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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6-29 23:26:52

왜 우리는 극장에 가야 하는가!

리뷰

 

 

과거 F1 유망주였다가 불의의 사고 이후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된 소니(브래드 피트). 24시간 데이토나 경주 등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는,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홀연히 떠난다. 미련 없이.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콤비를 이뤘던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이유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레이싱팀 APXGP에 영입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실력도 바닥, 순위도 바닥, 자산도 바닥인 상황에서 루벤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소니에게 제안한 것. 이후 그는 경기가 펼쳐질 영국으로 넘어가 이 약체팀에 합류한다. 하지만, 꼴찌는 이유가 있는 법. 머신에도, 팀에도 그리고 함께 레이스를 뛰어야 하는 스타 드라이버 조슈아(댐슨 이드리스)에도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는 이 팀을 구원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노장은 죽지 않는다. 브래드 피트, 제리 브룩하이머, 한스 짐머 등 왕년의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이들이 뭉쳤다. 과거를 풍미했던 이들의 장점이 오롯이 담긴 <F1 더 무비>는 과거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마치 이들이 과거 영광을 얻었던 시기의 에너지와 노하우를 연료 삼아 계속해서 질주해 나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스탠퍼드 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작품마다 메탈 사랑을 보여주는 조셉 코신스키의 연출은 계속해서 작품을 피트인 시켜 추진력을 갖게 한다. 그래봤자 뻔한 이야기라 치부할 수 있지만, 영화는 그 뻔함이 엔진을 가열시키는 주 동력이다. 알고 봐도 빠져드는 그 맛. 이제는 그리워 음미하고 싶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그 맛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만으로 영화는 그 의미가 있다. 영화 산업이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시점에서. 

 

<F1 더 무비>의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다. 과거 인생의 쓴맛을 본 후, 사라진 주인공이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서킷에서 달리는 내용이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톰 크루즈)을 소환했던 것처럼, 감독은 왕년에 잘 나간 기대주 소니를 데려온다. 나이는 많지만 서킷에서 싸울 줄 알고, 어떻게 하면 개인이 아닌 팀이 승점을 따낼 수 있을지에 도가 튼 승부사. 문제는 그가 늙었다는 점이다. 구단주와 비슷한 나이이니 조슈아는 물론, 팀원 모두 놀라 자빠지는 건 이해가 간다. 마치 월드컵 공격수가 부재해 황선홍 감독을 그라운드로 복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감독님 죄송합니다. 대전하나시티즌 사랑합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하위이자 오합지졸 팀을 하나로 묶는다. 경기 전 팀원들과 함께 런닝을 하는 등 올드한 방법을 통해 원 팀을 만들고, 서킷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조슈아와도 의견 다툼이 일어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거친 조율을 하면서 그를 한단계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자신의 꿈도 이루게 된다. 
<탑건>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등 만들었다 하면 성공했던(뭐 지금도 유지되지만) 제리 브룩하이머 특유의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플롯을 이 작품에도 사용한다. 특히 노하우가 많은 중년 남자 캐릭터와 신참 캐릭터가 한 팀을 이뤄 사건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더 록> <아마겟돈>)는 소니와 조슈아를 통해 재현된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마치 소니처럼 스스로 세운 성공 공식을 또 한 번 영화에 주입한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스토리의 빈틈이 많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메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F1 머신 엔진처럼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음악으로 틈을 메우고, 이를 동력 삼아 서킷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한스 짐머 또한 자신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해서 이 영화에 멋진 음악을 선사한다. 

 

 

 

 

 


역시 중요한 건 비주얼이다. 왜 이 작품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알리기 위해 기획된 영화라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그 매력은 서킷에서 펼쳐진다. F1 머신의 엔진 굉음, 서킷을 달릴 때 들리는 타이어 마찰음, 승리를 위해 중력에 굴복하지 않고 운전을 이어 나가는 드라이버들의 괴성과 표정 등은 그 자체로 시청각을 압도한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가장 크게 둔 주안점은 역시나 리얼리티다. 실제 서킷에서 달리는 F1 머신을 촬영한 그의 뚝심은 브래드 피트와 댐슨 이드리스가 직접 운전대를 잡게 했다. 더불어 실제 F1팀이 제작에 참여해 진짜 레이스카를 사용했다고. 사실감 넘치는 영상을 얻기 위해 초소형 고성능 카메라를 차량 내부에 장착해 관객이 실제로 탑승한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덕분에 질주하면서 헬멧 사이로 보이는 이들의 일그러지는 얼굴과 고통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이런 영상미를 통해 조셉 코신스키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원팀이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고 끝내 이루는 이 진부하고도 가슴 벅찬 이야기는 또 한 번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긴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브래드 피트에게 기인한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섹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그를 봐왔던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극 중 소니는 <머니볼>의 빌린 빈 단장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진짜 좋아했던 일에서 실패를 맛보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꼭 돌아가서 매듭지어야 하는 곳(서킷, 야구장)으로 가서 끝내 성공을 거두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빌리 빈 보다는 소니가 더 섹시하고 마초적이다. 

 


중요한 건 소니의 철학이다. 인생이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 앉아 카드를 받고 배팅하는 것처럼, 그는 죽음을 담보로 매번 F1 머신에 몸을 싣고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그가 이토록 인생을 향해 돌진하는 이유는 과거를 바꾸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킷에서 달리고 싶다는 그 말. 다소 오글거리는 이 대사를 그가 하면 멋짐이 폭발한다. 그리고 낭만이 느껴진다. 1990년대 이 낭만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줬던 그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를 길어 올려 다시 관객에게 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멋지다. 우승컵을 들기보단, 상금을 갖기보단,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동차로 도전하는 소니의 모습은 어쩌면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서도 역할을 다하는 그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마치 소니가 브래드 피트이고, 브래드 피트가 소니인 것처럼 말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몰라도 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에 참여했다. 

 


<포드 V 페라리>보단 무게감이 덜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관객을 약 2시간 동안 좌석과 한 몸이 되게 만들어 엔딩크레딧까지 보게 만든다. 스토리가 뻔하든,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도 해도 상관없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끔 한 일차적 목적을 완벽하게 수행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잔뼈 굵은 이들은 절대 죽지 않았다.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서킷에 오르는 소니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말: F1을 몰라도 이 영화는 크게 상관없다.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모르고 봐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아니 아예 없다고 본다. 스포츠 드라마이면서 우정, 속죄, 팀워크 등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것들을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F1 경기가 궁금하다면 그때 가서 공부해도 늦지 않다. 

 

 

 

사진 출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평점: 3.5 / 5.0 
관람평: 고민 말고 올라 타자! 빵형님이 알아서 해주신다!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log.naver.com/anqlepdl/223915936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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