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2-20 18:39:31
마음에 담아놨던 말 쓰기에 광고판 3장은 너무 좁아
<쓰리 빌보드>,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김추자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옛 과거부터 그리움과 회한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흔히 쓰여왔다. 내 경험상 역시 사람에게 가혹한 아픔 중 하나는 역시 이별에 의한 것이었다. 이걸 보면 나 개인적으로도 그런 소재가 많이 쓰였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이 뿐인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슴속에 이별한 이들을 그리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이별한 것도 역시 가슴 아플 수 있겠지만 그중 마음 아픈 것은 많이 사랑했거나, 받았던 사람이 떠나는 것일 테지. 하지 못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는 것은 사람을 참 아프게도 만든다. 당연히 그만큼 사랑해줄 사람도 없고 줄 만한 누군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그 떠나갔다는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그랬다. 이게 없으면 나에게 지장이 생긴다는 걸 깨닫는 거지. 사실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간단하다. 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중요한 줄 모른다. 나를 사랑하고 존경해도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쩐지 마음이 안 가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럼 누군가는 또 그 간극에 상처받겠지. 또 사람들은 이런 사랑의 이동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결과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점점 쌓이기 시작한다. 왜 그가 떠났는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마음속의 잔여물은 사람을 참 괴롭게도 만든다. 그것 때문에 무서워서 내 모든 걸 다 갖다 바쳐도 결국 없다는 건 나를 더 강하게 압박하니 삶은 참 어려운 순간의 연속이다. 내가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참 어렵다. 그게 이성(내지는 동성) 간의 연애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있을 때 잘하면 되는데 그때를 허무하게 놓치는 것이다. 또 같은 걸 반복하기 싫어서 많이 주면 외로워진다. 이런 삶의 괴로움이 그게 단적인 에피소드로 쨘하고 그나마 홀가분할 텐데, 사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 같다. 내가 친구가 진짜 없는 걸까. 아니면 있는데도 내가 다들 갖고 있는 고독함에 빠지는 것인가. 이 난제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대화하고 싶어 진다. 이 세상과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2월 신작으로 어마 무시한 작품을 가져왔다.

1. 어떤 것에 대한 작품인가요?
딸이 죽었다. 원인은 강도살해다. 친구 집에 놀러 간다는 말에 다퉜는데, 그때 홧김에 '오다가 강도라도 당해버려라'라고 했던 것이 정말 현실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도 주인공에겐 가족과 직장, 그리고 집과 아들이 있지만 사실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밀드레드는 광고판을 게시한다. 범인을 왜 잡지 못했냐고 경찰서장 윌러비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소관 경찰서는 뒤집힌다. 경찰서장 윌러비는 불같이 화를 낸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밀드레드에게 항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밀드레드는 확실히 과격하고 거친 사람이다. 그녀가 품은 분노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그녀의 방식이 옳았는지는 따지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동네방네 망신을 준 대상은 앞에서도 썼듯 윌러비다. 윌러비에게는 마음속에 품은 비밀이 있다. 윌러비는 이 비밀 때문에 매일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근데 그에겐 가족까지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에게 좋은 가장인 윌러비.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 그에게,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책임을 묻는다. 선하게 삶을 살아온 그가 경찰으로서의 본업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창피를 당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좋은 사람이고 경찰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의 무엇 때문에 그냥 소시민이었던 한 여자에게 창피를 당한다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러니 아닌가. 영화는 제목 <쓰리 빌보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고판으로 생긴 아이러니를 소재로 다뤘다. 선함이 분노로 이아지고. 분노가 또 다른 분노를 만들고. 어떻게든 해결된다 믿었는데 또 다른 무언가를 야기하고. 영화는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이 역설이 이뤄지는 과정을 다룬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설만 보여주고 끝나지는 않는다. 영화가 주는 따뜻한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에 대해 염두하고 보시라. 그럼 감상이 깊을 듯.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용서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밀드레드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밀드레드는 후회와 미련을 다른 방식으로 푼다.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서러움을 타인에게 해결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그녀가 따뜻해지는 순간이란 몇 없다. 물론 영화 내에서 제시되는 한 사건으로 인해 흑화 한 것도 맞다. 단순히 이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나는 주인공 밀드레드가 원래 온정을 베푸는데 능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인물이 그런 끔찍한 사고까지 겪었으니 더더욱 어두워지는 것이다. 영화는 플롯을 끌고 가며 이 사람이 어디까지 흑화 했는지를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 없는 따뜻한 순간이 더더욱 도드라진다. 영화는 이 순간(온정)을 주요 사건으로 설정하며 '분노가 결국 인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도와준다. 난 좋은 영화와 책의 조건 중 하나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기능을 충실히 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함이 눈에 뜨이는 것처럼 용서와 사랑이 한 인물의 행동을 통해 두드러지는 것이다. 뭐 사실 주인공 밀드레드에게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경찰 딕슨에게도, 레디 월비에게도 사랑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각본이다. 이야기 구성이 정말 촘촘하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 인물 설정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딸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엄마다. 당연히 세상에게 분노를 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딸의 가해자를 찾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서장의 이름을 걸고 광고판을 내세웠다. 여기부터가 굉장히 특별한 방식의 전개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부패하거나 무능력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복수극을 벌인다는 영화는 자주 봤었던 것 아닌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은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가 극 내부에 계속해서 깔리고 있으며 윌러비는 더도 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윌러비는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지만 광고판에게 비난을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윌러비에겐 그가 겪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런 인물 간의 설정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까지 봤던 범죄/스릴러물과는 다른 방식의 비틀기로 '과연 이 행동에 끝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건네준다. 사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질문의 답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르다. 무작정 '분노를 용서해야 큰 사람이 된다' 식의 말이 아니다. 보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오로지 당신을 위해. 또한 코미디로서도 탁월하다. 극의 소재는 굉장히 무겁다. 그런데 그렇게 극이 무작정 무겁게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소소한 유머와 블랙코미디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철학적 물음이 관객에게 좋게 작용한다. 다음은 여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샘 록웰의 퍼포먼스인데 5번으로 넘어가면 될 듯.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아니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2021년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홈리스의 세계에서 재회를 고대하는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2018년에 이 <쓰리 빌보드>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난 이 두 번의 수상 중 후자 쪽이 더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시얼샤 로넌이나 마고 로비, 메릴 스트립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의 대진도 나름이었지만 연기할 때 붙는 조건이 많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밀드레드는 겉으로는 센 척 하지만 내면은 약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딸과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서툴렀다는 것도 역시 특이점이다. 이 인물의 성격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딜레마를 전해줘야 한다. 분노가 납득이야 되지만 이런 방식이 이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퍼포먼스는 아주 훌륭했다. 거친 어머니에 맞는 코디와 비주얼, 또 섬세하고 여린 내면에 맞는 애처로운 눈빛까지 대배우의 카리스마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다음은 샘 록웰이 맡은 딕슨 역이다. 샘 록웰 역시 이 역할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딕슨은 뭔가 나사가 빠져있다. 경찰 근무하다가도 갑자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화나면 사람을 주먹부터 나가는 둥 좋은 경찰이라 보긴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변곡점을 지나 갑자기 성장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 묘사가 좋다. 완전 싹 바뀌지 않는다. 사람 성격이 다음날 바로 바뀌면 그게 더 이상하다. 당연히 서서히 바뀐다. 이 바뀌고 나서 '인물의 내면이 성장함+기존의 성격이 이어짐'을 표현하는 디테일이 좋았다. 이 외에도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우디 해럴슨의 세상 좋은 아재 연기나 사미라 위빙의 눈치 없는 연기도 좋았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무난하게 볼 수 있다. 아, 현재(2022년 2월) 디즈니 플러스와 네이버, 티빙,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간단하다. 잘 만든 영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지루하지도 않고 코미디도 있으며 철학적인 물음까지 있으니 완전 일거양득이다. 다음은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분들이다. 여러분에게 무작정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지 않겠다. 나 역시 큰 구멍이 있으니 그게 얼마나 해선 안 되는 말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걔보다 승자가 되어야만 한다. 분노에 의한 동기부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지지한다. 그런데 그런 쪽으로 무작정 결론이 나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한 쪽으로 귀결을 내야 할 것 같다. 그게 그렇지 못할때의 우리 모습을 여러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다음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손예진이나 현빈 배우같이 잘생기고 예쁜 얼굴 구경하는 게 작품의 재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맥도먼드의 연기를 보는 것도 꽤 큰 감상 포인트(?)다. 또 디즈니플러스 유저들 중 MCU 작품들이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고 난 다음 '뭐 보지?'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웨이브나 네이버, 티빙에서 5천 원 주고 볼 바에 이럴 때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당당히 디즈니플러스 추천작으로 강조하고 싶은 영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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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 2022년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들만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저희 씨네픽도 더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저희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그럼 2022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오늘의 콘텐츠는 2021년의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였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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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어느 덧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독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 변동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2월 31일~ 1월 2일) 관객 수 70만 56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07만 430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기록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또한 최단 속도로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19일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전 최다 흥행작이었던 <모가디슈>(361만명)의 관객 수와 비교해서 약 2배 많은 흥행 기록입니다.
현재 극장가는 다시 1월 3일부터 영업제한이 오후 9시 입장으로 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질주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주와 동일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20만 855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6399명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서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의 개봉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극장가의 영업제한이 완화된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함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3위. <해피 뉴 이어>(▲37)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티빙(TVING)오리지널의 <해피 뉴 이어>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11만 370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6215명입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데요.
아무래도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의 핸디캡이 있어서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처럼 신년을 맞아 가족, 연인들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로 앞으로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이진욱 등 국내의 탑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1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해피 뉴 이어> 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피 뉴 이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0%, 여성 50%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연인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0%,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네요.
▶ 그럼 실제 <해피 뉴 이어>의 주 관람연령대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제81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해피 뉴 이어> 박스오피스 예측 참여 비율은 어땠을까요?
▶ 위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수치 또한 실제 관람객의 성별/연령별 추이 통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대 - 38%, 30대 - 37% / 남성 - 55%, 여성 - 49%)
▶ 12월 31일 ~ 1월 2일의 <해피 뉴 이어>의 실제 주말 관객 스코어는 113,709명입니다.
한편, 제 81회 씨네픽 <해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자들 중 정답에 가장 근접한 성별/연령은30대 여성으로 평균 118,286명에 가깝습니다.
(오차범위 +4,577)
이는 여성 참가자 중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제81회 씨네픽 이벤트 <헤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정답자는 112,500명으로 오차 1,209명입니다.
제 81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2회 씨네픽 이벤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매트릭스: 리저렉션>(▼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에 이어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31~1월 2일)동안 주말 관객 수 1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0만 2905명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실관람객 평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SF레전드 작품이지만, 반가운만큼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과연 국내의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8987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2만 6631명을 기록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무려 지난 11월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과
국내외 대작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르라는 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영화의 호평과 꾸준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박스오피스 5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더불어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31일~1월 2일) $52,700,000 (한화 약 62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09,892,000 (한화 약 7,625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은 2019년 작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약 2년 만에 6억 달러를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역대 북미 흥행 TOP에 10위로 진입하였습니다.
북미 매출과 전 세계 흥행 매출을 더하면 13억 6889만 달러 (한화 1조 6,308억)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2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200만 달러 (누적 6억 898만 달러)
2. <싱2게더> 1960만 달러 (누적 8968만 달러)
3.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50만 달러 (누적 1951만 달러)
4. <아메리칸 언더독> 407만 달러 (누적 1500만 달러)
5. <매트릭스: 리저렉션> 383만 달러 (누적 3090만 달러)
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10만 달러 (누적 2956만 달러)
7.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143만 달러 (누적 1억 2339만 달러)
8. <리커리쉬 피자> 124만 달러 (누적 633만 달러)
9. <저널 포 조던> 117만 달러 (누적 474만 달러)
10. <엔칸토: 마법의 세계> 105만 달러 (누적 9131만 달러)
이것으로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및
제 81회 씨네픽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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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힘과 책임을 깨닫는 피터 파커의 이야기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청소년 시기를 거치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성장의 과정은 쉽지 않다. 호르몬의 변화로 신체도 변해가고 생각도 복잡해진다. 그래서 그 성장의 시기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은 모든 청소년들이 겪는 과정이고 성인이 된 사람들도 그 과정을 거쳐 어른이라는 새로운 시기로 접어든다. 아직 주변에는 자신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부모나 어른이 있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아이 자신의 탓도 있겠지만 부모가 그 책임을 대신하기도 한다.
성장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자신이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각자가 가지는 책임은 다를 수 있다. 아주 큰 힘을 가지게 된 경우에는 그 힘을 어떤 방식으로 써 나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힘은 공부를 잘하는 노하우가 될 수도 있고, 부모로 부터 얻은 재력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신체적인 힘이 그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힘을 활용하는 것은 청소년 시기가 거의 처음일 것이다.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많은 청소년들은 그 책임의 범위와 자신이 가지는 힘이 어디까지 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기 피터 파커의 고민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이야기를 담는다. 피터는 우연히 거미에 물려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힘을 친구들에게 신체적 우월함을 돋보이는 도구로만 사용했지만 주변에 나타나는 악당들을 처치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자경단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피터는 알지 못한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피터가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었는데 그를 직접 만나면서 다른 영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고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마블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역할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그저 조금 어린 청소년 영웅으로서 어벤저스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토니 스타크와 유사 부자 관계를 만들게 되면서 그저 어린 영웅 정도로 다뤄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토니 스타크의 죽음을 경험하고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면서 심적 괴로움이라는 고난을 맞게 된다. 전편이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본격적으로 마블의 스파이더맨이 정신적 고뇌를 겪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는 아버지 같은 영웅인 아이언맨이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를 통해 대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정체를 공개함으로써 피터를 혼란의 정점으로 끌고 간다.
피터 파커라는 인물은 늘 청소년이었다. 나이가 어린 영웅이었기 때문에 가족의 죽음을 겪었고, 자신의 잘못으로 주변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과거 샘 레이미 감독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벤 삼촌을 잃게 되었고, 마크 웹 감독 버전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도 벤 삼촌과 여자 친구 그웬을 잃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 안에서 심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는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졌다. 그 혼란은 어쩌면 그들이 얻게 된 힘을 쓸 때의 무게감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가 겪는 혼란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의 피터 파커는 그런 혼란을 제대로 겪지 않았다. 토니 스타크를 잃기는 했지만 그 주변에는 그의 마음을 챙겨줄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의 여자 친구인 MJ(젠데이아 콜먼), 절친 네드(제이콥 베털런)과 큰 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는 피터의 옆에서 그를 돕거나 그가 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그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이 뻗어나가게 된다.
아마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는 마블 유니버스 시리즈 중에서 피터 파커라는 인물이 겪는 가장 힘든 고통이 담긴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는 자기 자신이 가진 힘이 가져올 안 좋을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고 자신이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의 축 처진 어깨는 그가 짊어진 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 내내 피터는 그가 가진 힘으로 파생된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는 피터가 자신이 겪을 부정적인 일들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비치)를 찾아가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기억을 지우는 행위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어찌 보면 피터에게 가장 간단하게 자신이 가진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주문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화 속 세계는 붕괴 직전에 놓이고, 피터에게는 자신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여러 문제들이 닥쳐온다. 각종 빌런들의 등장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피터의 모습이 담기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가 가지고 있는 ‘선함’이 이 영화에서도 핵심적인 내적 도덕적 갈등으로 발현된다.
지금까지 여러 배우가 연기한 세 종류의 피터 파커가 있지만 이 캐릭터들이 가진 고민은 모두 자신이 가진 책임에 대한 것이었고, 그들이 가진 특유의 선함을 활용한 해결 방식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고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하고 악당들도 다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핵심적인 기재로 깔고 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분노에 가득 차 누군가를 살인하게 되거나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고민들이 영화적 긴장으로 발현된다.
지난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헌사
피터 파커라는 인물이 하는 고민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을 슈퍼히어로 영화 안에 녹여놓았을 뿐이다. 이제 성인이 되기 직전인 청소년이 가지게 될 책임과 자신의 힘 때문에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청소년들이 거미 능력을 가지게 되지는 않겠지만 모든 청소년은 그 자신이 가진 능력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반드시 거친다. 그런 성장기의 고민이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도 잘 담겼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과거에 제작된 토비 맥과이어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앤드류 가필드 버전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 버전의 <스파이더맨>에서 등장했던 빌런들인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등이 모두 등장하고 과거 시리즈의 대사,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할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명대사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또한 영화 음악도 기존 OST의 노래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빌런이 등장할 때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빌런들의 테마가 배경으로 흘러 예전 영화를 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존 와츠 감독은 <스파이더맨 홈 커밍>,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연출했었는데,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연출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블에서 시작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향후 대학생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연출자가 바뀔지 어떤 방식으로 시리즈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피터 파커가 가진 고뇌와 책임을 제대로 정리했기 때문에 향후에 마블에서 시리즈가 더 이어진다면 그가 어떤 방식의 삶을 택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떤 식으로 생활하게 될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와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 있다면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야기의 플롯은 간단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용을 먼저 알기보다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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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FZkg4Fdi4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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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판타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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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록과 역사의 경계에서 풀뿌리 기억을 말하다.
시놉시스
호루몽: ‘버리는 것'이라는 어원을 가진 곱창구이의 일본 말. 도축하고 남은 쓰레기 내장을 주워다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간 한국인들. 일본인들은 내장을 주워다 구워 먹는 모습을 보며 멸시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다. 호루몽은 일본에서 살아온 자이니치에게 삶과 역사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이일하
출연: 신숙옥, 케이코
리뷰
역사학과 고고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 사건을 추론하는 방식에 있다. 고고학이 토기나 건축물, 뼛조각 등 물질적인 흔적을 바탕으로 과거를 추론한다면, 역사학은 기록된 문헌에 기반하여 과거를 탐구한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훨씬 더 친숙한 단어는 역사다. 달리 말해 인간은 대부분 기록에 의존하여 과거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기록할 권한을 지닌 자는 언제나 힘 있는 자였으며, 그러므로 기록되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쉽게 스러졌다. 그것이 21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가능해진 풀뿌리 기억의 정의다. 역사 속에 미처 기록되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 망각된 사건과 잊힌 기억들. 그리고 이름없이 쓰러진 사람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관동 대지진 당시 사망한 조선인의 수는 231명이지만, 대한민국 임시 정부 산하의 독립 신문 특파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일본어를 못하는 조선인 여성을 묶어놓고 트럭으로 깔아뭉개 죽였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존재함에도 이제와서 정확한 피해자 수를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어디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왜 죽었는지뿐이다. 다만 그들은 조선인이라서 죽었다. 이름도, 무덤도, 기록도 없이.
<호루몽>은 러닝타임 내내 자신의 역할을 주인공인 자이니치 3세, 신숙옥의 목소리를 빌려 천명한다. DHC TV와 명예훼손 재판을 추적하는 이 영화의 목적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기록이 없어 한국인도, 일본인도, 심지어는 북한 사람도 될 수 없었던 자이니치들의 삶을 지켜본 그로서는 본능적으로 기록 없는 역사의 서러움을 체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숙옥은 오키나와 평화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소위 우파 논객들의 발언을 일본 법정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소송을 시작한다. 그러나 풀뿌리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참혹했다. 신숙옥은 이 사건으로 가족들이 공격 받을까 봐 거의 연을 끊다시피 살았고, 그 자신도 만연한 협박과 미행 때문에 도망치듯 독일로 떠나야 했다.
그러나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자이니치와 우익, 일본인과 조선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이러한 구분선의 틈새에 사는, 또는 살았던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구분선 자체를 지울 수 있음을 말한다. 신숙옥은 독일에 있는 동안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한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따라 마시며 오직 자이니치만을 위해 싸우는 대신 일본의 공식적인 기록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연대를 택한다. 마지막 대법원 재판에서까지 일본 사회는 신숙옥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또는 조선학교(일본에 있는 북한계 민족학교) 출신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정체성이 그렇게 단순하게 네, 아니오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기꺼이 똑같이 억압받는 풀뿌리 기억들을 위해 맞서 싸운다. 단 하나의 들풀은 바람에 쉬이 쓰러지지만, 땅 속 뿌리로 단단하게 얽힌 들판은 짓밟히고 짓밟혀도 또다시 새싹을 틔울 수 있기에.
실제로 자이니치나 한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얼마나 만연하냐는 관객의 질문에 신숙옥은 영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자이니치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여중생이 사실은 BTS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일본 내 K-POP 및 K-Drama의 인기와 혐한 감정은 절대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너와 나를 구분지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그들의 혐오는 모순 위에 세워진 모래탑과도 같다. 그래서 신숙옥은 그 모든 원색적인 비난과 협박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딛기를 멈추지 않는다. 일본 사회의 아주 작은 양심이라도 함께 손을 잡고 전진한다면, 그것이 비단 5mm에 불과할 지언정 다음 세대를 위한 전진의 발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호루몽>을 보는 내내 영화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는 근대 러시아 영화인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관객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확대하는 돋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루몽>은 영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외친다. 대 생성형 AI의 시대에, 영화는 망각된 자들을 위한 기록으로서 역사,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상영스케줄
2025.05.01(목) CGV 전주고사 3관 14:00 (상영코드:125)
2025.05.03(토) CGV 전주고사 4관 17:00 (상영코드:345)
2025.05.04(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0:30 (상영코드:412)
2025.05.07(수) CGV 전주고사 8관 17:30 (상영코드:721)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2025.04.30~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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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볼 수 없는 친구를 위한 번쩍번쩍 대작전.
제25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만난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영화 귀신 친구다. 영화 포스터나 첫 장면을 보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 자체를 담고 있어서 깜짝 놀랄 수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이렇게 유쾌한 단편 영화를 처음 경험해봐서 더욱 재미있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 영화를 티빙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4개의 단편을 묶어놓은 영화 우스운 게 딱! 좋아! 에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여 관람하길 바란다.
'퉁퉁 퉁퉁퉁 퉁퉁 퉁퉁 퉁퉁!' 하는 둔탁한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 지혜가 서 있었다. 소연에게 찾아와 무언가를 부탁하지만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연은 지혜의 집에 방문하게 되고 방을 둘러보다 이 방에서 함께했던 그들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다 문득 지혜가 부탁했던 그 무언가를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친구를 위한 친구에 의한 '성'스러움 지키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감추면 감출수록 드러나는 지혜의 비밀을 소연은 지킬 수 있을까.
상영시간 30분 내내 이렇게 웃기면서 몰입감까지 좋은 영화는 드문데, 내겐 이 영화가 그랬다.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뒷배경의 숨 막힘으로 인해 더욱 긴박함이 더해지는 과정이 공감성 수치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풀어나가 재미있었다. 즐거움으로 시작해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 짓는 영화의 흐름은 형형색색의 불과 진동소리로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적어도 마지막은 "다시 보지 못할 나의 친구야, 안녕."이라는 말로 맞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위잉 위잉 번쩍번쩍!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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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꿈들을 녹이는
*<브레이킹 아이스>에 대한 단상.
-나는 그 무엇도 아닌, 주동우의 얼굴을 기다렸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녀의 괜찮은 척 하는 미소, 체념하고 포기한 표정,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꿈을 포기한 사람의, 무던해져 보려는 힘겨운 노력이 그녀의 얼굴을 통해 관객에게 닿는다. 언어를 초월한다.
-청춘, 겨울, 성장, 로맨스, 삼각관계 같은 것들은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브레이킹 아이스>에서 추운 공기와 두텁게 쌓인 눈, 잠에 취한 얼굴들을 보여주면서 천천히 녹는다.
-의외의 디아스포라.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려오고, 한국어 간판과 컵라면이 있는 연길에서 주인공들은 서로를 마주한다. 고향에서 도망쳐 온 여자,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남자, 그리고 잠시 들른 여행자. 그에게 구경을 시켜준다는 명목 아래 셋은 도시 여기저기를 여행하게 된다. 그들은 백두산까지 간다. 우울을 안고, 죽음을 선택지로 손에 쥐고 있는 하오펑의 내일이 없는 것 같은 여행은 오히려 샤오에게 새로운 내일을, 나나에게는 새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가져다 준다.
-어쩌면 조금 서툰 진행과 보기 좋기만 한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 꼭대기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세 사람의 걸음과, 모르는 언어로 적힌 간판들 사이를 누비는 여행이 그들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브레이킹 아이스>가 관객에게 호소하는 방식은 그렇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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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애니를 잘 못만든다고?
#애니메이션 #한국 #리뷰
#떠돌이 까치
1987/KBS1#아기공룡 둘리
1987/KBS1#달려라 하니
1988/KBS2#2020 우주의 원더키디
1989/KBS2#옛날 옛적에1
1990/KBS2#영심이
1991/KBS2#옛날 옛적에2
1991/KBS2#날아라 슈퍼보드
1991/KBS2#마법사의 아들 코리
1993/KBS2#초롱이의 옛날 여행
1993/KBS2#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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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순> 메인 예고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2관왕? ?전 세계 19개 영화제 초청 & 8관왕 등극? 오직 나를 위한 내일을 준비하려 합니다 [#정순] 4월 17일 개봉 확정!? 눈물샘을 자극하는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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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웬디> 메인 예고편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시각의 All New ‘피터팬’!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