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22 22:46:58
🎬<영화가 그린 시인들>
서울국제도서전 특집 큐레이션 2탄

📚서울국제도서전 특집 큐레이션 2탄✨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아직 서울국제도서전이 한창인데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영화가 그린 시인들>입니다!
시가 빚어낸 감성으로 가득한 스크린 속 이야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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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도 높은 영화가 완성되는 지점
SYNOPSIS.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POINT.
✔️ 일단 이 영화를 보세요. 시놉시스만 아시는 상태로 그냥 다짜고짜 보시기를 권합니다.
음향이 중요하니 돌비(메가박스), 사운드X(CGV) 등 음향을 강조한 상영관에서 보시면 좋습니다.
✔️ 이외의 다른 모든 이야기는, 영화를 다 보신 후에 찾아보셔요. 이 글 같은 리뷰는 물론, 평론가 해설 또한 영화를 보신 후에! 찾아보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꼭 영화를 이미 보신 분만 읽어주세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종이 한 장을 꺼내든다. 길지 않은 한 마디지만, 손을 떨면서 하는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주연을 맡은 산드라 휠러 배우가 눈물을 흘리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shorts/D0v0WRqqVso
"... All our choices were made to reflect and confront us in the present, not to say 'look what they did then!', rather 'look what we do now!'. Our film shows where de-humanization leads at its worst. It shaped all about past and present. Right now we stand here as men who refuse their jewishness and the Halocaust being hijacked by an occupation which has led to conflict for so many innocent people... (applause)
... whether the victims of October the 7th in Israel or the ongoing attack on Gaza all the victims of this de-humanization, how do we resist? (applause)
Alexandra Bystroń-Kołdziejczyk, the girl who glows in the film as she did in life chose to, I dedicate this to her memory and her resistance. Thank you.우리의 모든 선택은 현재 우리 자신을 반영하고 대면하게 합니다 '그때 그들이 한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보라는 의미죠. 우리 영화는 비인간화가 최악으로 치닫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유대인 정체성과 홀로코스트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점령에 오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희생자든 가자 지구에서 자행 중인 학살의 희생자든... 우리는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요? (박수)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 클로지치크, 영화에서 만큼이나 실제도 빛났던 소녀의 삶과 저항 정신에 이 상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이 발언은 이 영화를 완성했다.
아니, 이 영화는 나의 마음에 닿아서 완성되는 영화일 것이다.
소리는 당신을 상상하게 한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오감, 아니 육감 중 가장 큰 부분을 시각에 의지한다. 철저하게 계산되어 고증된 공간과 의상, 내면에 깊은 두레박을 수도 없이 드리워 완성하는 배우의 연기, 그 장면 그 순간을 위한 깊은 노력 대부분이 시각에 의존한다. 영화 음악은 많은 경우 그 '시각'이 주는 감정을 보조하기 위해, 그 감정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영화는 다르다. 이 영화는 청각으로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시각이 보조한다. 붉고 불길하게 타오르는 꽃잎의 모양은 그 의미를 생각하기 이전에, 청각이 전달하는 불길한 느낌, 구역질 나는 느낌을 보조한다. 이건 대체 뭐지. 관객은 충격에 빠진다.
소리가 잔인한 이유는 당신을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각이 아무리 충격적인 양상을 들이대도 당신의 상상보다 잔인할 수는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카피는 사실 불가능한 카피이다. 언제나 각자의 상상이 각자의 최대치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당신이 상상하는 가장 최악의 아우슈비츠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성립시킨다. 간혹 들리는 비명 소리, 구타가 아닐까 싶은 소리, 총... 같은 느낌이 드는 소리, 동시에 우리의 식민지적 경험이 주는 그 총소리에 대한 의문, (일본군은 당시 총알이 아깝다며 한국과 중국에서 총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총의 개머리판으로 때리거나 총검으로 찌르거나... 그 행위는 그들에게 유희처럼 여겨졌고, 사체의 일부분을 손에 든 채 히죽히죽 웃는 사진도 여러 장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내겐 ‘수용소에서 총 소리가 이렇게 자주 들리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 우리 선조들이 한반도 전역과 731부대에서 겪은 일들에 대한 괴로움과, 서방에서 아우슈비츠가 갖는 의미 대비 그 괴로움이 서술된 위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서 오는 자괴감... 나의 직접/간접 경험이 주는 가장 끔찍한 지옥도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 사이로 파고든, 보는 내내 궁금했던, 마치 기계가 작동되는 듯한 소리. 마침내 그 소리의 정체가 밝혀질 때에, 한편으로는 안심한다. 역사는 언제나 눈을 치켜뜨고 있다. 비록 소리가 상상하게 한 최악의 지옥도가 우리 마음에 펼쳐지지만, 그들은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나일 가능성은 없을까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다.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악이란 평범한 모습을 하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근원에서 나온(16p)"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아이히만을 비롯한 나치 일원들이 그저 일상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뜻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 곧 판단의 무능성(20p)"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를 무너뜨려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21p)"고, "전쟁을 일상적인 인간의 삶의 한 측면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임으로써(42p)" 우리 모두는 아이히만이 된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뼈 아픈 부분이, 이 영화에서도 지적된다. 과연 나는 영화 속 헤스 부부를 보며 단순히 그들을 절대악으로 지정하고 마음 편하게 영화관을 벗어날 수 있는가? 없다. 아이히만은 내 안에 있고, 헤스 부부 또한 그렇다. 17살 때부터 꿈꿔 온 이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헤트비히의 말은... 과연 이 사회에서 자기의 안위를 위해 '각자도생'해야 함을 배운 우리의 말과 얼마나 다른가?
수십 채나 되는 집을 소유하며 도시를 공허하게 만드는 사람들, '영끌'하는 자기만을 과하게 연민하며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은 사람들, 소비로 존재를 대신하려는 사람들... "상투어로 자신을 위로하는 이 끔찍한 재능은 죽음의 순간에도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113p)"던 아이히만과 우리는 의외로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영화 속, 아우슈비츠 코앞에서, 연기와 비명 소리와 (아마도 존재했을) 사람'이었던' 것들이 타는 냄새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꽃을 심고 집안을 가꾸는 헤스 부부... 내 집 마련의 꿈을 중요시하지만 사회의 모든 모순은 무시하는 우리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이 영화가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라는, 인류사에서 가장 끔찍하다고 평가되는 이 사건조차도, 단순히 그 사건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아우슈비츠의 최대 희생자였던 유대인들은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어떤 행위를 가하고 있나. 그들 안에는 아이히만이 없는가?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따르면 힘러가, 즉 나치가 사용한 책략은 우리의 "동물적인 동정심"을 "자기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을 하고 있는가, 라고 말하는 대신, 나의 의무를 이행하는 가운데 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목격해야만 하는가, 내 어깨에 놓인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가, 라고 살인자들은 말할 수 있게(174p)" 된 것이었다. 과연 작금의 유대인들은 여기서 얼마나 다른가. 자기 연민과 비뚤어진 자기애로 인류애를 대체하고, 타인의 상황에는 ‘누칼협’ 같은 소리나 들이대고 있는 우리는 또 얼마나 다른가.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게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님을, 그러므로 나와 무관하고 그냥 스크린 안에서만 일어나는 그런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나를 뒤집을 수밖에 없다. 시오니즘을 신봉하는 프로듀서 앞에서, 실제로 이후 그의 발언이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프로듀서 앞에서, 다시 말해 커리어가 끊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손을 떨면서 1분 남짓의 짧은 말을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같은 유대인들에게 공격을 받으면서까지 아이히만의 이야기가 단순히 아이히만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 영화를 보고 그냥 '미학적으로 좋은 영화군...' 하고 단순하게 돌아설 수 없도록 나와 당신을 막는 힘 또한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어쩌면 그냥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 갈망이 우리를 비인간적인 자리로 몰아넣을 수 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느니 배 부른 돼지가 되겠다는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가. 이 영화는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밍크코트에 이어, 이미 죽었거나 그 근처에 이르렀을 여자의 립스틱을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입술에 바르는 헤트비히의 모습에서도, 알고 지내던 유대인 여자가 끌려갔어도 그 커튼을 갖지 못한 것이나 아쉬워하는 대화에서도.
실제 헤트비히 헤스의 말에서 따왔다는 "너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불에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과격한 대사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우리가 좀 더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형태의 '인간'이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를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소름 끼치게 보여준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누군가는 시대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의외로 선택지가 있었다.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그걸 보여주는 존재는 한 소녀다. 감독에게 매우 의미 깊었던 듯한, 영화 속에도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의미심장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감독의 아카데미 소감에도 등장하는, 알렉산드라라는 인물이 있다. 알렉산드라 비스트론 콜로지치크. 그는 영화 속에서 유대인들을 위해, 유대인들이 일하는 곳을 밤에 몰래 찾아가 과일을 하나씩 박아 놓고 사라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밤에 뛰어다니는 그곳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다. 굳이 어설픈 직역을 하자면 "이득 지역"인데, "Interessengebiet"라는 독일어 단어를 그대로 옮긴 영어 단어이다. 나치가 아우슈비츠 인근을 부르던 단어로, 실제로 그들이 아우슈비츠 행정을 위해서라며 이득을 취하던 지역을 부르던 말이다. 1941년 나치는 폴란드 농민들의 땅을 빼앗고 이들을 몰아낸 다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동원하여 농사를 짓고 그 이득을 챙긴다. 그 과정에서 농민들과 유대인들 사이의 교류를 막았음은 물론이다. 말발굽 아래 너무 쉽게 짓밟히던 과일을, 가방에 소중하게 담아 하나하나 배치해 두는 소녀의 존재는, 처음에는 '뭐지?' 싶게 낯선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이내 그 존재 자체로 어둠 속의 빛임을 느낄 수 있다.
그토록 열심히 가꾸는 헤스 부부의 집에는 한 번도 직통으로 내리쬔 적 없는 햇살이, 소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집안으로는 부드럽고 강하게 들어온다. 실제로 알렉산드라가 2016년 9월 사망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집에서 촬영했다는 장면에서, 소녀가 피아노로 연주한 곡은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감자가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제목도 <햇살>. 심지어 옷과 자전거 또한 실제로 알렉산드라가 사용했던 물건이라니 그 의미가 한층 두텁게 느껴진다.
실제 알렉산드라는 1940년 나치가 폴란드에 침공하면서 아버지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두는 비극을 겪었고, 친구들과 함께 아우슈비츠 내부와 접점을 가지고 음식을 나르는 일을 했다고 한다. 1941년부터는 무장투쟁연맹의 일원으로 연락망을 담당하고, 1943년에는 나치에 의해 노역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우슈비츠에 음식을 전하는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헤스 작전'으로 소개된, 헝가리의 유대인을 '소거'하는 작전을 앞두고, 전출되었던 자리에서 다시 아우슈비츠에 돌아갈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통화하는 부부의 전화로 끝을 맺다시피 한다. 원하는 모든 바가 다 이루어졌지만 내려오면서 어쩐지 구토의 심경을 느끼는 루돌프의 모습이 영화의 사실상 마지막 장면인데, 이 장면은 매우 역겹다.
구토하지 못하면서도 구토 비슷한 것을 느끼는 그 모습이, 마치 가해자가 되어야만 했던 자신을 연민하는 액션처럼 느껴져서, "용서할 수 없는 죄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고통을 일으키는 것(178p)"이었다는 아이히만의 사고와 동일하게 느껴져서. 가스실을 만들고, "효율적인" 시체 처리법을 고안한 것이 "업적"이었던 그들의 사고방식. 자신의 알량한 삶을 위해 타인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그 방식과 체계와 행정이나 고민하고 있었던, 무뎌지고 마비되었던 두뇌들. 구토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구토로 자신이 인간인 것처럼 호소하던, '비인간화'의 결과물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소개된, 매우 예외적인, 그래서 독특한 이야기 하나를 나눈다. 이 영화의 ‘헤스 작전' 회의 장면에서도 언급되듯 나치에 진작 동의했던 헝가리 정부와 달리, 끝까지 나치의 유대인 소탕에 반대한 나라가 있었다.
덴마크 국왕은 자신이 자진해서 유대인의 별을 달겠다고 했으며, (왕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굳이) 대신들은 혹시라도 왕이 반유대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했다. 유대인들은 '안전하게 운송'되었으며, 그 과정에 필요한 자금은 덴마크 부유층이 댔다. 결국 덴마크 출신의 유대인들 중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은 상대적으로 극소수였고, 이들은 대부분 순순히 문을 열어줄 만큼... 노쇠하였거나 가난에 치이느라 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다시 말해 사회적 최약자들이었다. 이들을 위해 덴마크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란'을 피웠고, 그 결과 이들은 수용소에서도 남다른 지위를 누렸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거였다. 이럴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아우슈비츠와 '악의 평범성'을 타자의 위치에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의 아이히만이 가리키는 지점을 묻고, 그 지점과 싸울 의지가 있는지 묻는 것과도 같다. 이미 시체마저 썩어버린 과거의 나치에게 섀도복싱을 하는 대신, 진짜 내가 싸워야 할 상대에 맞설 마음이 있는지 묻는다. 우리 시대의 나치는 무엇이며, 그 앞에서 내가 져야 할 십자가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질문에 무거운 마음을 답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답이 있는 곳이, 완성도 높은 이 영화가 완성되는 지점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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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파묘> .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한국 오컬트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이도현과 김고은의 파격 변신으로 벌써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묘>!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보아요.
파묘
Exhuma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134분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개봉: 2024.02.22.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CINE PICK!
베를린 영화제 공개 이후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파묘>. 이도현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 최민식이 출연하는 첫 오컬트 영화로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각 배우들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사전 예매가 벌써 11만 명을 넘어서며 설날의 침체된 한국 영화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3분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바닉 세사
개봉: 2024.02.2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함께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텅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게 된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 이들은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CINE PICK!
할리우드의 명품 조연 ‘폴 지아마티’가 <바튼 아카데미>의 주연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으로 외로움과 대한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윌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Wallace & Gromit The Classic Collec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영국 | 89분
감독: 닉 파크
출연: -
개봉: 2024.02.21.
배급: 주식회사 에이컴즈, CGV ICECON
시놉시스
천재 발명가라기엔 2% 부족한 주인 월레스 그의 동반자 천재 반려견 그로밋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치즈를 구하러 달나라로 ‘화려한 외출’을 떠난 어느 하루와 비밀을 숨긴 하숙생과 펼치는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으로 인한 그로밋의 수난시대까지!
CINE PICK!
영국의 단편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윌레스와 그로밋>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등의 단편들과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Sound of Freedom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31분
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출연: 제임스 카비젤
개봉: 2024.02.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한 흥행작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인물 중 하나인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제작비의 10배나 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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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가 지켜낸 희망의 씨앗
누구나 자신만의 희망이 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 줄 그 희망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몇 번이나 찾아오는 절망적인 상황은 삶을 더 이어나갈 힘을 빼놓는다. 더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 마지막까지 감추어두었던 희망은 꺼내어들 수 있는 마지막 무기다. 그 희망을 생각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만약 희망조차 없다면 그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먹고 자는 문제만 간단히 해결할 뿐, 나쁜 상황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2015년에 개봉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희망을 무기로 꺼내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퓨리오사(샤를리스 테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생명의 땅으로 가기 위해 임모탄(휴 키스번)에게 갇혀있던 여성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퓨리오사는 모든 여성들의 희망이었고, 그 희망의 여정에 맥스(톰 하디)가 우연하게 끼어들게 되면서 다각도로 전개되는 추격전이 펼쳐졌었다.
이번에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편에서 희망의 전사였던 퓨리오사의 성장 서사를 다룬다. 사실 성장 서사라기보다는 그녀가 겪었던 모든 절망들을 보여주면서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과정을 보여준다.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행복한 순간은 어린 시절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짧은 행복의 기억 때문에 그녀가 수많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 영화는 그녀의 어떤 감정들을 전달하면서, 그가 겪었던 수만은 절망들을 보여주고 있을까.
[첫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절망
영화의 대부분은 절망으로 가득 차있다.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는 끝없는 사막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누군가의 물과 식량을 탈취한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 이 시기에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공간이 있었다. 바로 퓨리오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그런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외부인을 강력하게 경계하지만 그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퓨리오사가 외부 침입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납치되면서 그녀의 절망이 시작되었다. 영화 초반 퓨리오사의 엄마가 납치된 퓨리오사의 뒤를 따라가는 길고 긴 추격장면은 절망을 맞이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여기엔 두 가지 절망이 섞여 있다. 유일하게 존재하던 푸른 지상 낙원이 외부에 노출되어 버렸다는 것과 그곳 출신 아이인 퓨리오사가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끝까지 퓨리오사를 찾기 위해 추적하지만 결국 그 집단의 우두머리인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에게 붙잡히고 만다. 퓨리오사는 바로 앞에서 엄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퓨리오사는 행복의 상징인 낙원에서 멀어졌고, 점점 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녀의 고통은 커진다. 초반의 긴 추격장면은 긴 안전끈이 늘어나가 끊어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죽임을 당한 후 십여 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퓨리오사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잭(톰 버크)을 눈앞에서 잃게 된다. 그 역시 디멘투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퓨리오사에게 가장 큰 절망을 선사한 디멘투스는 그저 자신을 귀찮게 한 존재를 하찮게 보고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제거해 버렸을 뿐이다. 그렇게 퓨리오사의 절망은 더욱 커지고, 그 절망을 준 존재를 향한 복수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 내내 디멘투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자동차들로 퓨리오사와 일행을 누르고 파괴한다. 영화는 거대한 디멘투스의 차량이 퓨리오사의 자동차를 짓밟는 모습을 담으며 퓨리오사의 절망을 처절한 액션 장면에 담고 있다.
[두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분노와 복수
절망은 당연하게 분노의 감정으로 바뀐다. 퓨리오사는 임모탄이 지배하고 있는 시타델에 숨어 살면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퓨리오사의 분노가 조금씩 쌓여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은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것이어서 단번에 폭발적으로 쌓인 것은 아니다. 퓨리오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고,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하지 않는다면 복수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말도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고 시타델의 시스템 속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탈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위치를 노렸다. 결국 수송 트럭으로 탈출을 감행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잭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모든 남자 가운데 가장 믿을만한 인물이다. 그는 퓨리오사 내면에 숨어있는 분노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무심하게 알려주는 인물이다.
영화 중반부에 잭과 퓨리오사가 무기 농장에서 디멘투스 일행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 무기 농장의 거대한 탑이 무너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 그 상황을 겨우 벗어나지만, 그 액션 장면처럼 그 두 사람은 붕괴되고 있었다.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 퓨리오사는 결국 마음속에 복수만이 가득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세 번째 감정] 모두의 희망이 된 퓨리오사의 희망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비슷한 추격장면이다. 이 추격을 하기 위해 퓨리오사는 바퀴가 하나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게 된다. 마치 팔 하나가 없는 퓨리오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그렇게 추격을 시작한 퓨리오사는 영화의 초반 자신의 엄마가 끝까지 자신을 추적해 왔던 것처럼 끝까지 디멘투스를 추격해 낸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 그리고 유일한 믿음을 주었던 잭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이런 복수의 전체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희망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가 준 복숭아나무 씨앗 하나를 잊지 않았다. 그녀가 입안에 넣어 보호하는 그 작은 씨앗은 그녀가 지켜야 할 최후의 희망이다. 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 직후에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이어서 보고 나면 퓨리오사가 지켜냈던 그 희망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희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그 희망을 지켜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희망의 동력을 나눠주었다.
영화 속 빌런인 디멘투스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디멘투스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또 다른 빌런인 임모탄은 정상적인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희망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엄청난 독재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디멘투스에겐 그런 희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며 삶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가 잭을 죽이는 장면에서 혼잣말로 재미없다고 웅얼거리는 장면에서 그의 그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자신의 희망으로 무작위성, 혼란, 무계획의 대표적인 인물인 디멘투스에게 일종의 형벌을 내린 셈이다.
퓨리오사의 서사는 이번 영화로 완성되었다. 앞으로 <매드맥스> 시리즈가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015년부터 시작된 <매드맥스 사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궁금한 인물이었던 퓨리오사에겐 숨겨진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도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담겨있고, 한 액션 시퀀스가 꽤 길게 이어진다.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프리퀄 영화다. 전작이 액션으로 서사를 완성했다면, 이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액션과 음악 그리고 퓨리오사의 성장이야기로 길게 서사를 이어 완성했다. 전편이 직렬로 이어진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병렬로 펼쳐 다각도로 퓨리오사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한다. 퓨리오사의 희망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끝까지 시선을 잡아두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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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삶이 착한 게 아니다?
착한 삶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는다면 <브레이킹 배드>를 볼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는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를 끄고, 자기 능력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도와줄지 고민하는 게 훨씬 낫다. 요즘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 중 몇몇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었다. 남들을 잘 살게 도와주면서! 그 사람들의 이타심 덕에 나도 성장했다. 글쓰기의 본질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에는 그 사람들이 주지 못한 깨달음이 있다. 자신의 착한 삶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라는 깨달음이다. 드라마의 내용부터 그걸 일으키도록 의도했다.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은 가난한 고등학교 교사 월터 화이트(브라이언 크랜스턴)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마약을 제조해 파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은 분명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불법적인 일로 그 목적을 이루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느새 월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월터의 범행을 막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발전된다. 특히 월터의 아내 스카일러(안나 건)를 보면서 이걸 많이 느꼈다. 그의 행적을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남편이 하는 일은 범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그녀의 집요한 질문이 거슬리는 때가 찾아온다. 심지어 그녀는 임신 중이었음에도 담배(!)를 남편 몰래 피우기까지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터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브레이킹 배드>의 매력은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로부터 나온다. 선행과 악행의 불분명한 경계선. 그 딜레마를 <브레이킹 배드>는 마약 범죄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접목시켰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볼 때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프랜시스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 부부에게만 이런 딜레마가 나타났을 뿐이다. 덕분에 주변의 선한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등장인물 거의 전부에게 이런 딜레마가 드러난다.
서론에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의 선한 삶을 세상이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면 <브레이킹 배드>는 안 어울린다. 솔직히 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알아서 자신의 삶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제공하려 블로그, 유튜브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이러지 않았기에 <브레이킹 배드>를 재밌게 보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브레이킹 배드>는 나한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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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의 성공, 그리고 실패, 그리고 지금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베러맨> 포스터 [출처: 씨네랩, 네이버 영화]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슷하지만 다른
<베러맨>은 영국의 국민적인 가수로 유명한 로비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이다. 포스터에도 쓰여 있듯, 퀸의 이야기를 그렸던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되는 지점이 많다.
다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이라는 밴드와 음악 자체에 집중했다면, <베러맨>은 로비 윌리엄스라는 ‘한 사람’에게 훨씬 더 밀착한다. 그의 전성기와 몰락, 스캔들과 자학, 그 모든 내면을 무대 위의 ‘퍼포먼스’로 다시 연출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꽤 낯설고, 동시에 신선하다.
또한 시대 배경 면에서도 둘은 확연히 다르다. 퀸이 70~80년대를 대표하는 락 밴드였다면, 로비 윌리엄스는 90년대 아이돌 그룹의 아이콘이었다. 록과 팝, 밴드와 아이돌, 창작자와 엔터테이너를 오가며 그는 훨씬 더 상업적이고 정제된 음악 산업을 경험했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특히 아이돌 그룹 Take That에서 시작해 솔로 가수로 나서는 과정에서 보여준 감정의 굴곡, 그리고 팀과 팬, 언론 사이에서 무너지듯 흔들리는 장면들은 오늘날 K팝 아이돌의 이야기와도 묘하게 닮아 있다. 그가 겪은 연애 논란, 멤버 간의 거리감, 끝없는 비교와 기대는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이야기가 “그들은 위대했고, 그래서 그 음악은 불멸이다”라는 찬양의 구조를 갖고 있다면, <베러맨>의 이야기는 “이 못난이는 이렇게 튀었고, 이렇게 망가졌고, 그럼에도 결국 나아졌다”라는 굴곡의 구조를 따라간다. 이 차이만으로도 두 영화의 결말이 남기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파격적인 그리고 극심한 반항과 방황
로비 윌리엄스는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성공’보다, 그가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인 무게에 더 집중한다. 그는 무대 뒤에서 불안했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으며,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자의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방황할수록 커리어는 더 높아졌고, 성공은 커졌다. 수많은 히트곡과 팬, 엄청난 부와 명예, 언론과 대중의 관심까지 모두 쏟아졌다. 그러나 그 모든 것과 동시에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사랑했던 사람들과 멀어졌고, 팀과도 어긋났으며, 자신조차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밀려났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영화는 그의 파괴적인 선택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혼란스러운 내면은 종종 몽환적인 뮤지컬 연출로 표현되며, 그의 고통은 설명 대신 이미지와 리듬으로 조용히 전해진다. "성공 + 마약 = 슈퍼스타"라는 공식이 낭만처럼 소비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암울하고 무서운 공식인지,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온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보여준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주인공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로비 윌리엄스는 이 영화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그는 CG로 구현된 침팬지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침팬지는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극 중 모든 사람들은 그를 사람처럼 대하고, 관객만이 그가 사람 아닌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설정은 굉장히 기묘하지만, 동시에 강력하다. 그는 늘 퍼포먼스를 해야 했다. 가족 앞에서도, 친구 앞에서도, 팬들 앞에서도 언제나 “로비 윌리엄스”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원숭이처럼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쇼를 위해 훈련된 존재, 웃고 춤추는 무대 위의 동물. 영화는 이 자조적인 고백을 상징으로 바꾸고, 침팬지라는 얼굴에 그를 담아낸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하필 침팬지였다는 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자, 동시에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다. 로비는 그 중간 지점에 오래 머물렀다. 모두가 그를 보면서도, 아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그를 얼굴 대신 침팬지로 보여준다. 낯설고 이상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더 잘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다 알지 못해도, 전해지는 것들
나는 로비 윌리엄스를 잘 모른다. 그의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그의 전성기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놓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낯설고, 감정선의 흐름이 익숙하지 않아 몰입이 끊기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특히 그의 음악을 잘 모른다면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분만으로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들었다는 건 꽤 큰 성과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특히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노래는 로비의 곡이 아니라, 어릴 적 그가 가수라는 꿈을 품게 만들었던 곡이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장면과 조용히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끝으로 엔딩 크레딧에는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은 실제 사진이 이어진다. CG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현실로 천천히 전환되는 순간이다. 마침내 현실의 로비 윌리엄스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의 전환이 참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연히 실제 무대 영상들을 보게 됐다. 그가 했던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들이 영화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걸 알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크게 방해되진 않는다. 로비 윌리엄스를 잘 아는 사람에겐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영화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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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여름 극장에 텐트폴 영화가 대거 개봉을 했지만 1위를 지킨 <밀수>!
<밀수>는 주말 관객수 90만명을 넘어서면서 총관 객수 400만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외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저조한 관람객과 예매율을보이면서 흥행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박스오피스 분석과 함께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의 비교분석까지, 지금 시작합니다.✍�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밀수>가 손익분기점 400만명을 앞두고 12일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밀수>는 텐트폴 영화가 대거 개봉을 했음에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위는 <비공식 작전>, 3위는 <엘리멘탈>이 차지했습니다. <엘리멘탈>은 뒷심을 발휘하며 700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수>는 주말 관객 수 90만명을 기록하며 총 누적 관객수 350만명을 넘기면서 손익분기점 400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범죄도시3> 이후 한국 영화 대작들 중 가장 먼저 흥행 궤도에 오른 작품으로 류승완 감독은 한국영화관 불황 속 <모가디슈><밀수> 두 작품 모두 흥행 시키는데에 성공했습니다.
<밀수>가 순항한 반면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개봉 첫 주말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비공식작전>은 44만명으로 2위, <더 문>은 18만명이 보는 데 그쳐 4위에 머물렀습니다.
두 영화 누적 관객수는 각 70만명, 36만명을 기록했고, 비공식작전과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600만,
640만명으로 이 추세로는 흥행과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엘리멘탈은 총 관객수 630만명을 넘기며 700만명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범죄도시3>를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로 초반 부진했던 성적에 비해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장기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품입니다.
개봉 첫 주 참담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더 문>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습니다.
공개된 여름 텐트폴 영화 4편 가운데 유일하게 손익분기점 돌파를 바라보고 있는 <밀수>와
<비공식작전>과 <엘리멘탈>에 밀려 부진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며칠 뒤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오펜하이머>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흥행은 어려울것으로 보입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주 <바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바비>는 북미를 중심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전세계 총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매출액 13억 달러를 넘겨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바비>가 1위를 탈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뒤로 <메가로돈>이 개봉 첫 주 <오펜하이머>를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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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웨이 후기 / 라트비아 감독의 1인제작 애니메이션 / 뛰어난 영상미 / 잔잔하고 평화로운 애니 / 소년의 성장영화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어웨이"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엔드크레딧도 1인 제작이라 그런지 엄청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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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시벨> 캐릭터 예고편
김래원 X 이종석 X 정상훈 X 박병은 X 차은우 도심 테러를 둘러싼 5인의 캐릭터! 몰입도 500% 캐릭터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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