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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2025-08-08 18:41:39

존재에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하면 스토리는 무너진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2025) 리뷰

 



 

📽️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2025)



감독: 백승환


출연: 신승호, 한지은, 박명훈, 전소민 외

 

 

세상에는 두 가지의 영화가 있다. 무언가를 전하기 위한 영화와 이야기를 내뱉기 위해 도구로 선택받은 영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도구로 선택되었다. 감독의 일기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감독의 공상과 꿈일기처럼 꿈 속 무개연성을 그대로 옮겨적은 듯한 모양새였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신과 관련된 영화이고, 이러한 류의 영화는 대부분 사이비와 연관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이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테리 영화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보고 사이비 미스터리 영화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영화라는 감상을 받았다.

 

희안한 건, 스토리적 서사가 특출나서 결이 다르다고 느낀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스토리적 공백이 너무 두드러져서 결이 다르다고 느꼈단 것이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부터 이율배반적 서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신부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고해성사를 듣고 사이비를 쫓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밀을 엄수할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뇌를 거치는 과정도 없이 손쉽게 직업적 윤리를 저버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직업적 윤리를 저버리는 신부라니, 그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 아닌가?

 

 

후반부 백수연과 그 남편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정도운은 직업적 윤리를 저버린다. 아니, 윤리성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있다.

 

살인이 벌어지는 순간까지 손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가 진정으로 신학을 공부해온 신자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정도운을 어떤 유형의 인간으로 구분해야 하는가. 그가 복수에 미쳐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서사가 드러났어야 하고, 그가 분노를 종교로써 다스릴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러한 상황에서 신에게 물음을 구했어야 옳다. 

 

그러나 우리는 기타 인물들을 차치하고 정작 주인공인 정도운의 서사마저 알지 못하니 스토리 속 그의 선택에 의문만 남을 뿐이었다.

 

자식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목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전생교. 영화 스토리를 본다면 그런 사이비의 교리는 주인공의 복수심을 유발하는 메인키가 되어야 했는데, 사이비의 규모 자체가 숨어버리면서 주인공의 복수심 역시 행방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무언가 쫓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쫓긴 하는데, 뚜렷한 목적성은 없다. 정도운은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의미 없이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난무한다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단점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정도운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야 할 형사가 극중에서 하는 일이라곤 1)신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2)신부가 얻어낸 정보를 받아먹는 것 밖에 없어 황당했다. 공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세상에 형사의 존재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동안 사이비의 제사에 동참했던 무당마저도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당이 억지로 사이비에게 휘둘려야만 했던 계기가 드러나지 않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주장에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독이 일부러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왜 더 지독하게 사이비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결말부 경찰의 입을 통해서 줄줄 읊어진다. 결국 관객은 감독이 던져주는 퍼즐 조각에 의존해, 이 사건이 왜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추측하느라 머리가 깨져야만 하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하는 직업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 영화를 만들든, 영화로 하고 싶은 말을 하든 그건 감독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그 영화를 세상에 내놓을 거라면 관객을 설득시킬 힘이 있는 영화를 가져와야 한다. 적선하듯 퍼즐 몇 개 던져주는 게 아니라.

 

 

 

 

 

 

 

*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작성자 . 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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