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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8 14:38:29

던지고 또 던져라, <야구소녀>

한국영화리뷰 6 - <야구소녀> (최윤태, 2019)

 

수인(이주영)’은 고교야구선수이자 야구부의 유일한 여자 선수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였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남자 선수들과의 신체적 격차가 벌어지며 경쟁이 어려워졌다. 선수로서 실패를 겪고 고등학교 야구부의 코치가 된 진태(이준혁 )’는 수인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코치도, 팀 동료들도, 심지어 엄마도 수인의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수인이 자신을 막아서는 악역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성공하는 영화가 아니다. 수인이 무언가를 깨닫고 변화하거나 성장하는 영화도 아니다. 수인은 그저 묵묵히 할 일을 한다. ‘야구선수로서 수인이 할 일은 공을 잘 던지는 것이고, 수인은 그것에 전념한다. 손에 피가 나도 수인은 공을 던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을 던지고자 한다. 그 땀방울과 핏방울의 연속에 수인의 주변이 변화한다.

 

 

수인이 계속해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야구부 코치 진태이다. 진태는 자신과 수인을 겹쳐 본다. 수인이 과거의 자신처럼 허황된 꿈을 꾼다고 생각하며 수인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러나 수인은 벌칙에 가까운 진태의 훈련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공을 던진다. 수인이 공을 던지는 모습이, 계속해서 던지려는 모습이 진태의 마음을 바꾼다. 진태는 야구부 코치로서 야구선수 수인에게 가르침을 준다. 진태가 가르쳐 준 구종은 수인이 공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영화는 야구선수외에도 누군가의 딸로 수인을 그려낸다. 수인의 엄마는 현실적,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수인이 야구를 계속하는 것을 반대한다. 수인의 아빠는 수인의 꿈을 응원하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 수인의 엄마는 수인을 억지로 공장에 다니게 하고, 그럼에도 수인이 야구를 포기하지 않자 글러브를 불에 태워 버리기까지 한다. 엄마의 완강한 반대를 꺾은 것 또한 수인이 공을 던지는 모습이다. 처음으로 수인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본 엄마는 수인에게 사과한다.

 

 

 

 

 

 

이 영화를 여성 영화임파워링 무비등의 표현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여성이 프로의 벽을 넘는 데 성공한다는 점에서 그런 표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영화는 수인이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수인의 구속은 여전히 낮다. 다만 낮은 구속이라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종인 너클볼을 꾸준히 연습했고, 이 노력이 빛을 발했다. 감독은 수인이 신체적 한계가 아닌 사회적 한계를 넘게 했다. 수인은 유일한여성 고교야구선수였고, 이제는 최초의여성 프로야구선수가 되었다.

 

 

영화의 뒷맛이 좋지만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만약 수인이라는 개인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꽂아 넣었다면, 개운한 결말과 멋진 여성 캐릭터를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택한 결말을 보고, 관객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실제로 수인처럼 꿈을 꾸는 여성이 있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 여성의 꿈과 노력을 똑바로 들여다볼까? 공을 던지러 나온 그 여성을 비웃거나, 장난이라고 취급하거나,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그 여성이 선수로서 던지는 공을 진지하게 평가하려 할까? 이 영화는 여성들에게 꿈을 꾸고 노력할 것을 말하는 동시에, 사회에 대고 여성들의 꿈과 노력이 만든 결과를 똑바로 바라볼 것을 말한다. 여성들이 던진 공이 어떤 궤적을 그리며,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오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하라고.


 

작성자 .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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