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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9-14 10:29:4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거북함

영화 [얼굴] 리뷰

이 글은 영화 [얼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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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다음 영화

 

 

밀려오는 구역질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비겁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영화는 시작부터 속을 긁어대다 못해 발톱을 마음 한 구석에 깊숙하게 박아 넣은 채 맹렬히 흔들어 댔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그러는 통에 속절없이, 마치 영희(신현빈)처럼 영화 내내 고개를 떨구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영화는 그 전쟁통(?)같이 쏟아붓는 모욕 속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들게 한다. 내 이 촌극이 언제까지 가나 보자.라는 마음 반. 그래서 대체 얼마나 못생겼길래.라는 마음 반을 가진, 또 다른 발톱으로 영희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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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극 중 인물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선뜻 "장애"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마치 그것이 영규(권해효)와 영희를 향해 돌을 던져도 마땅한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영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얼굴'들이 '면상';혹은 '상판떼기'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부터다. 단 한 사람도 실제로 영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그 기구한 운명이 당연했다는 듯이. 그들은 그저 영희를 소비한다.

 

 

 

영희의 최후가 영규에 의해서 마무리되었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것이 크다. 태어나면서부터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던 영규였지만. 실은 보이는 것에도,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가장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점은 그의 마음 한편에 남은 수많은 발톱 자국들을 연상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가장 앞장서서 영희가 상징했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인물이 된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영규였건만. 영희의 시신을 처리하는 장면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 해 낸다. 아마도 두려움의 크기만큼이나 큰 쾌감이 있었으리라. 이 악습, 혹은 멸시를 끊어내는 것이 자신의 특권이라는 것처럼 느꼈을 테니. 그리고 그것을 혼자 해냈다는 자부심도 함께 밀려왔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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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에서 몇 번이고 존재하는 역겨움은 동환(박정민)을 통해서 증폭된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동환을 보고 있노라니, 배신감과 더불어 동질감이 밀려와 그의 행동에 면죄부를 슬그머니 내밀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 순간에, 영화는 우리에게 반격을 준비한다.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영희의 얼굴로.

 

 

 

영희의 열굴이 공개되는 그 순간. 영화는 완성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럽게 우는 동환을 보면서 과연 그 눈물의 정체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단 한 번도 못 본 어머니를 향한 맹목적인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이토록 평범한 얼굴의 여인의 인생이 어찌 그리도 힘들었어야만 했는지를 반문하는 연민 때문이었을까. 아비의 열등감과 군중심리로 인해 벌어진 이 참극의 실체를 향한 허망함 때문이었을까.

 

 

 

그 어떤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아니, 제자리였던 것으로 착각한 그 자리로 돌아갔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으리라. 아비의 얼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꼭 닮은 동환이었기에. 

 

 

 

[이 글의 TMI]

 

알고 보면 진짜 예쁜 거 아니야? 

 

라는 다른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사진을 손에 든 채 벌벌 떨고 있는 동환을 보면서.

 

 

 

영화가 끝나고 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그래서 못생겼다는 거야 예쁘다는 거야.로 시작된 토론(?)을 듣고 있자니, 감독이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쉽게 동요되어 영희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을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거북함들까지 담아내야, 영화가 끝이 난다는 것을. 참으로 영리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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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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