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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to2025-07-29 19:06:57

새벽의 숲을 헤치고

<이사> 리뷰

 

 

<태풍 클럽>이 주었던 노스탤지어, 해방, 초현실적인 감각을 기억한다. 소마이 신지가 그리는 아이들의 세계는 눈물 나게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남자 아이들의 달리기와 가출한 소녀를 좇으면서 나와는 거리가 먼 성장통을 그리기도 한다. 그 주인공들보다 조금 더 어린 초등학생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사><태풍 클럽>의 이전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구 흔들리는 소녀를 자신의 방식대로 담아 내며, <이사>는 제목의 의미를 조금씩 바꾼다.

 

 

주인공 소녀가 부모의 이혼을 겪어내는 것이 <이사>가 다루는 큰 사건이다. 아빠가 집을 비우고 나자 그녀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감정을 마주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일을 해결해 보고자 애를 쓴다. 그리고 관객들은 알고 있다. 젊은 부부의 복잡한 관계가 해소될 리는 만무하고, 소녀는 이걸 겪어 내야만 한다. 그러나 <이사>는 관객들이 어둠 속에 앉아서 자신의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성장담을 그린다. 내내 동네를 뛰어 다니는 힘찬 발걸음, 집 어딘가에 숨어 있던 오래된 물건을 집는 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녀는 혼란을 헤치고 미래로 가는 길에 도달한다.

 

 

후반부에 영화는 배경을 완전히 옮긴다. 마츠리를 보러 간 여행은 내달리는 소녀와 아이를 쫓으려는 추격전처럼 변하고, 홀로 축제를 즐기는 것 같던 그녀는 밤새 숲을 헤매고 바다에 들어가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는 기묘한 경험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소녀는 어디 가니? 하는 질문에 책가방을 맨 채 미래로 가요!’ 하고 힘차게 대답할 수 있게 된다. 아빠가 홀로 떠난 이사, 아빠 방으로 하는 이사, 그리고 미래로 가는 이사가 되는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서 좀처럼 읽어내기 어려운 아이의 감정을 따라 가는 <이사>는 아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른들끼리의 갈등을 묘사하면서 드라마를 만들고 꿈 속에서 겪은 판타지를 보여 주는 것만 같지만 아름다운 ‘하이틴’ 영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전의 나, 그리고 미래로 갈 준비를 마친 현재의 내가 교차하는 여행이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r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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