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gha2025-08-04 10:19:37
쥬라기 월드, 공룡이 아닌 인간을 마주하다
<쥬라기월드:새로운 시작> 리뷰
쥬라기공원의 시작은 대중에게 엄청난 놀라움을 선물했다.
멸종했던 공룡이 다시 생존하기 시작했다는 신선한 설정, 압도되는 크기의 공룡을 실감 나게 그려낸 VFX.
영화관에서 처음 쥬라기공원을 본 관객들은 아마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한 쥬라기공원의 후속작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이번 <쥬라기 월드:새로운 시작>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공룡과 인간이 한 세상에서 함께 생존함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공룡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말 그대로 공룡과 사는 세상에 무뎌졌다.
그러던 중 공룡에게서 채취하는 DNA로 신약을 개발해 돈을 쓸어모으고자 하는 마틴 크렙스는 인원을 모아 공룡들의 터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인간의 통제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세상이다.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능이 낮은 공룡은 오랜 시간 살아남았지만, 지능이 높은 인간은 살아온 역사가 길지 않다. 아마 인간은 오랜 시간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바꾸어 놓은 환경 속에서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발전시킨 기술력이더라도 공룡 앞에서는 그저 쉽게 구겨지는 먹이가 될 뿐이다. 이번 작품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 인간의 이기심으로 맞는 최후가 어떤지를 시사하기도 한다.
이번 쥬라기 월드의 새로운 작품은 마치 공룡보다는 인간의 이기심, 서로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통제된 공룡들의 터전에 들어간 인간. 그 공간에서 공룡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로 타인을 구하려 하는 인간. 이렇듯 공룡을 마주한 '인간'들의 이야기였기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공룡 그 자체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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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의 결말
도리언 그레이의 첫 묘사는 손때가 묻지 않은 연약함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는 그저 순진무구한 한 청년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던 한 청년이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해 어떻게 악의 화신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위 분석은 도리언 그레이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도리언 그레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어린아이가 자아를 찾아나가는 관점과 관련 있다는 가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One and only 사랑은 없다. 당신의 착각이었을 뿐
그는 시빌 베인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시빌 베인이 연기한 캐릭터들, 그녀의 연기력, 즉, 그녀의 재능을 사랑한 것이었다. 그녀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그녀가 표현해낸 줄리엣, 이모겐을 사랑한 것이다. 그녀는 도리언의 완벽한 외모에서 비롯된 그의 아름다움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갈구했다면, 그는 그녀의 연기만을 사랑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내면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겉껍데기를 사랑했다.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난 뒤, 배실 홀 워드의 초상화가 일그러지는 모습을 확인한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아름다운 젊음에 대한 찬미가 담긴 초상화에 대해서 진절머리를 느끼게 된다. 시빌 베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완전무결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완벽히 그려낸 초상화가 흉측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배실 홀 워드의 초상화는 그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도리언의 초상화는 그의 인생이 담겼고, 그의 영혼이 담겨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리언은 자신의 완전무결한 모습에 취해서 초상화에서 보이는 자신의 늙고, 흉측한 모습은 애초에 보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에 시빌 베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더 이상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 자신의 초상화를 다락방에 가두어 버리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이처럼 배실의 초상화는 도리언의 인생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면서 도리언의 잘생긴 외모라는 가면 아래 남들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던 악한 모습도 포함하고 있는 어쩌면 도리안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도리언은 배실에게 페로몬을 흩뿌려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도리언에게 있어서 배실은 이성보다는 선에 기반한 감성을 더 자극하는 사람으로, 도리언의 나르시시즘을 발현시키는 것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도리언이 헨리와의 쾌락적이고, 비관주의적인 토론을 하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것들에 감탄하고, 그의 젊음을 찬미하기에만 바쁘다. 이런 배실의 탐닉적인 모습은 자신이 그린 초상화가 일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비로소 무너지게 된다.
또다른 등장인물, 헨리 워튼 경은 도리언 그레이에게 “사상적인 분신”의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배신을 도리언에게 아름다움을 고취시킨 사람이라면, 헨리 워튼 경은 도리언의 악한 욕망에 눈 뜨도록 이끌어준 인물이다. 바질은 선에 입각한 인물이었다면 헨리 워튼 경은 사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도리언에게 쾌락주의적 사상을 본의 아니게 주입시키는 인물로서 정신적으로 도리언 그레이를 망가뜨린 인물이다. 그의 상징적 이미지는 실낙원에서 선량한 아담과 이브를 고통의 세계로 이끈 뱀(serpent)의 이미지와 상통한다.
그리고 그는 영혼과 육체의 상관관계는 인간의 충동적인 결정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부분으로 앞으로 도리언 그레이가 어떠한 충동적인 결정으로 크나큰 비극을 맞게 되는지에 대한 암시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혼은 정말 몸 안에 존재하냐고 질문하는 부분은 구절은 이후 도리언 그레이가 영원한 젊음을 위해서 영혼을 파는 부분을 연상시키면서 더 이상 도리언 몸에 있지 않은 도리언 진짜 영혼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도리언의 추악한 본능을 담은 매개체는 도리언의 몸이 아니라 도리언을 그려낸 초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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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잡을 수 없이 흩어진 마블, 사라진 토르에 대한 존중.
주인공이 바뀐 듯 마블 영화 같지 않은 시작과 내가 바라던 토르의 모습과는 다르게 펼쳐진다. 영웅으로 살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이 토르에게 있어서 이때까지 보여주었던 토리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걸까. 넓어질수록 기대감을 높였지만 얕아지는 캐릭터들로 인해 한없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웃음도 스토리도 놓쳐버린 영화는 토르는 실없는 바보가 되어 알몸으로 영화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이다. 겉모습이 낯설게 바뀌어도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 토르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담고 있었다. 이런 마음을 반영한 듯 토르에게 사랑을 주입하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꽉 낀다. 영화에 계속해서 흐르는 음악이 과하게 제멋대로 흐르는 것처럼 이 영화도 제멋대로 만화에서 튀어나온다. 상실을 바탕으로 한 치유가 정신없고 산만한 형태로 다가와 진지함이 다소 사라진다. 마블이 그릴 앞으로의 MCU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끝끝내 구원받지 못한 고르의 분노는 다른 신을 향해 솟구친다. 다른 신을 해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뉴 아스가르드를 습격하여 아이들을 납치한다. 갑자기 나타난 옛 애인과의 재회도 잠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토르는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광란의 파티’에 참여한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옴니포턴스를 탈출하고 어둠의 도시 섀도 텔름에 가 아이들과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갖은 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액션은 움직임보다는 번쩍이는 것에 집중하여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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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연말에 다소 무거웠던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를 벗어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재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찾아온 <시민 덕희>!
영화는 실화바탕의 '보이스 피싱' 소재로 통쾌한 스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주 개봉예정작 같이 만나보실까요?
시민 덕희
Citizen of a Kind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4분
감독: 박영주
출연: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등
개봉: 2024.01.24.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내 돈을 사기 친 그 놈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생활력 만렙 덕희에게 어느 날, 거래은행의 손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손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데… 이번엔 살려달라는 전화다!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손대리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필살기 하나씩 장착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간다.
CINE PICK!
이 영화는 2016년에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경기도 화성시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씨의 보이스피싱 사기로 직접 보이스피싱 총책의 사진, 은신처 정보, 중국에 소재한 사무실 주소 등을 모아 경찰에 제출하며 경찰이 총책을 검거하는데 성공한 실화 사건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넥스트 골 윈즈
Next Goal Win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 미국, 영국 | 104분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오스카 카이틀리 등
개봉: 2024.01.24.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인성 논란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축구 감독 ‘토머스 론겐’은 31: 0이라는 기록적인 패배로 창설 이후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FIFA 랭킹 최하위 아메리칸사모아 국가 대표팀의 감독을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 승률 제로, 단합 제로, 용기 제로 모든 것이 부족한 선수들과 ‘론겐’은 고군 분투하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승리도, 우승도 아닌 오직 한 골!
CINE PICK!
<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 <엑스맨: 아포칼립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연기력을 보여준 마이클 패스벤더가 만난 영화로 2014년에 나온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바탕으로 미국령 사모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4fif a 월드컵 브라질 오세아니아 1차예선 시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클럽 제로
Club Zero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 110분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외
재개봉: 2024.01.24.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STEP 1. 깊게 심호흡하고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해 보세요 STEP 2. 한 번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어보세요 STEP 3.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세요 모든 단계를 통과한 여러분을 이제 ‘클럽 제로’의 회원으로 임명합니다! 최고급 기숙사 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특별 교육을 제공하는 엘리트 학교의 새로운 영양교사로 임명된 ‘미스 노백’.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치는 ‘미스 노백’의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업에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게 되고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를 이어가는데…
CINE PICK!
<슬픔의 삼각형> 제작사 참여, <스토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미와 와시코브스카의 만남으로 영화 <클럽 제로>는 독특한 식사법을 설파하는 미스 노백과 이를 맹목적으로 믿는 앨리트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도그맨
DOGMA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미국 | 115분
감독: 뤽 베송
출연: 케일럽 랜드리 존스 외
개봉: 2024.01.24.
배급: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뉴저지의 한 도심, 핑크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던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15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CINE PICK!
<도그맨>은 안티히어로가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휴먼드라마로 <레옹> <루시>를 연출한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2021년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케일럽 렌드리 존스, 폭스테리어, 도베르만, 그레이하운드와 같이 열연을 펼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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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전작들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와 클래식한 분위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실관람객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습니다.
광복절 연휴를 겨냥해 4편의 신작이 같은 날 개봉했지만, 한국 신작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 작품은
<에이리언: 로물루스>였습니다.
작품은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후 7년 만의 신작으로, ‘에이리언’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같은 날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으며, <파일럿>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리들리 스콧 제작 · <맨 인 더 다크>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숨 막히는 서바이벌 스릴러로 돌아오다
줄거리
2142년, 부모 세대가 맞닥뜨렸던 암울한 미래를 피하려는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식민지를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한 이들은 악몽과도 같은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에 쫓기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그들의 절규를 들을 수 없는 우주 한가운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공포를 느껴라!
로맨스 영화로 돌아오는 김고은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최근 공식 1차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재희와 세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데 익숙한 흥수가 함께 살아가며 펼치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오는 10월 2일 극장에서 개봉을 확정 지으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 수가 없다> 8월 17일 크랭크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오는 17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고 12일 발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성공적인 삶을 살던 회사원 유만수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병헌과 손예진에 이어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유언석 등이 캐스팅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월 23일 공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여름, 수상한 손님의 등장으로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이정은이 주연을 맡았으며,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PD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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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오필리아 (Ophelia)
개봉일 :2021.07.14 (한국 기준)
감독 : 클레어 맥카시
출연 : 데이지 리들리, 조지 맥케이, 나오미 왓츠, 클라이브 오웬, 톰 펠튼, 데본 테렐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2020년 2월, 기생충과 1917이 아카데미에서 경합을 벌였던, 어느덧 1년 반쯤이 지난 그때. 영화관에서 1917을 보고 ‘조지 맥케이’에게 홀라당 빠져버려 그의 필모를 샅샅이 훑던 중,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식 수입이 진행되지 않아 매일 사진만.. 보며 “조지.. 너무 예쁘다....” 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던 나날들을 지나 드디어 <오필리아>가 한국에 정식 개봉했다.
마치 유화로 그린 명화를 보듯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시대극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의상과 세트장,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 <위아영>, <버드맨>, <멀홀랜드 드라이브>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나오미 왓츠, <1917>로 스타덤에 오른 조지 맥케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톰 펠튼 등 화려한 출연진까지. 조지 맥케이를 좋아하는 나의 사심을 제외하고도 <오필리아>를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필리아>의 개봉을 기다리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비교해보기 위해 최근에 ‘햄릿’ 원작도 다시 감상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고전 희곡 ‘햄릿’. 나는 지금껏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햄릿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를 잃은 햄릿의 복수심과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고뇌, 오필리아를 향했던 사랑과 그녀를 잃은 슬픔. 대부분 햄릿의 감정을 중심에 놓고 이 작품을 해석했고 그의 심리적 갈등에 집중했었다.
<오필리아>라는 제목부터 감이 오겠지만, 이 영화는 햄릿이 아닌 ‘오필리아’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여기서 오필리아는 닥쳐온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아닌 누구보다 당돌한 여인이다. 자신의 인생을 누구보다 천국과 지옥을 자주 목격한 인생이라고 칭하는 그녀가 이제 오래된 역사가 되어버린 잃어버린 왕국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말하려 한다.
이 영화엔 사랑에 빠져도 되는지 갈등하거나 슬픔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미쳐버리고 마는 연약한 비련의 여주인공은 없다. <오필리아>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한 여인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오필리아>에는 햄릿이 아닌 그날의 오필리아가 있다. 칼이 아닌 꽃을 들었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올곧은 그녀가 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햄릿의 여인이지만 <오필리아>에선 다르다.
오필리아 시놉시스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오필리아는 왕비 거트루드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오필리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난 그 누구보다 자주 천국과 지옥을 목격했어요.
사랑에 빠진 순간의 천국과 잃어버린 왕국의 지옥을 모두 목격한 여인 오필리아. 그녀는 역사가 되어버린 왕국의 중심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읊어낸다. 복수와 욕망, 실연과 피로 점칠 되어 결국 파멸해버린 한 왕국에서 분노와 복수심이 아닌 희망 한 줌을 건져 나온 그녀는 지금은 사라진 인물들을 떠올린다.
오필리아는 당돌하고 눈에 띄는 어린아이였다. 평민 출신이지만 온갖 노력으로 왕의 고문관 자리를 꽤 찬 폴로니어스의 여재. 폴로니어스의 유일한 보석. 거트루드 왕비는 꾀죄죄한 얼굴로 힘차게 왕과 귀족들의 앞으로 튀어나온 오필리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시녀로 키우기로 결정한다.
수녀원에서 자라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 쪼였던 거트루드와 평민 출신 주제에 왕비의 총애를 받는다며 시녀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오필리아. 시녀들은 보석 대신 꽃을 머리에 꽂은 오필리아를 놀리고 무시하지만 오필리아는 포기하거나 달아나는 대신 항상 자리를 지키며 진심으로 거트루드를 보필한다. 거트루드는 그런 오필리아를 더욱 특별하게 느낀다.
든든한 왕과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왕비. 전쟁에 힘을 쏟긴 했지만, 폭력적이지 않았던 왕과 왕비가 통치하는 왕국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이 평화는 한순간의 욕망과 복수심으로 인해 망쳐지고 만다.
오직 저만이 그 사실을 잊지 못하겠죠.
“오랫동안 숨겨온 욕망을 여인에게 쏟아부었다.” 거트루드 왕비가 즐겨읽던 책의 한 구절이다.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기 위해 형을 독살하고 거트루드를 유혹한다. 전쟁에만 힘을 쓰던 왕에게 지쳐있던 거트루드는 바보 같은 사랑에 눈이 멀어 클로디어스에게 왕위를 넘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뒤늦게 왕국으로 돌아온 햄릿은 왕의 의자 앞에 서서 클로디어스를 내려다보며 분노를 쏟아내지만 이미 옮겨간 왕관의 힘에 밀려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왕국의 비극은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왕의 힘이라는 것이, 눈이 먼 사랑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노라.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면 비극을 가속화 시킨 건 복수심과 사랑이었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거트루드, 클로디어스, 햄릿과 레어티즈, 그리고 메틸다는 서로에게 독과 칼을 겨눈다. 클로디어스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오필리아와 햄릿의 존재를 없애고 싶어 하고,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던 햄릿은 오필리아와 레어티즈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를 찌른다. 아버지를 잃은 레어티즈는 복수를 위해 햄릿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클로디어스에게 배신을 당한 치료사 메틸다는 진실을 알고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은 왕권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강했다. 클로디어스에게 눈이 먼 사랑을 한 거트루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계급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햄릿,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오필리아.
오필리아와 햄릿은 진실되게 서로를 사랑했으나 왕자와 평민이라는 계급 때문에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 햄릿은 오랜 시간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간직했고 자신의 반지와 함께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돌려준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담은 물건을 돌려주며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사랑을 맹세한다. 햄릿과 오필리아가 함께 보낸 시간은 빈틈없이 아름답고 푸르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 사랑이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깨어질 거란 걸 알기에 더 오래 붙잡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사랑이 어디 있냐는 거야
진짜 사랑은 어디 있는 걸까. 사람의 몸은 온갖 장기와 지방, 근육으로 가득 차있는데 사랑이 들어갈 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랑과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복수심으로 불타던 왕국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서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클로디어스에게 버려진 메틸다와 그에게 이용당한 거트루드.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복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햄릿.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 햄릿은 복수심이 담긴 독에 중독되어 죽고 만다. 클로디어스는 왕, 햄릿, 메틸다의 복수를 담은 거트루드의 칼에 죽었고, 햄릿은 폴로니어스의 복수를 담은 레어티즈의 독 묻은 칼에 죽었고, 거트루드는 메틸다의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사랑에 배신당한 이의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던 어두운색의 독약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오필리아는 햄릿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햄릿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그가 물에 빠져 죽지 않길 바라며 독약을 마셨고, 햄릿의 복수를 말리려 했지만 결국 비극으로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용기 있는 여인이었다. 진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가던 오필리아의 이야기가 다소 낯설기도 하고 햄릿의 존재감이 아쉽기도 했지만 딱 현시대에 알맞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도 모른 채 슬퍼하다 물에 빠져 죽은 비련의 오필리아와 이별한 새로운 오필리아의 이야기엔 깊은 비극을 비집고 나온 희망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슬픔에 미쳐버려 연못에 빠져 죽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오필리아는 선왕의 음모를 눈치채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독약을 먹고 연못에 뛰어드는 엄청난 결단력을 보여준다. 왕국 인물 중 유일하게 복수심이란 감정에 빠지지 않은 지혜로운 그녀는 무너진 왕국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원작에선 ‘연못에 빠져 죽은 여인’으로 끝나버렸던 그녀는 사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햄릿과 뭇 남성 인물들의 복수심에 가려져 지금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는 "그대도 언젠가는 당신만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라는 그녀의 한마디와 함께 마무리된다. 나는 이 한마디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와 응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적 편견과 넘지 못할 선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도 언젠가 오필리아처럼 ‘나의 진짜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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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보통 예리한 칼을 다룰 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을 향한 혐오(일부 남성의 눈으로 담아낸 불쾌한 장면들이 있음)와 옹호, 사회 풍자라는 세 개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 정말 거침없이 휘둘러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과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화면, 귀를 지나 손끝까지 생생히 촉감을 전달하는 음향.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흐름. ‘이만하면 뭘 말하는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아듣겠어!’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아니 탱크처럼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별 안에 박힌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이름. 엘리자베스는 별,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그는 이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만 간간이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엘리자베스가 50살이 되던 날, 그는 쇼의 프로듀서 하비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꽃다발, 케이크 하나 없이 가볍게 흩어지는 초라한 생일 축하로도 모자라 50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되다니. 최악의 생일이다. 엘리자베스는 환자복을 입은 채 눈물을 터트린다. 그때 그를 지켜보던 젊은 남성 간호사가 엘리자베스에게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권유하고 엘리자베스는 그 약물을 통해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목줄에 묶인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와 당연하게 그 목줄을 쥐고 있는 남성들. 그리고 그 남성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 생생하고 아름다운 여성 수(SUE)의 기묘하고 질긴 관계성을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남성에 의해 스타가 되었다가 남성에 의해 버림받고 수가 되어 다시 남성들의 위로 올라탄다. 엘리자베스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버림받고 다시 추락할 거란 걸,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위험한 기회를 놓지 못한다.
영화는 서서히 깨지며 분열하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카메라에 담긴 조각난 엘리자베스와 수의 모습은 매혹적이면서 역겹고 눈물겹다. 금이 가버린 별과 그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오물들. 나에겐 그것들을 자연히 받아들일 무던함이 모자라다.
새우처럼 탈피하는 엘리자베스와 새우를 게걸스레 먹는 하비
여성의 삶을 좀먹는 남성들
50살이 된 엘리자베스는 남성들이 원하는 사회적인 여성성을 모두 잃은 사람이다. 촬영을 마친 엘리자베스가 긴 복도를 따라 화장실로 향하는 장면, 엘리자베스가 들어가려던 여성 화장실에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는 눈치를 보고 남성 화장실로 향한다. 사용 불가가 된 여성 화장실은 남성들의 눈엔 더 이상 소비할 여성성이 남아있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남성 화장실, 엘리자베스는 충격적인 하비의 통화 내용을 듣는다. 여자는 어려야 해, 섹시해야 해, 25세부터 임신 가능성이 줄어든대, 새로운 애 구해!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하비의 뒤에서 엘리자베스는 숨죽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여배우,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이제 그가 받을 수 있는 꽃다발은 프로그램에서 정리되었음을 알리는 꽃다발뿐이고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장난 아닌 중년의 남성이 됐다. 반짝반짝했던 명예의 거리 속 별 모양 타일은 금이 갔고 다시는 촬영장의 조명을 맛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늙어가는 것뿐인, 다시는 주목받지 못할 공허한 중년의 인생. 엘리자베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USB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약물을 받아온 엘리자베스는 욕실에 서서 활성제를 주사한다. 이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몸을 구부린 채 움직임을 멈춘다. 이후 그의 척추를 따라 피부가 갈라지며 새로운 여성 수가 나타난다.
이는 새우의 탈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새우는 성장하며 낡은 껍데기를 벗고 새 갑각으로 탈피하는데, 엘리자베스는 성장하는 새우처럼 낡은 중년 여성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갑각인 젊은 여성의 몸으로 탈피한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되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오래된 액자가 보이고 몸을 숙였던 수의 상체가 올라오며 액자 위에 겹쳐진다. 이때 컴퓨터의 부팅 소리 같은 효과음이 삽입되며 엘리자베스의 인생이 새롭게 재부팅됐음을 알린다.
하지만 이 탈피를 마친 생생한 새우를 노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 캐릭터다. 대표적인 인물은 에어로빅쇼의 프로듀서 ‘하비’.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말하며 게걸스레 새우를 먹어치운다. 하비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수많은 새우 껍질들은 그가 남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여성의 삶을 뜯어먹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외에도 하비는 자신의 여성 비서 이사벨라의 이름을 신디로 바꾸면서 이게 더 부르기 편하다고 우기고 아무렇지 않게 쇼에 출연했던 여성들의 액자를 싹 갈아치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한다.
처음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찾아간 수는 스케줄 따위는 상관없이 너를 원한다는 둥.. 하비에게 온갖 칭송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은 하비가 만들어준 ‘새해 전야쇼’라는 목표에 휘둘리며 무너져가는 몸에 다시 활성제를 주사한다.
하비 외에도 극 중엔 여러 추한 남성 캐릭터와 그들의 시선을 암시하는 연출이 나온다. 이름보다 신체, 나이를 먼저 물어보며 이상한 품평을 하는 쇼의 심사위원들, 스파클 씨인 줄 알았다며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수를 보자마자 추파를 던지는 이웃, 수에겐 친절하고 엘리자베스에겐 위협을 가하던 트로이(수가 파티에서 데려온 남성), 새해 전야쇼에서 헐벗은 여성 댄서들을 반기는 하비와 백발의 남성들. 그리고 수의 가슴과 엉덩이만을 찍으며 열심히 화각을 조정하는 펌프 잇 업 쇼의 카메라 렌즈 움직임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사람의 동공을, 수의 몸을 탐내는 남성들의 시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나마 동창 ‘프레드’는 극 중에서 가장 친절한 남성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그가 처음 엘리자베스를 만났을 때 한 칭찬마저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구나.”라는 점에서 그의 친절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수의 생생한 빛깔을 따라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가 수를 놓지 못했던 이유
엘리자베스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영화는 이 슬픈 욕망 중 일부인 ‘남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확대해 보여준다.
7일, 7일. 이 밸런스가 무너진 건 수가 첫 쇼를 녹화한 후 파티장에서 트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수는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몸 교체를 미룬다. 수의 남성을 향한 욕망은 ‘7일마다 교체 예외 없음’이라는 문장에서 ‘예외’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는 정해진 양 이상의 안정제를 뽑아낸다. 다시 안정을 찾고 돌아온 수의 엉덩이를 감싸는 트로이의 손길이 화면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악마의 손길처럼 압도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며 그 손길 한 번의 대가는 고스란히 엘리자베스의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리필을 받으러 창고로 향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며 들어간 카페에서 자신에게 약을 권한 젊은 간호사의 원래 몸을 만나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래된 물건’ 박스를 엎어 오래된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받았던 프레드의 쪽지를 찾는다. 흙탕물로 오염된 너저분한 쪽지. 엘리자베스는 그것을 가슴에 폭 안으며 안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어떻게든 수가 아닌 엘리자베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갈라진 척추의 상처를 다시 봉합하듯이 척추를 따라 이어지는 원피스의 지퍼를 올리며 프레드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준비를 모두 마치고 수가 누워있는 욕실 벽을 닫고 나가려는 찰나, 생기 가득한 분홍빛 수의 입술이, 아름다운 수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수의 입술과 새빨갛게 칠해진 텁텁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입술. 분홍 바디 슈트 사이로 보이는 탄력 있는 수의 가슴과 빨간 원피스 아래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가슴. 엘리자베스는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치크와 립글로스로 생기를 덧칠하고 스카프를 덮으며 가슴을 가린다. 과도한 화장으로 얼굴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분홍빛을 아무리 따라 해보려 해도 진한 붉은빛을 가진 중년은 그 빛깔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엘리자베스는 생생한 여성이 되어 사랑받고 싶다. “They are going to love you. 모두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수에게 배달된 꽃다발 속 한마디. 그는 종료 주사를 손에 들고도 그 한마디에 흔들려 수를 죽이지 못한다.
욕심이 늘어가며 분리되는 두 사람
척추에서 안정제를 뽑는 이유
7일, 7일. 이 밸런스가 깨지기 전 엘리자베스와 수는 한 사람 같았다. 처음 쇼 오디션을 보러 갈 땐 엘리자베스가 수의 몸으로 하비에게 복수를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수는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슈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밸런스가 깨지고 점점 욕심이 늘어갈수록 원형인 엘리자베스는 수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남성 간호사의 원형은 엘리자베스에게 묻는다. “그쪽도 시작했나요? 당신을 먹어치우는 것.”
앞서 엘리자베스-수의 변화를 새우의 탈피에 비유했었다. 이 탈피 이후 엘리자베스의 척추를 따라 남은 검은 흉터는 새우 등에 있는 검은 내장과 비슷해 보인다. 수는 자신의 원형이 되는 엘리자베스의 척추, 즉 그의 내장에 주사기를 꽂고 한도 끝도 없이 안정제를 뽑아낸다. 속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조금씩 썩고 굽어간다.
굽은 몸으로 TV를 보던 엘리자베스는 당장이라도 부서질듯한 다리를 겨우 펴고 하비가 준 퇴사 선물을 꺼내본다.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걸 샀어요.” 하비의 목소리와 함께 프랑스 요리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악물고 요리를 한다. 네 바람대로 빨리 시간을 보내고 남성들에게, 수에게 복수를 하러 가겠다는 듯이.
피순대, 칠면조, 송아지 뇌 조림… 의미심장한 요리들이 지나가고 TV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의 모습이 나온다.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수의 말들을 하나하나 비난하며 거칠게 칠면조 내장을 손질한다. 이때 영화는 칠면조와 수의 신체 부위를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분노를 살벌하게 표현한다. 엘리자베스가 당장이라도 수의 내장을 뜯어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 분노
누군가에겐 케첩과 다르지 않을 엘리자베스의 피
하나였던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서히 분열되며 서로를 죽이기에 이른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망친 건 그들을 ‘남성에게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상품으로 길들인 남성들의 권력이지만 엘리자베스와 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남성이 아닌 서로에게 돌린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뺏어가는 게 싫고 수는 굳어가는 엘리자베스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타인처럼 지칭하며 비난한다. 이들의 갈등은 동일인의 내면의 갈등이 아닌 타인 간의 갈등, 세대 갈등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엘리자베스는 생명을 뺏어가는 수에게, 수는 종료 주사를 꽂으려 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나라는 충고를 잊고 서로를 죽이려 달려든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수도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 서서히 망가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수는 다시 한번 몸에 활성제를 투여해 엘리자베스와 수가 합쳐진 몬스트로 수로 부활한다. 그는 한껏 치장한 채 새해 전야쇼에 서지만 남성들은 그를 죽이려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사랑해 줄 남성은 없다.
아름다웠던 여성의 절규와 피가 전방위로 뿌려진다. 그리고 더 이상 스튜디오에 설 수 없는, 스타로서의 생명을 다한 왕년의 대스타는 길거리에서 산산조각 나버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별 타일 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하늘에 닿지 못한 3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녹아내린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피는 영화의 초반부, 누군가 떨어트린 햄버거의 케첩과 비슷하게 표현되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청소차에 의해 닦인다. 이는 사랑받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여배우의 역겹고 눈물겨운 마지막 흔적이지만 하비와 같은 누군가에겐 길바닥에 엎어진 빨간 케첩과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오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충격이 누군가에겐 그저 뜻 모를 B급 호러 무비 정도로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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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이중성, 저택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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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9 메타 영화
07:12 별점 및 한 줄 평
07:3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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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니모나> 공식 예고편
- 조금은 악당. 조금은 영웅. 《니모나》, 6월 30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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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메인 예고편
새끼 낳은 소도 돌보고, 지붕에 널어둔 도루묵도 걷어야 하고,
나무에 올라 감도 따고, 택시 타고 한글 배우러 시내도 나가야 하고.
강원도 삼척 어느 산속에서 혼자 사는 선녀님은 앉아서 쉴 틈이 없다.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한 선녀님이 또 한번 일을 냈다.
평생 산 하나 밖에 못 넘어 본 그녀가,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 새집 짓기를 결심하는데…
또박또박 뚝딱뚝딱 오늘도 바쁜 선녀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