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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2025-08-24 14:25:09

낭만의 시대, 낭만의 밴드

영화 <슈퍼소닉> 리뷰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슈퍼소닉>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무명 시절부터 그 발자취를 따라간다. 밴드의 결성 이야기부터, 1996년 무려 25만명의 관객이 모였던 전설적인 넵워스 공연까지의 3년간의 기록을 담아낸다.

 

 

갤러거 형제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텍스트로만 단편적으로 접했던 이야기를 실제 영상으로 확인하는 건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로 무대 밖 행적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니 '리암 갤러거''노엘 갤러거'라는 사람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반가운 오아시스 원년 밴드 멤버들도 함께 등장한다. 저마다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오아시스라는 밴드를 한층 더 깊이 알아갈 수 있게끔 돕는다.

 

 

특히 요즘엔 보기 드문 저화질 캠코더 영상을 기반으로, 콜라주처럼 구성된 짤막한 애니메이션, 시점을 넘나드는 가족과 관계자들의 인터뷰 등이 계속해서 교차하는 연출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방식이 뒤섞이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형태로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롭게 흘러간다. 여기에 갤러거 형제들의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욕설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오히려 활력을 얻는듯하다.

 

다큐멘터리는 밴드의 시작부터 그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오아시스는 우연한 기회로 유명 레이블 사장인 앨런 맥기의 선택을 받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 어찌 보면 이들이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리암과 노엘의 노력이 있었다.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리암이 음악을 하기로 결심하고 음악에 엄청나게 몰두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노엘은 내 생각보다 더 음악적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단숨에 완성한 ‘Supersonic’, 오아시스 멤버조차 노엘이 썼는지 의심했던 ‘Live Forever’ 와 같은 명곡들의 탄생 배경을 알아가는 것도 영화의 짭잘한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화는 밴드의 좋은 면모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당시 엄청나게 마약을 해댔던 오아시스 멤버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약에 취해 미국 공연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장면을 대놓고 드러내며, 그로 인해 노엘이 폭발하고 잠적했던 에피소드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또한 밴드 내부의 불화와 멤버 교체 과정을 시간 흐름대로 보여주며 밴드 역사의 내막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계속되는 갈등은 영화 상영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리암은 철부지 같고 막무가내로 살아가지만, 언론 앞에서 자기와 밴드에 대한 신념만큼은 확고했다. 사실 그의 지나치게 거침없는 태도는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수많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일명 좆까라라는 삶의 태도는 그의 대담함을 잘 보여주며, 어느 정도 본받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노엘 역시 만만치 않은 성깔을 가지고 있었지만, 때로 상황을 수습하고 선을 지키려는 태도로 리암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이처럼 형제들의 성격 차이를 선명하게 잘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형제가 진작에 밴드를 해체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둘의 상성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재결합 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아쉬움과 여운이 크게 남았을 테지만, 이제는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과거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볼 수 있다.

 

 

팬이라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애초에 실황 영화가 아니다 보니 곡이 재생되다 끊기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오아시스의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990년대 영국은 오아시스의 전성기이자 브릿팝의 황금기였다. 영화 후반에서 노엘이 인터넷이 발전하지 못했던 당시 시절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실제 디지털 기술이 발전되지 못한 시절이었기에 오아시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음악이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슈퍼소닉>은 바로 그 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하며 당대 음악과 문화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특히 공연장 혹은 녹음 스튜디오를 비추는 장면은 그 시절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직접 살아본 적 없는 시대임에도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졌고, 동시에 그 시절에 대한 동경심까지 일었다. 그렇기에 오아시스 팬뿐만 아니라, 그 시절 공기를 조금이나마 들이쉬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한다.

 

 

 

 

 

 

 

*본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했습니다.

작성자 . 벼리

출처 . https://blog.naver.com/dufwjd1106/22398145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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