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5-29 14:02:11
형식을 박차고 나오는 메시지
영화 [씨너스;죄인들] 리뷰
이 글은 영화 [씨너스;죄인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 등장인물들 뒤에는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와 와인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보따리들이 가득 쌓여 있다. 어쩌면 상상하는 것보다 그 실체는 초라하거나 소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쭈욱 뽑아서 사방팔방 고개를 틀어가며 보아야 겨우 보이는 그 이야기들의 끄트머리 덕에, 더욱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러본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이 감춰놓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를 이토록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건만, 참으로 불친절하기 짝이 없게도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대놓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어깨너머 들은 풍문처럼, 그들의 인생이 가진 언덕과 절벽을 슬그머니 암시하게 할 뿐.
화면 양쪽 가득 끝없이 뻗은 목화밭이 자신들의 뒤로 스쳐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달리는 차에 몸을 실은 채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서. 눈에 가득 들어차는 화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아주 작은 응어리가 마음 한편에 쌓이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낄 때 즈음. 이 작품은 모든 것을 털어낼 법한 소통의 방법을 끄집어낸다.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중심부에 흐르던 차별과 그로 인한 울분은 흑인들의 이념과 정신이 가득 담긴 블루스로 주크 조인트를 가득 메우다 못해 터져 나간다. 진심과 현실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마음을 가득 메웠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날의 밤은 파티였을지도 모르지만.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는(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들이 보내는 뜨거운 그 시간이 마치 굿판처럼 보였다. 들을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또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호객은 했지만(?) 금지되어 있어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파티는 결국 가장 뜨거운 지점에 다다랐을 때 여지없이 혼(사탄)을 불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나타난 뱀파이어(혹은 사탄)가 세력을 늘려가는 순서도 참 흥미로웠다. 불시착한 사탄이 가장 먼저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 인종차별주의자 백인인 것에서도. 그리고 유색인종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에야 수세에 몰린 흑인들을 마지막으로 습격(?) 한 것도. 마치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순서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요 인물들이 클럽에 갇힌 형태로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 또한 이 상태에 처한 현실 속의 그들이 느꼈을 공포를 표현하는 것 같아 한결 더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나의 상상력은 변주를 틀었다. 분명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의 등장이라 했지만. 어쩐지 내 눈에는 인물들 스스로가 가진 죄, 혹은 죄책감들이 육신의 형태를 쓴 채 나타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마음만 먹으면 클럽을 박살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뱀파이어들이 아직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향해 "허락"을 구한다는 점이었다.
마치 다 놓고 죄를 저질러 버리면 그것이 인종의 문제이건 성별의 문제이건. 혹은 이해관계의 문제이건 평등한 하나(한통속이라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가 되지만. 스스로가 그래 이 문지방을 넘겠어.라는 마음이 없다면 절대 같은 죄인이 되어 킬킬거리며 조롱의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죄악의 유혹들 앞에서 무릎을 꿇겠느냐.라는 물음에 스스로의 의지가 죄악들에게는 장애물이, 스스로에게는 마지막 믿음의 항목으로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사람으로 존재한 채 뱀파이어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상반된 선택을 한다. 스모크(마이클 B조던)는 복수를. 그리고 새미(마일즈 케이턴)는 진실된 삶을 위한 먼 여행을.
어쩌면 이 둘의 끝은 그날 밤의 끝자락에 이미 결정되었을 것만 같았다. 결국 스모크는 자신의 분신이자 전부였던 스택을 죽이지 못했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분노도 함께 끊어내지 못한 채 자신의 목숨과 함께 총알을 모조리 KKK를 옹호하는 백인들의 육체에 박아 넣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울분이 느껴지는 총질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스모크가 새미의 삶을 위해 마련해 둔 마지막 장치 덕에. 새미는 얼굴과 마음 가득 남은 상처를 가지고도 이제 자신의 남은 여생이 그날 밤에 생긴 상처만큼이나 희미하게 남았을 무렵까지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다시 한번 사탄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새미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여태 연주했던 음악들은 모두 진혼곡이었음을. 그리고 그저 복수로만 생각했을 스모크의 그 행동도 결국은 상실을 위로하는 다른 형태의 표현이었다는 것도. 우리 모두의 삶도 어쩌면 그런 상처를 달래며 살고 있다는 것도.
형식을 찢고 비죽비죽 모습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삼키느라. 쿠키 영상속에 등장하는 어린 새미의 노랫소리가 유독 더 공허하고 슬프게만 들렸다.
[이 글의 TMI]
1. 인간적으로 델리만쥬는 영화관에 들고 오지 말자. 부럽잖아(?)
2. 영화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놓칠 뻔 했다 정말.ㅠ
#씨너스죄인들 #라이언쿠글러 #마이클B조던 #헤일리스테인펠드 #잭오코넬 #헐리우드영화 #공포장르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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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강박 사이
I am over you.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알렉스 돌의 모습을 줌인하며 나오던 노래 가사이다. 강박적인 교육과 그에 어울리는 드럼 비트로 기억되는 영화 "위플래시 (2014) "의 음향 감독이던 로런 해더웨이의 감독 데뷔작이다.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편집이나 음향이 마치 한 편의 나이키 광고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장면의 전환은 빠르고, 음악과 색채는 강렬한 데 반해, 여주인공 알렉스 돌과 그녀가 천착하는 조정이라는 경기 장면은 -특히 조정을 하는 강의 흐름과 색은 - 어둡다. 큰 대조 (contrast)를 이루는 편집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초심자'라는 뜻의 노비스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욕망을 가진 알렉스의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이다.
꽤 오래전에, "오펀: 천사의 비밀 (2009)"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베라 파미가도 좋았지만, 주인공인 에스더를 연기한 아역 배우 이자벨 퍼만의 얼굴은, 기억하는 분들이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녀가 자라서 돌아와, 모든 분야에서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강박을 가진 '알렉스 돌' 이란 여대생을 연기했다. 그녀는 극 중에서 대통령 장학금으로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받고 좋은 대학에 온 수재이지만, 택한 전공은 자신이 제일 취약했던 물리학이다. 방과 활동조차 작은 체구의 그녀에게 불리한 '조정'이라는 종목을 채택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를 파고들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라이벌은 모든 스포츠에 적합한 체구와 근기, 팀워크를 타고 난 제이미라는 학생이다. 알렉스가 모든 레슨을 기록하고, 타깃이 되는 기록을 성취할 전략을 나름 세우며 숫자에 연연할 때, 제이미는 보란 듯이 쉽게 기록들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제이미는 알렉스가 가지지 못한 '절박함' 이 있다. 그녀는 반드시 조정 팀 1군에 발탁되어야만, 대학교 기숙사에 남을 수 있는 장학금과 특권을 거머쥘 수 있다.
알렉스의 강박적인 열정을 보며 제이미 또한 알렉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느끼고, 그녀를 친구로 받아들여 협력하지만, 알렉스가 뛰어넘어야 할 것은 금전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안 제이미는 그녀와의 '협력'을 중단한다.
알렉스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경계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들보다 자신이 더 노력해야만,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의 전형이다. 자신의 강박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고, 자해를 하면서도 가져야만 하는 건 - 어찌할 수 없는 도전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물리학 조교와 교제를 시작하고 제이미와 잘 지내면서 사람들과 융화되려고 노력은 해 보지만, 여전히 경계에 놓여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 우리 또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알렉스와 같이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굴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유려하게 흐르는 강물 위의 조정 씬과 교차되는 성교 장면. 그리고 욕실에서의 자해 장면과 누군가는, 어딘가 부서진 그녀를 붙잡아 주길 바라며 절규하는 알렉스의 모습. 해더웨이 감독은 강의 물 번짐, 혹은 강위의 까마귀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복선 등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음악도 한 몫했다. 번개 치는 강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를 놓지 않고 나아가는 알렉스의 모습은, 불안정한 성격을 지니고 세상에서 부유하는 그녀의 자아를 형상화한 모습 같기도 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노를 쥐고 사람들 쪽으로 저어 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은 그녀만의 선택이다.
마지막 장면의 노래 선택 역시 탁월했다.
I am over you.
그녀가 뛰어넘은 것은 제이미도, 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자벨 퍼만은 이 영화로 제20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시사회를 바탕으로 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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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벌써 개봉 13일차에 접어 들었는데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 호평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많은 관객이 관람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런 흥행작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대해 톺아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내 삶의 조연은 그만하고 싶은’ 스물아홉 ‘율리에’가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기까지, 그 아프지만 반짝이는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유수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영화 <델마><라우더 댄 밤즈>를 연출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지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올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제에서 8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 다음으로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네이버 영화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감상 포인트로 연기를 뽑은 관객이 26%,
연출을 뽑은 관객이 25%로 두 요소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실관람객의 리뷰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율리에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달달하기만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씁쓰름함이 달달함과 조화롭게 이루어지며 더욱더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러한 매력으로 관객을 이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개봉 10일차에 2만 관객을 돌파하게 되었다.
작년 12월 개봉한 <드라이브 마이 카>와 같은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뜨거운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차주에는 추석 연휴 등을 앞두고 있어 관객을 더 많이 모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속도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최종 스코어 7.7만을 돌파했기에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도
7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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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키, 아파트] 좌표지평계를 고정하는 방법
<럭키, 아파트>
수많은 작품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독립 영화계에서 유명한 작가나 감독님도 계실 것이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예쁘고 멋진 배우님도 계셨을 것입니다. 사회를 비판하거나 블랙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도 있었을 것이고, 우리가 놓쳤던 일상의 무지개를 발견한 영화도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쟁쟁한 작품들을 이기고 ‘전주시네마 프로젝트’ 마크를 당당하게 걸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독립영화의 색을 진하게 간직하면서 대중의 재미를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흥미롭고, 실험적이며, 재미있습니다.
저는 오전 10시 30분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을 장맛비를 뚫고 50분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장대비가 공간의 온도를 잠식하며 스산했죠. 피곤과 어려움이 몰려왔으나 영화가 시작하고 이어지는 서스펜스와 스릴이 긴장의 끈을 다시 잡게 해주었죠. 아마도 2011년 <모래>를 시작으로 <자, 이제 댄스타임>, <이태원>, <우리는 매일매일> 등 꾸준히 작품을 활동하시는 ‘강유가람 감독’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13년의 긴 세월이 전해주는 시나리오 자체의 재미와 계속해서 주어지는 인물의 과제, 입체적인 시점 자체가 좋았습니다. 관람하는 내내 이 작품은 이미 뼈대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립 영화는 자신만의 강점과 특색이 매우 강력하게 확고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때론 대중의 반발을 살 수도 있고, 비난이나 불호를 받을 수 있죠. 본 작품을 관람하며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외된 모든 자들에 대한 시를 쓰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줄무늬가 화려한 얼룩말이 초원에서 죽지 않고 머나먼 땅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화 같았습니다.
극에서는 현재 2024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논쟁거리가 가득합니다.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시거나 사회적인 논란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관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논쟁거리가 결국 ‘사람’이라는 실타래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시면 왜 그렇게 모질게 구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주제가 동시에 함께 다뤄지기 때문에 보시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영화는 다른 색깔로 변신할 수 있는 카멜레온이 됩니다.
이제 이사를 하면 떡을 돌린다는 이야기는 늙어버린 추억의 전유물이 된 상황입니다. 이웃의 얼굴을 모르고 사는 경우는 당연한 것이죠. 그만큼 삶 자체가 매우 빠르게 흘러가고, 그것을 느끼기엔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부족하죠. 극의 전반부는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노년층의 고독사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웃,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웃의 상태나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기 이전에, 이미 우리 집 문 앞에 던져진 대출이자 통지서에 시선이 갈 뿐입니다. 그것도 지극한 일상이죠. 영화 전반부를 관람하며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카메라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너무 일상적인 소재인데, 어쩌면 우리 집 근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전해주는 평범함의 폭력이 어두운 아파트 복도를 따라 흘러갑니다.
영화는 풀어도, 풀어도 끝나지 않는 기출 문제집입니다. 본 작품도 고독사에 대한 답안지는 전해주지만, 그것을 접근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부딪힘’이란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선량한 마음을 동 대표를 시작한 누군가의 어머니는 사건이 지남에 따라 악인으로 변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아픈 다리를 들고 움직이는 주인공 선우는 눈초리를 맞기 시작하죠.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역할인 경찰 역시 본 작품 속 이야기는 단지 퇴근 전에 빠르게 해결하고 넘어가고 싶은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영화를 관람하시며 흥미롭게 보셨으면 하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특정한 이권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상응하는 대적자가 존재합니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전망 좋은 언덕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어딘가 날카로운 부분을 만들고 있었죠.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는 그 모든 문제에 대해 정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시선과 점점 타들어 가는 담뱃불 그리고 빨갛게 눈을 아리는 경고등만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관람하며 영화 중반부 일어나는, 시나리오상 가장 중요한 대목, 미드 포인트 사건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조심했습니다. 대게 영화는 6분의 2지점, 절반 지점에서 극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본 작품은 중반부 사건 이후, 시점 자체의 변화를 꾀합니다. 전반부에서 다룬 고독사에 대한 묘사나 이웃과의 갈등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존재에서 눈앞의 존재로 옮겨 집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주인공을 장내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희생당한 사람으로 변신시킵니다. 극이 두 가지 이야기를 가졌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전반부 분위기나 주제를 끝까지 숨기거나 가져갔다면 너무 무리였을까 싶었습니다. 영화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를 풀어가는 어려움이나 반전보다는 문자 그래도 거리적으로 전반부와 가까운 이야기를 선택하죠. 취향적으로 아쉬운 행보지만 그렇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몰입도를 깨트리지는 않습니다. 중반부 이후 영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바라보시는 것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선우와 희서는 계속해서 삐걱거리다가 결국 폭발합니다. 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주인공끼리 서로 물고 뜯고 해하는 방식은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까지도 인간은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행동이나 목소리의 톤 등으로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죠. 말로 전해야만 하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마음을 우리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당기시오/미시오 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릴 적 도덕 시간에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위치와 모습은 달라진다는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천대받거나 소외되거나 약자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교육받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존재하죠. 애초에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태어나는 순간 사랑받는 것이 확정받은 진실이 있는데 말이죠. 영화가 가장 기초적으로 만들어둔 물질 만능주의와 자유에 대한 개념은 아파트 지하에 감춰져 있었습니다.
애초에 문제는 해결하는 소소한 흥미를 가져야 합니다. 문제니까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사고는 그 다음이죠. 말도 안 되는 인생 최대의 문제가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드리고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하는 과정은 그 어린 시절 작았던 흥미에서 시작합니다. 문제 자체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동일하다고 관람 중 생각했죠. 이집트 신화의 괴물처럼 우리의 삶을 탄생과 죽음 사이에 두고 의도치 않게 껴안은 문제가 얼마나 무거운지 재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촬영은 물로이요, 연출과 편집, 특히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발색은 긴 여운을 안겨주기에 좋았습니다. 씁쓸하지만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자체가 영화가 추구하던 욕 먹을 때 웃으려고 노력하는 굳은 미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참석 후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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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마 다음 생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다들 연애들 많이 하고 산다. 시샘 반 부러움 반의 목소리 톤으로 혼잣말을 한다. 누구는 결혼을 해 애까지 낳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것 같기도 하다. 몇몇은 나이 차이가 꽤나 나는데도 연애를 한다. 나는 컴활 어려워서 졸업이 빡센데도 어느새 다른 사람들은 제2,3막의 삶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나 할 일 하는 것도 바빴는데 다들 연애는 언제 했대? 인스타그램 속 피드 안을 들여다보면 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웃픈 거리감이 든다.
근데 사실 이것도 내가 야기한 것이라 할 말이 없긴 하다. 나의 인간관계는 거의 위기탈출 넘버원과도 비슷하다. '결별 플래그'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아무튼 이런저런 사람과 다방면으로 틀어져봤기 때문에 요즘도 이불을 발로 뻥뻥 걷어차곤 한다. 허튼 마음을 품지 않았는데도 상대방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만한 행동을 해서 언팔로우당한 적도 있고. 내가 가진 마음이 돌이켜보면 짝사랑이었던 적도 있었으며 그 사람도 나를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있기도 했다. 뭐 그거 아니어도 은근히 폐쇄적인 나라 친구도 새로 사귈 기회가 없는 건 맞지만 거의 대부분의 나는 '와 나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싶기도 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누구와 새로운 인연을 싹 튀워서 행복하게 사는 청사진을 그리기엔 난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아이.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앞자리는 솔로인데 옆자리는 커플이다. 저 혼자서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펀치 트렁크 러브>처럼 사랑의 힘을 받고 성장하는 미래가 머릿속에 있을까? 여자 없이 잘 살고 있는 나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삶에서 그런 요소들이 있으면 더 풍요롭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대리만족이 영화인 거지 뭐. 알고 보면 사랑 영화 잘 만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런 솔로들을 위한 신작을 갖고 온 듯하다. 정식 개봉일은 2월 16일인데 나는 개봉날 전에 미리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10대와 20대 청춘들이 돌고 돌아 마주한 사랑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도록 하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15살 남자 주인공 개리. 아마 한국 나이로 치면 중학교 2학년쯤 됐을 것이다. 학교 졸업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잘 나와야 한다. 그렇게 사진사가 학교에 왔고 그 조수인 여직원도 촬영장에 도착했다. 개리는 그 사진사의 조수 여직원을 보고 반하게 된다. 그 조수의 이름은 알리나다. 알리나는 25살이라고 한다. 15살 개리는 무작정 알리나에게 대시하기 시작한다. 저랑 데이트 어때요?부터 시작해 얘가 대체 무얼 알고 하는 말일까? 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받는 관심에 '너 데이트할 돈은 있니?'라고 응수하는 알리나. 그렇게 개리를 애 취급하는 알리나지만 왜인지 데이트 신청은 받아들였다. 한 식당에서의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개리는 지금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집안도 잘 산다고 한다. 그뿐인가? 자기 이름으로 된 사업체도 있는 CEO다. 심지어 배우 일이 자기 천직이라고까지 말한다. 보기 드물게 자기 확신과 자존감이 높은 10대인 셈이다. 다음 알리나는 그 반대다. 25살이 됐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고 꿈도 없다. 집안이 잘 사는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집에서 나고 자란 알리나다. 둘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계급차에 알리나는 '나는 몇 년이 지나도 애들 사진이나 찍어주고 있겠지'라며 자조한다. 첫 만남은 나이 차이라는 격차 때문에 애 취급을 했던 알리나지만 정작 데이트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해보니 입장이 역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엇갈린 처지 때문에 개리는 알리나를 직원으로 고용하게 된다. 영화는 이 둘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언제는 물 침대를 팔고, 또 언제는 핀볼 사업장도 하며 어떤 정치인의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을 알기도 하고, 질투가 느껴지게끔 다른 애인이 생기기도 하며 싸우고 화해하는 일이 반복된다. 영화는 이 것을 소재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코미디와 달달함(?)이 일품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 잘 만드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한 땀 한 땀 장인정신 플롯 구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떤 식의 장인정신이냐면. 영화 안에서 '오인'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냥 철없고 발랑 까진 15살 소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금수저였고. 나랑 맞는 줄 알았던 남자가 알고 보니 큰 결함이 있었고.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정의하지 못해 방황하고. 이렇게 오인하고 오해하며 두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는 과정 속에 놓인다. 근데 이게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나는 극본이 이 영화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이라. 한 200개쯤 되겠지만 그중에서 몇 개만 뽑아보자면 역시 짝사랑이 대표적일 것이다. 짝사랑이라고 하면 한 사람이 누군가를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뜻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랑은 이것이 선행되어야 이뤄진다. 이 짝사랑이 극에서도 나타난다. 남자 주인공 개리가 알리나를 짝사랑하기 시작하고 나서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닌다. 자기 동생한테도 말하고 다니는 둥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남자다. 그런데 이후로 바로 개리가 어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 뻔한 장면이 나온다. 사랑에 빠지고 난 다음, 오인으로 인해 감옥에 가는 것이다. 중간에 물침대라는 키워드가 숨어있긴 하지만 이 둘의 논리관계만 봐도 어느 정도는 사랑에 대한 키워드로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짝사랑은 감옥에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못 나와 사람을 영원히 가둬놓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유는 개리가 혐의가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난 다음 알리나에게 가는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인식해서 용의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됨 - 바로 또 다른 감옥/사랑인 알리나에게로 향함'이라는 것은 왠지 감독 PTA가 두 사건을 동일시해서 배치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전적으로 나의 해석에 달려있긴 하지만, 영화는 이런 식으로 사랑에 대한 은유를 다양한 장면과 장소에 배치해놨다. 그 메타포는 결국 마지막 엔딩신에서의 알리나의 선택이 어떤 것을 근거하고 있는지와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사랑의 속성을 비즈니스와 대인관계에서 탐구한 영화.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감독의 전작 <팬텀 스레드>는 조용한데 강했다. 마지막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압박하는 듯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마스터>의 경우에서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만 극에 나온다. 와킨 피닉스와 필세호의 퍼포먼스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둘은 뭔가 극이 무겁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같은 감독이라고 하는 점은 놀랍다. 이 영화는 앞 두 작품과는 다른 통통 튀는 소소한 유머와 달달한 로맨스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장점은 2에서 언급한 사랑에 대한 은유다. 이게 쉽게 생각하면 '과연 사랑이 어떤 것일까' 결론 내리는 게 어렵지 않다. 근데 극을 두 번 세 번 생각하다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은 것이다. 세번째 장점은 색감이다. 내가 예전 영화를 자주 보던건 아니라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색감이 70년대 영화를 본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코디의 느낌과 뒤 세트장의 조화도 좋았다. 또 빨강-초록이라는 색을 통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은유한 듯 한데, 이런 연출도 효과적이었다. 네 번째 장점은 5에서도 언급할 것 같으니 5번으로 넘어간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크게 어렵지는 않을 듯. 아. 난 영화 보다가 살짝 딴생각을 해서 잠깐 끊어진 부분이 있었다. 극에서 한국의 산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여러분은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난 왜 갑자기 저게 튀어나오지? 싶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완전 초짜 배우들이다. 여자 주인공 알리나 하임은 그냥 본업이 가수다. 당연히 노래와 연기는 다른 분야다. 그런데 왠지 배리 키오건을 연상케 하는 '얼굴이 시네마'를 잘 구현해냈다. 그렇게 예쁜 편도 아니고. 성격이 엄청나게 착한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평범한 20대 중반 청춘의 사랑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결론 낸다는 것은 배우의 본인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다른 주인공 개리 역을 맡은 쿠퍼 호프만 역시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동글동글한 비주얼로 무작정 들이대지만 자존감은 높은 10대 청소년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앞에서 쓴 바와 같이 전적으로 평범한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다. 근데 이 둘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이 호연도 이유가 되겠지만 감독 PTA의 디렉팅도 탁월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외에도 브래들리 쿠퍼의 코미디 연기는 반짝반짝 빛났으며 숀 펜의 액션 연기도 훌륭했다. 베니 샤프디와 마야 루돌프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 같은 느낌이 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무조건 알아야 하는 것들은 아니다. 사실 모른다고 해서 크게 이해에 무리가 있지는 않다. 첫 번째는 주인공 개리 역의 쿠퍼 호프만이 PTA의 페르소나 필립 셰어 모어 호프만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또 제목 <리코리쉬 피자>의 의미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던 작품에서 나왔던 가게 이름이라는 점이나 인물들이 죄다 실존인물이었다는 것도 알고 가면 좋긴 할 듯. 근데 뭐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꼭 무조건 알아야 이해가 쉬운 것은 아니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이게 상영관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킹메이커>를 보고 <나이트메어 엘리>를 대기하고 있으며 <더 배트맨>을 기대하기 이전에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깔끔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다. 킬링타임 용으로도 제격이라는 뜻이다. 또 나와 같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연애세포가 깡그리 죽은 사람들은 이것이라도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이거라도 보면서 분발해야 한다;; 아무튼 관객 분들은 어디에도 없는 사랑이야기에 흐뭇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도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우리 근데 언제 연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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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전하는 따뜻하고도 웃긴 사랑이야기
로봇이 전하는 따뜻하고도 웃긴 사랑이야기
영화 리뷰 <사랑은 낙엽을 타고>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알마 포이스티, 주시 바타넨
시놉시스] 2024년, 헬싱키의 외로운 두 영혼 안사와 홀라파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 눈길을 주고받는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다음에 알려줄게요” 서로의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한 채 유일하게 받아 적은 전화번호마저 잃어버린다 운명이 이들을 갈라놓으려 할 때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스포일러 유의#
핀란드는 어떤 나라죠?
이 작품을 보면서 핀란드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굉장히 감정이 없는 사람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 값을 입력하면 그대로 출력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봇들 같았달까? 안사와 홀라파는 핀란드에 살고 있는 굉장히 가난한 청년들이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한 두려움이라던지 절말이라던지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안사가 일하던 곳에서 잘리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노트북을 빌려주는 곳을 찾아가서 흥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둘의 대화를 대사로만 보면 굉장히 감정이 많이 드러나야 하는데 전혀 감정 없이 읽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컨셉인 것인지 핀란드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로봇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것인지 나라 자체가 굉장히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로봇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웃음
처음에는 이 로봇같은 연기를 보고 있자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점차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라도 저런 환경이면 삶을 무미건조하게 감정없이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로봇이 되어 버린 그드릐 감정을 이해하면서 안사와 홀라파가 서를 찾고 그리는 과정들이 안타까움 반, 코믹 반으로 다가왔다. 안타까운데 이렇게 웃길 수가 있을까.
왜 하필 전화번호 적은 쪽지는 잃어버려서는 연락도 모하고, 매일 같이 그 영화관에서 안사를 기다리지만 계속해서 엇갈리고, 그렇게 연락이 닿았는데 기차에 치이질 않나,,,, 이게 말로만 들으면 진짜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져야 하는데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에서는 전혀 비극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되려 코믹적이다.
사람의 감정을 조금씩 깨우쳐가는 로봇처럼 느껴져서 모든 과정에 있어서 서툰 그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어린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귀여워 하는 어른의 마음이 든달까. 그래서 그들의 얼굴에서 점차 미소가 번져갈 때 응원하게 되었다. 결국 회복한 홀라파가 퇴원을 하고, 안사는 그런 홀라파의 퇴원 수속을 돕는다. 그렇게 낙엽이 잔뜩 깔린 공원을 같이 걸어지만 안사는 다친 홀라파를 기다려주진 않는다. 안사는 씩씩하게 본인의 속도로 걸어가고, 다친 홀라파는 절뚝절뚝 거리면서 목발로 낙엽을 휩쓸며 안사의 빠른 속도를 따라간다. 참 서툴다는 게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지만 그럼에도 둘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장면이 잘 드러난 결말이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박수치며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핀란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궁금해지게끔 만들었던 작품은 맞는 것 같다. 한국-핀란드 수교 50주년을 맞이해 소개된 작품으로 아주 적절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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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대로 사는 인간은 없다
-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언론/배급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는 김홍기 감독, 처음으로 주연 역할을 맡은 '혜수' 역의 김재화 배우, '상민' 역의 조민재 배우, '래오' 역의 박강섭 배우, '은채' 역의 장세림 배우가 참석해 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표현했습니다."출근길에 듣는 라디오 광고에서 배우 이정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생이 뭐 계획대로 되나요?" 역시 월드스타의 말은 다 맞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친구들과 함께 강릉행 KTX에 몸을 싣고 있어야 한다. 현실은 휴일을 반납하고 분노를 삭이며 회사로 가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원통하다. 김 과장이 해야 할 일을 왜 내가, 그것도 주말에 대신해야 한단 말인가! "이 대리, 난 가정이 있잖아."라고 말하는 유부남 김 과장에게 "저도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가정이 있거든요!"라고 소리칠걸. 김 과장 때문에 주말 출근하는 것이 벌써 몇 번째란 말인가!MBTI의 'J', 'P'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계획대로 사는 인간은 없다. 우리의 출생부터가 우리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으니 "나의 계획대로 살 수 있다"는 명제는 참이 될 수 없다. 걸핏하면 예상이 빗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정말 너무 심하다" 싶은 순간들이 있다.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극단적으로 예측을 벗어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망진군'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 축제를 준비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주)질투는나의힘' 대표 '혜수(김재화)', 이사 '상민(조민재)', 퇴사한 직원 '래오(박강섭)', 단기 알바 '은채(장세림)'를 중심으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그려낸다.영화의 제목처럼 영화 속 설정은 '익스트림'하다. 개최 일주일 전, 망진군의 정종 문화제가 갑자기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객석엔 빈 의자만 가득하고, 큰돈을 주고 섭외한 국민 가수는 오지 않고, 연극을 하기로 한 지역 극단은 보이콧을 외친다.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잘못되는 셈이다. 익스트림 불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숏박스', '너덜트' 등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케치 코미디 장르나 과거 김병욱 사단이 선도한 TV 시트콤처럼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개연성에 대한 고려를 조금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본다면 90분 동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생각이 든다. (끝)* 5월 3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익스트림 페스티벌> 언론/배급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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