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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8-14 11:16:11

나비와 매미

영화 [첫여름] 리뷰

이 글은 영화 [첫여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순(허진)의 가슴팍에 달린 나비 브로치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그녀가 나비인 줄 알았다. 아니, 나비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30분 남짓의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정말 나비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한 철 울다 사라져 버리는 매미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혼란이었다.

 

그녀가 나비같이 훨훨 나는 순간, 화면은 반드시 그녀의 손톱을 비다. 고급스럽지도,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마치 그녀의 반항심을 보여주는 듯 불타오르는 매니큐어가 투박하게 발린 손을. 그러나 그녀가 사회와 관습이라는 것에 묶여 땅 속에 갇힌 매미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땐 그저 늙고 주름진 얼굴만이 화면에 동동 떠 있을 뿐이었으니까. 동시에 존재하는 나비와 매미를 마치 서로가 대체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을 뿐.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러나 과연 영순이 마지막에 스스로가 나비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없는 것 같은 심정이다. 얼핏 보면 나비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손녀의 결혼식 대신 남자친구의 49재를 선택했고.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남자친구와 추던 춤을 췄으며, 화려한 드레스를 세탁해 빨랫줄에 너는 뒷모습으로 조용히 fade out 했으니까.

 

 

 

그러나 그 모습을 또 다른 해석으로 본다면. 그녀는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자신의 장례를 미리 답사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생각에 눈물을 보이는 것 같았으며, 이제는 더 이상 입지 않을 드레스이기에 세탁한 상태로 장롱에 넣어두기 위해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의 제목 중 일부인 "처음"이라는 의미도 이런 혼란을 가중시켰다. 드디어 고치 속에서 빠져나와 숨겼던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 첫여름이란 의미로 보이기도 하고. 남편 대신 남자친구를 택한 덕분에 연금도, 집도, 남편도, 그리고 자식마저도 없이 오롯이 혼자 남은 첫여름이란 말로 여겨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분명 행복해 마지않아야 할 영순의 모습이거늘. 그녀의 남은 생이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은 않았다. 그러기에 나는 괴로웠고. 안쓰러웠으며. 그러면서도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숨일지 후련함일지 알 수 없을 그녀의 숨결을 함께 담은 담배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차마 그녀에게 다가갈 수도. 그렇다고 그녀에게서 발길을 돌릴 수도 없는 것 같은 기묘한 거리감을 둔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의 TMI]

 

1.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와서부터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음.

 

2. 오늘만 일하면... 금토일 쉰다... 버텨... 견뎌...

 

3. 빨래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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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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