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06 13:59:44
6월 1주차 최신 씨네 뉴스 1호
제임스 건이 새로운 슈퍼맨의 방향을 밝혔다.
📮 6월 1주차 씨네뉴스가 어김없이 도착했습니다!
벌써 6월이라니 🫢🫢
“슈퍼맨 vs 괴수?” 제임스 건, ‘고질라-1.0’에서 영감 받았다!
💥 제임스 건 감독이 새 슈퍼맨 영화의 모티브로 ‘고질라 -1.0’을 꼽았습니다.
이번 ‘슈퍼맨’에는 거대한 카이주(괴수)도 등장하며 시각적 스펙터클은 물론,
인간 드라마를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2025년 7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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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슈퍼맨 vs 괴수? 제임스 건, ‘고질라’에서 영감 받았다
❷ 드니 빌뇌브 걸작 '그을린 사랑',6월 25일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❸ '왕의 남자' 상상마당 20주년 특별상영…이준익·이준기 GV 진행
❹ 스칼렛 요한슨, 8년 만에 한국 방문 논의 중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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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리뷰
감독] 금선희
시놉시스 ] 이 프로젝트에서 “구(舊)-귀국자”란 1954년부터 1984년도에 걸쳐 진행된 귀국사업 (혹은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으나 최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을 의미한다. 구(舊)-귀국자들은 현대 일본 재일조선인 공동체 내에 설 자리가 없다. 또한 그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수용소에 끌려갈까 두려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상에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없었기에 나는 무수한 자료들에서 찾은 푸티지를 사용해 세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한 비디오 작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2018년 한 연극을 통해서였다. 연극 <혼마라비해?>라는 작품에서 재일동포, 자이니치들이 받는 차별과 정체성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렇게 잠시 잊고 있었던 자이니치의 존재를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시놉시스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고, 연극이 아닌 실제 그들의 삶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백석 메가박스로 향했다.
어디에도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가진 이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에 넘어가게 된 계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1954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귀국사업과 이후 북한을 탈출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자이니치,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자막과 영상자료들을 위주로 보여주고 딱히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 북한에 있다가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펼쳐진다. 그의 담담한 독백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그들이 조국이라고 느끼는 나라는 어디일까? 였다.
그들은 재일조선인, 즉 조선이 국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후 조선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국가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제일조선인으로 일본 내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본인이 아니지만 일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고, 자신의 아버지 고향은 경상북도이지만 귀국사업을 통해 갈 수 있는 모국은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북한이다. 일본과 남한,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나라의 정체성 속에서 과연 제인조선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어디라고 생각할지, 여기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증과 함께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는 없는 국가를 국적으로 삼고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침묵 속에 감춰진 구술의 힘
장장 30년간 진행된 대규모 북송사업. 수많은 재인조선인들이 북한으로 이주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취재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기에 북에서의 그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거대한 침묵 속에 자리잡았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역사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듯 했다. 북한을 탈출하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 역시 자신과 북에 남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침묵을 지키며 살아간다.
현대사에서 식민과 냉전, 분단의 아픔을 몸소 겪으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주체들이 얼마나 있을까? 위안부, 만주사변, 관동대학살, 4.3사건 등 식민과 냉전, 분단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그 피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더불어 당시 사건들이나 만행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놓은 경우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훼손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의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힘든 편이다. 여기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 바로 ‘구술’이다. 당시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오랜 침묵을 깰 수 있다.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는 이러한 구술이라는 요소를 영화 후반에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삼 남매의 막내였던 주인공은 재일조선인으로서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탈출한 인물이다. 식민지 시대의 설움과 함께 일본에서의 차별, 그리고 북한 사회 정치 체제를 몸소 겪은 사람으로서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국가의 국적자로서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이주했고,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을 탈출한 그는 일본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누나는 정신병원에서 죽고, 일본으로 함께 돌아온 형은 범죄를 저질러 일본에서 추방된다. 일본인 어머니를 두었기에 추방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재일조선인이었던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일본어지만 일본에서 한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말로써 표현한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던, 역사가 침묵으로 일관했던 존재들이 스스로 말함으로써 모두에게 잊혀졌던 ‘자이니치’의 삶을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지만 역사 소용돌이를 그대로 경험한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풀어낸 영화 <아침이슬-‘세뇌’라는 스티그마>. 그 속에서 구술의 힘이 기존의 역사가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9-24 13: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211
2022-09-27 16:3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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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자축하는 할리우드!!!
-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자축하는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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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듀얼>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히 찾아야 할 진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우자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아담 드라이버)’에게 강간당한다. 자신의 범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자크는 그녀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그의 죄를 고발한다. 한때 자크와 친우이자 전우였지만 세금 징수, 영지 소유권, 호칭과 계급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판을 요구하며 그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관계가 된다. 그런데도 대영주 '피에르(벤 애플렉)'의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가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자 마르그리트의 재판은 장과 자크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결투 재판으로 결정되고, 마르그리트는 장이 패배할 경우 함께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인다.
2-3 년에 한 편씩 신작을 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리들리 스콧 감독. 비주얼리스트로도 유명한 그는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시리즈, <마션> 같은 SF 작품부터 전쟁 영화인 <블랙 호크 다운>, 여성 영화인 <델마와 루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엑소더스> 등으로 대표되는 시대극이다. 리들리 스콧의 사극은 과거의 사건과 시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상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볼거리에는 늘 자유의 평등의 가치, 종교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성찰처럼 도발적일 수도 있는 사유가 깃들어 있었다. 이는 에릭 재거의 원작을 영상화한 <라스트 듀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마지막 결투 재판을 섬세하게 다루며 하나로 답을 단정할 수 없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라스트 듀얼>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특징이라면 역시 그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장과 자크가 결투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내 시점을 과거로 되돌렸다가 후반부에 다시 결투 장면으로 돌아온다. 이때 과거 시점에서는 한때 절친이었던 두 남자가 왜 결투 재판까지 펼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총 세 명의 시선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 경험한 진실을 말한다. 1장인 "장 드 카루주가 말하는 진실"은 장의 입장에서 자크와의 불화가 어떻게 마르그리트의 강간으로 이어졌는지를, 2장인 "자크 르 그리가 말하는 진실"은 강간을 저지른 것을 마음 한 켠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끝끝내 사랑의 표현이라고 합리화하는 자크의 입장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인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은 피해자인 마르그리트의 시점에서 일련의 사건을 복기한다.
이때 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다.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부제목이 나온 후 글자가 사라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진실"만이 잠시 남는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중 마르그리트가 영주의 부인이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축을 돌보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등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하던 시대에 구조적 한계마저 극복하며 자신의 권리와 명예, 그 목소리까지도 마침내 되찾은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우 <라스트 듀얼>은 중세의 사건을 통해 근 몇 년간 주목받았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낸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투가 끝난 직후 마르그리트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이 작품 속 진정한 승리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했데도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데다가 허무하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째서일까? <라스트 듀얼>이 엄연히 사극이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명예와 충성심을 고집하는 존 스노우의 언행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작중 중세적 세계관에서는 그 언행이 세력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듯이,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인물들의 행동은 표면적인 의미와 다른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는 부당해도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것이다. 따라서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 역시 반드시 현실이 아닐 수 있고, 장과 자크처럼 자신이 경험한 진실로서 현실의 한 파편에 불과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녀의 표정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마르그리트가 강간을 당한 직후 장이 "마지막으로 정을 통한 남자가 외간 남자이게 둘 순 없지"라고 말하며 잠자리를 강요한 것이 단적인 예시다.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장의 행동은 명백한 강간이다. 하지만 중세시대에 장의 행동은 오히려 마르그리트를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그날 밤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는데 마르그리트가 임신한다면, 장은 그녀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기사인 그는 마르그리트의 아이가 자크의 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마르그리트와 잠자리를 가졌기에 그는 훗날 태어날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명예와 진실을 지킬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설령 그것이 보호할 의도였다고 해도, 본래 무뚝뚝한 성정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강압적이었던 장의 잠자리 요구는 엄연히 강간이다. 설령 보호라 해도 당사자인 마르그리트를 상처 입힌다는 점에서는 중세의 시대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한 셈이다. 이에 더해 재판을 열기 위해 일부러 강간과 관련해 소문을 내는 것 역시 현시점에서 보면 명백한 2차 가해지만, 봉건제가 유지되던 중세 프랑스에서는 최선이자 동시에 필요악에 가까운 선택이나 다름없다. 이는 부부가 그날 밤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르그리트가 장의 영지를 돌보는 장면들도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 반드시 현실과 등치 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일견 장의 어설픈 영지 경영을 현명하고 유능한 마르그리트가 잘 챙겨주는 장면 같다. 하지만 중세 시대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르그리트는 씨암말의 씨를 가려 받으려는 장의 명을 어긴 하인에게 말들을 자유롭게 풀어줘도 된다는, 남편의 말과 반대되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중세의 말이 품종, 용도에 따라 급격한 가격차이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정해진 용도에 따라 말을 키우려는 장의 선택을 무시한 마르그리트의 선택은 오히려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한 행동이다. 전쟁에 나선 남편 대신 세금을 거두는 장면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장은 몇 달간 전쟁에 나가 금화 300닢을 받아오는데, 이는 작중 마르그리트가 살림을 가꾸어 늘린 재정을 상회하는 수치다.
영화는 이처럼 마르그리트의 진실이 현실과 어긋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마르그리트는 중세의 재판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른 채 고발에 나섰다. 자신의 재판이 자신과 남편의 목숨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결투로 이루어지는 것 외의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분명 영리하고 지혜롭지만, 그녀의 현실 역시 그녀의 주관대로 구성되었던 경우가 많았음을 암시한다. 마치 사건의 전말을 모두 담은 듯했던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조차도 온전한 진실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3장의 도입부 연출은 마르그리트의 진실과 별개인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실이 따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순간 그저 무기력할 뿐인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알고 있었던 진실과 알지 못했던 현실의 충돌로 인한 충격에 압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피해받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더 나아가 현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를 시대적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시대적, 사회적, 구조적 한계를 마주한 여성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모든 사람의 진실은 왜곡될 수 있기에 사건의 전모가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이는 세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작중 그 어떤 사건도 동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결투 재판 시퀀스는 이처럼 보다 폭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만약 <라스트 듀얼>이 첫 번째 해석대로만 이루어지는 작품이라면, 이 작품이 마지막 결투를 스펙터클로써 보여주는 태도는 꽤나 어색해 보인다. 물론 프랑스 왕의 태도에서도 보이듯 결투 재판이 당시 시대에 유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용기를 지지하는 것만이 영화의 주제였다면, 결투를 펼치는 두 남자의 시선에서 현장감을 살리며 박진감 있게 연출하는 대신, 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중심으로 결투를 건조하게 다루는 것이 더 주제에 부합하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투 장면은 마르그리트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 결투에 임하는 두 남성의 시선, 그중에서도 특히 장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이는 결투 재판의 처절함과 승리에 대한 의지를 충실히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오락적으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누구의 시선과 진실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세 주인공의 시선을 공존시킨다는 측면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라스트 듀얼>의 함의는 제작 비하인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제작 및 각본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 외에도 맷 데이먼, 벤 에플랙, 그리고 여성 감독이자 각본가로도 활동 중인 니콜 홀로프세너가 참여했다. 맷 데이먼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데이먼과 애플렉이 남성의 시선을, 홀로프세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담당해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시각과 관점, 심정과 그들의 변화를 다채롭게 녹여낼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직간접적으로 미투 운동과 성추문 관련 이슈를 경험했던 이들과의 협업이 큰 역할이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에 개봉했던 <라스트 듀얼>은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초라한 흥행을 기록했었다. 이 작품이 지닌 품격과 가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극장에서의 흥행은 참패했지만, 다행히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었으니 OTT를 통해서라도 노장의 시선과 사유가 담긴 <라스트 듀얼>이 온전히 공유되고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시대를 넘나드는 거장의 통찰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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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자의 오지랖
이 글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맥스무비
분명 처음에는 괜찮았다.
한국의 조커 탄생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딱지맨(공유)의 탄생을 지켜보는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는 팔을 쓸어내릴 때까지는. 비장하면서도 패배감에 물들어 어딘가 입꼬리가 축 내려간 채 죽지 못해 사는 것만 같은 기훈(이정재)을 볼 때까지만 해도.
사실 시즌1에서 그다지 이 시리즈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시청자였기에. 이번 시즌에선 오히려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마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글로벌 오징어의(?) 오프닝은 장대하면서도 짜릿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시즌 2는 가장 큰 패착을 오프닝부터 모조리 보여주고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주인공인 기훈의 존재 자체라는 것과. 그가 아예 시즌 1과는 완전히 다른, 철이 든 데다 돈까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는데 있다.
사진출처:한겨레
오징어 게임의 본질(?)은 몸뚱이 밖에는 담보 잡을 것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성과 상품성의 대립.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망과 도덕사이에서의 혼돈. 그리고 과연 누가 진짜 나쁜 놈일까. 나는 저 상황에서 저러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훈의 환골탈태(?)로 인해 이 모든 갈등은, 혹은 갈등에서 오는 재미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기훈이 아무리 봐도 주인공 버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첫 게임(지가 제일 많이 움직임. 차라리 뒤돌아 있었으면 이 정도의 짜증은 안 났을 것.)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생존케 함으로 인해. 주최 측은 다음단계로 갈수록 좀 더 어렵거나. 팀으로 사살이 가능한 게임을 고안해 내야만 한다.
이제 시즌제 드라마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듣자마자 지긋지긋하면서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계관 확장에 따라. 이번 시리즈에서는 당연히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풀어내기 바쁘다. 이로 인해 갈등이 쌓이기보다 각자의 말을 들어주느라 혼돈의 시간들을 보내느라 회차를 낭비한다.
등장인물이 많아짐에 따라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미 갈등 자체가 줄어들어버린 데다 갈등 자체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 버린다는 데 있다. 돈을 벌 것이냐. 아니면 살아 나갈 것이냐.라는 이분법적인 투표가 매 라운드마다 존재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그저 일확천금 외엔 별 목적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더 가벼워져 보인다. 그러니 매번 투표마다 다들 내뱉는 이번 라운드 뒤에 나가자.라는 말이 밥 한번 먹자는 말보다 더 비어보일 수밖에.
사진출처:조선일보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두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경력직의 활약으로 인해 시즌1에서 느꼈던 종잡을 수 없는 충격들을 느끼기 힘들어진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킹함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제작진이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투입한 빌런인 타로.. 아.. 아니 아니 타노스의 존재를 견뎌야만 한다는 점이다.
오춘기가 지나버린 기훈덕에 기울어져버린 운동장 위에서(?) 타노스는 말 그대로 정의로움이 어색해 보이는 기훈 마냥 한껏 high 한 상태로 방방 뛰어다닌다. 완벽하게 악한 캐릭터냐 묻는다면 이런 류의 작품에선 언제나 눈만 맑은 광인이 한 다발로 등장하기에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건방지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타노스를 믿고 깝죽거리는 남규(노재원)에도 못 미치며, 또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요"인데 뭘 물어.
타노스는 미쳤다기보다 그냥 동네에 하나쯤은 있다는 덜떨어진 사람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고. 그 역할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자기에게 딱 맞는 어수선한 최후를 맞이하며 다행히 퇴장한다.
사진출처:경향신문
타노스의 경우 개인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더 크게 보았을 때 황동혁 감독의 캐릭터 고용이 좀 납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1편에서의 파생이며. 아예 극에서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특히 용식(양동근) 모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눈물을 뽑겠다는 작정을 하고 투입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더 최악인 것은 시즌1에서부터 지적된 여성 캐릭터의 쓰임이다.
애초에 목적이 너무 뚜렷한 데다 심지어 외모적인 특징마저도 아예 빼다 박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이다 못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 변화조차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히 시즌2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낯섦은커녕 어디선가 시즌1 때 사망한 새벽이가 등장한다 해도 그러려니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하던 대로 비슷하게 하면 본전은 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 최선을 다해 생각해 낸 캐릭터의 결과였을지. 나 같은 인간은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고뇌의 방향이 어쨌든 간에. 감독의 선택은 얄팍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치면서
2024년의 끝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기 때문에 다들 "호상"이라며 격려 같은 말을 조용히 말을 건넸지만. 할머니가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온기라는 게 참으로 힘이 세서 나는 그 온기가 날아갈까 두려워 애써 품에 안고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꼭 쥔 채 새해를 맞이했다.
나는 할머니의 맏아들의 장녀였고. 딸이 귀했던 집안(6남 1녀)의 특성 덕에 며느리는 자신의 딸을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 만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품에서 컸던 큰 손녀였다. 나의 식성도. 나의 취향도. 나의 생김새마저도. 할머니를 닮은 모습에 농담처럼 마을 사람들은 나를 할머니의 숨겨놓은 막내딸이라 부르기도 했었으니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큰손녀의 이름만 부르면 눈동자가 다시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곤 했다는 말에. 내 마음속 상실의 구멍에 또다시 세차게 찬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이 바람이 이제는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더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의 상실을 겪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아픔은. 내가 온전히 사라져야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것만 같다가도. 그 경험들 뒤에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또 지나가겠지.라는 체념 같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날들인 것 같다.
무뎌진 기억을 더듬으며 더 이상의 눈물을 삼키지 않는 날이 조금 더 빨리 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이 글의 TMI]
1. 너무 아파서 병원 갔는데 독감이 아니라니. 병가 쓰게 해 줘요(?)
2. 인간적으로 영하 10도 이하면 재택근무 하자 진짜.
3. 오늘 감자탕 먹을 거다 캬캬햐햐햐햐햐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OTT #영화리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이정재 #황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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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개봉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수지 x 박보검의 케미
<만추> 김태용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코로나 등의 이유로 크랭크인 이후 무려 4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인데요.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의 화려한 라인업 뿐만 아니라
공유의 특별출연까지!! <원더랜드>를 비롯한
6월 첫째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아요
원더랜드
WONDERLAND
개요: 드라마 | 한국 | 113분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개봉: 2024.06.05.
배급: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놉시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된 세상
어느 날 의식불명 상태의 ‘태주’가 기적처럼 깨어나 ‘정인’ 곁으로 돌아오고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태주’와 그런 그와 함께하는 현실에 ‘정인’의 마음에는 조금씩 균열이 찾아온다. 한편, ‘원더랜드’에서 발굴 현장을 누비는 고고학자로 복원된 ‘바이리’는 딸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는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개요: 드라마, 전쟁 | 미국, 영국, 폴란드 | 102분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등
개봉: 2024.06.05.
배급: TCO㈜더콘텐츠온
시놉시스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Brotherhood Of War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2분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 원빈 등
재개봉: 2024.06.06.
배급: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시놉시스
1950년 6월 어느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호외가 배포되고, 두 형제는 갑작스레 전쟁터로 끌려간다. 낙동강 방어선으로 투입된 두 형제. ‘진태’는 동생 ‘진석’을 징집해제 시키기 위해 스스로 위험한 임무에 뛰어든다. 하지만 ‘진석’은 그런 ‘진태’를 이해할 수 없다. 두 형제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고, 잔혹한 운명의 덫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명탐정 코난 VS 괴도 키드
Detective Conan vs Kid the Phantom Thief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1분
감독: 이시하라 슌스케
출연: -
개봉: 2024.06.05.
배급: CJ ENM
시놉시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정체는 에코다 고등학교 2학년 쿠로바 카이토. 수수께끼의 조직에 살해당한 세계적인 마술사였던 아버지 쿠로바 도이치의 뒤를 이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2대 ‘괴도 키드’가 되어 도이치가 쫓던 ‘빅 주얼’과 조직의 정체를 향해 다가간다. 이번에 그가 노리는 ‘빅 주얼’은 ‘대해의 기적’이자 ‘블루 원더’라고 불리는 전설의 아쿠아마린. 소노코의 친척이자 키드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스즈키 지로키치가 그에게 먼저 도전장을 내밀고, 언제나 그랬듯 괴도 키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불가능을 모르는 명탐정, 코난의 명추리가 펼쳐진다! 사상 최대의 라이벌 탄생! 화려한 괴도와 그를 쫓는 명탐정 모든 것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월하의 마술사 괴도 키드의 탄생과 영원한 최대의 라이벌, 코난-쿠도 신이치와의 첫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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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끔 이 모든 게 꿈같을 때가 있다. 당장 눈을 뜨면 내 침대 이불 안이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눈을 감아 생각해본다. 아.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지금 당장은 직장인이 되는 거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자격증 많이 따야지. 못 이룰 거라고는 생각 않는다. 근성과 인내라면 내가 최고니까. 내다 버린 시간 몇 해가 있어서 빠르게 직장을 갖지는 못한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을 살아가는 수밖에.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야 분명하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테니까. 이 생각 회로로 나는 나를 격려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나에 대한 위로가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온 세상의 비극이 오롯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고 나마저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기분이다. 그럴 때면 주위를 둘러본다. 한 분야의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것도 한계가 보인다. 이거 해서 뭐해. 어차피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텐데. 누군가를 찾는다. 내 인생의 영웅, 그러니까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면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거야.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면 사실 당장 연락을 해도 된다. 친하니까.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알면서도 나는 한 가지에 매몰될 때가 있다. 언젠간 만날 테지. 나를 떠났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누구나 그런 사연 하나쯤은 있고 다들 그 시간이 억울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꿈에 기댄다. 그래. 그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있던 일을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거야.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고 미워했지만 난 나를 떠난 누군가를 되게 많이 좋아했거든. 어차피 떠나갈 걸 알면서도.
<꿈의 제인>은 외로움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소현이라는 주인공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 대화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듣는 사람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듯 무엇이 진짜인지 말해주지 않은 채 영화가 시작된다. 첫 번째 이야기. 영화 주인공 소현에게는 제인이라는 친구가 있다. 제인은 소현과 함께 살던, 정호 오빠의 애인이다. 소현은 한때 정호 오빠와 모텔방에서 함께 살았다. 제인과 소현은 이렇게 정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현은 제인의 가출청소년 팸에 합류하고 이 덕에 친구가 생긴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호의 행방을 찾는 두 사람. 비틀비틀거리는 인생을 서로에게 기댄다. 둘은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께 산다면 제인과 가출청소년팸은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희망은 러닝타임이 시작되고 30분 만에 깨진다. 한 계기로 인해 소현이의 행복은 붕괴되고 이 희망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음 희망은 지수다. 지수는 제인의 팸에서 만났던 언니다. 도둑질 누명 씌우기에 폭력까지 일삼는 팸이지만 소현이는 이곳이 아니라면 갈 데가 없다. 그렇게 어려운 삶을 이어가던 도중 팸에 지수가 들어온 걸 본다. 지수는 가족이 없는 소현과는 다르다. 함께해줄 친동생도 있고 미래라는 것이 있어서 소현의 부러움을 산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지수에게 기대는 소현. 위축되다 못해 찌그러졌고, 이런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지수와 함께라면 일상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희망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기점을 시작으로 지수는 소현이와 멀어진다. 소현이는 이 일에도 무기력하게 방관하며 지수라는 희망도 떠나보낸다. 그렇게 주인공은 버려진다. 내가 버려졌고 나란 걸 인지하고 있을 때쯤 다시 소현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다시 제인 언니를 만나던 영화의 초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인공은 다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이 시점까지의 1시간이 마치 꿈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영화는 이게 전부다. 어느 상황이 진짜인지. 누구에게 대화하는지.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정호 오빠는 어떤 사람인지. 제인 언니는 실존하는 사람인지. 영화는 인과관계를 부숴가며 어느 시점으로 도착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제인 언니가 뉴월드라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점으로. 언니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딱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관객인 우리들에게 한마디 한다.
"불행도 함께 영원히 지속되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여러분과 즐거운 날이 있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행복한 날이 있겠죠. 그럼 된 거죠 뭐. 우리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이 뉴월드에서." 영화는 소현이가 자해한 흔적에 'unhappy'란 도장을 찍고 끝난다. 이 영화의 종착지는 불행이었다. 이 도장을 띡하니 찍고 끝난다. 결국 끝까지 무엇이 정말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이 엔딩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뭐지. 이거 뭐지. 그래서 무얼 말하는 거지. 그리고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해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난 알고 있었다. 뭐가 진짜 중요한지는 사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요소가 아니었다. 소현이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였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감독에게 한방 맞았다. 나라고 해서 달랐나. 난 두렵다. 많이 무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떠나갈까 봐. 또, 날 미워하게 될까 봐 걱정이 많다.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만 그건 사실 내가 날 속였던 거짓말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희망에 기대 울고 웃는다. 어차피 이 사람들도 나를 떠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난 즐거운 기억과 경험에 기댄다. 더 이상의 무언가가 있냐고? 아니. 이게 내가 수능도 치고 성인이 됐으며 대학생활의 끝자락까지 와서 느낀 인생의 전부다. 어차피 삶은 배드 엔딩이다. 행복은 말 그대로 NG들 중에 찾을 수 있는 한 컷쯤 된다. 행복은 이렇게 내 삶에서 멀리 있었다.
이렇게 행복은 우리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영원한 게 있나. 그런 건 없다. 보통날 사랑한 것들은 나를 떠나갔다. 혼자서 영화관 가는 취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단골 극장이 경영난을 겪은 탓에 잠시 쉬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나는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간다는 것이 타인의 깊은 이해를 유도한다는 걸 알 때의 기분은 참 복잡하다. 이때 화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그냥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의 그 며칠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외로운 기분이 그날 하루 가득하다. 이거 지나면 다시 행복해질 거야. 아니었다. 정도와 이유에 따른 차이만 있다 뿐이지 난 항상 불행한 사람이었다. 사랑받을 수 있다면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난 그러기엔 내 주위 사람들을 아껴주지 못해서 항상 잡생각이 많았다. 매일매일 늘 똑같았다. 늘 씁쓸했던 것 같다. 외로움도 느끼고 말이야. 나만 이런가? 아니다. 나만 힘든 거 아니다. 이 지구 상의 모든 인물들 각자에게 힘든 이유가 있다. 보통 내가 겪는 고통은 나 스스로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이유로 외로움도 느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 스스로지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거든.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 같은 하루하루가 일상인 게 우리가 느끼는 전부다. 무엇이 잘되면 다른 무언가가 안되고. 누구와 친해지면 누구와 멀어지고. 사실 따지고 보면 불행한 일은 인생 전부의 디폴트 값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 시간이 있어서 우리가 행복이란 걸 알게 되는 거 아닐까? 희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꿈꿔온 희망이 무너져봐야 그 시간이 좋았다는 걸 알았다. 마치 제인에게 기대고 지수에게 의지하는 소현처럼 말이다. 이 <꿈의 제인>은 이 지점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느 상황이 나에게 더 불행할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날 움직이는 건 사소한 희망이다. 보통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개 같은 게 인생이다. 삶의 희망은 알아서 꺼져간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삶을 버틸 수 있는 건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소현의 행복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보여준다. 각본을 이렇게 쓴 이유는 분명할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정말 추구해야 할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인과 지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면 그건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사람이기 때문에 밝은 결말이 나올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비극을 기본 전제로 깔고 행복한 시간에 대해 붙박인 인물을 보여주며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목표. 목적. 그에 따른 불행. 그런 건 사실 다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그냥 그러면 된 거다. 인생은 한 편의 꿈과도 같아서 한번 깨어나면 행복하다는 자각이 사라진다. 그럼 어때? 이 불행과 행복이 꿈이면 어때? 인생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이 영화와 우리가 느꼈던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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