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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2025-05-14 12:58:50

평범한 한국인들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영화 <케이 넘버> 리뷰

‘해외 입양’ 많은 이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지만, 그 이면에 국가 시스템이 만든 비극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 <케이 넘버>는 단순히 해외 입양아의 가족 찾기 여정을 넘어, 수십 년간 가려져 있던 대한민국의 해외 입양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카메라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미오카’를 중심으로 케일린, 선희, 메리 등 여러 입양아의 삶을 다층적인 시선으로 조망하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단지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뉴스 자료와 공식 문서, 전문가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입양을 둘러싼 정부와 기관의 책임을 심도 있게 고발한다. 객관적인 시청각 자료들을 강렬하게 제시함으로써, 그간 외면되어온 현실을 관객이 직시하게 만들고 큰 충격을 안긴다. 동시에, 가족 찾기 여정 속에서 마주하는 따뜻한 이웃들의 모습도 함께 담아내어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한다.

 

 

 

 

 

입양아들은 'K Number'라는 일련의 번호 아래 이름을 잃었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모른 채 타국에서 성장했다. 홀로코스트 기념비 속 숫자처럼 그들은 존재로는 기록되었으나, 인간으로서 존중받지는 못했다.

 

 

 

 

 

 

영화 속 입양들은 배냇 회원들과 함께 입양 서류를 바탕으로 자신의 뿌리를 추적해 나가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입양기관들은 정보 기록을 꺼리는 태도를 보이며, 잘못된 기록을 제공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가려 전달하기도 한다.

 

 

 

※배냇: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찾기를 도와주는 시민단체

 

 

 

 

 

 

 

특히 해외 입양아가 자라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례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입양 후 귀화 절차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아동학대 등 사후 관리 역시 미흡했다. 게다가 '대리 입양 제도'를 통해 입양 부모가 한 번도 한국에 오지 않고 입양이 완료된 경우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입양되어서는 안 될 아이들마저 '고아'로 만들어져 해외로 보내졌다는 점이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조차 고의로 고아 호적을 새로 만들어 입양을 보냈고, 이는 당대 사회와 정부, 기관이 함께 만든 구조적 폭력이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수출’되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왜 우리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 시절 아이들은 그저 돈에 불과했고, 국가는 그들을 수출품처럼 취급했다.

 

 

 

 

 

해외 입양인은 비공식 인원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콜롬비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3위의 아동 수출국, 대한민국의 당시 정책적 무책임의 결과가 이제서야 되돌아오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 역시 해외 입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영화 속 입양아들은 묻는다.

 

“평범한 한국인은 우리가 돌아오는 걸 뭐라고 생각해?”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평범한 한국인'인 우리들은 그들의 귀환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조차 없기 때문이다.

 

 

 

해외 입양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이제 80년대에 입양된 이들이 자리를 잡고 점점 한국을 찾고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입양기록을 관리하게 되었으니, 국가가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다.

 

 

 

 

 

 

 

영화 속 케일린은 결국 친어머니를 찾지만, 어머니는 만남을 꺼린다. 실제로 많은 친부모가 자녀와의 만남을 거부한다고 하며, 그 시절 미혼모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사회적 낙인을 돌이켜볼 때 그들의 선택이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하여 가슴이 먹먹해진다.

 

 

 

 

 

 

 

'굳이 알려고 해야 하나' 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영화는 그러한 질문에 뿌리를 찾는 일이 이들에게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는지를 다각도로 비추며, 그것이 당연한 권리임을 담담하게 설득한다.

 

 

 

해외 입양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진실은 이제 더 이상 숨겨질 수 없다.

 

입양아들이 한국을 잊지 않았고,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본 언론배급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했습니다.

작성자 . 벼리

출처 . https://blog.naver.com/dufwjd1106/22386524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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