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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a2025-09-22 16:34:29

[30th BIFF 데일리] 나는 이러한 사실들을 고발합니다

영화 <쿠락> 후기

 

 

 


감독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에밀 아타겔디에프


프로그램 노트

영화는 2020년 비슈케크에서 열렸던 여성들의 시위를 보여주는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다.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는 이를 반대하는 남성들의 폭력적 개입으로 위기에 처하며, 방관하던 경찰들은 시위하던 여성들을 체포하기 시작한다. 키르키스스탄 여성 인권의 현재를 상징하는 현실의 장면에서, 영화는 픽션의 세계로 넘어가 두 젊은 여성의 스토리를 중첩해 보여준다. 비밀리에 웹캠 모델로 일하는 메예림과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나르기자의 서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전시, 행위예술, 각종 시위 등을 보여 주는 아카이브 필름이 교차되면서 이들이 처하게 되는 극한의 상황이 맥락화된다. ‘조각보’를 뜻하는 키르키스스탄어 ‘쿠락’이 상징하는 바처럼, 이 영화는 메예림과 나르기자 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들이 거대한 억압의 카르텔을 뚫고 조각조각 맞물리며 하나의 서사로 직조되는 과정을 힘 있게 그리고 있다. (박선영)




키르기스스탄의 여성들은 25명의 1명 꼴로 성폭력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중 제대로 처벌 받는 자의 수는 현저히 적으며 그 마저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쿠락>은 실제 여성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고발문과도 다름 없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강제 결혼, 성폭행, 가정 폭력 키르기스스탄의 여성들이 노출된 폭력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의 자유는 보수적인 사회 상 아래 철저하게 탄압 당하며 그들의 목소리는 벽에 갇혀 들리지 않게 된다. 2022년 비슈케크에서 열렸던 여성 평화 시위로 포문을 여는 영화는 그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여성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탄압 당했는지 기록한 뒤 곧 이어 갖은 폭력에 노출 된 여성들에게로 카메라를 돌린다. 누군가는 그러한 현실에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를 간접 경험하며 분노할 것이다. 영화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린 이유는 바로 그러하다. 보는 이들에게 키르기스스탄의 현실을 고발하고 현재까지 자행되는 이 암묵적인 살인을 멈추기 위함인 것이다. 

 

특출난 기교 없이 묵묵히 여성들의 그늘진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영화 <쿠락>은 저 자신의 소임을 다 해낸다. 그들을 철저히 착취하고 이용하는 자들로부터 여성들은 현재까지도 도망친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연대는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날 것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 이들의 현실을 알아주는 것 만으로도 분명 어떠한 움직임은 시작됐노라고 영화는 말한다. 목격은 그러한 것이다. 부디 이 죽음들에 대한 목격자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Schedule in BIFF

2025.09.21 (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09:00

2025.09.22 (월)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09:30

2025.09.23 (화) CGV 센텀시티 3관 16:00

2025.09.25 (목) CGV 센텀시티 4관 20:30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09월 17일 ~ 09월 26일

작성자 . m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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