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5-09-19 21:50:32
[30th BIFF 데일리] 죽음의 결합으로 태어난 사랑의 비극.
영화 <프랑켄슈타인>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이 오는 10월 22일 제한 상영을 거쳐 11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델 토로가 30여 년간 구상해온 작품인 만큼, 기괴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공존하는 독창적 연출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의 탄생이다.
영화는 배의 선장,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빅터의 영생에 대한 집착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오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결과 태어난 존재는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세상에 버려지게 된다. 피조물이 바란 것은 단지 사랑과 인정이었지만 창조주의 외면으로 인해 내면의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빅터와 피조물의 시선을 치밀하게 오가며 몰입감을 높인다. 기존 <프랑켄슈타인>과는 다른 각색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결핍, 책임의 무게라는 보편적 주제를 파고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시선이 인상깊다. 인간이 만든 존재와 그를 외면한 사회가 서로를 비추는 이야기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쳐낸 이 야심 찬 시도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남길지 주목된다.
상영 스케줄
09-18 19:30 CGV센텀시티 IMAX관
09-20 15:30 CGV센텀시티 IMAX관
09-25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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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어렸을 적, 세상의 중심은 나였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매번 뽑히던 반장 선거에서 탈락했고, 성적은 예상만큼 좋지 않았으며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 처음으로 D라는 성적을 손에 받아 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마음 깊이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로 별거 아닌 존재였구나. 내가 죽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잘 돌아가겠구나. 그 사실을 고작 나쁜 성적으로 깨달았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웃긴 일이다.
영화 <지옥의 화원, 2021>은 액션 코미디 장르로, 싸움 실력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대양아치의 시대에 최강의 자리를 노리는 오에루(OL, Office Lady)들의 세력 다툼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관람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게 관객들을 그들의 세계관으로 멱살 잡고 데려가기 때문에 줄거리 요약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영화관을 뛰쳐나가거나. 관객에게는 두 개의 선택이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양아치, 오에루
오로지 힘과 싸움 능력만으로 승부하고 서열이 정해지는 양아치의 세계, 그리고 동일한 유니폼과 구두를 신은 여직원, 오에루. 이 조합이 매우 낯설고 신선하다. 싸우는 모습에서 살짝 쾌감도 느꼈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싸움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 액션물이 필요하다. 개인사업자도 언제나 싸우고 싶습니다.
심지어 여직원들은 싸움 대결 후에는 착실히 복사도 하고, 커피도 타고, 얼굴과 온몸에 반창고를 붙이고는 일을 열심히 한다. 양아치도 먹고 살아야 하긴 하니까 그런가보다. 뒤에서 싸우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빼먹는다던가, 밖에서는 소란스럽게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점심을 먹는다든가 하는 영화 특유의 코미디가 웃음을 자아낸다.
#2. 우리의 정의로운 만화 주인공, 호조 란
주인공 나오코(나가노 메이)의 나레이션으로 우리는 이 영화가 학원 액션 만화들의 설정을 많이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오코의 방에는 이 영화에서 언뜻언뜻 떠오르는 만화들이 대놓고 등장하기도 한다.
회사에 새로 입사한 호조 란(히로세 아리스)은 싸움의 절대 강자로, 우리가 아는 만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길거리에서 불량한 양아치를 혼내주고, 혼란스럽던 사내 질서를 실력으로 단칼에 정리하고, 양아치 세계와 접점이 전혀 없는 나오코와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녀의 실력이 소문나게 되면서 주변에서 싸움 좀 한다고 하는 양아치들이 도전장을 들고 찾아오고, 그마저 호조 란에게는 너무나 쉬운 상대일 뿐이다.
그런데 나오코가 인질로 끌려가게 되면서, 스토리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우리의 히로인이던 호조 란이 싸움에서 진 것이다.
#3. 나오코의 각성
호조 란이 기절하고 난 뒤, 나오코는 당황한다. 물론 나도 나오코 못지않게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란이 최강자 아니었어? 만화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힘들어하다가도 결국 일어나서 이겨야 하는 거 아니야? 라며 눈동자를 있는 힘껏 굴리고 있는 순간, 이 영화의 진짜 최강자가 등장한다.
(놀랍지 않게도) 나오코다. 그녀는 싸움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우리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압도적인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타고난 재능으로 너무나도 쉽게 일대를 평정하고,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된다.
#4. 이 세계의 주인공
나오코가 싸우는 동안 사실 깨어났던 호조 란은 도망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 아님을. 싸우는 게 좋았고, 어렸을 적부터 싸움을 잘했으며, 주인공 특유의 정의로운 성격까지 갖추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결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사부인 '최초의 여직원'을 찾아가 수련을 마치고 나오코에게 정식으로 도전해보지만, 주인공은 이길 수 없다. 나는 내심 란이 이기길 바랬지만, 란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나오코다. 재능은 노력으로 이길 수 없다. 나는 살짝 슬펐다.
#5. 그리고, 다른 세계의 엔딩
나오코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호조 란은 서럽게 울지만, 갑자기 남직원이 등장한다. 그는 나오코를 포함한 많은 여직원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직원으로 영화 중간에 약 2초간 등장했던, 존재감이 크지 않은 등장 인물이다. 울고 있는 란에게 그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저 상황에서 나만 웃긴지, 저들은 꽤 진지해서 더 웃음이 났다.
호조 란과 남직원이 껴안는 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혼자 걸어가는 나오코의 모습 위로 '완패'라는 단어가 띄워지며 영화가 끝난다.
싸움의 세계에서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호조 란은 알고 보니 인기남과 이루어지는 로맨스 장르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세계의 주인공이다.
<지옥의 화원>을 보고 나서 나의 장르는 무엇일까, 잠깐 고민했다.
살다 보면 가끔씩 좌절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 기분에,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는 순간들.
그런데 나의 장르가 가족 영화라면?
나에게는 걱정해주는 부모님이 있고, 우리는 가끔 다투기도 하고 서로 서운할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웃으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이 세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아닐까?
내가 주인공이 아닌 세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상 최강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나오코가 아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도 된다.
다른 장르 어딘가에서 나는 분명 주인공이니까.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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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된 진부함에 맥 못 추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재즈를 사랑하는 대학생 '개츠비(티모사 샬라메)'는 학내 언론에서 활동 중이며 영화광인 여자 친구, '애슐리(엘르 패닝)'가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의 인터뷰를 위해 뉴욕을 가게 되자 함께 동행한다. 그는 애슐리와의 근사한 뉴욕 데이트를 꿈꾸지만 그녀의 인터뷰가 각본가인 '테드(주드 로)를 만나면서 점점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자 적잖이 당황하고 불안해한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홀로 뉴욕을 거닐던 개츠비. 그는 우연히 알고 지내던 동생 '챈(셀레나 고메즈)'을 만나고, 비 내리는 뉴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하며 우연 같은 운명을 따라나선다.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영화 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앨런 감독은 하비 외인스타인 성범죄 파문 당시 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 출연한 티모시 샬라메, 셀레나 고메즈, 레베카 홀 등의 배우들은 그의 발언과 영화 내용에 반대하는 의미로 출연료 전액을 성폭행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감독 본인도 입양 딸인 딜런 패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자서전 출판이 취소되는 등 여러 어려움에 처했고, 이 영화 역시 부적절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의심을 받는 등 개봉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영화 내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지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수많은 장르에 도전했던 우디 앨런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들은 스토리 전개 상의 몇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특정 도시를 배경으로 중산층의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인생의 절정기를 지났거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의 여자 친구 혹은 배우자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소통이 잘 되지 않고, 그에게 그다지 큰 위안과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앞에 자신과 말도 잘 통하고, 관심사도 같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같은. 어느 여성이 등장한다. 이 남자와 여자는 우연인 듯 운명처럼 계속해서 만나고 사랑을 만들어간다. 우디 앨런의 대표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 <카페 소사이어티> 등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문제는 이 규칙들을 그대로 따른 결과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마치 배경만 뉴욕으로 바뀐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뉴욕을 사랑하는 개츠비의 입에서는 뉴욕에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낭만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는 파리를 가장 완벽한 도시로 여기며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오웬 윌슨)'처럼 뉴욕을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챈을 만난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뉴욕을 가기로 한 순간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던 애슐리가 아닌 챈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다. 길이 약혼자였던 '이네스(레이첼 맥아담스)'와 헤어지고 파리에서 만난 '가브리엘(레아 세이두)'과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영화는 비를 맞으며 키스하는 개츠비와 챈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는데, 이마저도 비 오는 파리의 거리를 함께 걷는 길과 가브리엘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두 가지 악수를 두면서 새롭지 않은 스토리를 더욱 진부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우선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우연을 남발하며, 우연이 아니라면 사건을 전개하지도 못한다. 물론 우연이 없으면 영화의 스토리는 시작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르며, 우연은 운명적인 사랑을 강조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뿐만 아니라 결말에 이르기까지 우연으로 가득하다. 작중 개츠비가 챈을 만나 그녀의 집과 미술관에 가는 것, 애슐리가 영화 스타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 계기들은 말 그대로 우연의 연속이다. 이처럼 인물들의 성격, 시간 및 장소적 배경, 논리적인 흐름 안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대신, 뉴욕과 비라는 소재를 운명적인 사랑으로 연관 지으려는 시도의 결과 반복되는 우연은 클리셰로 가득한 진부한 영화를 탄생시킨다.
다른 하나는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중년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 잘생기고 인기 있는 스타에게 무조건 사랑에 빠지는 여성 등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있는 그대로 투영시킨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애슐리다. 영화는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영화감독, 작가, 스타에게 사랑을 받은 것이라며 애슐리가 겪는 일련의 사건을 정당화한다. 그녀가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기자로서 목적과 직업 정신도 철저하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그저 그녀를 파도에 떠밀리듯 상황에 떠내려 다니는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할 뿐이다. 이에 더해 남성이 권력과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여성을 원하는 대로 이용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보다는 어설픈 유머로 포장하고 청춘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한다. 영화의 초점 자체가 개츠비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감독의 행보와 분리시켜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눈을 뗄 수 없는 확실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우선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우디 앨런의 경우 유달리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제작해왔고 이번에도 도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 다시 한번 발현된 듯 보이기도 한다. 뉴욕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재즈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것도 아련하고 약간의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데, 특히 티모시 샬라메가 직접 부른 "Everything happens to me"가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고,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냉소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교류를 원하는 캐릭터를 맡을 때 자신의 이미지와 배역의 이미지를 가장 잘 조화시키는 듯 보이는 배우다. 작중 개츠비는 어머니가 숨겨왔던 진실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고통받아 왔던 인물인데, 티모시 샬라메의 퍼포먼스는 개츠비의 캐릭터를 적절히 살려주면서 극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작년 2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자 젠더와 인권 관련 문제가 있는 감독과 그의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가 논쟁의 대상이 된 바 있다(http://www.goham20.com/59622/). 이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 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의 영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디 앨런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 온 뛰어난 필모그래피와 별개로,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그 역시 사라지게 될 감독 중 하나일 수 있다(그의 성추행 논란은 아직도 명확히 결론 나지 않았다). 다만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그 이유가 단지 영화 외적인 논란과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성 차별적인 시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디 앨런은 이제 진부하고 치밀하지 않은 스토리와 자기 복제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잃을지도 모른다.
P(Poor, 형편없는)
우디 앨런도, 배우들도 예상한 만큼은 보여준다. 단지 그들의 만남에 기대가 더 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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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셋째 주 씨네랩 홈시네마 추천작 3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2022년 2월 셋째 주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 시네마 추천작 3편을 소개드리겠습니다. :)
이번 주는 특별히 2월 16일 개봉한 <리코리쉬 피자>를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들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여러분들 모두 잘 알다시피
연출한 모든 작품들이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중의 한명인데요.
물론 그가 연출한 영화들이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들도 많지만
전세계 영화계에서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팬임을 밝히고 있죠!
그럼 오늘도 씨네랩이 작품을 선정 및 추천하는 이유와
간단한 작품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시네마작을 시청하면서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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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왓챠 <펀치 드렁크 러브>
영화 - 멜로/로맨스ㅣ95분
- 콘텐츠 소개 :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아담 샌들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를 만나게 된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다고, 당신과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레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배리.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올까 말까한 가슴벅찬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외로움에 지쳐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 일명 “매트리스 맨”. 배리와 레나가 꿈결 같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펀치 드렁크'의 사전적 정의는 복싱선수와 같이 뇌에 많은 충격과 손상을 받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뇌세포손상증입니다. 무섭고 치명적인 병이지만 뒤의 단어 '사랑'을 수식할 때 역설적이게도 로맨틱적입니다. 그만큼 치명적이고 정신을 못차릴정도의 사랑이라는 뜻으로 느껴지니 말입니다.
주인공 '배리 이건'은 7명이나 되는 누나들에 둘러쌓인 엄청난 강박 증세의 소유자입니다. 겉보기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한번씩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증폭되어 레스토랑의 화장실을 부수거나 유리창을 깨부수는등의 기이한 행동을 벌이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배리는 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방해되는 것들로부터 초인적인 사랑의 힘? 을 발휘하게 됩니다.
여느 드라마보다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 너무나 완벽한 사랑을 펼쳐내는 과정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제목처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사랑에 흠뻑 빠진 이들의 감정은을 볼 수 있는 즐거움, 연출 천재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미쟝센과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배리'와 '레나'의 독특한 재밌는 사랑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2. 왓챠 <부기 나이트>
영화 - 드라마 ㅣ155분
- 콘텐츠 소개 : 1970년대 말, 이소룡과 셰릴 티그로의 사진으로 벽면을 도배하고, 스타를 꿈꾸는 17세 청년 에디 아담스는 고등학교마저 중퇴하고 나이트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고 있다. 별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그에겐 '빅 스타'의 희망과 짭짤한 부수입까지도 챙겨주는 특별한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33센티'를 자랑하는 비정상적인 성기였다. 포르노 영화업계의 대부격인 포르노 영화 감독 '잭 호너'는 그의 파트너 앰버와 함께 소문의 진상을 확인코자 나이트를 찾는다. 에디를 본 순간, 잭은 함께 일할 것을 권하지만 그는 선뜻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물건을 썩히지 말라는 잭의 한마디로, 에디는 포르노 배우 '더크 디글러'로서의 화려한 포르노 인생을 시작한다.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32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62회 뉴욕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55회 골든글로브시상식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10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23회 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상 수상작
엄청난 수상경력이 증명해주듯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최고 작품 중의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극 중 배경이 되는 1970~1980년대의 미국 포르노 산업를 소재로 하는만큼 거부감이나 자극적인 선정성 등의 반감 이슈도 있지만 소위 '섹스'를 말하는 영화는 결코 아닌데요.
포르노 산업에서 일하는 관계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여러가지 인간 군상과 인간의 희노애락, 흥망성쇠를 느끼게 되고 깊고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다양한 캐릭터들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들의 인생을 바라봅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연기의 힘을 본다면 계속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빼어난 연출력과 당시의 유행했던 곡들로 구성된 영화 속의 음악들도 <부기 나이트>의 추천 포인트로 꼽고 싶습니다.
3. 왓챠 <리노의 도박사>
영화 - 범죄,드라마, 스릴러 ㅣ 95분
- 콘텐츠 소개 : 화려한 도시 리노, 그곳의 한적한 식당앞에 한 남자가 초점없는 눈빛으로 앉아 있다. 그의 이름은 존(John: 존 C, 라일리 분)는 도박으로 얼마 안되는 재산을 모두 날렸다. 그에게 한 노신사가 온다. 그는 존에게 커피와 담배를 제공하고 그의 얘기를 들어준 후 믿기지 않는 제의를 한다. 노신사 시드니(Sydney: 필립 베이커 할 분)와 함께 존은 시내로 들어온다. 도박의 도시 리노. 이곳 카지노에 도착하자 시드니는 존에게 50불을 준 뒤 돈 따는 방법을 알려준다. 놀랍게도 시드니의 말이 그대로 적중하자 존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깨끗한 방에서 편안한 밤을 맞게 되는데..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23회 LA비평가협회상 신인상 수상작.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초기 연출작입니다. 전형적인 범죄드라마, 스릴러 영화는 결이 조금 다르거나 약하지만 범죄드라마라고 분류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물들을 세심하게 묘사해내는 특징이 있는 영화인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초기작부터 이렇게 영화를 정말 만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특히 초기 영화에 대부분 출연한 배우 필립 베이커 홀, 존 C.라일리 등의 연기는 물론 기네스 팰트로, 사무엘 L. 잭슨의 예전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는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분위기의 영화, 그리고 현실적인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감독의 영화를 보고싶다면 영화 <리노의 도박사>를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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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오늘의 영화는 바로,
21일 개봉 예정에 있는 <헝거>입니다.
<헝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성장통을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헝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주)디오시네마
정보
개요 SF | 한국 | 67분
감독 강다연
출연 김유나, 최윤우, 하시연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부유한 빌딩 도시 속 삶은 여유롭다. 하지만 ‘유지’는 행복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산다는 하촌에 가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유지’의 권태로운 하루하루가 뒤집힌다.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던 성장통, 그 아픈 순간의 이야기.<헝거>의 T.M.I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의 감독
<헝거>의 강다연 감독은 SF 소설집 『저기 인간의 적이 있다』에 참여한 작가이자, <블랙 뷰티>,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강다연 감독의 영화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제 노미네이트 작품
<헝거>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선택 - 장편' 부문과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경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힘"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유지' 역을 맡은 김유나 배우를 필두로 '유민' 역의 최윤우 배우, '서진' 역의 정민정 배우 등
여러 아역 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힘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우리들>, <벌새>, <남매의 여름밤> 등과 같이 아역들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가 있다.
<헝거>도 앞선 작품들에 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독립영화 속 SF 장르"
출처: (주)디오시네마
독립영화 속 SF 장르는 그렇게 흔한 장르가 아니다 보니 <헝거>가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헝거>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보는 것인 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관객들이 보고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헝거>는 제작비 4000만 원이 채 안 들어간 저예산 영화지만, 시각적으로도 매우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였다.
특히 메인 예고편 마지막 즈음에 나온, 허허벌판 속 커다란 구가 떠있는 모습은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배고픔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지만,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라는 뜻도 가진 단어입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유지'는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그리고 '유지'는 마침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과연 '유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낯선 재미와 아역 배우들의 열연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지금까지 영화 <헝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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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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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튼 아카데미 | 뻔한 이야기 속에 숨은 진주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뉴잉글랜주의 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 중인 '폴'(폴 지아마티). 이렇다 할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는 책과 자기 세상에 갇힌 채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숙직을 맡아 기숙사에 남은 학생들을 지도해 달라는 교장의 제안도 큰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어차피 그의 크리스마스는 달라질 게 없으니까.
하지만 크리스마스 방학 첫날부터 그의 예상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앵거스'(도미닉 세사)가 갑작스레 학교에 남았기 때문. 입이 튀어나온 앵거스는 교칙대로 공부를 강요하는 폴의 지도에 틈만 나면 반기를 든다. 거기에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까지 학교에 남으면서 무미건조할 예정이었던 폴의 크리스마스는 자꾸만 궤도를 벗어난다.
알렉산더 페인이 크리스마스 영화를 변주하는 법
'크리스마스 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주인공. 그는 가족이 아닌 이들과 여러 모험을 겪는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기며 그렇게 한 층 성장한다. <나 홀로 집에>나 <해리 포터> 시리즈 초반부가 대표주자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주연의 코미디 드라마 <바튼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비둘기 아줌마나 늑대인간은 없지만 큰 틀은 같다. 엄마와 새아빠의 신혼여행 때문에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야 하는 앵거스. 불만 가득한 앵거스는 당직 교사 폴, 학생 식당 조리사 메리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결 성숙해진다.
이렇게 보면 특별할 게 없다. 잘 만들고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영화. 그뿐이다. 그러나 정말 이뿐이라면 <바튼 아카데미>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남우주연, 여우연, 각본, 편집상까지 다섯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칫 익숙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가족, 교육, 그리고 1970년대다.
학교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다
폴과 앵거스는 단순한 학생과 교사 관계가 아니다. 앙숙이다. 규칙을 준수하는 교사와 자유분방한 청소년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친구가 아니기에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은 더 감동적이다. 특히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눈에 띈다. 그들은 가족과 관련해서 남몰래 간직한 아픔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를 건넨다. 그 순간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비로소 따뜻해진다. 옆에 있는 새 가족을 찾았기 때문이다.
앵거스는 가족을 잃었다. 친아빠는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라 만날 수 없다. 친엄마는 계부와 신혼여행을 즐기느라 자기를 학교 기숙사에 처박아뒀다. 그래서 그는 유일한 가족사진에 유독 집착한다. 바튼 아카데미에 집착하는 폴은 괴짜로 유명하다. 교칙을 어기거나 공부를 안 하는 학생에게 유달리 엄격하다. 그런 그에게도 속사정이 있다. 어릴 적 엄마와 사별한 후, 그에게 집은 바튼 아카데미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앵거스와 폴은 그토록 바라던 가족과 집을 서로에게서 발견한다.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서로 마음에 안 들던 둘은 같이 병원을 가고, 저녁을 먹고, 서점을 가고, 볼링을 치면서 상대방의 고독함을 발견한다. 앵거스가 숨기고 있던 우울증 약도, 하버드에서 쫓겨나 바튼 아카데미로 돌아와야 했던 폴의 사연도 공유한다. 가장 비참한 순간을 보여주면서 그들은 누구보다도 끈끈한 사제 관계로 거듭난다.
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아들을 최근에 잃은 그녀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두 남자는 그녀 옆에서 같이 TV를 보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동행하며 외로운 시간을 채워준다. 메리도 앵거스와 폴이 싸울 때 은근슬쩍 앵거스의 손을 들어주고, 폴이 앵거스를 학생이 아니라 제자로 대하도록 충고를 건넨다. 그렇게 가족을 잃은 이들이 마침내 새 가족을 찾는다. 셋이 함께 칠면조를 먹는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인 이유다.
학교에 저항하는 사제지간
그러면서도 <바튼 아카데미>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실제로 영화 곳곳의 힌트를 따라가면 앵거스와 폴을 매개로 삼아 암시하는 이야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다운 블랙 코미디와 찰진 대사를 쫓으면 <바튼 아카데미>의 진짜 풍미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교육이다. 흥미롭게도 배경은 학교지만, 두 주인공은 학교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명령과 교칙을 준수하는 교사나 학생은 아니기 때문. 일례로 폴은 교장에게 뻗댄다. 부유한 집 아이에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점수를 부여하라는 교장 지시를 단칼에 거절한다. 그 아이들이 바튼 아카데미라는 명문 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로 그들은 이미 특혜를 받았으니, 좋은 성적을 따는 것을 그들 몫이라면서.
그뿐만이 아니다. 관례를 따르는 다른 교사들과 달리 폴은 방학 직전까지도 수업을 강행한다. 자연히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을 리 없다. 이 점은 앵거스와 폴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유달리 입이 거친 앵거스는 다른 학생의 인신을 공격하는 데 도가 텄기 때문. 방학 첫날부터 주먹질을 유발할 정도다.
진정한 학교와 교사를 만나다
그런데 <바튼 아카데미>는 오히려 그들의 비뚤어짐을 비난하지 않는다. 학교라는 시스템이 강제하는 일방향 규칙을 마음껏, 제대로 어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폴이 앵거스에게 교칙을 지키라고 요구할 때 그들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오히려 그들이 규칙을 깰 때 변곡점이 생겼다. 앵거스가 체육관에서 난동을 부릴 때. 그들이 교칙을 깨고 보스턴 여행을 떠났을 때. 비로소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다.
이처럼 <바튼 아카데미>는 단순히 몇몇 개인 방학과 연휴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튼이라는 학교가 대표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저항, 규율에 대한 도전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 그보다는 삶의 축소판에 가깝다. 정해진 길을 알려주는 교육을 따르는 대신,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필요하면 반항할 줄 아는 삶의 과정을 그려냈다.
시작과 끝 역시 주인공, 더 나아가 관객의 반항을 응원한다. 교장과 대면하는 첫 장면에서 폴은 키케로의 어록을 인용한다. ‘우리 중 누구도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Non nobis solum nati sumus).’ 마지막 순간, 그는 그 말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직접 증명해 보인다. 본인에게는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는 바튼 아카데미를 포기하려 한다. 이제는 아들과도 같아진 앵거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래서 폴이 앵거스에게 슬며시 건네는 악수는 그 어떤 대사와 제스처보다도 감동적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찾아온 추운 겨울날 같은 현실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따뜻하기도 하다. 마음의 흉터를 못 지웠거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한 이들 간의 연대를 단 한 순간에 꾹꾹 눌러 담았으므로.
70년대 터치 덕분에 더 감성적인
극 중 시대상이 1970년대임을 고려하면 <바튼 아카데미>는 더 의미심장해진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인한 히피 문화가 퍼지며 사회에 대한 저항이 꽃피우는 시대였으니까. 페인 감독은 시대적 환경을 절묘하게 활용하며 강압적인 제도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군사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앵거스를 비추면서 베트남 전쟁을 암시하는 식이다.
여러 기술적 접근에도 페인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줌 렌즈, 1.66:1의 화면비, 필름 스크래치, 디졸브 효과가 배경에 깔린 올드팝과 어우러지는 순간 스크린 위에는 1970년대가 되살아난다. 오래전에 사용된 영화사 로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다소 평범한 듯한 각본도 의도된 것처럼 느껴진다. <바튼 아카데미>는 관객을 70년대로 초대함으로써 가족, 학교나 학생, 더 나아가 사회 분위기에 관해서 까지도 한 번 더 사색할 수 있는 시공간을 선사하는 영화이기 때문. 이 대목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떠오르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투박한 <바튼 아카데미>가 '따뜻한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무미건조한 평가에 갇히면 안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배우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폴 지아마티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성과로 보여줬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눈에 띄는 배우는 따로 있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경력의 전부라는 도미닉 세사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퍽 탁월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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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다시 뭉친 '소공녀'팀! 근데, 장르가 코미디 범죄물?
LTNS
Korea/2023/113min
전고운, 임대형 감독/‘온 스크린’ 섹션
〈LTNS〉는 올해 12월에 티빙에서 공개 예정인 6부작 시리즈물로,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그중 2부가 상영되었다. Long Time No Sex의 약자인 자극적인(?)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조금 더 살펴보면 훨씬 많은 흥밋거리가 있다. 〈LTNS〉는 각각 〈윤희에게〉, 〈소공녀〉로 한국 독립영화에 굵직한 인장을 남긴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함께 글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주연은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 이미 두 번이나 연인 연기 합을 맞춘 안재홍, 이솜 배우가 맡았다. 많은 관객이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옷을 벗다가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방의 냉기에 다시 옷깃을 여미며 “봄에 하자”고 말하는 〈소공녀〉의 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 시대 청년과 그들 사랑의 존재 양상을 절묘하게 포착한 이 장면의 두 배우가 〈LTNS〉에서는 부부로 합을 맞춘다. 그러나 오해해선 안 된다. 두 감독의 전작을 떠올리며 〈LTNS〉의 분위기를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LTNS〉는 코미디 범죄물이다. 그것도 꽤나 매끈한(적어도 2회까지는).
본격적인 작품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 그리고 드라마는 시작부터 이 기대를 너끈히 이어간다. 작품 상영 후 GV에서 전고운 감독은 〈LTNS〉가 “혼자 숨어서 몰래 보는, 플랫하지 않은 코미디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밝혔는데, 오프닝부터 이 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와 같이 보기에는 민망한, 농도 높은 섹스신에 능청스러운 코미디를 곁들인 장면이 연달아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두 감독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에 놀라움이 들 정도다.
〈LTNS〉의 줄거리는 이렇다. 열렬히 사랑하며 시도 때도 없이 남자의 바지 속 무언가가 불끈거리던 커플이 정작 결혼 후에는 생활에 치여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 서로에게 성적 이끌림보다는 남매애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는 둘. 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 값은 나날이 떨어지고, 남자의 생계수단인 택시는 침수된다. 아등바등 살아도 제자리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부부. 그러던 중 친구들과의 우연한 해프닝이 계기가 되어 불륜 폭로 협박(?)으로 큰돈을 번다. 부부는 여기서 ‘수익 모델’을 발견한다. 호텔리어인 여자가 타깃을 정하면 불륜 증거를 모아 협박 편지를 보내 돈을 뜯어내는 것. 정직하고 성실히 살았을 때는 어림도 없던 돈이 척척 생기기 시작한다. 부부는 결심한다. 이왕 할 거 불륜 커플을 제대로 벗겨 먹기로.
‘미친놈’들만 돈을 버는 시대에 그들과 같이 미쳐 돈을 벌겠다는 부부의 새 출발로 드라마의 2화는 마무리된다. 감독과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극적으로 치닫는 불륜 커플의 사연과 그들을 협박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질 거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2화까지 봤을 때, 이들의 호언장담이 그저 허풍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코미디 범죄물로 변주된, 〈소공녀〉의 후사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장르물로서의 재미에 더해, 작품 곳곳에 사회적 문제가 깃들어 있어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조연 배우들의 얼굴에 큰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LTNS〉, 남은 작품 공개가 시급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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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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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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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릴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패밀리들을 소환한다.
가장 가까운 자가 한순간, 가장 위험한 적이 된 상황
도미닉과 패밀리들은 이에 반격할 놀라운 컴백과 작전을 세우고
지상도, 상공도, 국경도 경계가 없는 불가능한 대결이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