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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9-11 19:42:09

누구나 비밀은 있다. 그게 가족일지라도

<비밀일 수밖에> 리뷰

누구나 비밀은 있다. 그게 가족일지라도. <비밀일 수밖에>는 너무나 가깝지만 먼 사이인 가족들의 숨겨진 비밀을 은근히 까발리는 작품이다. <철원기행> <초행>을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를 관찰해 왔던 김대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흔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른 척하는 이들의 민낯을 영락없이 보여준다. 

 

 

 

 

 

 

춘천의 중학교 미술 교사인 정하(장영남)은 항암 치료를 앞두고 휴직한다. 휴직하는 그날,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아들 진우(류경수)와 여자 친구 제니(스테파니 리)가 그녀를 찾아온다. 그리고 둘이 결혼할 거라는 말을 듣는다. 정하는 축하를 하지만, 의사인 제니에 비해 변변한 직장 없이 유튜버가 되겠다는 아들이 못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 연인 지선(옥지영)이 집을 찾아오고, 캐나다에 있어야 할 제니의 부모까지 갑작스럽게 춘천에 도착한다. 엉겁결에 이 모든 사람과 낯설고도 불편한 동거는 시작되고, 각자 숨겨둔 비밀로 집안 분위기는 점점 미묘해진다. 

 

김대환 감독의 작품을 본 이들이라면 <비밀일 수밖에>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다. <철원기행>처럼 환경적 제약으로 가족이 모이는 상황은 이 작품에서도 연출된다. 다른 점은 한 가족이 아닌 두 가족이라는 점. 처음에야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며 지내지만, 불편한 동거가 오래되면서 부딪히고 싸우고 으르렁거린다. 

 

 

 

 

 

 

주인공은 정하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 진우와 여자친구 제니의 만남에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데, 여기에 제니의 부모님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그 감정이 증폭된다.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고, 아들에게 지선과의 관계를 알려야 하는 부담감이 겹치면서 평화롭던 그녀의 삶에 갑자기 풍파가 몰아친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도 문제가 심각한데, 서로 다른 집안이 만났으니 얼마나 더하겠는가! 그것도 장인 될 사람이 이 시대에도 살아남은 가부장적 남자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캐나다에서 잘 나가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제니 아빠 문철(박지일)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 아래 사는 사람으로,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제는 모든 이들이 그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특히 가족이 더 싫어한다. 아빠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제니는 물론, 오랜 세월 함께 산 아내 하영(박지아)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증오한다. 가족은 애증의 관계라고 하지만, 문철은 그 범주를 넘는다. 

 

 

 

 

 

 

 

감독은 이 문제적 남자를 통해 두 가족의 여성들에게 집중한다. 문철은 과거 가부장적 세계관에 매몰됐던 과거 한국 사회를 캐릭터화한 듯 보인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각자 어떻게든 살아남은 여성들은 그를 통해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매일 부채감을 갖고 사는 정하, (아마도) 제니와 같은 환경에 살다 탈출한 지선, 자기 멋대로 사는 남편이자 아빠 때문에 평생 고초를 겪는 제니와 하영은 어두운 과거의 족쇄에 갇힌다. 보내지 말아야 할 문자로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진우 역시 이 여성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영화는 알고 있지만, 잊고 살았던 한국 사회 가족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면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받았던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확장한다. 그리고 그동안 도망쳤던 가족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의 힘듦을 훌훌 털어버린다. 누구에게는 씻김굿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정하의 집이 주무대인 영화는 태생적으로 싱겁다. 문철과 하영을 통한 웃음 코드가 존재하지만 단발성으로 그치기 쉽고, 전작보다 영상과 음향이 주는 감흥이 적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건 가족이란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디테일함이 있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장영남을 비롯해, 류경수, 스테파니 리, 옥지영, 박지일, 박지아 등 주요 배우들은 튀는 것보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을 택한다. 마치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고나할까. 독특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배우들은 영화 속 자신의 몫을 다 한다.
 
너무나 가까워서 너무나 모르는, 그래서 더 밉고 더 사랑스러운 가족이란 관계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밀일 수밖에>는 완성도를 떠나 이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후반부 비밀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 정하가 내린 결단과 용기는 그래서 더 여운을 남긴다. 만약 비밀이 있다면 감추기보단 드러내야 한다는 진리. 비밀보단 진실되게 살자. 바로 나부터. 


 

 

사진출처:(주)슈아픽처스

 

 

평점: 3.0/ 5.0
한줄평: 누구나 비밀은 있다. 그게 가족일지라도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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