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08-28 16:26:27
온기가 필요한 청춘의 파들파들 떨리는 날갯짓
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2024)
온기가 필요한 청춘의 파들파들 떨리는 날갯짓
개봉일 : 2024.08.28.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청춘
러닝타임 : 107분
감독 : 장건재
출연 :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 이상희, 오민애, 김지영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누군가는 이 영화를 뜬구름 잡는 청년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고 끝도 없이 징징대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인공 계나와 그녀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욕하고 짓누르려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어딜 가든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니던 때가 있었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열심히 돈을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내 집하나 사기 힘든 현실과 점점 삭막해지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멀리 있는 희망찬 미래가 아닌 가까이 있는 현재의 불행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 불행을 “다들 이렇게 사니까 괜찮다”라며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받아들이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탈출을 선택한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가장 후자, 살기 위해 탈출을 선택한 청년이다. 이 영화는 인생에 좀 더 많은 온기가 필요했던 청년 계나의 한국 탈출기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계나에게 한국은 발걸음을 늦출 수 없는 추운 겨울 그 자체다.
계나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녀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야 했다. 공부도 홀로 척척 해내야 했고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또 취업을 한 후엔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같이 지옥철을 타고 긴 통근을 견뎌내야 했다. 이렇게 빡빡한 하루를 살아낸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나의 성공이 행복이라 말하는 엄마와 하나도 따뜻하지 않은 이불, 시야를 꽉 채우는 입김뿐이다.
사는 게 참 어렵고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고 발걸음을 늦추면 그 자리에서 얼어 죽는다. 계나는 이런 겨울이, 겨울이 지속되는 한국이 싫다. 그래서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 한국에서는 못 살겠다며 뉴질랜드로 떠난 청춘. 이 부분만 보면 외국과 이민을 찬양하고 한국을 헬조선이라 규정해버리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단순히 헬조선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가 아닌 어디서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파들거리는 청년의 날갯짓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을 뭔지 모르겠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내 인생의 행복. 계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아름답고 따뜻한 땅에도 겨울은 온다
계나는 한국의 추위가 너무 싫다며 뉴질랜드로 향한다. 영화는 (중반부까진) 한국을 춥고 답답한 곳, 뉴질랜드를 온화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표현한다. 한국은 차갑고 딱딱한 색감으로 표현되고 뉴질랜드는 밝고 명료한 색감으로 표현된다. 계나의 옷차림과 행동 역시 뉴질랜드에선 더 가볍고 자유로워진다.
따뜻한 날씨와 만 원도 안 하는 와인과 과자, 아름다운 자연. 미래와 가족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이 정도면 지상낙원이 아닌가? 싶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곳에도 어려움은 있다.
먼저 말 시켜놓고 냅다 영어부터 배우라고 구박하는 현지인, 인천 집처럼 바람이 슝슝 통해 침낭을 깔고 자야 하는 차고를 개조한 방, 신발 하나로 트집 잡는 인종차별주의자, 친구 앨리의 범법 행위, 커다란 자연재해. 한국을 떠나기 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온갖 문제들이 계나를 덮쳐온다.
추운 한국에도 언젠간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이 오듯 따뜻한 뉴질랜드에도 언젠간 추운 겨울이 오기 마련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다시 겨울(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계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겨울과 여름을 살아본 계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계나 가족의 집은 지하철역에서 먼 오래된 주택이 아닌 지하철과 가까운 신축 아파트가 되어 있었고 계절은 겨울을 지나 여름이 되어 있었다.
이제 집안, 결혼에 대한 부담은 대부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지만 계나는 여전히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다. 그녀는 아직 행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나는 한국의 겨울과 여름, 뉴질랜드의 여름을 살며 다양한 행복과 죽음을 함께 목격한다. 한국의 겨울을 살면서도 희망을 외쳤던 희망 전도사의 죽음, 겨울을 지나 곧 여름을 맞이할 거라 믿었던 친구 경윤의 죽음. 희망만 가득할 것 같았던 따뜻한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하준이 가족의 죽음까지.
어떤 땅, 어떤 계절이든 나름의 불안과 슬픔이 있다. 계나는 이들의 인생과 죽음을 목격하고 느끼며 다시 한번 짐을 싼다. 다시는 춥지 않을 조금 더 따뜻한 곳을 찾기 위해서.
영화는 계나의 성장을 눈에 띄게 보여주지 않고, 뉴질랜드의 장점만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계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고 오랜만에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과 뉴질랜드에 대한 자랑을 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종착지, 행복의 답을 찾지 못한 계나처럼 <한국이 싫어서>도 계나의 여정, 행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어디에나 나름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영화는 그저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끝이 난다. 이 흐릿함은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잠시 쉼표가 되어줄 수도 있고 답답함과 영화에 대한 불만족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누군가는 계나의 선택을 그저 외국병 걸린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어디를 가든 힘든 건 똑같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계나의 선택을 존중하거나 부러워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관객의 자유다. 계나에게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할 자유와 떠날 자유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상상의 자유, 너무나 모호한 의견을 남기고 간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부정할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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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손석구 혹은 전종서 배우를 좋아하시나요?!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해까지 핫하디 핫한 배우를 뽑으라면 이 둘을 뽑을 수 있는데요.
이 둘이 만나 더욱더 재미있게 보게 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현실적이면서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솔직 단백이 매력적인 영화
그럼,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멜로, 로맨스, 코미디
감독 : 정가영
각본 : 정가영, 왕혜지
출연진 : 전종서, 손석구
개봉일 : 2021년 11월 24일
평점 : 7.96
스트리밍 : tvN , NETFLIX, Whatch
기획 의도
일도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은 스물아홉 '자영'(전종서) 전 남친과의 격한 이별 후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못 이겨 최후의 보루인 데이팅 어플로
상대를 검색한다.
일도 연애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서른셋'우리'(손석구) 뒤통수 제대로 맞은 연애의 아픔도 잠시
편집장으로부터 19금 칼럼을 떠맡게 되고
데이팅 어플에 반강제로 가입하게 된다.
그렇게 설 명절 아침!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만난 '자영'과 '우리'
1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1일차부터 둘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고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 누구 하나 속마음을
쉽게 터놓지 못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면 도대체 뭔데?
발 빼려다 푹 빠졌다!
등장인물
함자영 | 전종서
방송국을 관두고 아버지의 와플 가게 일을 돕고 있다. 팟캐스트 사업을 위해
정부 지원을 신청한 상태.
데이팅 어플에서의 닉네임은 막자영.
박우리 | 손석구
잡지사에 입사한 문화창작과 출신.
19금 칼럼을 쓰라는 지시를 받고 반강제적으로
데이팅 어플에서의 이름은 직박구리.
여담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가졌을 때부터 상당히 호평을 받으며 특히 전종서와 손석구의 연기 케미에 대해
호평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보편화되어 있는 연애 어플이라는 공감대가 많은 사람의 공감대가 한대 어우러지면서 솔직함으로 무장해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분명 15세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수위가 높은 19금 영화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다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결말
우리(손석구)는 자영(전종서)이랑 있었던 이야기들을 칼럼으로 내면서 칼럼은 대박이 나지만, 죄책감으로 인해 괴로워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를 하며 지내게 된다.
자영 또한 배신감으로 우리와 헤어지며 자신의 특기를 살려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지내게 된다.
이 둘은 첫 만남인 평양냉면집에서 만나게 되며
우리의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며 자영은 진심으로 용서해 준다. 이 둘의 화해와 다시 연애가 시작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손석구와 전종서라는 핫한 배우들의 만남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케미도 좋고 모든 게 다 좋았다.
매우 솔직한 이야기와 과감함을 더해줘서
조금 뻔뻔할 뻔한 이야기를 더욱더 잘 살려줘서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입니다.
한줄평 : 서른이 왜 서른인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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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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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더 글로리> 파트2, 3월 10일 공개 확정
ⓒ 넷플릭스
3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TOP 10 TV(비영어) 순위권에 등극하고, 공개 후 누적 시청시간
1억 4800만 시간으로 K-콘텐츠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더 글로리>의 파트 2가 3월 10일
공개를 확정했다.
진선규 <카운트>, 2월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흥행을 이끈 배우
진선규는 <카운트>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카운트>는 오는 2월 개봉을 확정했다.
<헤어질 결심>, 아카데미 감독상·외국어영화상 최종후보
ⓒ 네이버 영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 2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19일에 개최된다.
<j-hope IN THE BOX>, 2월 17일 디즈니+ 전 세계 동시 공개
ⓒ 디즈니+
지난해 7월 발매된 제이홉의 첫 번째 공식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의 앨범 제작 과정 및
다양한 활동을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j-hope IN THE BOX>가 오는 2월 17일 오후 5시에
디즈니+와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
<M3GAN 2.0>,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북미 개봉 첫날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팬데믹 이후 시리즈
제외 호러 영화로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메간>은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속편 <M3GAN 2.0> 제작을 확정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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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너무 재미없어서 신기할 때
재미없다. 진짜 너무 재미없다. 나의 모지리함과 지루함이 덧붙여서 토할 것 같이 식상한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리뷰를 써서 어딘가에 올리는 사람 같지 않게 내 일과는 너무나도 재미가 없다. 인생은 원래 영화 같은 순간의 연속 아닌가? 근데 내 하루하루는 매일이 예상이 가는 뻔한 클리셰라 너무나도 지루하다. 살면서 혹시? 하는 생각은 거의 100% 확률로 이어진다. 또한 별 일 아닐 거라는 막연한 걱정 덜기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건사고는 우리 생각 외의 곳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제가 벌어진다는 것이 너무나도 일상적이라 뭐 새로울 것도 없다. 인생은 이렇게나 개 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잔인할 만큼 나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취업하려면 2년이나 남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역시 나를 떠나고 있거나 마음이 생각만큼 가깝지 않았다. 그러니까 세상은 역시나 혼자 사는 게 맞다.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도 선임 놀이를 안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미친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엿을 먹이는 게 일상의 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근데 난 그 사람 이름도 다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사회생활이란 이런 것이라며 엿을 먹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단편적인 설루션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뜻이 된다. 이 귀찮음과 짜증남에서 온 스트레스의 진정한 열쇠는 소집해제다.
소집해제. 만약 직장인이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걸. 직장인이 되면 무슨 다른 미친놈이 튀어나와서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스텝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사실 나의 삶을 톺아봤을 때 100%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알고 보니 헛바람이었다는 걸 들켜 잘렸을 때도 그땐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 기억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또한 항우울제가 없으면 일상이 어려웠던 시기가 나의 공감능력의 중요한 베이스가 됐다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 될 것이다. 근데 진짜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한다. 너무 심각하게 재미가 없다. 내 주치의 선생님에게 이 노잼 시기가 1년 동안 이어졌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이 마음을 전할까 감이 안 잡혀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주치의 선생님은 나를 '매일매일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감사한 말을 전했지만 나는 요즘 이것에 점점 질리고 있는 것 같다. 의미가 있을까. 거대한 에세이 작가가 돼서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결국 같은 마음으로 돌아오는 삶에 너무나도 지쳤다. 아무래도 영원히 이 일상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인사이드 르윈>은 벗어날 수 없는 일상에 관한 영화다. 코엔 형제는 이 할리우드에서 큰 이름들 중 하나다. 내가 기억하는 코엔 형제는 살짝 염세적인 인간관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령 <시리어스 맨>의 경우에서 주인공은 돌아버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멘털이 세다. 이 말은 그에게 달려있는 현실이 개판 5분 전이라는 뜻도 되겠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는 안톤 쉬 거라는 캐릭터를 통해 악이라는 개념을 형상화했다. 이게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긴 한데 거의 대부분 미국 사회에 닥쳤던 경제위기를 은유했다는 쪽이 지배적이다.-나도 이 해석에 동의하는 바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미국은 아니다'라는 메타포를 담은 것이다.- 이렇게 코엔 형제는 암담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다. 무기력하고. 어쩔 땐 노숙도 하고. 보통 거의 대부분은 운명에게 주인공이 당한다. <파고>에서의 잔혹한 살인사건 역시 관찰자의 관점에서 이를 막을 수 없었다는 패배의식이 담겨 있다.
<인사이드 르윈>은 이런 가치관에 근거한 '코엔 형제 초 울트라 매운맛'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포크송 부르는 사람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싸돌아다니는 게 뭐가 초 울트라 매운맛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수위는 그렇게 세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지루하다. 심각하다. 우리의 일상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잔인하거나 무서워서 보기 어려운 영화가 있는 반면 '이게 도통 뭔 소린가' 싶은 작품도 있겠지? 극한의 예술영화라고 볼 수 있는, 이 <인사이드 르윈>은 좀 어려운 예술영화 축에 속한다. 심지어 음악을 사용한 방식도 쉽지 않다. <라라랜드>나 <겨울왕국> 같은 뮤지컬 영화들은 명랑한 멜로디를 베이스로 하지 않는가? 이 작품은 그런 거 없다. 주인공 오스카 아이작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와서 기타 하나 덩그러니 놓고 노래 부른다. 끝이다. 그냥 그렇게 맹숭맹숭하게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채우고 끝난다.
근데 그러다가 끝난다는 게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특장점 중 하나는 조명의 질감이다. 그것만 있냐? 아니다. 처음 이 작품을 볼 때 사운드 믹싱이 되게 잘 됐다고 느꼈었다. 실제로 아카데미에서 음향 믹싱상에도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다고 한다. 뇌를 빼고 누군가의 일상을 멍하니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후딱 가는 환경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맞다. 이 영화는 일상에 관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무명 가수다. 근데 노래를 잘 부르거나 대스타가 됐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사람은 존재감이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다. '내 이름은 르윈(Liewyn) 데이비스요'라고 말했는데 듣는 상대역이 'Le and Davis'라고 반응하는 것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고양이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그 고양이의 이름을 '르윈 데이비스'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사람은 자기 이름도 똑바로 이해시키지 못하는 인물인 것이다. 근데 솔직히 르윈 데이비스는 그럴 만한 인물이다. 자기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타인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그린 펑'이라고 소개하자 '설마 네 이름이 진짜 그린 펑이요?'라고 묻는다. 이를 돌려 말하면 이 사람이 상대방의 존재를 받아들이거나 각인시킬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이런 무기력한 일상이 단편적으로 쨘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르윈의 전 여자 친구 진은 임신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이건 누구 아이인가?'라는 의문이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르윈에겐 어림도 없다.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른 채 전 여자 친구의 낙태를 준비하게 된다. 이 낙태 비용은 어디서 났느냐? 르윈의 전전 여자 친구 역시 임신을 했던 경험이 있다. 르윈은 이 사람에게도 낙태를 종용한 적이 있다. 더 이상한 건 전 여자 친구 다이앤은 돈을 받기만 했고 실질적으로 낙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담당 의사는 이 돈을 갖고 있으니 이 비용으로 전 여자 친구 진의 낙태 비용을 댈 수 있다고 말한다. 르윈은 그렇게 하라!라고 답한다. 즉 전전 여자 친구가 낙태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고/전 여자 친구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근데 이 무지라는 키워드는 이 영화 내내 나타난다. 영화 안에서 르윈의 주 수입원은 누군가에 의해 들었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자기가 주도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발전하는 순간이 있다. 아티스트로서의 실패담만 쌓았던 그.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그는 선원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그의 누나가 그의 지시로 며칠 전에 선원 자격증을 직접 버렸다고 한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걸 재발급할 돈이 있냐? 아니다. 또 막상 속상한 것은 아티스트일 때는 대타로서의 삶을 사는데 선원으로서의 인생은 내가 '휴 데이비스의 아들이다'라는 것을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를 유일하게 인정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포기했을 때인 것이다. 그렇게 자기가 자기대로 인정받는 상황이 유일한 돌파구라 믿었는데 그의 일상은 그를 그렇게 가둬놓은 것이다. 이는 줄거리의 내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엔딩 신에서도 이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다. 초반부에 르윈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또 후반부에 같은 사람에게 또 맞는다. 이 둘은 살짝의 비틀기(?)를 넣었다. 맞기 전후에 어떤 교수의 집에서 잠을 자는 사건을 넣은 것이다. 오프닝은 자기 전에 남자에게 맞고, 엔딩은 자고 난 다음에 맞나 아무튼 그랬을 것이다. 단적으로 봐도 그의 일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암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수미상관'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 선후관계가 비틀어졌다. 중요한 건 이 둘이 사건의 전후관계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하는 물음일 것이다.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 누구에게 두들겨 맞기까지 했는데 어쩌면 달라진 게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갇혀놓은 일상 속에서 산다. 매번 다른 것 같지? 아니다. 매일같이 출근하고 이름과 얼굴, 나이까지 기억하는 게 귀찮은 놈과 산다. 원래 어디를 가도 나를 미친놈으로 보는 인간이 있지 않는가? 여러분도 예외가 없을 것이다. 또 돈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친한 친구기도 하다. 돈 없으면 글쓰기도 영화도 없다. 직장을 왜 바꾸나? 돈이 정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별 것 아닌 이유에 목메달고 집착하며 그 이유로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우리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다. 고양이의 이름에서 따온 '율리시스(오디세우스)' 설화는 한 영웅의 이야기이다. 집 떠난 그리스의 한 사람이 다시 귀향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개고생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근데 이건 전적으로 영웅의 이야기다. 우리가 영웅인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영웅이라기보단 자기밖에 모르는 악당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악당 취급을 받는 걸 떠나 심지어 우리의 목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 돈 벌어서 뭐하냐? 어차피 쓸 일도 없이 바쁜데. 뭐 먹는 거 빼면 카드를 사용할 일 자체가 없는 게 나의 일상이다. 적금을 굳이 들지 않아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신기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다를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난 코엔 형제가 이런 우리의 삶을 꿰뚫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소시민에 가깝다. 영웅이 돼서 큰 목적을 이뤄 혼자 의기양양해 돌아오는 그런 장밋빛 미래 아무도 관심 없다. 가족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같은 칭찬 여러 번 해도 짜증 나는데 영웅담이나 성장기 같은 거 누구든 반복해서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볼구하고 우리는 매일매일을 이겨낸다. 의미가 없는 걸 알면서도 각자가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매일이 의미가 없다는 거 알면서도 왜 살아? 아이러니하게 허무하니까 일상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허무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거 진짜 의미 없어? 아닐걸. 허무하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삶에서 얻는 진정한 무언가 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우리가 자란다는 뜻도 된다. 이 영화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르윈은 율리시스의 개고생을 그대로 겪고 몇 개의 깨달음을 얻었다. 선원의 길이 자기의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이 뿐인가? 또 돈도 없고 희망도 없고 여자 친구도 없으며 코트까지 없는 이 상황에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이 음악뿐이란 걸 알았다. 뿐만 아니라 동료의 자살로 인해 생긴 죄책감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누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두들겨 맞는 상황 속에서도 '다음에 보자'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쿨해진 것이다. 이 <인사이드 르윈>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관한 영화가 맞다. 근데 큰 틀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는 존재다. 그 자랐단 증거가 누구에게 두들겨 맞고도 '또 보자!'라고 말하는 나이브함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의 시간이 점점 무언가를 잃게 하고 있더라도 '그게 오롯이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시선을 조금이라도 돌려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맞다. 영화는 재미가 없다.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근데 재미가 없어서 재미있다. 뭔 개소리냐 싶을 것이다. 근데 이 일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소름 돋게 내 하루하루와 닮아있어서 웃기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일상이 재미없으니까 그런 감정으로 영화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하루를 본다는 관점에서, 흘러가듯 본다면 블랙코미디란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코미디가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오디세우스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마 유재석 같은 인물들도 별 볼 일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근데 이런 일상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자라는 부분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는 이런 것이다. 세상과 나 자신이 부딪히며 생긴 부정교합이 우리가 살아가는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자. 영화를 보는 이유가 뭐야? 이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 언젠가 이런 우리에게 명랑한 일상이 돌아올 것이다. 그게 언젠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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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봤니?
여러분은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얼마나 보셨나요?
각 작품마다의 매력이 너무나 달라 더욱 흥미로운 오늘의 큐레이션인데요!
매력적인 작품이 한가득인 가운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이 바로 오늘(6/11) 개봉하였으니,
극장으로 확인하러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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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연이은 부진한 영화 성적으로 마블은 연간 영화 2편, 드라마 3편 정도만 제작해 콘텐츠의 품질에 신경 쓰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시작은 아니지만, 영화의 질에 집중하는 과정으로서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브뉴월')는 꽤나 상징적이다. '캡틴'이 '어벤져스' 내에 의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앞으로의 마블 영화의 방향에 아주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캡틴'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기존 마블 골수팬들은 물론, 마블의 전성기 영화를 라이트하게 즐겼던 일반 대중들에게도 일종의 '마지막 희망'으로 서 작동했다. '인피니티 사가'의 스토리를 따라갔던 그 열광과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브뉴월'은 그렇게 작용했을까? 분명 낯선 캐릭터도 아니며, 우리가 익히 아는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지만 어쩐지 영화를 보고 나면 과거의 마블 영화가 으레 그랬듯 어떠한 '기대감'보다는 '헛헛한' 감정이 제일 먼저 든 이유는 왜일까.
첫 번째 이유 : 고뇌하지 않는 인물
"You are NOT STEVE ROGERS"
기어이 미국의 대통령직까지 달성하게 된 '로스' 대통령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에게 했던 대사다. 필자의 생각엔 이 질문이 '브뉴월'을 끌고 나아가는 동력이 되었어야 했다. '스티브 로저스'가 아닌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를 보여주려면 그에 대한 차별화된 답이 제시 됐어야 했다. 우리가, 이미 인피티니 사가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관객이 '샘 윌슨'을 2대 '캡아'로 인정하려면 공감 가는 서사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영웅적 신념, 고민이 선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2대'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성장 서사... 등등 '2대'라는 것이 갖고 있는 여러 특질들을 '샘 윌슨'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관객은 좀 더 공감하며 새로운 캡틴에 비로소 익숙해지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2대'가 갖고 있는 설움을 겪어본 적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브뉴월'의 '캡틴'은 정말 그저 '군인 캡틴'으로만 전락하고 말았다. 본인의 신념보다는 '명령'이 우선인 군인 캐릭터는 우리가 '캡아'에게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그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만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정부에 저항을 해서라도 지켜나갈 줄 아는 '뚝심'을 말이다. 하지만 다분히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 대통령'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적 관계는 그저 '로스 장군'의 개인적인 심장병 문제, 약물 문제, '리더'의 계략이라는 제3의 문제로 희석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어떠한 정치적 함의를 내세우지 못한 채, '샘'만이 갖고 있는 신념도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로스'와 '샘'의 개인적 싸움에서만 그친다.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를 잠재운 것도 '샘'만의 신념이 아닌 '배티'와의 약속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요인인 것도 본래 '캡아'만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재미를 심하게 희석시킨다.
우리는 고뇌하지 않는 영웅 캐릭터에 매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영화계에 등장한 이후, 단순한 히어로 캐릭터를 보는 것은 이제 매력적이지 못하다. 선대 '캡아'와의 관계에서 '2대 캡아'인 '샘'의 위치, 그러한 '샘'만의 신념,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위한 고뇌가 없는 영웅이었던 '브뉴월'의 캡틴, 그래서 필자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스티브'의 캡틴이 다시 떠올랐고, 그래서 '헛헛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브뉴월'에서 '샘'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내적 고뇌는 바로 '슈퍼 혈청'도, 최첨단 슈트도 없는 평범한 인간인 내가 히어로를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러나 정작 레드헐크를 제압하는 데 사용된 슈트는 '와칸다'의 최신 기술이 들어간 슈트였으며, '로스'와의 갈등을 해소한 것도 그저 '샘'의 '감성 팔이'라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 : 매력 없는 빌런의 배치
'히어로' 영화 장르는 프로타고니스트가 '히어로'인 만큼 빌런인 안타고니스트의 매력도 중요하다. 수작이라 평가받는 히어로 영화의 '빌런' 캐릭터는 '히어로' 캐릭터만큼이나 공을 들여서 만든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가 서사에서 서로 상호대립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처럼, 히어로와 빌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브뉴월'의 빌런은 어떠한가? 이 영화에는 총 세 명이 등장한다. 서펀트 소사이어티의 리더 격인 '사이드 와인더', 그들과 협력 관계로 있었던 최종 보스 '리더(사무엘 스턴스)' 그리고 그의 복수 대상인 미 대통령 '레드 헐크(로스)'. 사실 각각의 빌런 캐릭터만 떼어 놓고 보면 꽤 괜찮은 서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드 와인더'는 전형적인 정치 스릴러 내지 첩보물의 빌런이며 '리더'는 '제모 남작', '리들러'와 같은 전형적인 두뇌형 악당 캐릭터, '레드 헐크'는 헐크와 맞먹는 힘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때려 부수는' 빌런 캐릭터. 사실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서 기능하는 방식 혹은 배치되어 있는 방식으로 인해 서사의 힘이 떨어져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브뉴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리더'의 등장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리더의 분장도 맘에 썩 들진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니 제쳐두더라도, '리더'의 등장이 너무 빨랐다. '리더'는 좀 더 비밀스럽고 음침하게 어둠 속에서 미국을 조종하고 있어야 했다. 사람들을 조종하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는 이 영화를 좀 더 '정치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끌고 갔을 것이다. 또, 큰 문제는 '리더'가 대립하고 있는 상대가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실험실에 가두고 미국을 위한 실험쥐처럼 이용한 '로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한 것이다. 너무 빨리 정체가 공개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은 거대한 정치적 스릴러였던 초반의 분위기를 평범한 SF로 희석시킨다. 개인적인 심장 문제로 딸과의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벌고 싶어 하는 '로스'의 개인적 욕망, 10년간 '로스'에게 갇혀 미국의 실험쥐로 이용당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 사이, 우리의 주인공 '캡아'의 신념은 사실 설 자리가 없다.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서사적 갈등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서사에 이러한 개인적 복수심과 개인적 욕망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물론 '리더'가 미국 전체를 공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캡틴의 대결이라 볼 수도 있지만, 리더의 복수의 대상이 하필이면 미 대통령이 된 것이지 미국 체제의 전복이 그의 주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리더'와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은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리더'의 등장이라도 늦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이드 와인더'의 분량이다. 작중 유일하게 '캡틴 아메리카'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라면 '리더'도, '레드헐크'도 아닌 '사이드 와인더'이다. 하지만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집단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 마블에 대한 '찐팬'이 아니라면 대체 뭐 하는 집단인지, 왜 캡틴 아메리카랑 대립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극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액션 첩보극의 빌런으로서 대중들이 낯설어하는 인물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캡틴과의 서사적 관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반부, 그는 '캡틴'에게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되고 이후에 내뱉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아직 우리는 적대 관계임을 보여주는 작위적인 대사까지 등장한다. 대체 서펀트 소사이어티가 캡틴을 싫어하는지, 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관객은 충분한 이해 없이 따라갈 뿐이다. 그래서 멋진 CG 액션이 등장하지만 과거처럼 몰입하기 힘들다. 이 또한 꽤 아쉬웠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는 '레드 헐크'는 서사의 도구로서만 사용되고 버려진다. '레드 헐크'는 '브뉴월'의 예고편 속 등장으로 굉장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작중 등장시간은 최후반부 전투씬이 전부다. 그마저도 이전의 마블 영화들의 최후 전투씬에 비해 다소 빈약한 액션신을 보여준다. 영화의 대부분은 사실 '로스' 장군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가 갖고 있는 딸과의 갈등, 이전의 모습과 달라져서 딸과 화해하고 싶은 욕망이 극을 이끌어가는 그의 주된 동기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것은 '리더'의 혈청 투약으로 인한 내적 분노뿐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이라면 좀 더 몰입감 있는 플롯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이유 : 구심점 없는 스토리
사실 '브뉴월'은 평이하게 잘 만든, 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새로운 캡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관여도가 낮게 되는 이유의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 없는 이야기가 크다고 생각한다. 위에 설명했듯, 인물의 관계가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렇다 할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도 사실 크게 없다. 2대 팔콘이 되려는 '토레스'도 왜 팔콘이 되고 싶어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인물이 작동하는 방식에 '왜'를 설명하기보다 그저 보여주고 관객은 따라갈 뿐이다. '토레스'의 열정이 이해되지 않은 채 전투기 액션 장면에서 소위 과한 열정으로 '나대다가' 위험에 빠지는 클리셰는 지루할 따름이다. 인물의 유기적 관계가 없어 이야기의 구심점을 잃는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는 것에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터매니아>처럼 혹평을 들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마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캐릭터의 매력도가 높아야 한다. 우리가 캐릭터를 맘에 들어하고 그 캐릭터를 '덕질'하는 것이 마블과 같은 히어로 장르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인물들이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식의 안정적이지만 그 이상이 없는 전개는 앞으로의 마블을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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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600만 고지를 넘었습니다. 이어 <듄: 파트2>의 1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있는데요.<파묘>는 올해 첫 천만영화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파묘>가 삼일절 하루에만 85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면서 누적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기록은 <범죄도시>, <서울의 봄> 보다 빠른 흥행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은 “관객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나리고 열심히 빨리 쓰겠습니다”라고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에서는 <듄: 파트2>가 개봉 첫주 312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1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1억 7천만 달러 수익을 거두었으며 국내에서는 100만 관객 돌파까지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어 전설의 아티스트 ‘밥 말리’를 다룬 <밥 말리: 원 러브>가 2위, 1994년의 기록적인 폭설로 눈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실화를 다룬 <루이스빌의 천사들>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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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5? ?영화 배급이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5? ⠀ ?다섯 번째 주제? ⠀ ?영화 배급이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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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아침엔 도시락 대신 교양을 먹어야지..."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0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품행제로"에서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품행이 바닥인 문덕고 캡짱 중필
교내 불법사업과 청춘사업에 매진하는 동안
캡짱의 자리를 위협하는 라이벌이 등장하는데...세운상가 옥상에서 구매한 빨간비디오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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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크로스> 공식 예고편
아내에게 과거를 숨긴 채 베테랑 주부로 살아가는 전직 요원 ‘강무’와 남편의 비밀을 오해한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미선’이 거대한 사건에 함께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넷플릭스 《크로스》 8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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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067> 메인 예고편
“반드시 구해낼 것이다”
지구 종말이 도래하고, 산소가 중요한 화폐가 된 서기 2067년.
‘타임머신’이라고 불리는 일명 ‘크로니컬’이 발명되고,
407년 뒤, 2474년 미래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한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 미래를 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