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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_Rec2025-08-27 00:43:22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너머의 것

영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리뷰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2024)

감독: 조희영

 

시놉시스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정호. 정호의 애인 수진. 정호를 짝사랑하는 인주. 정호의 옛 애인 유정. 수진은 정호 모르게 훈성과 비밀스런 만남을 이어가고, 인주는 시한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정호에게 품은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다. 유정은 정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죄책감으로 애인 우석과의 관계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런데, 정호는 어디로 갔고 정호를 먼저 만난 건 누구인가? 그 정호는 정호가 맞는 걸까? 보이는 것과 믿는 것 그 사이 어딘가, 다른 것으로 알려질 이야기들. 

 

(출처: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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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깨지면서 수많은 파편을 남긴다.
눈에 보이는 조각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조각들도 있다.
이쪽에 떨어졌을까, 저쪽으로 튕겨 나갔을까, 아니면 가루처럼 흩어져 버렸을까.
한참이 지나 맞추려 할 땐 이미 사라져 버린 파편들을 찾을 수 없다.


 

영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마치 오래전에 깨져 버린 무언가를 맞추려 흩어진 파편들을 찾아가는 것과 같았다. 인물들의 관계는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부서졌는지 - 혹은 부서졌는지 조차 선명하지 않다. 사건을 인과적으로 쌓아 올려 관계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정호와 얽힌 세 인물의 사연과 이들의 기억 속 파편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명확한 진실이 아니라, 관계가 남긴 잔해와 흔적들이다.

 

정호는 극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말수가 적고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진, 유정, 인주 — 세 인물은 모두 정호와의 깨진,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진은 훈성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지만 행복하지 않다. 정호와의 풋풋하고 따뜻했던 기억은 현재를 더 괴롭게 만든다. 유정은 우석과 만나면서도 정호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죄책감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녀의 독백과 행동 곳곳에 스며 있다. 인주는 언제부터 정호를 좋아하게 된걸까? 책 사이에 숨겨둔 편지처럼, 인주의 마음속 어딘가에 정호의 흔적은 숨어 있다.


 

 

이렇듯 정호는 부재 속에서도 수진의 기억에, 훈성의 글에, 유정의 불안에, 인주의 편지에 여전히 살아 있다. 단순히 하나의 인물 또는 주변 인물들의 기억이 아닌 ‘다른 것’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 각자의 내면 속에서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정호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왜 사라졌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객에게 해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사건의 전말이나 진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기억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텐션이 고조되거나 사건이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이야말로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주제와 닿아 있다. 인과의 불확실함,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진실을 보여주기에 가장 설득력 있고 인상 깊었던 전개 방식이었다.

 

 

 

일상 속 순간들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는가?
때로는 의식조차 못 한 채 잔상이 되어 우리 안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 속 무수히 많은 ‘다른 것’으로, 어쩌면 자신의 일부가 되어.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Cine_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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