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13 11:54:57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교적 낮은 스코어로 1위에 올라선 <더 마블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에 기를 못 피고 있는데요. 젊은 감독과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수치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더 마블스>가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 이후 5일째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44만6천여명을 기록 중인데요.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으나 마블 영화로서는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수치로 현재 추세라면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마블스>는 10~12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마블이 지난 15년 간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더 마블스> 이전엔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가 가진 5540만 달러가 최저였지만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인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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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소다 마모루의 칸 영화제 첫 공식 섹션 진출작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을 감독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Belle> (竜とそばかすの姫, 용과 주근깨 공주(가제))이 올 7월 2년 만에 열리는 칸 영화제에 합류하였습니다.
지난 4일, 칸 영화제는 <Belle>이 7월 15일 목요일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며, 12월 29일 프랑스에서 정식 개봉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Belle>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뽑힌 <미래의 미라이>(2018) 이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자, 호소다 마모루 감독 개인으로서는 칸 공식 부문에 처음 초청된 작품입니다. 또한, 올해 열릴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아리 폴만의 <Where Is Anne Frank>, 파트릭 암베르의 <The Summit of the Gods>와 함께 단 세 편뿐인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한 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칸 영화제는 이를 발표하며, 마모루 감독을 젊은 뉴-웨이브 애니메이션 감독의 선두주자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시적이고도 아방가르드한 세계관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감독이라 설명했습니다.
마모루 감독은 이에 대해 <Belle>은 자신이 늘 꿈꿔온 영화로,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영화라 말했습니다. 덧붙여, 영화는 로맨스, 액션, 서스펜스뿐 아니라 삶과 죽음과 같은 더 깊은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이라 밝혔습니다. 이로써, 마모루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썸머 워즈>에서 다뤘던 가상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다루게 되었습니다.<Belle>은 작은 산골 마을에서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17살 고등학생 ‘Suzu’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랜 기간, 자신의 그림자에 갇혀 살아온 소녀는 어느 날, 가상 세계 'U'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50억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세계적인 가수 Belle이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신비로운 존재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모험과 도전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한 여정을 떠나게 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갑니다.
현재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를 연달아 성공시킨 화제의 감독입니다. 그는 2015년, <괴물의 아이> 개봉 기념 내한 당시 인터뷰를 통해, 봉준호, 나홍진 감독 등의 작품에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말한 바 있는데요. 이후, <기생충> 개봉 당시에도 "굉장한 영화"라며 극찬을 보냈습니다. 현재 프랑스 개봉일이 공개된 <Belle>의 국내 개봉일은 미정인 상태이지만, 올겨울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새로운 '아이' 의 탄생을 기대해보며,
<Belle>의 개봉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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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울을 쫓은 대가
한 밝고 명랑한 여자가 한 파티에서 재벌을 만난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 이름, 구찌, 마우리치오 구찌. 그 때부터 평범한 서민 여자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돈이 눈이 멀어 시작한 유혹은 탐욕이 되고, 그 탐욕은 결국 그녀를 잡아먹어 버린다.
1. 배우진들의 연기가 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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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하지만 균형 잡힌 캐릭터, 크루엘라
삶을 살아가며 경쟁은 필수적이다. 어린아이일 때도 뭔가를 먹거나 얻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작은 경쟁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것이 가족이나 형제자매일지라도 그 안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순간이 있다. 청소년 시기가 되면 학교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며 공부의 성적으로 경쟁을 한다. 내가 몇 번째이고 친구는 몇 번째인지 순위를 알게 되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앞으로의 진로에 꽤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게 유년기의 경쟁이 끝나고 성인이 되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그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 큰 경쟁의 시장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 상황을 개인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상관없이 그런 경쟁 상황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또 도전하게 만든다.
그런 경쟁에서는 늘 라이벌을 만나기 마련이다. 좋은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보다 앞서기 위해 계속 신경 쓰며 노력하게 된다. 일종의 공생관계처럼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완전한 경쟁관계가 되어 자신의 부족함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의 경쟁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처리해 나가는지는 한 사람의 성공과 밀접히 연관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쟁자를 인정하고 좀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쟁자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성공을 얻는 사람도 있다. 배타적으로 사람을 택하는 사람들은 경쟁자뿐만 아니라 자신을 돕는 사람들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성공에 방해되거나 작은 의견 차이가 있으면 바로 그 상대방을 제거해 버리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독특한 기질을 가진 크루엘라의 이야기
영화 <크루엘라>는 주인공 크루엘라(엠마 스톤)의 유년기 삶을 보여주면서 성인이 되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경쟁상황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1996년에 개봉한 <101마리 달마시안>에 등장했던 악당 크루엘라를 재해석한 영화는 검은색과 하얀색 머리가 함께 자라고 있는 크루엘라라는 인물이 남다른 상황에서 성장해나가는 젊은 시절 이야기를 원작 영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루엘라의 원래 이름은 에스텔라다. 엄마 캐서린(에밀리 비샴)과 보냈던 유년기를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 20분은 에스텔라로서의 삶을 보냈던 크루엘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엄마는 늘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생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대로 에스텔라는 노력하지만 그가 원래 가지고 있는 기질은 숨길 수 없으며 학교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엄마와 그가 ‘크루엘라’라고 지칭하는 그 성격은 직설적이고 대범하고 또 지기 싫어하는 어찌 보면 엉뚱한 문제적 아이다. 그래서 남자아이들과 다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똑 부러지게 말하지만 그로 인해 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크루엘라의 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다. 크고 작은 놀림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일단 한 번 다툼이 일어나면 꼭 상대방을 밟고 이겨야 하는 성향이다. 또한 호기심이 강해서 이런저런 일에 참견하고 참여하게 되는데, 영화 초반에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엘라는 일반적인 아이와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머리카락의 반은 검은색이고 나머지 반은 흰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기이한 모습이겠지만, 딱 반반씩 나누어져 있는 머리는 영화 속에서 묘하게 균형 잡힌 것처럼 느껴진다. 학교에서 그는 그 자신의 머리와 자신의 성격을 일부러 애써 감추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마를 잃고 아이가 다른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는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선에 의해 억압받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길을 택해 그간 가지고 있던 균형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고아로 같이 살아가는 제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는 크루엘라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한 편으로는 바보 같아 보이지만 그들과 함께 지내며 크루엘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유롭게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이 두 명의 친구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스퍼와 호레이스는 비록 모자라 보여도 그들이 가진 순수함은 크루엘라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인격, 즉 에스텔라와 크루엘라의 성향을 균형 있게 삶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크루엘라의 경쟁자로 등장하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은 감정이 전혀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유명한 디자이너인 그는 자신의 경쟁자가 등장하면 상대방을 완전히 밟아버려 시장에서 퇴출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 남은 시장 내 명성과 부를 혼자 독식한다. 그렇게 자신의 명성을 쌓고 자신감을 만들어낸 그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고용인들을 마음껏 부리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해고를 시켜 버린다. 심지어 사소하게라도 방해되는 사람을 완전히 처단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살인이라 할지라도 주저하지 않을 성향을 가졌다. 그가 가진 이런 특성과 그가 가진 과거의 비밀은 크루엘라가 그의 경쟁자 반열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드는 도화선을 만들어준다.
모두 뛰어난 재능과 남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남작부인과 차별화되는 크루엘라
영화 <크루엘라>는 크루엘라가 전면적으로 남작부인에게 다양한 형태의 옷과 이벤트로 대중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장면부터 두 사람의 대결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두 사람이 가진 머릿속의 패션 아이템들을 비교하는 런웨이가 어느 장소에서나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비교 장면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디즈니 영화답게 재해석된 이 영화에는 화려한 화면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포인트는 닮은 듯한 두 주인공의 대결 장면이다. 남작 부인과 크루엘라는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조금은 괴팍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진 유년기 시절의 기억은 다른데 특히 크루엘라가 만난 엄마라는 존재와 그가 알려주었던 삶의 팁은 이 두 사람의 삶과 방향성을 크게 차이 나게 만든다.
남작 부인에게는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없다. 그저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고 판단하는 그에게 다른 이들은 그저 성공을 위한 부속품 정도로 보인다. 친한 친구나 친지도 전혀 없어 보이는 그는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는 가차 없이 필요 없는 사람을 내친다. 그것은 그를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로 만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뒤늦게 등장한 크루엘라는 사실 남작 부인과 같은 성향을 가지려 하지만 그에겐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다.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받은 기억과 추억들, 그리고 유년기를 함께 했던 제스퍼와 호레이스는 크루엘라가 제2의 남작 부인이 되지 않도록 영향을 준다. 그래서 크루엘라는 괴팍하지만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즉, 남작 부인은 극단적으로 무너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길을 자신만의 강력한 힘으로 지탱해 왔지만 자신의 힘이 느슨해지는 순간,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크루엘라 역시 아슬아슬한 길을 가지만 그가 떨어질 순간순간에 그의 손을 잡아 떨어지지 않게 해 줄 주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마치 크루엘라의 검은색, 흰색 머리처럼 그가 삶에서도 균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도 크루엘라의 관계나 행동에서 묘한 균형을 느끼게 만든다.
디즈니 영화답게 다른 의미, 다른 이미지의 공주 탄생을 보는 것과 같이 구성된 영화는 전형적인 악당이었던 인물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하여 흥미로운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특히나 크루엘라를 연기한 엠마 스톤은 완벽하게 크루엘라와 맞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괴팍하지만 따뜻함도 가지고 있는 그는 큰 눈으로 경쟁상대를 제압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이용해 영화 전반을 압도한다. 특히나 크루엘라가 다양한 패션 센스를 뽐내는 영화 후반부는 그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진다. 또한 남작 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연기도 훌륭하다. 성공했지만 괴팍한 패션 디자이너를 얄밉게 연기하고 있다. 그가 먹던 점심 그릇을 차장 밖으로 우아하게 던질 때나, 후식 디저트를 먹고 이쑤시개를 떨어뜨리는 모습 등 다양한 행동을 하는 장면을 통해 그 캐릭터의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흑과 백이 대비되는 것처럼 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남작 부인과 크루엘라, 크루엘라와 에스텔라의 대비는 궁극적으로 크루엘라의 발전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주는데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둘의 특성의 균형점을 찾아서 그 발전점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의 크루엘라는 일그러진 괴팍한 인물이 아니라 어떤 적절한 균형점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길을 만들어낸 인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크루엘라는 주변 사람을 챙기며 협력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렇게 사람들의 호응까지 얻는 그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그 길은 남작부인이 갔던 길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직전 연출작인 <아이, 토냐>(2018)에서 악녀로 취급받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마고 로비)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기려고 노력하는 토냐의 모습에서 남작 부인의 모습이 보이니도 한다. 어쩌면 전형적인 악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온전히 자신의 성공만을 생각하는 인물이고 주변 관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이 추구하는 악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디즈니와 손을 잡은 감독은 꽤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만들어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크루엘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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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웨어 스페셜>, 마지막이 아닌 '시작'을 선물하는 아빠의 편지
영화에 대한 내 소감부터 말하자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울었다.
영화 속에 담긴 현실과, 이를 마주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
하도 많이 울고, 감정소비를 심하게 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영화의 여운을 즐기지도 못하고, 슬픈 감정을 추스르느라 바빴다.
'눈빛'만으로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대사를 전달하고, 행동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배우가 있다.
<노웨어 스페셜>의 주인공 '존' 역할을 맡은 제임스 노턴이 내겐 그런 배우로 다가왔다.
눈앞에 닥친, 그리고 곧 다가올 현실을 바라보는 제임스 노턴의 눈빛과 표정은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렸다.
영화는 암에 걸려 살 날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청소부 '존'과 그의 4살짜리 아들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이다.
존은 자신이 떠나고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기로 한다.
존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아들'을 위한 인생 최대의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신중하려고 한다.
마이클에게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하려고 한다.
"아직 어린애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요. 훌륭한 애라고 칭찬도 많이 들어요.
사랑이 많고 다정한 아이예요. 행복한 어린아이죠.
저 아이에겐 평범한 가족이 필요해요.
아빠, 엄마가 있는 사랑이 넘치는 집과 전 가져본 적 없는 기회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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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마이클의 새 입양가정을 찾아주려고 하지만 역시나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여러 가정을 찾아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이클의 반응을 살펴보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아들에게 남은 시간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더 고민되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존의 눈에는 자꾸 엄마와 함께 있는 마이클 또래의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사실 마이클의 엄마는 마이클을 낳고 얼마 후, 존과 마이클을 떠났다. 아이를 낳고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인생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존은 계속 마이클에게 '평범한 가족', '아빠와 엄마가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나는 이 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처음에 존은 아들에게 '아빠가 곧 죽는다'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아직 아들이 너무 어리기에. 죽음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기에.
- 애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걸 원치 않아요.
아직은 아니에요. 너무 어리다고요.
새 가족과 자기 주변에 또 그런 일이 생기고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건 애답지 않잖아요.
이런 이유로 '기억상자'에 훗날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담을 것을 권유하는 사회 복지사의 의견을 거절한다.
하지만 마냥 숨길 수만은 없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마이클이 죽은 딱정벌레를 발견하고 아빠에게 왜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고 묻는다.
존은 조금 주저하다가 그 딱정벌레는 죽은 것이라고, 죽는다는 것은 몸은 그대로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아들은 아빠의 의도와는 다르게 죽음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 트럭은 짐을 잔뜩 싣고 여기저기 다니고, 사람들은 일하러 가거나 친구 만나러 멀리 갈 때 차를 타고 다니잖아.
마이클, 나중에 다른 마을에 가서 다른 집에서 살아 보고 싶어?
- 우리 집이 좋아.
육교 위에서 수없이 많은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며 존은 마이클에게 다른 집에서 살아 보고 싶냐고, 넌지시 물어본다.
마이클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우리 집이 좋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마이클이 '입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존은 애써 담담하게 입양은 다정한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마이클도 은연중에 아빠와 함께 여러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고, 만나보는 이 과정들이 단순히 놀러가는 것은 아님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이클은 대답한다. 자기는 아빠랑 살고 싶다고.
많은 대사도 없는 장면이다.
소파에서 존이 자고 있고, 마이클은 그런 존에게 조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담요를 덮어준다.
서툴게 담요를 덮어주는 손길에 잠에서 깬 존은 그런 마이클을 꼭 안는다.
정말 이별이 코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존은 마이클이 훗날 볼 수 있는 '기억상자' 속에 아빠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을 담는다.
차에서 발견한 엄마의 장갑,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아들이 아빠의 생일날 준 빨간색 초 하나, 아빠와 아들의 손을 대고 그린 그림, 그리고 나중에 운전면허를 땄을 때 읽으라고 쓴 편지와 같이 아들이 한 해 한 해 커가면서 차근차근 볼 편지 등의 물건을 담는다.
존이 자신의 사정을 아는 친한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사후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되는 것이라고. 공기 중에서 남은 사람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한참 전에 사별한 남편의 칫솔을 최근에서야 버렸다고.
아직 마이클은 온전히 그 감정을 이해하진 못 했을 것이지만, 존은 마이클에게 이별의 인사를 건넨다.
- 아빠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란다.
네 주변의 공기 속에서, 널 따뜻하게 감싸는 햇살 속에서.
널 적시는 빗속에서도 널 지켜볼거야.
(아빠가 죽어도) 너는 아빠에게 말할 수 있어.
아빠는 안 보일 테지만 너의 말을 들을 수 있어.
공기 속에서, 햇살 속에서, 빗속에서, 마이클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계속 그를 지켜볼 것을 약속한다.
아마 마이클은 이런 아빠의 말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그리고 아빠의 물건들을 오래오래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항상 그의 주변에 있는 아빠처럼, 그도 항상 아빠의 존재를 상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이 아빠를 그리워하며 찾는 어느 순간에 존은 바람이든, 빗방울이든, 눈부신 햇살이든, 그 어느 것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대답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존과 마이클이 찾아간 수많은 가정 중에 어릴 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친 사이에서 임신했다가 주변 어른들의 권유로 반강제로 아기를 없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임신을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아이는 꼭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입양아는 못 키우겠다고 떠났고, 그렇게 혼자 남게 되었다.
존의 결정은 그녀의 가정이었다.
그녀의 집에 마이클을 데려가고, 아들과 아빠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에 아빠에게 보내는 마이클의 눈빛은 마치 '아빠 걱정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테니, 이런 시작을 선물해준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고.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영화다. 2021년의 마무리에 생각나는 영화를 말해보라고 하면, 아마 이 영화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하려고 하는 존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조용하게 그들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인지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잔잔히 계속 찾아오는 파도가 더 눈에 아른거리듯이, 극장을 떠나서 집에 가는 시간 내내 그저 이 영화의 감상에 젖어 있었다.
영화의 이야기를 집까지 가져오며 누군가의 현실일지도 모를 이 상황들에 대해 혼자 곰곰이,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의지와 결정으로 이 상황을 풀어헤쳐 나가는 아빠인 존, 존이 떠나고 그의 빈 자리를 종종 마주할 아들 마이클, 그런 마이클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쌓아갈 새 가정, 이런 이별을 수없이 마주했을 사회 복지사 등.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름다움, 벅참, 슬픔, 감동 등의 너무나도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내 인생에서 먼저 떠난, 내겐 매우 중요한 존재였던 그 사람이 혹시 가끔씩 내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지.
보고 싶다- 라고 내뱉은 내 말을 듣고 혹시 내게 찾아와 주진 않았을지. 그리고 이런 내 말에 가벼운 대답을 해주진 않았을지.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조금의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공기 속에서, 햇살 속에서, 빗속에서 꾸준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이전의 일들에 대해 서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는 내게, 그리고 항상 보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내게 일말의 대답을 해주었을 것이라고.
공기 속에서 항상 아들의 주변에 있을 것을 약속하며, 아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해준 아빠의 이별편지와 같은 영화인 <노웨어 스페셜>은 오는 12월 29일에 개봉한다.
다들 2021년을 꼭 이 영화로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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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하지 않은 우리 모두를 위한 기적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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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랬다. 스무살 남짓하던 시절, 나도 체리필터의 'Happy day'라는 노래처럼 내가 요절할 천재가 아닐까 의심했다. 이상, 랭보, 모짜르트, 에곤 쉴레처럼. 어쩌면 나도,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나도 사실 세상이 몰라주는 천재일지 모르는 일 아니겠나.
하지만 이제 요절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젊지도 않고,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기가 막히게 똑똑하지도,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내가 딱히 특별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참 쉽게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듣고 자란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반드시 어른이 되면 무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들 만큼 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지겨운 레토릭이 아직까지도 반복되므로 우리 삶의 목표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내가 실망스럽다가, 때로는 남들보다 못한 내가 서러워 남들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싶다. 내 인생은 도대체 왜 이럴까 싶을 때, 우리가 찾는 건 바로 기적.
나 빼고 다 특별한 세상
엔칸토는 이민자 가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이 평화로운 마을의 중심에는 마드리갈 가족이 있는데,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 한 가지씩 특별한 마법을 쓸 줄 안다. 딱 한 사람, 미라벨만 빼고.
미라벨은 힘이 세서 무엇이든 들 수 있는 루이자, 꽃을 피워내는 이사벨라, 무엇이든 들을 수 있는 돌로레스,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카밀로,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페파 이모, 음식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엄마, 그리고 마법은 못 쓰지만 마드리갈 가족과 결혼한 친인척들과 함께 산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문이 열리고 방이 생기는데, 왠일인지 미라벨에게는 그 문이 열리지 않았다.
미라벨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평화로운 이 가족에게 새로 마법을 받게 될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라벨과 아기방에서 같이 지내던 안토니오다. 안토니오가 문을 열자 넓고 넓은 자연이 펼쳐진다.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생긴 것. 미라벨은 침울해진다.
그때 미라벨은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다. 집(까시타)이 갈라지며 흔들린다.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만, 할머니 알마는 미라벨이 마법을 받은 안토니오를 시샘한다고만 생각한다. 그렇게 미라벨은 모두가 특별한 세상에서 소외된다.
배척의 기억
까시타가 흔들린 뒤 미라벨은 루이자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캐치한다. 사실 루이자는 사실 힘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언제나 불안하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자의 능력은 은유적이며 수많은 K-장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사벨라도 마찬가지이다. 예쁜 꽃을 피워내며 뭇 마을 남성들의 이상형, '완벽한 여성' 이미지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사벨라도 루이자와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실망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까지 해야 할 판이다.
알마가 처음 엔칸토에 들어와 살게 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알마와 남편 페드로는 전쟁 때문에 세쌍둥이 아기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나선다. 어쩌면 첫 번째 배척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은 이민자이고, 본토에서 쫓겨나는 신세이니 이미 수차례 배척받은 역사가 있을 것이다. 적군에게 쫓기는 이들은 가시적이고 확실한 배척을 경험한다.
남편을 잃고 오열하는 알마에게 마법의 힘이 생긴 것은 힘이 있는 자를 쉽게 쫓아내지 못하기 때문일 터. 알마는 이 힘을 마을(이민자들이 모여 사는)에 써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 마음도 처음에는 선의였으나 점차 강박적으로 바뀐다. 안토니오가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얻게 되자 '이 능력을 어떻게 쓸지'부터 생각하니 말이다.
마을의 운명이 마드리갈 가족의 손에 달렸다는 것은 너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배척받음'이라는 트라우마는 가족과 마을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가족을 위하여'라는 알마의 집착은 능력을 가진 자식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온다.
거시적으로는 국가적인 배척에 대한 공포이지만 미시적으로는 가족 내 배척에 대한 공포이다. 힘들어도 마을의 궂은 일을 다 해내는 루이자, 언제나 웃으며 꽃을 피워주어야 하는 이사벨라, 맑은 날을 유지하기 위해 기분을 통제해야 하는 페파 등 모두가 그렇다. 마법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마법을 못 쓴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배척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기 딱 좋은, 약간 정신이 나간 모양새의 브루노.
브루노에 대해 말하면 안 돼
브루노는 마드리갈 가족의 유일한 우환이다.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는데도 마드리갈 가족은 쾌활해 보인다. 비결은 그것에 대해 함구하는 것. 프로이트 식으로 보면 '억압'한다. 아예 모르는 척 해버리면 편하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그렇게 브루노는 가족 내에서 잊힌(이라고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브루노의 능력은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신내림 같다. 신내림이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신병을 앓을 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기도하고, 그렇지 않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사회통념적으로는 약간 정신 나간 사람 같다는 의미이다. 엔칸토의 배경이 남미의 어느 지역이니 카톨릭 문화에서는 악마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미친 사람이 있는 가정은 배척당하기 쉽다.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은 가족 내에서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장애인 시위의 정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느냐는 비난이 난무했다. 그동안 장애인 집회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렇게들 원하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격한 시위는 누구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브루노는 자발적으로 사라진다. 그 누구도 브루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거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로, 이름조차 언급할 수 없다.
마법은 못 써도 궁금한 건 많은 미라벨은 가족들 몰래 브루노의 방에 간다. 수많은 계단과 무시무시한 동굴을 헤쳐 나간 뒤 발견한 환영 속에서는 무너져내리는 까시타와 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브루노 역시 까시따가 무너지는 환영을 봤다. 미라벨의 말이 묵살당하듯 그 누구도 브루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정신 나간 형제이고 미라벨은 재능 없는 자식이다.
우리가 찾았던 기적
미라벨은 까시타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한다. 완전히 혼자는 아니고, 브루노와 함께. 공동체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두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이 마법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질수록, 자아를 깨달아갈수록 까시타는 위태로워진다.
결국 브루노의 예언은 이루어진다. 까시타는 무너지고, 가족들은 마법의 힘을 잃는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긴 미라벨은 집을 나간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못나고 부족한, 가족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자신 때문에.
마드리갈 가족은 엔칸토를 이끌어갔지만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마법이 그들의 모든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동안 마드리갈 가족의 신세를 져 왔던 엔칸토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합심하여 마드리갈 가족의 집을 짓는다. 루이자의 괴력을 쓰지도, 이사벨라가 예쁜 꽃으로 집을 꾸미지도 않고 그저 서로의 힘으로. 더 이상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침내 집이 다 지어지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문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은 바로 미라벨이다.
*
살면서 수많은 실패들을 해 왔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그때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실패 그 자체이기 보다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싶은,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눈 앞에서 문이 닫히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거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나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 기다렸던 기적이 무엇이었을까. 로또 당첨이었나.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지금 무사히 살아있고 내일도 기적적으로 살아있어 밥을 먹고 일을 한다는 사실이 기적인가 싶다. 순순히 열려 주지 않았던 문을 미라벨이 스스로 여는 것이 기적이고, 특별한 능력이 있든 없든 환대하는 마음이 기적을 만든다.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아서, 그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아서, 차라리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모든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다.
관람 포인트
스토리나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OST가 당신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 루이자가 힙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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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전하지 못한 퍼즐 조각을 맞춰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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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개봉일 : 2021.05.14 (넷플릭스 공개)
감독 : 김성호
출연 :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정석용, 정영주, 임원희, 지진희
전하지 못한 퍼즐 조각을 맞춰가다.
가장 인간답기에 가장 아프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무브 투 헤븐>은 특별한 시선을 가진 유품 정리사 나무와 그의 후견인 상구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본인의 이야기와 흔적들을 남긴다. 각자 다른 형태의 죽음, 다른 인생, 다른 이야기들을 한 아름 담은 노란 유품 상자의 무게가 꽤나 묵직하게 느껴진다. 유품 정리사인 나무는 그 무게감을 끌어안고 오늘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인생과 죽음의 과정은 공평하지 않을지언정 죽음이란 결과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온다. <무브 투 헤븐>은 시청자들이 누군가의 죽음과 마주하게 만들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나는 <무브 투 헤븐>을 보며 몇 년 전 내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죽음과 작년 여름쯤에 읽었던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을 함께 떠올렸다.
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꽤 많은 반려동물들과 함께하고 그 친구들을 보내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어봤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23살의 나이가 되어서야 처음 겪어보았다. (동물과 인간의 죽음의 무게를 나누려는 의도를 가진 표현은 아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죽음과 생은 고귀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어린애를 굳이 상갓집에 데려갈 필요는 없다는 부모님의 신조 아래 자란 나는 먼 친척들이 돌아가셔도 상갓집에 가보지 못했다. 사실 정말 어릴 때 한두 번 본 사이라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어른들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돌아가셨단다.”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별다른 감정을 느낀 적도 없었다. 내 눈앞에, 마음에 그의 죽음이란 것이 와닿지 않았으니까.
내 주변엔 어린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겪은 친구들이 꽤 있었다. 중학교 때 함께 어울렸던 친구는 초등학생 때 산업재해로 아버지와 이별했고, 고등학교 때 함께 어울렸던 친구는 나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쯤 할아버지와 이별을 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간혹 아물지 않은 이별의 상처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나는 그저 “네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진짜 힘들겠구나.”와 같은 내 감정에 충실한 반응을 뱉어내기만 했다. 그땐 나름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지만, 돌이켜보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할 만큼 영양가 없는 한마디였던 것 같다.
그렇게 ‘죽음’이 무엇인지 티끌만큼도 가늠하지 못한 채 나는 20살을 넘겨 성인이 되었고 23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만난 <무브 투 헤븐>은 그때의 기억과 고민들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무브 투 헤븐>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함과 동시에 억울한 죽음, 외로운 죽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등 여러 인물들의 죽음에 담긴 사회적 문제들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산업 재해 사망사건을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 하는 회사, 노인이 된 어머니를 방치하고 돈만 챙기려는 아들,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 차가운 사회의 시선에 내몰린 연인과 노부부, 무책임한 부모들에게 버려져 해외 입양된 아이의 외로운 인생까지. 각 화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 더듬다 보면 그들이 겪어야 했던 차가운 시간들과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는 문제의 까끌함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든다. 정말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하나도 없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유품 한 박스와 슬픔, 후회가 가득하다. 슬픔과 후회는 그들을 지키지 못한 남은 이들의 몫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외롭고 억울한 죽음을 겪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 또한 남은 이들의 몫이다.
사람은 죽어서 자신의 이름과 몇 개의 흔적을 남긴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그루는 비정형적으로 흩어진 흔적을 정리하며 그들이 남긴 마지막 말들의 조각을 맞춰간다. 고인들의 자리에 남은 단출한 짐들은 그들의 인생을 말해주고 그 몇 마디가 남긴 무게감은 그루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그루는 진심이 담긴 고인들의 마지막 말들을 마음으로 품어내며 조금씩 성장한다. 아빠(정우)와 헤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던 아이가 아빠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고 그 자리를 슬픔이 아닌 아빠가 남겨준 사랑으로 채워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형(정우)에 대한 오해로 인해 그를 미워했던 상구가 형이 오래도록 쌓아두었던 마음과 마주하며 변화하는 과정 또한 꽤나 감동적이다. 본인도 어리면서 더 연약한 동생을 위해 모든 마음을 내주고도 후회하고 미안해했던 정우의 마음이 두텁게 쌓인 캐비닛 문을 열었을 때, 상구의 세상은 정우가 남긴 사랑으로 가득 찬다.
그루는 사랑하는 동생과 아들을 위해, 못다 한 말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과 사랑을 모두 내바쳤던 아빠 정우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다. 아빠가 남긴 사랑과 마음가짐을 연료 삼아 아주 천천히, 하지만 아주 바른 걸음걸이로 말이다. 그리고 그 옆엔 그루의 삼촌, 상구가 있다.
그루가 들고 있는 유품 박스의 색깔은 노란색이다. 봄이란 계절과 희망을 담은 듯이 아주 예쁜 노란색. 어쩌면 죽음은 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란 새로운 생이,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지점이 될 수도 있으며 떠난 이가 남긴 말과 흔적들은 새로운 희망이 되어 이 세상을 바꿔놓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루의 품에 안긴 노란 유품 박스가 슬픔이 아닌 희망과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 차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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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영화 후기 / 안젤리나 졸리 오랜만 / 개쩌는 보안관 아내 임신부의 활약 / 산불은 양념?!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후기입니다.
쿠키 영상은 없네요~#안젤리나졸리, #범죄액션, #스릴러, #재난영화, #산불, #공수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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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9.2 테크니컬한 액션연출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되는 영춘권의 대가 견자단 [엽문]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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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불명의 조직에 납치되어 고문당한 특수요원
동료를 밀고하고 암살한 배신자의 오명을 쓴다.
기억을 잃고 은둔한 그에게 옛 동료가 찾아오고
실종된 조직원이자 동료의 딸을 찾아 달라는 요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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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파헤칠수록 잃어버린 기억이 하나씩 되살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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