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072025-09-24 18:01:31
[30th BIFF 데일리] 떠나간 그대를 그리워하며
영화 <단잠> 리뷰
감독 이광국(Lee Kwang-kuk)
출연진 이지현(Ji-hyun Lee), 홍승희(Seung-hee Hong), 이주원(Zoo-won Lee)
시놉시스
한 남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수연에게는 아버지였고, 인선에게는 남편이었던 사람. 일상의 틈새와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온 이광국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단잠>은 상실을 마주하는 법을 묻는다. 세 번째 기일이 다가오는 계절에도 남겨진 이들은 여전히 불면에 시달린다. 같은 사람을 잃었으나 같은 사건을 겪은 것은 아니라서, 감정의 무게는 갈수록 버거워서 수연과 인선 사이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단잠>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가 드리운 공백 속으로 걸어 들어가 애도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색한다. 인물들은 그 구멍에 몇 번이고 발이 빠지지만, 우연한 만남과 애써 붙잡은 인연, 그리고 수없이 되감기 하는 추억이 그들을 더디게나마 “평범하고 좋은” 자리로 이끈다. 슬픔과 울분이 고여 있는 곳에서 웃음이 재탄생하는 회복의 기록.(차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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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잠’은 자살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감독은 당사자를 의식하여 그들을 일반화하거나 고통을 전시하지 않도록 자기검열을 거치며 최대한 절제된 표현 방식을 택했다. 평소에는 특정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자살 유가족분이 보았을 때 ‘괜찮았다’고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렇게 단정한 슬픔이 있을까. 영화는 일관된 톤으로 상실의 슬픔을 그려낸다. 오히려 보여주지 않을 때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법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픔을 드러내며 살지 않는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어제 누군가를 잃었더라도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고, 오늘은 괜찮았다가 내일은 하루 종일 죽고 싶을 수도 있다. 영화 속 슬픔은 꾸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에 설득력이 있다.
영화의 절제된 연출은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와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준다. 관객들은 단순하지 않고 수많은 겹으로 층층이 쌓인 상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꿈과 현실을 오가고,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릿하게 표현하는 장면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오히려 더 정확히 전달한다.
영화 속 인선과 수연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이미 떠난 남편이자 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공간에 남아있다. 회복되지 않은 상처와 잊히지 않는 장면들, 그들 사이 어떤 신호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인선과 수연을 억누른다. 사랑의 크기가 클수록 상실의 아픔도 크다.
남편이자 아버지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남겨진 사람들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상태가 당연하다고 살아온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직접 경험하고부터 자살 충동을 종종 느끼게 된다.
인선은 운전을 할 때나 까마득한 아래를 바라볼 때 현기증을 느낀다. 아마 수연도 그러한 시기를 지나왔을 것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를 보내기로 결심하기까지 그들은 수많은 순간들을 극복해왔을 것이다.
이광국 감독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 유가족을 향한 사회의 시선과 불편한 말들, 자살 유가족이 느끼는 다층적인 상실의 아픔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는 영화를 보고 어딘가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성실하게 고민하고 담아낸 감독과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언제나 다정한 사람들이 가장 유약하고 고통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거 같다. 다정한 사람들이 아프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상영시간표]
2025.09.21. 16:1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상영코드 290)
2025.09.22. 19: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상영코드 397)
2025.09.23. 19:30 CGV센텀시티 3관 (상영코드 428)
2025.09.24. 17: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상영코드 542)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9월 17일 ~ 9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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