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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2025-07-01 00:57:20

자유를 갈망하는 목소리,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본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출처: (왼)네이버 영화, (오)왓챠피디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 꽤 직관적인 제목과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그래픽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수작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새로운 장르이기도 하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케이팝’과 한국적인 오컬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형태의 감상을 안겨 준다. ‘작호도’를 기반으로 한 귀여운 동물의 조합과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 내 세계관에 철저하게 고증한, 완벽한 레퍼런스로 도약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상당하다. 물론 제한된 시간에 많은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극적으로 연출된 부분도 존재하지만, 위 이유들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생각한다.

 

 

 

루미, 그는 왜 조이와 미라가 아닌 진우에게 안정감을 얻었을까

 

 

 출처: 왓챠피디아

 

주인공 ‘루미’는 헌터이자 악령이다. 아니, 헌터이기 이전에 악령이다. 잘못된 운명으로 태어난 루미는 그 사실을 감추고 수백년간 이어진 헌터의 명맥을 지켜왔다. 엄마 신 자신을 보살펴온 ‘셀린’에게는 언제나 결점을 감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라는 일관된 조언만 들어 왔다. 넘치는 사명감에 셀린의 말을 정답이라고 믿고 자신의 분명한 일부를 감추며 살아온 루미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혼문’을 만들기 위해 악령들을 해치우면서 스스로를 셀 수 없이 돌아봤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그토록 혐오하고 증오해 마지 않았던 악령들은 자신과 같은 문양을 몸에 지녔다. 눈에 보이지 않게 옷으로 가리고, 옷으로 가릴 수 없다면 상황을 피해버리는 방법만으로 절대 지울 수 없는 선명한 문양들. 스스로를 죽이며 루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도 죽어야 마땅한 존재인 걸까?

 

 

 

 

악령의 존재를 없애고 혼란을 잠재우는 혼문이 곧 완성되는 시점에서 루미의 앞에 ‘진우’가 나타난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방해하러 온 인물, 진우. 그를 비롯한 5인조의 ‘사자보이즈’로 인해 견고해 보였던 혼문이 점점 망가진다. 적색 경보가 켜진 서울 도처를 바라보며 루미는 조급해지지만 목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이 흐트러진다. 혼문만 완성하면 ‘헌터’ 자체의 목적을 완성하고 세상을 구하는 건데, 자신이 무엇을 바라 왔는지 무엇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건지 흐릿해진다. 그리고 진우에게 들킨다. 악령만이 가지고 있는 몸의 문양을 진우가 발견하지만 그는 루미의 흠이 친구들에게 발각될 위기에서 구해준다. 단숨에 신뢰를 내주게 된 그와 대화를 나누며 애써 부정해왔던 악령으로서의 자신과 분명하게 나눠 두었던 악령과의 경계선이 진우로 인해 부서진다.

 

진우 또한 그렇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호의호식하며 완전한 악령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이기적으로 살아 왔다. 루미가 정의한 악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시간 스스로를 혐오하며 ‘악령답게‘ 지내 왔던 진우는 루미의 문양을 보고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악령이 헌터의 의무를 다 하고 있다. 태초부터 선한 자들의 위치라고 생각했던 헌터가 나와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다. 죄책감, 슬픔, 고뇌 등 아직 남아 있는 인간성조차 악령이 된 채로는 그저 알량한 위선일 뿐이라고 치부해 왔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게 된다.

 

루미는 진우를 보며, 진우는 루미를 통해 내 안의 ‘악령‘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자유를 갈망하는 목소리, 그 종착점은 서글픔


 


We can’t fix it if we never face it

 

루미와 진우가 혼문의 완성을 앞두고 함께 부르는 노래 'Free'의 가사이다. 이 노래가 흘러 나오는 장면으로 말미암아, 루미는 진우가 악령임에도 사유할 줄 알고 후회할 줄 알며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동시에 자신도 잘못된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다. 루미가 악령이라는 사실에 더 의문을 가지지 않고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진우에게서 안정감을 찾는다.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내가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 누군가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그 존재가 사라진 후 필연적으로 다시금 흔들리게 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가사에서 정확하게 짚어낸다.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 절대 바로잡을 수 없어’. 

 

때때로 지극히 판타지스러운 작품이 오히려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렇다. 루미와 조이, 미라는 셀린의 충고를 다시금, 그리고 또 상기시킨다. ‘결점을 숨기고 괜찮은 척 해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매우 동일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누지 말고, 약점은 되도록 드러내지 마라. 긍정적이고 멀쩡한 내 모습만 나누어야 한다. 무릇 인간이란, 힘듦을 견뎌내기 어려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도 외면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자들이 어떻게 타인의 어려움을 제대로 바라봐줄 것인가? 루미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둘에게 오히려 터놓지 못하고 진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동질감 외에도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이끌어 주어야 하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못된 운명을 타고났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음을 결코 고백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옳음을 추구하며 삶을 구성한다. 잘못된 것을 부정하며 죽음까지 떳떳하기를 원한다. 진우는 바로 그런 인물이었기에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지도 모른다. 인간답게 잘못을 저지르고 뉘우친다. 외력에 흔들리고 이익을 좇지만 올바른 일에 희생할 만큼 강직하다. 매순간 과거를 후회하고 잔재하는 온전한 영혼을 갈구하며 휘몰아쳤을 그의 내면은 비로소 마지막에 안정을 찾는다.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로 만들어질 뿐인 목소리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지는 결국 듣는 관객들의 감상이 투영되며 완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본인의 삶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가? , 질문의 순서가 잘못됐다. 과연 '나'는 이번 삶에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가? 나는 인물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들의 목소리를 매개체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을 얽매이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던  허구 속의귀마’로부터 비롯되었지, 나를 얽매이게 만드는 인간으로서의 , 지켜야 신념,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치열한 과정들이다. 목적어가 무엇인지도 모른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느낌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이젠 내가 나를 마주해야 차례다.

 

 

 

 

백록

작성자 . 백록

출처 . https://blog.naver.com/baek_rock/22391733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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