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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2025-06-23 04:03:16

현대판 우화,

영화 <페니키안 스킴>



* 더 촘촘해진 스토리

분명 ‘사람’ 모습의 주인공으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데도 옛 우화와도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동화 같은 그래픽 덕분일까, 아니면 스토리의 독특한 진행 형식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자'의 터무니 없는 사업 계획의 자본, 일명 ‘갭’을 대줄 만한 사람을 찾아 나가는 게 작품의 주요 사건이다.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고, 초기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며, 마지막 한 사람에게 50%가 갈 정도로 엉터리가 되어버린 계획표가 챕터의 끝과 시작에 나올 때마다 얼핏 웃음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작정하고 우스운 행실을 일삼는 건 아니다. 실제 사업가와 종교적인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 수녀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진지함 속에 코미디가 심겨 있다. 현대 사업가의 보편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종교인의 이상적인 덕망을 담으면서도, 묘하게 뚝딱이는 헐렁한 모습들이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동화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 더 정갈해진 미장센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4:3 비율의 꽉 찬 미장센에 화려함까지 더해져, 간혹 카메라 무빙까지 화려하게 겹치는 장면에서는 다소 어지러울 정도였으나, 이번 <페니키안 스킴>은 보다 깔끔한 진행에 미장센의 완벽함이 더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소품과 그래픽에 웨스 앤더슨의 색깔이 담겨 있지만 여느 작품에서나 흔하게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직 <페니키안 스킴>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하나의 샷으로 구성되는 오프닝 크레딧 씬은 언제나의 웨스 앤더슨 만큼 대단하다. 기하학적 타일 무늬를 배경 삼아 동일한 색상으로 타이포 디자인을 잡고, 그 위치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인물들의 동선이 굉장히 깔끔하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하나의 명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이룬다. 뒤에도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듯, 초반부터 강렬한 비행기 사고와 완벽한 오프닝 씬으로 시작하는 감독의 자신감이 돋보이며 관객으로서 만족스럽다.

 

*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점



 

뜬금 없는 스킨십과 맥락 없는 로맨스.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늘 나왔던 소재였다. 동화 같은 스토리를 구축하는 감독인 만큼 엉뚱한 사랑 이야기를 곁들이기를 선호한다는 건 알고 있다. 실제로 웨스 앤더슨만의 미장센과 굉장히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창녀라는 단어는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 걸까?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는 풋풋한 장면에 독특함을 끼얹겠다는 최선의 방법이 '창녀라도 네 본모습을 좋아할 수 있어'라는 대사인가? 위트 있는 로맨스를 연출하고자 했던 의도가 명확히 보이기에 더더욱 극에서 튕겨 나가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더이상 욕설은 전혀 위트 있지 않다. 하나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감독으로서 비속어에 담긴 혐오성을 인식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다양한 관객층에 무해함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록

작성자 . 백록

출처 . https://blog.naver.com/baek_rock/22390809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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