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14 20:17:07
더울 때 보면 진짜 더워지는 영화들
씨네필은 영화도 이열치열이야
️♨🎬️에어컨 없어도 괜찮아요(?) 진짜,,,
더위를 더위로 이겨내는 이열치열 큐레이션!
보고 있으면 체감온도까지 올라가는
‘더울 때 보면 더 더워지는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바그다드 카페
🔥 습도 다소 높음
🔥 델마와 루이스
🔥 챌린저스
땀나는 서사, 뜨거운 감정, 타오르는 로케이션까지.
주말에 무슨 영화 볼지 고민이라면
지금 저장해두고 하나씩 꺼내 보며
같이 여름나기 해봅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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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청부 살인 설계자 강동원의 완벽 변신!
6일째 1위를 달리고 있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꺾고
1위에 올라설수 있을지! 5월 마지막주 개봉예정작 같이 만나보아요
5월 마지막주 개봉예정 PICK
설계자
-강동원 X 이무생 X 이미숙
드림 시나리오
-니콜라스 케이지 X 줄리안 니콜슨
오늘부터 댄싱퀸
-리브 엘비라 키페르순 라르손 X 빌리아르 크루센 비오달
창가의 토토
-오노 리리아나 X 야쿠쇼 코지
설계자
The Plot
개요: 범죄, 드라마 | 한국 | 99분
감독: 이요섭
출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개봉: 2024.05.29.
배급: (주)NEW
시놉시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그의 설계를 통해 우연한 사고로 조작된 죽음들이 실은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번 타겟은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유력 인사.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의뢰지만 ‘영일’은 그의 팀원인 ‘재키’, ‘월천’, ‘점만’과 함께 이를 맡기로 결심한다.
철저한 설계와 사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순간 ‘영일’의 계획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데...!
드림 시나리오
Dream Scenario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2분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니콜슨, 릴리 버드, 마이클 세라 등
개봉: 2024.05.29.
배급: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시놉시스
소심하고, 한심하고, 평범 그 자체여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 없는 ‘폴’로 인해 온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왜? 그가 지구상 모두의 꿈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존 인물 맞나요? 왜 당신 꿈을 꾸죠? 도대체 누구세요?” SNS 메시지 폭주, 인터뷰 출연, 광고 모델 요청은 물론, 심지어 꿈속 만남이 현실로 이어지는 기막힌 일까지! 꿈속 남자에서 모두가 꿈꾸는 남자로 거듭난 ‘폴’! 하지만 갑자기 그가 등장하는 모든 꿈들이 악몽이 되는데…
오늘부터 댄싱퀸
Dancing Queen
개요: 드라마 | 노르웨이 | 92분
감독: 오로라 고세
출연: 리브엘비라 쉬퍼, 스툴라 하르비츠, 빌야르 크누세 등
개봉:2024.05.29.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시놉시스
16만 팔로워를 가진 힙합 댄서 E.D.윈에게 첫눈에 반한 12살 소녀 미나는 운 좋게 오디션을 통과하고 E.D.윈의 댄스 크루에 들어간다. 공부와 달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에 인생 첫 좌절을 마주한 미나. 하지만 포기란 없다! 한때 춤으로 이름 좀 날렸던 할머니의 지도하에 남사친 마르쿠스와 비밀스러운 연습을 시작하는데… 함께라면 할 수 있어! ★오늘부터 댄싱퀸★
창가의 토토
Totto-Chan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 일본 | 114분
감독: 야쿠와 신노스케
더빙:오노 리리아나, 야쿠쇼 코지, 오구리 슌, 박지윤, 장광 등
개봉: 2024.05.29.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토토’는 엄격한 규율로 가르치는 이전 학교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토토’를 품어주는 새로운 학교로 가게 된다. 인자한 교장 선생님, 전차로 만들어진 교실,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곳에서 ‘토토’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는 나날을 맞이하는데… 사랑스러운 토토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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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며 다시 만날 그 내일까지, 잘 지내자 우리
너와 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의 어느 동네에 사는 세미와 하은이다. 세미의 마음이 두근댄다. 내일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날이다.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미의 수학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둘도 없는 친구 하은이다. 하은이도 가면 안 되나? 수학여행을 가려면 경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집은 그렇게 지갑 형편이 충분하지 않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는 하은. 세미는 불안하다. 세미의 수학여행에 하은이가 없다면 재미가 절반으로 급감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법이 없을까?
세미가 꿈에서 깼다.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안 그래도 수학여행 안 갈까 불안한데 꿨던 꿈이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불안감을 낳는다. 사실 오늘 하은이는 자전거에 치여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심하게 다친 거면 어떡해? 선생님에게 조르고 조른다. "직접 가보면 되잖아!" 가보기로 한다. 하은이게 가는 세미. 심장이 조금씩 두근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미의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어렵다. 하은아. 난 널 사랑해. 너와 나,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간단하고 먹먹하게
글쓴이는 이 <너와 나>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2023년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을 이야기할 때 사랑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가장 먼저 써야 한다. 이 영화에서 오고 가는 마음은 빈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예를 들어 세미의 성격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세미는 불안하다. 왜 불안할까? 영화를 보다 보면 이유가 너무 간단해서 알기 쉽다. 안 그래도 간단한 이유라 몰입하기 쉽다. 하지만 이 몰입하기 쉬운 공감대가 영화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영화의 핵심이 된다. 핵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간단명료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간단명료해서 이야기가 와닿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사실상 사랑의 속성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돌이켜보면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사라지면 아프다. 이 두 차이를 영화가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각본은 환상적이다. 어렵지 않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지켜야 할 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부분인데, 이 소재를 구체적으로 적는다면 아마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그러나 조현철 배우가 2022년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수상 후 수상소감에 언급한 걸 아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사소한 스포일러다). 이 영화는 이 소재를 다루면서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다. 우선 이 영화가 이 소재를 다루는 건 합리적이다. 이 영화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면서 사랑의 빈자리를 주로 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다 간 빈 공간을 묘사하는 데 있어 이 사건을 분기점으로 찍는다는 것에 효과적이다. 이야기 소재가 서사에 의미가 생겼다. 이 일이 단지 재미있게만 쓰이지는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가 대화하는 방식이 있다. 이 영화는 하은이가 세미에게, 또 세미가 하은이에게 하는 말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때 두 사람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의 핵심이 우리가 아는 이 사건의 한 부분과 본질적으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 수많은 이미지들이 들어간다. 거울이나, 시선이나, 동물 같은 것들이 영화에서 상징이나 암시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상징 중에 ‘들어갈 법 한데 없는 티조차 나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현철 감독이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다른 관점에서 윤리적인 선을 지킨다는 점 역시 훌륭하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이 부분들이 군더더기가 되어 감정발화의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탁월하다. 영화에서 억지 신파극이 없었다는 의미다. 만약 이 영화가 우리가 아는 신파극처럼 전개된다고 하면 작품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 후반부에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있던 일을 하나하나 돌이키다 문득 완벽히 혼자인 나를 발견하고 엉엉 운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관점에서는 그게 정말 슬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런 이야기 전개가 폭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입에서 오는 탄식이 아니라 상처받은 주인공을 보고 불쌍해서 울게 만드는 것이다. 후반부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면 영화는 이 일을 단지 재미있으라고 사용한 셈이 된다. 영화가 후반부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방식은 이 반대다.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인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빛과 카메라
영화는 전체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이뤄진다. 온갖 뮤직비디오와 브이로그, 드라마와 영화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단골손님처럼 자주 사용됐다. 올해 초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가가린>은 영화가 주인공의 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연출법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의 핵심과 등장인물의 처지가 어울리기 때문에 작품의 잔상이 관객에게 오래 남는 것이다. 이 <너와 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야기 내적으로 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후반부에 설명한다. 이 ‘빛을 활용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 이유’의 질의응답이 영화 내적에서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작품의 화법이 간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이야기가 꿈처럼 느껴지는 것이 정서적으로, 이야기 상으로도 분명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인물을 담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화의 몇 장면을 보면 카메라는 불필요한 모습도 담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과 관련한 장면이 그렇다. 영화의 두 번째 장면에서 카메라는 거울을 비춘다. 그런데 거울을 비추는 인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인물을 직접 찍지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의 카메라는 단순히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끼리 움직이는 모습을 찍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 세미와 하은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누구를 비추지 않고 두 주인공을 비춘다던가, 세미의 시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이 그렇다. 이 장면은 왜 인물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전지적 카메라 시점’이 되는 셈인데, 이 역시 영화에서 분명한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촬영과 연출의 강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은이와 세미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김시은, 박혜수 배우는 생동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은이를 맡은 김시은 배우는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보다 더 좋았다. 김시은 배우 입장에서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소희가 서서히 잠식된다는 연출은 이 실제 배우가 이런 경험이 없다면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나>의 하은 역은 이 전제조건에서 더 나아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인물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활짝 피고 미끄러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음 소희>에서 연기도 보이면서 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연기를 했을 텐데, 이 입장에서 보면 김시은 배우가 ‘어떤 마음이셨나요?’ 물어보고 싶어 진다.
다른 주인공인 박혜수 배우 역시 탁월하다. 세미의 연기는 감정적으로 깊었다. 세미의 캐릭터는 하은이에 비해 단순하다. 세미는 사랑에 진심이다. 사랑에 진심이면 당연히 서투르다. 서투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드러났다. 이 인물 묘사를 다른 관객 분들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박혜수 배우는 이 이기심일지도 모를 마음을 내내 분출한다. 하지만 밉지 않다. 이 ‘밉지 않다’라는 거리감은 영화의 감정이입과도 이어진다. 영화가 점층법처럼 사랑의 잔상을 서서히 밟아가기 때문에, 느슨해진다면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정이입이 되야 보여주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혜수 배우는 이 영화에서 인물이 사랑에 빠진 순간이 가진 양면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를 거리감을 유지하며 보여준다. 이때 더 어떤 마음을 보여주면 관객이 ‘세미가 하은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낀다는 걸 알고 연기하는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나 여타 드라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의 섬세한 모습이었다. 아마 박혜수 배우가 이 작품을 계기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내 사랑아
사실 영화를 보면서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다. 바로 이 영화의 카메오와 관련된 장면이다. 영화가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또 유머를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 이야기에서 잘 느껴지는 편이다. 그래서 조현철 감독이 이 인물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마저 이 인물이 이랬어야만 했을까?라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흐름이 약간 끊기는 듯했다. 인물이 중언부언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흐리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장면이 두 개 있다. 후반부에 이 영화의 사건이 직접적으로 들어간 장면이 그랬고, 노래방에서의 장면이 그렇다. 두 장면 역시 글쓴이가 너무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이 장면들로 근거한다면 납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이 영화는 약점 같은 부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글쓴이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다. 사랑이 왔다간 자리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그 사랑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구나 이 영화와 같은 일을 겪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문장 아래에 우리가 무시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 너와 나의 관계, 사랑의 의미,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 예술이 사회에게 던지는 위로, 우리 반드시 내일 다시 만날 테니 잘 지내자는 약속까지. 그 모든 의미를 영화는 가로지르며 따스한 온기를 건넨다. 아마 글쓴이는 살아가다 이 영화와 관련한 무언가를 만나면 또 생각에 빠질 것이다(<헤어질 결심>처럼). 하지만 두렵지 않다. 이 영화와 꿨던 아름다운 꿈을 지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했고, 여러분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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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삶에서 잊지 못할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힘은 시간의 축적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순간,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망가진 시계를 열어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멈춰버린 시간을 흐르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 <만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 애나(탕웨이)의 삶 때문일 것이다. 가정폭력, 남편의 죽음, 7년간의 수감 생활. 그녀의 표정을 앗아간 지독한 세월은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의 공기 안에서 더욱 짙은 고독을 품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는 그녀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연의 순간을 나누는 동안 감정은 저도 모르게 힘을 지니게 되고 만다.
단 한 번의 순간
애나는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허락받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훈(현빈)을 처음 마주한다. 훈은 이상한 사람이다. 돈 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며 버스에 올라탄 것도 모자라, 처음 보는 애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돈까지 빌린다. 이토록 기묘한 첫 만남이지만, 그때의 애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로 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작 30불의 지폐는 7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만에 그녀가 사람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훈은 30불을 담보로 애나에게 시계를 건넨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에게 시계는 ‘양심’보다는 ‘작은 미끼’에 가까웠다. 그가 할애하는 시간만큼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아니까. 계속해서 애나에게 ‘몇 시예요?’라 물으며, 내가 당신의 기억에 남기를, 당신에게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함께 하는 시간에는 마음이라는 대가가 붙는다는 것을.
영화 <만추>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 로맨스 영화다. 한정된 시간 속 시계를 매개로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마주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고독과 상처를 마주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조각난 마음에 서로가 딱 맞는 조각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애나에겐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를 위하는 척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뿐이었다. 훈은 자신의 외양과 다정한 말에 놀아나는 거짓된 사랑만을 나눠왔다. 상대를 위하는 말 한마디에 돈이며, 진심이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쉬운 사람들만이 그의 곁에 있었다. 마침 애나에게는 나를 위해주는 말이 필요했고, 훈에게는 미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시계는 그들의 사이를 오가며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확인시켰다.
그렇게 애나와 훈은 함께 시애틀의 거리를 걷는다. 오프닝 장면 속 불안한 걸음으로 홀로 거리를 내달리던 여자는 없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시애틀의 이곳저곳을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던 애나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시간을 물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자 훈에게 남은 시간을 맡겨보도록 한다.
데이트를 시작한 두 사람이 올라탄 오리버스의 가이드는 외친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서로 다시 만날 일을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인생은 짧아요. 즐기세요. 마음을 열고, 지금 사랑하자구요!’ 그렇게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데이트를 이어나간다.
단 한 마디의 말
<만추>에서의 애나의 삶은 지독하리만큼 수동적이었다. 누군가에게 얽매인, 필요에 의해 불려지는 삶. 남편도, 가족도, 옛사랑 조차도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용해’ 왔다. 널 사랑하니까, 너의 삶을 위해서. 입 한 번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방적이고도 아픈 사랑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이란 특별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순간에서 영화 같은 순간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데이트의 끝자락, 범퍼카를 탄 그들의 눈앞에 한 커플이 나타난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다투는 듯 보인다.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거기까지다. 그러나 그 순간 훈이 더빙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나는 훈의 대사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꽤나 그럴듯한 연극이 완성되었다. 평범한 한 장면이 한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멈춰있는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만들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멈춘 듯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에겐 깨고 싶지 않은 화려하고 멋진 꿈이었는지 모른다.
이내 곧 애나의 눈은 슬픔에 잠긴다. 꿈같은 시간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도망치듯 달려 나간 곳에서 애나는 사실을 말한다. ‘나는 내일 감옥에 돌아가야 해요.’ 그렇게 애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훈에게 털어놓는다. 비록 중국어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훈은 그녀의 말을 누구보다 따듯하게 들어주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에 자신이 아는 단 두 단어 ‘하이(좋네요)’와 ‘화이(안 좋네요)’로 얼렁뚱땅 대답하면서. 하지만 애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었을 답이었다.
훈 역시 마찬가지다. 애나는 10불을 건네며 버스비를 제외한 데이트 비용이라고, 고마웠다고 말한다. 돈을 주면서 구걸하는 사랑이 아닌, 그동안 훈이 받은 돈에 비하면 우습기만 한 한 장의 지폐를 건네면서 말이다. 목숨을 쫓기면서 버릇처럼 던진 미끼에 자꾸만 예상하지 못한 대답과 얼굴을 보여주는 애나였다. ‘나랑 같이 있을래?’라고 말하는 고객이 아닌, ‘오늘 고마웠어요. 난 여기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여자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연을 운명으로
언제 안개가 다시 질지 모른다고 말했던 오리버스 가이드의 말처럼 어느새 안개가 자욱이 깔린 시애틀. 애나는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감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번엔 옆에 훈이 있다. 애나와 훈은 둘의 첫 만남을 다시 만든다. 범퍼카를 탔을 때와 같이 어색한 연극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하고 갑갑한 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더욱 짙은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멈춘다. 그곳에서 훈과 애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훈은 말한다. 감옥에서 나오는 날 이곳에서 만나자고. 그들이 나눈 3일의 시간 어느새 사라지고, 그녀의 손목엔 우연의 시작이었던 시계만이 남아 있다. 시애틀에서 시계 덕분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꼭 다시 만나고 싶은 훈의 마음을 담았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우연의 씨앗을 심어 운명의 힘이 자라도록.
시간이 지나 출소한 애나는 휴게소 카페에 앉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약속한 그날,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지만 이내 곧 설레는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네요.’라는 짧은 문장을 연습하며, 건조하고 쌀쌀한 늦가을에도 노란빛의 따스함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 그를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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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인 내가 깨어나 보니 37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45편의 작품에서 감독을 맡은 알렉스 하드캐슬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레벨 윌슨의 만남!!
바로 <시니어 이어>입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이 영화를 나타내기 딱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형적인 하이틴물이지만, 정말 가볍게 보기 좋은 2022년 버전 하이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스테파니 | 레벨 윌슨
FILMOGRAPHY
시니어 이어 (2022)
어쩌다 로맨스 (2019)
캣츠 (2019)
AWARDS
CinEuphoria Awards, 2021
MTV Movie+ TV Awards
AACTA, 2020
어떤 내용인가요?
치어리더팀에서 단장을 맡고 있으며, 멋진 남자친구까지 있는 스테파니!
이루고 싶은 걸 모두 이룬 스테파니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졸업 파티에서 퀸이 되는 거였습니다.
경기 전, 멋진 치어리딩을 선보이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착지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스테파니는 20년동안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스테파니가 깨어나고 나서 낯선 얼굴, 낯선 환경에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스테파니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학교 교장이 된 친구에게 말해 고등학교에 돌아가게 됩니다.
20년이나 지났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학교에서 스테파니는 잘 적응하고,
졸업 파티 퀸이 될 수 있을까요?
Reviews
"2022년 버전 하이틴 로맨스"
유명한 하이틴 영화를 보면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나와 현 시대에 보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는데
<시니어 이어>는 2000년대 초반에 이야기와 2022년 현재의 이야기까지 담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변화, 학생들의 변화 등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국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와 한국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까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대되는 신예 배우들의 대거 등장"
<시니어 이어>의 조연 배우로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물론 해외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들도 있었고요.
레벨 윌슨이 원탑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추억의 팝송"
주인공이 2002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보니 그 시절 팝송이 OST로 많이 나왔는데요.
신나는 추억의 팝송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의 팝송 뮤비 패러디도 보실 수 있답니다!)
지금까지 <시니어 이어>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시니어 이어>에는 패션과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면 알만한 특급 카메오가 등장하는데요.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시니어 이어>를 시청해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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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알 수 있었던 당신의 몸짓 그 모든 것
봄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경(한예리)과 수환(김설진)이다. 친구의 결혼식, 외로운 영경의 눈에 누군가 들어온다. 과묵한 남자 수환. 둘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지만, 깊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이미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국어교사였던 영경, 사업에 실패한 수환. 두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흉터가 있고, 몸은 이미 망가지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사는 길은 있는 걸까? 거리의 나뭇잎과 꽃은 환하지만, 두 사람은 시들어간다. 더 시들기 전에,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죽음으로 향하듯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있다. 이 거리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 영화의 첫 시작부터 잘 드러난다. 기본적인 설정 중 하나는 두 사람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영화 역시 새롭게 시작한다. 영경과 수환의 첫 만남. 운명처럼 만났다. 대화가 통하는 두 사람. 글쓴이가 어제 본 <슈퍼맨>처럼 대화가 통하는 남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검은 옷을 입고 엎드려있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검은 옷을 입고 누워있다는 건 자연스럽게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대화하는 남녀가 엎드려있는 군중 속에 있다.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고의적으로 생기를 없애버렸다. 심지어 결혼식에서도 죽음에 가까운 두 사람. 세상과의 거리감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들 중 가장 죽음에 가까운 남녀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후에 이어지는 장면. 두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만난다.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는 수환과 영경. 영경은 국어교사였다. 남편과 헤어진 영경. 영경에겐 아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권을 뺐겼다. 마음에 흉이 졌다. 술로 빈자리를 채웠던 영경. 마흔셋의 이른 나이에 교직을 내려왔고 술로 일상을 보내야만 한다. 수환은 결혼에 실패했다. 사업에도 실패했다. 병이 생겼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수환. 온 몸이 아파 심지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육체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은 죽어있다. 여기서 수환이 내뱉는 대사는 이 영화의 플롯을 한 번에 요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기 전 각자가 쌓아온 사연을 함축한 대사이기도 하다. 죽음으로 향하다가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죽음 사이에서 나누는 사랑이 남는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었다는 점 역시 본작이 죽음에 관한 작품이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원작 권여선의 <봄밤>은 두 주인공의 일대기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가족들이 나온다. 영경의 자매들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심지어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12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있기도 하다. 이야기로서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작. 영화는 이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인물들의 사연은 캐릭터들의 대사로 짧게 묘사된다. 과거회상을 통해 극적으로 몰입되는 감정선도 배제한다. 거두절미하고 딱 죽음 사이의 인물만 보여준다. 여자는 여자의 삶을 살다가 죽어가고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그 둘이 서로를 만나 함께 죽어가고 있다. 영화는 그 이미지와 고유의 리듬감이 핵심인거지 이야기로 구구절절 설득할 생각 없다. 카메라도 동선을 최소화한 방식을 차용한다. 수환이 영경을 업을 때 업는 동작마다 짧게 잘라서 숏을 구성한다던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던가하지 않는다. 그냥 행위와 잔상만 남는다. 편집도 마찬가지. 위의 촬영방식과 연장선상으로 죄다 분절되어있다. 감정을 극적으로 몰아붙인다던가 하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던 듯 하다. 인물들은 움직이기만 하고 그 움직임만 영화가 보여준다. 죽어있지만 단 한가지만 살아있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영화라는 점을 영화가 표현하고 있다. 아마 감정이입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어차피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동정이나 연민을 허락한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처연함과 모순된다는 점에서 타당한 선택이다.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이 영화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장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그 반복의 중심에는 김수영 시인의 시 ‘봄밤’이 있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영경이 수환에게 업혀가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며, 사랑이 깊이 자리잡힐 때까지 반복된다. 영경은 자주 이 시를 읊고, 수환은 그 곁에서 듣는다.
영화는 마치 1시간짜리 음악처럼 각기 다른 장면과 상황을 이 시의 반복으로 이어간다. 시의 각 구절이 달라지지만,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 오오 봄이여’와 같은 후렴은 매번 같아, 인물들의 변화 없는 삶을 암시하는 듯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시를 읊음으로서 느껴지는 리듬감이다. ‘삶은 결코 죽은 동일성의 복제가 아니다. 매 순간 새로운 차이를 생성하는 생성의 운동’이라고 말한 들뢰즈처럼 이 시는 죽음을 형상화한 플롯에 생기를 부여한다. 그 사이 시의 이미지들은 영화의 배경이자 정서적 풍경이 되고,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않는 두 사람의 태도처럼, 이들의 사랑 또한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조용히 스며든다.
몸짓과 눈빛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적 요소는 몸짓이다. 몸짓은 죽어가는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가장 단적인 증거다. 대사가 아닌 몸의 움직임, 그 느릿하고 무거운 동선 속에 인물들의 감정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다. 영경이 수환에게 업히는 장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 병든 몸을 간신히 이끄는 수환의 걸음걸이. 잠시 떨어져있던 두 사람이 재회할 때. 영경의 외로움. 그 외로움을 못이겨 술을 들이키는 영경. 이 모든 몸의 궤적이 말보다 선명하게 인물의 상태를 보여준다. 간단하지만 명료한 상태. 이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다.
이 몸짓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은 몸짓을 보여주는 단적인 연출방법 중 하나다. 표정을 보여주면서 감정적인 여운을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이 시선은 타인의 존재를 기본적으로 전제했다는 점에서 이야기에 맞닿는다. 움직이는 몸이 있고 그 움직이는 몸을 바라보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한다. 감정이 오고감에 따라 영향받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시선을 보여주는 카메라워킹은 결국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키워드로 이어진다. 사랑이 죽었다는 건 물리적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결국 사랑이 인간에게 남기는 유산은 상대가 나에게 선물했던 모든 몸짓이라는 점이다.
영화에 서린 밤
볼 때는 내내 무표정이지만 보고 나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프다면서 왜 저렇게 술 마셔? 너무 거리두는 거 아닌가? 술 살 돈은 어디서 났대? 하지만 이런 무던함이 무색하게 극장을 나오고 나서는 길에 그 아팠던 상처가 나에게도 생겼다. 언제는 운명처럼 반해야만 사랑이었나. 나에게 기억에 남았던 건 사랑하던 것/사람들이 생생하게 펼치던 몸짓이었다. 그 몸짓이 나의 밤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 영화는 이 밤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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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다가도 가는 건가 봐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는 ‘어느 멋진 아침’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일과를 수행하는 아침이다. 신경의 기능이 퇴행하는 병에 걸린 아버지가 열쇠를 찾지 못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좋아하셨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 가시는 것을 돕고, 안부인사를 드린 뒤 그의 집을 나선다. 통역가로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죽음이나 낯선 외계생명체의 발견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상념에 빠져 있거나 약간은 권태로워 보일지언정 대상화된 우울에 빠져 있지 않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어느 멋진 아침>은 마치 그가 생각하는 삶의 정의를 찬찬히 들려주는 영화같다. 영화 속 이야기는 긴 일대기가 아니다. 상실과 사랑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일년이라는 기간을 지나면서 아이를 기르는 것, 전에 알던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 쾌락과 실의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어느 멋진 아침>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사계절 연작을 비롯한 작품의 유산을 물려받은 연출과 레아 세이두의 해가 갈수록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 붙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관계 구조로 들어차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멋진 아침’은 매일 찾아오는 것일수도, 방황 끝에 도달하고 싶은 목표 지점이 될 수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문을 활짝 열어 두면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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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도 못 쉬고 봤습니다..... 충격 결말, 시간 순삭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세인트아가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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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시의적절한 가족 영화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가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가족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칸이 사랑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 '가족영화'라는 점이 참 재미난 관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시청해주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해피엔드 #미카엘하네케 #영화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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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바꿔 현재를 구하라! 다시 한번 간절함이 보내온 신호! 김은희 작가 [시그널] 리메이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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