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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gha2025-05-18 12:00:47

카메라 너머, 사실주의의 미학

<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용서받지 못한 자>는 사실주의 영화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를 본다기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점이 내가 이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군대 조직에 유연하게 적응해 가는 태정과, 태정의 중학교 동창이자 군대의 부조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연출 방식과 편집을 통해 사실주의 영화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군대 운동장 계단에 앉아 태정과 승영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화 장면처럼 시점 편집을 사용해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를 다소 먼 거리에서 고정해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담는다. 이로 인해 대화 중 승영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독특한 감정을 유도한다.

 

또한 군대에서 나온 승영이 태정을 귀찮게 하다가 둘이 다툰 뒤,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 뒤로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 차도를 오가는 차량과 불빛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긴다. 정돈되지 않은 밤거리의 분위기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 오는 날, 벤치에 앉은 승영이 “내가 고참이 되면 군대를 바꾸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두 번 반복된다. 중반부에는 배우들의 앞에서 촬영하고, 후반에는 같은 대사를 배우들의 뒤에서 촬영해 보여준다.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다. 두 장면은 같은 내용이지만 감정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이 같은 연출은, 끝내 군대를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변해버린 승영의 모습을 상징한다. 동시에, 그조차 용서받고 싶어 하는 승영의 여린 내면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여러 충격적인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흔하지 않은 카메라 시점과 연출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 사실적인 감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게 한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자>

 

 

이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롱테이크와 와이드 샷은 상업 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장면의 생생함과 여운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연출과 편집,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관객은 마치 카메라를 잊은 채 그 장면 자체를 바라보게 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마지막에 비 내리는 벤치를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이 마무리 장면 또한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객은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처럼 강한 여운을 남기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작성자 . mu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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