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kitkatniss 2025-06-25 22:03:12

드라마 <졸업> : 진정한 어른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주세요, 빛나는 졸업장을"

 

 

안판석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졸업> (TvN, 2024) 은 공개 전부터 관심과 우려를 한 번에 받았다. 시장이 감독의 전작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5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느린 드라마를 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합이라도 하듯, 콘텐츠는 조각나 숏폼으로, 유튜브 축약본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시대 속 문학적인 대사, 켜켜히 쌓이는 감정선, 그 안의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안 감독의 <졸업> 은 느린 이야기의 건재함을 증명한다.  

 

   안 감독은 항상 로맨스의 외피를 통해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 왔다. 이번 작품 역시 학원 강사들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사회에 자리 잡은 계급과 교육 문제를 드러낸다.  드라마의 배경은 사교육의 천국, 대치동 학원가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입시는 계급을 결정하는 첫번째 통과의례이다. 모두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타고난 계급을 지키거나, 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시에 전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구조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노린다. 드라마 속 한밤중까지 불이 켜진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은 이런 욕망이 얽힌 한국 사회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극은 일타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10년 전 제자 이준호(위하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과거 혜진이 처음으로 가르쳤던 이준호는 혜진의 가르침을 통하여 꼴찌 생활을 청산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하는 정석 같은 삶을 산 인물이다. 어느 날 준호가 혜진의 학원에 선생으로 입사하며 혜진의 일상에는 큰 파문이 인다. 준호는 혜진의 실적 중심의 교육 신념을 흔들고, 주변 대치동 사람들은 혜진을 끌어내리기 위한 공작을 끊임없이 펼친다. 

 

    문제의식이 없던 한 인물의 삶에 갑자기 들어온 사랑. 그로 인해 문제에 눈을 뜨고 변화하는 인물. 안 감독이 유구하게 추구하는 로맨스의 방식이다. 혜진은 10년 전에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인 국어의 본질을 가르침으로써 학생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인물이었다. 지금의 혜진은 성공했지만 더이상 자신을 교육자라 여기지 않는다. 혜진에게 자신의 역할은 “학생들 성적이나 올려서 좋은 대학 보내는 사람”이고, 학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관문일 뿐이다. 연인으로 발전한 준호와 혜진은 교육관의 차이로 부딪힌다. 성적 상승이 입시교육의 목적이라는 혜진의 의견은 계급 담론의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교육의 현주소를, 국어가 아이들의 문해력을 높이고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준호의 의견은 교육의 본질적 측면을 강조한다. 여기에 힘없는 공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학원 선생이 된 표상섭(김송일)과 문제 풀이를 넘어 텍스트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생 이시우(차강윤)가 더해지면서 드라마는 로맨스를 넘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12년의 학제를 통틀어 좇는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가. 좋은 대학에 가는 물질적인 목표를 이룬 후에, 우리의 삶에는 무엇이 남는가. 준호와 상섭을 통하여 자신의 삶에서 본질적으로 의미 있는 것을 찾아가는 혜진의 모습을 통하여 감독은 말한다. 입시 교육이 대변하는 무한 경쟁과 물질주의에 경도된 삶을 살아가는 한, 우리는 평생 ‘졸업’하여 어른이 되지 못할 거라고. 우리의 삶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사유하고, 또 성찰하라고. 또 교육은 그런 여정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작성자 . kitkatniss

출처 . TvN 홈페이지 갈무리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