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9-24 23:58:29
[30th BIFF 데일리] 영화와 현실이 같은 속도로 흐를 때
영화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 리뷰
DIRECTOR. 세피데 파르시(Sepideh Farsi)
CAST. 파티마 하수나(Fatem Hassona)
PROGRAM NOTE.
칸영화제 ACID 섹션에서 상영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유배자 신분인 이란 감독이 10월 7일 전쟁 이후 가자 지구에 머물고 있는 사진작가와 연결된다. 2024년 4월부터 1년에 걸쳐 진행된 화상 통화와 포토 에세이를 결합한 형식을 취했는데, 영화 속 몇 가지 미디어는 절박한 소통과 열악한 상황을 반영한다. 어려서부터 전쟁적 상황을 겪었던 두 사람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매번 기적과 같은 만남을 지속한다. 기근에 가까운 삶을 배겨 내는 하수나의 희망은 평화와 일상의 회복이다. 파르시의 탄식과 하수나의 미소는 일말의 희망을 품게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엔 차마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란 명제를 내뱉을 수 없다. 영화제에 초대하는 통화 이후 벌어진 상황은 영혼의 생채기를 부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 언젠가 만나자는 약속’ 사이에서 길을 잃은 자의 슬픔이 맴돈다. (이용철)
나는 이 영화 소식을 기사로 처음 접했다. 칸영화제 즈음에 나온 칸영화제 소식이었지만 기사는 국제 면에 실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올해 30주년을 맞아 더욱 화려하고 풍성한 부산의 라인업 사이, 보고 싶어 기다려지는 영화들 사이, 결말을 알기에 사실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 하나가 끼어 있었다. 파티마 하수나라는 사람을 이런 영화로 알게 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딘가 멀리 평범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의 이름, 내가 평생 알 일이 없는 이름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파티마 하수나는 가자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그래서 우리는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 또한 필연적으로 현실 위에서, 현실을 비추며 자라난다. 그러나 현실과 영화가 같은 속도로 걸어가는 현상은 비극이다. 현실에서 겪은 일들이 영화적인 언어로 스며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도 곧장 세상에 외쳐야만 하는 말이 있다는 것은, 그토록 절박한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절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는 영화와 현실이 실시간으로 공명하는 기이한 경험을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파티마가 파르시 감독에게 건넨 말은, 이 영화가 당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You are going to suffer with me now." 이제 나와 함께 고통을 견뎌야 할 거예요.
이 영화를 거칠게 요약하면 60대에 접어드는 이란 출신의 세피데 파르시 감독과, 가자지구에 사는 20대 사진작가 파티마 하수나가 영상통화로 연결되어 서로 알아가고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단순한 구조에 화면도 단조로울 것 같지만, 그 제한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흥미로운 연결점들이 담겼다. 가자지구에 사는 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그렇게 감독과, 나아가 우리와 연결된다.
거울의 속성: 정반대 같지만 본질은 같다
파티마를 만나고 세피데 파르시 감독은 "거울을 보는 듯했다"고 말하는데, 여러 의미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파르시 감독 본인도 어린 나이에 나라의 뒤틀림을 경험한 사람이다. 13세에 이란 혁명을 겪었고, 불과 2년 후에 '비이슬람적인' 요소들을 제거한다고 벌어진 대학살 당시 지인을 집에 숨겨준 일을 계기로 '반체제 인사'가 되어 투옥되었던 사람이니까. 이후 프랑스에서 향했고, 수학을 공부하러 간 여정은 이내 영화 작업으로 그를 이끌었다. 이 영화들 또한 '반정부 활동'으로 분류되어 파르시 감독은 본인이 나고 자란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반대로 파티마는 본인이 나고 자란 가자지구를 떠날 수 없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파르시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빛내는, 꿈 많은 이십대지만... 가자지구를 벗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가는 곳마다 스나이퍼들이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집안에 있어도 안전하지는 않다. 폭격을 당한 주변인들의 일가족 사망 소식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해 온라인 메시지로 고인을 소개하고 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들어갈 수 없는 자와 나올 수 없는 자, 정반대 같지만 본질은 같다.
두 사람의 반응 또한 거울 같다. 파티마는 씩씩하고 밝다. 최선을 다해 "괜찮다", "정상이다"라고 말하며 견디기 힘든 상황을 강인하게 버티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은 "괜찮지 않다", "비정상이다"라고 말한다. 견디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외부에서 괜찮지 않다고 적시하는 사람, 반대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상황에 둘 다 필요하다는 점에서 거울 같이 느껴진다. 비정상적 상황과 거기 맞서는 정상적 사람들이 거울을 맞댄 것처럼 양쪽에서 아른거린다.
두 사람의 영상통화 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따금 드러나는 다른 장면들을 보면 이 영화가 세상의 현실 또한 거울처럼 비춘다고 느껴진다. 감독은 세계 곳곳을 다니지만 그런 장면들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감독의 세상에서 담아낸 건 대부분 가자지구를 보도하는 텔레비전과 유튜브 화면 클로즈업 샷 뿐이다. 파티마와의 영상통화만큼이나 화질이 좋아 보이지 않는 세상.
반대로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은 가자지구의 모습은, 열린 거리거리를 담아내 보인다. 파티마의 사진을 통해 선명한 화질로 전달되는 세상이다. 현실에서는 열려 있는 세계와 닫힌 가자지구지만, 그조차 영화에서는 거울로 비추어 반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를 통해 가자지구의 이야기는 좀더 주체적인 입장에서 그려진다.
녹색 눈동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불안불안하게 끊기는 인터넷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영상통화는 중간중간 뚝뚝 끊기고, 연결이 되기까지 감독 못지않게 관객도 초조해진다. 화질은 좋지 않아서, 파티마 스스로 "녹색"이라고 하는 눈동자 색은 끝까지 갈색으로만 보인다. 실제로는 더욱 오묘할 파티마의 눈 색깔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불완전한 연결로 인해, 가자지구의 얼굴은 세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보지 못한 게 과연 파티마의 녹색 눈동자 뿐일까? 오랫동안 유대인들을 미워하다가 홀로코스트로 정점을 찍은 서구사회의 마음, 돈과 정치와 관계로 유착된 사람들의 마음, 팔레스타인을 "성경 속 이방 민족"이니 말살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의 마음... 이들은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와 눈 마주칠 수 있는, 서로의 눈동자 색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사실인데, 팔레스타인을 "인간 짐승human animal"으로 표현하는 발언이 이스라엘에서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오래 전 비슷한 발언을 한 사람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심히 유감스럽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이기에.)
하지만 불완전한 연결 속에서도 우리는 들었다. 그의 삶과 꿈을, 그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를,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보았다. 파티마를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스스로 현실을 말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욕심을 내거나 침략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싶을 뿐임을.
예술가의 움직임
이 영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체적으로 기록하고 축작하는 두 예술가의 대화이기도 하다. 이란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온 (그래서 이란 정부에게 반정부 활동으로 인정(?)받은) 파르시 감독과, 머릿속에 사진을 찍으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파티마 둘 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단순하게 보고만 있지 않고 기록했다. 그래서 둘의 대화는 비참하고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힘이 있고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의 광풍은 예술가들의 움직임을 가만 두지 않는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노 아더 랜드> 감독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무려 자택에서) 집단폭행을 당했고, 자국 영화제에서 팔레스타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수상하자 이스라엘 측은 단박에 영화제 예산 지원 삭감을 카드로 꺼냈다.
그와중에 은퇴를 선언했던 배우 아델 에넬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더 견딜 수 없다”며 그레타 툰베리가 타고 있는 구호선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배가 영해에 들어서는 순간 나포와 구금을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간밤에 14번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9월 24일 한국 시간으로 약 밤 9시쯤 아델 에넬의 SNS 계정에 우리를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습된 함대를 위해 호위함을 파견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흐르고 있어, 이 영화의 여정이 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다.
지난 8월 가자지구에는 이미 기근(Famine)이 선포되었다. 영화 속에서 초콜릿 한 조각만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파티마의 표정 이후에도 사태는 시시각각 악화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 속 문장들과 겹쳐 보인다.) 배고픔이 한 사람의 배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인 상황이자 구조적인 병폐의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소리다.
이 선포는 IPC, 즉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각종 구호단체들이 공조해서 세계 식량 위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기구의 보고서에서 이루어졌다. 식량 위기 심각성이 재앙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은 "이 상태가 가자에서 지속될 것이며 더 확산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기아 상태는 "전적으로 인위적"이며 "중단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논쟁할 시간도, 망설일 시간도 지났"고, "즉각적인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그러나 "인도주의적 접근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사실도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식량 위기에 있어 가장 공신력 있는 보고서와 예술가들이 똑같은 소리를 내야 하는 환경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할까. "영혼을 손에 붙이고 걷"는 예술가들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먼 곳에서 평화를 빌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아델 에넬처럼 나 또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서, 이 영화를 앞세워 본다. 목소리를 듣고, 기록을 열람하고, 기억하고 해석하는 자리에 서는 것 또한 유의미함을 믿기에.
파티마 하수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8-26) 상영시간표]
2025.09.21 20:00 CGV센텀시티 1관
2025.09.24 20:00 영화의전당 소극장
2025.09.25 16:0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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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아카데미를 뜨겁게 달군 <가여운 것들>과 <패스트라이브즈> 개봉소식!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 141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엠마스톤, 마크러팔로, 윌렘 대포
개봉: 2024.03.0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CINE PICK!
여자 프랑켄 슈타인을 맡은 엠마 스톤이 종잡을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했는데요. <더 랍스터> <킬링 디어>를 제작한 란티모스 감독 작품 특유의 괴이한 분위기와 판타지 같은 영상미로 벌써부터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대한민국 | 105분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재개봉: 2024.03.06.
배급: CJ ENM
시놉시스
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CINE PICK!
송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골든 글로브 시상식, 베를린 국제 영화제,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이름을 올린 화제작입니다.
비트
Beat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13분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고소영, 유오성, 임창정
재개봉: 2024.03.06.
배급: 삼성영상사업단
시놉시스
타고난 파이터이며 아웃사이더인 민, 폭력 조직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태수, 미래에 대한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는 환규는 무차별적 싸움과 혼돈속에서 10대를 보낸다. 민과 환규는 방황하던 마음을 잡고 분식집을 개업하여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감옥에서 나온 태수는 전갈 조직의 중간 보스로 자리를 잡는데...
CINE PICK!
<비트>는 정우성을 스타덤에 올린 영화로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눈을 감고 양 팔을 양 옆으로 활짝 펼치는 장면은 레전드급의 명장면. 정우성의 리즈시절을 엿볼 수 있으며 1997년 외환 위기속 일부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투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결! 애니메이션
ANIME SUPREMAC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9분
감독: 요시노 코헤이
출연: 요시오카 리호, 나카무라 토모야, 오노 마치코
개봉: 2024.03.06.
배급: ㈜블레이드이엔티
시놉시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7년 만에 대망의 첫 작품인 애니메이션 <사운드백 카나데의 돌>로 꿈에 그리던 감독 데뷔를 하게 된 ‘히토미’. 업계에서 히트 제조기로 추앙받는 메인 프로듀서 ‘유키시로’와 내내 실랑이를 벌이며 그녀의 열정은 점차 시들해지고 제작 현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한편, 토요일 오후 5시 황금시간대의 라이벌은 한때 ‘히토미’의 롤모델이었던 천재감독 ‘오우지’의 신작으로 결정되는데… 8년 만의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자취를 감춰버린 ‘오우지’로 인해 멘붕에 빠져버린 <운명전선 리델라이트>의 메인 프로듀서 베테랑 ‘아리시나’! 마침내 시작된 숙명의 애니메이션 대결. 흥행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CINE PICK!
일본의 인기 작가 츠지무라 미츠키의 소설 ‘패권 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소설 원작 영화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테니스의 왕자> <하이큐>등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덕션 I.G’가 영화 속 작화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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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한 건 언젠가 날 울게 만들어
아마 이번 생은 역시 틀려먹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그런 것 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카페도 아마 커플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인 거 같다. 앞에서 여자분이 남자분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12시. 창가 앞에는 사람들이 몇 명 지나가고 있다.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 카페 사장님처럼 재미(?)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업만 잘하면 즐길 거 다 즐기고 살 수 있겠지만 난 역시 솔로로 태어나서 갈 운명인가 보다 싶다.
난 언제쯤 모두가 사는 세상에 끼어들 수 있을까? 청승맞은 주책을 부리며 노트북을 켜 글을 쓴다. 확실히 세상은 아름다운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지. 어떤 부침이 있어도 다들 잘 사는 거 보면 이 세상 60억 인구 모두가 행운아다. 전 세계 어디를 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만 봐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람 덕분에 우리가 외롭지 않은 거고 공감하며 행복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앉아있는 카페 창으로 보이는 저 귀여운 캐릭터도 역시 사람이 그렸으니 일상의 자그마한 귀여움과 즐거움도 다 그들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뭔가를 창작하거나 그리는 일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참 다행인 것 같다. 마음속에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이렇게 글을 쓰면 여러모로 효과가 좋았다. 되게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뭔가를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이거 되게 중요하다. 이렇게 살지 못하면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 내면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극도로 우울한 현실 속에서 내면의 밝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운명적인 로맨스를 기다려 온 한 화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딱 봐도 그림 잘 그리게 생긴 사람
루이스 웨인은 그냥 화가다. '그냥 화가다'라는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다. 왜냐하면 그는 그림 빼고는 모든 게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화가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을 청산유수로 줄줄줄 하는 게 아니라서 그림 빼고는 사실 사람들의 기억에 잘 박히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근데 이 말은 즉슨 그림 하나는 귀엽게 잘 그린다는 뜻도 된다. 친구도 없고 애인은 당연하며 가족과도 사이가 그렇게까진 좋지 않았던 루이스. 갑자기 가족을 부양해야 할 사정이 되자 부랴부랴 일을 구하기 시작한다. 근데 루이스에게는 과제 하나가 더 있다. 바쁘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겠지? 조카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반쯤 됐던 루이스. 어렵지 않게 가정교사 한 명을 구하게 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였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둘은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내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관계가 된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이나 남매들의 압박이 있었지만 루이스 웨인은 아내와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영화는 이 루이스가 그려왔던 미래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이 인물이 어떤 상황을 겪어 행복감을 느꼈고, 그 행복감이 어떻게 그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한다.
사랑을 그리면서 우울함은 글로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귀여운 고양이들이 나오는 로코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터 색감이 세상 밝으며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라는 부제까지 있으니 그 생각이 막 뚱딴지같은 추론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 내용을 까 보면 완벽히 다르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실이다. 주인공 루이스 웨인은 한 데 머무르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간이다. 뚜렷한 친구가 있었나? 그건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아내를 제외하고 루이스가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윽박지르기만 하는 여동생들이나. 노쇠해진 어머니를 보면 '이 사람이 가족에게도 위안받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라고 이해하기 충분하다. 또 이 사람은 영악하지는 못했다. 자기 걸 잘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일상 속에서 페널티를 겪는 묘사가 몇 번 나온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실에 주인공 루이스가 겪는 장애물들이 몇 개 더 있다. 영화는 이 굴곡진 루이스의 삶을 보여준다. 아마 여러분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아마 이럴 거야'라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떨어진다고 예상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엔딩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지만
영화 안에 루이스가 실제로 대사를 치는 부분이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다!'라는 말이다. 사진은 플래시를 터트려서 기록으로 남기는 매체다. 이 대사의 뜻이 실제 물리학적으로 전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의 '전기'는 다른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는데 이는 극의 주제의식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웨인이 비유한 이 '전기'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찾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쩔 땐 '와 이거다' 싶기도 할 것이고, 또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지점을 첫눈에 반한 사람처럼 굉장히 짜릿하고 특별한 순간으로만 연출했다면 좀 과헀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지점을 피해 간다.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가 이에 기대는 것에 각본상의 허점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인물 설정, 고압적인 자매들, 자식을 낳지 않았다는 것, 당시의 신분 격차로 인한 사회적 시선까지 불안정한 인물을 만들어내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원활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몰입이 잘 되는 영화'라는 뜻이다. 마치 이 작품에서 전기가 통한 루이스 웨인처럼.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찾아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간단하다. 루이스 웨인의 일대기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시점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그림의 속성과도 이어진다.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예술이다. 루이스 웨인은 재수 없는 동물의 상징이었던 고양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아티스트다. 이는 곧 예술가가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원인이나 동기부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건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양이가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를 눈 딱 뜨고 보다 보면 단순히 한 가지의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인물이 세상에게 건넸던 효과가 아니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묘사했다는 뜻이다. 이는 어쩌면 감독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식의 동기부여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내 에밀리가 하는 대사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반복되는 삶에도 아름다운 구석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아름다운 부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웠던 루이스의 삶에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몇몇 장면이 있던 이유는 그가 그의 전기를 따라가서 생긴 것들이다. 감독은 극의 주요 분기점마다 그림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연출법으로 행복한 루이스의 모습을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아카데미 한 지 딱 2주
이 글을 쓰는 시간은 4월 10일이다. 아카데미가 3월 27일이었으니까 정확히 2주 지난 셈이다. 이때 남우주연상은 윌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난 <킹 리처드>를 안 봐서 그런가 내심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받았으면 했었다. 아카데미나 칸, 베니스가 뭐 우리 동네 시상식도 아니고 아무 때나 노미네이트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마 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얼굴에 모든 곡절이 담겨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 비주얼적으로도 소화하는 멋진 모습을 선보였다. 또 섬세한 감졍묘사도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서 반복되는 트라우마나 자매들을 만날 때의 표정 변화 같은 것이 이 인물 내면에 잠겨있는 깊이를 느껴지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의 연기는 <파워 오브 도그>에서 코디 스핏 맥피와 담배를 피우는 신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했다. 장면의 설정상 배우의 화려한 연기법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보면 압도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림 같은 영화
영화의 다른 장점으로는 미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화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보니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근데 이 그림들이 아무래도 실제 쓰였던 작품들을 갖고 왔을 텐데 루이스 웨인의 입장 변화에 달라지는 것을 잘 사용했다. 또 전반부에 이 극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엔딩에 다시 한번 반복되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티켓 값 2/3은 한다고 본다. 내가 갔던 파리의 퐁텐 플로가 생각나는 연출이었다. 이 외에도 특정 질환에 대한 묘사가 거슬릴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야기해 볼 법하다. 인물이 겪는 고통을 가볍게 쓰지 않고, 또 타인이 보는 시점도 적절히 넣었으며 병세 시각화가 좋아서 기괴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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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담아놨던 말 쓰기에 광고판 3장은 너무 좁아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김추자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옛 과거부터 그리움과 회한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흔히 쓰여왔다. 내 경험상 역시 사람에게 가혹한 아픔 중 하나는 역시 이별에 의한 것이었다. 이걸 보면 나 개인적으로도 그런 소재가 많이 쓰였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이 뿐인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슴속에 이별한 이들을 그리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이별한 것도 역시 가슴 아플 수 있겠지만 그중 마음 아픈 것은 많이 사랑했거나, 받았던 사람이 떠나는 것일 테지. 하지 못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는 것은 사람을 참 아프게도 만든다. 당연히 그만큼 사랑해줄 사람도 없고 줄 만한 누군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그 떠나갔다는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그랬다. 이게 없으면 나에게 지장이 생긴다는 걸 깨닫는 거지. 사실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간단하다. 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중요한 줄 모른다. 나를 사랑하고 존경해도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쩐지 마음이 안 가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럼 누군가는 또 그 간극에 상처받겠지. 또 사람들은 이런 사랑의 이동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결과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점점 쌓이기 시작한다. 왜 그가 떠났는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마음속의 잔여물은 사람을 참 괴롭게도 만든다. 그것 때문에 무서워서 내 모든 걸 다 갖다 바쳐도 결국 없다는 건 나를 더 강하게 압박하니 삶은 참 어려운 순간의 연속이다. 내가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참 어렵다. 그게 이성(내지는 동성) 간의 연애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있을 때 잘하면 되는데 그때를 허무하게 놓치는 것이다. 또 같은 걸 반복하기 싫어서 많이 주면 외로워진다. 이런 삶의 괴로움이 그게 단적인 에피소드로 쨘하고 그나마 홀가분할 텐데, 사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 같다. 내가 친구가 진짜 없는 걸까. 아니면 있는데도 내가 다들 갖고 있는 고독함에 빠지는 것인가. 이 난제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대화하고 싶어 진다. 이 세상과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2월 신작으로 어마 무시한 작품을 가져왔다.
1. 어떤 것에 대한 작품인가요?
딸이 죽었다. 원인은 강도살해다. 친구 집에 놀러 간다는 말에 다퉜는데, 그때 홧김에 '오다가 강도라도 당해버려라'라고 했던 것이 정말 현실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도 주인공에겐 가족과 직장, 그리고 집과 아들이 있지만 사실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밀드레드는 광고판을 게시한다. 범인을 왜 잡지 못했냐고 경찰서장 윌러비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소관 경찰서는 뒤집힌다. 경찰서장 윌러비는 불같이 화를 낸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밀드레드에게 항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밀드레드는 확실히 과격하고 거친 사람이다. 그녀가 품은 분노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그녀의 방식이 옳았는지는 따지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동네방네 망신을 준 대상은 앞에서도 썼듯 윌러비다. 윌러비에게는 마음속에 품은 비밀이 있다. 윌러비는 이 비밀 때문에 매일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근데 그에겐 가족까지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에게 좋은 가장인 윌러비.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 그에게,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책임을 묻는다. 선하게 삶을 살아온 그가 경찰으로서의 본업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창피를 당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좋은 사람이고 경찰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의 무엇 때문에 그냥 소시민이었던 한 여자에게 창피를 당한다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러니 아닌가. 영화는 제목 <쓰리 빌보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고판으로 생긴 아이러니를 소재로 다뤘다. 선함이 분노로 이아지고. 분노가 또 다른 분노를 만들고. 어떻게든 해결된다 믿었는데 또 다른 무언가를 야기하고. 영화는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이 역설이 이뤄지는 과정을 다룬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설만 보여주고 끝나지는 않는다. 영화가 주는 따뜻한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에 대해 염두하고 보시라. 그럼 감상이 깊을 듯.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용서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밀드레드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밀드레드는 후회와 미련을 다른 방식으로 푼다.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서러움을 타인에게 해결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그녀가 따뜻해지는 순간이란 몇 없다. 물론 영화 내에서 제시되는 한 사건으로 인해 흑화 한 것도 맞다. 단순히 이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나는 주인공 밀드레드가 원래 온정을 베푸는데 능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인물이 그런 끔찍한 사고까지 겪었으니 더더욱 어두워지는 것이다. 영화는 플롯을 끌고 가며 이 사람이 어디까지 흑화 했는지를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 없는 따뜻한 순간이 더더욱 도드라진다. 영화는 이 순간(온정)을 주요 사건으로 설정하며 '분노가 결국 인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도와준다. 난 좋은 영화와 책의 조건 중 하나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기능을 충실히 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함이 눈에 뜨이는 것처럼 용서와 사랑이 한 인물의 행동을 통해 두드러지는 것이다. 뭐 사실 주인공 밀드레드에게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경찰 딕슨에게도, 레디 월비에게도 사랑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각본이다. 이야기 구성이 정말 촘촘하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 인물 설정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딸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엄마다. 당연히 세상에게 분노를 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딸의 가해자를 찾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서장의 이름을 걸고 광고판을 내세웠다. 여기부터가 굉장히 특별한 방식의 전개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부패하거나 무능력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복수극을 벌인다는 영화는 자주 봤었던 것 아닌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가 극 내부에 계속해서 깔리고 있으며 윌러비는 더도 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윌러비는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지만 광고판에게 비난을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윌러비에겐 그가 겪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런 인물 간의 설정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까지 봤던 범죄/스릴러물과는 다른 방식의 비틀기로 '과연 이 행동에 끝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건네준다. 사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질문의 답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르다. 무작정 '분노를 용서해야 큰 사람이 된다' 식의 말이 아니다. 보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오로지 당신을 위해. 또한 코미디로서도 탁월하다. 극의 소재는 굉장히 무겁다. 그런데 그렇게 극이 무작정 무겁게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소소한 유머와 블랙코미디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철학적 물음이 관객에게 좋게 작용한다. 다음은 여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샘 록웰의 퍼포먼스인데 5번으로 넘어가면 될 듯.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아니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2021년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홈리스의 세계에서 재회를 고대하는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2018년에 이 <쓰리 빌보드>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난 이 두 번의 수상 중 후자 쪽이 더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시얼샤 로넌이나 마고 로비, 메릴 스트립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의 대진도 나름이었지만 연기할 때 붙는 조건이 많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밀드레드는 겉으로는 센 척 하지만 내면은 약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딸과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서툴렀다는 것도 역시 특이점이다. 이 인물의 성격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딜레마를 전해줘야 한다. 분노가 납득이야 되지만 이런 방식이 이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퍼포먼스는 아주 훌륭했다. 거친 어머니에 맞는 코디와 비주얼, 또 섬세하고 여린 내면에 맞는 애처로운 눈빛까지 대배우의 카리스마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다음은 샘 록웰이 맡은 딕슨 역이다. 샘 록웰 역시 이 역할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딕슨은 뭔가 나사가 빠져있다. 경찰 근무하다가도 갑자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화나면 사람을 주먹부터 나가는 둥 좋은 경찰이라 보긴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변곡점을 지나 갑자기 성장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 묘사가 좋다. 완전 싹 바뀌지 않는다. 사람 성격이 다음날 바로 바뀌면 그게 더 이상하다. 당연히 서서히 바뀐다. 이 바뀌고 나서 '인물의 내면이 성장함+기존의 성격이 이어짐'을 표현하는 디테일이 좋았다. 이 외에도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우디 해럴슨의 세상 좋은 아재 연기나 사미라 위빙의 눈치 없는 연기도 좋았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아, 현재(2022년 2월) 디즈니 플러스와 네이버, 티빙,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잘 만든 영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지루하지도 않고 코미디도 있으며 철학적인 물음까지 있으니 완전 일거양득이다. 다음은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분들이다. 여러분에게 무작정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지 않겠다. 나 역시 큰 구멍이 있으니 그게 얼마나 해선 안 되는 말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걔보다 승자가 되어야만 한다. 분노에 의한 동기부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지지한다. 그런데 그런 쪽으로 무작정 결론이 나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한 쪽으로 귀결을 내야 할 것 같다. 그게 그렇지 못할때의 우리 모습을 여러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다음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손예진이나 현빈 배우같이 잘생기고 예쁜 얼굴 구경하는 게 작품의 재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맥도먼드의 연기를 보는 것도 꽤 큰 감상 포인트(?)다. 또 디즈니플러스 유저들 중 MCU 작품들이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고 난 다음 '뭐 보지?'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웨이브나 네이버, 티빙에서 5천 원 주고 볼 바에 이럴 때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당당히 디즈니플러스 추천작으로 강조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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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스윙 한 스푼, 우리만의 리듬으로
무엇이든 금방 잘 해내면 좋을 텐데, 인생은 왜 늘 좌충우돌이고 우당탕탕일까. 실패와 실수로 낙담하는 이들에게는 응원이 필요하지만, 요즘 세상은 차갑고 매섭다. 완벽한 육각형 인재에게 박수와 찬사가 쏟아질수록 조금 부족한 사람들은 괜히 더 조급해진다. 뒤처진 듯한 공허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이런 시대 속에서 20년 만에 재개봉하는 <스윙걸즈>는 재기 발랄 청춘 코미디로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빅 밴드 소녀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우연히 새로운 세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방학 어느 날, 지루한 수학 보충 수업이 한창이다. 낙제생 중 하나인 토모코는 밴드부를 태운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공부하기 싫은 토모코는 보충 수업 친구들과 뒤늦게 도착한 도시락을 밴드부에 직접 배달하러 가겠다고 자처한다.
기차를 놓치고 헤매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경기장. 그러나 밴드부는 폭염으로 상한 도시락을 먹고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다. 그리고 보충 수업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밴드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악기를 잡는다. 삐걱거리는 소리 속에서도 점차 연주의 즐거움을 발견하지만, 밴드부가 돌아오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연주의 기쁨을 잊기엔 너무 아쉽다.
[처음 만난 재미,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토모코는 처음엔 애써 모른 척한다. 따지 못하는 신 포도를 올려다보는 여우처럼, 원래 관심 없던 밴드부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연주할 때의 짜릿한 성취감이 자꾸만 떠오른다. 공부엔 영 소질이 없었는데, 악기를 잡고 처음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다. 동생의 게임기를 팔아 중고 악기를 사려 하고, 친구들과 다시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스윙걸즈>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우연히 음악의 매력에 빠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이 낮으면 낙오자 취급받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연주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묘하게 짠하면서도 유쾌하다. 실력이 부족해도 노력하며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고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힘]
낮은 성적에 골칫거리 취급당하던 아이들에게 '빅 밴드' 연주는 신세계였다. 아르바이트해서 악기를 사고, 먼지 쌓인 트럼펫을 불어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빛나는 아낌없이 보여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녀도 '이게 나한테 맞는 걸까'하고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스윙걸즈>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꼭 지름길처럼 빠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빅 밴드 스윙걸즈가 계속될 수 있는 과정에는 뜻밖의 조력자가 있다. 바로 그들의 보충수업을 담당했던 수학 선생님이다. 그는 누구보다 재즈를 사랑하지만 악기 실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따로 재즈를 공부하고 아이들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벌즈만 치며 권태로워하던 나카무라도 마찬가지다. 밴드 탈퇴를 고민하다가 '빅 밴드'를 결성하며 피아노에 빠져든다. 꼭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어도, 흥미를 느끼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게 된다.
[모든 시작은 한 걸음부터]
한국 사회는 늘 ‘빨리빨리’다. 좋은 대학, 빠른 취업, 안정적인 직장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적당히 성적을 맞춰 대학 간 아이들은 쉽게 방향을 잃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뒤늦게 다른 길을 가려 하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스윙걸즈>는 그런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고, 좀 부족해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금관 악기의 첫 음을 내기까지는 달리기, 휴지 불기 등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재즈는 즉흥성이 매력인 음악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한 음 한 음 내다 보면 결국 멋진 연주가 완성될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걱정하지 말고 한 걸음부터. 작고 수줍게 처음 악기를 불던 아이들처럼 시작해 보길 바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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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참을 수 있어!
야구에서 "볼 - 스트라이크 - 아웃"의 카운트가 존재한다.
이 중. 스트라이크 3개는 "삼진"으로 상대 타자는 "아웃"으로 카운트되며, 볼 4개는 베이스에 위치하게 된다. (이 땐, "아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투수는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되지만 타자라고 방망이를 가만히 두겠는가?
그래서, 투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볼"을 던지는데 신기하게도 타자들은 방망이에 이를 맞히려 든다. - 이게, 참을 수 없는 느낌이다!<대부>와 <죽음의 묵시록>을 연출한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삼촌이다.
90년대 <더 록 - 콘 에어 - 페이스 오프>만으로 흥행을 챙겼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는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며 쥐는 등. 참지 않는 능력의 보상은 달콤했다.
그리고 <노잉, 2009>의 홍보 영상에 자신을 "케서방"으로 소개할 만큼 국내 관객들에게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였다...1. 니콜라스 케이지를 아시나요?
<넥스트, 2007>와 <방콕 데인저러스, 2008>를 시작으로 <마법사의 제자, 2010>로 그의 흥행력은 저점을 찍었다.
이후 <드라이브 앵그리 3D, 2011>와 같은 이해되지 않는 출연은 "비디오"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에는 버는 것에 비해 큰 씀씀이로 인한...)
영화 <미친 능력>은 이 시기를 담아낸 영화로 극 중. 감독 앞에서 연기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짠내를 풍긴다.이내 돈이 없어 호텔방에서 쫓겨나 그는 자존심에 수락하지 않았던 재벌의 생일 파티 초대를 응한다.
근데, 자신을 초대한 '하비'는 그의 열렬한 팬이자 영화 취향마저 똑같아 대화까지 통한다.
이내 친구를 찾았다는 안심도 잠시, 큰 범죄 조직의 보스였다는 사실과 그를 대상으로 작전을 진행 중이었던 "CIA"까지 등장하면서 영화 <미친 능력>은 시작된다.2. 이렇게 살았어도 말하기가 어렵다.
영화 <미친 능력>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로 나오는 영화다.
결국, 그에게도 있어 가장 손쉬운 작품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해당 작품의 현실이다.
1982년 <리치몬드 연애소동>에서의 "단역"을 시작으로 이번 <미친 능력>까지 그는 40년의 연기 생활을 해왔다. (앞서 언급한 대표작들도 있다!)
여기에 실제로 겪었던 생활고까지 말할 것들이 많지만, 관객들이 즐길만한 "밈(meme)"이 없다.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 오프>의 웃는 장면을 비롯하여 "무슨 말 하는 거야?"까지 그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하지만, <미친 능력>에선 이들의 출현은 불발되니 "니콜라스 케이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젊은 관객들과의 벽을 허물 기회를 놓쳐버린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에서 초록색 슈트와 <그린 랜턴> 각본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미친 능력>의 점잖음은 아쉬움이 생긴다.3. 더 내려놓으시죠...
앞서 말했듯이 <미친 능력>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로 나오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알면 알수록 재밌는 말은 예습을 해야 한다'라는 말로 이를 하지 않는다면, 홀로 동떨어져 웃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페이스 오프>의 웃는 장면과 "무슨 말 하는 거야?"까지 그의 "밈(meme)"부재는 조금은 더 내려놓았어야만 하는 아쉬움으로 연결된다.여기, "하비"와의 이야기도 때아닌 반전의 등장으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된다.
극 중. 또 하나의 "닉 케이지"가 그에게 '너는 영화 스타야. 그 유명한 니콜라스 케이지라고!'라고 격하게 말하는데, 조금은 더 내려놓어야만 했다.· tmi. 1 - 극에서는 "딸"이 나오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들만 있다. (그만큼 어린 아내만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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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우화,
* 더 촘촘해진 스토리
분명 ‘사람’ 모습의 주인공으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데도 옛 우화와도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동화 같은 그래픽 덕분일까, 아니면 스토리의 독특한 진행 형식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자'의 터무니 없는 사업 계획의 자본, 일명 ‘갭’을 대줄 만한 사람을 찾아 나가는 게 작품의 주요 사건이다.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고, 초기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며, 마지막 한 사람에게 50%가 갈 정도로 엉터리가 되어버린 계획표가 챕터의 끝과 시작에 나올 때마다 얼핏 웃음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작정하고 우스운 행실을 일삼는 건 아니다. 실제 사업가와 종교적인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 수녀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진지함 속에 코미디가 심겨 있다. 현대 사업가의 보편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종교인의 이상적인 덕망을 담으면서도, 묘하게 뚝딱이는 헐렁한 모습들이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동화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 더 정갈해진 미장센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4:3 비율의 꽉 찬 미장센에 화려함까지 더해져, 간혹 카메라 무빙까지 화려하게 겹치는 장면에서는 다소 어지러울 정도였으나, 이번 <페니키안 스킴>은 보다 깔끔한 진행에 미장센의 완벽함이 더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소품과 그래픽에 웨스 앤더슨의 색깔이 담겨 있지만 여느 작품에서나 흔하게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직 <페니키안 스킴>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하나의 샷으로 구성되는 오프닝 크레딧 씬은 언제나의 웨스 앤더슨 만큼 대단하다. 기하학적 타일 무늬를 배경 삼아 동일한 색상으로 타이포 디자인을 잡고, 그 위치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인물들의 동선이 굉장히 깔끔하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하나의 명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이룬다. 뒤에도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듯, 초반부터 강렬한 비행기 사고와 완벽한 오프닝 씬으로 시작하는 감독의 자신감이 돋보이며 관객으로서 만족스럽다.
*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점
뜬금 없는 스킨십과 맥락 없는 로맨스.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늘 나왔던 소재였다. 동화 같은 스토리를 구축하는 감독인 만큼 엉뚱한 사랑 이야기를 곁들이기를 선호한다는 건 알고 있다. 실제로 웨스 앤더슨만의 미장센과 굉장히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창녀라는 단어는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 걸까?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는 풋풋한 장면에 독특함을 끼얹겠다는 최선의 방법이 '창녀라도 네 본모습을 좋아할 수 있어'라는 대사인가? 위트 있는 로맨스를 연출하고자 했던 의도가 명확히 보이기에 더더욱 극에서 튕겨 나가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더이상 욕설은 전혀 위트 있지 않다. 하나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감독으로서 비속어에 담긴 혐오성을 인식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다양한 관객층에 무해함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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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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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는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와 용감하고 자유분방한 식물 연구가 ‘릴리’(에밀리 블런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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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부르고 있어요" 세상의 끝, 새로운 위협에 맞설 위대한 마법이 시작된다! 판타지 어드벤처 [윌로우] 12월, 오직 디즈니+에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