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9-22 17:36:37
9월 2주 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헤어질 결심, 박찬욱
“마침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미묘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느리고도 치밀한 멜로 스릴러입니다....
심지어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 특유의 정교한 연출과 인물들의 심리를 압도하는 대사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죠.
기억에 남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다 가져오지 못했는데
여러분에게 떠오르는 <헤어질 결심>속 대사를 나눠주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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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오르는 꽃
‘시선’ 그리고 ‘기억하기’
© 그린나래미디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시선이 대상을 향하고, 대상을 기억하고, 시선이 다시 캔버스로 향한 다음, 다시 기억을 재현시켜 손으로 그려낸다. 즉, 그리기는 ‘시선’과 ‘기억하기’가 함께 작동한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어떨까. 셀린 시아마 감독은 그림 그리는 과정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겹쳐 놓는다. 상대방이 동요할 때의 손동작이나 당황스러울 때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고 기억하는 것. 이렇게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들과 습관들을 보고 기억하는 것. 그렇게 감독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그림 그리는 행위와 같이 ‘시선’과 ‘기억하기’가 아니냐고 묻는다.
엘로이즈(아델 하에넬)가 초상화 모델로서 포즈 취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는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가 더욱 열심히 대상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화가라는 것을 숨기고 엘로이즈와의 산책길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훔쳐보게 된다. 엘로이즈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사랑은 ‘시선’에서 시작되어 ‘기억하기’로 절정에 이른다. 엘로이즈의 첫 웃음을 기억한다는 마리안느, 처음으로 키스하고 싶었던 순간을 기억한다는 엘로이즈. 영화 첫 시퀀스 속 등장하는 그림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렇게 완성된다. 시선과 기억의 재현으로. 사랑으로.
주체와 객체의 전복 그리고 협력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마리안느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카메라는 모델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을 선행해서 보여준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화가가 시선의 주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모델이 시선의 주체가 된 듯이. 모델이면서 동시에 선생님의 역할인 마리안느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손을 보라고 하는 등 조언을 통해 그림 그리는 행위의 능동 객체가 된다.
영화 초반에 엘로이즈는 결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초상화 모델로서 포즈 취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것은 모델이 그저 그림 그리는 행위에서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능동적 객체로서의 입지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셀린 시아마 감독은 영화 속에서 관습적인 주체와 객체의 관계성에 전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엘로이즈의 대사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우린 똑같은 위치에 있어요. 아주 동등한 위치죠. 당신이 날 볼 때 난 누구를 보겠어요?”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을까 두려워 하데스의 약속을 어기고 출구의 문턱에 발을 딛는 순간 조급한 마음에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이 신화의 이야기 속에서 이별의 주체는 오로지 오르페우스의 몫이고 객체는 에우리디케라고 읽힐 수 있겠다. 하지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오르페우스 신화를 변주하여 이별의 주체와 객체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해 보기를 권유한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엘로이즈가 먼저 “돌아봐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별의 능동적 주체로서의 에우리디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그녀와의 추억을 선택하는 시인의 선택을 하며 뒤를 돌아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객체가 주체가 되고 주체가 객체가 되는 그저 관계성의 전복을 바랐던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림의 마지막 완성 장면에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불러 마지막 붓 터칭을 하며 그림이 끝나는 순간을 함께한다. 이 장면은 주체와 객체의 협력적 지지를 옹호한다. 모델(객체)의 역할과 화가(주체)의 역할이 동시에, 능동적으로 그리고 협력적으로 맞물릴 때, 아름다운 그림(사랑)은 완성될 수 있다고.
타오르는 꽃
© 그린나래미디어
그녀들이 사랑했던 순간들처럼 꽃은 어쩔 수 없이 시간과 함께 점점 시들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선과 감정의 기억은 영원히 간직될 수 있다. 소피의 꽃 자수처럼. 엘로이즈의 28쪽처럼. 마리안느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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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도와주세요
줄거리
정신과 치료를 마치고 보육원에 맡겼던 어린 딸, 도도를 데리고 온 리뤄난.
하지만 딸은 계속해서 무언가 보이는 듯 행동하고, 리뤄난은 이 모든 것이 6년 전 사건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기를 깬 자신들에게 저주가 내린 것이라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뤄난.
과연, 도도는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감상 포인트
1. 최상은 아니지만 잔인함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2. 결국엔 대만식 오컬트 물.
3. 페이크 다큐 형식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
감상평
영화 [주]는 여름에 한창 공포 영화 많이 볼 때 봤던 영화다. 리뷰를 쓰려고 했다가, 정말 할 말도 없고 개인적으로 재미없다고 느껴서 리뷰를 포기했었다. 그래도 봤던 영화들은 기록을 위해서라도 남기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이렇게 결국 리뷰를 쓴다.
영화 [주]의 가장 소름 돋는 공포 포인트는 잔인한 장면이 아니라, 평범한 장면에서 오는 기괴함과 압박감이다.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주인공의 표정이나 눈동자 움직임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 압박감을 계속 느끼다 보니 약간 피곤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놀래주는 타이밍이 좀 느리다고 해야 하나? 찬찬히 쌓아가다가 느리게 터트려주니까 조금 지루해진다. 이건 페이크 다큐라는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보다가 좀 졸았다는 리뷰를 종종 읽었는데, 나도 졸았음...
기괴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오컬트 영화 특유의 찝찝함도 잘 느껴진다. 주인공이 계속해서 보호 주문을 외워달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이 주문이 자신에게 저주를 거는 주문이었다든지. 이 영상을 봤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든지. 근데 이런 부분은 좀 반칙 아닌가? 싶다. 이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분 나쁜 말에 불과하잖아.
개인적으로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오컬트 영화를 딱히 안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기분 나쁜 포인트까지 있어서 더더욱 리뷰하기 싫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게 실화 바탕이라길래 찾아봤는데,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 사이비 종교에 미친 부모가 자기 자식을 학대해서 경찰에게 잡혔다는 이야기가 실화라는데... 그럼 이건 이 영화랑 너무 연관성이 없잖아요. 그냥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지, 이런 걸 두고 우리는 실화 기반이라고 하진 않아요... 감독님.
재밌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약간 기대했는데, 찝찝함만 남기고 사라진 영화. 랑종과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같은 이유로 랑종도 초반에 보다가 꺼버린 사람이라서... 오컬트가 정말 재미있으려면 분위기와 캐릭터 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나의 취향에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의외로 즐길 것 같아서 호불호의 차이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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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면 화들짝 놀랄 00년대 청춘 갬성
감성에 살고 감성에 죽다.
그시절 반윤희, 강지한은 모이세욘..타고난 파이터이며 아웃사이더인 민, 폭력 조직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태수, 미래에 대한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는 환규는 무차별적 싸움과 혼돈속에서 10대를 보낸다. 어느날 환규를 따라 나간 노예팅에서 민은 로미를 만나 운명적 사랑을 느끼고 이날 이후 민은 기꺼이 로미의 노예가 된다. 민과 환규는 방황하던 마음을 잡고 분식집을 개업하여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감옥에서 나온 태수는 전갈 조직의 중간 보스로 자리를 잡는데..
우연히 다모임 게시판에서, 우리 학교 여자애들의 외모를 탓하는(--;) 지은성의 글을 보고 리플을 단 나 한예원. 아니 불만 있으면 달래서 달았더니 그녀석,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고 쫌스럽게 군다.
날 자기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않는 녀석.... 정말, 나를 진짜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성격과 외모에서 모두 '갓 상경' 한 느낌을 풍기는 한경,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말 그대로 '갓 상경'하여 강신고로 전학을 오는데... 그러나 그녀의 서울 생활은 정신적, 신체적 충격의 연속이다. 인근 학교의 여자애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원조 킹카 반해원은 허둥대는 한경의 안쓰럽고도 귀여운 모습에 반한다. 그리고 성격대로 저돌적으로 대시한다.. 문제는 옆 학교 성권고의 짱 정태성도 바로 이 정한경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자존심과 사랑을 모두 건 둘의 대결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모범시대, 불량영웅 중삘(feel)이가 왔다!. 은하 미용실의 외동아들이자 문덕고의 '쌈장'인 중필(류승범 분)의 하루 일과는 무척이나 고단하다. 물론,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가는 일. 일단 학교 조무래기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해선,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 무리들과 겨뤄 심심찮게 얘깃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비밀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는 학교 옥상도 관리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처럼 등장한 전학생 상만. 그 일대를 초토화하며 주먹세계를 평정하려 한다는 소문이 그의 귀에도 들려온다.
그와중에 중필을 보호하겠다고 겁없이 나선 나영은 무모한 상만과의 싸움에 참패,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다..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엉뚱한 몽상가 태희 사회로 첫 발을 먼저 내딛은 현실주의자 혜주 생계를 위해 꿈은 잠시 뒤로 미뤄둔 꿈많은 모험가 지영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 쌍둥이 비류와 온조 십대에 만나 모든 게 행복했고 즐거웠던 우리 각자 다른 네 갈래 길의 스무살을 만났다. 그렇게 서로의 길로 향하던 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우리를 하나의 길로 이어줄 수 있을까? 잘 있었니?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아버지의 실직으로 닭집 딸이 된 수완, 대학 2학년인 그녀는 등록금을 위해 고액과외를 뛴다. 책상 밑으로 거울을 들이밀며 그녀의 치맛 속이나 궁금해 하는 골칫덩이들과의 험난한 대결, 불의를 참을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과외 7일만에 짤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그러나 "과외 없으면 등록금도 없다"를 외치는 엄마 등쌀에 또다시 과외전선으로 뛰어든 그녀, 마침내 막강 난적 지훈을 만나게 된다. 벼락부자집 장남, 싸움꾼에, 학교 '짱'에, 고등학교를 2년 꿇은(?) 전적 화려한 동갑내기 제자 지훈...
첫 만남부터 반말은 기본이고 수업시간 내내 담배를 피워대는 지훈에게 질려버린 수완, 그만 두기엔 또 사고 치고 엄마 볼 면목이 없고 어떻게든 기선을 제압하려 두 팔 걷어 붙여 보지만 지훈의 적시타 한 방에 나가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동갑내기 과외 수업, 그러나 그 둘 주변엔 심상찮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데...
2002년 서울, 63빌딩. 30층, 게임 기획자 형태는 2년 넘게 준비해온 채팅 게임 사이트 ‘후아유’의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회사는 자금줄이 끊기고, 월급은 막히고, 여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채이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후아유’를 비방하는 당돌한 여자 별이를 만난다. 지하 1층, 수족관 다이버 인주는 한번도 시연해본 적 없는 인어쇼를 위해 연습에 열중이다. 동료들 모두 마다하는 인어쇼를 준비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가능성이 안 보이고,수영선수 시절 남자친구였던 호진의 유학 소식에 쓸쓸해하던 중 채팅게임 사이트 ‘후아유’에서 맘이 통하는 친구 멜로를 만난다. 별이가 인주라는 걸 알고 멜로라는 아이디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형태는 게임과 현실, 양쪽에서 이중적인 모습의 인주에게 호기심을 느끼다가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인주는 멜로가 바로 형태라는 걸 모르는채, 얼굴도 모르는 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형태를 무시하고 멜로만 찾는 인주의 모습에 아이러니를 느끼는 형태.. 급기야 자기의 분신인 멜로를 질투한다. 온라인의 관계와 현실 관계의 간극이 커지면서 갈등하던 형태는 인주를 만나 고백할 것을 결심한다. 서로 연락도, 만나지도 않기로 약속했던 인주도 만나자는 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169cm, 95kg. K-1이나 씨름판에 나가도 거뜬할 체격을 가진, 그러나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린 마음의 소유자 한나. 신이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선물인 천상의 목소리로 가수를 꿈꾸지만 미녀 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신세다. 생계를 위해 밤에는 ‘폰팅 알바’까지 뛰어야 한다. 쉴 틈 없이 혹사당하는 목. 그러나 정작 가장 괴로운 건 그녀의 마음이다. ‘아미’의 음반 프로듀서이며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 한상준을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 짝사랑에 몸달아하던 그녀,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의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들뜬 마음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나타나는데... 그런데 그날 밤 이후 거대한 그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69cm, 48kg. 뽀샵으로 그려도 힘든 완벽한 S라인 몸매의 소유자 ‘제니’. ‘한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음반활동을 중단하게 된 ‘아미’의 공백을 멋지게 메꾸어 줄 상준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병원가기를 잊을 만큼 황홀한 미모의 그녀는 고맙게도 노래실력까지 사라진 ‘한나’ 만큼 돼주신다. 그러나 떨이로 파는 생선에 환장하고, 넘어진 자장면 배달부의 빈 그릇을 친절히 주워주며, 예쁘다는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고, 남이 먹다 남긴 것도 거침없이 주워 먹는 등 희한한 엽기행각을 벌인다. 이상하리 만큼 착한 미녀 제니! 이 모든 상황을 의혹과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는 라이벌 ‘아미’. 점점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제니의 존재에 위기감을 느끼고, 독특한 미녀 제니의 뒷조사를 감행한다. 과연 그녀의 S라인 뒤에 숨겨진 살 떨리는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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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시아어 단어에 아로새긴 2,840개의 이름
외국어 학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말 하나를 더 배웠을 뿐인데, 삶의 너비가 달라지거든요.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만큼 늘어나는 기분은 뿌듯함 그 이상입니다. 제가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태국어 공부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지요. 그런 제가 어찌 <페르시아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사유에 깊이를 더하는 영화를 사랑합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사랑해 마지않는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요. 이 작품은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 장교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몇몇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장면의 의미를 추론해내려 애썼죠. 지금부터 지난 며칠간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이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을 나눠보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2월 7일(수)에 진행된 <페르시아어 수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2022년 12월 1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페르시아어 수업
Persian Lessons
독일의 패배와 함께 막을 내린 제2차 세계대전, 나치는 수용소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수용소를 거쳐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한 생존자가 있습니다. 그는 무려 2,840명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1945년으로부터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대인 '질'은 강제로 끌려가던 독일군 트럭 안에서 굶주림에 지친 한 유대인에게 샌드위치를 건넵니다. 그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어 치우지만, 샌드위치의 효용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군이 트럭 안의 유대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모조리 죽여버렸거든요.
그런데 '질'은 총격 속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습니다. 그의 생존을 눈치챈 독일군은 다시 총을 집어 들죠. 바로 그때, '질'이 샌드위치의 대가로 받은 페르시아어 책을 보여주면서 외칩니다. "저는 유대인이 아니에요. 페르시아인입니다!" 이렇게 '질'은 목숨을 건집니다. 우연히 얻은 페르시아어 책과 우연히 빗나간 총알 덕분에요. 그렇게 그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길 원하는 독일군 대위 '코흐'와 만납니다.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질'은 매일 '코흐'에게 일대일로 페르시아어 단어를 가르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는 1945년까지 말이죠.
영화의 초반 십여 분을 글로 정리했을 뿐인데, 앞으로 유대인 '질'이 겪을 고난과 역경에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렇듯 페르시아어를 배우는 독일군과 가짜 페르시아인이 된 유대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시작과 동시에 이야기에 서스펜스를 엮어 넣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그 어려운 일을 시작부터 훌륭하게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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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싸한 외국어 단어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뱉어낸 말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수용자 명부 관리와 식사 배급을 담당한 '질'은 가짜 페르시아어를 암기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차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는 수용자 명부를 사전 삼아 단어를 만들고, 식사 배급을 위해 수용자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뜻을 되새깁니다.
"지겨워서요. 두려운 게요." <페르시아어 수업>에서 제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영화 내내 우리는 '질'의 분투를 목격합니다. '빵'과 '나무'를 같은 단어로 번역해 '코흐'의 의심을 살 때, 자로 교묘하게 가려진 수용자 명부에서 '질'이 만들어낸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가 보일 때, 우리는 '질'이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 그리고 두려움을 함께 경험합니다.
'질'은 저 말을 뱉은 뒤, 다음 날 수용자 학살이 자행되는 수용소로의 이동을 선택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두려워야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페르시아어 수업>은 단 두 마디의 말로 삶이 죽음보다도 처절했던 그때의 비극을 오롯이 설명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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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대위 '코흐'는 아마 몰랐을 겁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상상 이상의 유대감을 형성하리라는 것을요. '질'을 향한 '코흐'의 특별 대우는 독일군 내에서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코흐'는 꿋꿋이 '질'을 보호합니다.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옷을 줍니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다른 수용소로의 이동을 막고, 모든 수용인을 총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도 '질'을 구해주죠. 두려움에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자신을 직함 대신 이름으로 부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심지어 다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만의 언어로 대화하고, 시를 지어 '질'에게 읊어주는 장면 또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요.
'코흐'는 독일군 장교이긴 하지만, 독일군 사이에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요리사 출신의 조리병입니다. 그런 그에게 '질'은 둘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됩니다. 이렇게 피어난 애정은 결말에 다다라 테헤란 공항에서 맞닥뜨릴 '코흐'의 절망을 극대화합니다. 테헤란 공항에야 비로소 자신이 배운 언어가 페르시아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코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는 모르지만, '질'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느꼈을 절망에는 절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을까요? ‘왜 이런 마음이 들지? 잊지 마, 그는 나치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밀려드는 동정심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원래 요리사였던 '코흐'는 전쟁 이후 테헤란에서 독일 식당을 열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테헤란에 사는 동생을 향한 애정도 가득했죠. 그는 꿈을 위해 밤마다 침상에서 페르시아어 단어를 외웠습니다. 식당을 차리려고 한다는 소박한 꿈도, 동생을 향한 애정도, 열심히 언어를 공부하는 모습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치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그가 가혹한 결말을 맞이하니 저도 모르게 동정심이 생겼던 겁니다.
그 밖에도 <페르시아어 수업>에는 나치군의 인간적인 모습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소풍을 떠나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어요. 단지 잘못된 신념이 그들을 악마로 만들었을 뿐이죠.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 <페르시아어 수업>은 인간의 보편성을 강조함으로써 유대인을 가차 없이 짓밟는 나치의 잔인함을 부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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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 수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독일군 ‘코흐'도 길거리에 서 있던 나치가 멋져 보여서 입당한 것이라고 고백한 것처럼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은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듯이 시류 역시 거스르기가 힘드니까요. 거센 흐름에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페르시아어 수업>과 같은 영화는 재현의 방식으로 우리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그 시절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도록, 늦었지만 피해자와 희생자의 안녕을 영원히 기원하도록 말이죠.
Summary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드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바딤 피얼먼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라르스 아이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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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과 연결, 마블의 분위기 전환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주변 가족들을 만난다. 그러다 자라면서 친구와 지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관계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은 현재에는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와 강한 연결관계가 되어간다는 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연결되어있을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가까운 곳의 관계뿐 아니라 먼 나라의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먼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있다. 그 관계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다른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연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그렇게 다양한 연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때다. 어려움이 있으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서로 연결된 힘이 있으면 쉽게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마블의 새로운 영화다. 영화 속 이터널스 주요 인물들은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로 온 히어로들이다. 7천 년 전 지구에 온 이후 주요 지역에 지구인과 생활하면서 주변에 나타나는 데비안츠를 사냥했고, 그 포식자들이 모습을 완전히 감춘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지구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를 따르고 있으며, 지구로 와서 데비안츠를 사냥하는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터널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에이작(셀마 헤이엑)은 셀레스티얼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의 말에 따라 지구에서의 생활을 리드한다.
<이터널스>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다양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르시(젬마 찬),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를 비롯해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다이리 헨리),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다양하다. 백인, 아시아인, 남미인 등 인종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양성애와 동성애 같은 성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어떤 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구성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명을 순환의 고리에 넣어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포식자들이 등장하고 때론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만 여러 아픔과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에 좀 더 나은 존재가 탄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을 번성하게 할 아이디어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성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되고 동기가 된다. 그들이 포식자가 된 데비안츠를 물리치는 일도 결국에는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지구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로 온 이터널스
그들이 맨 처음 지구에 왔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힘을 합쳐 괴물 데비안츠를 물리친다. 꽤 긴 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하며 공통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힘을 모은다. 그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은 지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데비안츠들을 물리치는 일이 원활히 진행되게 만든다. 결국 지구 안의 데비안츠를 모두 물리친 이후 목적을 잃은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달라졌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힘은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데비안츠라는 파괴적 존재와 비교 했을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이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또 다른 근원이 된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그 애정은 지구인들이 싸우고 서로 칼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인 그들이 지구인들을 돕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을 이끄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인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잔인한 전쟁과 질병이 지구인들을 괴롭혀도 이터널스는 그것에 개입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 우주적으로 벌어졌던 이벤트인 악당 타노스의 악행에도 이터널스가 개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영화는 이터널스 멤버들 간에도 지구인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내내 멤버들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셀레스티얼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하고, 어떤 이유로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데비안츠가 등장함으로써 기본적인 긴장감을 바탕에 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높은 긴장을 불러오는 것은 이터널스 멤버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때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이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서로 간을 설득하며 연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사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힘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없이 발현된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융합하는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각 구성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의 중반까지 진행해 나간다.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결국 후반부에 이어지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너무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모든 인물들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니어서 그들에게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에 비해 그 안의 캐릭터와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에 의한 감정적 울림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결말부 몇몇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존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 영화의 메시지
하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의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 속에 포함된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또렷한 편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나 캐릭터 행동의 변화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그리고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 안에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개괄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한곳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제의식이고 그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 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노매드랜드>에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연결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줬는데, 그런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가 영화 <이터널스>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영화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서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마블 영화라는 조금은 특이한 영역에서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이터널스> 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한국 배우인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등장해 그가 가진 특유의 타격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쿠마일 난지아니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들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가 가진 주제와 맞닿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존 마블 영화와 같은 밝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개봉할 마블의 다양한 영화들이 어떤 곳으로 향할지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마블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또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영화에 포함된 다양한 액션 장면은 여전히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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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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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해결을 현실에 맞지 않게 판타지로 풀어낸 영화 <백두산>
더 테러 라이브와 같이 하정우의 원맨쇼가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 <백두산>. 하정우라는 타이틀롤 하나만 가지고 승부수를 던진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병헌이 나와서 이렇게 남자 배우들 중 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2명이나 나오는데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판단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영화 백두산 시놉시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 발생. 갑작스러운 재난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여기에 더해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된다.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 전유경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되고,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과 접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준평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계속해서 곤란하게 만든다. 한편, 인창이 북한에서 펼쳐지는 작전에 투입된 사실도 모른 채 서울에 홀로 남은 최지영은 재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사이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 시간을 점점 가까워져 간다.
하정우의 개그는 실없이 웃겼다하정우의 띨~ 하면서도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개그는 영화 <백두산>에서도 존재했다. 특전사 대위로서 팀을 이끌고 있지만 어딘가 미숙한 이 느낌.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또 다 임무를 수행하는 저 능력!
백두산이 한 차례 폭발하고 자신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려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마 하정우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이러한 위트와 유머가 한 두차례 정도 발현이 됐다면 극의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켜주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솔직히 말하면 백두산이라는 폭발 상황이 그렇게 까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하정우식 유머가 영화 곳곳에 묻어나서 그런지 필지는 계속 실없이 웃기기만 했다.
그런데 북한을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영화를 보면서 정말 의문이 들었던 점은 ‘도대체 북한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였다. 백두산이 폭발해싸고 해서 북한 정부가 저렇게 손을 놓고 방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현재 남한과 북한은 적과 다름이 없는 상태다. 월북과 월남을 시도하려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하며 조금이라도 영해와 영토, 영공을 군사부대가 넘으면 경고 사격에 이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관계다.그런데 백두산이 폭발했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의 특전사 부대가 핵무기를 훔치러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는다? 너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북한 이라는 나라가 남한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고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나 국가 유지를 위한 체계와 기구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런데 백두산 1차 폭발 하나로 무너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야기는 어디로백두산 폭발에 중국, 일본, 미국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의아했다. 사실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한국과 북한 1대 1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이 사이에 껴서 협상이 진행되곤 한다.
그래서 항상 언론에서는 한반도의 이야기지만 언제나 코리아패싱이라며 한반도의 문제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는 남한의 상황을 비꼬는 헤드라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에서 한국의 위치다.그러나 영화 백두산에서는 유아적인 발상을 하고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북한이 망하면 북한이 만든 핵은 우리의 소유이고 우리가 이 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백두산이 터진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과연 특전사를 바로 파견할 만큼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주변 국가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작품이어서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조금 더 남한과 북한의 관계적인 위치, 그리고 주변 국가들과의 눈치싸움을 녹여냈다면 훨씬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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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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