을 받고야 말았다.
나쁜 기적이란 무엇인가.;메두사와 싸우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OJ(다니엘 칼루 유야)가 UFO와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와의 전투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신(God)들에게 페르세우스가 받은 것은 전투에서 실제로 쓸 "장비"들이었지만. OJ가 가진 무기들은 물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품에 가깝다는 것이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OJ는 영화 속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UFO에게도 이름을 붙인다. 하나하나 특별하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특성들도 함께 떠올리려는 듯이. 영화에서 이름이 붙은 것들의 대부분이 짐승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길들일 수 있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UFO에게 진 재킷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여동생에게는 오빠에게 뺏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OJ에게는 첫 번째 말(Horse)임과 동시에 조련에 있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이름이었을 것이다. 가장 낯설었고, 가장 힘들었지만. 자신의 직업 철학에 있어 근간을 세우게 해 준.
OJ가 이 사태를 스스로 나쁜 기적이라 불렀다는 것에서도 그의 작지만 확실한 신념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찬찬히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성품 탓에. 결국 이 진 재킷의 성격을 파악하면 이 사태도 마무리될 것이라 믿었을 테니 말이다.
그에게 "길들인다"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그 생물이 가진 고유한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이번 기회에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자신의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동생에게 이 낯설고 큰 위험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도 함께 얹은 채로. 마치 내 실력을 지켜 보라는 듯 동생에게 수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OJ는 페르세우스가 그랬듯 진 재킷에게 등을 돌려 접근한다. 거울을 대신하는 그림자와, 소리만으로 진 재킷의 위치를 짐작하면서. 이 고집스럽고. 그 어떤 소란에도 성급하지 않던 OJ의 태도는 결국 진 재킷의 목을 베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다.
그는 끝까지 현혹되지 않았고. 한 번쯤은 궁금증에 고개를 돌릴 법한 자신의 마음마저도 다잡았다. 이름의 무거움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자는 그렇게 끝까지 꼿꼿하게.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웃을 수 있었다.
마치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발견했을 땐 이미 피하기 늦은 눈사태를 보는 것 같다. 제아무리 달려 도망친다 해도 발목을 잡아 끄는 눈덩이들에 잡아먹히고도 남을 듯한 압박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는 제법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법한 그 덩어리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껴질 만큼의 지루함이 꽤 길다. 그마저도 조각조각 나 있다는 인상이 들어 과연 이게 먹히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애써 만들어 놓은 작은 눈덩이마저도 녹이는 것만 같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면 영화는 꽤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한다.
또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우연이겠지만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 바이럴 등의 이슈들에 대한 생각이 곧바로 떠올랐다.
마케팅을 비롯한 대다수의 관객들, 혹은 평론가들의 말들을 무시할 수 없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견에 그저 휩쓸리듯 선동되는 것은 대중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 것을 늘 알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취향에 당당해지는 것. 또한 타인의 취향도 존중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것이 관객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시종일관 꼿꼿한 OJ의 태도가 유달리 마음에 남는다.
[이 글의 TMI]
1. 점프 스케어는 거의 없는데도 영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움.
2.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라 그런가 뭘 봐도 하나씩은 연상이 되는 듯.
3.휴가 중에도 영화 보고 리뷰 쓰는 나 칭찬해.(?)
4. 미키7 다 읽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어떻게 이걸 영화로 만드실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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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입력을 주는 단단한 힘을 가진 배우들
요즘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야? 라고 누가 묻는 다면 제일 먼저 생각 나는 이름은 김선영, 염혜란, 백지원, 이지현… 이름이 먼저 나온다. 어느 날 갑자기 영상 콘텐츠에 등장해서 너무도 자연스러운 얼굴로 배역을 연기해서 혹시 그냥 저 직업인 분을 캐스팅한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등장하는 순간 극 속의 다른 배역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몰입력을 주는 단단한 힘을 가진 배우들.
<멜로가 체질>에서 천우희 배우의 메인작가였던 백지원 배우는 드라마를 보자 마자 반해버렸다. 혹시 이 드라마의 진짜 작가님이 아닐까 하고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이 드라마에서 나의 최애 커플은 백지원님이 연기한 작가와 정승길님이 연기한 PD였다. <더 패키지>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남편과 프랑스 패키지 여행을 온 아내를 연기한 이지현 배우를 봤을 때도 그랬다. 패키지 여행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뭐랄까 조금 들뜬 느낌의 분위기와 조금은 작위적인 연출이나, 어색한 상황들이 많았는데, 이지현 배우가 나와서 여행자들을 이렇게 토닥이고 저렇게 보듬고 하는 그 장면들은 정말 어쩌다 여행에 참여한 분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자연스러웠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행을 끝내고 다시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선영 배우는 응답하다 시리즈 부터 참 좋았지만, 김희애 배우와 문소리 배우가 나왔던 <퀸메이커>에서 김선영 배우가 몸담고 있던 단체를 배신 한 뒤, 후회하며 문소리 배우를 찾아와 ‘어떡하니’ 하고 말할 때 표정을 보고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이고 다시 보고, 또 봤다. 이 배우님이 나오는 콘텐츠라면 나는 그게 뭐든 찾아보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열이나 분노 같은 과잉 감정의 상태가 아닌 미묘한 지점의 복잡하나 감정이나, 맹물 같은 슴슴한 생활연기에서 배우들의 노련함은 더욱 빛이 났다.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났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에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중년의 조연 배우지만, 오랫동안 연극무대에서 활동해온 실력자들이었고, 늘어난 콘텐츠에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제작진들이 발견한 배우기도 하며, 때때로는 오랜기간 설득하여 영상콘텐츠로 모셔와야 했던 분들이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연은 대체로 스타들이 해 왔다. 연기력에 대핸 물음표가 있더라도 톱스타가 주연을 해야 투자가 흥행이 보장 되고, 제작에 투자가 이뤄지고, 편성도 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들은 주연의 이름 뒤 세네번째쯤, 때때로 대여섯번째쯤 나오는 조연이다. 주연들의 연기가 빛나게,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넘어 주연의 아우라보다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누가봐도 마스크걸 주연은 염혜란님 아닌가요?)
스타와 배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주연과 조연의 경계는 어디일까? 한마디로 정의 하기에 모호하지만, 염혜란이라는 이름만으로 , 김선영이라는 이름 만으로 작품을 찾아보게 만들게 되는 이 배우들이 나에게는 스타이며,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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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투름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시절
어느덧 입춘이 지난지도 꽤 되었다. 그럼에도 더위는 가시질 않아 낮이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길었던 해가 지면 풀벌레 소리에 잠을 설치며 하루를 보낸다. 괜히 따뜻한 봄날이 그리워지는 게 아닌가 보다. 가장 덥다는 오후 3시에 뛰어도 전혀 덥지 않고, 여름에는 짜증과 곰팡이만 불러대던 비조차 가녀린 벚꽃과 맞닿으면 큰 감성이 된다. 언제나 1년을 시작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봄이 오면 온전히 정돈되지 않았을 지난 1년을 마저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감정이 남아 차마 정리하지 못해 부유하는 시간들도 있으니. 누군가의 대한 그리움이 될 수도, 후회스러운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시간들에도 봄은 한결같이, 위로하고 묻어두어 다시 필 날을 꿈꾸게 한다. 또한 봄은 기대와 불안, 걱정. 온갖 감정들을 미지라는 설렘으로 녹여내서 막연한 나날들에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레면서 한편 너무나도 짧아 아련한 기분.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라는 1시간 짜리 작은 통조림에 그 삼라만상을 모두 담아내었다.
3월에 입학식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벚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에 입학을 맞이한다. 4월. 멋모르고 떨어지는 벚꽃에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어른들은 ‘올 게 왔구나.’하는 심정으로 몽환적인 하늘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4월 이야기>는 그 사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있는 대학생들의 감정을 다루었다. 짝사랑을 따라 같은 대학교에 진학한 주인공, 언제나 친절하고 멋진 짝사랑. 겉으로 무심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친구 등. 이와이 슌지는 극적인 행동이나 사건이 아닌, 그들이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에 주목함으로써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누군가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누군가의 시선은 사랑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러브레터>, <하나와 엘리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와이 슌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 극적인 사건은 잘 없다. 학교, 대중교통, 아르바이트와 같이 우리는 비슷한 환경 속에 일상의 대부분을 태우고, 취미나 사랑 등을 내새워 조금이라도 다름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따금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조차 누군가의 사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조금의 특별함조차 중복되는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우리는 고유한 각자의 감정과 시선을 갖고 있다. 같은 입학식에서도 각자 다른 목표와 꿈을 안고, 같은 벚꽃을 보더라도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 어쩌면 봄은 거들 뿐. 그럼에도 하루 빨리 봄이 되어 <4월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은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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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리지만 반드시 도착하는 진심.
이 글은 영화 [시라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늘 자격을 요구한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과연 “어울릴”만한 사람인지 묻고 또 묻는다.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낸 이 끝없는 공방의 법정에 하루에도 몇천번을 출석해보지만.판결의 끝에 남는 것은 언제나 고개 숙인 한 죄인에게 내려지는 처참한 형벌일 뿐이다.
당대 최고의 검술가인 시라노에게도 이런 마음의 지옥은 존재했다.
록산.
시라노의 남루한 외모는 그녀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그를 부끄럽게 했다.
마음을 담은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는 시라노를,배심원인 조 라이트 감독은 구원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이미 [어톤먼트]와 [오만과 편견]을 통해 사랑의 표현에 정통한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이번 영화 [시라노]에서도 마음껏 발산했다.
사랑을 닮은 음악으로 가득한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는 그의 시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가면, 꼭두각시.;언제나 가짜는 매력이 없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가면을 쓴 꼭두각시 인형을 비춘다. 앞으로 펼쳐질 영화의 내용을 가장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남자들은 록산(헤일리 베넷)의 사랑을 위해 가면 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앙(캘빈 해리스 주니어)은 시라노(피터 딘클리지)의 글 솜씨라는 가면을 빌려 쓰고.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외모를 통해 그녀에게 오랫동안 간직했던 마음을 전달한다.
자신을 좀 더 완벽하게, 혹은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게 해주는 가면이기에 두 남자는 이 가짜가 자신의 진짜 모습이기를. 그래서 록산의 사랑을 한 조각이라도 더 가질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기대가 커질수록 자신의 본 모습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록산은 가면 뒤의 진짜 모습을 원했다. 그녀는 편지에 빼곡히 적힌 자신을 향한 미문을 쓴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고. 그녀의 이 마음은 결국 크리스티앙의 사랑이 허울뿐임을. 시라노가 진심으로 써 내려간 대사를 읊는 것에 급급한 꼭두각시에 불과함을 알아챈다.
영화 속 크리스티앙의 존재감은 딱 거기까지다. 꼭두각시인데다 가면까지 쓴. 꼭두각시는 그렇게도 매력이 없기에,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거나 대사의 전달력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런 크리스티앙의 우스꽝스러움이 강조될 수록, 시라노의 눈빛과 마음을 담은 그의 진가는 더욱 잘 드러나며. 그 진가는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을 채우기 충분하다.
사랑 앞에선 결국 자신의 진짜 모습만이 필요하며 그것만이 전달되는 것임을.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조 라이트 감독에게 특기가 있다면?;상실과 단절에 대해 이야기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모든 감독들마다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는 데 있어 주특기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조 라이트 감독의 그것은 아마 상실과 단절, 혹은 닿을 수 없음에 대해 표현하는 능력일 것이다.
감독은 늘 건널 수 없는 사랑의 절벽 앞에서 절규하기보다 절제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담기를 선택했고. 이 모든 절제 미는 영화 속의 대사나 배우들의 눈빛(연기)에서 증폭된다. 영화의 장면들은 배우들이 결국은 내뱉지 못하고 억지로 삼켜야 하는 그 무언가로 인해 더 아름다워진다.
관객들은 배우의 눈빛을 보며 이 복잡하고 생략된 마음 덩어리를 풀어헤치기 위해 자신의 감정 그릇에 담긴 모두를 쏟아붓듯이 사용해야만 한다. 관객마저도 마음의 상실에 온전히 사로잡힌 그때. 영화는 다시 사랑의 애틋함과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쓰라릴 것만 같던 마음을 꽉꽉 채운다.
영화 [시라노]가 뮤지컬 영화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춤이 승무(僧舞)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모든 장면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지만. 배우들의 춤사위는 사랑의 아픔으로 공허해진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처연하다. 또한 자신도 모르게 숨길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사랑이 록산을 해할까 싶어, 허공을 통해 뻗는 손길들 마저도 조심스럽다. 이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아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려, 몇 번이고 이를 깨물어야만 했다.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이별 앞에 놓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든 말과 행동들은 본능에 가깝고 날이 서 있기에. 영화 내내 마음의 모든 벽이 크고 작은 생채기로 가득해진다.
가슴에 담은 진심의 무게를 그 어떤 형태의 좌절 앞에서도 전달하려 안간힘을 다하는 연인들을 보고 있자면. 감독의 능력에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편지의 역할.;진심을 전할 수 있는 자격.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편지를 통해 전달된다.(실질적으로) 시라노가 록산에게 쓰는 편지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라는 말 외엔 그 어떤 합당한 말도 어울리지 않을 운명을 받아들이며 마지막 편지를 써야만 하는 병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편지를 쓰기 위해 마음속에 너무 오래 묵혀놓아 이끼가 끼어버린 진심을 돌아봐야 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담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종이를 채우기 위해. 숱한 단어들의 어깨를 툭툭 털어대며 마음속으로 골라내는 시간 역시 가져야 했다. 한참이고 고르고 또 고르다가. 상대를 생각하며 까맣게 타들어가 힘 없이 풀썩 내려앉은 감정의 숯검댕이들 중 하나를 겨우 손에 골라 쥐고서. 그들은 자신의 진심을 꾹꾹 써내렸다.
편지는 자신의 마음 전체를 폐허로 만들 만큼의 파급력을 지녔지만,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전해야 할 진심이 단 하나임을 편지의 발신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크리스티앙만큼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는 결국 감정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록산에게 단 한 통의 편지도 쓰지 않은 셈이다. 애초에 자신의 진심을 육성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가졌기에. 록산과 물리적으로 멀어져 전쟁터로 간 지금, 크리스티앙의 마음이 그녀에게 가닿을 리 만무하다. 단 한발로 크리스티앙을 영원히 잠들게 한 총성이 록산에게 더 잘 와닿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사실 영화에서 진심을 상징하는 편지가 달가웠던 이유는 따로 있다. 마치 감독의 전작 중 하나인 [어톤먼트]에서부터 닿지 않고 왜곡되었던 진실이. 이 영화에서만큼은 비록 영화의 말미이긴 하지만 와닿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라노가 록산에게 진실을 내뱉는 순간. 나는 마치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가 진실을 토해내는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은 이랬노라고.
결국 자신의 마음 바닥까지 뒤집어내 록산에게 바친 시라노는 눈을 감았지만. 나는. 그리고 시라노는. 어쩌면 감독까지도 고대했던 순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마저 드는 결말이었다.
마치면서
내게 이번 영화는 [어톤먼트]의 변주 정도로 느껴졌다. 이미 그의 영화에서는 공식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법한 장치들도 제법 보인다. (물론 원작을 읽은 자의 슈퍼 오지랖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라노]는 마치 감독이 호스트가 된 티타임과 같았다.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는 내내 마음 안에서 감독이 직접 고른 차가 천천히 향과 색을 내며 짙어져 갔다. 차를 기다리며 나눈 이야기는 모두 즐거웠고. 호스트가 내어온 모든 장면들은 내 마음을 울렸다.
그가 정성껏 우려준 차 한 잔은 집으로 가는 추운 날씨에 홀짝이기에 딱 알맞았으니. 다음 티타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이 글의 TMI]
1.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는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임.
2. 그의 연기를 거론하기도 입 아파서 뺀 것임.
3. 원작도 재미있음.
4. 리뷰 잘 안 써져서 여섯 번 갈아엎음.
카카오뷰도 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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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가디언즈를 마주할 시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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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한 남자의 편지 예고편
한 남자가 있다.
매일 죽음을 다짐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로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며 다짐을 잊고 살고 있다.
한 여자가 있다.
그냥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우울함과 무력감으로 죽을 결심을 한다.
김모인과 류화림이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함께 죽기 위해 태백으로 향했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까마귀숲에 도착했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