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soyo 2025-06-25 00:37:26
바다호랑이, 세월호 그날, 바다에 남은 또 하나의 이야기
바다호랑이, 세월호 그날, 바다에 남은 또 하나의 이야기

영화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많은 콘텐츠 가운데서도 가장 낯설고도 꼭 필요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즉 민간 잠수사들의 삶과 고통에 집중한다.
- 영화 개요
제목: 바다호랑이
개봉일: 2025년 6월 25일
감독: 정윤철 (말아톤, 대립군)
원작: 『거짓말이다』 (2016, 김탁환 작가) – 고 김관홍 잠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르포 소설
장르: 휴먼 드라마, 실화 기반
상영시간: 약 108분
주인공 나경수는 실존 인물인 故 김관홍 잠수사의 삶을 바탕으로 ‘구조자’라는 이름 아래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려낸다. 주인공 나경수(이지훈)는 자원봉사로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다. 국가가 구조를 포기한 그 바다 속에서 그는 목숨을 걸고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참사의 잔인한 기억은 그의 몸과 정신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공기탱크보다 더 무거운 죄책감,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할 진실은 외면한 채 되레 잠수사에게 책임을 묻는 국가. 결국 그는 동료의 죽음을 둘러싼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그 날을 잊고 싶은 마음과,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사이에서 그는 또 한 번 ‘잠수’ 대신 ‘증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훈장이 아닌 심각한 잠수병, 깊은 트라우마, 그리고 책임을 떠안으라는 국가의 협박이었다. 이 영화는 그런 그가 다시 법정 증언대에 서기까지의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며 치유와 용기의 드라마를 그린다.
연출 또한 인상적이다. 물 한 방울 없이 바다를 표현하고, 실내 세트만으로 선체와 군중, 법정을 구현한 연극적인 방식은 오히려 더 강한 상상력과 몰입을 자극한다. 거대한 바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를 방치하는 시스템과 사회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날카롭게 다가온다.
연출을 맡은 정윤철 감독은 세월호 선체 내부의 미로 같은 구조, 어둠과 절망의 바다를 고스란히 표현하면서도특수효과 대신 마임, 연극적 장치, 공간의 상징성을 통해 관객의 상상과 감정을 자극한다. 제한된 예산을 뛰어넘은 이 실험적 연출은 오히려 실제보다 더 깊은 몰입과 고통을 안긴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를 소재로 하되 슬픔의 새로운 층위를 비춘다. ‘남겨진 자’로서, ‘수습한 자’로서, 또 한 명의 피해자로서 민간 잠수사의 존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김관홍 잠수사는 2016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고통과 용기는 이 영화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구조의 책임을 다한 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돌려주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은 참사의 연장선 위에서 관객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김관홍이라는 이름이 나경수라는 캐릭터로 다시 살아난 이 영화는 잊힘에 저항하는 한 편의 증언이자 정의롭지 못했던 구조 이후의 구조를 향한 울림이다. 그날 이후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지금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 본 글을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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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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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나일 강의 죽음>(NEW)
▶<나일 강의 죽음>이 2월 2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11일~13일) 관객 수 9만 461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1198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현저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35만 7천여명으로 주말 관객이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 직적인 2021년 12월 둘째 주(38만 8천여명)이후 두 달만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국내 극장가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한편 <나일 강의 죽음>은
추리소설의 여왕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추리 드라마 장르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
'케네스 브래너', '갤 가돗' 주연의 영화입니다.
2위. <해적: 도깨비 깃발>(▼1)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주말동안 (11일~13일) 주말 관객 수 6만 5298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21만 2392명입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올해 개봉작 중 첫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기록됐는데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이 개봉을 하게되면서 지난 주에 비해 박스오피스 순위는 1계단 하락했지만
극 중 배우들이 선사하는 유쾌한 에너지와 재미, 그리고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3위. <킹메이커>(▼1)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킹메이커>입니다.
같은 기간(11~13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8709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0만 7272명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특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여파로 다시 한번 극장가의 관객이 현저히 떨어진만큼
<킹메이커>의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7회 예측 이벤트는 2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제87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한 주동안 씨네픽 참가자분들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주셨습니다.
또한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에 참가하여 모든 순위를 맞힌 분들은 모두 32명으로 5,718P의 상금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1692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748만 9384명을 기록했습니다.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에 비해 순위는 1계단 하락했습니다.
또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는 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5위. <355>(NEW)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박스오피스에 첫 진입한 영화 <355>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7963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3만 545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355>는 화려한 할리우드 캐스팅과 압도적 액션 규모로
개봉 첫날부터 실관람객들의 폭발적인 호평 리뷰를 얻으며 입소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인데요.
영화 <355>는 인류를 위협하는 글로벌 범죄조직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에서 뭉친
최정예 블랙 에이전트 팀355의 비공식 합동작전을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로
제시카 차스테인, 다이앤 크로거, 페넬로페 크루즈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와 동일한 <나일 강의 죽음>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1~13일) 북미기준 $12,800,000 (한화 약 15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 새롭게 북미 박스오피스 3위에 진입한 작품은 <Marry Me>입니다.
영화 <Marry Me>는 제니퍼 로페즈, 오웬 윌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북미의 2009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서로 알지 못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북미에서는 2월 11일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 미예정인 것 같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5위는 영화 <Blacklight>입니다.
영화 <Blacklight>는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리암 니슨'의 새로운 액션 영화입니다.
'트래비스 블럭'이라는 정부 요원으로 등장하며 시민들을 노리는 정부의 음모를 알게됨과 동시에
FBI국장의 계략에 걸려들어 자신의 가족들마저 위험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요.
테이큰 시리즈와 비슷한 결의 영화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관객들의 잦은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에 대한 피로도가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영화가 흥행을 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2월 11일 ~ 2022년 2월 13일)
1. <나일 강의 죽음> 128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잭애스 포에버> 805만 달러 (누적 3742만 달러)
3. <매리 미> 8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4.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715만 달러 (누적 7억 5900만 달러)
5. <블랙라이트> 36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6. <씽2게더> 295만 달러 (누적 1억 4338만 달러)
7. <문폴> 285만 달러 (누적 1515만 달러)
8. <스크림> 283만 달러 (누적 7317만 달러)
9. <리코리쉬 피자> 92만 달러 (누적 1399만 달러)
10.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3만 달러 (누적 367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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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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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접수에 나선 연기돌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탄생, f(x) 크리스탈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EXID 하니
인생 캐릭터 만남 예고, 카라 한승연<애비규환>, 정수정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08분 | 2020.11.12 개봉
감독 : 최하나 | 출연 : 크리스탈, 장혜진, 최덕문
아이돌 그룹 f(x)로 데뷔해 Hot Summer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크리스탈'(정수정)은 가수 활동은 물론 [볼수록 애교만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슬기로운 감빵생활], [써치] 등 다양한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활약해왔는데요. 음반시장에 이어 브라운관까지 접수한 그녀는 지난해 <애비규환>을 통해 똑 부러진 성격과 어디서도 주눅들지 않는 용기를 지닌 위풍당당한 '토일' 역을 맡아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특히 정수정은 <애비규환>을 통해 스물 두 살 대학생이자 임산부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죠.<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드라마 | 한국 | 127분 | 2021.04.15 개봉
감독 : 이환 | 출연 : 이유미, 하니, 신햇빛
아이돌 그룹 EXID로 데뷔해 "위아래"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하니'는 예능과 웹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는데요. '하니'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대신 본명 '안희연'을 활동명으로 하여, 올해 초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쳤습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인데요. 안희연은 극중에서 18세 임산부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 역으로 분해 흡연과 거친 욕설 등을 서슴지 않는 파격적인 캐릭터로 그 동안 본적 없던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습니다.<쇼미더고스트>, 한승연
코미디, 공포 | 한국 | 83분 | 2021.09.09 개봉
감독 : 김은경 | 출연 : 한승연, 김현목, 홍승범
인기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에서 MC 및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온 한승연 또한, 올 9월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녀의 장편 데뷔작 <쇼미더고스트>는 산뜻하고 유쾌한 올해의 독립영화 화제작으로, 한승연은 극중 자취방 보증금마저 주식으로 날려버린 만년 취준생 '예지'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청춘시대] '예은' 역에 이은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쇼미더고스트>를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의 불안함과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한 한승연은 개봉에 앞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라는 평과 함께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에 지명되는 쾌거를 이뤘다고 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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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아무도 기억 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JIFF데일리] 위드아웃 허 (Without Her)
아리안 바지다프타리 | Arian VAZIRDAFTARI
Iran |2022 |111min |DCP |Color |Fiction |15Asian Premiere
시놉시스
로야는 이란에서 덴마크로 이민을 떠나기 불과 2주 전, 길을 잃었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어린 여자를 만난다. 로야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고 자신의 남편, 가족,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로야는 이 여자가 점차 자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다.
프로그램 노트
남편 바박의 강한 주장으로 2주일 후면 로야는 이란에서 덴마크로 이민을 떠난다. 집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싸는 등 경황없는 날들을 보내는 로야는 어느 날 길에서 말 없는 젊은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길을 잃어버렸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데다가 로야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로야는 그녀를 돕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고, 정신을 차리자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녀의 신분은 조회되지 않는다. 한편 출국 서류 준비를 하던 로야는 친구 때문에 자신의 출국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젊은 여자는 로야 행세를 하며 로야의 정체성을 훔치기 시작한다. 남편 바박까지 도우면서 로야는 더 이상 로야가 아니고, 젊은 여자가 로야로 둔갑한다. 누군가가 내가 되고,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된다고 상상해본다면 황당한 줄거리 같지만, 아리안 바지다프타리 감독은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로야 역을 맡은 타나즈 타바타바이의 연기도 뛰어나다. (전진수)
아무도 기억 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남편 바박과 함께 오랫동안 계획한 덴마크 이민을 위해, 시끌 벅적하게 퇴직 인사를 하고 집 앞에 선 로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쏟아지는 정신 없이 스산한 밤이었고, 집 앞에서 비를 맞고 서 있던 젊은 여자는 로야의 눈 앞에서 쓰러진다. 기억을 잃은 것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로야는 ‘지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을 찾도록 돕는다.
‘지바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그녀는 로야의 삶을 훔치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가 한참 지날 때 까지도 관객은 지바의 사연을 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실은 무엇인지, 누가 바박의 아내였는지, 그래서 ‘로야는 정말 로야인지’ ‘지바가 로야를 구해준 것이고, 로야가 착각한 것은 아닌지.’ 관객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다다라야지만 누군가의 사연이나, 배신이나 함정이 아닌 여자의 대체가 통용되는 ‘단지 그런 세상’이라는 세계관에서 비롯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자의 인생을 대체하는 것이 통용되는 세상엔 두가지 법칙만 있다. 순응하던가. 사라지던가.
말하는 법조차 잊어, 말을 하지 않던 지바가 말을 하기 시작하며, 로야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고, 로야의 실종된 친구 엄마에게 찾아가 꿈 이야기를 듣던 어느 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하고 말하던 장면에서 지바는 새로운 삶에 침묵으로 거부하다가, 순응하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가족은 자신의 장례를 치루어 자신을 지웠고,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는 인생은 살아있지 않은 것과 같은 삶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바는 사라지는 것 대신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대체를 하는 쪽도, 대체를 당하는 쪽도 모두 마찬가지다. 순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억이 되는 수밖에.
눈을 가린 여자에게 행하는 ‘돌봄’이라는 이름의 가해
영화는 내내 흐릿하다. 이란에 저렇게 비가 많이 오나 싶을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는 자주 사람들의 시야를 흐린다. 빗방울이 쉴 새 없이 흐르거나, 김이 서려 흐릿하게 보이는 유리창은 선명한 사실에서 자주 멀어지게 만들고, 로야가 라식 수술이 후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은 위기의 절정이 된다.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되고,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가해를 저지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이런 설정은 이란의 여성이 처해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시야를 가리고, 보호라는 이름으로 억압하며,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말도 안되는 일이 당연한 듯 벌어지고 있는 무서운 세상이 2023년, 이란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디터 luna
영화 <위드아웃 허>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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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배트맨> 자기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의 조력을 받고 '제임스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와 협력하며 어둠 속에서 고담시의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 그는 고담 시장 선거를 앞두고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폴 다노)'가 연쇄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리들러가 남긴 단서를 쫓아 '캣우먼(조 크라비츠)', '펭귄(콜린 파렐)', '카마인 팔코네(존 터투로)'를 차례대로 만나며 증거와 정황을 파악하던 배트맨. 그러나 수사를 계속할수록 그는 모든 증거가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의 가려진 과거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관객들과 함께 한 배트맨. 이처럼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로 통하는 배트맨이지만, 사실 그의 역할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과는 달랐다. 그간 배트맨 영화는 배트맨/브루스 웨인만큼이나 그의 빌런들에게 적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쏟아 왔다. 실제로 펭귄과 베인, 라스 알 굴 같은 수많은 캐릭터들은 지금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있으며, 특히 그의 숙적인 조커의 경우에는 단독 영화로도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전까지의 배트맨 영화가 하지 않았거나 미처 못했던 일을 대신하는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조커>(2019)의 그림자가 진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다채롭게 장르를 바꾸어가며 영웅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2년 차 배트맨의 내면과 심리를 진득하게 풀어내는 <더 배트맨>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탐정 영화로서 <더 배트맨>
너무나도 익숙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들여다보기 위해 <더 배트맨>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하다. 배트맨 고유의 정체성, 곧 탐정이라는 정체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애초에 DC 코믹스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디렉티브(탐정) 코믹스에서 배트맨 탐정으로 처음 등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원형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는 리들러의 범죄 현장으로부터 경찰들과 과학수사 요원들도 놓치는 여러 단서들을 침착하지만 신속하게 포착하고, 이를 토대로 리들러의 목적을 추리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동시에 영화는 배트맨의 탐정 활동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가 겪는 부작용과 피해도 공들여 묘사한다. 특히 작중 탐정 배트맨이 프로파일러에 가깝게 묘사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탐정 영화로 출발한 <더 배트맨>이 심리 스릴러를 거쳐 종국에는 히어로 영화로서 마무리될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 내리는 날씨와 암부가 짙은 배경을 통해 살려낸 누아르적 분위기가 이 영화의 특장점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그림자 속에 숨어 있을 거라는 범죄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바로 그림자라고 독백한다. 그 말대로 배트맨은 고담 시의 다른 경찰들과 달리 범죄자적 사고(thinking like a criminal)에 능하다. 그는 철저히 범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이용하며, 범죄자들의 특정한 욕구, 경험, 그리고 관념을 쫓을 줄 안다. 이는 돈 미첼 시장의 집을 감시하는 리들러의 시점과 캣우먼을 관찰하는 배트맨의 시점이 연출된 방식이 동일한 이유다. 그래서 고든이 풀지 못하는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오직 배트맨만이 풀고, 그만이 리들러가 숨겨놓은 힌트를 찾아내고 해석할 수 있다.
심리 스릴러로서 <더 배트맨>
하지만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선악의 저편> 속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대로, 프로파일러인 배트맨은 악을 들여다보다 깊은 고통을 겪는다. 범죄자의 입장이 되어서 범죄자의 심리를 통해 사건을 해석할 때 프로파일러의 자아는 방향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작중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에 매진하느라 재벌이자 기업인으로서의 공적인 삶과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개인적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또 밤이 익숙해진 결과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또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까 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과 다른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마치 거울처럼 활용해 탐정 영화에서 심리 스릴러로 자연스레 장르를 전환시킨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프로파일러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범죄자나 피해자에게 전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화가 브루스 웨인의 내적 갈등과 고통을 그가 쫓고 만나고 대화하는 주변인들에게 투영시켜 외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는 배트맨의 수많은 빌런과 조력자들이 한 영화 속에 빼곡히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진실을 사이에 둔 채 변화하는 브루스 웨인과 팔코네의 관계, 또 그와 알프레드의 갈등과 봉합은 액션신 없이도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배트맨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계기를 보여주는 배트맨과 리들러의 관계다. “나는 복수다”라고 되새기며 범죄자들을 제압하던 초반부의 배트맨. 그런 그 앞에 선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에게 무관심했던 고담시를 향해 마치 '외로운 늑대(lone wolf)'처럼 그저 복수하는 것뿐이라고 대답한다. 그 순간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복수심을 범죄자들에게 쏟아내며 해소하던 배트맨은 자신의 모습이 그가 혐오하는 범죄자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배트맨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앞에 선다. 이에 더해 그와 캣우먼과의 로맨스도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사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를 동일시하던 배트맨과 달리 그 둘이 완전히 항상 같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캣우먼 역시 배트맨으로 하여금 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영웅 서사로 귀결되는 <더 배트맨>
이처럼 배트맨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로부터 스스로에 대한 의심, 고민, 갈등을 마주한 순간, <더 배트맨>은 장르를 심리 스릴러에서 히어로 영화로 바꾼다. 그 질문과 고뇌에 대한 답, 곧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트맨을 비추기 위함이다. 배트맨은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을 보면서, 또 캣우먼과 자신의 차이를 자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리들러의 수수께끼와 캣우먼의 인생사를 통해 자신의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가 같은 의미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공포의 상징이었던 배트맨은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노와 복수심을 떨쳐내고,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또 성장한다.
그래서 홍수가 고담시를 덮치고, 시민들이 위기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에 배트맨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스스로를 어둠과 복수에 동일시하며 그림자 속에 머물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림자 밖으로 나와 누구보다도 먼저 시민들을 구하러 나선다.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고, 어둠 속에서 조명탄에 불을 붙여 길을 인도하고, 어둠에 갇힌 이들을 환한 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이끌어 준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발자취만 쫓던 그가 다른 이들을 위해 먼저 발자취를 남겨주며, 공포의 화신이 아닌 영웅으로 자리매김한다.
배트맨의 영웅 서사는 앞뒤로 신화적 표상이 가득하기에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리들러의 살인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함께 들려준다. 이 노래의 가사가 그리스도이자 메시아인 예수의 탄생을 마리아에게 알려주는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오프닝은 리들러의 악행으로부터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이는 <더 배트맨>의 묵시록적인 결말부와도 직결된다. 요한 묵시록은 일곱 번의 재앙이 일어난 후에 예수가 재림하고 신의 나라가 도래할 것을 약속한다. 그런데 마침 일곱 대의 차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고담시는 구약 성서의 내용과 노아를 연상케 하는 홍수에 휩싸여 버렸고, 그 순간 배트맨은 사람들을 구하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영리한 수미상관을 보여주는 <더 배트맨> 속 영웅의 성장은 누아르 장르의 어둡고 진득한 분위기가 더해져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플롯을 빛내는 영리한 연출
한편, 맷 리브스 감독의 유려하면서도 직관적인 연출은 배트맨의 각성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는 인물의 시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리들러의 시점에서, 배트맨의 시점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 이때 배트맨의 시점에 주목해보면, 그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이나 카메라 등의 도구를 이용해도 배트맨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흐릿한 시야에 갇혀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시야는 점점 뚜렷해지면서 넓어지며, 마지막 순간에 그는 가장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 고담 시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출 방식이다. 우선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도 고통에 빠트릴 정도로 범인을 쫓는 일만 집착하던 한 탐정이, 자신의 한계를 깨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담아내기에 영리하다. 또한 배트맨이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해 알 수 없는 과거에 괴로워하던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확실한 과거를 알지 못해도 브루스 웨인이 집착과 미련을 내려놓고 순간 답답하던 시야가 넓게 트이는데, 이정면은 마치 진실을 확신하지 못해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긴 러닝타임 때문에 느슨해지려는 찰나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액션신도 인상적이다. 특히 한 템포를 쉬고 본격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예열의 미학이 돋보인다. 관객을 순간적으로 작중 범죄자 혹은 빌런의 입장에 서게 만들면서 배트맨을 마주하는 그 두려움과 공포감을 온몸으로 함께 맛보게 하여 배트맨이 왜 공포의 상징인지를 단숨에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다섯 개의 액션 시퀀스 중에서 전복된 펭귄의 시점에서 배트맨을 보여주는 펭귄과의 추격전이 유독 뇌리에 각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더 배트맨>에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전반적으로 최근 트렌드와는 동 떨어진 스타일의 영화인 점이 호불호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결정적인 단점이다. 단순히 절대적인 영화의 시간이 길거나 볼거리(액션)나 스토리의 강약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메인 빌런인 리들러의 경우 그의 범행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데 비해 그의 동기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라서 그 괴리감이 적지 않다. 배트맨의 성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캣우먼의 활용법 역시 그녀의 존재감과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배트맨의 이야기와 별도로 전개되는 개인적인 서사가 다소 과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리는 <더 배트맨>이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배트맨 영화 중에서도 유달리 이질적이고, 세계관 연계에 집중하는 근래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묵직하고 우직하게 히어로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신선함을 선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배트맨>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논쟁이 되기에 오히려 특별한, <로건>과 <조커>의 뒤를 잇는 모험적인 히어로 영화의 비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새로운 배트맨 케이브로의 깊고 어둡고 진득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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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버린 시계를 다시 움직인 진심
멈춰버린 시계를 다시 움직인 진심
영화 물비늘
감독] 임승현
출연] 김자영, 홍예서, 정애화, 설시연, 김현정, 장준휘, 최원용, 하준호
시놉시스] 예분은 손녀 수정을 사고로 잃은 뒤 삶이 1년 전 그날에 멈춰버렸다. 손녀의 유해를 찾기 위해 매일 같이 강가에 나가는 예분 앞에 손녀의 절친 지윤이 나타난다. 두 사람에겐 들어야 할 진실이 있고, 삼켜야 할 비밀이 있는데, 진실과 비밀 사이 깊은 슬픔이 일렁인다.
#스포일러 유의#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을 그려내다
예분의 손녀 수정은 도대회에 나가 상을 탈 정도로 수영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수정은 강가에서 래프팅을 하다 물에 휩쓸려 죽게된다. 사실 이 사고는 누군가에 의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다. 하지만 수정의 할머니 예분과 그녀의 절친한 친구 지윤은 그 날 이후 각자의 죄책감에 사로잡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예분은 자신이 술을 먹고 손녀 수정에게 험한 말을 하며 나가라고 소리친 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라는 사실이, 자신에게 분해 래프팅을 타러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자신이 술을 먹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손녀 수정에게 험한 말을 해 상처를 입히지 않았더라면 그 래프팅을 타러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에 빠진다.
친구 지윤 역시 마찬가지다. 수련회로 래프팅을 타러왔던 지윤과 수정. 수정은 할머니와의 싸움으로 기분이 나빠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하지만 지윤은 여기까지 왔는데 래프팅을 타고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며 수정을 설득한다. 그렇게 래프팅를 타기 위해 보트에 오르고, 수정이 구명 조끼를 입고 답답해하자 지윤은 수정의 구명조끼 끈을 조금 느슨하게 고쳐메준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난 물에 보트는 뒤집히고 수정은 휩쓸려 떠내려가고 만다. 지윤은 수정의 말대로 햄버거를 먹으러 갔었더라면, 수정이가 답답해 하더라도 구명조끼 끈을 느슨하게 고쳐주지 않았더라면 하는 죄책감으로 인해 매일 약을 먹으며 지낸다.
영화 물비늘은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이들이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멈춰 버린 시계가 다시 돌아가다
예분은 손녀 수정이 죽은 뒤 매일 같이 강으로 가서 죽은 수정이의 유품이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곧 공사가 시작돼 더이상 강에서 손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지윤의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게 되고, 지윤은 의지할 데가 사라지자 유일하게 할머니의 시신을 수습해줄 수 있는 에분을 찾아간다. 지윤의 죽음 이후 예분을 의도적으로 피하던 지윤에게는 예분을 찾아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머니의 시신을 수습하고 예분은 지윤에게 수정이의 사고 날 기억나는 것이 없는지 재차 물어보고 이 상황이 불편한 지윤은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상황을 벗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지윤은 다시 환청에 휩싸이고, 남아있는 약을 다 먹어버린 지윤은 두려운 상태로 조작된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지만 이내 약사에게 들키고 만다. 이 모든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자 지윤은 다시 예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윤의 상태를 알게된 예분은 자신의 손녀 수정이와의 일은 더이상 묻지 않고 지윤을 받아주기로 결심한다.
할머니의 따뜻함에 점점 지윤은 마음을 열고, 살갑게 대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던 중 지윤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하던 그날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사실 지윤이 수정을 죽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예분은 자신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음에 분노하고 이성을 잃고 지윤이를 집에서 내치게 된다. 그럼에도 분노가 풀리지 않았던 예분은 더이상 자신이 강가에서 손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만든 공사 현장으로 가서 깽판을 치기 시작하고, 이를 말리다 지윤이 크게 다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분은 이제까지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수를 쓴 사람이 지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타이어 펑크를 내고, 시멘트 가루를 흩뿌려 놓고, 이렇게 하면 지윤은 조금이라도 공사를 늦춰 할머니가 수정이의 흔적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를 안 예분은 이 모든 일은 자기가 꾸민 짓이라고 거짓으로 말하며 지윤을 지켜준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지윤은 자신의 할머니 장레를 치르기로 결심한다. 예분은 그동안 운영하던 장례식장을 접고 딸 곁으로 가려고 했지만 끝내는 지윤의 곁에 남아 그녀의 할머니가 되어준다. 영화 물비늘은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멈춰 버린 시간이 서로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물비늘은 진심만이 오해를 풀고 서로를 옥죄었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예분과 지윤의 캐릭터를 통해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서툴지만 그 진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서로에게 또다른 가족으로서 다가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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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어찌 잘 마무리했습니다만
1년 반에 걸쳐 2부작으로 구성한 영화 '외계+인' 시리즈가 완결됐다. 비록 전반부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갈지(之) 자 행보를 보였지만, 후반부에는 펼쳐놓았던 떡밥과 얼개들을 회수하며 비포장도로를 무사히 완주했다.
1부에서 혹평을 면치 못했던 '외계+인'은 최초 계획했던 것(2022년 연말 개봉)과 달리 장고 끝에 수차례 편집을 거쳐 2024년 새해가 되어서야 2부를 선보였다. 관객들이 1부를 선관람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개봉 텀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외계+인' 2부는 1부의 이야기를 축약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안(김태리)과 가드(김우빈), 썬더의 여정부터 삼각산 두 신선 흑설(염정아), 청운(조우진)이 무륵(류준열), 이안과 얽히는 과정, 외계 죄수 설계자(소지섭) 등 행방까지 숨 가쁘게 보여준다.
1부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간략 소개한 뒤, 2부를 통해 본격 얽히고설킨 캐릭터들 관계 및 서사들이 하나로 이어진다. 이때 최동훈 감독 작품의 시그니처인 각양각색의 선수들이 입담을 발휘하고 몸을 쓰고 합을 이루는 플레이들이 펼쳐진다. 1부보다 캐릭터 수가 늘어났고 세계관은 훨씬 커졌지만, 이를 적절한 밸런스로 풀어낸다.
그러면서 '전우치'를 연출하던 시절 선보였던 적절한 웃음과 경쾌한 액션이 부각된다. 덕분에 1391년과 2022년, 과거-현재를 쉴 새 없이 넘나들어도 페이스를 유지함과 동시에 관객들을 쉽게 이끌고 간다.
이와 함께 전편에서 웃음을 유발했던 일부 캐릭터들의 분량도 늘어났다. 1편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해냈던 흑설, 청운 콤비를 연기한 염정아, 조우진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입담과 도술로 활력을 더했고, 1부 말미에서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민개인 역의 이하늬 또한 웃음과 액션 모두 맛깔나게 소화하며 제 몫을 다 한다.
특히 2부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 함께 싸우는 후반부 48분은 '외계+인' 시리즈의 모든 것이 쏟아진다. 열차가 공중으로 탈선하고, 각종 도술이 난무하는 장면 속에서 인간-도사들이 한 팀이 되어 액션 케미를 펼치는 그림이 꽤나 볼 만하다. 전편의 실패를 거울삼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최동훈 감독의 노력이 느껴진다.
다만 '외계+인'이 2부작 동안 이끄는 동안, 정작 극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빌런 외계인의 존재감이 다양한 매력을 갖춘 주인공 및 서브 캐릭터들에 비해 약하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유나 밀도 등이 부족하다 보니 주요 캐릭터들과 외계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걸 '구경'하는 수준에 그친다.
'외계+인' 2부만 놓고 봤을 때는 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난한 수준의 외계인 퇴치극으로 완성했다. 하지만 호불호 갈렸던 1부의 빌드업 방식이 관객들을 다가오게 만드는 데 장벽 역할을 했었기에 2부로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비슷한 성격을 지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내리막길 타고 있는 시점에 공개됐기에 관객 모으기는 더욱 어렵지 않을까 예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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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 정신차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
?Rabbitgumi입니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앰뷸런스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아주 크게 기대받던 영화는 아니었죠.
예고편을 봤을 때, 은행을 털고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여서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재미있는 액션 영화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가있는데 조금은 질질 끈다거나 오버하는 장면이 줄었어요.
이야기 구성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액션과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긴장감 만은 확실히 잡습니다.
영상과 음향이 멋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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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과 준고, 그들의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1차 메인 예고편 ‘시간' 공개 9월 27일(금) 저녁 8시 오직 쿠팡플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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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발레리나> 티저 예고편
"내가 너 지옥까지 쫓아갈 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가 시작된다! 전종서 X 《콜》 이충현 감독의 스타일리시 액션 복수극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10월 6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