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2-20 18:39:31
마음에 담아놨던 말 쓰기에 광고판 3장은 너무 좁아
<쓰리 빌보드>,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김추자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옛 과거부터 그리움과 회한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흔히 쓰여왔다. 내 경험상 역시 사람에게 가혹한 아픔 중 하나는 역시 이별에 의한 것이었다. 이걸 보면 나 개인적으로도 그런 소재가 많이 쓰였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이 뿐인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슴속에 이별한 이들을 그리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이별한 것도 역시 가슴 아플 수 있겠지만 그중 마음 아픈 것은 많이 사랑했거나, 받았던 사람이 떠나는 것일 테지. 하지 못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는 것은 사람을 참 아프게도 만든다. 당연히 그만큼 사랑해줄 사람도 없고 줄 만한 누군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그 떠나갔다는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그랬다. 이게 없으면 나에게 지장이 생긴다는 걸 깨닫는 거지. 사실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간단하다. 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중요한 줄 모른다. 나를 사랑하고 존경해도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쩐지 마음이 안 가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럼 누군가는 또 그 간극에 상처받겠지. 또 사람들은 이런 사랑의 이동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결과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점점 쌓이기 시작한다. 왜 그가 떠났는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마음속의 잔여물은 사람을 참 괴롭게도 만든다. 그것 때문에 무서워서 내 모든 걸 다 갖다 바쳐도 결국 없다는 건 나를 더 강하게 압박하니 삶은 참 어려운 순간의 연속이다. 내가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참 어렵다. 그게 이성(내지는 동성) 간의 연애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있을 때 잘하면 되는데 그때를 허무하게 놓치는 것이다. 또 같은 걸 반복하기 싫어서 많이 주면 외로워진다. 이런 삶의 괴로움이 그게 단적인 에피소드로 쨘하고 그나마 홀가분할 텐데, 사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 같다. 내가 친구가 진짜 없는 걸까. 아니면 있는데도 내가 다들 갖고 있는 고독함에 빠지는 것인가. 이 난제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대화하고 싶어 진다. 이 세상과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2월 신작으로 어마 무시한 작품을 가져왔다.

1. 어떤 것에 대한 작품인가요?
딸이 죽었다. 원인은 강도살해다. 친구 집에 놀러 간다는 말에 다퉜는데, 그때 홧김에 '오다가 강도라도 당해버려라'라고 했던 것이 정말 현실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도 주인공에겐 가족과 직장, 그리고 집과 아들이 있지만 사실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밀드레드는 광고판을 게시한다. 범인을 왜 잡지 못했냐고 경찰서장 윌러비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소관 경찰서는 뒤집힌다. 경찰서장 윌러비는 불같이 화를 낸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밀드레드에게 항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밀드레드는 확실히 과격하고 거친 사람이다. 그녀가 품은 분노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그녀의 방식이 옳았는지는 따지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동네방네 망신을 준 대상은 앞에서도 썼듯 윌러비다. 윌러비에게는 마음속에 품은 비밀이 있다. 윌러비는 이 비밀 때문에 매일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근데 그에겐 가족까지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에게 좋은 가장인 윌러비.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 그에게,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책임을 묻는다. 선하게 삶을 살아온 그가 경찰으로서의 본업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창피를 당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좋은 사람이고 경찰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의 무엇 때문에 그냥 소시민이었던 한 여자에게 창피를 당한다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러니 아닌가. 영화는 제목 <쓰리 빌보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고판으로 생긴 아이러니를 소재로 다뤘다. 선함이 분노로 이아지고. 분노가 또 다른 분노를 만들고. 어떻게든 해결된다 믿었는데 또 다른 무언가를 야기하고. 영화는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이 역설이 이뤄지는 과정을 다룬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설만 보여주고 끝나지는 않는다. 영화가 주는 따뜻한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에 대해 염두하고 보시라. 그럼 감상이 깊을 듯.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용서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밀드레드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밀드레드는 후회와 미련을 다른 방식으로 푼다.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서러움을 타인에게 해결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그녀가 따뜻해지는 순간이란 몇 없다. 물론 영화 내에서 제시되는 한 사건으로 인해 흑화 한 것도 맞다. 단순히 이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나는 주인공 밀드레드가 원래 온정을 베푸는데 능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인물이 그런 끔찍한 사고까지 겪었으니 더더욱 어두워지는 것이다. 영화는 플롯을 끌고 가며 이 사람이 어디까지 흑화 했는지를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 없는 따뜻한 순간이 더더욱 도드라진다. 영화는 이 순간(온정)을 주요 사건으로 설정하며 '분노가 결국 인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도와준다. 난 좋은 영화와 책의 조건 중 하나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기능을 충실히 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함이 눈에 뜨이는 것처럼 용서와 사랑이 한 인물의 행동을 통해 두드러지는 것이다. 뭐 사실 주인공 밀드레드에게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경찰 딕슨에게도, 레디 월비에게도 사랑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각본이다. 이야기 구성이 정말 촘촘하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 인물 설정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딸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엄마다. 당연히 세상에게 분노를 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딸의 가해자를 찾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서장의 이름을 걸고 광고판을 내세웠다. 여기부터가 굉장히 특별한 방식의 전개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부패하거나 무능력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복수극을 벌인다는 영화는 자주 봤었던 것 아닌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가 극 내부에 계속해서 깔리고 있으며 윌러비는 더도 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윌러비는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지만 광고판에게 비난을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윌러비에겐 그가 겪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런 인물 간의 설정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까지 봤던 범죄/스릴러물과는 다른 방식의 비틀기로 '과연 이 행동에 끝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건네준다. 사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질문의 답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르다. 무작정 '분노를 용서해야 큰 사람이 된다' 식의 말이 아니다. 보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오로지 당신을 위해. 또한 코미디로서도 탁월하다. 극의 소재는 굉장히 무겁다. 그런데 그렇게 극이 무작정 무겁게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소소한 유머와 블랙코미디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철학적 물음이 관객에게 좋게 작용한다. 다음은 여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샘 록웰의 퍼포먼스인데 5번으로 넘어가면 될 듯.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아니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2021년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홈리스의 세계에서 재회를 고대하는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2018년에 이 <쓰리 빌보드>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난 이 두 번의 수상 중 후자 쪽이 더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시얼샤 로넌이나 마고 로비, 메릴 스트립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의 대진도 나름이었지만 연기할 때 붙는 조건이 많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밀드레드는 겉으로는 센 척 하지만 내면은 약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딸과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서툴렀다는 것도 역시 특이점이다. 이 인물의 성격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딜레마를 전해줘야 한다. 분노가 납득이야 되지만 이런 방식이 이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퍼포먼스는 아주 훌륭했다. 거친 어머니에 맞는 코디와 비주얼, 또 섬세하고 여린 내면에 맞는 애처로운 눈빛까지 대배우의 카리스마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다음은 샘 록웰이 맡은 딕슨 역이다. 샘 록웰 역시 이 역할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딕슨은 뭔가 나사가 빠져있다. 경찰 근무하다가도 갑자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화나면 사람을 주먹부터 나가는 둥 좋은 경찰이라 보긴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변곡점을 지나 갑자기 성장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 묘사가 좋다. 완전 싹 바뀌지 않는다. 사람 성격이 다음날 바로 바뀌면 그게 더 이상하다. 당연히 서서히 바뀐다. 이 바뀌고 나서 '인물의 내면이 성장함+기존의 성격이 이어짐'을 표현하는 디테일이 좋았다. 이 외에도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우디 해럴슨의 세상 좋은 아재 연기나 사미라 위빙의 눈치 없는 연기도 좋았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아, 현재(2022년 2월) 디즈니 플러스와 네이버, 티빙,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잘 만든 영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지루하지도 않고 코미디도 있으며 철학적인 물음까지 있으니 완전 일거양득이다. 다음은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분들이다. 여러분에게 무작정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지 않겠다. 나 역시 큰 구멍이 있으니 그게 얼마나 해선 안 되는 말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걔보다 승자가 되어야만 한다. 분노에 의한 동기부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지지한다. 그런데 그런 쪽으로 무작정 결론이 나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한 쪽으로 귀결을 내야 할 것 같다. 그게 그렇지 못할때의 우리 모습을 여러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다음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손예진이나 현빈 배우같이 잘생기고 예쁜 얼굴 구경하는 게 작품의 재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맥도먼드의 연기를 보는 것도 꽤 큰 감상 포인트(?)다. 또 디즈니플러스 유저들 중 MCU 작품들이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고 난 다음 '뭐 보지?'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웨이브나 네이버, 티빙에서 5천 원 주고 볼 바에 이럴 때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당당히 디즈니플러스 추천작으로 강조하고 싶은 영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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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옥의 화원(2021)> 리뷰
작년 이맘때의 나는 옛 홍콩 영화를 탐닉했다.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기가 자신의 찬란했던 시절과 맞닿아 있던 아버지는 이 소식을 꽤 반겼으나, 곧 반가움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내가 깔깔거리며 보고 있던 영화는 아버지의 취향과 완전히 다른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와호장룡(2000)>이나 <영웅본색(1986)>, <아비정전(1990)>도 인상깊게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꽂힌’ 건 <소림축구(2001)>는 물론, <도성(1990)>, <도학위룡(1991)>부터 <007 북경특급(1994)>, <홍콩 레옹(1995)>과 같은 영화들, 그러니까 주성치의 손이 닿은 코미디물이었다. 나는 러닝타임 내내 과장된 현실을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이어나가는 그 특유의 우직함을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병맛 액션 영화’라고 소개하는 <지옥의 화원(2021)>은 내게 있어, 102분이 10분처럼 느껴진 영화였다.
세키 카즈아키 감독의 <지옥의 화원(2021)>은 앞서 말한 코미디 특유의 뻔뻔함을 이어나가면서도, 미묘하게 제 4의 벽을 뚫을 듯 말 듯 한 대사를 시도한다. 짧게 말하자면 클리셰를 비트는 시도를 간간히 하는, 코미디/액션 장르 영화란 소리다. 기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소위 ‘일진 만화’의 뼈대를 고스란히 답습한다. 오죽하면 등장인물들조차 너무나 만화 같은 상황이지 않냐고 투덜댈 정도이니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각본가는 <지옥의 화원>이 기존 장르 영화와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요 인물의 성별과 무대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그렇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비를 걸고 상대방의 ‘구역(회사)’을 차지하기 위해 피가 터지도록 싸우는 이들은 모두 여성 회사원, 그러니까 ‘OL’ 이다. 잠깐,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일단 현실에서 사용하는 이성은 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 잠시 내려놓는 편이 좋다.
※ 스포일러 주의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보자. 나오코(나가노 메이)가 근무하는 미츠후지 상사는 언뜻 우리네 회사처럼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어디든 ‘파벌’이 존재한다는 나오코의 말마따나, 이곳은 군웅할거 시대를 맞이했다. 미츠후지 내부엔 타케 시오리(카와에이 리나)가 이끄는 영업부의 광견파, 안도 슈리(나나오)가 이끄는 개발부의 악마파, 그리고 칸다 에츠코(오오시마 미유키)가 이끄는 제조부의 대괴수파가 존재하는데, 한 하늘에 세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는 일인지라 격투와 혼란이 계속되는 실정인 거다. 이 혼란을 잠재우려면 압도적인 강자가 필요했고, 정의로운 싸움꾼인 란(히로세 아리스)이 입사한 순간 평화가 찾아온 듯 했다. 그런데 아뿔싸. 란이 그 근방에서 최강자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다른 도전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주인공 나오코는 란과 친해진 상황이었던지라 자꾸만 ‘그쪽 세계’와 조금씩 연루되기 시작한다. 특히 지상 최고의 여직원이라는 오니마루 레이나(코에키 에이코)가 있는 톰슨과의 싸움이 붙었을 때 나오코는 인질이 되고야 마는데, 이 지점에서 나오코는 마치 만화처럼 ‘등장인물의 친한 친구’정도의 입지에서 벗어나 ‘숨은 실력자’로 각성한다. 이러한 줄거리를 듣다 보면 <지옥의 화원>이 전반적으로 대단히 신선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야망이나 목표가 있지 않은 회사원의 피 튀기는 싸움, 좁았던 여성 코미디의 입지를 넓히는 발상, 경계를 넘나드는 대립 구조와 같이 클리셰를 비틀며 따라가는 특유의 우스꽝스러움이 끝내, 폭소를 자아낸다.
애니메이션을 답습한 스토리텔링과 일본식 만담
영화 내 주인공이 만화책을 독파하며 자랐다는 설정 때문일까. <지옥의 화원>은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애니메이션풍 스토리텔링과 액션, 캐릭터 설정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렇기에 영화 속 캐릭터는 입체적 인물형이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개는 평면적이되, 각자의 특성을 크게 부풀린 성격을 띤다. 이러한 설정의 연장선으로, 많은 캐릭터가 당연한 상식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듯 보인다. 카페에서 다짜고짜 싸움을 걸고, 지상 최고의 여직원이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며 산에서 수련을 하는 것처럼. 드라마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철저하게 도식화된 캐릭터성은 코믹 장르 영화와 성공적으로 결합하며 웃음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영화 내에선 싸움이 계속되어도 각각의 갈등이 가진 깊이는 놀라우리만큼 얕고 가벼워,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대단한 기능을 하는 위기나 전환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의 성장은 102분에 걸쳐 탄탄히 다져진 서사를 통해 이루어진다기보단, 몇 개의 계기를 기준점으로 폭발할 뿐이다.
또한 <지옥의 화원>은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2021)>나 애니메이션 짱구 시리즈 등을 비롯한, 일본 문화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담’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만담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엉뚱한 한 명과, 그 한 사람에게 바른 상식으로 딴지를 거는 스탠딩 개그의 일종인데, 한국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고 알고있는 일본식 개그의 한 형태이다. 예컨대 란이 음료수 캔을 찌그러뜨리고 탕비실을 떠났을 때, 시오리나 아츠키가 란의 손이 끈적해지진 않았을까 걱정하거나, 캔을 제대로 분리수거하지 않은 사실을 걱정하는 모습 등이 해당될 터다. 여러 변형을 주며 고조되는 분위기를 잠시 꺾어주는 일본식 만담은 영화 내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긴장을 한 풀 꺾는 개그 스타일은 취향을 심하게 타고, 이따금은 사회적 맥락을 알아야 더 크게 웃을 수 있어 추천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지옥의 화원>에 등장하는 만담은 동아시아의 보편적 정서 내에서라면 쉽게 웃을 수 있을 듯 했다.
코미디가 그려내는 사회의 단면
코미디 장르가 다른 장르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긴 하지만, 문화를 담아내는 하나의 장르이기에 본질적으로 삶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블랙 코미디 등을 통해 사회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저 웃음을 전달할 뿐이라는 편견을 매개로 삼아 작가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했을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을 통해 소피스트를 풍자하지 않았나.
어쨌든 이는 코미디에서도 해당 문화권의 사회를 살필 충분한 단서가 마련되어있다는 뜻이다.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지옥의 화원>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가 수많은 여성이 등장해 코믹 액션을 벌이는 활극임에도 우리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역추적할 수 있다. 란이 최고의 OL이 되겠다며 수련하는 장면에서 무수히 연습하는 것은 복합기 사용법과 전화를 받는 것이고, 지상 최고의 OL이라는 호칭을 가진 여성조차 C레벨에 이르지 못한다. 회사에서 혈투를 벌이는 여성을 그린 영화조차 OL의 성취에 대해선 별다른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화려한 색감을 통해 란과 나오코의 삶이 어떻게 교차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나오코가 꿈꾸던 ‘평범한 삶’ – 즉 싸움 없는 삶과 평범한 사랑의 획득으로 귀결되는 엔딩을 ‘승리’라고 못박는 모습은 영화 내내 힘으로 대표되던, 어떠한 전복적 가능성을 말소시킨다. 이수현(2018)은 여성 코미디에 대해 인용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 자리를 이탈하는 위반적인 여성들의 반란은 단순히 젠더 간 가부장적인 관계를 도치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남녀의 구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Rowe, Kathleen).” 그저 ‘웃고 끝내면 되는’ 코믹 액션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 전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에서의 ‘코미디’가 무엇을 대상화하며 웃었고, 사회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창작물이 담아낸 웃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것이 정말 가볍게 다뤄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서는 사회적/창작 윤리 형성에 대해 논의할 수 없지 않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옥의 화원>은 한 해가 저무는 연말, 연이은 약속으로 지쳐가는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웃음 종합선물세트였던 것 같다. 작품 외적으로는 자막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 한들, 말도 안되는 세계에 빠졌다 돌아올 수 있었던 102분이 어디 쉽게 구해지던가? 소년만화를 보면서도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10대의 내가 이런 열정으로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괜스레 생각하며 더 웃었다. 엄동설한 속, 일상을 잊을 만큼 뜨거운 웃음을 원한다면 정말이지 꼭 봐야 하는 영화.
참고문헌
유양근 "일본 코미디영화의 웃음 코드와 기능 ―2013~2014 흥행작을 중심으로―" 日本學硏究 53 pp.171-194 (2018) : 171.
이수현 "장르로서의 한국 코미디영화와 코미디 감수성/관객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박선영, 『코미디언 전성시대: 한국 코미디영화의 역사와 정치미학』 (소명출판, 2018)" 한국극예술연구 61 pp.371-381 (2018) : 371.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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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임무
영화의 첫 장면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서 시작한다. 이 배는 완벽하게 스스로를 숨길 줄 안다. 어떤 탐지에도 잡히지 않는 세바스토폴 호. 배 안에는 군인들이 탄 것 같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갑자기 레이더에 무언가가 잡힌다. 전투태세를 갖추는 세바스토폴 호. 어뢰를 발사한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더에 적이 잡히지 않는다. 어리둥절하는 배 안 군인들. 레이더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세바스토폴 호가 직접 발사했던 어뢰가 방향을 꺾어 스스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발사한 무기가 결국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배는 결국 부서졌고 군인들은 전부 전사한다.
다시 현재. 에단 헌트가 건물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에단을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IMF 요원이었다. 누가 봐도 신입 요원이었던 남자. 에단은 그에게 애정 어린 조언 몇 마디를 건넨다. 외로워 보이는 에단. 하지만 이런 그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두 열쇠가 있다. 한 열쇠는 행방이 묘연하지만 다른 하나는 당신의 친구 일사 파우스트가 갖고 있다. 이 두 열쇠를 갖고 돌아오길 바란다. 아. 네가 IMF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이었다. 이번엔 또 뭐지? 에단 헌트는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전투기 타고 바로 돌아왔지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1996년이었다. 1편이 뛰어난 액션영화였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이 7편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당시 이단 헌트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누명을 써 주인공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작품의 핵심 플롯이었다. 본작처럼 전 세계의 정보망을 하나로 조종해 인류의 위기를 유발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점층법처럼 점점 스케일을 키워간다. 언제는 부르즈 할리파에 맨 몸 비행기에 달라붙어 무조건 버티던 에단 헌트가 선하다. 이야기의 넓이만큼이나 액션의 수위(?)가 더 커졌던 것이다.
사실 같은 시리즈 영화 7편이 나오면 물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액션을 매번 다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건 분명한 부담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측면에서 시리즈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을 오마주한 부분도 분명 있다. 이는 한 장면에서 변주와 승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1편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하이라이트 액션신이 벌어졌던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돌아보면 익숙하지만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영화에서 빌런을 묘사하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톰 크루즈의 맨몸액션이다. 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직접 하는 암벽등산, 4편의 부르즈 할리파에서 살아남기 등등 스턴트를 최소화하고 직접 보여주는 액션신은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첩보전의 양상이다. 1편에서부터 묘사하고 있는 적들은 최소한 인간이다. 이는 imf가 ‘미국’이라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했을 때 이런 선악구도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정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행으로 시각을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마블이 MCU를 만들어서 시리즈를 이끌었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카체이싱을 떠나 빌런과 대결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전통과 근본이 있는 건 현대의 관객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1편이 개봉한 지 현재 26여 년가량이 지났다. 이걸 그대로 끌고 오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는 액션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를 갖고 와야 한다.
영화는 이 빌런 세팅으로 이러한 세태에 대해 대답한다. 그걸 핵심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누구일까? 글쓴이는 세 사람이라고 본다. 이는 후술 하기로 하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대사는 예고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생은 모든 선택의 결과이며, 너는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해석하는 건 간단하다. ‘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의미이다. 범죄사실로 잡혀온 피의자가 재판받기 전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죄인은 아니다.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어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작중에서 에단 헌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imf요원이 됐는지가 들어갔다는 걸 보면 이 이야기의 설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인류가 직면한 선악개념은 무분별하다. 극 중에서 제시되는 IMF 요원과 두 캐릭터처럼.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좋은 수였다.
일사 파우스트
영화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여성 캐릭터들이다. 특히 일사 파우스트 캐릭터가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다. 이 여성 캐릭터들이 무슨 스테레오타입의 무언가를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인물들은 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들이 구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된다. 하지만 레베카 퍼거슨이 맡은 일사 캐릭터는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 중에 이 ‘일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일사의 핵심은 모호함이다. 일사는 첫 등장이었던 5편부터 선역인지 악역인지 히로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던 캐릭터였다.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인 m16을 위해 행동하는 듯 하지만 에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호함의 속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뒤집는다. 어떻게? 사막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다. 모래가 강하게 휘날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일사가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장면은 사실 우리가 5,6편에서 봤던 일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함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호함을 다른 방식으로 대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레이스와 일사의 대비 중 차이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일사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퍼거슨 개인의 카리스마와 액션 퍼포먼스 소화능력과 별개로 감독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반대로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인 '가브리엘'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일단 이름이 왜 가브리엘일까?라는 점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브리엘’에서 따왔다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의 사도로 생각하는 것 말고 캐릭터의 속성을 알 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제적인 이야기 전개가 과하게 두다다다 던지고 그냥 어물쩍 넘긴 느낌? 이 가브리엘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영화 전체적인 연출 방식과도 이어진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일단 가브리엘이 위협적인 것처럼 보인다. 뭔진 모르겠는데 저 아저씨가 무섭다. 이런 점에서 관객들이 가브리엘과 관련한 무언가는 연출이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액션 연기의 극단
이 영화는 강력한 액션 서스펜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2023년까지 블록버스터/액션 장르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는 방식의 많은 비중은 컴퓨터 그래픽에 있었다. 이 ‘미션 임파서블’은 또 사이즈가 다른 액션 설계에 장점이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불 수 있는 액션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가도 정말 긴장감의 극단까지 끌고 간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 영화가 액션 장르영화로서 아주 좋다고 느꼈던 부분은 톰 크루즈가 생사를 가로지르는 연기를 보여줘서는 아니다. 바로 고전적인 맨몸 액션 연출 때문이다. 특히 일사와 에단이 각각 상대방과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대단했다.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보다 이 ‘일사 파우스트’가 액션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하이라이트 신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이 사람이 나이가 정말 무색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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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4월 3주 개봉영화!
앵커 2022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동시에!
영화 "앵커"는 성공한 여성의 이면을 그려보고 싶다는 정지연 감독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티끌 한 점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 겪었을 경쟁과 불안 등 화려한 이면에 대한 궁금증은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은 메인 뉴스 앵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입니다.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등 한 스크린으로 처음 만나는 명배우들의 연기로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생방송 5분 전, 자신의 죽음을 보도해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고 제보자인 ‘미소’ 모녀의 시신을 발견한 그날 이후,
‘세라’에게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기존에 보았던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궤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의 서스펜스와 미스터리의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관람 경험하게 될것입니다.
불안, 집착, 강박 그리고 공포까지! 사건 뒤 숨겨진 충격적 진실과 비밀!
첫번째 추천영화 "앵커"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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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 2022
압도적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영화 "로스트 시티"는 전설의 트레저에 관한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가
위험천만한 섬으로 납치당하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한 이들의 예측불허 탈출작전을 그린 버라이어티 어드벤처입니다.
세상에 없던 버라이어티 어드벤처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호평에 힘입어 "로스트 시티"는 북미 개봉 직후
히어로 무비 '더 배트맨'을 제치고 압도적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까지 극강의 케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할 것입니다.
"로스트 시티"는 버라이어티 어드벤처로 전설의 트레저를 찾으면서 동시에 위험천만한 섬에서 탈출 해야하는 전개를 보여주는데요
큰 스케일로 현실을 탈출해 유쾌함을 즐길수 있을것입니다.
일촉즉발 위기의 화산섬이 극장 대형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두번째 추천영화 "로스트 시티"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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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 Your Lie in April , 2016
4월의 감성을 올릴 로맨스
모노톤의 세상을 살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코세이’와 세상을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카오리’의 벚꽃 로맨스
"4월은 너의 거짓말"이 개봉을 합니다.
2013년 코단샤 만화상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원작 만화를 비롯한 동명의 애니메이션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이를 실사화한 영화로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배우 히로세 스즈의 밝은 에너지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을 배경으로 관객들의 감성지수를 충전 시켜줄!
세번째 추천영화 "4월은 너의 거짓말"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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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2022
대한민국을 숨 막히게 한 살균제 대참사 재난 실화
영화 ‘공기살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리는데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폐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입니다.
영화 ‘공기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던 의문의 죽음들이 왜 일어났는지
그 실체를 따라가면서 17년 만에 마침내 밝혀진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책임지지 않는 기업들과
사회에서 외면 받았던, 여전히 계속되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세상에 알립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충격적일 실화를 다루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공기살인"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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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SEVENTEEN POWER OF LOVE : THE MOVIE , 2022
2021년 열린 온라인 콘서트 ‘POWER OF LOVE’의 감동
그룹 세븐틴(SEVENTEEN)의 첫 번째 영화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가 20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는 매 앨범마다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대체 불가 K팝 리더 세븐틴의 콘서트 실황 무대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13인 멤버들의 속마음 인터뷰,
다채로운 비하인드 등이 담긴 무비 러브레터. 15일 보이스 러브레터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일반 2D 상영관을 비롯해 ScreenX, 4DX, 4DX Screen관까지 특별관에서 역시 만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공식 응원봉인 캐럿봉과 함께하는 '캐럿봉 상영회', 세븐틴과 캐럿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짜에 상영 시간을 맞춘
'기념일 상영회', 관람객을 위해 준비한 특전 증정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볼수 없었던 세븐틴 무비!
다섯번째 추천영화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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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영화, <코다>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코다>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인다.<코다>의 T.M.I
ⓒ 네이버 영화
코다란?
영화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인 코다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인과 청인의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라고 합니다.
배우
<코다>에서 루비의 가족인 배우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는 실제로도 농인입니다. 말리 매트린은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트로이 코처는 <코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코다>의 감독 션 헤이더는 이렇게 캐스팅을 진행한 이유를 "농인 가족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청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OST"
ⓒ 네이버 영화
<라라랜드>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던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코다>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였는데요.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은 라라랜드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참여한 음악 영화는 믿고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에 있어 신뢰도가 높은 감독입니다 . 이번 영화에서는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 마빈 게이 등 여러 팝송 명곡을 색다르게 편곡하였는데요.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들려오는 OST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코다>를 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OST는 여전히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즐겨 듣고 있는 중입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
ⓒ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나온 영화 중에서 '여름이었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 맑은 하늘과 바다가 두 배우와 어우러져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풋풋하게 느껴졌는데요. 첫사랑의 떨림과 설렘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음색까지 지닌 배우"
ⓒ 네이버 영화
사실 에밀리아 존스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음색이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에밀리아 존스의 노래가 영화의 첫 시작을 열어주는데, 단숨에 스크린에 집중시킬 정도로 엄청난 음색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의 주연 배우 '페리다 월시 필로'가 맡았는데요.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두 배우가 만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귀호강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
- 성장 영화를 좋아한다?
-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영화,
지금까지 영화 <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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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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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폐한 인간의 엇갈리는 역사, 닮고도 다른 찬란한 외면
※영화 〈피닉스〉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45년 베를린, 칠흑 같은 밤 검문소를 지나는 차의 조수석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넬리가 앉아있다. 군인들은 레네의 만류에도 끝까지 붕대에 감춰진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한다. 회유와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붕대 속 넬리의 얼굴을 본 군인은 사색이 되어 그제야 빗장을 열고 두 사람을 보내준다. 넬리를 포함한 그의 모든 가족이 죽은 줄만 알았던 레네는 재산을 대신 관리하던 중 생존한 넬리를 데려와 돌본다. 소식을 알 수 없는 남편 조니를 찾아 도시를 헤매던 중 클럽 ‘피닉스’에서 잡일을 하는 그를 발견한다.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살아있었을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진 넬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조니, 혹은 요하네스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넬리에게 아내인 척 연기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넬리는 이를 수용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궤적에는 익숙한 몇 개의 발자국이 반복된다. 간절한 사랑은 누군가의 정처 없는 방황을 이끌고, 오인과 엇갈림, 배회의 이미지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포하면서도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시간에 관한 우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정중동의 서사가 진행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가는 영화의 생명력은 독일 영화의 부흥기를 이끄는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매김했다. 기꺼이 자신을 던져버릴 듯 간절한 사랑의 감정과 알아보지 못하는 상대방 사이의 불협은 과거의 표면에서 배회하는 인간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공간에 들여놓으며 경계를 흐리게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역사의 고통을 돌아보지 못하고 과거의 인간으로 남은 군인들은 현존의 외형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영화에서 넬리가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 과거의 흔적인 전쟁을 암시하는 군인인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넬리는 다르다. 영화 속 가장 연약한 존재에서 빛을 따라가 모든 경계와 고민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 그는 외면 外面을 외면한 채 과거의 역사와 사랑, 억압을 모두 껴안은 채 당당히 해방의 길로 나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 되어 세상을 박차고 나간다.
공포와 불신의 혼돈을 파고드는 악의 정체
인류를 혼돈에 빠뜨린 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법정에 선 아이히만을 바라본 한나 아렌트는 희생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가 집단 학살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악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고, 단지 수직적인 명령에 불복종했을 때의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일이므로 ‘잘못’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누군가를 죽일 배짱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끔찍한 일을 막을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공무를 수행하는 하급 관료의 평범한 책임의식으로부터 끔찍한 살인이 벌어질 수 있다는 모순을 아렌트는 ‘생각 없음’으로 초래한 ‘악의 평범성’이라고 명명했다. 근대적 이성의 준칙으로 완성된 정언명령은 그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보편적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히틀러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집권당 총수가 되고, 헌법을 고쳤고, 법질서를 준수하며 20세기 가장 잔혹한 독재자가 되었다. 그리고 무해한 사람들은 기계적 순응과 제한된 선택지로 합리적인 악의 탄생을 함께 만들고 손뼉 쳤다. 관료주의의 폐해는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감정적 인식도, 이성의 비판도 없이 주어진 절차에 맞으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변수의 배열을 찾아내는 데 급급하다. 영화 속 넬리는 왜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을까. 남편 조니가 그의 재산을 획득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죽은 줄만 알았던 넬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한 순위와 절차와 재산상 이득을 모두 취하기 위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아이러니는 최고 수준이라고 여겨졌던 근대 관료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만드는 공백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진리로 믿었던 우리의 근대적 이성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히틀러가 아우슈비츠를 만들 때도 그랬다. 타인의 적당한 고통과 불편으로 다수가 행복하다면 그 희생은 별 저항 없이 용인되었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악은 같은 인간을 향해 극악한 범죄와 살인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폭격을 맞은 베를린의 거리는 어느 하나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광기의 나치즘에 휘말려 피해자와 가해자, 동조자와 방관자로 구분되었다.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박해와 인종주의적 차별은 시민들이 오늘의 생존을 위해 어제의 이웃을 신고하고, 이분법적 논리에 사로잡혀 비인간적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도록 만들었다. 영화는 전쟁 이후 독일 사회의 인간 단면을 멜로드라마의 형식에 녹여낸다. 〈피닉스〉의 의도적인 기억의 공백은 방관자와 공모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상처받은 신뢰로 터져 나온 공포를 극복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른다.
전쟁이 끝나자 독일의 시민들은 모든 걸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얼굴을 되찾은 넬리를 마주 선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관, 침묵, 동조를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얼버무리며 그를 위로하고, 자신도 피해받았음을 성토하고, 더는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자리를 피한다. 그들은 나치의 통치에 얽힌 시대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다. 잡혀가는 유대인을 묵인하며 신고하는 대신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했던 끔찍한 시절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는 베를린의 전 시민에게 씌워진 비극이다. 적어도 공포를 당당히 대면하지 못하는 영화 속 사람들은 지배구조의 억압에 동참하는 행위자들이라는 과거로부터 능동적인 자기 형성을 이루지 못한다. 조니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를 잊고 과거의 영광에 남겨진 나치의 부역자와 피해자의 현현처럼 보이는 조니와 넬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허물고 더 깊은 이해의 단계로 넘어선다.
영화에서 전쟁의 피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주체는 넬리와 레네 뿐이다. 하지만 같은 유대인으로 둘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넬리는 끔찍한 수용소의 삶에서 겨우 벗어난 생존자다. 조니가 일반화된 대상으로서의 피해자성을 주장할 때 넬리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달하며 과거의 기억을 딛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간다. 하지만 레네는 박해를 피해 베를린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아남았다. 인간의 처참한 기억을 간직한 넬리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았던 레네의 선택은 기억의 공백에 스미는 새로운 악의 탄생을 예고한다. 1945년 그는 유대인이라는 피해자 정체성을 늘 강조하면서도 넬리와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한 유대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을 세웠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빌미로 팔레스타인을 침공한다. 학살과 억압을 되돌리는 미래의 결론은 위치만 바뀐 전쟁범죄의 반복이다. 전쟁이 초래한 불신의 벽에서 좌절하는 레네는 목표를 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외출할 때마다 핸드백 안에 늘 권총을 지니던 레네는 평범한 악의 공포를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주와 민족주의로 승화한다. 나치 정권과 그 부역자를 향한 강한 저항과 분노에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 레네는 타인과 자신마저 신뢰하지 못했다. 누구든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이렇게 또다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
삶을 향해 걸어가는 찬란한 외면의 커튼콜
조니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과거의 배우자를 가장한 연극을 꾸미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이히만은 자신의 평안과 태만, 일상적 행위의 반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전자와 달리 후자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렌트가 간과한 본질이 빠져있다. 그는 아이히만의 범죄사실을 사유 능력의 상실이라는 책임의 부재에도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죄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평범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관료로 자신을 변호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그는 유대인 학살에 능동적인 임무를 수행했고, 반유대주의 신념을 철저히 지켰던 인물이었다. 최소한 아렌트가 보았던 법정 연극은 그를 속이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만든 악이라는 불가항력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자신의 행동을 숨길 수 있다.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악은 모습을 감추고 서서히 몸집을 불릴 것이다. 넬리는 조니와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며 거짓으로 조니가 원하는 넬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걸음걸이와 필체를 연습하고,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며, 기차에 내리고 지인들을 만나는 장면을 만들고자 그 전날 다른 지역에서 하룻밤을 묵는 정성까지 들인다. 누군가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진실이 가려지고 거짓은 커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영화는 외면의 교체와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을 내세워 역설적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크리스티안 페촐트가 보여주는 오인의 테마는 이름이나 얼굴과 같은 외적 표상을 부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자기인식의 도달을 유도한다. 넬리는 집도의에게 자신의 원래 얼굴로 복원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의사는 아무리 똑같이 얼굴을 고치려고 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거절한다. 이미 영화는 덧씌워진 얼굴에 남겨진 시간을 망각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예고된 결말을 암시한다. 어떤 얼굴이든 그것이 시간의 궤도 안에 들어선 인간의 것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기억에 머무를 수 없다. 조니는 과거의 기억 속 넬리의 대상화된 이미지를 제시하여 이를 이용해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고자 한다. 겉치레의 변화만으로 타인과 제도를 속일 수는 있더라도 인간의 기억과 내면, 그 안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틀어지는 계획을 인정하지 못하는 조니는 점차 과거의 넬리와 겹쳐 보이고 마는, 살아있는 넬리를 의식하면서도 외면한다.
아이히만의 가짜 연극의 피해자가 된 아렌트처럼, 넬리 역시 조니가 제작하는 연극의 공동주연이 되어 그의 배역이 진정한 자신의 얼굴이라고 착각한다. 재산을 차지하려는 목적하에 그들은 연극의 배우이자 관객이 된다. 브레히트는 서사적 연극론에서 관객이 연극을 이해하는 세 단계의 과정을 제시한다. 처음은 연극과 배우를 가장 가깝게 동일시하고, 다음은 관객과 배역을 냉정한 자세로 소외시키며, 마지막으로는 둘 사이의 통합적 인식의 발현으로 연극의 사회적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다. 〈피닉스〉는 연극의 변증법적 작품해석론을 달성한 넬리와, 그렇지 못한 조니를 나란히 세운 뒤 과연 인간은 역사를 딛고 넘어설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작지만 강력한 희망을 숨겨놓는다. 계획의 주 무대인 조니의 방은 한정된 공간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등장인물 간의 합으로 연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넬리 본인을 연기해야 하는 넬리는 조니의 상상 속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하며 조니의 상상 속 대상에 깊이 이입한다. 넬리의 인식이 바뀌는 순간은 남편이 자신을 고발하고 대신 풀려난 것이라는 의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배역과 끊임없는 소외를 통해 대상과 조니,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거리를 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와 그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직시하고 억압받는 자신을 발견한 넬리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시퀀스에서 스스로 무대와 관객을 만들어 ‘세 번째 연극’을 거행한다.
조니의 패착은 첫 단계를 의도적으로 건너뛰어 버렸다는 점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넬리의 재산을 갖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어차피 이만 달러 정도 주고 떠나보낼 생각이었을, 죽은 넬리를 연기하는 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배우의 첫 번째 조건인 몰입을 애초에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관객에게는 저 여자는 넬리처럼 보여야 한다. 넬리는 대상화된 본인을 연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조니에게 자신이 그의 진짜 넬리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조니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넬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인지하면서도 그가 넬리가 아님을 애써 상기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하여 이 몰입 없는 연극의 거리 두기를 계속한다면, 세상은 절대 조니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마지막 순간, 이 연극에서 넬리는 처음으로 제작자의 자리에 선다. 조니의 극본대로 만들어진 자신의 삶을 자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벗어나, 조니가 지휘하던 연극의 지휘봉을 빼앗아 자신이 깨달은 바를 게스투스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연극은 낯선 나와의 대면으로 역사를 직시하게 만든다. 넬리가 전하는 마지막 노래 ‘Speak Low’는 너무 빠른 순간을 한탄하다 어느 순간 너무 늦어버린 시간을 이야기한다. 넬리와 조니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멀어지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이를 성실히 이겨냈고, 다른 한 사람은 피하기만 급급했다. 그리고 커튼콜의 시간은 그렇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넬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발견하며 조니를 떠난다. 두렵고 낯선 나와의 대면은 지배적 담론에 고착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장면인 마지막 시퀀스는 배우로 하여금 무대 위의 말과 몸짓으로 스스로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자기 반영적 메타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성경 속 욥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에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신은 명확한 근거 대신 믿음이라는 무기로 모든 상황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결정은 너무 신속하고,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악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어떤 의도도 없이 바꾼다. 욥은 끊임없이 내 삶의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해 질문한다. 하지만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우연이라는 악이 존재한다. 전쟁 역시 그중 하나다. 인간이 증오와 분노로 같은 인간을 살해하는 끔찍한 행위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주어지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마치 자연재해와도 같이 아픔을 남긴다. 한 사람의 얼굴을 바꾸는 선택 또한 레네의 단순한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진다. 피아노를 치던 조니가 마침내 넬리를 알아보는 순간은 그의 노랫소리와 팔뚝의 일련번호, 겉으로 드러난 옷가지나 얼굴이 아닌 감춰져 있던 것들이었다. 자신과 타인, 그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역사를 아우른 후에야 비로소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 예를 들자면 상대를 외면할 수 있는 넬리의 용기 같은 것들이 삶에 다가온다. 과거에 매여 현실을 외면한 채 주어진 삶을 바꿔보려 했던 조니에게는 절대 찾아올 수 없는 순간을, 넬리는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며 당당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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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수학으로 바라본다면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세계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를 증명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날 이후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마거리트’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증명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몰라”
<마거리트의 정리> 줄거리
마거리트의 실패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실 '실패'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난제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무언가를 풀어나가다 보면 당연히 오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이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여기고 인생의 전부였던 수학을 그만두게 된다.
반강제로 외골수 인생에서 벗어난 마거리트는 이제 수학만 보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마거리트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마거리트는 변하지 않는다. 수학을 대하던 모습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시킨다. 예전과는 다른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만 가득할 것 같은데 마거리트는 덤덤하게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간다. 모르는 사람을 덥석 믿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표출하고, 돈을 당장 구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도 불법적인 도박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수학 문제를 풀듯이 덤덤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마거리트의 모습은 불안정한 그의 삶이 유쾌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무슨 문제던지 그것에만 골몰해 있다 보면 오히려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 외의 바깥들을 탐구하고 문제로 가득 찬 종이가 아닌 백지에 새로 시작한다면 도리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불법적이기도 하지만 유쾌하게 살아가던 마거리트의 삶에는 더이상 수학과 '골드바흐의 추측'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수학에만 쓰던 천재적인 머리를 마작에 쓰던 마거리트는 결국 마작을 하면서도 자신의 목표,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해 생각한다. A4용지 한 무더기도 마거리트에게는 작다. 벽까지 칠해가며 다시 혼자만의 풀이를 해나가는 마거리트. 새로운 삶을 배운 마거리트가 써 내려가는 수학식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마거리트 역시 이전과는 다르다.
룸메이트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 마거리트는 자신의 새로운 연구를 함께해 줄 사람을 구한다. 바로 자신의 연구에 오류를 지적한 루카이다.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지도 모른다는 기대 등으로 서로를 맞추어가며 연구해 나간다.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마거리트의 말에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네가 관심을 기울이면 지금의 너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들은 분명 있을 거라는 룸메이트의 말이 맞았나 보다. 수학에게만 쏟을 것 같은 그들의 관심은 점차 서로에게 향한다.
수학을 풀다 보면 수많은 미지수들을 만나게 된다. 다 풀었다고 생각한 문제에서 생각지 못한 오류를 발견하여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중간에 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했던 대로 술술 풀리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문제로 모든 게 엉망이 되기도 한다. 오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그의 연구는 세미나 이전의 마거리트의 삶 그 자체이다. 180도 달라진 그의 삶에서 마거리트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미지수들을 만나며 삶이라는 문제를 풀어나간다. 마거리트의 정리는 단순히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거리트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세상을 수학처럼 바라봐보자. 어쩌면 마거리트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수학에 적용하여 풀어나간 것처럼 우리는 삶을 수학 문제를 풀듯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마거리트의 정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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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 tv 파본자들 드라이편 - 등대 출연본 (이 투샷 정말 귀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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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tv_파본자들 영화 '드라이'편에 제가 출연을 했었는데요... O.O !
너무 친절하시고 러블리하신 민아MC님이 잘 도와주셔서 기분좋게 재밌게 촬영하고 왔습니다!
(싸인 받아서 너무 기쁘다구요!)
영화장면은 저작권때문에 업로드할수 없지만...조금더 매끄럽게 해당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국내 최고 플랫폼 '시즌'에 회원가입하시면 무료로 '파본자들' 시청하실수 있습니다!
여러분... 시즌 드라이편에 하트 많이 눌러주실거죠...?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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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요즘 시대의 자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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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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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랜 A> 메인 예고편
히틀러와 괴벨스가 자살하며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살아남은 유대인 일부는 '나캄'이라는 비밀 결사를 조직한다. "눈에눈 눈"이라는 구약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들은 나치가 학살한 600만 명의 유대인에 대한 복수로 600만 명의 독일인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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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현장> 메인 예고편
거리의 고양이들을 ㄷ로보느라 빚까지 지게 된 마음 약한 람 형사, 어느 날 살인 사건 현장에 투입되게 되고 그곳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말하는 앵무새를 발견하며 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람 형사의 상사인 입 팀장은 지난 번 벌어진 리슨 금은방 강도사건 주범인 션 왕이 이 사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촉에 의지한 채 입 팀장을 의심하게 된 람 형사는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