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사월2025-09-26 11:22:33

참상을 전하다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2025)

 

패션지 ‘보그’의 모델이자 세기의 아티스트 ‘만 레이’의 뮤즈 ‘리 밀러’. 다른 이의 렌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포토그래퍼가 된 그는 화려한 삶 대신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드는데··· 알려진 적 없는 용기와 진실의 아이콘 ‘리 밀러’를 만나다.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줄거리

 

 

 

 

전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종군기자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록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 리 밀러도 마찬가지이다. 전장의 바깥에서 사진을 찍어오던 그녀는 세계대전이라는 혼돈 속에서 가장 중심인 곳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실제의 전장은 다르다. 총알이 빗발치고 누군가의 시체가 널려있다. 부상자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는 끊기질 않는다. 민간인들은 숨어 덜덜 떨고 군인들은 급박하게 싸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리 밀러가 있다. 리 밀러는 민간인도 군인도 아닌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모두를 카메라에 담는다. 차마 볼 수 없는, 참기 힘든 순간에도 그녀의 손은 카메라를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담아낸 사진들은 전장 밖으로 보내지고 세상에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데 일조한다. 리 밀러는 그렇게 세상에 소리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리 밀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승전보에 기쁨 뒤에는 폭력과 고통이 산재한다. 아군에게 폭력 당하는 여성, 적군에게 폭력 당한 여성, 속았다는 이유로 조롱당하는 여성 등 여성 종군 기자인 리 밀러의 눈에는 약자인 여성들이 담긴다. 그들의 괴로움과 수치를 리 밀러 자신도 깊이 느끼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승리 이면의 진실을 엿보게 된다.

또한 생존한 이들, 죽은 이들, 그리고 실종된 이들까지 모두가 전쟁의 상흔을 가진 채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 밀러는 살아 만난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죽은 이에 대한 슬픔을, 괴로움을 생생히 드러내며 전쟁은 결국 모두에게 통증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승자나 패자,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좌절을 그리는 것이 아닌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참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리 밀러는 그곳에서 고통을 직접 느끼는 것에 끝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 기어코 세상에 알리는 이었다.

 

 

 

 

현재도 많은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그곳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복판을 누비는 리 밀러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곳에서 죽은 이들, 위험을 불사하고 아직까지도 남아 기록하고 있는 이들, 밖에서 그들이 담은 기록을 밖으로 전파하는 이들까지 모두를 다시 떠올리고 그들의 노고에 숙연해지게 만든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며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이런 참상을 떠올리게 만들며 이것들이 그만 멈춰야 함을 단단히 느끼게 만든다.

또 동시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상흔은 오래 남음을, 모든 이에게 남은 고통은 오랜 세월 잊히지 않음을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를 통해 보여준다. 리 밀러의 사진은 그러게 과거의 그때를 통과하여 현재로까지 이어졌다. 과거, 전쟁의 끔찍함을 알리고자 했던 리 밀러의 사진들은 현재,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까지 닿았다. 한 영웅의 기록이 후세대까지 이어졌음을 그때는 전쟁 후 어둠을 가리기 위해 공개되지 못했을지언정 현재에 와서 남은 기록이 빛이 되었음을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는 보여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출처 .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