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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인2025-07-24 00:24:11

토킹헤즈의 이해불가함과 대체불가함을 담아낸 필름

<스탑 메이킹 센스>(1984)

 

 

<스탑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1984, 조나단 드미) 

 

 

 

토킹헤즈의 ‘콘서트를 담아낸다’는 것, 놀랍게도 <스탑 메이킹 센스>는 그것을 해낸다. “Hi, I got a tape I want to play.”와 “Does anyone have any questions?” 사이, (녹음된) 데이빗 번의 날카로운 음성이 전하는 것은 맴버 소개를 제외하면 가사 뿐이다. 스토리텔링 위주인 토킹헤즈의 가사는 딱히 싱잉으로 정의되지 않는 번의 보컬링을 통해 전달되어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느낄 수 있다 하여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들의 가사와 음악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것, 아니 어쩌면 해석을 시도하는 것 자체부터가 별 의미없는 행위다. 말이 되기making sense를 기꺼이 멈추는 이 밴드의 무대는 머리로 이해하기를 그만둘 때 비로소 심장과 살갗에 닿는다. 

 

기타로 ‘Psycho Killer’의 리프를 연주하기 시작하는 데이빗 번, 카메라는 쉴새 없이 움직일 예정인 그의 발을 감싼 스니커즈에서 출발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댄스 무브에 집중하는 맴버들을 마구 흔들리며 스쳐가기도 하고, 한 벌스 내내 데이빗 번의 상반신에 고정돼 있기도 한다. 번이 스테이지를 문자그대로 조깅할 때는 마치 그에겐 관심이 없는 듯 다른 맴버들에게 머물러 있고, 제 키만한 스탠드 조명을 파트너삼아 밀고 당기며 춤을 출 땐 바로 곁에서 동선을 좇는다. 그 장면들은 전부 긍정적인 의미로 미쳤고 이상하다. 라인 바이 라인이 즉석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데이빗 번의 구상에 맞춰 순서대로 짜인 제스처들이다. 투어 중 목격한 일본 전통 공연들에 영감을 받았다는 기묘한 안무들은 완벽히 토킹헤즈의 음악과 결합된다. 구성된 무대의 모든 액션이 즉흥으로 와닿는 까닭은, 그날 그 순간 발생한 맴버들의 흥과 힘, 그 사이 교감은 스테이지드 될 수 없는 것이어서다. 선명한 디지털 레코딩과 조화를 이루는 <스탑 메이킹 센스>의 촬영은 공기중의 에너지 흐름을 포착한다. 

 

고화질로 리마스터링된 <스탑 메이킹 센스>는 그 시절 토킹헤즈의 콘서트를 동시대에 밀접하게 관람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관에서 본다면, 꼭 시공간을 뛰어넘어 1983년 판타지스 극장에 도착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현장 객석에선 쉬이 보기 어려운 것들까지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이를테면 칠이 벗겨진 썬번 기타, 그것을 연주하는 번의 현란한 손놀림, 쉼 없이 리듬을 타는 티나 웨이머스의 어깨와 무릎, 미소가 떠나지 않는 크리스 프란츠의 얼굴 같은 것들. 객석에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을 담는 시선이 오히려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각 클로즈업은 숏이 나뉘어 있더라도 끊기지 않고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4+5인의 맴버 각자의 대체불가함, 그리고 그들이 하나의 밴드로 움직이는 방식이 인식-되기보단 감각된다. 알려져 있듯 이 필름엔 아티스트 인터뷰가 없고 반응은 환호성 몇 차례 정도만 삽입된다. 다만 마무리 즈음 객석을 조명한 숏이 몇 이어지는데, 관객들조차 어쩐지 토킹헤즈화 돼 있다. 엔딩크레딧이 흐를 무렵엔 방금 그들 가운데에서 사흘에 걸쳐 이 예측불가한 퍼포먼스를 관람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40년이 지났음에도 이 필름과 콘서트는 전혀 낡지 않았다. 물론 이는 데이빗 번이 단지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는, 신세대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꾸준히 신곡을 내는 현재진행형 창작자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작성자 . 않인

출처 . https://brunch.co.kr/@yonnu2015/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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