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8-09 15:48:47
[INTERVIEW] “영화에 발을 담그는 동시에 내가 딛는 모든 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경험을 나누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 크리에이터 '백록'님 인터뷰
크리에이터 '백록'님 인터뷰
이번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백록’님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았는데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백록님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크리에이터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씨네랩에서 백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 졸업 후에 영화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필명은 혹시 어떻게 선정하시게 되신 거예요?
글을 써보자는 결심을 하고나서, 필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 이름 중 가장 좋아하는 성(‘백’)에 ‘록’을 붙여서 완성하게 되었어요. 외자에서 오는 느낌을 좋아하고, ‘록’이라는 단어에 녹색, 사슴, 영어의 ‘뒤흔들다(Rock)’ 등 제가 좋아하는 의미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쓰게 됐어요.
영화를 (복수)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많은 전공 중에,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셨나요?
원래 영상 쪽에 관심이 계속 있었는데 전공을 하겠다는 확신까지는 없었어요.
대외 활동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하게 되면서, 여러 업무를 하다가 단편 영화 제작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었고, ‘영화’라는 분야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영화 전공 하시는 분들 보면 어떤 영화가 좋아서 전공을 했다 이런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계기가 되는 영화도 혹시 있나요?
작품이 계기가 되지는 않았어요.
저에게 영화는 당연한 취미 생활 중 하나였는데, 직접 제작 과정을 경험하니까 그냥 그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관심이 이어져서 지금은 작품들도 많이 파고들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백록님의 추천 영화, <콜레트>(2018))
크리에이터로서 영화를 보고 긴 글로 리뷰를 남기시잖아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시나리오 작성과 전혀 다르죠. 어쩌다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처음은 사실 작년에 같이 영화 동아리를 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 영화를 보고 영화 얘기만 주구장창 하는 모임을 가지게 되었어요.
별 기대 없이 간 첫 모임에서 6시간 넘게 영화 얘기만 하는데도 말이 안 끊기고 너무 재밌는 거예요. 지금까지 혼자 보면서 했던 생각들이 ‘대화’가 되니까 더 집중하게 되고, 영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 경험이 아무래도 졸업하면서 끝나 버렸거든요.
또, 사실 말하면서 하는 건 즐겁지만 남기지 않으면 다 휘발되어 버리잖아요. 그게 살짝 아쉬워서 모임도 못하는 겸 이제 진짜 글로 한번 남겨보자 해서 처음 길게 남기기 시작한 작품이 <연소 일기>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처음 <연소 일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처음 쓴 글을 지금 보면 사실 정말 체계가 없는 날 것의 글이예요. 그때도 나름은 정돈해서 쓴다고 쓴 게 그거였거든요. 그런데 계속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어떤 목차로 써야 잘 나오는지, 쓰고 싶은 내용이 잘 잡히는지가 확실히 정돈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포인트 한 두세 개 정도 잡아서 완전 구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미장셴을 얘기할 거면 그것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포스터가 예뻤다든가 하면 그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처럼요.
근데 그런 것들에 주목할 만한 공통된 소재들이 있는지가 보이면서, 다시 재정렬되는 식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전보다 더 체계가 잡힌 글을 쓸 수 있게 된 거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면 글을 쓰기 힘든 작품을 만날 때도 있잖아요. 그런 쓰기 어려운 글을 쓰는 노하우 같은 것들도 생겼을까요?
예전에 쓸 때는 그 작품에 대해서 모든 걸 적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편의 글을 쓸 때, 이 영화에서 담고 있는 것과 내가 느낀 것을 전부 다 담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느낀 것을 전부 다 써버리면 글의 색깔이 하나로 안 잡히더라구요.
오히려 하나의 매력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리 나의 취향이 아니고, 뭔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글이 바로 잡히는 것 같아요.
(한 부분에 집중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꿀팁이 될 수 있겠네요.)
때로는 글을 완성하면서 감상이 달라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은 첫 감상이 유지되는 것 같고요. 근데 예외적인 상황들이 전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 영화에서 뭘 봐야 될지 모르겠다가 글로 이제 써야지 하고 정리하다 보면은 보이는 것들이 한 번씩 있거든요.
그게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도 그 중에 하나였어요. 제가 그거 시사회 그거를 글로 써야 되잖아요.
처음에는 진짜 당황했어요. 제가 기대했던 하나를 보여주지 않는 영화로 끝나버려서. 내가 여기서 뭘 캐치해야 되는지 엄청 당황스러웠는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까 제목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제목에 집중하면서 내가 느꼈던 이상한 것들, 이해가 안 되는 것들 혹은 좋았던 부분들을 종합을 해보니까 좋은 감상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글이 술술 써졌던 기억이 있어요.
(백록님의 추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2013))
그럼, 20대인 백록님이 추천하고 싶은 비슷한 나이대에 계신 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하는 영화가 있을까요? 아니면 영화를 전공하셨으니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나 영화에 대한 영화 같은 것도 좋아요!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작품 추천이면, 저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인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영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는데,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 듣다 보면 영화에 흥미가 생긴다라고 말을 해서 고민을 하다가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줬어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었는데, 그 친구가 진짜 너무 좋게 봤거든요. 누구든지 상관없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또, 저만의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는데 거의 다 충족하는 작품이도 하구요.
그 기준을 여쭤봐도 될까요? 어떤 면이 마음에 들어야 이 영화가 딱 좋다고 느껴지는지
일단,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보니까 영화 한 편을 구성하는 포인트가 많잖아요.
편집도 있고, 사운드도 있고, 이미지가 있고… 그 중에서 제게 제일 중요한 건 스토리 같아요.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메시지랑 부합하는가 혹은 단순히 스토리로서의 완전함이 있는가가 기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서 미장센이 아름다운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가, 음향이 어떤지, 노래가 어떻게 잘 어울리는지같은 것까지 종합해서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잘 만들었다 하는 작품들 말고 그냥 지희 님 인생의 이정표 같은 작품이 있는지, 힘들거나 지치거나 할 때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관점인 것 같아요. 언제 보든 그러니까 어쨌든 다시 저로 돌아올 수 있는 영화를 말씀하시는거죠? (네 맞아요.) 저는 모든 그냥 영화라는 분야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저로 다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 같고.
인생 영화는 사실 <오만과 편견>이에요. 글에도 적었지만 (씨네랩 챌린지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아직도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랑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표현해내는 방식이 진짜 인상 깊었어요. 감정의 풍부함을 너무 잘 담아낸, 제가 볼 때마다 다시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또, 남들은 잘 모를 것 같지만 봤으면 좋겠는 작품 혹시 하나만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제 본고장은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거든요.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그 장르를 좋아했는데, 이 장르가 잘 만들어진 영화가 진짜 없거든요. 다섯 손가락을 꼽을 것 같은데, 그 중에 제가 추천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가 <트라이앵글>이거든요. (처음 들어봐요.) 그쵸? 저도 직설적인 공포를 진짜 안 좋아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공포를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트라이앵글>은 진짜 두세 번 볼 때 더 완벽한 작품이에요. (나중에 찾아봐야겠어요.)
(백록님 추천영화, <기담>(2007))
올해부터 씨네랩과 새롭게 함께하게 되었잖아요.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고, 또 크리에이터로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씨네랩에 크리에이터 모집 공모가 떠서 보니, 일단 흥미가 갔었는데 알고보니 인스타그램 콘텐츠도 예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더라구요. .
그리고 (씨네랩에 올라오는)글 자체도 제가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랑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서 콘텐츠도 너무 좋았고요. 거기에 제가 글을 써보자 하고 마음먹은 시기랑 완전 맞물려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책임을 가지면 꾸준히 쓸 수 있잖아요. 크리에이터가 된 만큼 더 잘 써보자 하고 있고, 씨네랩 인스타에도 그렇게 한 피드를 채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씨네랩 하시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활동이 있나요?
최근에 BIKY(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 기자로 글을 기고한 것이 가장 큰 경험이었어요.
시사회를 보거나, 글을 써서 올라가는 것도 다 좋은 일이지만, 관객으로서 예전에 개인적으로 보러 간 적이 있던 BIKY를 또 다른 시선으로 경험해보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더 좋은 기회로 만나뵐 수 있기를 희망하며, 마지막으로 백록님에게 영화란 무엇인지 또 그걸 나누려는 마음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는 예술 중에서도 굉장히 영향력이 큰 분야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고, 그것을 아름답게 다시 표현하고, 그것을 보기 위해 모이는, 그러한 사람들의 궤적들이 저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에 발을 담그는 동시에 내가 딛는 모든 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경험을 나누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언젠가, 백록님이 만든 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때까지 씨네랩이 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백록님의 비슷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3편!
1.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위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해 주세요!
2. 지금 나이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콜레트>
: 20대 중반은 경계선에 서 있는 나이입니다. 한 발자국을 어디로,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뻗냐에 따라 길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나의 시간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결정하는 건 오로지 내 몫입니다.
영화 <콜레트>는 주인공의 일대기로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상이한 선택에 따라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질 수도, 무한한 성장을 이루어 낼 수도 있음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냅니다. 수려한 이미지로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속 내가 느끼는 감상을 통해 분명한 ‘나자신’을 뚜렷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3. 20대 겁없을 때 보기 좋은 영화, <기담>
: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싫어합니다. 보통의 공포영화는 잔인하고, 징그럽고, 깜짝 놀래킬 뿐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제 취향을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쾌적한 공포, 아름다운 기괴함, 촘촘한 추리극’입니다. <기담>은 여느 작품들보다도 잔인하고 무섭지만, ‘아름다운 기괴함’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극중 엄마 귀신으로 유명한 것이 오히려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수작입니다. 몇몇 장면들만 겁없이 넘길 수 있다면, 각 등장인물의 사연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대사와 서정적인 음악을 통해 작품을 관통하는 ‘쓸쓸함’을 여과없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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