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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조경의 창조주인 하나님을 닮고 싶어 하는 조경가 정영선!
영화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개봉 일자: 2024년 04월 17일
출연진: 정영선
시놉시스
조경가 정영선은 대한민국 곳곳의 도시에서 자연 경관을 조경해왔다. 정영선의 작품들 중에는 식물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많다고 한다. 그중에 서울의 도심 속에 있는 선유도 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 있고 서울아산병원 신관 앞에도 조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다녀간 발자취에는 수많은 식물들의 정원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조경가 장영선의 자연 사랑!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점인 사계절을 토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컨셉에 따라 정영선이 만든 조경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건 식물인데 식물에게 말을 걸고 식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본다. 또한 장영선의 조경 컨셉은 삭막한 도심 속이나 건물들 사이로 식물들이 살아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자아낸다.
자연을 감상하며 느낀 영감을 조경 설계도에 색칠하고 그것을 자신의 조경 업체 직원들과 함께 만든다. 굵은 색연필로 칠하는 그녀의 정성 들인 작업에는 조경에 대해 얼마큼 진심인가를 보여준다. 세세하고 꼼꼼한 그녀의 조경 솜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도 10년이 넘어야지 알아듣는다고 할 정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란?
조경가 장영선이 추구하는 건 미래의 아이들에게 병든 지구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지구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자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신이 일궈놓은 꽃밭에서 놀게 해주고 꽃의 씨앗을 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녀가 추구하는 건 아파트가 빽빽한 도시 경관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경관이다.
정영선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 돌아다니며 옛 선비들이 서로 시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생각난다며 자연은 하나님이 만든 위대한 조경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정영선은 처음에 자신이 시인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조경 작업에 있어서도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트로에서 나오는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은 보는 관객들에게 조경가 정영선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풀이 눕는다
비를 돌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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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포용일까, 포섭일까?
중국 영화 당국이 11월 17일 수요일, 할리우드 개봉작인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지역 극장에서 한 달 추가 상영하기로 결정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2달 내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에 걸려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10월 22일 개봉작인 <듄>은 12월 22일까지, 10월 29일 개봉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12월 29일까지 상영될 예정인데요. 세계적으로 극장이 살아나는 연말 상영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중국 시장에서 영화들은 기본 한 달 동안 상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흥행이 보장된 영화의 경우 두 달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요. 그 이상의 장기 상영은 '선전 영화'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약 3달 동안 상영되었던 할리우드 대작들 덕분에 중국 시장도 한 숨 돌릴 수 있었 던 건 사실인데요. 이 시기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국 시장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이 이번 연장 상영에 기여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첫 연장 상영작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2021년 5월 이후 그 어떤 영화도 중국 시장에서 1달 이상 상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심지어 지난 5월 2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중국 시장에서 2억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을 위해 한 달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8월 말 개봉한 <프리 가이> 역시 9,4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충분한 흥행 성적을 달성하였음에도, 10월 1일 국경절로 인하여 극장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최대 시장이 된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장 상영을 따낸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연장 상영 기간동안 기타 중국 영화들에 밀려 충분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듄>은 중국에서 세계 매출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3,900만 달러 (약 2억 4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전 세계 매출 7억 달러 중 6,290만 달러를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는데요. 이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흥행 수입 영화 7위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인 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이 중국 작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팜을 가져갈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입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는 요즘
극장 영화들과 함께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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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품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서서히 드러나는 악을 처단하러 함께 떠나는 여정은 늘 흥미롭기 마련이다. 이러한 퇴마사의 모험담이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90년대 한국의 오컬트 장르에서 독보적이었던 소설 <퇴마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당시 많은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며 익숙하게 만났던 이름들, 박신부, 현암, 준후, 승희의 이야기가 이제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은 소설 ‘국내편’의 첫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상처를 지닌 퇴마사들이 우연히 만나 ‘악의 교주’를 물리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첫번째 감정] 박신부의 상실감
영화에서 절대 악이 먼저 화면에 소개된 이후, 그 다음 장면부터 관객을 맞이하는 인물이 바로 박신부다. <퇴마록> 전체 서사에서 그는 리더 역할을 맡으며, 팀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런 박신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상실감이 도사리고 있는데, 바로 과거에 구하지 못했던 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다. 악귀에게 빙의된 아이를 제때 구해내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그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이 사건 이후, 박신부는 ‘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전부 바쳐가며 악령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이 되었다.
영화에서 이 상실감은 박신부가 다시 한 번 아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게 되는 동기로 드러난다. 파면된 신부라는 낙인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동밀교의 스님 요청에 응하여 본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악령을 막고, 같은 상황에 처한 준후를 구해내려 한다. 결국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죄책감에서 비롯된 ‘두 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이며, 그 강인한 의지가 이번 영화에서도 핵심적으로 부각된다.
무엇보다 박신부의 상실감은 그가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칠고 처절한 기도를 올릴 때, 또는 심한 부상을 입고도 다시 일어나 방어막을 펼칠 때, 우리는 그가 겪은 슬픔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이 애니메이션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그의 고뇌를 스크린에 옮겼다. 그래서 박신부의 상실감은 단지 과거를 후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팀을 이끄는 진정한 동기가 된다. 이처럼 박신부는 아픔을 동력 삼아 누군가를 살리려는 ‘주체적 신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며, 이야기 전반에서 든든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두번째 감정] 현암의 상실감
현암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불같이 무공을 펼치는 ‘행동파’로 그려진다. 그런데 그의 강인함 뒤에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깊은 상실감이 자리하고 있다. 물에 빠져 죽은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물귀신’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집념은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가 외형적으론 분노를 뿜어내지만, 사실 그 분노의 기저에는 상실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무공을 배워나가면서 분노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을지 몰라도, 동생을 잃었다는 사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적 배경 덕분에 현암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동밀교를 찾다가, 그곳에서 악령에 씌인 교주의 끔찍한 실상을 발견한다. 이때 우연히 마주한 박신부와 준후와 함께 ‘지금 당장 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결의를 보여주며, 공략법을 논의하기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불같은 성격 탓에 충돌도 자주 일으키지만, 결국 그의 저돌성과 능숙한 무공은 팀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
현암이 무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동생을 지켜내지 못한 상실감이, 누군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가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이는 적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드는 것은 ‘누구 하나 더 잃을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현암이 분투하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호쾌한 액션 쾌감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슬픔과 트라우마가 녹아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 덕분에 현암은 단순히 ‘센 무공인’이 아니라, 깊은 상실감에 갇힌 채로도 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된다.
[세번째 감정] 준후의 상실감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준후는 무척 밝고 쾌활한 아이다. 어린 외모와 철없는 모습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은 해동밀교 안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묘사되며, 특히 술법과 관련해선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 능력을 어설프게 사용하며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준후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상실감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교주의 폭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준후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인물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토록 밝았던 준후는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던 강력한 술법을 폭발적으로 각성해낸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쏟아낸다고 해서, 잃어버린 이를 되찾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상실감은 준후에게 ‘내가 가진 능력이 때로는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결과적으로 준후는 가장 어린 존재이면서도, 누구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다. 이는 단순히 슬프게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캐릭터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암시하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준후가 보여주는 철없던 표정이,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는 비장함으로 물드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준후의 상실감은 아이 같은 순수함마저 침식해버리는 폭력적인 감정이지만, 동시에 그가 ‘다시는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다’는 결심으로 이어질 토대가 된다.
이게 바로 성공적인 영화화
<퇴마록> 애니메이션은 ‘정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짧은 에피소드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낸다. 퇴마사라는 설정은 과장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각 인물이 지닌 상실감과 트라우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고뇌를 반영한다. 박신부, 현암, 준후가 힘을 합쳐 교주의 폭주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곧, 이들이 스스로를 추스르고 더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정의의 구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극복하려고 하는 악은 단순히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힘에 도취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에서 사회적·도덕적 시사점을 던진다.
그렇기에 이번 애니메이션판 <퇴마록>은 원작 소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새로운 시청자에게도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들이 늘 그렇듯,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프로젝트지만, 이번 결과물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퇴마록> 영화다’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큼 만족스럽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려한 작화로 되살아나, 각자의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꽤나 장쾌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저 한 편의 에피소드로 끝나기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원작에서 다뤄졌던 수많은 사건과 캐릭터의 서사가 이번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도 어떻게 풀려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박신부, 현암, 준후 외에도 함께 맞설 승희의 활약, 그리고 더 거대한 악령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직접 이 세계에 빠져드는 일이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오컬트 장르의 대표작 <퇴마록>을 추억하는 분들이라면, 그때의 감성과 긴장감을 다시금 되살려볼 좋은 기회다. 또 원작을 모르는 처음 관객이라도, 박신부, 현암, 준후가 보여주는 진솔하고 때론 처절한 사투를 통해 오컬트 판타지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명작의 재탄생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품은 영웅들의 여정이 보고 싶다면, 이번 <퇴마록> 애니메이션을 적극 추천한다. 과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상실감과 싸워나가며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를 이끌어나갈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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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Director] 팜 티엔 안 PHAM THIEN An
Program note]
호치민시의 시끌벅적한 야외 식당. 세 남성이 대화를 나누던 중 바로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 늘 있는 일이라 별 관심이 없는 티엔. 하지만 알고 보니 사고 피해자가 다름 아닌 티엔의 형수이다. 티엔은 졸지에 사망한 형수의 시신과 홀로 남겨진 다섯 살배기 조카를 시골 고향으로 데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을 남겨놓고 떠난 형을 찾는 것도 티엔의 몫이다. 베트남의 신예 감독 팜 티엔 안의 장편 데뷔작. ‘신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흡입력 있는 연출로 삶과 믿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되어, 1993년 트란 안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향기> (1993) 이후 30년 만에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베트남어 영화로서 평단의 극찬과 함께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부경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아하는 순간이 참 많지만, 영화가 상영되기 전 감독의 짤막한 인사 영상을 보는 순간도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팜 티엔 안 감독은 영화의 호흡이 아주 느리다면서, 1/3만 참고 보면 그 이후로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이 영화에 매료되고 만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도, 미장센이나 사운드가 너무 훌륭해서 모든 장면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장면에서 장면으로 연결되는 방식 하나하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껌 파는 인형 탈과 스포츠 경기를 보며 왁자지껄한 사람들, 맥주를 홍보하는 여성 아르바이트생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고한 표정으로 영생을 말하는 친구. 그 대비 안에서 하나의 생이 거두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또 하나의 대비. 기차처럼 흘러가는 병실의 풍경을 지나고 지나, 고인의 유류품을 전달받는 병원 사무실은 공간을 뚫듯이 보여준다.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가 작은 새를 줍는 장면, 이어지는 결혼식 촬영 장면 또한 대비와 대비를 계속 이어가며 생(生)을 생각하게 한다. 분명 감독의 말대로 호흡이 느리지만, 미장센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말이 워낙 많아서 느려도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를 잘 모르는 스스로가 아쉬울 만큼, 카메라의 시점이 흥미로웠다. 고향으로 돌아와 거행되는 장례 행렬은 마치 묘지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찍혀 있고, 이어 땅을 파는 장면은 관이 아닌 새를 묻는 장면이었다.
시신 염습을 도와준 이웃 노인과의 대화는 어둑한 집안이 보이지 않는 창문을 배경으로 목소리만 들려오다가 대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노인의 집안 벽을 훑어 준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전달되는 것임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인생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던 노인은 전쟁 당시 자신의 갈비뼈를 관통했던 총알을 보여주는데, 그 직후 갈비뼈 자리를 만져보는 티엔의 모습은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며 옆구리를 만져 보았던 제자 도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은 영원한 기쁨이라는 말을 써 붙여 놓은 가톨릭 장례식 이후, 식구들은 장례 단 앞에 모여서 기도를 하고, 우중에 전깃불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황금빛 나비가 날아간다. 죽은 자의 영혼이 나비라면, 죽음이 나비가 되는 거라면,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은 삶이 아닐까.
티엔은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 같은 삶에서 번민한다. 형수의 유류품에 있던 한 장의 결혼 사진, 사랑이 영원하길 비는 문구가 담겨 세월 따라 낡아 버린 사진 속 형과 형수를 가만 바라보면서. 신의 계획이란 과연 무엇인지. 왜 형은 떠난 것이며, 형수의 목숨은 거두어졌는지. 그러나 우리는 삶을 조망하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고치 안 번데기는 차곡차곡 변신로봇처럼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애벌레였던 몸을 완전히 녹였다가 새로이 만들어진다. 고요해 보이는 누에고치 껍데기 속에서는 격렬한 변화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삶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티엔이 사랑한 사람들이 자꾸 티엔의 삶을 떠나갈 때, 이해할 수 없는 삶을 티엔으로서는 결결이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별도 사랑도 모두 녹여내어 변태하는, 누에고치 안의 시간을 티엔도 겪어낸다.
후반부에 만난 마을의 할머니는 “사람이 온 천하를 얻어도 자기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겠냐는 성경의 말을 인용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자기 영혼을 얻는다면 온 천하를 잃어도 괜찮다는 대우 명제가 될 것이다. 티엔은 어두운 세상을 계속해서 걷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도 있고, 궂은 비를 맞으며 지치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걸어가고 흘러간다.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견고해질 삶을, 알 수 없어도 우리는 계속 그렇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 10. 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11: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106)
10월 10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415)
10월 11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8관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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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 2천만불짜리 특색없는 SF 가족영화
굿 한 번 해야 하나! <어벤져스> 시리즈의 루소 형제와 넷플릭스와 궁합이 너무 안 좋다. 전작 <그레이 맨>도, 이번 작품인 <일렉트릭 스테이트>도 하나같이 이들이 연출한게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특히 3억 2천만불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번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1990년대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남과 북이냐고? 인간 vs 로봇이다. 인간을 위해 봉사하던 로봇이 자유를 외치며 반란을 일으킨 것. 하지만 전쟁의 승자는 인간이 되고, 패한 로봇은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추방 구역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모여 산다. 한편, 교통사고로 부모와 남동생을 잃은 미셸(밀리 보비 브라운)은 목적없이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다 동그란 얼굴의 노란 로봇 ‘코즈모’가 그녀를 찾아온다. 인간 세계에서 로봇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법범행위. 본의 아니게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행하게 되고, 괴짜 밀수업자 키츠(크리스 프랫)와 로봇 동료 허먼과 함께 일렉트릭 스테이트로 들어가게 된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시몬 스톨렌하그의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영상화 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사이버펑크 장르인 원작의 세계관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우울하고 공허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작은 로봇과의 여정을 통해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건 첨단 기술 사회가 무너진 황폐한 모습이다. 전쟁 이후 방치된 로봇 잔해, TV 대신 가상현실 기술인 뉴로캐스터에 의존하는 사람들 등 어쩌면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될 지 모르는 모습을 그린다.
루소 형제에게 이 원작 세계관은 흥미로웠을 터. 감독은 기본 원형과 주요 소재는 가져오되, 영화적 재미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을 대거 투입한다. 무엇보다 너무나 무거운 분위기를 살짝 업 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하는데, CG와 모션캡쳐로 구현한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과 흡사 만담군처럼 보이는 키츠와 허먼 콤비가 그 요소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레트로 로봇들의 향연 그 자체로 시선을 모으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증명한 크리스 프랫의 실없는 농담은 어느 정도 들을만 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오래가지 못한다. 극 중 세계관은 매력적이지만 새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SF 장르 영화에서 숱하게 봤던 요소들이 자꾸 겹치는 건 물론, 인간 캐릭터들의 매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미셸과 키츠는 물론 빌런 들도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라 너무나 예상 가능한 모습으로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 문제라기 보다는 가족 타깃 취향에 맞추다 보니 생긴 문제로 보인다. 액션 수위 조절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캐릭터와 로봇들의 이야기와 매력이 뻗어나가지 못하고 예상 가능한 지점까지만 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후반부 대규모 액션도 그렇고 적절히 순화하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결과적으로 제작비의 향방만 찾는 자신을 발견한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영화는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연결과 접촉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 장애물이 뉴로캐스터로 나오는데, 영화 속 사람들은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이 장비에 의존한채 살아간다. 두려움에 휩싸여 전자 기기에 의존하는 삶을 택한 사람들은 더 외롭고 고립되어 가는데, 이는 SNS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더불어 로봇과 인간의 대결은 흑인과 백인, 이민자와 미국인의 대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 영화 취향에 너무 맞춘 탓일지 이런 현실적인 메시지는 너무 가볍게만 담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루소 형제와 넷플릭스의 협업은 잠시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제작비를 최대한 적절히 배치하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는 너무 과해보인다. 부족한 완성도가 계속 눈에 밟힌다.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2.0 / 5.0
한줄평: 너무 과한 제작비, 너무 부족한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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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 | 범죄도시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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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후 폐허가 된 서울. 심지어 비도 좀처럼 내리지 않으면서 생존자들은 극심한 물부족과 갈증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남산'(마동석)은 돌아다니는 동물을 사냥하며 남동생 같은 '최지완'(이준영), 딸 같은 '한수나'(노정의)와 함께 생계를 꾸며 나간다.
어느 날, 수나 앞에 '선생님'(장영남)이 나타난다. 그녀는 물과 먹을 게 풍족한 아파트에서 수나처럼 어린아이를 특별히 보호하는 기관이 있다면서 수나에게 이주를 권한다. 망설임 끝에 선생님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수나. 그러나 그녀는 이내 광기로 가득한 과학자 '양기수'(이희준)의 음모에 빠지고, 남산과 지완은 또 다른 조력자 '이은호'(안지혜)와 함께 수나를 구하러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 한국 시리즈물의 암(暗)
한국 영화 시장에서 시리즈물은 2010년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이전까지는 속편 제작도 많지 않았다. 단적인 예시로 2017년까지 한국 천만 영화 16편 중 속편은 단 한편도 없었다. 설령 속편을 제작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름만 속편일 뿐, 주인공도 내용도 전편과 무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2>, <친구 2>, <강철비 2>처럼.
<신과 함께> 시리즈와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명량>, <한산>, <노량> 삼부작이나 <베테랑 2>처럼 흥행작의 속편을 기획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여러 편을 계획하는 시리즈물도 많아졌다. 웹소설 원작을 영화화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5부작,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호프>는 3부작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작용도 늘었다. 일례로 <범죄도시>의 경우 빌런 배우만 바꾸고 전편 내용을 되풀이한 결과, 세 번째 시리즈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이 늘었다.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 <외계+인> 시리즈의 경우 배급사 CJ에게 수백억 대 적자를 안겼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동석 주연의 <황야>는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보여줬다. 시리즈물의 핵심, 포지셔닝을 간과했다. <황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속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 대가로 <범죄도시> 시리즈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에서 표류한다.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일원으로서도 인정받기 애매하고, 독립적인 디스토피아 액션 영화로서도 부족함을 노출하기 때문.
다채로워진 마동석표 액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황야>의 가장 큰 매력은 마동석의 액션이다. <범죄도시> 시리즈 무술 감독이자 <범죄도시 4>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과 합을 맞춰서인지 마동석의 괴력을 강조하는 액션은 이번에도 통쾌하다. <범죄도시>에서 관람등급 때문에 아껴둔 힘을 푼 것 같기도 하다. 디스토피아 장르고, 인간이 아닌 괴물과 싸우다 보니 목이나 팔을 절단하는 유혈 묘사도 망설이지 않는다.
<범죄도시>의 한계를 넘어선 부분도 있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활용법은 단순했다. 긴장감이 없었다. 빌런이 누구여도 마석도가 이긴다는 사실을 관객 모두가 올고 있다는 핸디캡을 없애지 못했다. <황야>는 다르다. 치유 능력을 지닌 군인, 악어나 도마뱀처럼 움직이는 좀비로 변한 괴물을 남산의 상대로 내세웠다. 비록 액션의 끝은 비슷해도, 과정에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올리려 노력한 듯 보인다.
다양함도 더했다. <범죄도시>에서는 액션 캐릭터가 마석도 하나였기에 단조롭다는 인상이 짙었다. 반면에 <황야>는 세 캐릭터가 액션 분량은 나눠 가지면서 보는 재미를 늘렸다. 최지완은 원거리에서는 활을 쓰고, 근접전에서는 화살촉을 활용하며 칼을 주로 쓰는 남산과 차별화했다. 이은호는 힘을 강조하기보다는 상대 하체나 발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또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줬다.
애정이냐, 집착이냐
단순한 플롯도 <황야>의 매력이다. 확실한 대립 구도 덕분에 뚝심 있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핵심은 부성애다. 남산과 양기수는 둘 다 딸을 잃은 아버지다. 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녔다. 영화는 두 아버지가 각자의 상실감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대조한다.
남산은 상실감을 사랑으로 승화한다. 딸을 똑 닮은 아이 수나를 딸처럼 돌본다. 사냥에 성공하면 수나 몫을 항상 따로 챙기는 식으로. 수나가 시설 좋은 아파트로 가게 되자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수나와 수나 할머니가 위험해지자 고민 없이 구하러 간다.
반면에 양기수는 상실감을 집착으로 왜곡한다. 그는 딸 소연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한다. 자기가 개발한 약물 덕분에 소연이를 되살렸다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부모들의 애정을 악용해 비윤리적인 연구를 진행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 허상이었다. 심장만 뛸 뿐, 소연은 절반 이상의 신체와 의식은 잃었다. 그녀는 살지도 죽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열하는 양기수가 약간 짠하면서도 몹시 불쾌하고, 그를 처리하는 남산의 모습은 통쾌하다. 진정한 사랑과 집착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분에 <황야>가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방치된 '콘크리트 유니버스'
보통의 액션, 디스토피아 영화라면 <황야>는 위의 두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황야>에게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대지진'의 발생, 황궁아파트 103동의 등장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연결점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반부에 아파트에서 갑작스레 쏟아져 나온 물을 <황야>에서는 식수와 그 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황야>를 '콘크리트 유니버스' 일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황야>는 배경과 디자인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별개의 설정과 이야기를 펼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대지진 직후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곧바로 아파트를 통제했다. 반면에 본작에서는 대지진 발생 첫날부터 군부대가 아파트를 장악한다. 다른 차이점도 있다. 전자에서는 굶주림과 추위와의 사투가 강조된 반면, 후자에서는 유독 가뭄과 물의 부재에 주목한다.
심지어 <황야>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시간대 순서를 알려주는 장치나 연결고리가 없다. 두 작품 간의 차이를 명확히 제시하는 대목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두 영화의 세계관이 별개고, <황야>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속편이 아니라는 허명행 감독의 주장에도 힘이 안 실린다.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 외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매한 포지셔닝의 나비효과
결국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최대 장점은 심리와 인간군상의 묘사였다. 아파트 내부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다양한 갈등을 보여줬다. '영탁'(이병헌), '민성'(박서준), '명화'(박보영), '금애'(김선영) 등 주요 인물의 입장이 제각기 달라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서스펜스를 마지막 순간 일제히 터뜨리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에 비하면 <황야>의 전개는 우악스럽다. 특히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층 간 갈등, 인간성 상실을 다루는 대목이 어색하다. 일례로 아이를 못 만나게 하는 방침에 부모가 항의할 때, 양기수와 군인들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 그전까지는 그 어떤 부모도 항의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수나가 도착하기 전에도 외부에서 아파트에 들어온 아이와 부모들이 더 있다는 걸 고려하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인들이 양기수의 비인간적인 실험에 동조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양기수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이유도 정확히 짚어주지 않는다. 선생님에게 불치병이 있고, 이를 양기수가 악용했다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수나가 실험을 위해 제조한 물을 제대로 마셨는지 양기수가 확인조차 않는 대목도 반전을 위한 장치라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부실함과 기시감
포지셔닝도 애매한 가운데, 독립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미흡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기본적인 컷과 컷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아파트 내부에서 지완과 은호가 각기 군인과 한창 싸우는 중인데, 남산의 유머가 갑자기 중간에 난입하고, 다시 싸움으로 되돌아가면서 템포를 끊는 식이다.
간단한 플롯과 명확한 갈등 구조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하기도 했다. 남산은 마동석 그 자체이고, 지완과 수나 역시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린 남녀 커플 클리셰를 반복한다. 특히 빌런 양기수는 아파트 주민과 군인을 좌지우지하는 빌런 치고는 뻔한 음모와 계략을 반복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캐릭터의 전형을 답습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영탁과 비교해 보면 존재감, 무게감, 입체감의 차이가 확실하다.
이에 더해 마동석표 유머도 남발한다. 이는 대중적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놓치는 듯 보여서 유독 아쉽다. 마동석이 등장하거나 제작한 영화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제목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장르와 분위기가 비슷하니까. 이때 <황야>가 마동석 색깔을 빼고 진한 장르물 분위기를 선보였다면 고정된 이미지를 다소 탈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해 <황야>가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결정은 신의 한 수일 수도 있다.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이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평범한 마동석 영화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Poor 형편없음
다시 한번 증명된 명제. 유니버스 활용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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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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