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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7-17 12:58:15

썩기 직전의 수박같은 사람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리뷰

이 글은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마 후에 과일을 사면 맛이 없다고들 한다.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을 주고 수박 한 통을 기어이 집으로 들였다. 식칼의 끝에서 작은 파열음과 함께 쪼개진 수박의 속은 여름의 더위만큼이나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둥그런 여름 속의 한쪽에 시선이 간 것은 그 순간이었다. 타오르다 못해 녹아버리기 시작한 과육에서 들큼한 냄새가 풍겨왔으니까. 절정의 단맛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순간이자 이제는 썩는다 라는 표현이 더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겠지.

 

 

 

영화는 딱 그런 냄새를 풍긴다.

 

축축하고 질척거리는 경계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해야 할지 등을 돌려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다. 그 통에 영화가 밟고 서있는 희미한 경계선마저 지저분하게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그렇게 넓어졌다 불러야 할지, 혹은 영역침범 되었다 해야 할지 머뭇거리기 딱 좋은 장소가 된다. 그리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 기후에 알맞게 익어 각자의 매력을 뽐내지만, 어딘가 퀴퀴하게 골아드는 부분도 품고 있다.

 

 

 

 

 

 

 

 

 

 

 

 

 

 

 

 

 

 

 

 

 

 

과연 어디부터 도려내야 할 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찬찬히 들여다봐도 그 시작점을 찾을 수가 없다. 손에 든 칼날의 행방은 정처 없이 허공에서 맴돌고, 눈은 다시 한번 바삐 인물들을 쫓아보지만 겨눈 칼날은 단 한 조각도 들어내지 못한다.

 

 

그때치고 들어오는 감정은 허탈함이 아닌 동질감이다. 사람이란 게 이토록 복잡한 존재이며, 과연 쩍 갈라진 단면만을 보았을 때 내가 평가해도 될 것인가.라는 생각도 함께 밀려온다. 내가 품고 있을 뭉그러진 부분에 대한 연민이 밀려오는 순간 영화 제목에 대한 이해와 등장인물들에 대한 너그러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제야 영화가 우왕좌왕하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영화가, 그리고 인물들이 밟고 있는 것은 뱅상(장-밥티스트 뒤랑)으로 상징할 수 있는 도덕, 혹은 양심의 마지노선이었겠지. 이미 벌어진 일들이 있으니 그 앞으로도, 그렇다고 뒤로도 후퇴할 수 없이 초조해하는 마음을 안은 채 애써 발을 비비며 그 선을 지워댔던 것이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이 세계와 저 세계 모두 같은 것이었던 것처럼 보여야 자신들이 서 있는 곳도, 그리고 서 있다는 사실 자체도 합리화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은 당연히 제레미(펠릭스 키실), 마르틴(캐서린 프로트), 그리고 필리페(자크 드블레)의 식사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숨기고 묻어버린 욕망 위에서 피어난 버섯을 요리해 먹는 장면. 그리고 그 불쾌함을 삼키는 의식을 가장 늦게 받아들이는 제레미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친절한 금자 씨]에서의 식사장면이 오버랩되는 것만 같았다.

 

 

 

똑같은 인간. 똑같은 흠. 그리고 서로에게만큼은 그 썩은 부분을 들켜도 괜찮을 것이라는 것만 같은 동질감을 느끼는 눈빛들. 집으로 돌아가면 따로 보관해 두었던 물컹해지기 시작한 수박을 남김없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내 입가에도 비릿한 웃음이 슬그머니 지어졌다.

 

 

 

 

 

[ 이 글의 TMI]

 

1. 회사에서 파는 샐러드 1만 원 돌파... 안 먹어....

 

2. 다들 비 피해 없는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란다.

 

3. 브런치 멤버십 글을 써야 하는데... 하.. 시간 너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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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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