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18 18:24:44
1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뮤지컬 영화의 새 역사 쓸까 <위키드> 개봉

이번 주에는 많은 팬들이 기다려온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개봉합니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는 개봉 전 시사회에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70회 토니상 뮤지컬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신시아 에리보와 세계적인 팝스타 아리아나의 그란데의 앙상블이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성우 역시 실제로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해 찬사를 받았던 박혜나, 정선아, 남경주 등이 맡아 영화 팬뿐만 아니라 뮤지컬 팬들까지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김대우 감독이 신작 <히든페이스>로 송승헌, 조여정 배우와 다시 한번 뭉쳤습니다. 뉴페이스인 박지현 배우가 합세한 신작에서는 어떤 케미스트리를 보여줄지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배우 조 크라비츠의 감독 데뷔작인 <블링크 트와이스>와 데이비드 보위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젊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도 오는 20일에 개봉합니다.
위키드
Wicked

개요: 판타지 | 미국 | 160분
감독: 존 추
주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봉: 2024.11.20.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자신의 진정한 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전혀 다른 두 사람은 마법 같은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사'의 초대를 받아 에메랄드 시티로 가게 되고 운명은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으로 두 사람을 이끄는데…
마법 같은 운명의 시작,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어!
히든페이스
HIDDEN FACE

개요: 스릴러 | 대한민국 | 115분
감독: 김대우
주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박지영, 박성근
개봉: 2024.11.20.
배급: (주)NEW

줄거리
'갇혔다 지켜봤다 벗겨졌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어느 날 영상 편지만을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성진'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 오는 밤,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 ‘성진’과 ‘미주’는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한편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는데...
블링크 트와이스
Blink Twice

개요: 드라마 | 미국 | 102분
감독: 조 크라비츠
주연: 나오미 아키에, 채닝 테이텀, 크리스찬 슬레이터, 사이먼 렉스
개봉: 2024.11.20.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천국 같은 파티, 지옥 같은 진실!
IT업계의 거물, 억만장자 ‘슬레이터 킹’의 호화로운 파티에 초대받은 ‘프리다’. 아름다운 섬에서 화려한 휴가를 보내던 ‘프리다’는 어느 순간 갑자기 함께 온 친구 ‘제스’가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은 ‘제스’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프리다’는 자신과 섬에 초대된 사람들이 계속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끔찍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전장의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개요: 드라마 | 영국 | 123분
감독: 오시마 나기사
주연: 데이비드 보위, 류이치 사카모토, 기타노 다케시, 톰 콘티
개봉: 2024.11.20.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우리는 서로 적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인도네시아 자바섬. 무사도 정신을 맹신하는 일본군 대위 요노이는 포로수용소에서 영국군 소령 잭 셀리어스와 마주하게 된다. 사형 직전의 잭을 자신의 수용소로 데려온 요노이는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리면서도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에 끊임없이 갈등한다. 한편, 유일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영국군 중령 존 로렌스는 영국군과 일본군,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지만, 수용소의 분위기는 점점 격화된다.
전쟁의 포로이자 인간으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들.
과연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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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시대 속 오렌지한 깜빵생활
종북좌파, 보수꼴통. 정치적 성향으로 좌우가 갈린 서로를 향해 혐오하는 발언들이다. 특정 인물과 세대를 향한 혐오가 가득한 대한민국 현실. 나이, 성별, 지역, 학력, 빈부, 성향, 기질, 나라, 정치 등 혐오의 대상과 범위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인문학자 박민영은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에서 우리 안에 스며든 혐오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적으로 혐오하고, 혐오당하는 이 시대를 향해 결국에 가해자이자 피해자는 바로 ‘나’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있게 한 작품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Orange is the New Black”이다. 무려 1억 번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작품은 배경 자체도 아주 독특하다. 바로 여자 교도소 이야기. 일반인이라면 잘 그려지지 않는 여자 교소도. 그곳에 주인공 파이퍼 패프먼이라는 백인 여자가 15개월을 복역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사실 내게 넷플릭스 세계를 인도한 친구가 있었는데 드라마 “설국열차”을 권했다. 그런데 눈이 잘 가지 않았다. 우선 영화 설국열차를 정말 재미있게 본 상황이고, 이미 이야기를 알게 된 입장에서 생각만큼 손이 가 질 않았다.
당시 엄청나게 화제를 모이던 대한민국의 넷플릭스의 자존심 “킹덤” 역시 흔한 좀비물이라 생각하였기에 식상했다. 그런데 조금 검색하다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드라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금의 넷플릭스가 있기에 엄청난 공헌을 한 작품을 사람들이 추천했다.
바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무려 시즌 7까지 진행되는 거대하고 기나긴 길이었지만, 모든 이야기가 끝나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여기서 오렌지는 죄수복을 의미한다. 한국의 죄수복은 회색이나 푸른 계열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오렌지 색이다. 그리고 ‘New Black'이란 말은 실패 없는, 또는 대세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매 시즌마다 유행이 될 무언가를 칭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 나무위키 참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내가 이해한 것은 오렌지 색을 입고 있는 죄수인 우리가 새로 떠오르는 대세다!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오렌지는 단순하게 여자 죄수들을 의미할까?
드라마는 워낙 탄탄한 캐릭터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연기자들은 충분히 몰입을 가져오도록 역할을 다해낸다. 중요한 것은 내용의 전개 과정 가운데 한 여자의 인생 가운데 교도소라는 곳에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고, 그것이 주인공만이 아닌 굉장히 넓은 범위의 인물들까지 이해하게 만든다. 이러한 전 이해를 통해, 나는 어느덧 그 여인들을 향해 연민을 느끼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인종도 다르고, 성적 취향도 다르고, 범죄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며 그 안에서 작은 기쁨들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을 향한 세상과 시스템의 혐오의 벽은 허물어지고, 혐오를 당하던 그녀들은 감옥이라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교도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잘못된 구조와 시스템에 대항한다. 그래서 오렌지가 뉴 블랙 즉, 새로운 대세가 되는 것이다. 이 시대에 살아가며 잘못된 구조와 시스템을 알면서도 여전히 대항할 수 없는 무력한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이야기하고 있다.
“오렌지가 바로 뉴 블랙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말한다.
혐오를 넘어선 오렌지들의 모습을 간파한 당신이야 말로 바로 “뉴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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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처럼 되고 싶은 그녀가 벗어날 수 없는 것!
[들어가기 전에]
2024년 10월 10일, 제124회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한강 작가다.(짝짝짝!) 저절로 국뽕이 차오르는 이 소식은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예상을 깬 선정이었기에 놀라움이 더 크다. 온 국민이 약속이나 한 듯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작가의 책이 이름을 올렸고, 11일 오전 유명 서점 기준 13만 부가 팔려나갔다. 미국 아마존도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서적 가운데 1,2, 4, 8위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국가적 큰 기쁨과 흐름에 편승하고 싶어 한강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채식주의자> 리뷰를 올린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이 있어 조금 다듬고 추가했다. 아쉽게도 현재 OTT, VOD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곧 OTT, VOD 플랫폼에 서비스되거나 재개봉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6년 맨부커상 수상 시 CGV아트하우스에서 <채식주의자>를 특별 상영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영혜(채민서)는 악몽을 꾼다. 그리고 채식을 결심한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남편과의 성관계도 거부한다. 그녀의 낯선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건 남편뿐만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다. 참지 못한 아버지(기주봉)는 억지로 그녀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참지 못한 영혜는 칼로 손목을 긋는다. 이후 언니 지혜(김여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영혜. 한편, 지혜의 남편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김현성)는 아내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는다. 슬럼프에 빠진 터라 새로운 영감을 찾던 민호는 아내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고민 끝에 그는 영혜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한다.
<채식주의자>는 하루아침에 채식을 결심한 한 여성이 남성주의 사회에서 자행된 폭력의 역사를 뒤로한 채 이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그린다. 그녀의 채식 계기인 꿈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그 실마리를 전한다. 약하면 강자에게 고기로 먹힌다는 약육강식의 말처럼, 영혜는 아버지의 폭력과 강압에 시달리며, 마치 강자에게 먹힌 고기처럼 살아온 셈이다. 고기와 자신을 동일시한 그녀는 육식 자체가 자신의 살을 뜯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혜가 가진 거부감은 아버지, 남편 등 남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외관상으로 봐도 주변 사람들과 결이 다른 영혜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엉덩이에 남아있는 몽고반점으로 잘 나타나는데, 폭력으로 물든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 민호의 눈에는 영혜의 순수성이 보였을 터. 나무가 되고 싶은 그녀의 몸에 보디 페인팅을 하고, 비디오 작업을 통해 이를 담아내려 한다.
순수한 예술로서 그녀를 대하는 듯하지만, 민호의 행위는 영혜의 아버지가 행한 폭력과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민호는 욕망으로 가득차고, 형부와 처제사이라는 금기까지 넘어선다. 이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명목아래 폭력을 눈감아주던 사회의 잔재는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목적아래 또 다른 폭력으로 전이된다. 이후 영혜는 이후 친언니의 돌봄을 받지만, 또 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영혜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한편, 더 넓은 의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들의 탐욕도 보인다. 음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려는 그녀는 곧 자연인 셈. 오로지 자신의 목적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녀를 착취하는 이들은 결국 그녀를 구원하지 못한다.
원작인 한강의 동명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감독은 이중 영혜와 민호의 이야기가 중심인 ‘몽고반점’을 다른 단편들 보다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 온몸에 꽃을 그린 영혜와 예술이 아닌 욕망이 몸을 지배하며 그녀의 몸을 탐하는 민호의 모습은 글보다 영상 구현이 더 잘 맞아 보인다. 감독도 이런 강점을 알고 있다는 듯 비주얼 부분에 신경 썼고, 채민서는 감량, 김현성은 증량을 통해 각각 식물적, 동물적 느낌을 잘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다.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화 지문과 상황 연출에 공을 들였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를 너무 부각한 나머지 각 인물의 심리 묘사와 감정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영혜는 앙상한 뼈마디와 온몸에 그려진 꽃의 이미지로 그녀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역부족. 후반부 죽음보다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열망도 온전히 와 닿지는 않는다. 후반부 금기를 넘어선 관계는 다소 선정적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 구성적으로 밀도가 높았던 원작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나무가 되어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지혜처럼, 관객 또한 말라가는 영혜를 바라볼 뿐이다. 결국 인물과 이야기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 완성도란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원작이 갖진 난해함과 비주류성의 늪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다만 원작을 읽은 이들이 상상 속으로 그려냈던 작품 속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사진 제공: 스폰지
평점: 2.5 / 5.0
한줄평: 한강 작가의 텍스트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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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kg의 짐을 지고 걸어도, 좋다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가사만 읽어도 음이 저절로 떠오르는 이 노래는 2001년에 발매된 지오디(GOD)의 '길'입니다. 20년 전 노래지만, 요즘도 인생에 확신이 없을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갑자기 웬 노래 이야기냐고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소개해드릴 ‘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지오디의 ‘길’이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하염없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여서였을까요? 오늘은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속도>가 왜 지오디의 ‘길’을 연상케 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11월 11일(목)에 진행된 <행복의 속도> 특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행복의 속도>는 2021년 11월 18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행복의 속도Speed of Happiness<행복의 속도>는 일본의 '봇카'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봇카는 등에 진 물건을 도보로 운반하는 일본의 옛 직업 중 하나입니다. 운송 수단이 발달하면서 사라진 직업인데요. 일본에는 여전히 봇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에 이르는 4개의 현에 걸쳐있는 오제 국립공원입니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넓은 고지대 습원으로,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생태계가 엄격히 보존되는 특별보호구역인 만큼, 오제에는 차량이 드나드는 길이 없습니다. 나무판자로 이어진 좁고 기다란 길 하나가 외부와 국립공원 안의 산장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산장에 물건을 운송하는 방법 역시 이 길을 통하는 방법 뿐이죠. 그것이 이곳에 봇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관광객들이 오제의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 산장을 방문하는 4월부터 11월까지 봇카는 이곳에서 짐을 나릅니다. 산장 운영에 필요한 제철 식자재부터 맥주통, 가스통 등 안 나르는 물건이 없죠. 지게에 켜켜이 물건을 쌓아 올린 다음, 푹신한 것을 잔뜩 덧댄 어깨끈 사이로 몸을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오직 두 다리의 힘으로 100kg 상당의 짐을 번쩍 들어 올립니다. 신장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짐을 들쳐 멘 봇카는 오제 깊은 곳의 산장으로 물건을 나릅니다. 짧게는 3km 남짓, 길게는 왕복 20km에 이르는 여정이죠. 오제에는 이렇게 산장에 짐을 나르는 베테랑 봇카 6명이 활동 중입니다.나무판자로 된 길 위를 우직하게 걸으며 짐을 나르는 봇카들. <행복의 속도>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봇카는 빠르게 걷지 않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신중하게, 일정한 속도로 걸어갑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기에 여차하면 넘어질 수도 있거든요. 덕분에 그들은 매일 달라지는 오제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습니다.영화는 클로즈업 촬영과 슬로우 모션을 통해 흘리는 땀, 내뱉는 숨, 내리누르는 고통에 비례하여 정직하게 돈을 버는 봇카의 1년을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카메라를 통해 어깨가 다 닳아버린 옷과 가방끈 모양대로 짙은 멍이 든 몸, 굳은살로 채워진 발가락을 한참 동안 응시하죠. <행복의 속도>는 이렇게 '봇카'라는 낯선 직업을 따뜻하게 조명합니다.⊙ ⊙ ⊙<행복의 속도>에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두 명의 봇카가 등장합니다. 20년째 오제에서 짐을 나르며 살아가는 '이가라시'와 봇카를 널리 알리려는 일본청년봇카대 대표 ‘이시타카'가 그들이죠. 같은 봇카인데도 두 사람은 짐을 이는 방식부터 걸음걸이, 가방끈의 모양까지 모두 다릅니다. 봇카라는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마저요.‘이가라시’는 자기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아낍니다. 일주일에 6일을 100kg가 넘는 짐을 이고 걷는데도, 그는 매일 같이 달라지는 오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의 부인과 어머니는 베테랑 봇카의 삶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그의 아들은 아빠처럼 배낭을 짊어지고 오제를 걷곤 합니다. 가끔은 헬기가 순식간에 냉동 식자재를 산장에 배달하는 모습을 보곤 하지만, 그럴 때도 소박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믿습니다. ‘이가라시’는 그저 오늘도 봇카로서의 자긍심으로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반면, '이시타카'는 사양화되는 봇카라는 직업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증명이라도 해 보이려는 듯, 봇카 일을 하면서도 영업 활동에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등산할 때 짐을 대신 들어주는 봇카 이벤트와 같은 활동도 마다하지 않죠. 이처럼 ‘이시타카’는 봇카로 미래를 꿈꾸는 청년입니다.한 명은 봇카로서의 오늘을 살고, 한 명은 봇카로서의 내일을 준비합니다. 이토록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4월이 되면 오제에서 만나 언제나처럼 짐을 이고 걷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으며 행복을 찾는다는 점입니다. 남들처럼 빠르게 걷지 않아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을 느낍니다.언제부턴가 ‘최연소’ 타이틀을 단 영재들이 세상에 많이 보입니다. 남들보다 빨리 무언가를 해낸 사람들이죠. 우리는 그들을 향해 대단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성취의 속도와 행복의 속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목적지엔 일찍 도착할 수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느낄 순 없는 것처럼 말이죠.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닙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풍부한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여기, 오제의 봇카들처럼요. 남들보다 앞서지 않아도 됩니다. 빠르게 달려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주위에 오제와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은 없더라도 천천히 걷다 보면 분명 그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지오디의 노래처럼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이 정해진 길을 걷는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천천히 속도에 맞춰 걷다 보면 그것만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행복의 속도>입니다.⊙ ⊙ ⊙겨우내 봇카의 발소리는 잠잠해집니다. 12월부터 3월까지 오제의 봄을 기다리며 봇카의 시즌도 잠시 끝이 나거든요. 지난 2020년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과연 6명의 베테랑 봇카들은 지금도 계속 봇카의 일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부디 오제를 누비는 봇카들의 ‘행복의 속도’가 지금도 여전하기를 바라봅니다.Summary꽃, 바람, 새 그리고 나뭇길... 해발 1,500미터 천상의 화원 ‘오제’. ‘이가라시’와 ‘이시타카’는 산장까지 짐을 배달하는 ‘봇카’이다. 70~80kg의 짐을 지고 같은 길을 걷지만, 매 순간 ‘오제’의 길 위에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는 '이가라시'. 반면, 봇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이시타카’.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건네는 이야기. 지금, 당신은 어느 길 위에 있나요? (출처: 씨네21)Cast감독: 박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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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하지 않은 우리 모두를 위한 기적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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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랬다. 스무살 남짓하던 시절, 나도 체리필터의 'Happy day'라는 노래처럼 내가 요절할 천재가 아닐까 의심했다. 이상, 랭보, 모짜르트, 에곤 쉴레처럼. 어쩌면 나도,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나도 사실 세상이 몰라주는 천재일지 모르는 일 아니겠나.
하지만 이제 요절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젊지도 않고,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기가 막히게 똑똑하지도,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내가 딱히 특별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참 쉽게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듣고 자란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반드시 어른이 되면 무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들 만큼 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지겨운 레토릭이 아직까지도 반복되므로 우리 삶의 목표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내가 실망스럽다가, 때로는 남들보다 못한 내가 서러워 남들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싶다. 내 인생은 도대체 왜 이럴까 싶을 때, 우리가 찾는 건 바로 기적.
나 빼고 다 특별한 세상
엔칸토는 이민자 가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이 평화로운 마을의 중심에는 마드리갈 가족이 있는데,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 한 가지씩 특별한 마법을 쓸 줄 안다. 딱 한 사람, 미라벨만 빼고.
미라벨은 힘이 세서 무엇이든 들 수 있는 루이자, 꽃을 피워내는 이사벨라, 무엇이든 들을 수 있는 돌로레스,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카밀로,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페파 이모, 음식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엄마, 그리고 마법은 못 쓰지만 마드리갈 가족과 결혼한 친인척들과 함께 산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문이 열리고 방이 생기는데, 왠일인지 미라벨에게는 그 문이 열리지 않았다.
미라벨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평화로운 이 가족에게 새로 마법을 받게 될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라벨과 아기방에서 같이 지내던 안토니오다. 안토니오가 문을 열자 넓고 넓은 자연이 펼쳐진다.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생긴 것. 미라벨은 침울해진다.
그때 미라벨은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다. 집(까시타)이 갈라지며 흔들린다.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만, 할머니 알마는 미라벨이 마법을 받은 안토니오를 시샘한다고만 생각한다. 그렇게 미라벨은 모두가 특별한 세상에서 소외된다.
배척의 기억
까시타가 흔들린 뒤 미라벨은 루이자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캐치한다. 사실 루이자는 사실 힘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언제나 불안하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자의 능력은 은유적이며 수많은 K-장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사벨라도 마찬가지이다. 예쁜 꽃을 피워내며 뭇 마을 남성들의 이상형, '완벽한 여성' 이미지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사벨라도 루이자와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실망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까지 해야 할 판이다.
알마가 처음 엔칸토에 들어와 살게 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알마와 남편 페드로는 전쟁 때문에 세쌍둥이 아기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나선다. 어쩌면 첫 번째 배척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은 이민자이고, 본토에서 쫓겨나는 신세이니 이미 수차례 배척받은 역사가 있을 것이다. 적군에게 쫓기는 이들은 가시적이고 확실한 배척을 경험한다.
남편을 잃고 오열하는 알마에게 마법의 힘이 생긴 것은 힘이 있는 자를 쉽게 쫓아내지 못하기 때문일 터. 알마는 이 힘을 마을(이민자들이 모여 사는)에 써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 마음도 처음에는 선의였으나 점차 강박적으로 바뀐다. 안토니오가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얻게 되자 '이 능력을 어떻게 쓸지'부터 생각하니 말이다.
마을의 운명이 마드리갈 가족의 손에 달렸다는 것은 너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배척받음'이라는 트라우마는 가족과 마을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가족을 위하여'라는 알마의 집착은 능력을 가진 자식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온다.
거시적으로는 국가적인 배척에 대한 공포이지만 미시적으로는 가족 내 배척에 대한 공포이다. 힘들어도 마을의 궂은 일을 다 해내는 루이자, 언제나 웃으며 꽃을 피워주어야 하는 이사벨라, 맑은 날을 유지하기 위해 기분을 통제해야 하는 페파 등 모두가 그렇다. 마법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마법을 못 쓴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배척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기 딱 좋은, 약간 정신이 나간 모양새의 브루노.
브루노에 대해 말하면 안 돼
브루노는 마드리갈 가족의 유일한 우환이다.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는데도 마드리갈 가족은 쾌활해 보인다. 비결은 그것에 대해 함구하는 것. 프로이트 식으로 보면 '억압'한다. 아예 모르는 척 해버리면 편하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그렇게 브루노는 가족 내에서 잊힌(이라고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브루노의 능력은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신내림 같다. 신내림이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신병을 앓을 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기도하고, 그렇지 않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사회통념적으로는 약간 정신 나간 사람 같다는 의미이다. 엔칸토의 배경이 남미의 어느 지역이니 카톨릭 문화에서는 악마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미친 사람이 있는 가정은 배척당하기 쉽다.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은 가족 내에서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장애인 시위의 정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느냐는 비난이 난무했다. 그동안 장애인 집회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렇게들 원하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격한 시위는 누구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브루노는 자발적으로 사라진다. 그 누구도 브루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거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로, 이름조차 언급할 수 없다.
마법은 못 써도 궁금한 건 많은 미라벨은 가족들 몰래 브루노의 방에 간다. 수많은 계단과 무시무시한 동굴을 헤쳐 나간 뒤 발견한 환영 속에서는 무너져내리는 까시타와 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브루노 역시 까시따가 무너지는 환영을 봤다. 미라벨의 말이 묵살당하듯 그 누구도 브루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정신 나간 형제이고 미라벨은 재능 없는 자식이다.
우리가 찾았던 기적
미라벨은 까시타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한다. 완전히 혼자는 아니고, 브루노와 함께. 공동체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두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이 마법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질수록, 자아를 깨달아갈수록 까시타는 위태로워진다.
결국 브루노의 예언은 이루어진다. 까시타는 무너지고, 가족들은 마법의 힘을 잃는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긴 미라벨은 집을 나간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못나고 부족한, 가족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자신 때문에.
마드리갈 가족은 엔칸토를 이끌어갔지만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마법이 그들의 모든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동안 마드리갈 가족의 신세를 져 왔던 엔칸토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합심하여 마드리갈 가족의 집을 짓는다. 루이자의 괴력을 쓰지도, 이사벨라가 예쁜 꽃으로 집을 꾸미지도 않고 그저 서로의 힘으로. 더 이상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침내 집이 다 지어지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문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은 바로 미라벨이다.
*
살면서 수많은 실패들을 해 왔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그때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실패 그 자체이기 보다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싶은,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눈 앞에서 문이 닫히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거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나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 기다렸던 기적이 무엇이었을까. 로또 당첨이었나.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지금 무사히 살아있고 내일도 기적적으로 살아있어 밥을 먹고 일을 한다는 사실이 기적인가 싶다. 순순히 열려 주지 않았던 문을 미라벨이 스스로 여는 것이 기적이고, 특별한 능력이 있든 없든 환대하는 마음이 기적을 만든다.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아서, 그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아서, 차라리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모든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다.
관람 포인트
스토리나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OST가 당신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 루이자가 힙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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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쪽처방
요새 즐겨보는 <금쪽같은 내 새끼>는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해 부모에게 육아법을 코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선 이를 '금쪽 처방' 해준다고 표현한다. 원조 육아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더 중점으로 다뤄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면들이 꼭 등장한다. 그 때마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하는 심리 검사에서 위험 수준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상담 센터에 강제로 가야 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상담 센터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해진 기간 동안 억지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하는 심리 검사는 그냥 행복하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성인이 되서야 나는 어린 시절 아픔을 과거로 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오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를 보다 정말 금쪽 처방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아이를 보게 되었다. 아이의 이름은 ‘케빈’이었다.
영화 전반부는 엄마인 에바가 주로 나온다. 창백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으로 나오는 에바는 갑자기 동네 이웃에게 한 대 맞기도 하고 집과 차가 모두 빨간 페인트에 덮이기도 한다. 무슨 죄라도 지은 걸까 생각이 들 때, 과거로 보이는 숏컷 머리에 에바가 나오고 중심 사건으로 보이는 장면이 슬쩍 나온다. 사람들이 모여있고 구급차, 경찰차들이 보인다. 에바는 사람들을 헤집고 걸어간다. 후반부에는 남편과 아들, 딸이 등장하며 에바의 과거 모습이 주로 나온다. 아들인 케빈은 전형적인 중2병 아이같다. 그리고 에바는 그런 케빈을 어려워한다. 다정한 부자관계와 달리 모자관계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케빈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말을 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말을 하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갔지만 정상이었다. 공놀이를 하며 케빈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케빈은 엄마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 행동한다. 여행가인 에바가 지도를 붙여 꾸며놓은 방 안을 물감으로 더럽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케빈은 항상 남편 앞에선 순한 양이 됐다. 아이가 엄마에게 애정을 원하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뭔가 께름칙했다.
현재로 돌아와 삶을 잃은 듯 살아가는 에바가 교도소를 방문한다. 교도소에는 머리가 깎인 케빈이 앉아있다. 그리고 미스터리였던 중심 사건이 펼쳐진다. 케빈은 어릴 적부터 화살을 가지고 놀았다. 청소년이 되고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화살로 케빈은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학교 체육관에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친구들을 쏜다.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던 이웃집 여자는 살인사건 피해자 엄마였다. 사람들을 헤집고 케빈을 찾던 에바는 그가 가해자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마찬가지로 활에 맞아 죽어있는 남편과 딸을 본다. 케빈이 선사한 엄청난 사태는 에바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자유분방한 여행가였던 에바는 케빈을 가지고 자유를 포기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인지 영화 속에서 짧게 등장하는 에바의 육아 장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에바는 부족할 순 있어도 최선을 다한 엄마였다. 그건 분명했다. 그것도 모르고 에바를 망가트린 케빈이 소름 끼치게 싫었다.
케빈이 선천적 싸이코패스인지, 후천적 싸이코패스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에바가 케빈을 원치 않았고 케빈을 육아하는 데 있어 옳지 못한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후천적 싸이코패스가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엄마가 처음인데 어떻게 육아가 완벽할 수 있을까. 내 아이도 가끔은 미워 보이는 법이라 그랬다. 서툴러서 한 실수에 비해 케빈의 대가는 너무 컸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나오는 아이들처럼 금쪽 처방을 받았더라면 케빈은 달라졌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에바가 케빈에게 살인 동기를 묻자 케빈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에바와 케빈이 포옹한다. 이 장면들을 보며 케빈이 교화될 수 있는 아이구나 싶었다. 사실 아버지와 동생까지 죽인 살인자이지만 그래도 변명거리가 있다면 그 아이는 아직 아이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닌 케빈이 설계한 계획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긴했다. 오은영 박사님이라면 어떤 금쪽 처방을 내렸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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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아주담담 & 짧은 영화, 긴 수다
아주담담 & 짧은 영화, 긴 수다는 다양한 작품과 게스트들이 하나의 주제 하에 모여 활발하게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10월 7일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6층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진행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2에 참여하여 영화를 더욱 깊이 들여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이>, <파동>, <3학년 2학기>, 이 세 작품의 감독 황슬기, 이한주, 이란희, 배우 변중희, 박가영이 함께했다.
<홍이> 황슬기 감독, 변중희 배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한 10월 2일부터 계속 머물고 있다는 황슬기 감독은 틈틈이 영화도 챙겨보고 이번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추천할만한작품으로는 박송열 감독의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를 추천했다.
영화를 소개하기를 홍이는 30대 후반 경제난에 시달리는 한 여자가 자신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면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이며,
제가 어떤 겪었던 경험담과 그런 걸 듣고 보고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쓰고 영화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황슬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홍이>. 이번 작품을 제작할 때를 되돌아보면 즐거운 순간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함께 만드는 영화를 함께 만드는 동료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한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첫 장면을 찍으면서 스태프들이랑 얘기하고
각자가 일을 나누어서 더 얼마만큼 마음을 쓰고 신경을 쏟느냐를 같이 나누는 작업이 영화의 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중희 배우는 홍이 엄마로서 딸이 듣는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딸이 살짝 보는 엄마의 표정이 엄마의 다가 아니라는 것과
모성에 대한 것들을 표현하는 방법이 반어법적으로 나오는데, 그것을 중점적으로 보며 그 마음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황슬기 감독은 홍이에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미워할 수도 없고 더 사랑할 수도 없는 모습인데,
화학 작용을 내는 게 저 영화에 잘 담겼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10월 9일 10시에 마지막으로 상영하는데 그 모습들을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파동> - 이한주 감독, 박가영 배우늘 배우로 영화제를 참가했던 이한주 감독이 <파동>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그의 첫 연출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물결 파에 겨울 동을 써 파동이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서울에서 철도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문영이라는 인물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기억을 쫓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상호라는 인물이 문영의 고향을 내려가게 되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씩 교집합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파동>은 의도적으로 파편적이고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이러한 장르를 선호한다는 이한주 감독은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생각하며,이미지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자신에게는 인상 깊었기에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며 파동에서 그런 부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전부터 이한주 감독과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는 박가영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영화의 창작에 대해서 많은 소통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같이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장편으로 써져 있는 글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어떤 시기를 구현할 수 있는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박가영 배우는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로 풍경을 꼽았다. 전북 남원의 지리산 쪽에 있는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했다는 <파동>.사라져가는 동네를 추억할 수 있고, 누군가들이 떠오를 수 있는 공간, 쓸쓸하지만 그럼에도 존경할 수 있는 것들,
그런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한 흔적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그 풍경들을 인물이 나오지 않은 순간에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이한주 감독은 넓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봐 달라 청했다.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복잡하고 힘든 영화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속 3명의 인물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개인적인 성장을 이룬다.
영화를 볼 때, 각기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 개인의 어떤 시절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을 꼭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유이하 배우, 김성국 배우첫 장편 영화 <휴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이란희 감독은 두번째 장편영화 <3학년 2학기>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늘 청소년 노동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란희 감독은 뉴스에 현장 실습생들 사고 소식을 듣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히 첫번째 장편 영화 <휴가>를 통해 만난 현장 실습 하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부모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두번째 장편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김성국 배우는 <3학년 2학기>는 실습생들의 성장과정을 많이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행동하는 부분이 재미있는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유이하 배우는 결말을 다 알면서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보며 "한 번만" "한 번만" 하며 응원하게 되는데, 자신과 같은 지점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이 했던 말들을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란희 감독은 현장 실습생 사고 소식은 보통 뉴스로 접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실습을 같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업계 고등학생들에 대해 글자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학생들로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상영시간표]
<홍이>
10/6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7 10: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9 10: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파동>
10/6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7 09: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8 15: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3학년 2학기>
10/6 16: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8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9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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