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30 17:30:59
6월 5주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앞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동경이야기, 오스야스지로>
한 주의 시작을 여는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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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혹시 썸네일만 보고 아셨나요?
바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입니다.
움직임 없이 정면으로 담아낸,
카메라를 응시하며 건네는 이 말 한마디가
괜히 마음 한켠을 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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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에게
시아버지가 새 출발을 권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장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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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는
패전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부모와 자식, 도시와 시골 사이의
조용한 거리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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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시선의 다다미 쇼트,
흑백 화면 속 인물들의 조용한 표정들이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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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번 주도, 작은 위로와 함께
내 마음을 잘 챙기는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
영화 속 인상 깊은 대사 있으시면
댓글로 같이 나눠주세요 💬
다음 주엔 영화의 한 줄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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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라는 상속자에게 들려주는 편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석유 터져 나온 오세이지족 보호구역, 미국 서부 오클라호마. 오세이지족이 부자가 된 이 땅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타난다. 오세이지족의 친구로 명성을 쌓은 삼촌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 니로)'의 사업을 돕기 위해서.
택시 기사로 오클라호마에서의 삶을 시작한 어니스트. 어느 날 그는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를 승객으로 만나고, 곧장 사랑에 빠진다. 몰리 역시 어니스트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들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내 난관에 부딪힌다. 윌리엄이 조카를 통해 몰리와 그녀 가족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음모를 실천에 옮겼기 때문. 몰리의 어머니와 자매가 하나 둘 죽어 나가는 가운데, 어니스트는 아내와 유산을 두고 잔인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스코세이지가 스코세이지 하다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오세이지족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870년대에 오세이지족은 캔자스 보호구역에서 강제 이주를 당했고, 결국 오클라호마에 보호구역을 매입했다. 이후 1890년대에 오클라호마 보호구역에서는 석유가 발견됐고, 석유 채굴권을 오세이지족 전체가 공유함에 따라 오세이지족은 벼락부자가 됐다.
하지만 오세이지족은 이내 자기 재산을 강탈당했다. 미국 정부가 도입한 후견인 제도 때문. 백인 남성이 오세이지족 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미국 정부가 석유 로열티를 대신 맡으면서 오세이지족 자본을 노린 범죄가 난무했다. 이 난리통 중에는 백인에게 가족 모두를 잃은 오세이지족 여성의 사연도 있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의 논픽션에 기반해 그 비극의 시작과 끝을 차분히 비춘다.
소재만 봐도 <플라워 킬링 문>은 스코세이지다운 영화다. 그는 <갱스 오브 뉴욕>, <택시 드라이버>, <아이리시맨> 등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 역사의 역설을 성찰했다. '아메리칸드림'이 과연 자랑할 정도로 떳떳한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 가장 스코세이지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근본적인 시작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므로.
사랑과 상속의 줄다리기
<플라워 킬링 문>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오클라호마에 온 어니스트가 몰리를 만나고, 삼촌 빌의 지시 하에서 몰리의 가족을 살해한 후 유산을 차지하는 이야기가 전반부다. 이후 FBI가 등장해서 어니스트와 빌의 범죄 행각을 추적하고 법정에 세우는 이야기가 후반부를 채운다. 이때 스코세이지는 전반부에 힘을 준다. 범죄 스릴러의 쾌감 대신 백인과 원주민의 드라마에 주목한다.
특히 어니스트와 몰리의 멜로가 핵심이다. 어니스트가 몰리를, 몰리가 어니스트를 사랑한 것은 분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 기저에 다른 감정을 깔아 둔다. 욕망과 두려움이다. 돈을 욕망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 대한 두려움. 부부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각자 내면의 괴물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3시간 넘도록 반복된다. 영화는 그들이 마지막 선택을 내리는 찰나에 비로소 대미를 장식한다.
더 나아가 영화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부 관계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드러낸다. 사랑, 욕망, 두려움의 근원에는 '상속'이 있다. 오세이지족의 유산을 상속받겠다는 빌과 어니스트의 야욕. 영화는 그 야욕이 단순히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 세월 스코세이지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문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정작 공동체이자 가족의 일원이 된 사람들을 짓밟는 모순. 그에 힘입어 만들어 낸 '미국'이라는 사회적 자본. 그 자본을 상속받은 지금의 미국까지. 영화는 미국의 자본축적이 피와 불의의 역사였다고 가감 없이 말한다. 그래서일까?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만들어낸 꽃과 미국의 첫 번째 성조기가 겹쳐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지만, 처연하다.
미국인도, FBI도 아닌 오세이지족의 눈으로
물론 <플라워 킬링 문> 속 자성의 메시지는 자칫 뻔할 수도 있다. 미국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은 한 둘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는 유달리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오세이지족의 관점을 빠뜨리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어니스트가 화자인 것과는 별개로, 영화는 범죄자와 형사 사이에서 자칫 가려지기 쉬운 피해자를 조명하고자 노력한다. 그 덕분에 메시지에도 최대한의 진정성이 담겼다.
오프닝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오세이지족 구역의 생활상을 비춘다. 오클라호마에서 석유가 터지고, 부유해진 이들. 양복을 입은 그들은 백인 기사를 거느리며 자동차를 타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며,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 이 몽타주는 이질적이라서 더 의미심장하다. 필름 속 오세이지족은 다른 미디어에서 흔히 접한, 통념 속에 갇힌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석유라는 행운 덕분에 손에 쥔 부를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일 뿐이니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논리적 귀결과 달리 이 몽타주는 여전히 이질적이다. 나도 모르게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국인'에서 배제하는 편현합의 발로 대문이다. 이는 스코세이지의 의도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백인들의 익숙한 이데올로기를 파괴하면서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의 진수를 암시한 셈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영화는 잊혔고, 잊힐 수밖에 없는 오세이지족의 생활상을 가능한 자세히 기록하려 한다. 템포를 과하게 잡아먹는 게 아닌가,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 오세이지족 언어는 날 것 그대로 영어 자막 없이 삽입됐다. 그들의 장례, 결혼, 유아세례 비슷한 기념 풍습도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심지어 오세이지족이 믿는 사후세계도 등장한다.
필연적인 호불호
다만 <플라워 킬링 문>은 결코 상업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모든 부분이 대중성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러닝타임만 해도 그렇다. 3시간 26분에 달하는 분량 덕분에 영화는 어니스트, 몰리, 빌의 변화를 사냥개처럼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분량 때문에 영화의 접근성은 자연히 높아진다. 후반부에 FBI가 등장하며 템포를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완급조절을 자랑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스코세이지 영화를 많이 접했다면 전제적인 스토리텔링과 구성, 주제가 익숙하기에 더 지루한 느낌도 있다.
기술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와이드 한 촬영법, 롱테이크와 이동하는 카메라 장면 덕분에 인물의 감정선과 영화의 주제에는 힘이 실린다. 다만 그로 인해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가 섞인 느낌도 든다. 자칫 올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나리오가 변경됨에 따라 배급권이 파라마운트에서 애플 티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파라마운트의 결단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불호가 갈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는 안정적이다. 다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특히 디카프리오의 경우 본인이 극을 주도할 때 빛나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 속 '캘빈 캔디' 같은 역할을 맡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어니스트' 역을 선택한 디카프리오 대신 FBI 형사 '톰 화이트'를 연기한 제시 플레먼스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도 조연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누구보다도 '몰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이 눈길을 잡아끈다. 사랑과 두려움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지만, 그 싸움을 숨기려 최대한 애쓰는 인물을 표정만으로 표현해 낸다.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얼굴을 보다 보면 마치 모나리자 그림을 보는 것처럼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끝내 기대치를 넘어서는 엔딩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엔딩 덕분에 <플라워 킬링 문>의 호불호는 이내 잊힌다. 영화는 남은 이야기를 에필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려 한다. 주요 인물이 재판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줄 차례이므로. 대부분의 영화는 이 순간을 익숙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실제 자료 화면이나 사진에 자막을 더하는 식으로.
스코세이지는 다르다. 그는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 단순히 모습을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 위에 올라 낭독극의 화자가 된다. 감독 본인의 음성으로 인물들의 남은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낭독을 통해 영화가 보여준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지난날을 반성하는 이야기. 앞으로도 같은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점을 잊지 않겠다는 이야기.
이에 더해 스코세이지다운 방식으로 영화의 위기에 스코세이지가 대처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결국 이야기라고. 설령 달라지는 일은 없더라도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고, 보여주는 게 이야기꾼의 유일한 역할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블 영화를 테마파크라고 지적하며 서사를 들려주는 '시네마'의 공간이 줄어드는 세태를 비판했던 것처럼. <플라워 킬링 문>의 끝이 어느 때보다도 노장의 진심으로 가득한 마무리인 이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마지막 낭독 덕분에 완성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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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한국에서는 <잠> 북미에서는 <더 넌 2> 3주째 호러, 스릴러 돌풍이 불고 있습니다. 새로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2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9월 4주차 박스오피스 순위 같이 알아볼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잠>이 개봉 이후 3주째 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6번째 시리즈를 맞이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위, 할리우드 레이싱 액션 영화 <그란 투리스모>가 5만여명을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개봉 첫 날 부터 혹평세례를 받고 있는데, 허술한 내용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넌 2>가 매출액 84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주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익스펜더블4>는 매출액 830만 달러를 올려 2위로 출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더 넌>은 1956년 프랑스 한 성당에서 신부가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이린 수녀가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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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하지만, 류승완이라서 끝내 아쉽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학 공장이 들어선 군천 앞바다. 바닷물이 더러워지자 해녀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만다. 이에 '춘자'(김혜수)는 리더 '진숙(염정아)'을 설득해 살 길을 찾아낸다.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가 바로 그것. 그러나 밀수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진숙과 춘자는 불구대천 원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춘자는 진숙 앞에 다시 나타난다.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가 군천에서 밀수판을 키우기로 했으니 다시 협업하자는 것. 사고 이후 생계가 막막했던 진숙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군천 밀수판의 주인 '장도리'(박정민)가 사업에 끼어들면서 춘자의 계획은 조금씩 꼬여 버리고, 군천 앞바다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류승완이라서 기대했다
대한민국에서 믿고 보는 흥행 감독 중 하나인 류승완. 그의 필모그래피는 퍽 흥미롭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부당거래>부터 그의 영화는 자기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욕구를 저격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군함도>로 실패를 겪은 뒤 담백하고 깔끔하게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 <모가디슈>를 내놓은 것처럼.
그래서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기대가 컸다. 본연의 색깔, 대중성, 새로운 시도가 한 데 어우러진 듯 싶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은 짧게나마 감독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B급 액션 범죄영화 같은 분위기, 만화 같은 연출, 센스 있는 대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캐스팅은 케이퍼 무비에 최적화됐고, 해녀가 참여한 밀수라는 소재와 수중 액션은 익숙한 장르에 신선함과 계절감을 더할 듯 보였다.
결과물도 나쁘지는 않다. 여름 시장 텐트폴 무비의 첫 주자는 충분히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끝끝내 아쉬운 지점도 있다. 특히 아쉬움은 결말에 집중된다. 류승완의 각본은 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밀수>는 마지막 순간 과감함이 살짝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빛나는 이유
<밀수>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극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밀수>에서 의외로 가장 눈을 사로잡는 지점 역시 스토리다. 예고편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짙은 우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혜수와 염정아의 얼굴을 한 채 스크린을 사로잡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는 1970년대 감성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레트로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감성이 짙다. 방법과 절차에 관계없이 생존이 최우선 되는 그 시대의 얼굴을 비춘다. 당장 해녀들은 굶어 죽을 위기다. 군천 바다 옆에 생긴 공장 때문에 전복이 다 폐사하는 지경이니. 그들이 밀수업에 가담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진숙과 춘자가 있다. 춘자 주도로 금괴를 담은 상자를 옮기다가 세관에 적발된 해녀들. 체포되는 과정에서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반면, 춘자는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이에 진숙은 춘자가 보상금을 챙기기 위해 밀고 했다고 오해하고, 춘자는 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자책하며 오해를 풀지 않는다. 영화는 이처럼 오해가 쌓여 애정이 애증이 되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전반부는 느슨한 듯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감정선은 음악 덕분에 배가된다. 음악감독 장기하가 만든 70년대풍 신곡과 70년대 가요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며 구슬픔과 애달픔을 강조해 준다. 미장센도 한몫한다. 다방과 나이트 등 당시 시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세트, 의상, 소품, 프로덕션 디자인 덕분에 진숙과 춘자의 삶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충분하지 못한 자맥질
다만 전반부 드라마가 주는 감흥에 비해 후반부의 장르적 쾌감은 다소 부족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짜임새가 문제다. 다이아몬드 밀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는 분명 화려하다. 가이 리치의 범죄 영화 같다. 그는 한 편의 영화를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과 시간대로 분해한 뒤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짜 맞추는데 능한데, <밀수>도 마찬가지다. 하루 전과 하루 뒤, 몇 시간 전과 몇 시간 후를 넘나들며 관객을 현혹하려 한다.
정작 내실은 부족하다. 돈이나 보석을 쟁취하려는 이전투구가 없어서 케이퍼 무비 특유의 긴장감을 찾기 어렵다. 각자 목적이 다르다는 게 일찌감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의 무게감과 톤도 제각기 다르다. 일례로 진숙의 계획에 비해 장도리의 목적은 너무 가볍다. 진숙은 사무친 원한을 풀려고 하고, 장도리는 단순히 이익을 좇는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문제의 금괴나 다이아몬드 모두 그저 장르의 논리에 따라오는 부속물에 불과하다.
물론 불협화음을 없애려는 시도는 있다. 먹먹한 서사와 장르를 엮는 역할을 춘자에게 맡긴다. 하지만 춘자에게도 이 임무는 벅차다. 그녀가 관객을 사로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녀가 숨긴 이야기도, 모든 사건의 전말도 클라이맥스 직전에서야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 색깔도 온도도 다른 두 장르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유리되어 있다. 화려한 편집과 기막힌 선곡이 때로는 두서없이 느껴지고, 초반부터 쌓아온 빌드업에 비해 마지막 쾌감이 부족한 이유다.
장르의 관성에 잡아먹히다
쾌감이 부족한 다른 이유는 결말에서 찾을 수 있다. <밀수>는 더 과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몸을 아끼는 듯하다.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한다. 악인들을 처절히 징벌한다. 그런 그녀에게 다이아몬드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다이아몬드와 금괴는 그간의 고생을 전부 안다는 듯이 해녀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무리다. 가장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말의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결말이 뻔해서가 아니다. 씁쓸하기 때문이다. 춘자는 몰라도, 사실 진숙은 단 한 번도 다이아몬드가 목적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잃었던 우정을 되찾고, 가족의 복수를 하고, 빼앗겼던 아버지의 배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금괴와 다이아몬드는 값비싼 물건이기 이전에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니 아픔 가득한 다이아몬드가 그녀에게 과연 적절한 보상일지는 의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뻔한 길을 가지 않은 전적이 있다. 남북한 사람들은 함께 부둥켜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에 비하면 <밀수>의 결말은 편의적이다. 케이퍼 무비이니 살아남은 이에게 전리품을 안긴 셈이다. 장르적 관습에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가 종속된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텐트폴 무비로서 깔끔한 마무리인 것은 맞다. 다만 '류승완이니까' 아쉬움이 남는 끝맺음일 따름이다.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이다
하지만 유달리 영화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몇몇 장면 덕분에 호불호가 갈릴 단점 내지는 약점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고민시의 존재감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권 상사의 역할도 눈에 띈다. 스토리텔링의 중심을 염정아 김혜수가 잡고 있다면, 조인성은 마치 액션을 향한 류승완 감독의 열망이 담긴 캐릭터 같다.
사실 권 상사는 전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판을 깔고, 판을 키우고, 퇴장한다. 하이스트 영화에서 꼭 있어야 할 캐릭터다. 그런데 이 전형성이 오히려 반갑다. 등장 자체는 많지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는 권 상사가 칼을 빼 든 순간 갑자기 장르를 전환한다.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답답하다면 답답한 전개가 그제야 본격적으로 풀린다.
언제나 류승완의 장기인 액션도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물론 액션 분량 자체가 많지는 않다. 전작인 <모가디슈>도 후반부 추격전을 제외하면 액션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적은 느낌이다. 스케일의 차이도 한몫한다. 그러다 보니 텐트폴 무비에 기대할 만큼 화끈한 임팩트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퀄리티는 살아있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나이프 액션은 박진감과 타격감을 제대로 전달하며, 의외로 잔인한 면도 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수중 액션도 인상적이다. 보통 한국 영화의 액션은 수평적인 경우가 많은데, 바닷속이라는 환경을 살린 수직적인 움직임이 특히 신선하다.
<밀수>가 류승완 감독의 정점은 아닐 것이다. 완성도 면에서는 전작인 <모가디슈>도 넘어서지 못했다. 상업적으로는 차기작인 <베테랑 2>를 기대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 본연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는 확실하다. 개성, 완성도,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도 여전하다.
관건은 흥행이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330만 명. 전통의 강자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간신히 300만 관객을 넘기는 극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다행히도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1주일 동안 온전히 극장가를 장악할 수 있다. 출발도 좋았다. '문화의 날' 덕분에 첫날 30만이 넘는 관객이 <밀수>를 선택했다.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쫓아오기 전에 <밀수>가 과연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Acceptable 무난함
서사와 장르의 미묘한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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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간 청춘의 얼굴들
2010년 극장에서 원작을 봤던 기억을 더듬었다. 더운 여름날, 수영장, 수화, 풋풋한 청춘의 사랑.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받은 대만 로맨스 영화 <청설>(2010)은 그 자체로 맑은 느낌의 러브 스토리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담백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국내 리메이크 작품 <청설>은 변화보단 원작의 장점을 오롯이 가져오는 걸 택했다.
대학 생활을 뒤로 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용준(홍경).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이 철없는 철학과 졸업생은 그냥 놀고 싶어 한다. 그런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는 용준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도시락 가게에서 배달일을 시킨다. 그리고 수영장으로 도시락을 배달하던 그날, 용준은 자신의 이상형 여름(노윤서)을 만난다. 이후 농인 수영선수인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에게 다가가 언니의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당연히 실패!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오토바이가 고장이나 어쩔 줄 모르는 여름을 만난 용준은 도움을 주고 이후 더 가까워진다.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가 사랑받는 건 특유의 청량한 그 느낌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선호 감독이 리메이크한 <청설>에도 청량한 에너지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마치 청춘의 온도처럼 그 시절, 여름의 온도가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 오토바이, 정겨운 골목길, 살랑거리는 바람, 풋풋한 감정 등 어쩌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청춘의 시간을 느끼게 하는 향수가 듬뿍 들어있다. 취업 고민 등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황, 아직도 남아있는 장애인 차별 등 원작과 다르게 좀 더 한국 상황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영화 내 스며든 청량한 느낌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청설>의 매력은 수어에 있다. 대사 보다 수어의 비중이 큰 이 작품은 손짓이나 눈빛, 다양한 제스처에 눈길이 간다. 대사가 아닌 앞서 소개한 동작이나 표정으로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기민하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 초반 여름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장면에서 가을이가 “지금 꼬시는 거예요”라는 뜻의 수어와 표정을 지을 때 피식 웃게 되고, 셋이 함께 클럽에 가서 스피커에 손을 대고 울림을 함께 느끼는 표정에 감동이 느껴지며, 서로 조금씩 다가가는 용준과 여름의 모습에 저절로 집중해서 보게 된다. 이런 수어의 쓰임새를 통해 잠시 농인들의 삶이 우리와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이들이 엮어나가는 사랑의 과정과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다소 느리고 심심하게 느껴진다. 점점 가까워진 용준과 여름의 사이가 벌어진 계기도 진부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동생의 국가대표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잠재우고 뒷바라지하는 언니가 심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역시 K 장녀 답다!) 가장 아쉬운 건 이 같은 원작의 단점도 오롯이 다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맑디 맑은 윤슬처럼 빛나는 세 배우에게 있다. 홍경, 노윤서, 김민주의 얼굴은 이 영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청춘의 빛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어색함 없이 구현한 수어는 물론, 디테일한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부분도 능숙하게 보여준다. 세 배우의 모습은 곧 영화를 봐야 하는 목적이 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만큼 최적의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다.
용준과 여름 사이에 놓은 장애물은 언어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상황을 잘 몰라 생긴 오해였다. <청설>의 미덕은 결국 사랑은 말이 아닌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데에 있다. 제목인 청설(聽說)의 의미는 ‘듣고 말한다’이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보고 듣는 게 우선이라는 말. 잘 모르겠다고? 사랑하면 다 안다!
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점: 3.0 / 5.0
한줄평: 말간 얼굴로 데려가는 청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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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月老, 2021
2012년에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8년 <몬몬몬 몬스터>까지 작품들의 텀은 길어도, 완성도를 생각하면 납득하게 만드는 "구파도"감독이 신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앞서 6년이었던 텀을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사이에 "각본"에 참여한 작품들도 있어 마냥 작업을 안한 건 아닙니다.
그저, 연출까지 도맡는 그의 온전한 작품을 기다려온 팬으로서 이번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 거는 기대감은 컸습니다. - 그도 그럴 것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개봉에 앞서 '대만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하는 등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보게 된 이번 작품은 어떠했는지? -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잠시, 비를 피하려던 남자는 벼락을 맞고 그만 죽고 맙니다.
이내 자신이 지옥에 떨어진 것을 알고서, 저승사자는 자신의 일을 도와주면 "인간"으로 환생을 약속하는데요.
그렇게,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한 남자는 사람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의 일을 하던 가운데 한 여자를 보고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리고 남자는 잊고 있던 생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만년이 지나도 재밌을 영화가...?
1. 성공적인 큰 그림 스케치
앞서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 기대치는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구파도"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가진동"과 함께 했으니 그만한 "로맨스"도 나올 거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줄거리에서도 보듯이 저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합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초반 전개는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정신없는 건 여전하네?
줄거리에서 "지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듯이 '사후세계"라는 판타지를 적용한 작품이라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설명이 중요한 작품입니다. - 추후 이야기의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문제는 설명만 한다면,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에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신나는 음악, 그리고 교차편집까지 속도감 있게 보여줘 이를 타개하는데요.
정신이 없다면, 한없이 어지럽지만 늘어지거나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소기의 목적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2. 이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고
이렇게, 세계관을 소개하는데 마친 해당 작품은 저를 비롯한 관객들이 기대했고 간절히 원했던 "로맨스"를 꺼내듭니다.
그렇게, 캐릭터들은 울지만 정작 관객들은 덤덤한데요.
이런 이유에는 앞서, 번잡하게 뻗혀진 이야기와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있습니다.
전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만 보더라도, 이들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쌓아가는 이야기의 설명 순서도 있었거든요.보여줄게 많구나?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사후세계"를 살펴보면, 남자 "샤오륜"과 그의 파트너 "핑키"를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들이 맡는 "월하노인"외에도 "염라"와 그를 보좌하는 부하, 그리고 "악귀"와 같은 여러 군상들을 보여줘 이야기의 스케일을 가늠케 합니다.
그렇기에 해당 작품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샤오륜"과 연인 "샤오미"의 이야기는 설명은커녕 꺼내보기도 힘든데요.
결국, 기억이 떠오르고 나서야 뒤늦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이들에게 몰입하기는 어려웠습니다.3. 벌려두기만 하면 뭐 하나?
영화는 "샤오륜"과 "샤오미"의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말하지만, 이게 몰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똑같은 시점과 시간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몰라도,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이 방식은 뭔가 그때마다 넣어주는 "땜질"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애절함"보다는 "없는 게 없네"와 같은 만물상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자유 갈래로 뻗어나간 이야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느낌도 강합니다.앞서 설정은 뭣 때문에 말씀하셨나요?
이야기에서 "샤오륜"과 그의 파트너 "핑키"가 착용한 팔찌는 인연을 맺어주는 실을 만드는 능력이 주로 나오지만, 이는 환생을 결정짓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남아있는 하얀 구슬로 "환생 대상"을 정하기도 하지만, 전부 까매진다면 곧장 지옥으로 떨어져 환생의 기회조차 박탈됩니다.
어찌 보면, 이야기의 후반부를 쫀득쫀득하게 만들 장치로 예상되나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악귀"의 행패를 "윤회"를 통해서 진정시키는 이야기로 바꿔 후반부를 보여줍니다.4. 신령님, 진정하세요.
전생애에 걸쳐 쌓인 업보, 그리고 은혜 등으로 이야기를 선보이는데 이마저도 앞서 언급한 "샤오륜"과 "샤오미"처럼 "플래시백"으로 말합니다.
지적되는 문제가 새로운 이야기에도 동어반복적으로 되감아지니 128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임에도 그 부족함을 지울 수가 없으며, 피곤하기까지 하네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는 그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저희가 보고 싶었던 건 절절한 로맨스뿐인 나무꾼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쿠키 영상 1개가 있습니다.
본 원고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첨받아 참석해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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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리뷰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2023)>가 개봉했다. 개봉일에 곧바로 달려가진 못했으나 개봉 첫 주 안에 달려가 영화를 보며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쩐지 이전 작품을 보고 싶어졌다. 여전히 지브리의 작품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이번 작품 역시 만족스러웠는데 말이다. 아마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2023)>내에 지브리의 타 작품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많아 내 안의 어떠한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 이번 11월, 내가 돌아간 작품은 <천공의 성 라퓨타(1986)>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정말이지 멋쩍을 만큼 없다. 그저 내가 주기적으로 열어볼 만도 한데, 자주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틀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라보는 '비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하늘을 난다는 건 오랜 역사 내내 인류의 꿈이었고 낭만이었다. 마치 그곳엔 지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꿈이라도 있을 것만 같다는 환상을 품으며 천사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고 상상 속 신은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렇기에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푸른 하늘을 떠도는 천공의 섬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건 퍽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극장에 걸리는 그들의 만화는 그야말로 가공된 상상 그 자체이지 않은가. 그런데 떠올려보면, 이 애니메이션, 굉장히 이상하다. 하늘을 떠도는 섬을 제목으로 삼았음에도 이 애니메이션은 끝없는 상승을 거부한다. 대뜸 주인공의 추락으로 이야기를 열더니만, '비행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돌은 소녀와 소년을 안전히 착륙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대지의 가장 깊숙한 구석에서 수런대는 돌을 가공한 결과물이라는 게 밝혀진다. 심지어 천공의 성 라퓨타의 부활을 열망하는 이는 빌런으로 설정된 무스카밖에 없다.
등장인물들이 이미 오래전 멸망하여 전설에 가까워진 왕국으로 향하기야 한다만 관심사는 각자 다르다. 주인공인 파즈가 라퓨타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는 불명예스러웠던 아버지의 최후 때문이니 그가 실질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버지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에 가깝다. 또한 해적 도라 역시 라퓨타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그는 '해적'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라퓨타에 숨겨져 있을 고대의 보석에 관심이 있는 것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라퓨타를 인도할 수 있는, 적법한 후계자인 주인공 시타는 어떤가? 그는 이름과 비행석, 약간의 마법을 알고 있으나 그게 전부이다. 아이는 희미해진 고대의 지식에 목매지 않으며, 조상이 가졌을 절대권력에도 무관심하다. 허황된 상상을 할 법도 한데 시타는 자연에 가까운 소박한 삶을 추구할 뿐이다. 그가 라퓨타를 향한 여정에 동참하게 된 건 순전히 무스카가 그를 납치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고작 그 정도 이유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라퓨타가 하나의 맥거핀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등장인물들이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 역시 사실이다. 비행선을 타야 하기에, 추락했기에 자신의 높이를 가늠하기 위해서, 감방을 탈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라퓨타를 찾아야 하기에. 실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유들이지 않은가! 그러나 지브리 스튜디오가 정말 전하고 싶어 하는 건 땅 -평범함의 가치-이다. 라퓨타의 공주인 시타는 자신의 마을 곤도아를, 야크를 키우며 보냈던 평범한 나날을 그리워하며 무스카에게 땅을 떠나 살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광부 마을 출신 소년 파즈는 시타를 순수한 마음으로 돕는 주요 조력자이며, 그가 살던 곳의 마을 사람들은 쫓기는 둘을 군말 없이 도우며 끈끈한 애정과 선의를 과시한다. 더군다나 라퓨타 성이 지나갈 때면, 지하의 비행석은 감응하며 수군댔다. 도라 해적단은 '해적'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했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시타와 파즈에겐 그들과의 모험조차 순간의 접점일 뿐이다.
어쩌면 간단히 이런 도식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과 하늘이 꿈이라면 땅은 현실이라고. 그렇기에 애니메이션 속 소녀는 떨어지고 땅에 도착한 후, 파즈와 관객을 자신의 불안정한 세상으로 초대하며, 우리를 몰입하게 만들고, 라퓨타에서 미련 없이 대지를 위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지브리의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라퓨타가 전하는 다정은 이런 곳에 있는 듯하다; 영영 인간이 찾을 수 없도록 라퓨타를 행성 밖으로 보내며 자유를 선사하고선 소녀와 소년을 땅으로 돌아오게끔 안전히 바래다주는 것. 심장 뛰는 거대한 모험 한 두 개가 아니라 자그마한 일상의 연속만으로 너, 나, 우리는 충분하다는 메시지. 배제 없이 따뜻해지는 순간과, 그리고 라퓨타를 띄운 게 비행석이었던 것처럼 꿈의 뿌리는 언제나 지하에 닿는다는 사실.
80년대 작품이라 한들, 꿈을 선물하는 애니메이션의 다정함과 순수함은 유통기간이 없는 게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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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가 훨씬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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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겨울왕국 2'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저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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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리 가이> 파이널 예고편
어제는 NPC, 오늘은 히어로?
준비 (안)된 히어로의 세상을 구하기 위한 도전!
초특급 ‘가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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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웅문> 예고편
무림의 전설이 시작된다!
주왕이 남긴 현무령에 대한 소문이 강호를 떠돌며
무림의 사대 세가는 암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중 청룡문과 남궁세가는 현무령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며
강호에는 피바람이 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