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립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돋보이는 영화등대님을 만나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커피와 영화, 영화등대님만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오늘의 인터뷰 만나보시죠!
크리에이터님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5년이 조금 넘어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영화등대’라고 합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도 함께하고 있는데, 그 일도 마찬가지로 유튜브 시작 반년 뒤에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막 퍼졌던 그 겨울부터였어요. 공교롭게도 코로나에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양쪽 일(‘카페’와 ‘영화’)이다 보니 조금 힘들긴 했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보다는 좋아하는 느낌으로 하자’ 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까 어느덧 5년 6개월 정도가 된 것 같아요.
그럼, 채널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건가요?
지금 유튜브 채널도 거의 그런 색깔로 잡혀 있는데,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독립 영화랑 예술 영화 쪽이더라구요. 그런 영화들이 저한테 위로도 되고, 힐링도 되거든요.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작은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배정받는 시간대는 평일 오후 2시, 3시 이렇다 보니까 제대로 된 홍보도 어렵고, 주목을 받기가 어렵더라구요. 제가 느끼기엔 정말 좋은 영화들이어서 더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서 혹시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한 좋은 점들을 부각하는 영상을 만들면, 조금이라도 보는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봤는데 영상을 거의 120개 가까이 올리셨어요. 그중에서도 많은 영화들이 독립 영화, 예술 영화고요.
저는 사실 이 유튜브가 생업이 아니다 보니까 제가 힘들 때 영화를 보면서 얻었던 힘을 한국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 쪽에 환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거든요.
감사하게도 작은 영화 배급사들이나 아니면 영화제, 제작사 쪽에서도 가끔 이제 연락이 와서 협업하게 될 때도 있어요. 이쪽 일을 아예 안 해본 저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럼 바리스타를 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걸까요?
한참 이렇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항상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받으면 유일하게 갔던 곳이 영화관이나 카페더라고요. 또, 영화 보고 나서 같이 영화 본 사람이랑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런 기억이 저한테는 되게 지금도 사는 데 되게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영화등대님의 추천작, <커피 오어 티>(2020))
그렇게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영화등대님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영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리뷰했던 영상 중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이 나왔던 영화가 있는데, 임지호 셰프님이라고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요리를 하시는 셰프님이 계세요. 그분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거든요.
<밥정>(2020)라는 영화인데, 셰프님이 세 분의 어머니를 섬기면서 108가지의 음식으로 마지막 제사를 올리는 그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그 영화를 좀 힘들거나 아니면 뭔가 동력이 필요할 때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그분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소중하게 여기고 이제 계속 이렇게 마음속에 삶의 자리를 마련해 두는 그 과정을 보면서 항상 위로를 얻거든요.
어떤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는지 그런 것도 있나요?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요즘 연락할 방법은 많아지는데, 정작 연락할 만한 사람들은 없어진 사회가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자기의 삶에서 뭔가 인간관계로든, 사회적으로든 지친 게 있을 때, 혹시 어떤 위로가 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리스타 하시면서 나중에 독립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도 꾸리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공간이 생겼을 때 상영해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단편 영화가 잘 되고 소비가 돼야 영화계가 살아나고, 좋은 감독들이 많이 발굴된다고 생각해서 저는 단편 영화를 많이 상영을 해보고 싶어요.
<밥정> 말고도 올리셨던 콘텐츠 중에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도 궁금해요.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과 관계없이!
그렇게 최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망>(2024)이라는 영화 봤을 때 보물 같은 감독님과 보물 같은 배우들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작품을 리뷰했을 때, 영상 작업하면서도 오랜만에 즐거웠고 좋았어요. 그래서 배우분들이나 감독님 SNS 팔로우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고요. (웃음)
또, 작품 자체가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작품이 아니라 단편 영화를 만들고 후에 옴니버스식으로 묶어서 만든 영화라서 좀 구성 자체도 독특하거든요. 그리고 거기 나왔던 공간이나 길 자체가 은은하게 좀 위로를 주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등대님의 추천작, <타이페이 커피 스토리>(2010))
영상 리뷰를 만들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도 많을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글보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담게 되잖아요.
저는 채널 자체가 독립 영화랑 예술 영화 쪽을 많이 다루다 보니까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큰 상업 영화면, 그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스케일 같은 것들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보러 가시잖아요. 사실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는 잘못하면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을 제 영상에서 이미 다 발설해 버리는 느낌이 될까 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혹시 내 영상만 보고 이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독립 영화를 위주로 많이 리뷰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상을 계속 올리면서 나름의 철칙 같은 걸 세운 게 있어요. ‘웬만해서는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 그리고 ‘썸네일을 너무 자극적으로 만들지 말자’와 같이 개인적으로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데, 또 담백하게 만드는 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쵸. 그 밸런스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채널이 어떤 방향으로 계속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나요?
지금 5년 반 정도 됐는데 그런 거 치고는 구독자가 많지 않아서, 구독자 수에 대한 이제 욕심을 버린 지가 좀 됐어요. 대신 한국 독립 영화나 다양성 영화들 리뷰 했을 때 ‘이 채널 가면 반응이나 후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 진짜 등대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작은 영화나 배급사에는 작품을 알릴 수 있는 등대가 될 수도 있구요, 작은 영화나 독립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 중에서 궁금한 점이나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때 제 채널로 와 주신다면 제가 좋은 등대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해봐요.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영화를 보실 때 4.5점에서 5.0으로 넘어가는 그 지점 있잖아요. 그 0.5점의 차이를 만드는 기준 같은 게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그 0.5점이 대중성인 것 같아요.
독립 영화는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나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색깔의 작품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결국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영화로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상 UCC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고요.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떤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포인트가 없이 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거야 하는 작품이 되면 아무리 제가 좋게 봐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없죠. 누가 봐도 좋게, 재미있게 보겠다 하면 이제 5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부분이 있나요?
리뷰를 하다 보면, 특히나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불필요한 대사가 많냐 적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되게 싫어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불필요한 대사들, 예를 들어 욕이 많이 들어가는 걸 싫어해요. 이건 러닝 타임을 늘리려고 일부러 넣은 건가 싶어서 싫더라고요.
그래서 대사가 100줄이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 100분 동안 한 줄이 있는데 그 한 줄의 메시지가 와 닿는 영화면 이쪽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영화등대님의 추천작, <퍼펙트 데이즈>(2023))
씨네랩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해 주시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계속 인연을 놓지 않고 계속해 주시는 마음이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다른 창구에서 제 채널로 넘어와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씨네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일단 씨네랩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뭔가 조금 더 영상을 올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기분 좋은 당근과 채찍 같은 느낌으로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으로 영화등대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말씀 부탁드리면서 이야기 마무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 독립 영화들을 많이 보는데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건 한국 독립 영화들이 결국 우리 이야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테러리스트를 잡고,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킬러들이 있는 마을에서 가족을 지키고, 이런 이야기도 영화로서 당연히 재밌지만, 대다수의 관객분들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사건에 얽혀 있지는 않잖아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을 유지하는 게 대부분이죠.
그렇다 보니까 내가 너무 힘들거나 할 때, 나랑 비슷한 사람이 또 있구나,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건 한국 독립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니 한국 독립 영화를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웃음)
언젠가 커피와 영화, 영화등대님이 사랑하는 두 가지가 만난, 편하게 쉬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의 탄생을 기대하며, 씨네랩이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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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대님의 콘텐츠를 더 즐기고 싶다면, 씨네랩 영화등대님 리뷰 만나러 가기
영화등대님의 유튜브 채널 링크 : 영화등대
영화 등대님의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 추천작 3편!
1. 커피 오어 티(2020)
- 작품의 주인공(진베이, 시우빙, 샤오췬)들은 이 윈난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쏟아 청년들이 모두 떠난 윈난의 저물어가던 ‘잎 차 사업’을 ‘커피 사업’으로 탈바꿈시킨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하나의 비즈니스 혹은 한 잔의 음료라는 의미에서 그치지만, 이 세 청춘에게 커피는 꾸준한 도전의 첫 수확이고, 성실함을 보상받는 인정이며,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화합이다. 디테일하진 않지만 커피나무를 심고 생두가 익어 수확을 하며 커피 원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청춘과도 닮아있다. 처음엔 큰 가치를 갖지 못하지만, 로스팅을 하면서 점차 깊은 풍미와 향을 지니게 되는 생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우리 모두가 아직은 생두이지만 어디서 재배가 되고 어떻게 로스팅되냐에 따라 풍미와 향, 깊이와 무게감이 달라지기에 <커피 오어 티>를 보며 언젠간 내가 원하는 향과 깊이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담백한 자극을 받아보면 어떨까.
2.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2010)
- 영화의 시작부터 작품은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하나의 회사원처럼 소개한다. 익숙하게 포터필터를 결합해 샷을 내리고, 커피 퍽을 버린 뒤, 노즐을 한번 닦아주고 스팀을 쳐서 카페라테를 만드는 모습(바리스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거품양이 라테보단 카푸치노가 맞다고 생각되지만). 마치 회사원이 외부 업체와 컨택하고 미팅을 잡고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제출하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 역시 어떻게 찍어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도 넌지시 알려주는, 미래의 카페 창업자에게도 도움이 될법한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간질간질 곁들이는 로맨스, 고즈넉한 공간 다정한 사람들, 자매의 꿈과 사랑이 한데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커피 향과 달콤한 빵냄새가 가득한 감성카페에 와있는 듯하다. 또한 관객들에게 던지는 몇몇 질문들은 꽤나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들기도, 조금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도 만드는데, 카페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도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3. 퍼펙트 데이즈 (2023)
- 주인공 ‘히라야마’가 집 밖을 나와 처음으로 시작하는 루틴은 바로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뽑아마시기. ‘히라야마’가 항상 마시는 캔커피는 산토리의 캔커피 브랜드 보스의 카페오레. 한국의 레쓰비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에서 막 제조된 시원하고 진한 카페라테도 좋지만, 아주 가끔은 적당히 시원하면서 가볍고, 은은한 단맛이 묘하게 계속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생각해 보면 보스의 카페오레는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는 구석이 꽤나 있다. 특별한 자극으로 가득 차있기보단 은은하고 연한 느낌부터 시작해, 비싼 가격 대신 접근성과 대중성이 높아 꼭 필요한 카페오레는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주는 청소업 종사자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