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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5-29 14:02:11

형식을 박차고 나오는 메시지

영화 [씨너스;죄인들] 리뷰

이 글은 영화 [씨너스;죄인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분명, 등장인물들 뒤에는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와 와인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보따리들이 가득 쌓여 있다. 어쩌면 상상하는 것보다 그 실체는 초라하거나 소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쭈욱 뽑아서 사방팔방 고개를 틀어가며 보아야 겨우 보이는 그 이야기들의 끄트머리 덕에, 더욱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러본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이 감춰놓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를 이토록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건만, 참으로 불친절하기 짝이 없게도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대놓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어깨너머 들은 풍문처럼, 그들의 인생이 가진 언덕과 절벽을 슬그머니 암시하게 할 뿐.

 

화면 양쪽 가득 끝없이 뻗은 목화밭이 자신들의 뒤로 스쳐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달리는 차에 몸을 실은 채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서. 눈에 가득 들어차는 화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아주 작은 응어리가 마음 한편에 쌓이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낄 때 즈음. 이 작품은 모든 것을 털어낼 법한 소통의 방법을 끄집어낸다.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중심부에 흐르던 차별과 그로 인한 울분은 흑인들의 이념과 정신이 가득 담긴 블루스로 주크 조인트를 가득 메우다 못해 터져 나간다. 진심과 현실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마음을 가득 메웠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날의 밤은 파티였을지도 모르지만.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는(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들이 보내는 뜨거운 그 시간이 마치 굿판처럼 보였다. 들을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또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호객은 했지만(?) 금지되어 있어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파티는 결국 가장 뜨거운 지점에 다다랐을 때 여지없이 혼(사탄)을 불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나타난 뱀파이어(혹은 사탄)가 세력을 늘려가는 순서도 참 흥미로웠다. 불시착한 사탄이 가장 먼저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 인종차별주의자 백인인 것에서도. 그리고 유색인종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에야 수세에 몰린 흑인들을 마지막으로 습격(?) 한 것도. 마치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순서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요 인물들이 클럽에 갇힌 형태로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 또한 이 상태에 처한 현실 속의 그들이 느꼈을 공포를 표현하는 것 같아 한결 더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나의 상상력은 변주를 틀었다. 분명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의 등장이라 했지만. 어쩐지 내 눈에는 인물들 스스로가 가진 죄, 혹은 죄책감들이 육신의 형태를 쓴 채 나타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마음만 먹으면 클럽을 박살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뱀파이어들이 아직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향해 "허락"을 구한다는 점이었다. 

 

마치 다 놓고 죄를 저질러 버리면 그것이 인종의 문제이건 성별의 문제이건. 혹은 이해관계의 문제이건 평등한 하나(한통속이라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가 되지만. 스스로가 그래 이 문지방을 넘겠어.라는 마음이 없다면 절대 같은 죄인이 되어 킬킬거리며 조롱의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죄악의 유혹들 앞에서 무릎을 꿇겠느냐.라는 물음에 스스로의 의지가 죄악들에게는 장애물이, 스스로에게는 마지막 믿음의 항목으로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끝까지 사람으로 존재한 채 뱀파이어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상반된 선택을 한다. 스모크(마이클 B조던)는 복수를. 그리고 새미(마일즈 케이턴)는 진실된 삶을 위한 먼 여행을.

 

어쩌면 이 둘의 끝은 그날 밤의 끝자락에 이미 결정되었을 것만 같았다. 결국 스모크는 자신의 분신이자 전부였던 스택을 죽이지 못했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분노도 함께 끊어내지 못한 채 자신의 목숨과 함께 총알을 모조리 KKK를 옹호하는 백인들의 육체에 박아 넣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울분이 느껴지는 총질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스모크가 새미의 삶을 위해 마련해 둔 마지막 장치 덕에. 새미는 얼굴과 마음 가득 남은 상처를 가지고도 이제 자신의 남은 여생이 그날 밤에 생긴 상처만큼이나 희미하게 남았을 무렵까지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다시 한번 사탄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새미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여태 연주했던 음악들은 모두 진혼곡이었음을. 그리고 그저 복수로만 생각했을 스모크의 그 행동도 결국은 상실을 위로하는 다른 형태의 표현이었다는 것도. 우리 모두의 삶도 어쩌면 그런 상처를 달래며 살고 있다는 것도. 

 

형식을 찢고 비죽비죽 모습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삼키느라. 쿠키 영상속에 등장하는 어린 새미의 노랫소리가 유독 더 공허하고 슬프게만 들렸다. 

 

영화 보고 나오자마자 생각한 점ㅋㅋ

 

[이 글의 TMI]

1. 인간적으로 델리만쥬는 영화관에 들고 오지 말자. 부럽잖아(?)

2. 영화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놓칠 뻔 했다 정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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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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