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2025-09-19 16:28:52
[30th BIFF 데일리] “작은 영화에 기회를 준 부산, 꿈꾸는 것만 같아”
영화 <또 다른 탄생> 기자회견
DirectorIsabelle KALANDAR 이저벨 칼란다
CastShukrona NAVRUZBEKOVA
Isabelle KALANDAR
Shoira ABDULGAEZKHONOVA
Synopsis
<또 다른 탄생>은 타지키스탄 산골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어느 밤, 엄마에게 묻는다. “사람이 슬픔 때문에 죽을 수도 있나요?”, “슬픔 때문에 사람은 사라져 갈 수 있단다.” 소녀는 다시 묻는다. “사라져 간다는 게 뭔가요?”, “인생의 맛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는 거야.”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그리며 간신히 삶을 이어가는 할아버지, 외로운 삶 속에서 점차 시들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소녀는 시를 읊고 현자를 찾아가고 파리(페르시아 신화 속의 요정)를 찾아다니면서, 사라져 가는 할아버지와 엄마를 붙잡기 위해 애를 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장편 <또 다른 탄생(Another Birth)>이 9월 18일 영화의전당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박선영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시작 된 기자회견에서 이저벨 칼란다 감독은 첫 장편을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 소감으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우며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경험”이라며 “작은 영화에 기회를 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직도 꿈만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년 넘게 감독과 인연을 이어온 파르조나 시린백 프로듀서 역시 “<또 다른 탄생>은 우리 모두의 마음 가까이에 있는 영화”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모를 따라 이민을 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적 언어로 담아낸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동명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시 속 화자가 어머니였다면, 영화에서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에 대해 칼린다 감독은(이하 감독) “여성의 삶과 외로움, 그리고 여성성의 정수를 아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딸이 주인공이라기보다, 관객이 딸을 통해 어머니의 슬픔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어머니는 늘 배경에 머물며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아이의 입을 통해서만 그 고통이 드러난다. 이는 동시에 어머니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감독은 이란 사회에서 시가 지닌 위상을 언급하며, 감독은 “시는 여성의 내면과 외로움을 담아내고, 시인이 불멸화되는 방식”이라 강조했다. 따라서 영화 속 인용된 두 편의 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핵심적 장치로 기능한다.
각본, 연출, 주연을 동시에 맡은 것에 대해 감독은 깜짝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원래 친구를 염두에 두고 썼는데 여러 사정으로 결국 내가 하게 됐다”며 “힘든 경험이었지만, 오히려 고통을 겪는 여성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한 시린백 프로듀서 또한 “이야기를 이자벨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그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짊어진 만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특히 어제 열렸던 월드프리미어에서 관객들과 직접 마주했던 순간의 뭉클함을 전할 때는 “한국 사람들의 넓은 마음과 친절함에 반해 앞으로도 계속 부산에 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고, 자신의 영화적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이창동 감독의 <시>를 만나게 된 경험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제 안에 남아 있는 영화”라며 한국 영화와의 인연도 전했다.
끝으로 칼린다 감독은 “작은 영화를 초청해준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며 “여기서 받은 신뢰를 발판으로 더 나은 영화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린백 프로듀서 역시 “영화는 국경을 초월하는 언어”라며 “이 작품이 한국 관객의 마음에 닿아, 특히 여성들이 공유하는 우울과 고립의 감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자벨 칼린다 감독이 각본·연출·주연까지 맡아 완성한 이 작품은 이민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슬픔, 그리고 시와 영화가 맞닿는 순간을 시적으로 담아낸 영화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7-09.26) 상영일정]
2025.09.18 17:0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GV)
2025.09.19 17:00 영화의전당 소극장 (GV)
2025.09.23 14: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