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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4 22:56:24

매력적인 차선 변경, <THE 자연인>

한국영화리뷰 5 - (노영석, 2023)

  귀신 잡는 유튜버가 제보를 받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살고 있는 자연인을 만난다. 깊은 산속에 혼자 살고 있는 정체 불명의 자연인,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점차 공포스러운 모습이 발견된다.

 

  이것이 노영석 감독의 장편영화 <THE 자연인> (2023)의 시작이다. 유튜버와 자연인, 그리고 귀신의 만남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주인공 인공(변재신 )’은 귀신을 찾는 콘셉트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귀신이 나온다는 제보를 받은 인공은 친구 병진(정용훈 )’과 함께 제보자가 있는 산으로 향한다. 그들이 마주친 것은 얼굴을 새까맣게 칠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연인(신운섭)’이다. 이들은 깊은 산속에 있는 자연인의 집에 머물면서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두 가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이다. 이때 두 가지 장르는 호러와 코미디이다. 이 영화는 호러 영화의 전형적인 장면을 통해 관객들의 긴장을 유발하다가, 갑자기 코미디로 노선을 틀면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공포로 경직되어 있던 관객들의 긴장이 갑자기 해소되고, 그로 인해 더 크게 웃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한밤중, 인공은 혼자 잠에서 깨어 조용히 밖으로 나가 본다. 자연인이 있는 방의 문틈으로 수상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삭삭, 무언가 계속 문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혹시 자연인이 계속 가지고 다니던 낫을 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공은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다가간다. 그리고 문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본다. 삭삭, 소리가 조금 더 커진다. 인공의 시선으로, 무언가 열심히 문지르는 자연인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관객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킨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자연인은 나무젓가락으로 짜장면 그릇의 랩을 문지르고 있었다. 랩을 벗긴 자연인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개그에 관객의 긴장이 한순간에 해소되고, 웃음이 터진다.

 

  이런 식이다. 호러인가, 생각하며 긴장하다 웃게 되고, 또 긴장하다 웃게 된다. 두 가지 장르 사이에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감독의 솜씨가 상당하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기술적인 완성도일 것이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CG, 동시녹음 및 음향의 낮은 퀄리티가 그 예시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1인 제작이라는 환경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안고 갈 수 있는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B급 코미디라는 장르와 이 기술적인 하자가 오히려 잘 맞아떨어지면서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에 일조하기도 한다.

 

 

  호러와 코미디라는 장르의 결합, 영화 전반적으로 짙게 깔려 있는 저예산 B급 정서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영화제 장르영화를 좋아하거나,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THE 자연인>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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