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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2025-09-08 13:30:44

어둠 속의 눈동자와 빨간 자동차

영화 <나이트 크롤러> 리뷰

! 이 글은 영화 <나이트 크롤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감독) 댄 길로이

출연) 제이크 질렌할, 빌 팩스톤, 르네 루소

 

저널리즘, 미디어 윤리에 관한 논의들은 여러 콘텐츠를 통해 재생산 되고 있다. 카메라에 대한 담론이 카메라에 의해, 정확히는 카메라로 만들어진 것들에 의해 형성된다는 아이러니 속에서도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 등 저널리즘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 역시 비슷한 궤를 공유하는데, 이 영화는 앞의 두 영화보다 직선적이다. 언론인의 감정적 고뇌, 내면적 성찰 장면이 나오지 않고, 하나의 길을 확신하며 나아간다. 따라서 관객은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의 동승자가 되어 그의 빨간 차에 몸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극 중 조수석에 앉아있는 릭(리즈 아메드)이 윤리적 제동을 걸 때마다 자동차는 멈추게 되며, 관객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 차에서 내릴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영화는 구직 활동을 하는 블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협상 기술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것을 시도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그러다 우연히 사고 현장에 놓인 그는 취재 영상을 찍어 팔아넘기는 나이트 크롤러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의 눈은 번뜩인다. 작은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사서 특종 현장에 달려가는 블룸. 그의 큰 눈은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보인다. 사건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그는 다른 경쟁자보다 더 실감하는 영상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지역 보도국의 니나(르네 루소)에게 영상을 판매한다. 그리고 블룸의 손에 지폐가 쥐어지는 순간 그와 관객은 확신할 수 있다. 그는 나이트 크롤러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블룸은 특종 사건을 뒤쫓는다. 남들보다 빨리 도착한 그는 카메라를 들지만, 연출되지 않은 날 것의 현장은 사각의 프레임에 담기에 쉽지 않다. 결국 그는 시체를 옮겨 더 극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영상들은 그의 평판과 지갑을 두텁게 해준다. 분명 이 상황은 잘못됐다. 누군가는 그의 문제를 바로잡아야한다.

 

 

 

그리고 타이밍이 맞게 릭이 등장한다. 정확하게는 블룸이 채용한 조수이다. 그의 역할은 특종 현장까지의 최단 거리를 알아내는 것. 인간 내비게이션이 된 릭은 업무에 적응해간다. 그러다 어느 주택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데, 범인의 얼굴과 차량번호를 촬영한 블룸은 집 안까지 들어가 시체 3구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을 종결시킬 생각이 없다. 그는 사건 현장과 관련된 영상만을 방송국에 팔아넘기고, 범인과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다음 사건을 만들어낼 작정이다

 

 

 

릭은 관객을 대변한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는 그는 블룸을 막아서려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는 확실한 의 위치에 놓여있다. 결국 그는 적당한 보수를 약속받으며 그의 계획을 따른다. 그리고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나이트 크롤러 블룸은 본인에게 의문을 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건은 이미 발생했으며, 나는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낼 뿐이다.’ 실제로 그는 관찰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점차 연출가에 가까워진다. 상황을 설계하고 그것을 완벽한 위치에서 찍어낸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와도 닮아있다. 각본 단계에서 발생한 사건은 촬영 단계에서 영상화된다. 그리고 관객은 그 사건과 마주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영상들은 진실일까?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콘텐츠는 점차 자극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관객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사람의 동공은 어둠 속에서 확장되는데, 마침 영화관은 어둡다. 커진 눈동자에 들어오는 새빨간 블룸의 자동차. 우리는 그의 차에서 언제쯤 내릴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 타이밍을 확인해보시길.  

 

작성자 .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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