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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2025-07-24 02:12:02

지금은 믿어보자

<우리 둘 사이에>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언론 시사회 초청받아 관람했다.  


 

 

 

2025년 7월 30일 개봉 예정인 성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 둘 사이에"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은진'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그리며 생명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지후'라는 인물을 통해 은진의 내면세계와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영화 속 '지후'는  은진의 고독한 싸움 속에서 피어난 환상과도 같은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적 편견과 장애가 주는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임신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은진에게 안겨주는 위압감과 불안감은 엄청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후'는 은진이 듣고 싶어 하고, 스스로에게 다독이면서 이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위안'의 기능을 한다. 지후는 은진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목소리일 수도 있고, 그녀가 힘겨운 순간마다 기댈 수 있는 정신적인 지지대일 수도 있다. 마치 상상 속 친구처럼, 지후는 은진의 가장 깊은 고민을 들어주고, 그녀의 불안을 잠재우며, 때로는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존재로 기능한다. 이는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클 때, 인간이 만들어내는 자기 방어기제이자 생존 전략과도 같다. 은진은 지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궁극적으로 자기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 '지후'라는 환상이 오로지 은진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은진이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지후와의 관계, 즉 그녀의 내면세계는 결국 현실의 타인들과 '함께 나눠야 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은진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단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녀는 단순히 지후라는 환상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공유하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타인의 시선과 이해 부족으로 좌절할지라도, 은진은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주변 인물들, 특히 파트너인 재규(설정환 분)와의 관계에서 은진은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지후'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개인이 겪는 고립감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면의 외로움과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며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지후가 은진의 망상 속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가 은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이 영향을 현실의 관계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함께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관계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존이 아니라, 서로의 내면세계와 고통, 그리고 가장 깊은 욕망까지도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은진이 지후를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했듯이,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은진의 '지후'를 함께 품어주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은진은 온전한 치유와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지후'라는 독특한 존재를 통해 한 개인의 고독한 내면 투쟁과 그 투쟁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치유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은진의 주체적인 선택은 그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함께 나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이는 관객들에게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성자 . o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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