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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soyo 2025-06-25 00:37:26

바다호랑이, 세월호 그날, 바다에 남은 또 하나의 이야기

바다호랑이, 세월호 그날, 바다에 남은 또 하나의 이야기

영화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많은 콘텐츠 가운데서도 가장 낯설고도 꼭 필요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즉 민간 잠수사들의 삶과 고통에 집중한다.

 

- 영화 개요

  • 제목: 바다호랑이

  • 개봉일: 2025년 6월 25일

  • 감독: 정윤철 (말아톤, 대립군)

  • 원작: 『거짓말이다』 (2016, 김탁환 작가) – 고 김관홍 잠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르포 소설

  • 장르: 휴먼 드라마, 실화 기반

  • 상영시간: 약 108분


주인공 나경수는 실존 인물인 故 김관홍 잠수사의 삶을 바탕으로 ‘구조자’라는 이름 아래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려낸다. 주인공 나경수(이지훈)는 자원봉사로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다. 국가가 구조를 포기한 그 바다 속에서 그는 목숨을 걸고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참사의 잔인한 기억은 그의 몸과 정신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공기탱크보다 더 무거운 죄책감,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할 진실은 외면한 채 되레 잠수사에게 책임을 묻는 국가. 결국 그는 동료의 죽음을 둘러싼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그 날을 잊고 싶은 마음과,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사이에서 그는 또 한 번 ‘잠수’ 대신 ‘증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훈장이 아닌 심각한 잠수병, 깊은 트라우마, 그리고 책임을 떠안으라는 국가의 협박이었다. 이 영화는 그런 그가 다시 법정 증언대에 서기까지의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며 치유와 용기의 드라마를 그린다.

 

연출 또한 인상적이다. 물 한 방울 없이 바다를 표현하고, 실내 세트만으로 선체와 군중, 법정을 구현한 연극적인 방식은 오히려 더 강한 상상력과 몰입을 자극한다. 거대한 바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를 방치하는 시스템과 사회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날카롭게 다가온다.

연출을 맡은 정윤철 감독은 세월호 선체 내부의 미로 같은 구조, 어둠과 절망의 바다를 고스란히 표현하면서도특수효과 대신 마임, 연극적 장치, 공간의 상징성을 통해 관객의 상상과 감정을 자극한다. 제한된 예산을 뛰어넘은 이 실험적 연출은 오히려 실제보다 더 깊은 몰입과 고통을 안긴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를 소재로 하되 슬픔의 새로운 층위를 비춘다. ‘남겨진 자’로서, ‘수습한 자’로서, 또 한 명의 피해자로서 민간 잠수사의 존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김관홍 잠수사는 2016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고통과 용기는 이 영화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구조의 책임을 다한 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돌려주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은 참사의 연장선 위에서 관객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김관홍이라는 이름이 나경수라는 캐릭터로 다시 살아난 이 영화는 잊힘에 저항하는 한 편의 증언이자 정의롭지 못했던 구조 이후의 구조를 향한 울림이다. 그날 이후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지금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 본 글을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 소요 s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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